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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379

  1. 2024.10.25 10.24 목요일 밤 : 어두운 아침의 카페, 챈들러, 윗동네 투어, 중식당과 왕대형, 교훈을 얻는 토끼, 카페 많이, 남은 여행은 2
  2. 2024.10.25 백스테이지 카페 Skalvija 지점
  3. 2024.10.25 바닥분수 맞은편 후라칸, 독서
  4. 2024.10.25 BREW. Specialty Coffee (다른 동네)
  5. 2024.10.24 몬에서 수퍼 치즈 샌드위치 아침
  6. 2024.10.24 10.23 수요일 밤 : 아침의 행복, 후라칸 야외 아점, 결국 스카프 샀음, 카페들, 밥, 여행은 하루하루 좋음 2
  7. 2024.10.24 몬 mon. + 야외와 콤부차
  8. 2024.10.24 이딸랄라에서 쿠야와 독서
  9. 2024.10.24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카페 Augustas & Barbora love story café
  10. 2024.10.23 리가 파편 : 로비 윌리암스 <Feel> + 나나나나 노래
  11. 2024.10.23 10.22 화요일 밤 : 토요일 같은 여행, 엘스카와 슈가무어, 마음 속 깊은 고마움, 유레카와 디페쉬 커피, 조식 딜레마
  12. 2024.10.23 슈가무어 애프터눈 티 2
  13. 2024.10.23 엘스카, 두 개의 테이블과 두 개의 잔
  14. 2024.10.22 10.21 월요일 밤 : 꿈, 오늘도 카페들, 연어 샤실릭, 실력자 산드라, 좋아져버린 구시청사 앞 2
  15. 2024.10.22 늦은 오후 엘스카 4
  16. 2024.10.22 후라카나스의 후라칸
  17. 2024.10.22 커피 스펠 Coffee Spells, 카페 외의 다른 것들
  18. 2024.10.21 10.20 일요일 밤 : 감기기운으로 쌍화차, 계획은 지켜지지 않는 것, 공부 카페와 이딸랄라, 계란밥과 김칫국, 일찍 들어옴
  19. 2024.10.21 이딸랄라 호지차
  20. 2024.10.21 공부 카페 BREW + 정정 :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
  21. 2024.10.20 커피와 차
  22. 2024.10.20 10.19 토요일 밤 : 생각보다 쌀쌀, 필리에스 거리, 가게 구경, 스시롤과 짠 미소, 공원에서 책 읽음(맛없는 라떼랑) 2
  23. 2024.10.20 토요일 오후 엘스카
  24. 2024.10.19 추울 때 들어가는 에스케다르
  25. 2024.10.19 10.18 금요일 밤 : 일 때문에 새벽에 일어남, 카페와 카페 사이들, 토끼굴이 무서운 토끼, 토마토 홍합 점심, 아쉬움 2

 

 

 

오늘은 여행 온 이래 가장 부지런했던 하루였다. 아침 8시 안되어 일어났고 목욕을 한 후 845분에 방을 나섰다. 호텔 조식 대신 어제 갔던 카페 mon.에서 아침을 먹어보기로 했다.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이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가끔 들르는 곳이라고 하여 일찍 조우해보기로 함.

 

 

날씨는 흐리고 우중충했다. 어제 바람 불어서 떨었던 기억 때문에 몇겹으로 껴입고 기모 스타킹을 신고 코트에 새로 산 스카프까지 두르고 나왔기 때문에 별로 춥지는 않았지만 기압이 낮고 몸이 무거워지는 날씨였다. 비온다는 예보는 없었지만 보키에치우 거리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가느다란 비 몇 방울이 천천히 떨어졌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게디미나스 대로와 빌니아우스 거리, 보키에치우 거리 등 도로와 넓은 거리를 걷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출근 시간대의 게디미나스 대로는 차들로 붐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대로에 차들이 밀려 있는 걸 처음 봤다. 흐려서 길은 어둑어둑했다. 페테르부르크에서도 그렇고 물론 서울에서도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또 다른 느낌이기도 했다.

 

 

어둑어둑한 아침이면 일찍 연 카페들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들이 가장 매혹적이다. 사진은 몬 카페로 가는 길에 찍은 카페인의 창문. 엄청 들어가고 싶게 생겼다!

 

 

이런 풍경을 보면 챈들러가 생각난다. 챈들러는 <기나긴 이별>에서 늦은 오후/이른 저녁의 바가 좋다는 이야기를 등장인물의 대화를 빌어 굉장히 멋지게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여서 오후의 한적하고 따스한 바에서 칵테일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한다. 바에 대한 이러한 나의 기분을 카페로 치환하면 아마 그건 이런 어두운 아침의 불빛이 어른거리는 카페에 대한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예전에도 두어 번 발췌했지만 다시 올려본다.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이건 읽어도 읽어도 명문임.

 

 

“I like bars just after they open for the evening.  When the air inside is still cool and clean and everything is shiny and the barkeep is giving himself that last look in the mirror to see if his tie is straight and his hair is smooth.  I like the neat bottles on the bar back and the lovely shining glasses and the anticipation.  I like to watch the man mix the first one of the evening and put it down on a crisp mat and put the little folded napkin beside it.  I like to taste it slowly.  The first quiet drink of the evening in a quiet bar that’s wonderful.”

 

 

발걸음을 재촉해 상당히 긴 빌니아우스-보키에치우 거리를 지나 미칼로야우스 거리로 접어들어 몬으로 갔다. 영원한 휴가님은 먼저 오셔서 더블 에스프레소를 시키신 후 내가 나눔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10>(줄여 부르는 제목)을 읽고 계셨다. 이 책에 대해서라면 할 얘기가 너무 많다 :)

 

 

몬에서 아침을 먹은 후 나왔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너무 졸려서 방으로 들어가 좀 눈을 붙일까 하다가 일찍 나온 게 아까웠고 영원한 휴가님이 집 근처 그릇 상가에 가셔야 하는데 그 근처에 자주 가시는 카페가 있다고 하셔서 따라갔다. 오르막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 며칠전 공원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타마고와 막시마를 발견했던 그 윗동네 쪽이었다. 그래서 나는 빌니우스의 관광지가 아닌 주택가와 회사와 상가가 있는 동네도 가보게 되었다. 빌니우스 주거지, 오피스 지대 투어라고 해야 하나 :) 그릇 도매상에도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용 식기와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다. 이 주변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묵었던 루스키 섬의 마린스키 극장 근처 아파트 지대를 조금 연상시켰다. 아래 사진이 그 식기 가게.

 

 

 

 

 

 

브루에서 나왔는데 아직 이른 오후였다. 날씨 때문에 너무 졸렸다. 좀 걸어가서 테이스트 맵에 갈 것인가 방에 들어갈 것인가 갈팡질팡하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여기가 중국대사관 근처라 근처에 중식당들이 있다고 하셔서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 식당은 Pekino Antis, 즉 베이징 덕이라는 곳인데 내부 스타일이 정말 서울의 우리 회사 근처의 자주 가는 오래된 중식당이랑 닮아서 친근했다. 외관은 이렇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큰 덕을 보고 영원한 휴가님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가는 길에 영원한 휴가님은 옛날에 여기서 중국인들 중 좀 대형같은 스타일의 음식점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얘기를 해주셨다. 그런데 그분이 이 식당 사장이었다. 우리가 막 들어갔을 때는 런치타임이라 자리도 거의 만석이었다. 안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장 아저씨가 막 나가려다 우리, 정확히 말하면 영원한 휴가님을 발견했고, 영원한 휴가님은 유창한 중국어로 아저씨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 아저씨는 엄청 사근사근하고 친절했다. 옛날에 만난 건 기억을 정확히 못하는 것 같았지만 중국어를 너무 잘하는 영원한 휴가님 때문에 반가우셨던 건지 아주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하고는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시고(나는 못 알아듣고 ㅎㅎㅎ) 우리는 런치 메뉴 먹으려 했는데 그러지 말고 메뉴책에서 하나 골라서 밥이랑 먹어. 내가 살게라고 하심. 그리고는 실제로 메뉴책을 가져와서 우리가 고를때까지 기다렸고 좀 매운 거 얘기하다가 소고기 코너에서 SICHUAN BOILED BEEF (水煮牛肉)를 고르자 (아니면 사장님이 추천해준건가... 영원한 휴가님이 고르신 것 같음) ‘후회하지 않을 것이야~’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점심을 공짜로 먹었다! 이게 다 영원한 휴가님의 은덕이 아닌가! 유창한 중국어! 인덕! 감동!

 

(제목의 왕대형은 그 사장님에게 내가 붙인 이름. 왕씨라고 한다)

 

 

 

 

 

 

이것이 그 메뉴. 좀 간이 세서 짜긴 했지만 매콤했고 야채도 꽤 들어 있어서 밥이랑 맛있게 먹음. 흑흑 감동과 동시에 부러움과 존경으로 가득참. 우왕 외국어 왜 이렇게 잘하시는 것인가... , 나도 분명히 고등학교, 대학교 때 중국어 아주 조금 했는데 왜 하나도 모르고 ‘친구’, ‘한국인’, ‘고마워요’ , ‘광저우 밖에 못 알아듣나 엉엉... 너무너무 멋있다. 이 에피소드의 교훈은 ‘외국어를 잘하면 가다가 밥이 나온다!’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읽다 보면 잭 런던의 틀니 에피소드에서 어떤 일에서 교훈을 얻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다른 에세이에서도 자기는 뭔가 교훈 찾기를 좋아한다고 함- 사실 나도 좀 그런 편이다. 그래서 오늘도 교훈을 얻고..)

 

 

 

 

 

 

아침 일찍부터 점심까지 계속 함께 새로운 동네 투어와 중식당까지 함께 해주신 영원한 휴가님은 타마고로 빠지는 골목에서 나와 헤어졌다. 넘넘 감사했다. 나는 테이스트 맵과 엘스카, 숙소 중 고민하다(원래는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려 했는데 버스가 막 떠나서) 지난번의 루트를 따라 공원을 가로질러 엘스카에 갔다. 위 사진은 공원 가는 길. 엘스카는 1층은 꽉 차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2층은 자리가 있었다. 무지개 테이블 하나짜리에 앉아서 설탕 넣은 카푸치노와 비건 브라우니를 시켰다. (짭짤한 중식 점심 때문에 또 단게 먹고 싶어짐) 이리하여 나는 엘스카의 비건 디저트 4종을 모두 클리어하게 되었다. 브라우니는 뭐 비건이라 그냥 그랬다. 땅콩케익이 제일 맛있었던 걸로... 엘스카에서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사진을 좀 정리했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찍 나올 때 몬에 갔다가 다시 들어올 것 같아서 청소해 주세요를 걸어놓지 않고 나왔는데 3시까지 걸어놓으면 청소를 해주기 때문에 얼른 방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남이 맨날맨날 내 방 청소해주는 기회가 이제 별로 없을 거잖아' 하며) 3시 직전이었기 때문에 양치질을 하고 하루키 잡문집만 집어넣고 도로 나와서 게디미나스 대로를 가로질러 바닥분수 근처의 후라칸에 가서 책을 읽었다. 그 얘기는 따로 썼으니 생략.

