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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뜨니 사드'에 해당되는 글 29

  1. 2024.03.16 새들과 고양이와 아폴로의 여름 정원
  2. 2023.01.14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3. 2020.11.23 한여름, 레트니 사드 정경 두 장 + 4
  4. 2019.01.15 평온한 녹색 2
  5. 2019.01.03 레트니 사드와 분수 한 컷 4
  6. 2018.10.25 레트니 사드의 고양이
  7. 2018.10.11 떡 버티고 있는 까마귀님 4
  8. 2018.09.30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 6
  9. 2018.09.11 레트니 사드는 참 좋다 4
  10. 2018.09.11 9.10 월요일 밤 : 좋아하는 곳, 근데 녹초, 잠 잘 오길 2
  11. 2018.09.10 레트니 사드
  12. 2017.08.12 유배된 미샤와 감시요원 베르닌의 첫 대면 16
  13. 2016.12.13 미네르바 조각상, 깊은 연못, 요 며칠 글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아마 30
  14. 2016.09.05 날아가는 꿈 기념 등, 엽님이랑 낮에 산책하며 찍었던 사진 몇장
  15. 2016.07.14 레트니 사드의 우아하지 못한 백조 한 쌍 4
  16. 2016.06.24 6.23 목요일 밤 : 이것이 러시아(우체국에서 열받음), 레트니 사드, 다샤, 빛나는 하늘과 물, 아폴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내일 또 옮김 8
  17. 2016.06.24 이브닝 티, 레트니 사드 2
  18. 2016.01.22 그림자와 빛
  19. 2016.01.18 백야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4
  20. 2015.12.26 여름날 찬란한 녹색의 레트니 사드 사진 몇 장 4
  21. 2015.11.04 고요하고 평온한 레트니 사드, 쉬고 있는 사람들 6
  22. 2015.09.09 하얀 새, 까만 새, 얼룩 새 다 모여라~ 3
  23. 2015.08.19 연못의 비둘기 한 마리 2
  24. 2015.07.01 더위 달래려고, 여름 정원의 분수 9
  25. 2014.12.18 햇살 찬란한 여름 정원(레트니 사드) 8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는 페테르부르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울창하고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 갈매기가 노닌다. 대리석 조각상들이 즐비하고 한가운데에는 유명한 러시아 우화 작가 크르일로프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들어서면 선선하기 그지없다. 분수와 아폴로를 보면서 크르일로프 동상 근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사진은 2018년 9월에 찍은 것. 
 
 
레트니 사드에는 옛날에 쥬인이랑 처음 갔었다. 이후에도 자주 갔지만 그래도 항상 이곳 사진들을 보면 쥬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이것이 크르일로프 동상. 
 
 
 

 
 
 
 

 
 
 
오른편이 내가 좋아하는 아폴로.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조각상이다. 료샤는 내가 저 아폴로를 좋아하는 걸 보고 민망하다면서 '하긴 넌 타이츠 입은 발레 무용수를 좋아하니까. 어휴 민망해' 라고 디스하곤 했다. 야, 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라고 하려다 또 생각해보면 비슷한가 싶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인정해버렸다. 
 
 
 

 
 
 
 

 
 
 
이 날은 빛이 좋아서 연못이 새파랗게 나왔다.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많이 찾는다. 백조도 한 쌍 있다. 사진엔 안 나왔지만 참새랑 비둘기, 까마귀도 많다. 
 
 
 

 
 
 
마지막으로 백조 사진도 한 장. 
 
 
사진 보니 정말 다시 가고 싶다. 
 

:
Posted by liontamer
2023. 1. 14. 18:27

휴식과 위안을 위한 사진 2017-19 petersburg2023. 1. 14. 18:27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주일을 보냈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휴식과 위안을 위해 빛과 녹색이 많은 사진. 레트니 사드. 2018년 9월에 찍음. 이 연못에서 오리와 백조, 갈매기 보는 걸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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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1. 23. 21:29

한여름, 레트니 사드 정경 두 장 + russia2020. 11. 23. 21:29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 전환을 위해 예전 러시아 사진들 뒤적이다 레트니 사드 사진 두 장. 2014년 7월에 갔을 때 찍은 거니까 이미 6년 전이다. 올해는 뻬쩨르도 못 갔고 당연히 레트니 사드에 가서 산책도 못 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책도 못 읽고 분수 구경도 못했다. 아쉽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을 보니 레트니 사드의 울창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카르토슈카 곁들여 종이컵에 홍차 마시며 책 읽고 있는 내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때 내 머리가 생각보다 너무 쨍한 빨간색이라 깜짝 놀람. 저런 머리색을 하고도 잘도 출근하고 일했구나 하고 새삼 웃김. 지금은... 그저 짙은색 염색으로 새치를 가리는데 급급할 뿐... 엉엉....

 

 

 

 

 

아아 다시 가서 산책하고 싶구나. 레트니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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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5. 22:40

평온한 녹색 2017-19 petersburg2019. 1. 15. 22:40



오늘은 지치고 힘든 날이었으니 녹색과 빛이 가득했던 레트니 사드의 평온한 사진 몇 장으로 자가 위안. 작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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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3. 23:15

레트니 사드와 분수 한 컷 2017-19 petersburg2019. 1. 3. 23:15





레트니 사드. 지난 9월. 



레트니 사드는 이름답게 물론 여름에 가는 게 제일 근사하지만 9월에 가도 좋다.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가을이 오기 전, 아직은 햇살이 찬란한 시기. 9월에 여기 가서 나무 그늘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졸고 있노라면 이미 꽤 쌀쌀하지만(레트니 사드에 들어가면 울창한 나무와 그늘 덕에 바깥 기온보다 몇도 정도 확실히 낮은 게 느껴진다) 그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분수를 보는 즐거움은 페테르고프를 따라갈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레트니 사드는 도심에 있고 또 페테르고프의 화려찬란함과는 다른 은근히 고적한 맛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쉬거나 책 읽기에도 좋다. 이런 얘기를 하면 료샤는 '췟, 레트니 사드는 우리 건데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오는 관광객 주제에 지 것처럼!' 하고 툴툴대곤 했다 ㅎㅎ 토박이 녀석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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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25. 22:39

레트니 사드의 고양이 2017-19 petersburg2018. 10. 25. 22:39





지난 9월. 레트니 사드에서 마주친 고양이 :) 



빛도 고양이도 녹색도 모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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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1. 22:34

떡 버티고 있는 까마귀님 2017-19 petersburg2018. 10. 11. 22:34





앞선 스케치(http://tveye.tistory.com/8480)에서 지나가 무서워라 하며 울먹거려서 차마 그리지 않았던 까마귀, 대신 여기서 사진으로 :)



페테르부르크에는 까마귀가 참 많다. 비둘기도 많고 강가로 나가면 갈매기도 많지만 공원이나 숲으로 가면 까마귀를 쉽게 볼 수 있음. 스케치의 메모에서 지나가 '길 건너는데 까마귀가 막 날라와서 생쥐 낚아채가는 거 봤어 ㅜㅜ'라고 하는 건 사실 내 경험임. 진짜로 길 건너다 그런 광경 봤는데 무싸왔었다!



그래도 나한테 안 날라오면 까마귀는 쫌 멋지고 볼만함. 비둘기보다 멋있음.



사진 속 까마귀는 모이카 운하 산책하다가 돌난간에 앉아 있는 거 발견하고 찍음. 덩치도 크고 위풍당당하게 딱 버티고 있었음. 도망도 안 감. 







귀찮게 하면 콱 쪼고 도도하게 날아갈 것 같은 포스!!!






