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9. 22:37
황혼녘 운하를 따라 걷는 기분 2017-19 petersburg2019. 1. 9. 22:37
페테르부르크는 권력자의 열망으로 태어난 인위적인 도시이고 딱히 기후나 자연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매우 아름답다. 유럽을 모방해 지어졌지만 어딘가에는 역시 러시아만의 느낌이 배어 있고, 동시에 러시아답지 않아서 이질적이고 악마적인 곳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혼종의 도시.
이 도시에는 각별히 사랑하는 특정 장소들도 많지만 그저 이렇게 운하를 따라 걷는 것 자체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석양 직전부터 황혼과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대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무렵은 빛의 색채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시간대라고들 한다. 이 시간대에는 사진을 찍으면 미묘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이 포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푸른빛은 운하를 따라 걸을 때 특히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들. 아마도 실제 도시의 아름다움과 빛의 색채들, 거기에 내가 이 도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재작년 10월에 갔을 때 찍은 것. 작년 가을엔 이 시간대 사진을 거의 못 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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