 

 

후라칸에서 나와 맞은편 리미에 갔다. 이 리미는 처음 가보는데 지하에 있었고 원래 가던 리미보다는 작았다. 물만 두 병 샀는데 무거웠던 고로 또다시 숙소에 들러 물을 내려놓았다. 이때가 430분 정도였다. 피곤하긴 했지만 여행이 다 끝나가기도 하고 너무 아쉬워서 숙소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백스테이지 카페 분점에 갔다. 이곳은 추억의 코아아트홀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다. 여기서는 오늘의 사진들을 정리했다. 오늘 카페를 5곳이나 클리어해서 기록을 세움.

 

 

6시쯤 방에 돌아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씻었다. 그리고 오늘의 메모를 다 적으니 또 열시가 되었네! 오늘부터 가방을 좀 꾸려볼까 했는데 내일로 미루려고 한다. 정말 가방 꾸리는 건 너무너무 싫다 흐흑...

 

 

내일은 원래 해가 난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그사이 예보가 바뀌어서 또 계속 흐리다고 나옴. 흐흑... 윗동네 카페도 가봤으니 이제 남은 사흘 반 동안은 여유 있게 보내려고 한다(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음) 엘스카, 이딸랄라, 후라칸 중 한두곳 정도. 그런데 예기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되는게 여행이니까 또 모르지. 아니면 오늘 빡세게 다닌 결과 내일이나 모레는 방에서 뻗어있을지도 모르지만... 아까워... 이제 월요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해 엉엉...

 

 

오늘은 13,808. 8.2킬로. 빌니우스 와서 제일 많이 걸은 것 같은데 긴가민가. 제일 많이 걸었거나 두 번째로 많이 걸었음.

 

 

엘스카 사진 두 장으로 마무리. 오늘은 엘스카에 잠깐만 앉아 있었던 터라 사진도 두 장만.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25. 03:00

백스테이지 카페 Skalvija 지점 2024 riga_vilnius2024. 10. 25. 03:00

 
 


빌니우스에서 '인기많은' 카페란 의미에 따라 좀 달라지겠지만,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는 백스테이지 카페는 확실히 그 축에 속한다. 갈때마다 자리가 없다. 재작년 여름에는 할레스 투르구스 시장에 갔다가 그 카페에 갔을 때 북적이긴 했어도 자리를 잡았었는데. 그때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그 사이 여기가 더욱더 인기많은 카페가 된 건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2년 전 갔을 때의 느낌은 '오 좋긴 한데 엄청 북적대네. 근데 디저트는 그렇게까지 맛은 없는데... 좀 힙한 스타일이긴 하네' 정도였기 때문에 이 인기의 이유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 랩탑 등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고 또 단골들이 자기들만의 분위기 때문에 좋아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나의 정보들과 유추는 대부분 최고의 정보제공자인 영원한 휴가님으로부터...)


 
하여튼 몇차례나 백스테이지 카페에 가보았으나 가는 족족 실패했고 결국 나는 짜증이 나서 '아니 여기 내가 엘스카나 이딸랄라만큼 맘에 드는 곳도 아닌데 맨날 만석이고... 어차피 여기서 브런치 먹을 것도 아닌데-여기는 특이하게 김치 오믈렛이 브런치 메뉴에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름. 좀 궁금하긴 했음- 디저트가 맛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안 가, 백스테이지!' 하고 삐쳤다.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지금 숙소인 네링가 근처 영화관에 백스테이지 2호점이 있어요' 라고 알려주셨다. 아니, 도보로 5분 거리! 엘스카보다 조금 더 가까움! 심지어 길도 안 건넘. 호텔에서 나와 약간만 올라가다 코너로 돌아 쭉 걸어가면 영화관 건물이 나오고 거기 1층 입구 복도 쪽에 조그맣게 백스테이지 카페 Skalvija 지점이 있었다(저게 영화관 이름인 것 같음) 그래서 오늘 후라칸에서 나왔다가 방에 들러 책을 바꾼 후 여기에 가보게 되었다. 오늘 카페 5곳 기록달성. 역시 아침에 일찍 나와야 하는구나. 일어나는 건 비슷하게 일어났지만 후다닥 나갔더니만... 

 

 
여기는 보키에치우의 원래 백스테이지 카페와는 많이 달랐다. 그냥 극장 카페였다. 거기에 브랜드를 가져온 정도? 강아지 얼굴 로고랑 메뉴 일부는 비슷했지만 분위기 자체는 전혀 달랐다. 매우 한적했다. 원 지점에 비해 디저트도 별로 없고 음식은 아예 없었다. 시나몬 번, 라임파이, 크림 많이 얹은 캐러멜 케익 같은 것만 좀 있었다. 여기는 오랜 옛날 내가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종로의 코아아트홀을 연상시켰다. 코아아트홀, 시네코아, 동숭아트센터 영화관을 많이 다녔는데 그중에서도 코아랑 제일 많이 닮았다. 영화 시작 얼마 전이었는지 그때쯤 나이 지긋한 부인들이 두세분씩 오셔서 앉아계시다 또 금세 비었다. 여기 앉아 있으니 그 오랜 옛날, 수많은 영화를 보러 다녔던 시절, 별로 하는 일도 없지만 그때는 세상에서 제일 진지하고 심각한 인간이 되어 종로 거리를 쏘다녔던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사진 몇 장. 보기엔 그냥 그래보이는데 의외로 편안했다. 이 건물은 네리스 강변에 면하고 있어서 창 밖으로 버스와 차들이 지나다녔다. 그래서 더 코아아트홀이나 종로 느낌이 났나... 구시가지 내의 카페들은 그런 느낌이 아니니까. 
 


 
 

 
 

나는 저 단 위의 창가 테이블 중 하나에 앉았다. 
 

 
 

 
 
 
 

 
 

 
찻잔을 엎어서 줬는데 그저께 내가 엘스카에서 봤던 더블 에스프레소 잔의 상표를 기억 못해서 우왕좌왕했던 게 생각나서 '어 그 브랜드네' 하고 재밌어서 찍어둠. 근데 내 스타일은 아니긴 하다. 

 
 
 

 
 

 
데이지 차를 시켰다. 카페인 든 음료는 더 못 마실 것 같아서. 허브 차가 메뉴에 있어서 뭐뭐 있냐고 물어봤더니 페퍼민트, 데이지, 루이보스로 시작해 센차, 겐마이차, 블랙티 등등 이어지길래 데이지 주세요 함. 국화차 맛이었다. 생강차도 있었는데 그건 아침에 브루에서 마셨으므로 이걸 택함. 양이 많아서 절반만 마심. 

 
 
 

 
 

 
영화 정보지나 리플렛(..로 추정)과 엽서, 그리고 아이들 색칠놀이가 있었다. 

 
 
 

 
 

 
이건 창가에 콘센트가 당당하게 '나를 쓰세요!' 하고 놓여 있어서 기특해서 찍어놓음. 보키에치우 백스테이지에는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콘센트도 많다고 함. 하여튼 내 폰도 얼른 여기서 충전함. 


 
 

 
 


 
이건 나오면서 찍음. 이게 영화관 입구. 




** 2년 전 보키에치우의 백스테이지 카페 얘긴 여기. 근데 그때도 막 큰 인상 남긴 건 아니었는데 왜 맨날 만석인가.



빌니우스 카페 3  : 백스테이지 카페 Backstage Cafe - https://tveye.tistory.com/m/11639

빌니우스 카페 3  : 백스테이지 카페 Backstage Cafe

가뭄에 콩나듯 띄엄띄엄 올리고 있는 빌니우스 카페 시리즈 세번째. 백스테이지 카페(Backstage Cafe) 백스테이지 카페도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다. 이 거리는 널찍하고 기다랗게 뻗어 있는데 중간에

tveye.tistory.com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25. 02:38

바닥분수 맞은편 후라칸, 독서 2024 riga_vilnius2024. 10. 25. 02:38

 

 

 

게디미나스 대로, 내가 머무는 숙소 근처에도 후라칸이 하나 있다. 대성당 광장 방면 토토리우 지점 말고 반대방향의 큰 공원(며칠 전 내가 가서 책 읽었던 곳)과 바닥분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건물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음. 후라칸도 대부분 건물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베로 카페도, 카페인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이 예전에 자주 들르던 곳이라 하시기도 했고 또 후라칸은 지점마다 특색이 있는 것 같아서 한번 가보았다. 여기는 오늘의 네번째 카페였다. BREW에서 나와 엘스카에 잠깐 들렀기 때문이다. 

 

 

창가에 앉으면 바닥분수를 볼 수 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땐 그쪽 자리들은 다 차 있었다. 이 지점은 뭔가 구석구석 미로처럼 되어 있었다.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건 새벽의 문 후라칸과도 좀 비슷한 구조였지만 거기는 좀더 널찍하고 흰색이라 더 밝았고 여기는 뭔가 좀 썰렁하고 휑한 느낌이었다. 이 지점의 가장 큰 특징은 벽면의 레코드 장식들 정도. 나는 맘에 드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테이블이 조금 높긴 했는데 의자는 편했다. 이미 아침부터 가향 홍차, 생강차, 그리고 엘스카 카푸치노까지 마시고 왔기 때문에 여기서는 콤부차를 마셨다. 체리 향 비슷한 맛이었는데 긴가민가. 

 

 

내 옆쪽 창가 테이블에는 인도 출신으로 보이는 남자가 랩탑을 놓고 일하고 있었다. 빌니우스에는 인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은근히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도 많다. 본격적 관광지가 아닌데다 규모가 작은 도시라 어떻게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다만 그래도 EU니까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맞은편에는 대학생 같은 남녀가 앉아 랩탑을 펼쳐놓고 떠들썩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꼭 조별 발표 준비하는 애들 같았다. 그런데 옷걸이가 그쪽에만 있었고 첨엔 남자애 하나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내 코트를 걸어놨다가 점점 학생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엥 내 코트 못 꺼내겠네' 싶어서 학생 하나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얼른 가서 '미안미안합니다~' 하며 옷을 가져와야 했다. 

