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화요일 밤 02 : 실패한 카페들, 기념품 대신 스웨터와 카디건, 자동화 기술의 어려움 2, 버거, 쌍화차, 해가 나길! 2024 riga_vilnius2024. 10. 16. 02:54
원래는 오늘 메모를 하나로 올리려다가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둘로 쪼개서 올린다.
필리모 거리를 따라서 함께 걷다가 위 사진의 공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영원한 휴가님은 귀가하시고 나는 잠시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았다. 그 위치에서는 3개의 카페에 갈 수 있었다. 엘스카가 가까웠고, 그전부터 좀 궁금했으나 필리모를 따라 많이 올라가야 해서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린 커피 스펠이란 곳이 있고, 구글맵 리뷰에서 찍어두었다가 오는 길에 발견한 컵룸 카페라는 곳이 있었다. 엘스카도 좋은데 너무 매일 가는 것 같아서 그럼 컵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그전에 바로 옆에 있는 MO 미술관에 들러보려 했는데 문이 닫혀 있고 출입구 찾기가 힘들어서 금세 포기하고는 카페로 갔음. 그런데 슬프게도 컵룸 카페는 아주 조그만 곳이라 만석이었다. 잠깐 안을 보니 귀여웠다. 돌아가기 전에 한번은 갈 수 있겠지? 컵룸까지 왔으므로 엘스카로 다시 돌아가기란 좀 애매했다. 백스테이지 카페에 다시 가볼까 싶어서 다시 보키에치우 거리로 갔는데 공사를 하고 있어 임시휴업이었다. 흑, 진작 가볼걸.
사실 저 공원과 MO 미술관 사이에도 학생들이 많이 가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었고 이 카페인은 좀 예뻐보여서 여기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는데 '그래도 체인이니까 새로운 곳...' 하며 컵룸에 갔다가 실패함... 근데 이 카페인 밖에서 보니 예쁘다. 조만간 엘스카에 갔다가 2차로 여기를? 그런데 대학생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 노화토끼가 물을 흐리는 거 아니야 엉엉 ㅜㅜ
하여튼 그래서 일단 다시 빌니아우스 거리 쪽으로 갔다. 이때쯤 또 좀 추워져서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기에 빌니아우스 카페인에 잠깐 들러 초코 에클레어를 한개 테이크아웃한 후(근데 또 되게 앉고 싶었음) 게디미나스 대로를 거슬러가서 옷가게에 갔다. 구경을 하다가 분홍 스웨터와 별로 두껍지 않은 숏 카디건을 입어보고 그것들을 지름. 아니 여기서 지난번에 치마도 샀는데. 아니야 이것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인 거야, 어차피 한국에서도 옷은 사게 되어 있어 하며 마음껏 정당화했다. 그래도 할인코너 쪽에 있는 걸로만 샀음. 이렇게 하여 나는 리가에서는 기념품으로 엽서 두장과 켐핀스키 호텔에서 내준 물병(이 호텔에서 주는 컴플리멘터리 워터가 든 유리병이 조그맣고 꽃 한송이 들어갈 사이즈로 이뻐서 버리는 유리병을 뽁뽁이로 싸옴), 빌니우스에서는 기념품으로 옷을 사게 되었다. 그것도 스웨터, 카디건, 치마. 심지어 리투아니아 브랜드도 아님 ㅎㅎ 그래도 따뜻한 옷을 장만했더니 추위에 대한 공포가 좀 가셨음. 사실 간밤에 조금 오한이 들어서 롱 카디건과 스카프를 걸치고 메모를 쓴 후 잠자리에 들었었다. 알고보니 그것은 오늘 붉은 군대가 오려고 그런 것이었음.
