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 빛의 도시 russia2023. 9. 10. 19:23
어제 새 달력을 만들면서 집어넣었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대충 손에 잡히는대로 2015년 사진 폴더를 열어서 겨울 사진 세 장과 여름 사진 한 장을 넣었다. 2월과 7월. 저때가 이미 8년 전이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저 이후에도 코로나와 전쟁 전까지는 매년 갔었는데.
맨 위 사진은 꽁꽁 얼어붙은 모이카 운하와 페테르부르크 특유의 난간, 돌바닥. 이 운하를 따라 많이 걷곤 했다. 이 운하는 붉은 교각과 푸른 교각,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 옆을 지나 마린스키 극장 쪽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에게 이 운하는 언제나 미샤의 운하이다. 마치 판탄카가 트로이와 알리사의 운하이듯.
청동기사상. 이 도시에 도착하면 언제나 시인과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 마음속에서야 시인이 당연히 먼저이지만 숙소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순서가 달라진다. 이때는 네프스키 중간에 있는 에브로파 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시인을 먼저 보러 갔었다. 그러나 이후 나는 에브로파보다는 아스토리야에 묵게 되었고 순전히 지리적 이유 때문에 시인보다는 황제를 먼저 보러 가게 되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네바 강. 살을 에는 듯 추웠지만 그래도 해가 쨍하고 나서 온통 새파랗고 새하얗고 금빛이었던 날이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너무나 고되지만 이런 날씨만큼은 그립다.
그리고 이건 7월.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여기는 오랜 옛날, 내가 무지하고 어리고 순수하던 시절 맨 처음 페테르부르크에 왔을 때, 첫 주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시내에 나와 처음으로 마주친 공원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항상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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