 

 

여기서 나는 너무너무 졸렸다. 오늘 일찍 일어나 보키에치우 쪽까지 좀 빨리 걸어가서 카페 아침을 먹었고 종일 돌아다니며 마시고 먹고 한데다 날씨가 매우 흐리고 짓누르는 느낌이라 그랬나보다. 그래서 여기서는 책 보다가 사진 정리하다가 졸았던 기억이 가장 크다. 

 

 

여기서 챙겨온 하루키 잡문집을 다 읽었다. 이래서 한국어로 된 책들은 (몇권 안 가져왔지만) 전부 다 재독 완료. 책을 다 읽은 후 바닥분수 후라칸에서 나왔다. 

 

 

 

 

 

 

 

 

 

이건 입구에서 가까운 다른 공간. 이 후라칸은 공간별 테이블 배치가 뭔가 좀 뻘쭘하다. 날씨가 꾸무룩해지고 추워져서 야외테이블은 다 접어두었다. 참, 이 후라칸에도 그 후라카나스는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하루키 잡문집도 빌니우스에서 이 카페 저 카페 다녔음!! 좀 무겁고 두꺼워서 스트루가츠키의 10억이나 미운 백조만큼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까운 카페들과 심지어 공원에도 같이 갔다. 

 

 

 

 

 

 

이 파트는 내가 좋아하는 얘기라 찍어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는 내 취향이 아니고 글을 쓰는 시선도 100% 일치하는 건 아니다만 방과 밀실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항상 마음에 와닿는다. 

 

 

 

 

 

나와서 한 컷. 7시에 오픈한다고 적혀 있는 것 같다. (아닌가 7유로 어쩌고인가? 매일 아침 7시라고 적혀 있는거 같긴 한데... 아아 한달 가까이 있었는데도 리투아니아어 거의 하나도 몰라 엉엉 의지박약 언어능력 감퇴자...)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25. 02:21

BREW. Specialty Coffee (다른 동네) 2024 riga_vilnius2024. 10. 25. 02:21

 

 

 

여기는 빌니우스에서 내가 갔던 카페 중 반경 상 가장 멀리 있는 곳이다. algirdo 거리에 있는데 테이스트 맵보다 더 떨어져 있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거리 상 가장 멀리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길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체감 상으로는 가장 멀었음. 언덕길을 올라가서 걸어가면 나오는 주택가 쪽에 있다. 며칠 전 공원 언덕을 따라 올라가서 계란밥을 먹었던 '타마고'가 있는 윗동네인데 거기서도 좀더 걸어가야 한다. 테이스트 맵도 쭉 따라 걸어가면 나온다는데 여기서 나와서 테이스트 맵을 갈까 하다가 나는 엘스카로 갔다. 

 

 

이름이 낯익다면, 맞다, 그 언덕 올라가기 전에 갔었던 곳. 공부카페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공부카페는 그 옆의 카페인이어서 '아악 가짜 공부카페!'라고 나에게 매도당한 BREW의 로스터리 지점이다. 처음 갔던 브루 지점은 작고 좁고 좀 답답하고 특색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는 주택가와 회사 쪽에 있었고 공유 오피스 건물에 입주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쾌적했고 작업하기 좋은 조용한 카페였다. 영원한 휴가님이 자택과 가까운 곳이라 자주 오시는 곳이라고 한다. '몬'에서 아침을 먹은 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서(거리 이름은 기억 안남 ㅠㅠ N자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아닐지도 몰라) 그릇 도매상가에 잠깐 들르고 이후 조금 더 걸어가서 이 카페에 갔다. 가짜 공부카페라고 놀린 거 미안해요, 브루. 이 지점 덕분에 이미지 매우 만회하셨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 많이 보이는 스타일의 카페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도 그렇고. 혼자 와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일하는 손님도 그렇고. 하지만 우리 나라 카페에는 옷걸이가 없지. 오늘 여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나라도 점점 겨울도 길어지는데 카페에 옷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긴 근데 난 사무실에 옷걸이가 있어도 결국 코트랑 점퍼 전부 벗어서 내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긴 하지만...'이라고 말했다. 카페에 옷걸이가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자 영원한 휴가님이 한국 식당에서 뚜껑 열면 옷 넣을 수 있는 의자나 옷 넣는 통 얘기를 하셔서 '아앗 우리에게는 또 그런 것이 있지!' 하고 새삼 상기함 ㅎㅎ

 

 

여기는 약간 커피빈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좀 좋았던 시절의 커피빈. 난 별다방보다 콩다방을 좋아했었는데 갈수록 콩다방의 입지가 흔들리고 가격만 비싸지고 그냥저냥이 되어가서 아쉽다. 갑자기 콩다방에 대한 아쉬움으로 마무리. 이미지 쇄신한 브루 사진 몇 장과 함께.

 

 

 

 

 

 

오르막길 걸어올라오고 공구상가 들렀다 오는 길에 약간 추워진데다 치즈 샌드위치랑 홍차를 먹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강차를 주문했다. 꿀이 든 작은 병을 줘서 이때 이미 매우매우 점수를 높게 받으면서 가짜 공부카페의 (억울한) 오명 탈출. 근데 그러고보니 이 지점이야말로 공부카페란 말에 어울리는 스타일인데... 공부라기보단 작업카페. 꿀은 본 마망이었다. 본 마망 잼은 많이 먹어봤는데 미니 꿀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니, 전에 아스토리야에서 줬었나? 거긴 다른 브랜드였는데... 하여튼 생강차는 좀 싱거웠다. 전에 커피도 그랬고 전반적으로 음료가 좀 싱거운 것 같다만 꿀 따로 줬으니까 괜찮아. 

 

 

 

 

 

 

 

안쪽에 로스터리가 있었다. 원두 자루도 많이 쌓여 있음. 

 

 

 

 

 

여기서도 인증된 10억 책.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의 플랫 화이트는... 설탕을 넣고 너무 힘차게 휘저으셨는지 철퍽 쏟아짐. 달리의 라떼 아트 같다고 하셔서 웃었다. 근데 막상 설탕이 다 녹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데 설탕 넣으면 정말 잘 안 녹음. 처음부터 넣고 녹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나보다. 

 

 

 



 

** (순전 내 착각의 결과) 가짜 공부카페로 매도당했던 모 뮤지엄 앞 BREW 지점 얘기는 여기

moonage daydream :: 공부 카페 BREW + 정정 :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 (tistory.com)

 

공부 카페 BREW + 정정 :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

빌니우스에도 물론 카공족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랩탑과 태블릿을 장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카페에서 한둘 이상은 찾아볼 수 있다. 이 카페가 빌니우스에서 가장 카공족이 많다고 영원한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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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4. 23:29

몬에서 수퍼 치즈 샌드위치 아침 2024 riga_vilnius2024. 10. 24. 23:29





오늘 무려 8:45에 숙소를 나서서 어제 발굴한 몬 카페(mon.)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영원한 휴가님이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더블 에스프레소를 드셨고(내가 온 후 크림 든 도넛 추가하시고 조금 남은 커피에 우유 추가하심. 추가 우유는 식물성만 되는듯 오트밀크였다) 9시쯤 내가 합류하였다.




아침 메뉴가 이것저것 있었는데 라클레트, 체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얹어 구운 사워도우 샌드위치인 ‘수퍼 치즈 샌드위치’와 아몬드향 홍차(블랙티는 이것뿐)를 골랐다. 샌드위치가 엄청 컸다! 맛없을수 없는 조합이라 당연히 맛있었는데 너무 커서 반만 먹고 반은 싸옴. 이번 여행에서 카페 아침 첨 먹어봄. 고마워요, 영원한 휴가님!





아침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다. 귀국해 다시 업무 복귀하면 여기 가끔 생각날 것 같다.




 




 




 



 

 

 





샌드위치는 치즈 얹어 구워 나와야 하므로 번호표를 줌




 

 





내가 다 읽고 영원한 휴가님께 드린 스트루갸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나기까지 아직 10억년> 우리는 그냥 10억이라 부른다. 이 책은 빌니우스의 온갖 카페를 다 가보고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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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게 잠들었고 8시 안되어 깨어났다. 욕조에 물을 받는데 좀 받다 보니 미지근했다. 뜨거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찬물은 아니고 약간 찹찰한 미온수 정도였다. 나는 매우 게으르므로 리셉션에 전화하는 대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머리를 간밤에 감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손님이 많은가. 이 시간에 온수를 많이 쓰나? 여태까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오후에도 이러면 얘기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하여튼 샤워를 함.
 
 
오늘은 조식 먹으러 내려가지 않음. 영원한 휴가님이 나의 피나비야 서양배 코티지 치즈 패스트리 타령에 일터에 들르셨다가 피나비야 문 열자마자 그것을 사서 와주심. 흐흐흑 감동.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해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앗 그러면 이 패스트리를 밖에 나가서 먹어야지’ 하고는 함께 방을 나섰다. 그런데 구름이 꽉 차 있었고 그것들이 엄청난 속도로 흘러가고 있어서 하늘의 파란 구석이 아주 조금밖에 없었다! 바람도 좀 불었다. 일단 채광이 좋은 보키에치우 후라칸에 갔다. 첨엔 테이스트 맵에 갈까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열두시 반 즈음이었는데 오늘따라 후라칸에는 손님이 너무너무 많았다. 혹시 후라카나스가 있으려나 그러면 힘들어하겠네 싶었는데 여자 점원 한명이 있었고 줄선 손님들에 쫄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천천히 주문받고 하나하나씩 만들어주었다. 아마 우리 나라 같았으면... (하긴 점원도 두세명은 됐을 거야) 나와 있으면 내가 지금 일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여유의 정도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기다렸다가 영원한 휴가님의 플랫 화이트, 나의 얼그레이와 메도빅을 시켰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야외 테이블에 앉음. 슬프게도 해가 아주 잠깐 반짝 비추다가 말았음. 그래도 밖에 앉을만했다. 나는 여기 앉아 피나비야의 고대했던 서양배 코티지 치즈 패스트리를 해치우고 메도빅도 먹었음. 맨 위 사진이 아직 차를 따르기 전, 패스트리 개봉하기 전의 후라칸 야외 테이블.
 
 
아점을 먹은 후 영원한 휴가님은 귀가하시고 나는 큰 결심 하에 필리에스 거리로 갔다. 해가 좀 나고 하늘이 파래서 용기를 내서... (필리에스 거리 갈 때마다 추웠기 때문에 이번에 와서는 갈때마다 좀 내키지 않는다. 예전엔 여기를 제일 많이 왔는데) 지난번에 스카프와 머그를 찍어두었던 기념품 가게 Local에 갔다. 그리고는 선물용으로는 자작나무 티코스터를 몇 개 사고 정작 내가 갖고팠던 푸른색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울 혼방의 스카프를 샀음. 역시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근데 바람이 많이 불었고, 또 나는 푸른색을 좋아하고, 스카프를 좋아하고 등등 마구 정당화. 이 스카프 맬 때마다 이 여행을 생각할거야 하고 의미 부여.
 
