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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춥기 때문에 이불을 포개서 덮고 잤다.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음. 요즘 다시 이상한 엘리베이터와 이상한 집 꿈을 꾼다. 이런 꿈을 꾸면 피곤하다. 토요일이라 11시까지 조식을 하므로 좀더 자려고 했는데 8시 안되어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함. 그런데 머리가 무겁고 계속 몸이 처졌다. 붉은 군대는 이제 끝물로 접어들었는데 역시 날씨 탓인가 싶음.

 

 

조식 먹으러 가기 귀찮아서(귀찮기도 하고 맨날 같은 거 먹으니까 좀 지겨워서) 계속 가려다 안 가게 되었던 커피 스펠이나 근방의 다른 카페에 브런치 먹으러 갈까 말까 망설이며 침대에 들러붙어 게으름피우다가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져서(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긴 했음) 일어나서 대충 씻고 밥 먹으러 내려갔다. 열심히 먹고 올라옴.

 

 

오늘도 맑은 날씨였다. 주말 지나면 다시 흐려지고 우중충해진다고 해서 해 날 때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 + 28일에 빌니우스를 떠나니까 이제 여행도 많이 안 남았다는 생각에 새로 산 스웨터에 코트를 걸치고 방을 나섰다. 요즘 엘스카든 어디든 플랫 화이트나 라떼 같은 연한 커피를 마셔보는 중이라 카페인 조절을 위해 조식 테이블에서 페퍼민트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오전엔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오늘은 생각보다 좀 추웠다. 원래는 베르나르딘 공원을 좀 산책한 후 필리에스 거리에 들렀다가 엘스카에 갈 생각이었는데 게디미나스 대로와 대성당 광장,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상당히 쌀쌀했다. 아마 오전의 볕은 그렇게까지 따스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이건 대성당 광장 가는 중, 게디미나스 대로에 모여있는 관광객들. 근데 잘 들어보니 러시아어로 설명해주고 있었음. 여기저기 러시아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러시아 사람들도 여전히 꽤 있는 것 같다. 거리 여기저기 우크라이나 지지 깃발이 걸려 있는데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북한도 파병을 하고 ㅠㅠ)

 

 

 

 

 

광장에서는 발틱의 발 앞에선 사진을 찍었으나 기적의 포석인 스테뷰클라스 앞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못 찍음. (전에는 이 발 안에 빗물이 고여서 비둘기들이 열심히 물 마시고 있었는데) 공원도 추워서 얼른 빠져나와 필리에스로 갔다. 정오가 되기 전의 필리에스 거리도 그늘지고 추웠다. 그래서 추위를 피해 생각지 않게 다시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가 플랫 화이트를 마시고 책을 좀 읽다가 나왔다. 근데 여기는 카페 자체가 층고가 높고 그리 아늑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추위를 피해 들어가긴 했어도 딱히 몸이 녹는 느낌은 아니다. 하여튼 에스케다르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후 필리에스 거리 주변을 다시 좀 산책. 첨에 왔을 땐 이 거리를 많이 다녔고 주변 골목들 다니는 즐거움이 있었는데(그땐 두 번째 숙소가 여기랑 가까웠음) 지금은 이쪽은 많이 안 오게 된다. 아마 주된 반경이 필리모와 보키에치우, 빌니아우스로 바뀌어서 그런가보다. 숙소 위치도 큰 몫하는 것 같음. 키친 커피와 맛있다는 리뷰가 달린 버거 키오스크도 가볼까 했는데 만석이거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정도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아닌지라 필리에스에서 빠져나옴.

 

 

 

 

 

 

, 필리에스에서 예전에 내가 귀여운 누가바 찻잔과 엽서를 샀던 기념품 가게에 다시 들러보았다. 이번에 첫날 가봤을 땐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고 그 누가바 찻잔 시리즈도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다시 가서 보니까 조금 살짝 귀여운 파스텔톤 세라믹 잔이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하지만 손잡이 없는 작은 잔이라 매우 비실용적일 것 같아 그냥 보기만 했다. 작은 것까진 괜찮은데 손잡이 없는 건 좀 치명적이라서. 여기서 전에 발틱 문양 에코백도 사갔었는데 이번엔 또 컬러가 좀 예쁜 울 스카프를 발견. 근데 보풀이 일 것처럼 생겼고 집에 가면 스카프가 많으니 이건 낭비 같다고 생각해서(그리고 푸른 계열인데 작년에 그런 푸른색 그라데이션 스카프를 좀 비싸게 주고 산 게 있음) 안 샀다. 모르겠네, 막바지에 유로가 좀 남으면 사려나 ㅎㅎ 아직 며칠전 리넨 냅킨 말고는 사람들 줄 선물 하나도 안 샀는데 흐흑...

 

 

(사진은 그 가게 옆 벤치. 엄청 조그만 고양이가 달려 있음. 고양이 조금만 더 크게 만들지...)