얘는 좀 더 하늘하늘하고 우아하게 생긴 녀석.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 비둘기, 청둥오리, 갈매기, 백조 사이에서 혼자 어정거리던 까마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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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30. 23:05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 2017-19 petersburg2018. 9. 30. 23:05





이건 적어도 나에게는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만 찍을 수 있는 색채와 느낌의 사진이다. 오래 된 니콘. 보정 없음. 레트니 사드에 가면 사진을 꽤 여러장 찍는 편인데 신기한 건 항상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런 사진이다. 아마 일렁이는 수면과 푸른색과 새를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형태보다는 쇄도하는 색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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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1. 03:27

레트니 사드는 참 좋다 2017-19 petersburg2018. 9. 11. 03:27





십여년 전에 쥬인이랑 왔을 때 삶은 계란 가져와서 크르일로프 동상 앞 벤치에서 까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여기 오면 항상 그 동상 쪽 가서 벤치에 앉아 쉰다 :) 오늘은 심지어 드러누워 쪼끔 자기도 했음~ 아이스크림도 먹고 책도 읽고 분수도 보고 좋았다.



언제 쥬인이랑 또 같이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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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6시 반 무렵의 네프스키 대로. 저녁 먹으러 가며 찍음.


..



레트니 사드 다녀옴. 칵테일 때문에 잠 설쳐서 종일 그냥 방에서 뒹굴까 했는데 날씨가 쨍해졌고 이 동네에서 화창한 날씨란 천금 같은 것이라 기어나갔다. 뻬쩨르고프 갈까 했는데 배타고 왕복해야 하고 또 선착장까지도 걸어야 해서 차선책으로 레트니 사드 감.



벤치에 드러누워 하늘도 좀 보고 산소도 마시며 쫌 졸았다. 벤치가 차갑지 않았다면 더 잤을텐데..



그리곤 책 읽으며 쉬었다. 나뭇잎들 사이로 그물처럼 일렁이는 햇살과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보며 그늘에 앉아 책 읽는 거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노동노예는 이런 행복을 누리기가 참 어렵지 ㅠㅠ



아폴로도, 백조도, 오리도 그대로 있었다. 오리들은 재작년 걔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작년엔 10월초 날씨 너무 궂을때라 여기 안 들렀다.




이후 판탄카 운하 따라 걸어 나왔는데 풍경이야 좋았지만 점점 더워졌고 이쪽은 그늘이 없어서 그냥 가까운 길(마르스 광장 통해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으로 가는 길)로 갈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치코프 다리 도착했을 때쯤 완전 녹초... 버스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려 방으로 갔다.



컨디션이 급하락해서 점심이고 뭐고 일단 방으로 와서 씻고 여기 수퍼에서 샀던 삼양 컵라면(치킨수프 맛. 그냥 그렇다ㅠㅠ) 먹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좀 쉬었다. 삼십여분 정도 눈도 붙였다. 그날이 얼마 안남았다. 오늘따라 잠도 설치고 두통이 밀려오는게 좀 당겨지려나 싶음 ㅠㅠ 흑흑 사내가 되고프다!



오늘은 료샤도 저녁 미팅이 있고 레냐도 못 나와서 혼자 보냈다. 저녁 먹으려고 기어나감. 어제 비프 스트로가노프님 때매 출혈이 커서 오늘은 점심 컵라면 저녁은 쩨레목에서 블린 먹음(뭐 블린 좋아하지 ㅋ)



저녁 먹고 고스찌에 들러 딸기 타르트 테이크아웃해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옴. 목욕 후 타르트 먹고 이제 쉬는 중이다. 오늘은 제대로 푹 잤음 좋겠다. 햇볕 많이 쬐었는데 잠 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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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0. 22:05

레트니 사드 2017-19 petersburg2018. 9. 10. 22:05


​​





레트니 사드 다녀옴.






날씨 좋을땐 무조건 공원 산책가야 함. 벤치에 드러누워 좀 졸았고 책도 읽었음. 광합성은 좋았는데 여기는 차 없음 걸어가야 하는 곳이라 다리도 아프고 판탄카 운하 따라 걸어나오는 길이 더웠다.



낮 두시에 숙소 돌아와 컵라면 끓여먹고 뻗음... 눈 좀 붙이고 저녁에 나가야겠다

:
Posted by liontamer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뭐야? 라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몇년 째 쓰고 있는 글이 있는데 오랫동안 멈춰 있어. 중간중간 다른 글들을 써서 마치기도 하고 미완으로 남겨두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정말로' 쓰고 있는 글은 하나야.' 라고. 그게 바로 가브릴로프 본편이다.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구상했고 계속해서 머릿속과 마음속에 아주 깊게 자리잡고 있는 글이다.

 

 

다른 글들은 사실 다 여기서 새끼친 것들이다. 서무 시리즈도. 게다가 트로이를 내세운 장편 역시 사실은 이 본편에서 나왔다. 트로이는 원래 이 본편에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었는데 플롯을 구상하면서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라는 의문을 품었고 결국 그의 목소리와 그의 시선을 빌려 꽤나 긴 소설을 썼었다. 최근 여러번 발췌한 미샤의 수용소 단편은 이 가브릴로프 본편을 위한 프리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본편은 이미 몇년째 120여페이지에 머물러 있다. 뒤를 이어서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고, 사실 전체 플롯과 구조, 메인이 되는 이야기들과 작은 에피소드들도 근 7~80% 정도는 모두 구상되어 있는데 쓰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는 보통 글을 자유롭게 춤추듯이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한번 몰입하면 쉽게 써나가는 편인데 이 가브릴로프 본편만은 그렇지 않다. 이 글은 아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여기에만 집중했을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나는 너무 여러가지로 산란해져 있었고 특히 회사 때문에 더욱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이 본편을 꼭 쓰기는 할 것이다. 언제가 됐든 마칠 것이다. 그럴 거란 사실을 자신의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이 가브릴로프 본편의 2장이다. 1장은 미샤가 부임해오는 극장의 무용수 하나의 시선으로 전개되었고 이 2장은 기차로 가브릴로프에 호송된 미샤가 그의 KGB 감시요원인 다닐 베르닌과 처음 대면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맞다, 서무 시리즈의 그 다닐 베르닌, 단추청년, 왕재수 미샤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집사 베르닌이다. 하지만 본편의 베르닌은 서무 시리즈에서 희화화시킨 단추 베르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리고 이 모습이 사실 진짜인데...어느새 그는 단추청년이 되었지 ㅠㅠ 이 장면 중 중간 정도는 전에 좀 발췌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첫 대면 에피소드를 온전하게 올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기 다시 올려본다.

 

 

..

 

 

맨 위 사진은 가브릴로프...는 당연히 아니고, 2년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찍은 사진.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발췌한 에피소드에서 미샤와 베르닌이 숲을 지나 시내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와서 뭔가 숲 느낌 나는 사진이 어울릴 것 같아서 올려봄.

 

 

...

 

 

가브릴로프는 물론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이다. 하지만, 드넓은 러시아(및 구소련) 땅 어딘가에 이 이름 붙은 소도시가 실제로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름이고... 대천사 가브리엘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 야스민이 가브릴로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보안위원회에 제출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꽤 두툼한 보안 서약 서류에 서명을 하는 일이었다. 그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지만 다닐 베르닌은 거의 친절하기까지 한 어조로 서류에 그가 가브릴로프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미샤가 서류를 들춰볼 기색을 보이지 않자 베르닌은 허가 없이는 시계를 넘어갈 수 없으며 모든 시외전화는 보안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걸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상대의 침묵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류의 제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해 양해를 부탁했다. 약 20페이지 가량의 서류는 갱지에 타이핑되어 있었고 노끈으로 허술하게 묶여 있었다.