 
그리고는 스티클리우 거리로 접어들 무렵 바람 불어 춥자 얼른 이 스카프를 둘렀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정교 성당에 들러보려 했는데 오늘도 문이 닫혀 있었다. 매일 열지는 않는 모양이다. 오후에 왔는데도 닫혀 있는 걸 보니... 하여튼 그래서 나는 스티클리우 거리를 좀 걷다가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러브 스토리 카페에 들어갔고 라떼를 한 잔 마신 후 나왔다. 그 다음엔 디조이에서 보키에치우 거리로 들어와서(이 루트를 제일 자주 다니는 것 같음. 거기 더해 엘스카가 있는 필리모 거리) 이딸랄라에 들어가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두 카페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딸랄라에서 나오니 4시 즈음이었다. 오늘은 웍에서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라떼와 레모네이드 때문에 배가 덜 꺼져서 시간이 좀 애매했고 그렇다고 테이크아웃해가자니 그건 싫고(밥도 식고 또 날씨가 맑으니 빨리 들어가기 아까움. 한번 들어가면 게으른 나는 안 나올 게 뻔함) 근데 바람은 불고 어떡하지 하며 뭉기적대며 보키에치우에서 빌니아우스 거리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일 때문에 나왔다가 구시가로 내려오셔서 몬 카페에 가신다고 하셔서 ‘어머 잘됐다, 안 그래도 궁금하던 카페인데. 거기 갔다가 나오면 저녁 먹을 시간도 되겠네’ 하고 좋아하며 도로 빌니아우스에서 보키에치우로 거슬러 올라가 미칼로야우스 거리의 몬에 갔다. 몬에 대해서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영원한 휴가님은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시고 나는 이제 적당히 저녁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빌니아우스 거리의 웍으로 갔다. 걸어가는 길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추워졌기에 식당으로 들어가니 따뜻해서 좋았다. 오늘은 새롭게 타이바질 치킨 덮밥을 먹을까 했는데 향신료 맛이 강하려나 싶어 그냥 돈부리를 시켰다. 역시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 한국인은 쌀밥이 분명해. 밥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짐.
 
 
밥을 먹고 나오니 해가 지면서 거리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홀리 도넛에 가서 벨리니를 마시거나 숙소 바로 근처에 있다는 영화관에 딸린 백스테이지 카페 2호점에 가보고 싶었지만 바람 불어서 추웠고 더 이상 뭘 먹기란 불가능했으므로 길을 건너 호텔로 돌아왔다. 귀가하는 도중 제일 가까운 나르베센 키오스크에서 물을 한 병 샀다. 여기는 0.5리터만 판다. 그리고 확실히 리미나 이키보다는 좀 비싸다. 넵투나스보다 10센트 저렴하기도 하고 또 궁금해서 나르베센 상표가 붙어 있는 걸로 사봤는데 마셔보니 그냥 별 맛이 없는 중립적이고 가벼운 물이다.
 
 
방에 돌아와 먼저 온수부터 틀어보니 뜨거운 물이 잘 나와서 만족했다. 리셉션에 얘기하는 것도 귀찮은데. 그래서 온수 목욕을 하고 머리도 감고 말리고 빨래도 하고... 그런 다음에는 한시간 가량 업무 메일들을 확인하고 몇 가지에는 답신을 해주었다. 좀 골치 아픈 건들이 있긴 한데... 돌아가서 생각해야지. 그리고는 오늘의 카페 이야기들과 메모를 적으니 또다시 벌써 열 시네. 이제 목금토일 남았어 흑흑... 월요일도 오후 3~4시까진 머무르니까 4일 반 남았네. 가방은 내일 저녁부터 조금씩 꾸려야겠다. 먹을 거라든지 소모품은 대충 많이 없어졌는데 내가 옷을 세벌이나 사고 스카프도 사고 나뚜라 시베리카에서 샤워젤을 두 병이나 샀다 ㅎㅎㅎ 뭐 그래도 돌아갈 때의 짐 꾸리는 건 덜 힘드니까. 아아아아 근데 가방 꾸리기 싫어, 여행 끝나는 거 싫어.
 
 
남은 날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계획이 아직 없다. 안 가본 카페가 한둘 있으려나. 좋아하는 카페에 가고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오늘도 무척 좋은 하루였다. 여행 와서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좋은 순간들이다.
 
 
오늘은 10,655보. 6.6킬로. 생각보다 많이 걸었네. 반경 자체는 여러 군데가 아니었는데 오르락내리락해서 그런가 보다. 하긴 게디미나스에서 필리에스로 곧장 가면 직선 코스라 금방인데 보키에치우에서 디조이를 거쳐서 가면 돌아서 가는 거긴 하지. (근데 이것도 지도로 다시 계산해보면 비슷한 거리일지도 몰라, 나는 방향치 공간치라서)
 
 
필리에스와 스티클리우 거리 갔다가 나오는 길에 찍은 디조이 거리와 구시청사 일부. 여기가 항상 하늘이 제일 파랗다. 그러니까 여름엔 힘들었나보다. 지금은 좋은데. 
 
 
 





 
 




 
저녁 먹고 나왔을 때 빌니아우스 거리. 오른편에 내가 애용하는 웍 식당 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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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4. 03:38

몬 mon. + 야외와 콤부차 2024 riga_vilnius2024. 10. 24. 03:38

 

 

몬(mon.)은 미칼로야우스 거리에 있는 카페이다. 거리 이름 발음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네. 아이고 헷갈려. 미콜라유스 미칼로야우스 흐흐흑... 이 거리는 보키에치우 거리에서 좁은 골목처럼 이어져 있다. 여기 말고 좀더 넓은 트라쿠 거리도 있다. 트라쿠 거리에는 컵룸 카페가 있고 거기를 따라 올라가면 필리모 거리로 가서 엘스카로 갈 수 있다. (으앙 지리를 이렇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해... 방향치라서. 여행에서 뭔가 지식이 남은 것 같아)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이 아침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신 후 이따금 들르신다고 했었다. 궁금해서 얼마전 구글맵 리뷰를 검색해보니 '크게 색다를 건 없지만 깔끔하고 좋은 카페입니다. 화장실에서도 좋은 향이 납니다' 라는 리뷰가 인상적이었다. 색다르지 않아도 깔끔하고 좋은 카페 찾기가 은근히 어렵고, 화장실에서 좋은 향이 난다니까 그래? 정말? 무슨 향이 날까 하고 호기심 발동. 그래서 가기 전에 한번은 들러봐야지 하고 있던 터에 오늘 오후에 영원한 휴가님이 여기 들르신다 하여 나도 가보았다. 

 

 

여기는 스타일을 보면 컵룸 카페를 좀더 크고 고객친화적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디저트와 빵이 은근히 많았고(에클레어와 케익과 크루아상, 도넛 등이 카운터 위에 매우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점원이 매우 친절했다. 나는 이미 홍차, 라떼, 레모네이드를 마셨고 저녁도 먹어야 했으므로 콤부차를 시켰다(콤부차 있는 것도 신기신기. 빌니우스 카페들은 콤부차, 말차, 말차라떼 같은 것들을 많이 내놓는다. 그런데 왜 홍차 종류는 별로 없는지 여전히 나에게는 미스터리 ㅎㅎㅎ)

 

그런데 이때 나는 또 아우구스타스 때처럼 헷갈림/물고기 기억력. 콤부차랑 다른 차를 헷갈려서 철석같이 이것은 따뜻한 차라고 믿음. 그런데 지금도 무슨 차랑 헷갈렸던 건지 모르겠다. 점원이 무슨 맛 무슨 맛 있다고 말해주는데 순간 나는 '응?' 하는 상태가 되어 '추천해주세요' 라고 말했고 홀리 바질 맛을 추천해줘서 그것을 시킴. 차가운 탄산 콤부차를 마시면서 '으응?' 하는 상태가 됨. 아 근데 콤부차 안 마셔본 것도 아닌데 나는 무슨 차랑 헷갈렸던 걸까??? 아직도 기억이 안 남. 흑흑 물고기 기억력. 

 

하여튼 막 콤부차를 받아서 자리에 앉았는데 미니멀리즘 같으면서도 의외로 의자가 편했고 예상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리뷰에서 '색다를 건 없지만 깔끔하고 좋은' 이라고 한 게 이해가 됐다. 오 이런 카페 사무실 근처에 있으면 자주 들를 것 같다. 

 

 

영원한 휴가님이 곧 오셔서 우리는 야외로 나갔다. (더블 에스프레소 시키신 것으로 추정됨) 이 카페는 안뜰이 있는 건물에 입주해 있었고 그 안뜰에는 지붕도 조그맣게 있고 뭔가 아늑했다. 야외 테이블들이 여럿 있었고 한쪽에는 난로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였지만 그렇게 춥지 않았다. 여기도 엘스카처럼 흡연자 친화적인 카페로 보였다. (테이스트 맵은 커피부심이 강력한 카페라 야외 테이블을 많이 놓긴 했지만 거기서 흡연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함) 자리에 앉아 콤부차를 마시면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미니 킨더 초콜릿을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문을 열고 안뜰의 야외 테이블로 나오는 손님들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드디어 피우고 싶은 담배를 피울 수 있다!' 하는 기대감과 충족감으로 가득한 표정 같았다. 행복해보여서 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 나누느라 카페 안쪽이랑 안뜰의 야외 사진은 별로 못 찍었지만 그래도 맘에 드는 카페라 따로 남겨둔다. 생각날 것 같은 카페라 잘 들러본 것 같다 :)

 

 

 

 

 

 

 

출입문도 미니멀리즘 느낌.

 

 

 

 

 

 

내부는 이렇다. 뭔가 휑해보이는데 의외로 안에 들어가 앉으면 그렇게 썰렁한 느낌은 아님. 의자가 편해서 그런가. 

 

 

 

 

 

 

우드 톤이라 덜 차가워보이는지도 모르겠음. 하여튼 쿠야와 콤부차. 맨 위 사진보다 이 사진이 좀더 카페를 길게 잡았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올려봄. 

 

 

 

 

 

 

안뜰. 사진엔 안나왔지만 벽을 따라 야외 테이블이 여럿 있다. 우리가 앉은 쪽에서 찍음. 

