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일요일 밤 : 이젠 추위를 견디기 힘들구나, 피곤한 꿈, 안개와 회오리, 쓰는 중 fragments2023. 12. 17. 20:29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오늘은 그래도 쉬는 날이라 다행인데 내일은 새벽에 출근해야 하니 벌써부터 몸이 떨리는 느낌이다. 껴입을 옷들을 이것저것 꺼내고 장갑을 챙기면서 한숨이 절로... 옛날엔 이렇게까지 추위를 타진 않았는데. 내가 겪었던 가장 심했던 추위는 오랜 옛날 페테르부르크의 1월 초순 무렵, 영하 30도까지 내려갔던 때였다. 그때는 너무 추워서 콧속이 얼어붙어 빠직빠직 소리를 내는가 하면, 오래된 버스가 엔진이 고장나서 중간에 멈춰서버리고 승객들은 꽁꽁 언 운하변에서 모두 내려야 했었다. 그런데! 겨우 영하 10도 안팎의 이런 날씨가 지금 더 견디기 힘들다. 역시 노화의 증거야 흑흑. 그 이후로는 러시아도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페테르부르크가 영하 30도까지 내려갔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근데 또 며칠전 모스크바에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가 나오고...
새벽 늦게 잠들었는데 오늘도 6시 좀 넘어 깨버렸다. 주말엔 맘편히 늦잠 자고 싶은데 매일의 노동 습관 탓에 잘 안된다. 한참 뒤척이다 도로 잠들었는데 이렇게 새잠이 들면 항상 뒷머리가 무겁고 피곤하다. 꿈도 이것저것 꾸고.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주 진짜같은 업무와 노동, 동료들과 사무실에 대한 꿈이었던 것 같다. 아, 조금 생각났다. 분명 일찍 출근했는데 출근 태그가 안되어 있어 pc를 켰더니 이상한 바이러스를 먹어서 엉망이 되어 있고... 다른 사무실로 가려고 했는데 상당히 높은 난간을 넘어가야 해서 쩔쩔 매고 등등. 아아 이 정도만 떠올라도 피곤하다.
책을 읽고 좀 쉬고 글도 좀 썼다. 이제 올해도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여러 모로 힘들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다. 앞날도 역시 안개와 회오리 속에 갇혀 있고. 1월에는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크게 있을텐데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심란한 나날이다.
이번주도 바쁘다. 주중에 최고임원께 내년 사업계획 보고도 드려야 한다. 이번주는 그게 가장 신경쓰이는 일정이다. 그렇게까지 걱정되진 않았었는데 지난주에 헤드쿼터 본부를 맡고 있는 선배 본부장이 하도 신랄한 얘기를 쏟아놓아서 이제 많이 신경이 쓰인다. 그게 어디까지가 최고임원의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이분 개인의 생각인지는 모르겠다만. 하여튼 내일은 그 보고자료를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해야 하고 며칠 동안 자리를 비웠던 직속상사가 돌아오시니 그분께 그간의 여러가지 난리법석에 대해서도 공유를 해드려야 한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우니 안그래도 부족한 출근 의욕이 더더욱 바닥... ㅠㅠ 나도 이렇게 추울 땐 재택근무를 해보고픈데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불가능.
그래도 글을 조금 쓰다가 자려고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하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이 글에서 미샤는 보통 때보다 조금 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1인칭도 아니고 또 대화 상대가 애인이나 친한 친구도 아닌데. 그에게는 드문 일이다. 아마 마냐 때문인 것 같다.
꽃 사진 몇 장 더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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