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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18. 21:53

백야의 도시 2017-19 petersburg2019. 7. 18. 21:53



7월. 페테르부르크. 밤.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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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3. 11. 21:43

10월의 운하 2017-19 petersburg2019. 3. 11. 21:43





10월 페테르부르크의 날씨는 대체로 이렇다. 어둡고 흐리고 무겁고 음습하다. 툭하면 비가 쏟아진다.



2017년 10월,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걸어가며 찍은 사진 두 장.







운하를 따라 걷다보면 이렇게 돌계단과 통로가 종종 나타난다. 여기 배를 매어놓을 때도 있지만 아예 선착장이 딸려 있는 쪽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이렇게 비어 있다. 레닌그라드 시절에도, 지금의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사람들은 이 계단에 쭈그려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운하의 검푸른 물을 바라보거나 새들에게 빵조각을 던져주거나, 술을 마시곤 한다. 예전에 쓴 글에서 나는 트로이와 알리사를 이런 계단에 앉히고 이야기를 나누게 했었다. 그래선지 이후에도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운하를 따라 걸을 때면 이런 계단과 작은 통로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그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글에 쓰지는 않았지만, 미샤 역시 자주 저런 계단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 어쨌든 토박이가 아니니까. 료샤와 둘이 산책하다 몇번 판탄카와 모이카 운하의 이런 계단에 앉아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었다. 한두번은 오리에게 흑빵을 부숴서 던져주기도 했었다. 이렇게 우중충한 날씨에는 딱히 쾌적하지 않지만 햇살 찬란한 백야 시즌에는 꽤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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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도시의 운하는 베네치아나 암스테르담과는 다르다. 셋 중 가장 늦은 도시. 하지만 가장 문학적이고 환상적인 도시. 전자의 두 도시가 상업과 교역으로 역사 깊은 곳이었다면 페테르부르크는 한 사람의 권력자, 한 인간의 의지에서 태어난 도시, 애초에 견고한 디딤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늪 위에 세워진 도시, 물과 안개와 바람과 진창을 돌로 메운 도시, 인간의 의지로 세워진 도시,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비인간적인 도시, 언제나 악마와 홍수와 멸망 신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도시이다.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 




이 도시는 운하 때문에 북방의 베네치아라고 불리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세 도시를 모두 쏘다녔고 운하들 사이사이를 걸어보았다. 베네치아의 좁다랗고 꼬불꼬불한 운하들은 여기서 손을 뻗으면 건너편의 건물 벽이 만져질 것만 같다. 햇살로 씻겨나간 듯 밝고 화려한 색채들. 온통 빛들. 거기에 이곳의 어둠과 추위는 없다. 암스테르담은 베네치아보다는 춥다. 운하도 훨씬 널찍널찍하다. 온통 힙한 느낌이지만 문학적인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는 그 두 도시와는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디에도 같은 도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도시에 대해 형용할 수 없는 애착과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당연하고도 두려운 이질감을. 나는 서울에 대해서도 그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인생의 극히 일부만을 보낸 도시가 그토록 강력한 마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경이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아래는 내가 쓰는 글의 주인공인 미샤가 도시와 운하, 자신에 대해 하는 말 일부이다. 이전에 저 파트를 좀 발췌해서 올린 적이 있다. 페테르부르크.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 운하.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096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한데. ”



 그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팔 안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미샤의 몸에는 아직도 열기가 남아 있었다.



 “ 세상이란 게 뭔데. 소비에트 연방?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




 
 그는 키로프라고 하지 않고 마린스키라고 했다. 레닌그라드 대신 페테르부르크라고 얘기한 것처럼.



 “ 우리 주위의 모든 것. 전부. ”



 “ 레닌그라드.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트로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레닌그라드. ”



 그는 미샤가 이 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의 깊이에 전율했다. 물 위에 돌로 지어진 도시, 학살과 절망의 도시, 피와 바람의 도시, 허위와 모방의 역사로 가득 찬 옛 수도, 이제는 모스크바의 광휘에 밀려나 퇴색하고 있는 도시를 향해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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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0. 9. 21:44