 

 

 

 




쿠야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 컷 더. 쿠야 간만에 야외 샷이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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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4. 03:17

이딸랄라에서 쿠야와 독서 2024 riga_vilnius2024. 10. 24. 03:17

 

 

 

이번 빌니우스 여행에서 엘스카 다음으로 자주 간 곳은 이딸랄라 카페, 그리고 그 다음은 후라칸이다. 그런데 후라칸은 여러 지점이 있고 보통은 야외에 잠깐 앉았던 터라 역시 투 톱은 엘스카와 이딸랄라이다. 둘다 밝고 환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딸랄라는 손님들로 북적거려서 산만하고 복잡한 편이지만 운좋을 땐 괜찮은 자리에 앉을 수 있고 해가 날 때는 야외에 앉을 수 있다. 그리고 참 묘하게도 손님들이 많아서 웅성웅성 시끌시끌한데도 나는 이 카페에서 독서가 참 잘된다. 엘스카보다도 더 집중이 잘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말로 된 책 말고.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 말이다. 아마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음에 민감해서 노래도 우리 말 가사가 들어오면 힘들어하는 편인데(그래서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보다 발레와 클래식 연주를 더 좋아한다. 락음악은 좀 예외) 여기서는 여러 나라 말들이 백색 소음으로 들려와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카페 에벨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하여튼 그래서 여기 오면 의외로 책 읽는 게 좋다. 

 

 

오늘은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카페에서 나온 후 조금 걷다가 이딸랄라로 갔다. 엘스카에게 좀 미안하긴 했지만(게다가 햇살까지 드니까 더욱) 동선도 그렇고 여기가 오늘은 더 편했다. 이미 후라칸에서 얼그레이, 아우구스타스에서 라떼를 마셨으므로 여기서는 그냥 레모네이드 주문. 목이 마르기도 했다. 레모네이드는 그냥저냥 무난한 맛이었다. 달달했다. 자리가 꽉 차 있었고 중간 복도 자리는 싫었는데 창가 그네 바로 뒤에 큰 단체 테이블이 있어 거기 앉았다. 여기는 등받이 없는 의자라 좀 망설였으나 막상 앉으니 편했고 또 볕도 잘 들어오고 책읽기도 좋았다. 옆에는 혼자 와서 열심히 노트북으로 일하던 젊은 남자(랩탑 옆에 업무다이어리 같은 걸 여러개 쌓아놓고 그 위에 빈 카푸치노 잔과 물컵을 올려두고 집중...), 그리고 열띠게 얘기를 나누던 독일 여자분 두명이 앉아 있었다. 나중에 노트북으로 일하던 청년이 나가서 그 자리로 옮겼음. 책을 여러 페이지 읽어서 그래도 이 소설을 이제 40여페이지 가량 읽었다. 아아 이거 한국 돌아가면 과연 이어서 쭉 다 클리어할 수 있을까?

 

 

책을 읽다가 4시 좀 안되어 일어났다. 떠나기 전에 한번쯤은 더 들를 것 같은 이딸랄라 카페. 뭔가 산만한데 어째선지 뭔가 편한 곳이다. (하지만 비싸다!)

 

 

 

 

 

 

이딸랄라에 이미 두번이나 와본 쿠야. 익숙하게 앉아서 구경. 

 

 

 

 

 

 

이번에 앉은 자리는 이 카운터 바와 창가 사이에 있다.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테이블은 옆에 이렇게 가방 걸이가 있어서 또 나를 기쁘게 해주었음. 

 

 

 

 

 

 

저 그네 자리는 한번쯤 앉아보고 싶었지만 막상 그네에 앉으니 너무 멀미가 나서 포기함. 

 

 

 

 

 

 

나오면서. 이때쯤 바람이 세게 불고 추워지고 있어 야외 테이블이 한둘씩 비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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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의 러브 스토리 카페(너무 이름이 길어서 제목엔 그냥 사람 이름만 넣었음)는 스티클리우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스티클리우 거리는 좁은 골목인데 디조이 거리에서 진입하는 쪽에는 천사 조형물을 달아두었고(시즌별로 장식 조형물을 바꾼다), 이 카페와 바로 근처의 포뉴 라이메(오래된 전통의 과자/케익 카페)가 어마어마한 꽃장식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그런데 포뉴 라이메가 내가 도착했을 무렵 공사를 하며 기존 장식을 뜯어내길래 뭔가 또 새로운 엄청난 장식을 하려나보다 하고 기대 아닌 기대를 하였으나 기본 베이스인 거대 마카롱 장식 외엔 추가 장식이 되어 있지 않아서(아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새 장식을 하려는 듯하다) 이 아우구스타스 바르보라 카페만 아주 독보적으로 화려하게 보인다. 그래도 가을이라 이 색상과 장식은 한결 나은 것 같다. 재작년에 왔을 땐 온통 분홍분홍 꽃장식이 가득해서 너무너무 부담됐었다 ㅎㅎㅎ 이 컬러는 나쁘지 않다. 

 

 

몇번이나 이 앞을 지나가면서도 내가 요즘 선글라스나 변색렌즈 안경을 쓰고 다녀서인가 색깔 구분을 정확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 색채를 검정과 주황이라 착각하고는 '아니 저것은 너무나도 러시아의 성 게오르기 무공훈장 문양과 컬러 아닌가, 여기는 우크라이나 지지하는 곳인데 어떻게 저리도 대담하게...' 라고 걱정했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저것은 녹색과 오렌지색이었음. 흑흑... 여기가 그늘진 곳이라 그랬을 거야 엉엉... 

 

 

여기도 일종의 명소 카페이고 관광객들이 저 화려한 장식 앞에서 사진찍는 스팟이기도 한데 지금은 관광 성수기가 아니다 보니 카페가 전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재작년 6월에 왔을 때 새벽의 문에 다녀왔다가 너무 지치고 더워서 여기 들어가 아페롤 스피리츠와 케익을 시켜서 먹었는데 스피리츠는 괜찮았지만 케익이 너무 작은데 돼먹지 않게 비싸고(8유로!) 게다가 맛이 별로라 크게 실망하여 올해는 여기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외부의 분홍장미 장식도 너무 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자 '아 그런데 또 안 가보면 나중에 섭섭할 거 같다... 다시 가보면 또 좋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에 오늘 오후에 가보았다. 

 

 

여기는 여름보다는 좀 싸늘할 때 오는 게 더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카페가 작고 테이블이 몇개 없고 조명이 어두우며 커피와 차 외에도 칵테일이나 알콜 등 바 메뉴들이 있고, 테이블에는 초를 켜준다. 혼자 오는 것보다는 커플이 오는 쪽이 잘 어울리는 카페이다. 나는 이번에는 그냥 라떼를 주문했다. 케익은 주문하지 않음. 라떼는 매우 연하고 부드러워서 나도 마실만 했다. 커피의 진한 맛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좀 싱거울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만족함(진하면 힘들어하는 자) 어둑어둑한 겨울에 연인과 함께 오거나, 온기와 작은 빛을 찾아 잠깐 몸을 녹이고 가고 싶은 손님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재작년에 비해 이미지가 상당히 만회되었음. 역시 카페는 한번 가서 판단하면 안되는 것 같다.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는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 비슷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이렇게 로맨틱하게 붙인 것 같다. 케익도 아우구스타스 왕자, 바르보라 공주 뭐 이런 이름들인데 나는 전에 바르보라 공주를 먹었다가 실망했던 것 같음. (아닌가, 왕자였나? 가물가물... 기억에서 지웠나보다)

 

 

사진 몇 장. 내부가 어두웠고 역광이 들어서 많이 찍지는 못했다. 쿠야도 데려갔는데 이녀석도 역광을 받아서 생각보다 이쁘게 나온 사진이 없음. 쿠야는 역시 엘스카에서 제일 이쁘게 나오는 것 같다. 

 


 
 

 


 
 





 

 
 
 

 

저 장미들은 당연히 모두 조화입니다. 저게 자나 장미를 많이 닮았다. 나는 이따금 자나 장미를 주문했었는데(작고 동글동글한 화형이 귀여워서) 재작년 이후엔 자나 장미만 보면 이 카페의 조화 장식이 생각나서 '가짜 꽃...' 하는 느낌에 주문을 거의 안 하게 되었다. 자나 장미는 웬 날벼락인가 ㅠㅠ

 


 

 
 


 

 

 

 

재작년엔 웨슬리 스나입스를 닮은 남자분이 고독하게 독주를 드시고 계셨는데 오늘은 또 누군가 어떤 배우를 연상시키는 이 분이 혼자 앉아 계셨다. 

 


 
 

 

 

 

 

 

 

 

다 마시고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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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를 여행한 며칠은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머물렀는데, 자기 전에 내 폰에 들어있는 음악을 랜덤으로 듣다가 로비 윌리암스의 Feel이 나왔다.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노래라 아직도 폰에 이거랑 come undone이 들어 있다.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이 노래 후렴구를 들으니 '나나나나 나나나~' 하는 비슷한 선율의 다른 노래가 생각나는데 도저히 제목이랑 누가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우리는 스무고개를 하듯 어느 나라인가, 남자인가, 밴드인가, 어떤 스타일인가, 혹시 브릿팝인가, 솔로인가, 그룹인가 등등 계속 유추를 해봤지만 그날 밤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영원한 휴가님은 꿈에서 그 노래를 찾아냈고 잠결에 나에게 얘기를 해주셨는데 나도 그때 뒤척이고 있던 터라 '잠꼬대를 하시나보다' 했음 ㅋㅋ 다음날 영원한 휴가님은 정말로 그 노래가 뭔지 알아내서 나에게 알려주셨고 같이 뮤비도 봤는데... 아아악, 나 지금 그 노래 뭔지 기억이 안남 흐흑 정말 물고기 같은 토끼의 기억력 ㅠㅠ 

 


 
하여튼 그래서 이제 이 노래를 들으면 리가의 켐핀스키 호텔과 '나나나나~' 가 생각난다. 그 생각에 유튜브에서 찾아본 로비 윌리암스의 이 노래 공식 뮤비. 근데 나 이 노래 좋아해서 정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이 뮤비는 처음 본다. 이 당시는 이미 뮤비들을 찾아보던 시기가 아니게 되어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come undone 뮤비는 봤었고 심지어 art 폴더에 올린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맨날 그냥 흘려들었는데 뮤비에 가사 자막이 나오는 걸 보니 이 가사 좀 슬프구나... (원래 노래 들을 때 가사를 귀기울여 듣지 않음) 하긴 로비 윌리암스 노래들은 항상 좀 허세넘치긴 해도 어딘가 우울한 구석이 있었어. 그러고보니 나는 이 앨범 이후엔 로비 노래를 찾아듣지 않았었구나. 정말 오래전이네. 이 노래가 벌써 20년도 넘었잖아 으악... 