 

 

 

 

 

 

버거 키오스크를 지나쳐가면서 테이스트맵 가는 쪽에 있는 홍콩이라는 중식당에 가볼까 했는데 여기는 필리에스나 디조이에서는 버스로 가기도 애매하고 도보로 가면 오르막길로 가야 해서 좀 고민하며 일단 트라쿠 쪽까지 가보자 하며 걷다가... 갑자기 춥고 배고파서 그냥 보키에치우 거리 중간에 있는 스시 익스프레스라는 체인에 들어갔다. (그전에 백스테이지 카페도 다시 힐끗 가봤는데 또 만석. 여기는 이제 포기. 근데 여기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커피가 맛있는 걸까 아니면 힙한 느낌이라서일까) 스시 익스프레스는 숙소 근처에도 있는데 다양한 스시롤과 미소 그런 걸 판다. 런치로 롤과 미소를 함께 주는 게 있어서 그것을 시켰다. 롤은 두가지 종류였는데 나는 너무 찬 건 먹기 싫어서 덴뿌라롤을 시킴. 롤은 생각보다 먹을만했고 미소는 버섯과 미역을 많이 넣어주고 양도 많은 건 좋았으나 너무너무 짰다. 허헉... 그래서 몰래 생수를 부어서 희석시켜서 먹음. 롤은 위에 소스를 너무 많이 뿌려준 탓에 본연의 맛이 좀 가려져서 간장에 찍어먹음. 그런데 이렇게 먹다가 간장을 한 방울 새 스웨터 끝자락에 흘리고 말았다 으앙... 얼른 티슈로 닦아내서 얼룩은 지지 않았다만 속상... 그래도 전혀 기대 안하고 들어갔던 터라 생각보단 맛있게 먹었다(전에 마나미에서 간장떡볶이 고항에 충격받았던 기억 때문인가)

 

 

밥을 먹고 나서 부모님과도 통화를 하고 다시 나오니 이제 볕이 따스해지고 있었다. 양옆에 있는 이딸랄라와 후라칸의 유혹을 분연히 뿌리치고 엘스카로 갔다. 보키에치우에서도 우리 숙소에서도 멀지 않은 엘스카. 그리고 매우 한적한 시간대를 잘 골라서 갔기 때문에 스트루가츠키 소설을 읽으며 잘 쉬다가 나왔다. 엘스카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엘스카에서 나와서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어려운 스트루가츠키 대신 한글로 된 책을 들고 근처의 카페인 뭐 그런데 가려고. 조금 쉬다가 나왔는데 게디미나스 대로는 전반적으로 그늘지고 쌀쌀한데다 내가 가려고 했던 카페인은 만석이었다. 그옆 로마눔 빵집에 갈까 했는데 내부가 어두워서 책 읽기 불편할 것 같았음. 그래서 좀더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닥분수가 있는 공원에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고 있었다. 공원의 키오스크 카페인(위 사진)에서 에클레어랑 음료를 사서 벤치에 갈까 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점원이 하나라 늦게 나와서 포기하고 길을 건넜다. 전에 여기까진 안 와봤는데, 공원을 지나 길을 건너니 쇼핑몰 같이 생긴 현대적 건물이 있고 1층에 큰 베로 카페와 좀 모던한 간판을 달고 있는 비르쥬 두오나가 있었다. '드디어 베로 카페를?' 하며 들어가봤더니 여기도 만석이었다. 그래서 비르쥬 두오나에 가서 자포자기해 라떼와 미니 에클레어를 테이크아웃해서 공원으로 갔다. 근데 이걸 사서 나오는 길에 건너편 후라칸을 발견. , 그럴줄 알았으면 저 후라칸에 갈걸! 근데 후라칸도 마실 건 애매했던지라.. 그리고 공원에 가고 싶었다.

 

 

공원에 갔더니 그 사이에 해가 움직여서 그늘이 더 많아졌다. 햇볕 드는 벤치를 한 개 찾아서 귀퉁이에 앉아(러시아인 사이클리스트 두명이 앉아 있었음) 라떼를 마셔보았는데 너무너무 맛이 없었다. 약간 씁쓸한 우유 탄 커피물 맛이었다. 아무리 내가 커피를 못 마시는 초보입맛이지만 하여튼 맛이 없었다. 그리고 미니 에클레어도 맛이 별로였음. 뭐 벤치에 그냥 앉고 싶지 않았던 거고 기대는 별로 안 했었으니까. 하여튼 라떼와 미니 에클레어()는 한입씩만 먹은 후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볕을 쬐며 하루키 잡문집을 좀 읽었다. 하루키 에세이들이 대부분 평타 이상이고 여행 가서 읽기 좋은데 이 책은 두께에 비해선 내용 편차가 좀 있다. 원체 이것저것 묶어놔서 그런 것 같음. 그래도 건질 만한 글들도 있어서 나쁘진 않다.

 

 

볕을 쬐며 책을 읽다가 점점 바람이 쌀쌀해져서(5시가 넘으면서 해가 넘어가기 직전으로 접어들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오늘의 메모들을 정리함.

 

오늘은 9,285. 5.2킬로. 내일까진 맑다고 한다.

 

 

아래는 공원과 독서, 맛없었지만 사진은 또 귀여운 라떼와 에클레어(빵) 사진 몇 장. 가을빛 물씬. 

 

 

 

 

 

 

이 비르주 두오나 종이컵은 귀여워서 라떼 다 마시면 잘 씻어서 가져갈까 했으나... 라떼가 맛없었던 고로 함께 버림받고 말았다. 한국에 갈 수도 있었던 종이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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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