모이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18. 10. 9. 21:44





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중심지는 네프스키 대로이고 이 대로를 가로지르는 대표적 운하가 셋 있다. 판탄카, 그리보예도프, 그리고 모이카 운하이다. 그리보예도프 운하는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등 관광지들 때문에 여행객들로 항상 바글댄다. 그래서 실제로 산책하기엔 판탄카와 모이카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이것도 위 아래 방향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석양 무렵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걸으면 참 좋다. 이쪽이 좀 한적하기도 하고. 검푸른 운하의 수면 위로 저물어가는 황금빛 햇살이 흩뿌려지며 반짝이는 광경을 보는 것도 좋다. 한낮의 눈부시고 찬란한 빛살과는 좀 다른 종류의 빛이다. 이쪽 길을 따라 쭈욱 걸어내려가면 끄라스느이 모스뜨(붉은 다리), 그리고 시느이 모스뜨(푸른 다리)와 이삭 성당이 나온다. 걷다 보면 고로호바야 거리나 사도바야 거리로 빠질 수도 있고. 계속 걸어가면 마린스키 극장 쪽으로도 갈 수 있다. 반대편 방향으로 쭈욱 가면 푸쉬킨 박물관이 있다. 결투 후 푸쉬킨이 숨을 거두었던 곳. 



본편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 도시 곳곳을 다시 떠올렸는데 자주 떠올린 이미지 중 하나는 미샤가 이 운하를 따라 걷는 거였다. 사실 동선을 생각해봐도 이 길 많이 쏘다닐 수밖에 없음. 극장으로도 통하고 박물관으로도 통하고 제일 친한 친구 가 사는 거리와도 통하니... 본편에서 트로이가 고로호바야 거리에 사는데 소련 시절엔 사실 게르첸 거리로 불렸었다. 하지만 글에서는 고로호바야와 게르첸을 섞어서 썼다. 당시 사람들도 거리 명칭들 섞어 부르거나 애칭으로 부르는 적이 많기도 했고. 게르첸 거리란 어감이 나에겐 딱히 와닿지 않아서. 하여튼 미샤는 툭하면 트로이네 집에 와서 자고 저 운하를 따라 걸어서 극장에 출근하곤 함. 나중에 차를 산 후에도 차는 잘 안 끌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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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 내가 소속된 곳은 아니지만 주저없이 ‘나의 도시’라 부르는 곳. 언제나 이방인일지라도 상관없이, ‘나의 도시’. 물론 나는 나의 인물들이 이곳, 페테르부르크, 당시 이름 레닌그라드를 주저없이 ‘나의 도시’, ‘나의 세계’라고 부르는 만큼의 자격과 소속감과 일체감을 가질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 역시 이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장. 전부 아이폰 6s로 찍음. 많은 부분 변화했겠지만, 이 길들은 내가 되살려낸 미샤와 안드레이/트로이가 함께 걸었을 것이다. 레닌그라드이던 시절.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세상이란 게 뭔데. 소비에트 연방?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




그는 키로프라고 하지 않고 마린스키라고 했다. 레닌그라드 대신 페테르부르크라고 얘기한 것처럼.





“ 우리 주위의 모든 것. 전부. ”




“ 레닌그라드.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트로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레닌그라드. ”




그는 미샤가 이 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의 깊이에 전율했다. 물 위에 돌로 지어진 도시, 학살과 절망의 도시, 피와 바람의 도시, 허위와 모방의 역사로 가득 찬 옛 수도, 이제는 모스크바의 광휘에 밀려나 퇴색하고 있는 도시를 향해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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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7. 14. 21:23

더위 퇴치를 위한 추운 사진 몇 장 2016 petersburg2018. 7. 14. 21:23

 

 

 

너무 더우니까 추운 날 찍었던 사진 몇 장. 2016년 12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얼어붙은 운하를 따라 산책하며 찍은 사진 네 장 :)

 

 

 

 

 

 

 

 

다리 아래는 얼음이 더디게 얼고 빨리 녹는 편이라 오리들이 여기 옹기종기 ㅠㅠ

 

 

 

 

꽁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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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7. 3. 22:07

나의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18. 7. 3. 22:07





작년 10월 초. 페테르부르크. 저녁에 운하 따라 산책하다 찍은 사진 한 장. 운하 너머 가운데로 보이는 둥근 돔과 십자가는 카잔 성당. 나의 도시. 나의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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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그리보예도프 운하.



전에 발췌한 트로이와 알리사의 대화 일부가 바로 이런 운하변의 낮은 계단에서 이루어진다. 하나하나 쓰진 않았지만 트로이 뿐만 아니라 그 글에 나오는 인물들 대부분이 이런 곳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운하를 바라보거나 새에게 먹이를 주거나 몰래 술을 마셨을 것이다.