방에 올라가는 길에 호텔 리셉션에 가서 방이 추운데 시스템을 어떻게 만져야 할지 모르겠다고 도움을 청했다. 나는 직관적인 그냥 옛날식 다이얼이나 버튼형, 아니면 라디에이터가 좋은데 여기는 방마다 현대적인 LG시스템이 장착되어있고 각종 기능이 있다. 근데 다 영어랑 리투아니아어로 되어 있고 아무리 매뉴얼을 봐도 히터를 켤 수가 없었다. 방안 온도는 22도에서 22.5도를 오가고 있고 습도와 온도가 계속 표시되므로 중앙 조절인가 싶어 도움을 요청했더니 직원이 혹시 창문 열어놨냐, 22도면 괜찮지 않냐고 물어봤다. 아니, 나도 원래 그 정도면 괜찮은데 간밤에 추웠거든요... 하여튼 직원이 와서 오토모드를 켜고는 나에게 원하는 온도를 물어서 23도로 해달라고 했더니 조작을 해주었는데 그건 오토모드라 23도가 안되면 히팅 모드, 23도 넘어가면 쿨링 모드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좋다고 했는데 막상 저녁에 보니 자꾸만 에어컨디셔너가 껐다 켜졌다 하며 시끄러워서 결국 꺼버림. 그랬더니 자기 혼자 22도에 맞춰져 있어서 다 이유가 있었구만, 원래 맞춰진 게 제일 나은 선택이었구만 하고 납득. 그리고 추웠던 건 방에 돌아왔을 때 붉은 군대의 도래로 설명이 되었다.
인도 식당에서 밥을 잘 먹었지만 돌아다니고 옷 사느라 집중해서 그런가 또 좀 출출해서 숙소 근처의 수제버거집에 가보았다. 첨에 왔을 때부터 좀 궁금했던 곳이다. 그리고 요즘 너무 탄수화물류만 먹고 단백질도 주로 달걀 그런것만 먹어서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그러고보니 오늘 점심에 인도식당에서 치킨 티카 먹긴 했다만)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레모네이드 한 잔과 ‘셰프의 치즈’라는 기본 버거만 시켰더니 점원이 자꾸만 사이드 없이 정말 버거만 시키는지 물어보았다. 하긴 한국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사이드를 시키니까. 그런데 양이 많을 것 같았으므로 그냥 버거만 먹기로 했다. 딱 좋은 선택이었음. 버거는 매우 기본적이었다. 체다 치즈, 소고기 패티, 두 가지 마요네즈 소스, 양파. 아주 약간의 양상추 비스무레한 게 있었나 모르겠음. 번은 브리오쉬였는데 맛있었다. 양도 적당했고 패티도 맛있었다. 소스가 조금 짰던 것만 빼고는 맛있게 먹고 나옴.
방에 돌아와 씻고 좀 쉬다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한국에서 몇포 챙겨온 쌍화차를 한잔 타서 카페인 에클레어랑 먹음. 정말 이것저것 챙겨왔구나 역시 맥시멀리스트야. 근데 막상 따신 옷은 부족하고 장갑 안가져왔어ㅠㅠ 사실 장갑 생각은 안했었음. 러시아에서도 10월에 장갑은 안꼈는데... 아니, 하순에 꼈나??
오늘은 11,093보, 7.1킬로라고 나온다. 으잉? 나 오늘 별로 안 걸은 거 같은데 의외로 토토리우 왕복, 필리모에서 보키에치우 재방문, 게디미나스 위아래가 컸나 봐. 하긴 메모를 쓰면서도 ‘이상하다 별로 한 거 없는 거 같은데 왜이렇게 길지?’ 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목적지들 사이사이 거리가 좀 멀긴 했다. 옷 매장 갈 때도 대성당 쪽으로 한참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했고. 버거집은 그 반대 방향이고. 게디미나스 대로도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며칠 동안 해가 난다고 날씨예보가 뜨는데... 제발 그 예보들이 다 맞게 해주세요. 해 나는 날들이 며칠 이어진다면 이번 10월 여행은 정말 운좋은 여행이 되는 건데... 최근 여행들은 날씨 운이 다 좋았었는데. 하긴 주중에 최저기온 0도로 내려가는 날이 있긴 한데 뭐 아침엔 추우니까. 그리고 스웨터랑 카디건도 샀으니까 :) 그건 그렇고 여기 올 때 가방 꾸리면서 부피랑 무게로 터져나갈 때도 ‘괜차나, 돌아갈때는 다 먹어치웠고 챙겨드릴 것도 드렸고 소모품들도 다 썼고 어차피 빌니우스에선 기념품 거의 안 살거니까 가볍게 될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부피 큰 옷들이랑 뜬금없이 발견한 나뚜라 시베리카 샤워젤들이 생겨났음 ㅎㅎㅎ 하여튼 이렇게 올해의 생일을 빌니우스에서 잘 보냈습니다. 내일 해가 나고 따뜻하게 해주세요! 어차피 내일은 붉은 군대로 제일 힘든 날일 테니 약으로 버티며 많이 다니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해가 나면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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