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갔다가 네프스키와 리고프스키를 헷갈리고 말았다 russia2012. 12. 7. 13:20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어디서 퍼온 것. 리고프스키 대로 사진이 없어서..
지난번 러시아 갔을 때의 일이다. 모스크바에서 새벽부터 고속철을 타고 페테르부르크로 왔다. (고속철 탄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572
간신히 기차에서 내려서 역 밖으로 나왔는데...
여기서 나는 바보짓을 했다. 이 동네 잘 안다고 과신했다가 그만..
러시아 기차역이나 지하철역들은 라인에 따라 건물이 달라서 지하도를 통해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길을 건너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일본도 좀 그렇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기차역인 모스크바 역과 지하철역인 쁠로샤지 바스따니야(혁명 봉기 광장)는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길 건너에 있다는 걸 망각하고 말았다. 지하철을 탈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길을 건너 쁠로샤지 바스따니야 역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호텔까지 갈 수가 있었다.
보통은 트렁크 때문에 택시를 탔겠지만 페테르부르크는 살았던 곳이고 지리도 잘 아니까 그냥 버스 타고 내려서 걸어가도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 호텔 위치도 너무 잘 알았고.
난 기차역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 쁠로샤지 바스따니야 지하철역 쪽으로 갔어야 했다.
역에서 나와 사거리에서 고로드 게로이(영웅도시) 기념비, 바스따니야 탑 등을 보며 너무 당연한 듯 방향을 잡고 눈앞의 대로를 신나게 건너갔다. 만세, 삭막한 모스크바에서 벗어나 드디어 마음의 도시 페테르부르크에 왔다!
그런데 정류장에 갔더니 3번, 65번 등만 있고 내가 타야 하는 버스들인 7, 10이 없다. 혹시 더 내려가야 정류장이 있나 했지만 없다.
길은 엄청 넓은 대로인데 못보던 갈레리야 백화점이라는 거대 컴플렉스가 들어서 있다. 거의 2년 만에 왔으니 새로 생겼나보다 했다. 왜 이렇게 네프스키 대로가 낯설지? 보통 네프스키에 와도 이쪽까진 잘 안오곤 했으니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뿐이겠지.
가다가 주소판을 보니 두둥 여긴 리고프스키 프로스펙트!! 아악, 여기는 전에 친구들이랑 한국식당에 밥먹으러 오거나 공항 가는 미니버스 타러 왔던 곳... 네프스키 대로와 십자형으로 교차되는 대로!!!!
아, 이럴수가.. 내가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네프스키 대로를 못 알아보고 리고프스키로 왔단 말인가!!!!
이때쯤 너무너무 힘들었다. 가방도 너무 무겁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리가 후달렸다. 거대한 대로를 지나 거대한 횡단보도를 다시 건넜다. 갑자기 바람도 싸늘해지고 너무 추웠다. 해는 쨍했는데..
어쨌든 정류장에 갔는데 마침 트롤리버스 10번이 오길래 탔다. 다행히 짐 값은 따로 받지 않았다.
트롤리버스 타고 지나가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찬란하고 창 너머로 보이는 네프스키가 정말 반가웠다.
음, 난 역시 방향치였던 거야 ㅜㅜ
** 교훈 : 아는 곳이라고 방심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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