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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안을 위해.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에는 소박한 카페가 하나 있다. 반지하로 내려가면 그냥 구내식당처럼 생긴 엄청 조그맣고 소박한 카페가 나온다.

 

빵을 시키면 이렇게 종이접시에 준다. 여기 사과빵과 버섯빵 등 속을 채운 빵들은 정말 맛있다. 아무런 기교가 없는 음식이다. 사과빵은 전혀 달지 않다. 속이 가득 들어 있고 먹어도 속이 편하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수도원 사과빵은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아무래도 수도원 내 카페이다 보니 사진 찍는 게 너무 찔려서... 폰으로 슬그머니 몇 장만 찍어서 근사한 사진은 없다만...

 

이곳의 또다른 자랑은 바로 저 나무열매로 만든 주스. 러시아어로는 모르스라고 한다. 크랜베리 주스와 비슷한 맛인데 수도원에서 직접 만든다. 정말 맛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내에는 교회도 있고 유명인들의 묘지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여기 묻혀 있다(그런데 나는 이 묘지에 되게 여러번 왔지만 아직도 도씨의 묘를 못 찾았다 ㅠㅠ 무덤들 사이로 샅샅이 뒤지고 다녔는데 흐흑...) 이 수도원에는 정교 신자들이 많이 온다. 그리고 이 카페에도 많이 온다. 오면 저 빵을 종류별로 엄청나게 많이 사간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게다가 맛있으니 나라도 가족이 있으면 바리바리 싸가겠다.

 

빵을 사면 아주 얇은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너무 얇고 부드러워서 손가락을 잘못 넣으면 쭉 찢어질만큼 약한 봉지이다. 여태 나는 러시아에서만 그런 비닐봉지를 봤다.

 

심신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저 수도원이 그립다. 마음을 비운 채 경내를 거닐고 종소리를 듣고 이콘 앞에서 초를 켜고, 그리고 돌아나오면서 저 카페에 들러 따끈한 사과빵과 시원하고 달콤한 모르스를 먹고 싶다.

 

 

 

내부는 이렇다.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 장.

태그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을 클릭하면 전에 올린 이 수도원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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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