 


 
https://youtu.be/iy4mXZN1Zzk

 
 
 

 

** 사진은 켐핀스키에서 우리가 묵었던 방의 문. 리가에서는 짧은 여행 동안 아침저녁 리가 타파스를 하느라 그랬는지 방 사진을 거의 안 찍었음 ㅎㅎ

 

 

** 아 근데 정말 그 노래 뭐지 나나나나..

 

 

** 추가) 영원한 휴가님이 나나나나 노래를 알려주셨다. Manic Street Preachers의 <If you tolerate this your childern will be next> 라는 곡이었다. 나는 잘 모르는 노래였었기에 그때 알려주셨는데도 가수도 제목도 길어서 까먹었나보다. 앓던 이가 빠진 듯 시원! 그래서 아래 이 노래 링크도 추가함. 다시 들어보니 보컬 스타일이랑 멜로디가 좀 비슷한 느낌이 있네. 이 노래도 들으니 좋다. 이 시기 노래들이 역시 보컬도 사운드도 좋은 것 같아(근데 다들 이렇게 얘기한다고 하지 ㅠㅠ 옛날 청춘시절 들은 노래가 제일 괜찮다고...) 근데 솔직히 정말 괜찮음. 

 

https://youtu.be/cX8szNPg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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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비가 왔다. 종일 날씨가 흐렸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스웨터와 치마, 기모 스타킹에 코트, 스카프를 두르고 나왔더니 더울 정도였다. 대신 습기 때문인지 좀 답답하고 계속 졸렸다.

 

 

다시 새벽에 두어 번씩 깨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가 다가와서 그런가보다 흐흑... 사실 새벽에 깨면 한국은 시차 때문에 이미 오전에서 낮이므로 업무 관련 단톡방에 이것저것 올라오고 있고, 그걸 안봐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체크를 해보게 되니 더 자다 깨나 싶음. 하여튼 오늘은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내려가서 남은 쌍화차를 타서 마시고 아침도 챙겨 먹었다. 방에 올라와서는 곧장 나가는 대신 업무 메일들을 확인하고 너무 졸려서 침대로 들어가 책을 좀 읽다가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일어나 나갔다.

 

 

오늘은 2시에 슈가무어에 애프터눈 티를 예약해두었으므로 그 외의 특별한 일정은 없었고 날씨가 꾸무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엘스카로 가서 책을 읽었다. 점심 먹기가 애매해서 안 먹었는데(애프터눈 티세트는 양이 많고 샌드위치도 주므로) 대신 엘스카에서 우유 든 디카페인 카푸치노를 마셨다.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이 좀 일찍 나와주셔서 엘스카로 먼저 와주셔서 고마웠다.

 

 

우리는 엘스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슈가무어로 이동했고 애프터눈 티를 마셨다. 그건 별도로 올렸으니 생략. 날씨도 그렇고 슈가무어가 좀 공기가 답답했는지, 아니면 탄수화물과 당분이 차의 카페인을 압도해서 그랬는지 졸리고 더워서 우리는 밖으로 나와 보키에치우 거리의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돌아갈 날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 하고 싶은 거 남은 건 없는지 영원한 휴가님이 물어보셨다. 딱히 막 이거 해야 되는데 못했다는 건 없는 것 같다. 트라카이랑 카우나스에 가려다 안 가긴 했는데 사실 그건 내가 정말 가고 싶었다면 언제든 갈 수 있었고 지금도 갈 수는 있다만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아마 이번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쉬는 것, 일을 안 하고 그냥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 하루에 조금씩 걷고 카페에서 카페로 옮겨가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던 듯하다. ‘뭔가를 하는 여행보다는 하지 않는여행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일 때문에 너무 지치고 닳아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면 다시 그런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토요일 같은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일에 지쳐 녹초가 되면 토요일에는 집에서 그냥 뻗어서 목욕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니까. 그러니 이번 여행은 토요일 같은 여행, 하지 않는 여행에 가깝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무르는 동안 항상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보도 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아마 프라하에 갔다면 이런 느낌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영위하는 일상 속에 들어와 짧은 기간도 아니고 여러 날 동안 머무르는 친구에게 마음을 쏟아주시는 분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큰 마음과 온기라는 것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사실은 알기에. 그러고보면 나는 날씨보다는 친구 운이 좋은게 아닐까 싶다. 

 

 

 

보키에치우와 트라쿠 거리를 좀 걸었고 이후 영원한 휴가님과 헤어진 나는 어디로 갈지 좀 방황했다. 오늘은 컵룸 카페에 자리가 있어서 거기 들어갈까 했으나 슈가무어 여파로 그때까지 배도 부르고 졸려서 뭔가를 더 마실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근처를 좀 걷다가 리미에 가서 부서원들에게 줄 초콜릿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리미보다 좀더 위쪽에 있는 디페쉬 카페에 가볼까. 여기도 한번은 가봐야 덜 아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도미닌코누 거리와 우니베르시테토 거리를 지나(우왕 내가 이제 거리 이름들을 외우고 있어!) 게디미나스 초입으로 갔다. 그런데 디페쉬 카페는 의외로 만석이었고 카운터의 점원은 한명 뿐이라 정신이 없어 주문받기까지 한참 걸렸다. 그래서 나는 포기함. 딱히 뭘 마시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고 아무리 봐도 아 여기는 그냥 내가 앉아서 뭘 마실 곳은 아닌가보다라는 마음이 됨. 여기랑 베로 카페가 그런 듯. 내일은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카페를 재도전해볼까 싶다.

 

 

디페쉬에 가기 전에 우니베르시테토 쪽에서 유레카 서점에 다시 가보았다. 오늘은 문이 열려 있었다. 영어 서적들 쪽을 구경해보았는데 라인업을 보니 아 이런 쪽 취향의 서점이구나 하고 끄덕끄덕. 좀 폴 오스터 풍이랄까. 그리고 일본 문학들이 좀 있다. 오스터가 있으니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고. 도스토예프스키 영역본이 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미권 작가의 소설이 있으면 영어로 된 걸 한 권 정도 사볼까 했는데 딱히 눈에 띄진 않았음. 아아 신에게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 세 권이 있사옵니다. 그리고 엽서랑 티셔츠는 2년 전이랑 구색이 거의 같아서 살만한 게 없었음. 다행이라 해야 하나 ㅎㅎㅎ

 

 

디페쉬 카페 실패 후 리미 옆의 토토리우 후라칸을 힐끗 살펴보았다. 어제의 후라카나스가 혹시 오늘은 여기 와 있지 않나 궁금해서. 후라카나스는 없었고 차분한 여자 점원 두명이 있었다. 하긴 후라카나스는 여기는 좀 맘에 안 들 거야. 토토리우 후라칸은 바쁘고 정신없고 외국인도 많이 오거든... 후라카나스가 행복하게 일하는 쪽이 나아 ㅎㅎㅎ

 

 

그래서 그냥 리미에 가서 티셰 2리터들이 한병, 그리고 부서원들에게 줄 초콜릿 2상자를 샀다. 그리고 그 사이 배가 좀 꺼졌고 뭔가를 챙겨 먹기가 너무너무 귀찮아서 들어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치킨버거를 1개 테이크 아웃해 와서 방에서 대충 먹었음.

 

 

그래서 오늘은 슈가무어 애프터눈 티가 메인이 되었음. 6,779. 4킬로.

 

 

내일부터는 천천히 가방 꾸릴 생각을 해볼까 싶은데 으악 너무너무 하기 싫어 엉엉... 그리고 기념품도 아직 다 안 샀어... 문제는 뭘 사러 가면 내가 사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데 있음. 흑흑 월요일에 떠나니까 그래도 5일 반이나 남았으니 평소의 여행이랑 비교하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스스로를 달래보며... 내일은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카페, 필리에스 거리의 기념품가게 등에 가볼까 싶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의 생각일 뿐. 내일은 내일의 기분으로 결정을... 아마 엘스카나 이딸랄라에도 다시 들를 것 같음.

 

 

근데 맨날 카페 생각만 하고 어디에서 뭘 먹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음. 그렇게 보면 지금 호텔에서 조식을 신청해놓은 게 좀 지겹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 아마 아파트를 얻었으면 청소도 안하고 밥도 더 안 챙겨먹었을 것 같음. 아,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에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 너무 귀찮다. 방에 그냥 누워서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바로 그것이 토요일의 집토끼 모드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들어오는 길에 피나비야나 로마눔이나 비르쥬 두오나 같은 곳에서 빵을 사와야지 하고 매일매일 나갈 때마다 생각하지만, 막상 들어올 때는 다른 것들을 사서 가방이 무겁거나, 피나비야에 가면 좋아하는 빵은 이미 나가버렸거나, 로마눔은 숙소에서 더 올라가야 해서 귀찮거나 등등 하여튼 게으름뱅이의 이유가 하나씩 꼭 생겨서 그냥 들어오게 되고... 결국은 아 아침거리 없어... 지금 안 먹으면 나가서 또 제대로 챙겨먹어야 되는데 너무 귀찮아... 그냥 조식 먹으로 내려가로 귀결됨. 뭐지, 이게 좋은 건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맨 위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슈가무어에서 나온 후 보키에치우 거리 벤치에 앉아 바람 쐬면서 찍음. 햇볕 쨍할 때와 컬러도 분위기도 많이 다르답니다. 아마 돌아가면 우리 나라도 슬슬 이렇게 되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번 10월은 예전에 비해 따뜻하고 해도 많이 나서 날씨 운이 좋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나에게 말씀하심. 내 경험으로 비춰봐도 정말 맞는 것 같다!

 

 

 

 

 

 

 

 

트라쿠 거리의 컵룸 카페. 반대편에는 '지금 아니면 언제 커피 마시겠니' 문구, 이편에는 '커피 마시고 싶지' 라는 문구라고 한다. 흐흑, 빌니우스 넘버원 커피의 패기를 돌려줘봐. 그렇게 적혀 있었으면 내가 오늘 다시 들어갔을지도 모르는데 ㅎㅎ

 

 

 

 

 

 

도미닌코누 거리. 왼편은 스시 라운지라는 일식집인데 호박 장식 가득. 

 

 

 

 

 

들어가봤지만 바쁜 점원과 만석 테이블로 이번에도 앉지 못하고 나온 디페쉬 카페. 아 지금 잘보니 디페쉬 카페가 아니라 디페쉬 커피구나. 하여튼 그냥 여기는 이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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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3. 02:48

슈가무어 애프터눈 티 2024 riga_vilnius2024. 10. 23. 02:48

 

 

 

사람들마다 여행을 가면 해보고 싶어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액티비티를 즐기고 누구는 수영을 즐기고 누구는 식도락을 즐기고 누구는 사진을 찍고 등등... 나는 편향적 여행자이므로 한없이 게으른 취향인데, 시간적 여유가 좀 있고 또 묵는 숙소가 괜찮을때, 그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으면 이따금 마셔보며 행복해한다. 혹은 그 숙소에 멋진 바가 있을 경우에는 김릿이나 다른 칵테일을 한잔 정도 마셔보는데 후자는 점점 게을러지면서 드물어지고 있다. 지금 머무르는 숙소도 로비 바가 있는데 그렇게 멋진 바가 아니라서 그런가 여태 딱히 당기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머무르는 숙소'에 딸려 있어서 맘편하게 슥 한잔 마시고 대충 올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임. 나다니면서 바에 가기에는 너무 게으르기 때문에 ㅠㅠ 그리고 일단 한번 숙소에 돌아오면 다시 나가기 어려운 인간이기 때문에. 