 

 

“ 붉은 담장 도착하기 전에 차 안에서 읽어두는 게 좋을 걸요. 일단 제출하고 나면 내용 확인할 기회 없을 테니까. ”

 

 

미샤는 서류를 읽는 대신 붉은 담장이 뭐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가브릴로프에 도착해서 그가 제일 처음 했던 말일 것이다. 기차역에서 베르닌에게 인계된 이래 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 아, 그렇지. 당신은 여기 사람이 아닌데. 붉은 담장은 말이죠, 우리 사무실을 가리키는 겁니다. 오해는 말아요, 담장이 있긴 하지만 붉은색은 아니니까요. 크라스나야 강변에 있어서 그런 겁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루뱐카라고 부르듯이. 뭐 그런 식인 거죠. 쓸데없는 설명인가요? ”

 

 

미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베르닌은 약 10여분 정도 기다렸고 그가 전혀 서류를 읽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맨 마지막 장을 펼쳐주며 서명을 하라고 했다. 미샤가 서명을 한 후 펜과 서류를 돌려주자 베르닌은 그것들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며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 의외인데. 전 사실 서류를 한 부 더 준비했답니다. ”

 

 

“ 왜죠? ”

 

 

“ 찢어버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 그런다고 달라질 게 있나요? ”

 

 

“ 하긴 그렇죠. 안 읽은 것도 그래서겠지. 현명한 사람이군요. ”

 

 

 

미샤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베르닌은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상대방의 검은 눈을 찬찬히 응시하면서 조금 전보다 훨씬 진지한 어조로 덧붙였을 뿐이었다.

 

 

 

“ 이제부터 충고 하나 하죠. 강을 건너기 전에. 일단 시내로 들어가면 우리 대화는 전부 기록해야 할 테니까. 난 77년에 모스크바에 있었어요. 당신이 볼쇼이에 있었을 때죠. 당신 무대는 여러 번 봤습니다. 내 심미안이야 교양 있는 관객들에겐 비웃음을 살 수준이지만, 일단 팬이라고 해둡시다. 그래서 말인데, 블라지미르 스페호프 앞에서는 그런 식으로 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지루한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온건한 사람은 아니지요. 가브릴로프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곳은 말이지요, 미하일, 작은 도시입니다.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와는 다르지요. 저 숲들이 보이시나요? 이쪽에는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습니다. 공항과 기차역과 저 울창한 숲, 그리고 즐라타야 강. 우리는 지금 강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곧 다리를 건너게 되겠죠. 그곳에 시내가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손바닥만 한 도심과 주거지. 그리고 숲. 공장들. 아, 하나 빼먹었군. 교회들. 이젠 쓸모없는 곳들이지만. 어쨌든 이게 전부입니다. 운 좋게 도시란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당신처럼 대도시에서 온 분에게 이곳은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겠죠. 그러니 이곳을 손에 넣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곳에도 시 의원들이 있지요. 당원들도 있고 노멘클라투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는 블라지미르 스페호프 한 사람뿐입니다.

 

 

내가 이렇게 유치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당신이 서류를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찢어버렸다면 아예 입을 다물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당원이자 폭군이죠. 표면적으로 볼 때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기 권위를 무시하는 겁니다. 하지만 더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페호프를 만나게 되면 그걸 감추는 쪽이 피차 좋을 겁니다. 그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말썽을 부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만 보여주면 됩니다. 그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제스처 하나만으로도 족해요. 더는 필요 없습니다. 훌륭한 배우였으니 물론 그 정도는 쉬운 일이겠죠. 아마 10분도 안 걸릴 겁니다. 그리고 난 그 10분이 걱정돼서 이렇게 길게 떠들어댄 거고요. 내 말 아시겠습니까? ”

 

 

“ 그게 당신의 충고인가요? ”

 

 

“ 글쎄요, 난 충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보군요. ”

 

 

 

베르닌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 화제를 바꿨다.

 

 

 

“ 우리는 곧 노브이 다리로 접어들 겁니다.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 아마 배를 타고 곧장 강을 가로질러 갔겠지요. 사실 그게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만 기차역에서 내렸으니 좀 돌아가는 수밖에요. 오른편으로 강이 보이시나요? 즐라타야 강입니다. 당신들의 네바 강보다는 덜 화려하겠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서 가장 내세울만한 풍경이죠. 지금 건너는 게 노브이 다리입니다. 물론 스타르이 다리도 있지요. 그건 검은 숲 지대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가장 먼저 생긴 다리는 아니지만요. 그건 가브릴로프 다리죠. 구시가지 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이곳도 꽤 넓게 느껴지는군요. 우리의 즐라타야 강이 마음에 드십니까? 당신은 레닌그라드에서 왔으니 도심 한가운데 강이 흐르면 한결 마음이 안정되겠군요. 그래도 우리 쪽 강이 더 낫지요. 범람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여기는 늪을 갈아엎어 만든 도시가 아니거든요. 대부분이 숲이죠. 추위도 덜할 겁니다. 기온이야 당신 살던 곳과 비슷하겠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습한 기후는 아니니까요. 수도원 근방으로 가면 온천도 있습니다. 여러 모로 당신에겐 훨씬 낫겠죠. 그런데 더우십니까? 창문을 좀 여는 게 낫겠군요. 오늘은 햇살이 강해서 좀 답답하군요. ”

 

 

 

쉴 새 없이 떠들다가 미샤의 상기된 옆얼굴을 힐끗 쳐다본 베르닌이 창문을 반쯤 열었다. 찬바람이 불어 들어오자 미샤가 몸을 희미하게 움츠렸다. 베르닌은 상냥하게 말을 이었다.

 

 

 

“ 아니면 열이 나서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추우면 창을 닫겠습니다. 어쨌든 기차로 열네 시간은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지요. 비행기를 탔다면 좋았겠지만 아마 여의치 않았겠죠. 정 힘드시다면 병원에 먼저 들르도록 해드리죠. ”

 

 

“ 그럴 필요 없어요.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

 

 

“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런데 아직 20분은 더 가야 하거든요. 혹시, 그러니까 만약에 말입니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면 주저 말고 얘기하세요. 어차피 병원 검진은 오늘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거니까요. 국장 면담 후 곧장 그쪽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

 

 

“ 내 일정표를 다 외고 있는 모양이죠? ”

 

 

“ 적어도 오늘 일정은. ”

 

 

 

미샤는 입을 꽉 다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열린 창문을 닫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마와 뺨은 여전히 상기되어 있었다. 열기가 퍼져서 눈동자까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베르닌은 자신의 가방 안에 루뱐카 클리닉으로부터 인계받은 앰풀 두 개와 주사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장시간의 기차 여행을 견딜 수 있었다면 남은 20분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국장과의 면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다소 허세를 부렸지만 그 주사를 놓으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은 지체될 것이다. 그리고 스페호프 국장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스크바에서 보낸 인물, 자신의 권위를 짓밟아가며 밀어 넣은 반역자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는 불과 사흘 전에 스페호프가 모스크바 본부로 호출되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건 비공식 출장도 아니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아주 은밀하게 행동하는 방법도 잘 아는 인물이었지만 그건 대단한 정적들을 다룰 때에나 해당되는 얘기였다. 그는 몇 가지 이유를 달아 가브릴로프 보안위원회 지국장을 정식으로 호출했다. 스비제르스키가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보안위원회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연방에서 공식적인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스페호프는 몹시 분노한 상태로 돌아왔다. 좀처럼 부하 직원들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베르닌이 있는 자리에서도 화를 참지 못했다. 공항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그는 모스크바와 크레믈린에 대해, 루뱐카에 대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해 욕을 퍼부었다. 역겨운 반역자 주제에 줄을 잘 타서 빠져나온 애송이에 대해서도. 그러나 대부분의 욕설은 총살형 대신 정신교화 수용소 쪽을 관철시켰던 제믈랴코프와 그 애송이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며 약물을 찔끔찔끔 놓다가 결국 자기 무덤을 판 레닌그라드 쪽 책임자에게 돌아갔다. 베르닌은 모든 서류를 아주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스페호프가 그렇게 화가 난 진짜 이유 두어 가지를 눈치 챘지만 물론 내색하지는 않았다.

 

 

 

관용차가 다리를 건너 크라스나야 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미샤의 시선이 자작나무 숲에 못 박혀 있는 것을 보고 베르닌이 쾌활하게 말했다.