트로이와 알리사가 저런 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16

​​​​​

알리사는 기계벌레와 도스토예프스키, 불가코프에 대해 무슨 말을 했나, 항의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불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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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예전에 발췌했던 에피소드 중에 아파트 수도관이 터져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친구인 트로이의 집으로 피신 온 미샤의 이야기가 있었다. 두 토막으로 나누어 올렸는데 하나는 흠뻑 젖은 미샤가 트로이네 집으로 오는 이야기였고 다음 얘기는 잠든 미샤를 바라보는 트로이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링크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5524 (수도관 터진 날, 푸쉬킨,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주어진다)
http://tveye.tistory.com/5783 (깊은 잠, 멈춘 육체)



그 파트는 사실 트로이와 미샤가 처음으로 밤을 보내고 육체적 관계를 맺는 순간을 그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행복한 순간이었겠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그 직후의 이야기이다(공개 블로그라 자기 검열에 의해 둘의 불꽃튀는-ㅋㅋ- 장면은 건너뜀) 덜컥 관계를 맺어버린 후 트로이와 미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사실 내겐 그들의 잠자리보다 이 순간이 더 중요했다.



실지로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어떤 이야기와 단어와 표현조차 그 순간의 트로이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샤라면, 그는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말은 믿을 수 없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작가로서의 나는 오직 그의 말만을 믿을 수 있다. 웬 횡설수설이냐고? 어쩔 수 없다. 애초부터 작가란 거짓말쟁이이며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인간이다.



발췌한 에피소드 아래에는 이 글을 쓰던 당시 내가 사적으로 남겼던 메모를 첨부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한참 후 미샤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의 팔에서 빠져나갔다. 침대에서 내려가 방을 나갔다. 트로이는 잠깐 동안 어둠 속에 누운 채 두려움에 잠겼다. 그가 떠나 버릴까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봐. 그 두려움이 너무 생생하고 강렬해서 어지럽고 욕지기가 났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일어나 침실 밖으로 비틀거리며 나갔다.



 미샤는 가버린 게 아니었다. 그는 부엌에 있었다. 식탁 구석에 오랫동안 놓여 있던 미지근한 과일주스를 팩 째로 마시고 있었다. 달착지근한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 애였으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트로이는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 안을 뒤져 맥주 한 병을 찾아냈다. 막 뚜껑을 따고 들이키려는데 미샤가 병을 빼앗아 크게 두 모금 마시고 돌려주었다. 트로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 넌 마시지 마. ”



 “ 왜? 미성년자도 아닌데. ”



 “ 찬바람 맞고 왔잖아. 투어도 가야 한다면서. ”



 “ 폐렴에라도 걸릴까봐? ”



 트로이가 맥주 대신 물을 따라 주자 미샤는 컵을 들고 침실로 돌아갔다. 트로이는 술병을 거꾸로 들어 끝까지 다 마셨다. 차가운 알콜이 목구멍을 타고 뱃속까지 단숨에 흘러내려갔다. 하지만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는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며 침실로 갔다. 차가운 술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고 툴툴거리긴 했지만 미샤는 모포를 찾아내 몸에 두르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벽에 기댄 채 넓은 침대에 앉아 있는 미샤는 더 이상 격렬하게 그를 포옹할 때처럼 대담하고 강해 보이지 않았다. 사원을 기어오르던 악마도, 끝없이 그를 몰아대며 끌어당기던 젊은 폭군도 사라졌다. 부스스하게 뒤엉켜 사방으로 치솟은 검은 머리칼을 갸름한 얼굴 주위로 종려나무 잎사귀처럼 드리운 채 보풀 어린 모포로 어깨를 감싸고 사춘기 소년처럼 사지를 늘어뜨리고 앉아 트로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눈이 어둠 속의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게 빛나고 있었다. 트로이는 침대 위로 올라가 그의 어깨를 안고 베개 위로 눕혔다.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이런 거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



 길 잃은 아이처럼 우울한 목소리였다. 미샤는 베개에 이마와 눈을 파묻고 몸을 웅크렸다.




 충격을 받은 게 당연해. 무경험, 친구의 배신, 충격.