 

 

재작년에 왔을 땐 대성당 앞 켐핀스키에 묵었고 거기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보았다. 그때 2% 부족한 점이 있긴 했지만 즐거웠고 티 자체도 맛있었기 때문에 다시 거기 가볼까 했는데 켐핀스키가 힐튼으로 넘어가면서 뭔가 좀 바뀌기도 했고 또 새로운 곳에서 마셔보고 싶어서 슈가무어에도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여기 예약을 해두었다. 그 얘기는 어제. 근데 이걸 시키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어제도 남자 점원이 당황하며 산드라를 찾았고 오늘도 시간 맞춰 가서 애프터눈 티 예약했다고 했더니 점원이 제대로 못 알아먹고 그냥 차 마시러 왔다는 줄 알고 아무 자리나 앉으라고 하여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어색한 순간이 발생함. 하여튼 예약을 다시 확인했고 티 세트는 준비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2층에 가서 앉았다. 

 

 

슈가무어는 케익이 맛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그냥 무난한 정도였다. 샌드위치는 특히 그냥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 같았고 디저트도 생각보다는 적었다. 스콘은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그리고 휘핑버터 대신 클로티드 크림을 줬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다. 근데 켐핀스키에서도 클로티드 크림 대신 크림치즈를 줬었으므로 빌니우스에서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페어링이 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뭐 우리 나라도 안 주지만) 가격 자체가 호텔 애프터눈 티보다는 저렴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하다고 생각했지만 하여튼 '그냥 구 켐핀스키 현 힐튼에 다시 가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홍차는 가향차를 제외하면 얼그레이와 브렉퍼스트(아삼, 실론, 다즐링 배합이라고 함)만 있어서 나와 영원한 휴가님이 순서대로 각각 시켰다. 

 

 

차가 나왔을 때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있느라 좀 정신이 없었고 자리가 넓지 않아서 구도 잡기가 어려워서 사진을 대충 찍었더니 찻잔 두개가 제대로 잡힌 사진은 없음. 조명이 밝아서 생각만큼 이쁘게는 안 나왔다. 하여튼 슈가무어의 애프터눈 티 세트. 근데 여기는 그냥 차 한 잔에 원하는 케익 한조각을 시키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티타임이었다. 거의 다 먹고 매우 배부르고 또 너무 졸린 상태로 '안되겠다 바람 쐬야겠다' 하며 카페를 나오게 되었다. 사진 몇 장. 

 

 

 

 

 

 

 

 

 

 

 

 

 

 

 

 

 

 

 

 

 

 

 

 

 

 

근데 방에서 나와 게디미나스 대로로 막 걸어나왔을 때 '앗, 쿠야 안 데려왔네' 하고 깨달았다. 흑흑 쿠야에게는 비밀임. 근데 쿠야야, 켐핀스키만큼 근사하진 않았으니까 좀 놓쳤어도 그냥 양해해. 

 

 

** 2년 전 켐핀스키 애프터눈 티(..와 비타우타스의 수난) 이야기는 아래

 

moonage daydream :: 6.9 목요일 밤 : 새로운 시르니키, 기적의 포석, 기념품, 애프터눈 티타임, 비타우타스의 수난, 긴스버그마저 탈락, 소나기와 우박, 설탕의 힘 (tistory.com)

 

6.9 목요일 밤 : 새로운 시르니키, 기적의 포석, 기념품, 애프터눈 티타임, 비타우타스의 수난, 긴

매우 곤하게 중간에 안 깨고 일곱시간 가량 잤다. 더 잘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잘 안돼서 일어나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 레스토랑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좋다기보단 좀 민망했다. 보통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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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원한 휴가님이 엘스카에 들르셔서 함께 커피. 나는 디카페인 카푸치노. 영원한 휴가님은 (아마도) 더블 에스프레소. 후자는 용량 때문인지 러브라믹스가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쪽에서 나오는 컵이었다. 이쪽 동네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는 식기에 많이 쓴다고 함. 대문자 세개에 가운데 A가 있었던것 같은데 이미 기억에서 지워짐 흐흑... 손잡이가 없고 러브라믹스가 아니어서 찍어둔건데 브랜드 기억에 없음 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RAF 비슷한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그걸로 검색해보니 로열 에어포스만 나온다... 특별히 이쁘거나 갖고 싶어서가 아니고 이름을 봤는데 기억이 안 나니 답답해서 ㅎㅎ




오늘 엘스카에는 12시 즈음 갔는데 한적했다. 날씨가 흐리고 습했지만 춥지는 않아서 실내는 좀 덥기까지 했다. 아마 두터운 스웨터와 치마를 입고 있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첨에는 나 혼자 갔고 자리가 많아서 예전에 앉아보지 않았던 옷걸이 아래쪽 테이블로 가서 앉았는데, 영원한 휴가님이 엘스카로 오신다고 하셔서 얼른 어제 앉았던 don't ask why 자리로 옮김. 그래서 사진은 두군데서 찍음. 위의 사진은 두번째 자리. 예전에 야외테이블에 잠깐 함께 앉았던 것 외엔 엘스카 안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커피 마신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제 저 소파 자리만 앉아보면 되는데 저 자리는 여럿이 앉는 자리라 비어 있어도 선뜻 가서 앉지를 못하겠음. 또 어떤 사람들은 혼자 와서도 랩탑 펴고 잘만 앉는데... 소파 옆의 기타도 예쁘다. 어쩐지 잘 어울리고 위화감이 없다. 

 

 





첨에 앉았던 자리. 디카페인 카푸치노 주문. 얼굴을 익힌 친절한 직원 여자분이 카푸치노를 가져다주면서 '옷이 맘에 들어요' 라고 했다. 고마워요. 이것은 여기 와서 기념품 대신 득템한 분홍 스웨터와 분홍초록 치마랍니다 ㅎㅎ 앞으로 이 옷을 입을 때마다 빌니우스를 생각하게 되겠지. 어떻게 보면 그래서 나에게는 옷이나 스카프, 찻잔 같은 게 제일 좋은 기념품 같기도 하다. 

 

 

 





책은 거의 다 읽어감. 역시 뒷부분의 남의 책들과 번역에 대해 얘기하는 얘기들이 다시 읽어도 재밌다. 그리고 친한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것도. 

 

 

 





디카페인 카푸치노이지만 역시 설탕을 넣고...

 

 

 








 

이 러브라믹스 빨간색과 뒷편 테이블 앞 빨간 의자가 잘 어울려서 찍어놓음. 아무래도 한국 돌아가면 빨간 러브라믹스랑 검정 러브라믹스를 살 것 같아 ㅎㅎ 

 

 

 





 

 

 

 

엘스카 무지개 테이블과 나의 분홍분홍 :)

 

 

** 추가

 

 

영원한 휴가님이 집에 있는 식기를 뒤집어보고는 상표를 알려주심. RAK이었다. 그래, 앞부분은 맞았네! 아이 속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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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아아 이제 월요일이 되고 말았네. 흑흑... 보통의 휴가를 생각하면 우와 일주일이나 남았다!’ 지만 흑흑 일주일 밖에 안남았어란 생각이 드니 인간이란 참 상대적이다.

 

 

어제 감기약 먹고 잤다. 아침에 엄청 피곤한 꿈을 꿨다. 이것도 종종 꾸는 꿈인데 잘 모르는 동네에 와서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안 잡히는 꿈이다. 오늘 꿈에서는 카카오택시를 부르는데 카카오가 이상하게 변해서 무슨 게임처럼 되고 하여튼 택시는 못 잡고 괴로웠다. 이런 택시와 버스 꿈, 이상한 숙소 꿈, 고장나거나 이상한 곳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꿈 등등 다 뭔가 관통하는 본질이 있는 것 같다.

 

 

아침까진 감기약을 먹어주는게 나을 것 같아서(기침이 약간 나왔다) 조식을 챙겨먹고 올라왔다. 오늘부터 흐려지고 해 안 난댔는데 의외로 창 너머를 보니 해가 좀 났다. 그치만 내가 나갈 땐 흐려지겠지 하며 뭉기적거리다가 11시 반 즈음에야 방을 나섰다. 거리는 춥고 쌀쌀했지만 그래도 해가 좀 나고 있었다. 이러면 햇볕 쬘 수 있는 데를 가야 되는데 필리모의 커피 스펠에 가는게 맞는 선택인가? 해는 오후에는 사라진댔는데 하며 갈팡질팡했지만 그래도 결의를 다지며 버스를 타고 커피 스펠에 갔다. 커피 스펠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커피 스펠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요 며칠 몸 상태도 그렇고 먹은 것들을 생각해보니 뭔가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검색해 보니 좀 걸어가면 그루지야 식당이 있었다. 필리모 거리 옆으로 빠져서 좀 걸어가니 전에 아이들과 함께 갔던 비르쥬 두오나가 있는 루드닌쿠 거리가 나왔고 식당은 그쪽에 있었다. 레스토랑이 이뻤다. 가지 요리 먹고팠지만 아니야 동물성 단백질 먹어야돼!’ 하며 샤실릭을 주문함. 샤실릭은 양고기, 돼지, , 연어, 플래터가 있었다. 소고기가 있으면 그걸 먹을까 했는데 소는 안 보였다. 그럼 닭을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구운 연어를 좋아하는 고로 생선이지만 동물성이라 할 수 있지. 심지어 더 건강한 단백질이지라고 생각하며 연어 샤실릭 주문. (그리고 역시 이 동네가 거의 그렇듯 생선은 육류보다 비쌉니다) 소스와 가니쉬를 선택하게 되어있는데 달콤한 석류 소스를 추천하길래 그것을 고르고 가니쉬는 구운 야채를 골랐다. 음료는 양이 적고 저렴하고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는 걸 고르려고 탄산수를 보니 보르조미가 아닌 딴 브랜드길래 이건 안 짜겠지하고 그것을 주문.