 

 

 

“ 자작나무를 좋아하시나보군요. 하긴 자작나무를 싫어하는 러시아인은 없지요. 그런데 저건 진짜 숲이 아니랍니다. 여기서는 그냥 공원이나 화단 정도죠. 구시가지 쪽으로 넘어가면 진짜 숲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검은 숲은 정말 크고 울창하죠. 극장 주변 공원에도 나무는 많답니다. 아마 이곳에 나무가 없다는 말과 공기가 안 좋다는 말만은 못할 겁니다. 다른 건 없어도 나무와 물은 많죠. 살기에는 좋을 거예요, 물자는 좀 부족한 편이지만 그거야 일반인들 얘기고 적어도 국가에서 운영되는 극장의 감독이라면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좀 지루하긴 하겠지만. ”

 

 

 

미샤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았다. 생판 모르는 도시에 던져진 사람치고는 별로 현명한 태도는 아니었다. 베르닌은 그가 완전히 체념한 상태인지, 아니면 열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것인지 궁금했다.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숙련된 기자가 초점을 맞춰 놓은 카메라 렌즈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는 KGB 감시요원의 친절한 설명보다는 자기 눈을 믿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쁜 징조는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게 스페호프가 좋아하는 방식일지는 미지수였지만.

 

 

 

마침내 관용차가 가브릴로프 보안위원회 본관 앞에 도착했다. 미샤는 베르닌이 미처 차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먼저 내렸다. 가방은 뒷좌석에 그대로 팽개쳐둔 채였다. 가방과 보안 서약 서류가 든 봉투를 들고 내린 베르닌이 솔직하게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여권을 챙기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그것도 당국에 출두하면서. ”

 

 

“ 챙기기 전에 항상 압수당했거든요. ”

 

 

 

미샤는 웃지도 않고 무심하게 대꾸하며 시멘트 담장을 따라 정문으로 들어갔다. 베르닌은 그에게 스페호프 앞에서는 그런 식의 농담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는 충고를 추가해 주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이미 그는 차 안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다.

 

 

 

...

 

 

 

내일이나 모레쯤은 가브릴로프 KGB 국장 스페호프와 미샤의 첫 대면 에피소드를 이어서...

 

 

전에 이 본편의 에피소드 몇개를 발췌한 적이 있다.

 

먼저 위의 이야기에서 곧장 연결되는

'가브릴로프 보안위원회 검색대를 통과하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5368

 

 

그리고 스페호프와의 대면을 마치고 나온 후의 짧은 장면인

햇살. 본편의 베르닌과 서무의 단추 사이 : http://tveye.tistory.com/4451

 

 

같은 파트의 마지막 부분. 숙소에 도착한 미샤와 베르닌이 나누는 이야기는 여기

이웃사촌 미샤와 베르닌, 미샤가 생각한 해법 두가지 : http://tveye.tistory.com/4971

 

 

그리고 이 다음 파트인 3장의 일부인 렐랴의 인터뷰 : http://tveye.tistory.com/5114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파트별로 시점이나 심리적 화자, 혹은 구조가 조금씩 다르게 서술된다. 나는 다성악 구조를 좋아하는 편이고 쓰기에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본편은 좀 어렵다. 그만큼 집중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아래 이야기는 4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서 가장 먼저 썼던 단편  'Frost'에 삽입된 에피소드이다. 원래는 노어 제목을 달고 있는데 번역하면 '서리', 영어로는 프로스트였다. 공산당 고위간부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키로프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미샤가 파리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주축으로 그들의 과거에 대한 회상이 끼어드는 형식이었다. 전에 부분부분 몇번 올린 적이 있다.


아래에 발췌한 에피소드는 마로조프가 예전에 자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배경은 1975년 여름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 아주 오래 전 내가 썼던 미샤에 대한 단편인 'illuminated wall'과 시간/배경상 연결되고 있다. 그 단편은 전에 이 about writing 폴더에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맨 아래에 링크를 덧붙여 두었다.


공산당 고위간부이며 정치국의 위세등등한 멤버인 드미트리 마로조프는 교외의 아름다운 별장에서 열리는 동료들과의 모임에 키로프 무용수인 미샤와 지나이다를 부른다. 표면적인 이유는 와서 춤을 추라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는 다른 이유도 있다. 미샤와 지나이다는 그곳에 간다. 이것은 그 다음날 아침의 이야기이다.


이 단편은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내밀하고 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숨을 쉬는 방법을 익히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 발췌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종교적인 빛, 맞잡을 수 있는 손의 온기, 그리고 내부의 불꽃. 그 세가지 중 마지막.



... 위의 사진은 순서대로 페테르부르크의 레트니 사드, 지난 여름에 엽님과 같이 갔을때 찍은 연못 사진. 그리고 아래는 지난 9월 찍은 프라하의 말로스트란스카 역 앞의 연못. 깊이가 얕긴 하지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1975년 7월, 페테르고프



 밤새 쏟아진 비로 잔디가 젖어 있었다. 비를 흠뻑 맞은 장미들이 순식간에 피어올랐고 정원은 자욱한 향기로 가득 찼다.


 나는 맨발로 잔디를 밟으며 정원을 거닐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 후였다. 공식적으로는 정치국 멤버들의 회동이 있어 별장에서의 휴가를 이틀 더 늘린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어차피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아내나 나나 관심이 없었다.


 미샤는 정원에 없었다. 수영장도 비어 있었다. 뒤뜰 연못가에 새로 들여놓은 독일 설치작품을 보러 간 모양이었다. 그는 지나이다와 함께 전날 밤 도착했지만 우리의 파티가 늦게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걸 보러 갈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를 불러 앉혀 놓고 진지하게 할 말이 있었지만, 과음으로 일찌감치 뻗어버린 에멜리야노프와 구신스카야를 제외한 멤버들이 돌아간 것은 새벽 세시였고 미샤는 보이지 않았다. 이 별장에야 여러 번 와봤으니 마음에 드는 침실을 골라 자러 들어간 게 뻔했다. 어쩌면 지나이다와 함께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 놀랍게도 심장 한구석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나이가 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정원으로 내려오기 전에 지나이다를 2층의 터키 풍 침실에서 발견했다. 그녀는 전날 밤 우리 앞에서 보여준 작은 공연 때문에 피곤했는지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은 채 쿠션 사이에 몸을 묻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옆자리에는 자고 일어난 흔적이 없었다. 붉은 머리 타래를 녹색 실크 쿠션 위로 펼치고 태아처럼 웅크린 채 홀로 자고 있는 지나이다를 내려다보면서 나는 어이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뒤뜰은 햇살이 모자라서인지 아직 장미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간 잡초 손질을 등한시했다는 증거로 조각상들 주변에 드문드문 하얀 풀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 번지르르한 대리석 조각상들을 볼 때마다 박물관에 기증해버리고 싶었지만 아내의 취향이 확고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지인들은 레트니 사드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농담하면서도 은근히 그 오래된 제국주의의 유물들을 부러워했다. 오로지 미샤만이 내 투덜거림에 정면으로 반응했다. 지난 가을에 그는 정원에서 쇠갈퀴를 들고 와서 미네르바 조각상 한 개를 박살냈다. 내가 화를 내자 미샤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 제게 감사하셔야죠. 가장 흉물스러운 조각상이었다고요. ”


 망가뜨린 걸 치워놓으라고 명령하자 미샤는 쇠갈퀴로 낙엽을 끌어와 박살난 조각상 파편 위에 대충 무덤처럼 쌓아놓고는 수영을 하러 가 버렸다. 나는 겨울이 올 때까지 그 낙엽 더미를 방치했고, 조각상이 사라진 받침대는 아예 치우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갈퀴에 찍힌 기다란 자국 외에는 텅 비어 있는 받침대를 볼 때면 혈관 속에서 핏줄기가 뜨거운 강물처럼 거세게 내달리는 것이 느껴졌다.



