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 01:00
잿빛의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19. 3. 3. 01:00
밝고 선명한 색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페테르부르크 폴더에 백야나 한겨울, 석양이나 황혼녘 등 빛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 사진들을 올리는 적이 많긴 하지만, 사실은 이 도시 날씨가 원체 우중충하고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이렇게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뭐 이것 역시 이 도시다운 풍경이라 나름대로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역시 햇살이 날 때가 훨씬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날씨가 가장 흔하지만, 또 이렇게 꾸무룩한 날씨엔 보통 비가 오락가락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사진은 별로 안 찍게 된다. 이 날은 재작년 10월 초였는데, 이 동네에서 일년 중 통틀어 젤 날씨 안 좋은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휴가 내서 날아갔는데 머무는 내내 비가 왔다. 딱 이 날만 비가 안 오고 약간 파란 하늘이 보여서 카메라 들고 나가서 해군성 공원, 청동기사상, 네바 강변, 에르미타주, 그리보예도프 운하, 모이카 운하 등등 빙빙 돌며 산책했는데 역시나 중간중간 또 비가 오락가락했었다. 흐흑... (이날 나때문에 료샤랑 레냐도 안 좋은 날씨에 산책했음)
그래도 돌아오고 나면 그 순간들마저 그리워진다. (아니야, 꾸무룩한 날씨는 빼고 ㅠㅠ)
이때 갑자기 파란 하늘이 쫌 나타나서 사진 찍으며 좋아했지만... 1분도 안되어 다시 먹구름으로 가득차고 우중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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