 아니, 사회 윤리와 법률 위반도 있지. 발각되면 체포당할 짓이니까. 넌 항상 그런 규율과 질서를 경멸하는 것처럼 굴지. 하지만 어쩌면 넌 그렇게 강하지 않을지도 몰라.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야. 넌 아직 애에 지나지 않아. 얕보이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는 애. 그런 상황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어린애. 그건 강간이나 마찬가지였을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한 거야.




 트로이는 공포를 억누르려고 애쓰며 떨리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 네 잘못이 아냐. 내가 그런 거니까. 넌 아무 것도 몰랐잖아. ”




 “ 네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 ”



 알리사와 마찬가지였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알아차린 것이다. 미샤는 언제부터 알았던 걸까?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알리사는 조교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어쩌면 그의 표정과 태도 전체에 선명하게 낙인이 찍혀 드러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오랫동안 감추려고 애썼는데.



 미샤가 눈을 들어 충격에 잠긴 트로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 다른 애들은 모를 거야. 난 같이 자는 남자들이 많아. 보면 알아. ”



 “ 그럼 다른 것도 알았어?"



 그는 차마 ‘내가 널 원했던 것도 알았어?’ 라고 대놓고 묻지 못했다. 다시 두려움이 솟구쳤다.



 “ 몰랐어. 알고 싶지 않았어. 어쨌든 너와는 자고 싶지 않았어. ”




 “ 교회 첨탑 같아서? ”



 트로이는 억지로 농담을 짜냈다. 미샤는 웃지도 않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 파트너나 친구와는 자는 게 아니니까. 신뢰가 사라지잖아. ”



 “ 난 나보다 널 더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야. ”



 “ 네가 그렇다는 건 알아. ”



 미샤는 그의 얼굴에 뺨을 마주대고 여전히 우울하게 말했다.



 “ 파트너는 바꿀 수 있어. 친구는 그게 안 돼. 내게 친구는 너 하나 밖에 없어. ”



 “ 주위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쩌고. 극장 동기들은, 이고리는, 타냐는? ”



 “ 친구는 잘 사귀지 못해. 난 사람들을 믿지 않아. ”



 처음으로 트로이는 미샤의 완벽하게 서늘하고 우아한 아름다움 너머로 깊게 일그러지고 오그라든 어둠을 보았다. 어둠. 불. 추락. 크세니야가 했던 말. 불을 뿜으며 떨어지는 아이. 모스크바 역 좁은 의자에 앉아 공포에 질려 있던 소년.



 “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한데. ”



 그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팔 안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미샤의 몸에는 아직도 열기가 남아 있었다.



 “ 세상이란 게 뭔데. 소비에트 연방?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




 
 그는 키로프라고 하지 않고 마린스키라고 했다. 레닌그라드 대신 페테르부르크라고 얘기한 것처럼.



 “ 우리 주위의 모든 것. 전부. ”



 “ 레닌그라드.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트로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레닌그라드. ”



 그는 미샤가 이 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의 깊이에 전율했다. 물 위에 돌로 지어진 도시, 학살과 절망의 도시, 피와 바람의 도시, 허위와 모방의 역사로 가득 찬 옛 수도, 이제는 모스크바의 광휘에 밀려나 퇴색하고 있는 도시를 향해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2년 반 전 갈랴의 집에서 만난 이래 미샤는 단 한 번도 트로이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그럼 나는? ”




 “ 내가 널 잡는 게 아니야, 네가 날 잡아주는 거지. 그래서 나한테는 친구가 너 하나 밖에 없어. 너하고 나는 레닌그라드에 같이 있으니까. ”



 그는 미샤의 말을 절반쯤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지금껏 미샤를 이해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미샤 야스민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그의 내부에 있는 것이라곤 깊은 사랑과 욕망뿐이었다.



 가슴을 에는 듯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며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조용히 물었다.



 “ 누구든 사랑해본 적이 있어? ”



 “ 같이 자는 남자들은 많아. ”



 미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트로이의 목을 껴안고 따뜻하게 데워진 몸을 바짝 밀어붙였다. 한쪽 다리를 들어 트로이의 허리를 감았다. 엷은 갈색 털이 성기게 돋아난 트로이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애무하듯 쓸어내리며 턱을 들어 입을 맞췄다.



 키스를 잠시 멈췄을 때 미샤가 입술을 떼지도 않고 말했다.