 젖은 풀잎들이 달라붙어 있는 그 받침대를 지나 독일 설치작품 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미샤는 보이지 않았다. 연못가도 비어 있었다. 아마 내가 놓치고 지나간 침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그 아이는 항상 늦게 일어나곤 했다.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혀 나는 갑자기 연못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미세한 소음이 일었다. 마치 분수의 물방울이 튀는 소리 같았다. 새가 연못 위로 내려앉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 순간 완벽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 했다. 창백한 푸른빛 하늘과 잎이 무성하게 뻗어 있는 나무들, 짙은 청록색 그림자가 가득한 연못 수면까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었다.



 바로 그때, 나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내가, 드미트리 마로조프, 눈과 피의 마로조프, 레닌그라드의 소리 없는 지배자, 얼음성의 사나이가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다. 손발이 저려오면서 현기증이 났다. 이해할 수도 없고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두려움이 파도처럼 쇄도했고 나는 마비되어 서 있었다.



 대리석 받침대 위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손목 살갗 위로 벌레가 기어가듯 미지근한 공기가 스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고함을 지르며 연못가로 달려 내려갔다.



 수면은 차갑고 매끄러운 녹색 금속처럼 단단하게 응고되어 있었다. 한겨울이었다면 얼어붙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연못은 별장을 짓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수심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내는 아이들이 그쪽으로 가는 것을 절대 허락한 적이 없었고 생각날 때마다 그 연못을 메워버려야 한다고 우겼다. 내심 그 연못이 뒤뜰에서 가장 볼만한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그래 메워야지'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며 넘기곤 했다.



 수면 아래에 하얀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두텁게 얼어붙은 네바 강 아래로 물고기가 흐느적대며 헤엄치듯, 거기 그 연못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한가운데에, 짙은 청록색으로 뭉쳐진 수면 아래 하얗고 거대한 짐승 같은 형체가 위아래로 가만히 들썩이고 있었다. 펄럭이는 흰 그림자 위로 검은 해초 같은 머리털이 천천히 나부꼈다.



 맨 처음에 난 그가 헤엄을 치러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수영을 잘 하는데다 겁이 없는 애였으니까. 그저 물 속 깊이 잠수했을 뿐이다. 더운 날씨였으니까.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을 지르며 셔츠와 바지를 벗어던지고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찼다. 심호흡을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아이는 옷을 다 입고 있었다. 전날 밤 지나이다와 춤췄을 때 입었던 하얀 루바슈카 셔츠를 그대로 걸치고 있었다. 파자마 같은 흰색 바지와 슬리퍼마저 벗지 않았다.



 나는 연못 한가운데로 헤엄쳐 들어가 그 아이의 어깨를 잡고 끌어올렸다. 미샤는 내게 어깨를 잡히자 격렬하게 몸부림치더니 작살에 꿰인 고래처럼 순식간에 물 위로 튀어 올랐다. 응고된 수면이 폭발하듯 깨지며 하얀 물보라가 일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미샤의 몸을 연못 가장자리로 밀어붙였다. 깊은 곳에서 벗어난 후에는 거의 발길질을 하며 떠밀어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연못가로 올라온 후 나는 한동안 헉헉거리며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눈구멍과 콧구멍으로 펄펄 끓는 듯한 물이 쏟아져 나왔고 폐가 터질 것 같았다. 간신히 숨을 고른 후 고개를 돌리자 미샤가 1미터 쯤 떨어진 곳에 누운 채 목과 입에서 끔찍한 소리를 내며 경련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 곁으로 다가갔고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거칠게 몇 차례 내리쳤다. 미샤는 새파랗게 질렸다가 물을 토해내더니 무섭게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내 몸에서도 그나마 남아 있던 힘이 몽땅 빠져나갔다.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랫배가 아프고 머리가 멍멍했다. 벗어던졌던 셔츠로 대충 얼굴과 몸의 물기를 훔친 후에야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 다시는 이러면 안 돼. 아침부터 물에 뛰어들기엔 난 이제 늙었어. ”


 그건 사실이었지만 내가 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내 말이 들리지도 않을 터였다. 나는 다시금 온 힘을 쥐어짜 미샤의 몸에서 흠뻑 젖은 루바슈카를 벗기고 이미 축축해진 내 셔츠로 목덜미와 가슴을 거칠게 문질렀다. 미샤가 기침을 몇 번 하고 다시 물을 조금 토해낸 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나도 모르게 그 호흡을 따라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숨이 턱에 닿았다. 그는 수차례 심호흡을 반복했다. 무겁게 깜박이는 속눈썹 주위로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미샤의 얼굴에 희미한 붉은 기가 돌아왔을 때에야 나는 일어설 수 있었다. 타월과 마른 옷을 가지러 집 쪽으로 몇 발짝 걸어가다 다시금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불쾌함을 느끼고 멈춰 섰다. 내가 정신 나간 주정뱅이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 안 돼. 혼자 놔두면 안 돼. 절대로. ”




 
 내가 돌아왔을 때 미샤는 일어나 앉아 있었다. 물기를 짜낸 루바슈카를 기다란 베일처럼 머리와 어깨에 두르고 두 팔로 무릎을 감싼 채 연못에 이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모양이었다. 미샤는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이제 얘기하셔도 좋아요. ”


 “ 뭘 말인가, 만취한 상태로 연못에 다이빙하지 말라는 것? 오늘 자네가 극장에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물론 돌아갈 수 없겠지, 내가 저 빌어먹을 연못을 메우게 해줄 테니까! 저 오래된 돌덩어리들을 몽땅 처넣든 삽질을 하든 상관 안 해. 저걸 다 메워버릴 때까진 못 돌아갈 거야! ”



 그르렁거리는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밤중에 산짐승이 우는 것처럼 나직하고 어쩐지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나는 계집애처럼 오한을 느꼈지만 곧 자신이 우습게 여겨졌다. 그건 미샤가 목과 가슴을 울리며 웃는 소리였다. 폐에 물이 들어간 게 분명했다.


 “ 그냥 방수포를 덮으면 될 거예요. ”


 내 눈에는 그가 머리와 어깨에 뒤집어쓰고 있는 루바슈카가 방수포처럼 보였다. 그건 익사체 위에 씌워놓은 하얀 천이 될 수도 있었다. 온 몸 위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더 심해졌다. 오염된 연못물 탓에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미샤의 머리에서 루바슈카를 잡아채 내팽개쳤다.


 “ 일단 들어가서 몸을 말려야 해. ”



 미샤는 전신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파자마 바지가 흰색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연못 위로 이는 잔물결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 원래 하시려던 얘기가 있었을 텐데요. ”



 그 아이의 팔을 잡아 일으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연못으로부터 내 쪽으로 돌려세우는 것은 힘에 부쳤다. 미샤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면 그를 육체적으로 제압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 그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안 해. 자네 취기가 가시면 그때 얘기하지. ”


 “ 취하지 않았어요. 술을 마시지 않았거든요. ”


 “ 똑같은 거야, 마셨든 안 마셨든! ”



 나는 연못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술은 아직 파랬다. 까만 눈에 이글거리는 섬광이 일고 있었다. 그 아이는 살가죽이 벗겨진 야수처럼 괴로운 표정으로 두 눈을 숯처럼 불태우며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건 같은 게 아니죠. 당신이 이곳으로 날 부른 이유가 5월과 달랐던 것처럼. 같은 건 하나 뿐이에요. 변함없는 것. 이곳의 주인들. 당신들. ”



 그가 말한 대로였다. 나는 그에게 할 얘기가 있었다. 어젯밤의 파티는 2주 전 유보되었던 것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당 간부들이 종종 별장에서 파티를 열 때 무용수들이나 가수를 부른다. 나는 다른 무용수들에 비해 미샤를 자주 부르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뿐이었다. 물론 쿨리마코프나 스비제르스키 같은 발레 애호가들도 미샤와 지나이다를 부른 적이 있다. 그들 중에는 미샤의 팬도 있고 단순히 키로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를 부르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자리에 오고 싶어 안달인 무용수들도 많았다. 확실한 후원자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제국주의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이기도 했다. 크셰신스카야가 요즘 발레리나였다면 황제 대신 브레즈네프의 정부가 되었을지 누가 아는가.



 완벽한 이성애자이자 발레광인 쿨리마코프는 첫 해부터 미샤의 춤에 푹 빠졌고 1년 이내에 키로프의 모든 고전 레퍼토리 주역을 섭렵하게 해주겠다고 헛소리를 지껄였다. 나는 쿨리마코프처럼 드러내놓고 미샤를 옹호한 적이 없었다. 발레학교 학생 시절부터 가끔 만나고는 있었지만 그건 물론 비밀스런 관계였다. 그는 자기 실력만으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충분했고 나는 낯간지러운 후원자 정부 노릇은 질색이었다. 나도 볼쇼이나 키로프 오페라의 몇몇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후원 입장을 밝힌 적이 있었지만 그들과는 잠자리를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2주 전 나는 별장에서 정치국 동료들을 불러 중요한 파티를 열었다. 비밀회의는 밤 10시에 시작해 1시간 만에 끝났고 그 이후부터는 밤새 파티가 계속될 예정이었다. 여러 가지 민감한 문제들이 있었고 그 중 두어 가지에 대해서는 쿨리마코프의 지지가 필요했다. 딱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미샤를 포함해 키로프에서 네 명을 불렀다. 


 
 미샤는 그날 밤 별장에 오지 않았다. 무단이탈이었다. 당시 행정 책임자였던 다닐로프가 겁에 질리고 풀이 죽은 채 직접 나머지 세 명을 데리고 왔다. 다닐로프는 미샤가 전날 백야 축제 공연을 마친 후부터 몸이 아파서 집에 누워 있다고 둘러댔다. 물론 나는 다닐로프와 나머지 무용수들의 태도에서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눈치챘지만 그 자리에서 문제 삼지는 않았다. 파티는 그럭저럭 흘러갔고 공연도 나쁘지 않았다. 쿨리마코프가 좀 툴툴거리긴 했지만, 어차피 그 얼간이는 미샤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쾌유를 비는 카드와 꽃을 보낼 게 뻔했다.


 아프다는 건 물론 다닐로프의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미샤에게는 이미 감시 요원이 딸려 있었다. 다음날 나는 미샤가 밤새 네프스키 거리와 궁전 광장, 사도바야 일대를 쏘다녔으며 그건 의도적 이탈이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요원의 말에 따르면 미샤는 페테르고프 출발 시각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시내에서 마주친 발레단 동료 핀스키의 설득을 가볍게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반정부적 표현이 있었다. 심지어 파티가 시작될 시각에는 궁전 광장의 딱딱한 돌바닥 위에서 내키는 대로 춤까지 췄다. 이쯤 되면 보안위원회가 미샤를 소환해 무단이탈과 반체제적 행동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다고 해도 억울할 게 없었다.


 나는 보안위원회 담당자에게 이 문제는 내가 처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다닐로프가 미샤에게 한 달간 페스티벌을 포함한 모든 공연의 출연을 취소시켰으며 가을 시즌 개막작으로 잡혀 있던 라 바야데르의 주역에서도 하차시키겠다고 협박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 아이는 이미 겨울 베를린 투어 때에도 숙소를 이탈한 적이 있어 이번 여름 시즌의 해외 투어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나는 열흘 동안 극장이나 미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미샤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노심초사한 다닐로프는 급기야 내 비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나는 지난 번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별장에서 다시 파티가 있으니 미샤와 지나이다를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처음으로 나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별것 아닌 농담 때문에 동료들에게 밀고당해 유죄가 된 남자, 정신교화 수용소에서 꺼져버린 희미한 불꽃.



 한숨을 내쉰 후 나는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이었나? 미친 짓을 하고 싶을 만큼? 다시는 자네를 이곳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받고 싶어서? ”


 “ 아니에요,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물론 당신이 앞으로는 그런 무가치한 파티 때문에 절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더 좋겠죠. 파티보다는 섹스가 더 나으니까요. ”



 미샤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 정말 그런 약속을 해 줄 생각이 있었어요? ”


 “ 아니. ”



 그 아이는 다시 산짐승이 그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낚아챘다. 햇살 때문에 물기는 거의 다 말라 있었지만 여전히 차갑게 미끌거리는 그 몸을 꽉 붙잡아 끌어당겼다. 두개골이 쪼개질듯 아팠다.



 “ 이유를 말해봐. 다닐로프 때문인가? 아사예프와 맞지 않아서? 아니면 런던에 가지 못하게 돼서? ”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들고 있었다. 하마터면 ‘원하는 걸 얘기해봐!’ 라고 소리칠 뻔 했다. 다닐로프나 아사예프 따위는 별것 아니었다. 세레브랴코프를 비롯한 선배 무용수들의 텃세 때문이라면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손봐주겠다고 권력 자랑을 하기 직전이었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게 어떤 것이든 상관없었다.


 그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 그에게 있어 나는 그저 ‘당신들’로 지칭되는 거대한 권력의 일부다. 여러 개의 아파트와 별장들, 좋은 차들을 소유하고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오가며 정치라는 것을 하는 지위 높은 인물일 뿐이다. 저 스무 살짜리 풋내기 사내애는 내가 실지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 꼬마를 자기 아버지처럼 교도소로 보내 망각의 암흑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재판이니 수용소니 하는 절차 따위는 생략한 채 목을 조르거나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넣어 죽이고 캄캄한 네바 강 바닥에 가라앉혀 버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도 더러워지는 것은 내 손이 아닐 것이다. 이유를 말해준다면 나는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



 미샤는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유로운 한 팔로 나를 껴안고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조용히 속삭였다.



 “ 전 알아요, 당신이 학살자라는 걸.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다 해도 뼛속까지 그런 사람이란 걸. 하지만 그런 걸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있어요. ”




 
 나는 그를 놔주었다. 미샤는 내 곁을 지나 연못으로부터 멀어졌다. 어두운 수면으로부터 마침내 시선을 돌린 채 그 아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 내 안에 어둠이 있고 밖에도 어둠이 있어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믿고 싶어요. 그래서 춤을 추는 거예요. 올라갈 수가 없을 때는 내려가야 해요. ”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미샤가 터벅터벅 걸어 올라갔다. 뭉쳐져 있는 잡초들과 텅 빈 대리석 받침대, 군인처럼 열을 이은 조각상들을 지나쳐 걸었다. 흠뻑 젖어 달라붙은 바지 때문에 평소보다 보폭이 좁았다. 무용수의 우아한 몸놀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한쪽 다리를 무겁게 끌었다. 연못에 뛰어들었을 때 발목을 다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미샤를 욕실로 데리고 들어가 샤워 부스와 욕조 수도꼭지 양쪽을 틀었다. 여름이었지만 그 아이도 나도 뜨거운 물이 필요했다. 미샤는 내 도움을 받지 않고 파자마와 슬리퍼를 벗었다. 왼쪽 발목을 다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살점이 조금 찢겨나간 자리에 피가 고여 있었다. 허리 아래에도 보라색의 커다란 멍이 들어 있었지만 그게 연못에 빠지면서 다친 것인지 연습 도중에 생긴 멍인지, 혹은 무분별한 사랑의 밤들이 남긴 자국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각자 말도 없이 끈적거리는 연못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씻고 나서 미샤는 욕조에 걸터앉아 발목에 연고를 발랐다. 나는 그에게 가운을 하나 주었다. 그 루바슈카와 파자마, 슬리퍼는 모두 불태워버릴 생각이었다. 욕실을 나왔을 때 그는 내 뒤를 따라왔다. 에멜리야노프나 구신스카야, 지나이다가 깨어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미샤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침실 문을 잠가야 했다. 미샤는 침대 위로 올라갔고 가운을 벗지도 않은 채 누웠다. 재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찰나 뜨겁고 힘센 팔이 뻗어 나와 내 머리와 어깨를 끌어당겼다. 사랑을 나누는 내내 그 아이는 침묵했다. 이후 살풋 잠에 빠졌을 때 아주 잠깐 몸을 떨며 외마디 비명을 토해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꿈속에서조차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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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레트니 사드의 미네르바 조각상. 올빼미랑 있으니 미네르바 맞는 거 같은데 긴가민가... 이것도 지난 6월에 엽님이랑 같이 갔을때 찍었음.