 “ 좀 안아줘, 안드레이. 한번만 더 해줘. ”



 절망적이고 쓸쓸한 목소리였다. 불을 뿜으며 떨어지는 아이.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생명체. 낯선 인간. 하지만 트로이는 더 이상 그게 새로 온 존재인지 그들 이전부터 있었던 존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거라곤 ‘좀 안아줘, 안드레이. 한번만 더 해줘란 말과 ‘안드레이, 나 좀 잡아줘. 잠시만’ 이란 말이 똑같은 울림과 똑같은 깊이로 밀려나온다는 것뿐이었다. 파이프에서 검은 물이 빠져나오듯, 그렇게.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시트가 말려 올라간 매트리스 위를 구르며 다시 사랑을 나눴다. 아침이 되었을 때 트로이는 면도도 하지 않고 강의 노트를 챙겨 학교에 나갔다. 그가 나갈 때 미샤는 기침을 하면서 모포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파이프가 터져 엉망이 되었던 아파트는 예상 외로 다음날 곧 복구되었다, 레오니드 핀스키가 아는 수리공에게 보드카를 뇌물로 주며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샤는 3일 후 키예프로 투어를 떠날 때까지 트로이의 아파트에 머물렀다.





...







<2012년 가을의 메모 - 이 소설을 쓰던 무렵>




요즘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텅 빈 일종의 파이프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끔은 그 파이프 안으로 차가운 물이 들어와 위아래, 양옆으로 물결치는 것 같다. 그 물은 아주 차갑고 아주 검다. 주로 밤에 그렇다. 원래 밤이란 건 그런 시간이다. 


 
옛날에도 가끔 우울증에 시달렸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나 자신이나 주변과 타협하는 기술을 익히게 되면서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 그건 사실 해결의 기술이 아니라 회피의 기술이다. 파이프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오래 전 글을 쓸 때, 그리고 최근 다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난 동일한 인물의 입을 빌어서 한 인물의 내부와 외부에 오로지 어둠만이 존재하며 거기에는 어떤 정점도 어떤 바닥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고 우울한 일인지 이야기했다. 난 그 느낌을 안다. 그건 파이프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그 인물은 파이프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난 그 느낌을 안다. 


 
어쩌면 내가 다시 글을 쓰기로 했을때 비슷한 성향이지만 훨씬 더 사랑스럽고 부드러웠던 다른 인물, 이미 정교한 플롯이 짜여져 있던 다른 이야기를 되살리는 대신 그 음울하고 고통스런 인물을 데려온 것은 그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주인공은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치기로 한다. 재능을 배신하고 열망을 버린다. 다른 세계로 옮아간다. 그건 기만이며 일종의 회피, 비겁한 행위이다. 딱히 살아남기 위한 열정에서 나온 회피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말로 나쁜 건 어떤 식으로 행동하든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그를 이해한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지금껏 내가 만들어냈던 그 어떤 인물보다도 더. 물론 나는 그와 같은 재능이나 매력을 갖춘 예술가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


 
어쨌든 파이프가 되는 건 우울한 일이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건 더욱 그렇다.



2012.10.19




..








* 사진들은 모두 작년 여름과 겨울에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것. 마지막 사진은 푸쉬킨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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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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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7. 12. 00:05

아주 많은 빛 2016 petersburg2016. 7. 12. 00:05

 

 

지난 6월 24일.

세번째 숙소로 옮긴 날. 저녁에는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의 지젤을 본 날.

빛이 아주 찬란했고 뜨거웠던 날.

 

내 안에도 빛이 아주 많이 들어와서 흘러넘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라 사진들 몇 장 올려봄.

 

 

 

 

새들을 많이 봤던 날.

 

 

 

 

 

빛을 받으며 운하를 따라 걸었다. 온몸에 열기가 차올랐다. 그냥 뜨거워지는 열기였다. 땀이 나는 열기가 아니라.

 

 

 

 

여기는 전에 포스팅했던 '그' 빨간 다리 옆의 피자헛.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58

 

 

 

 

 

나는 언제나 보트나 배 위의 남자들에게 좀 끌리는 편이다. 이거 페티쉬인가, 흰 가운 입은 과학자에게 끌리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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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분명히 오늘이면 더위가 꺾인다고 했는데 여전히 덥고 해도 쨍쨍..

더위 달래려고 오늘은 이번 7월 사진이 아닌 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눈 대신 비...

날씨 좋을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사실 페테르부르크에 살게 되면 이런 날씨가 너무 잦다...)