뭐 이 미네르바야 아름답지만.. 미샤가 두들겨부순 미네르바 조각상은... 글쎄 잘 모르겠다. 미샤가 흉물스럽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마찬가지로 레트니 사드.

레트니 사드에는 이렇게 대리석 조각상들이 많다. 그래서 마로조프의 지인들이 그의 별장에 이런 조각상들 많다고 레트니 사드 같다고 부러워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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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 frost는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그 링크들은 아래 :

마지막 동작이 완성되지 않은 춤, 운하를 건너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4485

그가 읽었던 불가코프의 문장, 비행기에서, 거장과 마르가리타 :  http://tveye.tistory.com/4572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붉은 장미와 하얀 눈 : http://tveye.tistory.com/5469


미샤가 마로조프의 부름을 무시해 페테르고프에 가지 않고 네프스키를 쏘다니다 궁전광장에서 춤을 췄던 이야기는 전에 단편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링크는 아래 :

illuminated wall : http://tveye.tistory.com/3385
레냐에게 궁전광장에서 춤추는 미샤에 대해 해준 이야기 : http://tveye.tistory.com/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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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와 있고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고 아름다운 거리를 거닐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산란하다. 평온을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 정상일 것이다. 어쨌든 다음주에 여기서 떠나면 나는 회사와 지방으로 돌아가게 될테니까. 그래서 요 며칠 여기에 예전 글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공허한 어딘가를 채우기 위해? 아니면 숨을 쉬고 수면으로 올라가는 방식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아마도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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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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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note에 올렸듯 아침에 복잡하고 정신없는 꿈을 꿨는데 그 와중에 간만에 하늘을 날기도 해서 기념으로 날아가는 새 사진 한 장. 레트니 사드. 근데 사진은 흔들렸다 ㅠㅠ

 

이날 페테르부르크에서 엽님과 만난 둘째날이었고 우리는 우크라이나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판탄카 운하를 따라 산책해 레트니 사드에 갔다. 그리고 돌아올 땐 마르스 광장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예술광장을 지나쳐 왔다.

 

 

 

판탄카 운하 따라 걷다가.

 

이날 하늘이 정말 근사했다.

 

 

 

이건 마르스 공원에서 찍은 사진. 역시 하늘 때문에... 나무들 너머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의 쿠폴이 보인다.

 

 

 

이것은 내가 항상 '전형적인 뻬쩨르 관광엽서 구도'라고 부르는 구도의 사진 :)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이 도시 여행객이든 주민이든 이 구도로 사진 안 찍어본 사람 없고 엽서들 중에도 항상 이 구도는 들어 있다 :)

 

 

마지막은 예술광장의 푸쉬킨 동상으로..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언제나 볼때마다 반가워요!!

 

푸쉬킨 : 또 오너라~~

토끼 : 저에게 화수분을 내려주세요...

(..어려우면 체리농장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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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후문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여기엔 갈매기 비둘기 까마귀 오리들이 날아올 뿐만 아니라 백조 한쌍이 유유히 떠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엽님과 함께 레트니 사드에 갔는데.. 백조를 보여드리려 했으나..

 

저놈의 백조들이 전혀 우아하지 않게 기다란 모가지를 꼬며 저러고 있었음 ㅠㅠ 우아하고 유유히 수면을 유영하는 백조따윈 간곳 없고... 백조의 호수는 어데로...

 

 

앗, 이제 좀 헤엄쳐보려나??

 

 

하지만 다시 모가지를 쭉 빼고..

 

백조 이러기야!

 

 

그래, 난 백조보다 갈매기 오리가 더 좋앗~

갈매기가 훨씬 우아하다!!!

 

 

심지어 박테리아 온상 비둘기가 더 낫네!!! (사진발도 잘 받고 ㅋㅋ)

백조! 너희는 우리를 실망시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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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어느 계절이든 페테르부르크의 하늘과 구름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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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래 머무른데다 긴옷과 짧은옷을 많이 싸왔고 책들도 늘어났다. 찻잔이나 홍차 등의 부피도 있고 가방도 무거워서 트렌치코트와 긴옷 몇점 책 몇권은 우체국에서 일반 소포로 부쳐버릴 생각을 하고 아침에 낑낑대며 짐을 들고 중앙우체국으로 갔다. 호텔에선 10~15분 걸어가면 되는 거리이고 옛날에 있을때도 두어번 부쳐본 적이 있다.

 

근데 오늘 운이 없었다. 여기는 아직도 무게 다는 창구, 상자 사고 포장하는 창구, 돈 내는 창구, 부치는 창구 등이 다르고 복잡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하필 내가 갔을때 15분 후 쉬는 시간이었다 ㅠㅠ 하여튼 줄을 서서 일단 상자를 샀더니 상자 주는 아줌마가 네장의 서류를 쓰라고 했다. 상자값을 낸 후 서류를 열심히 썼다. 그러나 다 쓰고 나자 쉬는 시간이 되었고... 소포 부치는 창구는 아직 쉬는 시간이 아니라서 그리로 갔더니 그 아줌마가 내걸 안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_- 뭐냐... 그래서 그럼 어디로 가야 해요? 하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단다. 자기한테 묻지 말라 함.

 

너무 짜증이 났다. 많이 좋아졌지만 역시 이럴때면 옛날 생각이 나면서 '망할놈의 러시아!' 하고 버럭버럭 화가 나는 것이다.

 

한시간 기다렸다가 첨에 박스 받은 아줌마에게 다시 물어볼까 했는데 화도 나고 덥고 배도 고파서 그냥 상자 들고 호텔로 돌아와 컨시어지에 물어보았다. 호텔 측에 부탁해서 부쳐달라고 할수 있나 싶어서. 그러나 페덱스와 디에이치엘 이용하게만 해줄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이 짐은 그냥 한달 걸려서 선박운송해도 되는 짐이고.. 디에이치엘로 보내느니 내가 그냥 오버차지 물고 비행기 타고 가지!!!

 

하여튼 그래서 도로 방에 상자째 갖다놓음. 내일 아침 10시쯤 우체국 도로 들고가봐야겠다. 너무 짜증이 나서 그냥 비행기에 들고 탈까 생각도 해봤는데 내일 숙소를 또 옮겨야 해서 가방을 싸다 보니 이 짐은 부치지 않으면 참 난감해질 것 같다. 아우 그 망할놈의 우체국 가기 싫어 -_-

 

..

 

우체국 때문에 좀 빈정상한 후. 그래서 밥도 못 먹고(-_-) 곧장 버스 타고 블라지미르 거리로 갔다. 오전에 부지런히 에르미타주에 다녀오신 엽님을 만나 우크라이나 식당 쉬녹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함께 판탄카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내려가 레트니 사드에 갔다. 놀랍게도 날씨가 좋아서 레트니 사드 가기 좋은 날이었다.

 

옛날에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인 다샤를 팔고 있어 좋아하며 벤치에 앉아 그것을 까먹음.

 

 

(공원에선 역시 아이스크림!)

 

날씨가 참 좋았다. 후문 연못에 백조,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모여 있었다. 백조는 기다란 머리를 마구 꼬며 뭔가를 주워먹느라 전혀 우아하지 못해 우리를 실망시켰다.

 

눈부신 날이었다. 햇살과 하늘, 물 색깔이 환상적이었다. 아무런 필터도 보정도 없는데도 갈매기와 오리, 비둘기 사진 색감이 이렇게 나와서 좋아서 올려본다. 아마 내가 빛이 많은 사진을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

 

 

 

 

우리는 공원을 걸었고 분수를 보았고 크르일로프와 동물들 동상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 물론, 내가 좋아하는(ㅋㅋ) 아폴로도 다시 보고 인사했다.