 

얼어붙은 운하 위로 고인 빗물과 그 위로 비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그리고 이건 같은 날 저녁에 찍은 마린스키 극장(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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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7월 20일.

마린스키 극장에서 슈클랴로프의 라 바야데르를 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모이카 운하를 따라 쭉 걸어왔다. 밤 10시 반 즈음. 해는 다 넘어가고 어스름에 잠기고 있음. 이때 찍은 사진 몇 장.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이 보인다.

 

 

 

꽤 쌀쌀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수면에는 자잘한 물결이 쉼없이 일었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았더니(원래 플래시 쓰는 걸 안 좋아한다) 황혼녘이라 빛이 모자라서 사진이 다들 조금씩 흔들리거나 화질이 흐린 편이다. 근데 이게 또 황혼 즈음의 매력인 것 같다. (나만 그런 건지도)

 

 

 

 

 

 

 

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은 언제나처럼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웠다.

 

 

 

많이 걸어내려왔기 때문에 이삭 성당의 돔은 이렇게 점점 건물들 너머로 숨어들고..

 

 

 

이쯤에서 다리를 건너고..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검푸르게 변해가는 수면 위로 가로등 불빛과 신호등 불빛이 부드럽게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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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6. 1. 16:21

나도 보트 타고 운하 유람하고 싶다.. russia2015. 6. 1. 16:21

 

 

작년 7월, 페테르부르크.

백야 시즌. 찬란한 여름.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유람 중인 보트들...

물론 보트를 보면 손을 흔들어주며 지나간다 :)

 

 

 

 

 

 

 

운하 따라 쭉 걷다가 이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도 나오고...

 

 

 

이야 신나겠다..

 

현실은 업무에 찌들어 월요일과 사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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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1. 10. 21:57

그걸 본 게 아니라고!! 억울하다! russia2014. 11. 10. 21:57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도착한 다음날. 료샤가 호텔 로비로 와서 같이 산책하러 나갔다. 언제나처럼 그리보예도프 운하부터 시작해 궁전광장과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등지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운하를 따라 걸으며 나는 평소처럼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 내 눈을 사로잡은 저 배들..

 

사진 찍고 있는데 료샤가 옆에서 막 놀렸다.

 

료샤 : 너 딱 걸렸어~

 

나 : 뭐?

 

료샤 : 너 지금 저 남자 찍고 있는 거지?

 

나 : 무슨 남자?

 

료샤 : 저기! 웃통 벗은 남자! 

 

나 : 엥? 아니야, 나 저 보트들 찍고 있었어. 저기 '수다리'라고 이름 적혀 있잖아.

 

료샤 : 변명하지 마랏! 웃통 벗은 남자를 보고 있었어!

 

나 : 아니야! 저 남자는 네가 지금 말해줘서 발견했어! 나 원래 배들 보면 이름 보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료샤 : 숨길 필요 없어 ㅋㅋ 넌 어차피 타이츠 입은 남자들도 좋아하고

(이 자식은 맨날 그 망할 놈의 타이츠 타령 ㅠㅠ http://tveye.tistory.com/2979

이 자식에겐 발레 = 타이츠로 낙착 ㅠㅠ)

 

나 : 아악, 아니란 말이야!

 

료샤 : 타이츠 입은 슈클랴로프 좋아하잖아!

 

나 : 슈클랴로프를 좋아하긴 하지만 타이츠를 입은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료샤 : 그럼 벗은 것을...

 

나 : 아아 ㅠ 너는 왜 모든 대화가 이렇게 ㅠㅠ

 

.. 하여튼 억울했다. 나 정말 저 남자 보면서 이 사진 찍은 거 아니라고요..

 

근데 지금 보니 저 남자가 딱 가운데 있네!! '수다리'(러시아어로 '나리님' 정도랄까)라는 이름 간판 붙은 보트는 왼편 하단으로 밀렸고...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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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9. 4. 21:39

백야, 페테르부르크 russia2014. 9. 4. 21:39

 

백야. 밤 11시 무렵.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삭 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하 따라 걸어오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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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밤 9시에서 10시 무렵.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맞은편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 근방에서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면 마린스키 극장까지 도보로 갈 수 있다. 며칠 동안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혼자 운하 따라 걸어서 극장을 오갔다. 한두번은 버스를 탔지만.