 

(그런데 내가 아폴로 뒷모습 찍는 걸 보고 어떤 할머니가 막 웃으며 농담하셔서 난 좀 뻘쭘해지고 ㅠㅠ 하지만 뒷모습도 아름다운 아폴로라고요!)

 

..

 

이후 우리는 후문으로 나와 마르스 광장을 지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으로 나왔다. 보통 레트니 사드 갈때 이용하는 코스이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이 많았고 사원의 황금빛 푸른빛 쿠폴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

 

엽님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쥬얼즈 공연이 있었다. 버스 타고 가다 나는 먼저 내렸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어요! 한국 잘 돌아가시고 서울에서 다시 조우해요 :)

 

..

 

들어오다 그 일본라멘집에서 대충 가라아게동과 메론소다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단 방에 와서 챙겨먹기 귀찮았다. 사실 너무 목이 말라서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메론소다를 정신없이 마셨다.

 

방에 와서는 갑자기 피곤해져서 늘어져 있다가 디카페인 티를 마시고 가방을 챙겼다. 내일 숙소를 옮긴다. 여기 와서 5일을 더 연장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실 그냥 7월까지 계속 있고 싶다만... 더 이상 있다가는 적금까지 깨게 생겼음.

 

내일의 목표는..

1. 아침에 우체국에 가서 더이상 빈정 상하지 않고 저놈의 소포를 잘 처리하는 것.

2. 숙소를 다시 잘 옮기는 것.

3. 슈클랴로프님의 지젤을 보는 것...

 

오늘은 자정 전에 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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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4. 02:38

이브닝 티, 레트니 사드 2016 petersburg2016. 6. 24. 02:38




날씨가 좋았고 엽님과 판탄카 따라 내려가 레트니 사드 산책하고 마르스 광장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네프스키로 나왔다.


엽님은 공연 보러 가시고 난 간단히 저녁 때운 후 방에 돌아왔다. 내일 또 숙소를 옮기므로 가방 좀 싸다가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디카페인 티를 우려 한잔 마시며 늘어져 있다. 핵헥..


디저트는 며칠전 아스토리아 카페에서 먹고 남은거 싸온 것.. 맛있네.


너무 졸린다. 지금 자버리면 안되는데..







레트니 사드. 크르일로프와 동물들 조각상 앞 의자에 앉아 쉬면서 찍은 사진 한장.


레트니 사드 오면 항상 쥬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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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2. 23:19

그림자와 빛 russia2016. 1. 22. 23:19

 

 

그림자는 빛이 찬란할 때 더 아름다워 보인다.

 

2014년 7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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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8. 19:39

백야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russia2016. 1. 18. 19:39

 

 

작년과 재작년 여름, 페테르부르크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 장.

너무 추워서 조금이라도 빛과 온기를 느껴보려고...

 

위의 사진은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에서 카잔 성당 쪽을 바라보고 찍은 것.

 

 

 

모이카 운하. 마린스키 극장 가는 길에.

 

 

 

스뜨렐까.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판탄카 운하 따라 걷다가, 선착장 표지판.

 

 

 

레트니 사드에서 발견한 까마귀

 

 

 

청동기사상 앞 잔디공원

 

 

 

이삭 성당이 보인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는 너무 찬란해서 때로는 도시 전체가 온통 창백하고 탈색된 것처럼 보인다.

 

 

 

네바 강. 멀리 보이는 건물 실루엣은 에르미타주.

 

 

 궁전광장의 포석.

 

 

 

모이카 운하.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백야 막바지라 이때가 되면 이미 어두컴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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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있는 나날이 계속되어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파란 하늘과 녹음이 근사했던 7월의 페테르부르크 여름정원, 레트니 사드 사진들 몇장 올려본다.

 

 

 

 

 

 

 

 

 

레트니 사드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각상. 아폴로.

 

 

 

 

 

이 흉상도 좋아한다. 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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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페테르부르크.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에서 찍은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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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9. 21:16

하얀 새, 까만 새, 얼룩 새 다 모여라~ russia2015. 9. 9. 21:16

 

 

다리 많은 것들과 다리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무한공포증이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지나가다가 새나 고양이, 강아지 보는 것은 좋아한다 :) 그래서 가끔 사진도 찍는다.

 

(비둘기는 박테리아를 흩뿌릴까봐 그냥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걸어다닐 때만 괜찮긴 하지만...)

 

이번 여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여기저기서 마주쳤던 새 사진들 우르르~ (이전에도 몇번 한마리 두마리 올리긴 했지만)

 

이놈은 비둘기인가... 비둘기치고는 참으로 하얗고 예쁘구나.

 

(새 종류 구분 잘 못함 ㅎㅎ)

 

 

 

눈을 크게 떠야 숨어 있는 새를 찾을 수 있어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강변에서 :)

 

 

 

 

 

얘들은 햇볕 받으며 자다가..

 

 

 

 

 

여기부터는 레트니 사드의 연못가에서..

 

이 연못가에서는 새들 모이도 주고 물통도 설치해놔서 새들이 많이 온다. 갈매기, 까마귀, 청둥오리, 비둘기, 참새 등이 모여들고... 연못에 풀어놓고 키우는 백조도 한 쌍 있음.

 

 

 

청둥오리 친구 두 마리 동동동..

이를 부러워하며 지켜보는 하얀 갈매기..

갈매기 : 아이 부러워...

 

 

 

그때 친구 갈매기 멋있게 등장

 

새로 온 갈매기 : 친구야~ 너는 외롭지 않다~

갈매기 : 이야~~

 

 

오리들은 이쪽에 옹기종기..

한겨울에 얼음 사이로 모여 있던 걸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난 청둥오리를 좋아함~)

 

 

 

레트니 사드 연못의 백조 한 쌍~

도도하게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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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8. 19. 08:51

연못의 비둘기 한 마리 russia2015. 8. 19. 08:51

 

 

레트니 사드 후문으로 들어가면 연못이 나온다. 백조도 한 쌍 있고 오리도 있고 갈매기들도 날아오는 곳이다. 거기 혼자 분위기 잡고 있던 비둘기~

 

이제 오늘 하루도 힘을 내서 일하자... 아침부터 후덥지근하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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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7. 1. 13:26

더위 달래려고, 여름 정원의 분수 russia2015. 7. 1. 13:26

 

 

어느덧 7월.. 진짜 여름 ㅠㅠ

더위도 달래고 오후에 일할 기운도 얻을 겸, 페테르부르크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의 분수 사진 몇 장 올려본다.

 

레트니 사드는 정말 아름답고 또 시원한 곳이다. 여기저기 서 있는 대리석 조각상들도 근사하고 녹음이 아름답고 그늘은 평화롭다. 분수와 연못도 좋다.

 

이전에 올렸던 이곳 사진들은 태그의 레트니 사드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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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2. 18. 21:25

햇살 찬란한 여름 정원(레트니 사드) russia2014. 12. 18. 21:25

 

 

너무 추우니까 여름 정원 사진 몇 장.

 

레트니 사드는 말 그대로 여름 정원이란 뜻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우거져 있고 대리석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분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난 7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

 

 

이건 레트니 사드 안에 있는 카페 간판.

뜨거운 차와 커피, 아주 맛있는 조각케익.. 이라고 씌어 있다.

간판에 홀려 나도 들어가서 뜨거운 차와 조각케익을 먹었다. 그 얘긴 나중에 따로~

 

 

 

 

 

레트니 사드 그립다..

지금은 겨울이라 폐쇄 중.. 봄이 되어야 열고 10월이 되면 닫는다.

 

여름 정원도 있고 겨울 궁전도 있는 아름다운 페테르부르크... 올해는 두 번이나 갔었지만 다시 가고 싶다.. 하긴 겨울엔 날씨 때문에 괴롭긴 하지만..

 

태그의 레트니 사드를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이곳 사진들을 몇 장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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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