 

여름날 밤에 부드러운 빛과 희미한 어스름에 잠긴 운하를 따라 걷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공연을 본 후라면 더 그렇다.

 

힘든 한 주를 보내서 그런지 저 당시의 평온함과 충만한 기분이 그립다. 공연도. 친구와 함께 걸으며 얘기 나눴던 순간도.

 

다 좋은데 저렇게 운하 따라 걸어가다가 내가 사진 찍느라 정신팔린 순간 차가 갑자기 홱 나타나서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다.

 

다행히 료샤가 옆에서 어깨를 홱 낚아채 끌어당겨서 사고는 면했지만, 그 결과 두 가지의 괴로운 일이 있었다.

 

1. 료샤의 '이 멍충아! 바보야 얼간아..' 시리즈 폭격 (흐흑, 친구 맞나)

 

2. 키 크고 덩치 좋은 성인 남성이 순간적인 근력을 발휘해 힘없는 호빗 토끼(=나)를 낚아챈 결과 어깨에 큰 멍자국과 함께 다음날까지 왼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됨 ㅠㅠ

 

.. 다음날 료샤에게 그 멍자국과 팔 아픈 상태를 보여주며 1의 멍충이 시리즈 폭격을 취소하라고 야단쳤더니 '생명의 은인 앞에서 어쩌고,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운운' 하는 폭격을 또 맞아서 결국 매를 벌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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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의 운하 수면 사진 세 장.

 

이렇게 잔물결이 이는 운하를 따라 걸어가며 수면에 비친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곤 했다. 지금이야 그럴 수 없으니 사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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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14. 20:22

모이카에서 그리보예도프 운하로 russia2013. 5. 14. 20:22

 

 

요 며칠 동안 다시 페테르부르크 다녀오고 싶어하다 숙박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작년 가을에 다녀온 사진 보며 슬픔을 달래는 중. 모이카 운하에서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으로 쭈욱 걸어가는 길. 이 길 따라 쭉 걸어가면 스빠스 나 끄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이 나온다.

이 날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넘어왔는데 비오고 춥고 온통 회색빛의 거대하게 내리누르는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페테르부르크에 왔더니 날씨는 쌀쌀했지만 하늘이 맑고 햇살이 찬란한데다 황금빛 첨탑들과 파란 물결이 반짝이는 네바 강과 운하가 '어서 와, 다시 와서 반가워' 라고 맞이해주는 느낌이었다. 역시 마음의 고향 :) 모스크바 싫어!! (미안하다 모스크바야 근데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호텔에 짐 풀고 기어나와 해군성 - 네바 강변 - 에르미타주 - 겨울 운하 - 모이카 운하 - 그리보예도프 운하 - 카잔 성당 - 호텔 코스로 쭉 산책했다. 얼마나 행복하던지..

사진을 잘 보면 저 조그만 교각 아래로 유람 보트가 슬슬 나오고 있다.

 

 

 

 

 

이건 스빠스 나 끄로비 사원 뒷쪽에 있는 교각. 마침 신랑신부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아, 사진을 보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만 모락모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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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8. 14:09

판탄카 운하를 따라 걸어가며 russia2012. 12. 8. 14:09

 

네프스키를 따라 걷다 보면 대로를 교차하는 세개의 커다란 운하가 나온다. 궁전광장 쪽부터 시작해 모이카 운하, 그리보예도프 운하, 그리고 판탄카 운하이다.

모이카 운하변에는 푸시킨 박물관이 있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에는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과 돔 크니기가 있다. 그리고 판탄카 운하에는 아흐마토바 박물관이 있다.

판탄카는 네프스키 대로 중심가에 있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이곳에서 근교 도시 투어 호객꾼들이 엄청 시끄럽게 광고를 해댄다. 하지만 그런 호객꾼들과 혼잡한 교통을 제외하고 막상 운하변을 따라 걷게 되면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안나 아흐마토바 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후 페테르부르크에 가게 되었을 때 꼭 판탄카에 가 보시기를..

이때는 9월이었고 평일의 싸늘한 오전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바로 그 때다, 레트니 사드 갔다가 허탕친 날. 그래서 레트니 사드에서 뒤로 돌아나와 이 판탄카 운하를 끼고 쭈욱 걸어 네프스키 대로로 나갔었다.

위 사진의 보트는 관광 투어 보트 :)

 

 

 

 

 

 

 

* 판탄카 다른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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