 

 

 

 

 

 

탄산수는 보르조미만큼은 아니었지만 좀 짰다. 다른 테이블 사람들은 다들 하차푸리랑 힌칼리를 먹고 있었다. 드디어 내 샤실릭이 나왔는데 우왁, 꼬치를 세로로 꽂아서 가지고 왔다. 엄청난 비주얼!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내 쪽을 보며 저거 맛있겠다로 추정되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보니 양이 엄청 많아 보인다만 이게 꼬치에서 빼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아서 나는 저 연어구이를 다 먹음. 석류 소스는 너무 진하고 달았다. 나는 원래 연어엔 레몬만 뿌려먹는 걸 좋아하는데 그루지야 요리에서 레몬만 주세요는 어쩐지 안 어울릴 거 같긴 함. 구운 야채도 맛있었다. 파프리카와 호박은 구워줬고 옆의 샐러드에는 석류알을 곁들여 주었다. 엄청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몸에 영양공급이 된 느낌.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햇살이 따스해서 루드닌쿠 거리의 놀이터 앞에 잠깐 앉아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는 영원한 휴가님과 오후에 보기로 했으므로 일단 보키에치우 거리로 가서 주변을 좀 배회하다가 따뜻한 햇살을 찾아서 디조이 거리로 꺾어 구시청사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좀 읽었다. 분명히 2년 전 6월에 왔을 땐 이 시청 앞이 너무 싫었는데(그늘 없고 덥고 또 새벽의 문 쪽이라 여기쯤 오면 너무 지치고 지리도 잘 모르고) 지금은 시청 앞 벤치 따뜻하고 좋다란 인상이 꽉 박힘. 그래서 햇살 쬐며 벤치에 앉아 있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오셔서 함께 후라카나스의 후라칸에 갔다. 그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후라칸에서 나와서 우리는 슈가무어에 잠깐 들렀다. 여기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다고 하여 내일 오후로 예약하려고. 그런데 이거 예약이 드문 일인지 카운터의 남자 점원에게 얘기하자 점원이 막 당황함. ‘... 물어봐야돼요 잠깐만요..’ 하면서 부엌으로 들어가며 산드라를 찾는다. ‘산드라, 애프터눈티 돼? 내일이래로 추정되는 얘기를... 그리고는 나와서 잠깐만요 내일 되나 안되나 물어볼게요라고 하고 다시 산드라한테 갔다. 산드라가 매니저인가 아니면 파티시에인가. 그러면서 화요일 17시에요?’ 라고 내가 말하지도 않은 시간을 얘기한다. 그래서 내가 아니요 화요일 두시. 두사람이요라고 정정해줌 ㅋㅋ 산드라가 된다고 했나 보다. 좀 밝아진 얼굴로 점원이 나와서 가능하다고 한다. 날짜, 시간을 적어주고 내 이름을 묻길래 잘 못 알아들을 거 같아서 내가 성을 직접 써주었다. 근데 보통 예약을 하면 전화번호도 받아야 하는데 이 점원은 내 이름만 받고는 다 됐다고 하네. 여기 사람들은 서로 신뢰도가 높은가... 노 쇼하면 어쩔라고... 너 그러다 산드라한테 혼나면 어떡해. 수수께끼의 궁금한 산드라. 하여튼 그래서 내일은 슈가무어에서 당분파티 예정 :)

 

 

예약 후 영원한 휴가님이 나를 필리모 가는 길까지 바래다주셨다. 나는 엘스카에 들러 책을 좀 읽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저녁 먹고(드디어 리미 김치를 거의 다 먹음!) 오늘 메모를 적는데 이게 또 왜 이렇게 길고 안 끝나나... 카페 얘기들을 써서 그런가보다. 나는 아무래도 빌니우스 카페 책을 내야 할 것만 같다. 출판사들이여 저에게 러브콜을 보내주세요 :)

 

 

오늘은 7,526. 4.9킬로.

 

 

내일은 비오고 흐리다고 한다. 흑흑 오늘도 흐리다 했지만 그래도 3시 무렵까진 해 났으니까 제발 내일도 해가 짠 하고 나오게 해주세요.

 

 

마무리는 디조이 거리의 구시청사 앞 벤치에서 책 읽은 사진이랑 시청사 풍경 사진. 뭔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이 벤치 쪽에만 햇살이 들어와서 골라 앉음. 이 초록분홍 치마가 얼마전 여기서 구입한 긴 치마. 따뜻하다. 

 

 

 

 

 

 

무지개까지 비쳐드는 시청사 앞. 여름엔 싫었지만 지금은 볕 쬐러 오는 곳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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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2. 04:04

늦은 오후 엘스카 2024 riga_vilnius2024. 10. 22. 04:04

 

 

 

어제는 이딸랄라에 가고 또 몸이 좀 피곤해서 빨리 들어오느라 엘스카에 안 갔다. 오늘은 후라칸에 갔다가 방에 들어가는 길에 아쉬워서,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루트라서 오후 늦게 엘스카에 들렀다. 4시 50분 다 되어 갔으니 평소보다 늦은 시각이었고 이미 그때는 햇살이 사라지고 흐려져서 빛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매우 한적한 시간대였고 좀 어둑어둑해진 엘스카도 또 이뻤다. 그리고 내가 앉고 싶었던 저 don't ask why 자리가 비어 있어 오늘 드디어 앉아보았다. 테이블이 낮은 건 안 좋았지만 책 읽기엔 괜찮았고 또 저 의자가 기대기에 참 편해서 좋았다. 

 

 

디카페인으로도 해준다고 되어 있어서 플랫 화이트를 디카페인으로 주문했다. 커피 초보이므로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플랫 화이트는 설탕을 넣어도 조금 씁쓸하다. 하여튼 디카페인이라서 걱정 없이 마시며 책을 읽었다. 편안하고 좋았다. 5시 반 정도에 일어났다. 엘스카가 우리 나라에도 있으면 참 좋겠다. 카페 에벨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엘스카는 에벨만큼 '뭔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카페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 좋다. 이제 며칠 안 남았네 흐흑...

 

 

늦은 오후 좀 어둑어둑하고 한적한 엘스카 사진 몇 장. 원래 여러번 간 카페는 따로 포스팅 안하고 메모에 같이 적는 편인데 엘스카는 매일 따로 올리고 있음. (사진이 많아서. 카페가 예쁘니까 사진을 자꾸 찍게 됨)

 

 

 

 

 

 

 

 

 

 

 

 

 

 

 

 

 

 

 

 

 

 

 

 

 

 

 

 

 

 

 

 

 

 

 

 

 

엘스카도 모퉁이에 있어서 건물의 2개 면을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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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2. 03:56

후라카나스의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22. 03:56

 

 

후라칸 커피는 체인이기 때문에 빌니우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카페인만큼 많지는 않다. 그런데 후라칸은 지점마다 건물의 공간적 특성도 있겠지만 뭔가 제각각의 스타일이 있어서 가면 구경하며 다른 점 찾는 게 재미있다. 이 후라칸은 새벽의 문 근처, 디조이 거리와 에트모누(? 이름 정확하지 않음) 거리 교차점에 있는데, 오후에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서 어디 갈까 하다가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고 하신 이 후라칸에 같이 와보게 되었다. 

 

이 후라칸은 토토리우와 보키에치우의 후라칸과는 많이 달랐다. 덜 북적거렸고 좀더 아늑했고 흰색 계열로 밝았다. 그리고 테이블과 테이블 간격이 넓고 안쪽 홀과 옆쪽 복도 등 공간들이 묘하게 분할되어 있어 실제보다 왜곡이 느껴져서 미묘하게 아늑한 느낌이 있었다. 공간과 공간 사이가 넓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작은 방들로 이루어진 느낌이라 해야 하나. 테이블들보다는 입구 쪽 홀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카운터와 바가 주인공인 느낌이다. 그리고 그 바 한가운데 카페 점원(역시나 1인만 있었는데 좀 매니저나 점장 같은 느낌이었다)이 여유롭게 계심. 

 

 

그런데! 그 점원이 바로 얼마전 보키에치우 후라칸에서 봤던 그 점원. 내가 후라카나스라고 이름붙인 사람이었다. 영원한 휴가님이 아마 체인이기 때문에 이 지점 저 지점을 돌면서 근무할 거라고 하셨다. 그 사람이다. 손님 너무 많아서 설거지를 못해서 컵도 없어서 플랫 화이트 종이컵에 줘도 되냐고 하고, 머그컵 구매하자 포장 박스 없다고 난감해 하고, 또 초짜 직원 가르치느라 더더욱 힘들어보였던 그 후라카나스! 근데 이 지점은 손님도 별로 없고, 바의 진열장에도 디저트 종류도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헐렁해보였다. 그래선지 후라카나스가 아주 여유있고 행복해 보였다! 심지어 문가 테이블에 앉은 두명의 아가씨와 즐겁게 대화를 하고 뭔가 농담따먹기로 추정되는 이야기도 하고 웃고(리투아니아어 모르므로 느낌만) 같이 과자도 먹고! 엄청 신나보였다. 가게 전체를 편안하게 장악하고 있는 느낌! 우리 나라로 치환하면 건물주가 하는 카페 주인같은 느낌! 분명 보키에치우에선 허덕거리고 있었는데... 후라카나스가 행복하니 나도 행복하다 ㅎㅎㅎ

 

 

 

나는 얼그레이를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은 더블 에스프레소. 그 이후 블랙 커피를 추가주문하셨다. (내가 매일 카페 메모를 적으면서도 커피 종류를 몰라서 물어보기 때문에 미리 알려주심 ㅎㅎ) 그런데 블랙 커피는 아메리카노랑은 다른것인가, 시킨 것을 보니 찐한 것이 꼭 러시아에서 쥬인이 시켜 마시던 그 타르처럼 진한 커피 닮았다고 묻자 아마 그거랑 비슷할 거 같다고 하심. 블랙도 카페에 따라 묽게 아메리카노 같은 곳도 있는데 후라칸은 진하다고. 생각해보니 후라칸 플랫화이트 엄청 썼음 ㅎㅎㅎ (그래서 감히 무적 테이스트 맵보다 쓰다고 내가 잘못 속단하기까지 함) 전에는 후라칸에서 얼그레이를 티포트에 마셨는데 여기선 주문할때 후라카나스가 '레귤러 사이즈?'라고 물어서 '뭐가 다른가? 어차피 티포트 아닌가?' 하며 네네 했더니 유리잔에 주었다. 유리잔에 주는 건 양도 조금 더 적고 아마도 좀더 저렴했을 것 같음(여러개 시키면 가격 잘 체크 못하는 자)

 

 

그리고 진열장에 디저트도 거의 없었는데 나는 그루지야 음식을 먹고 온 터라 단게 먹고파서 초콜릿 푸딩(갑자기 그 불어로 된 이름이 생각안나네. 데우면 안에서 초콜릿이 녹아서 흐르는 그거... 아아아 이름 뭐지... 기억력 다 감퇴됨. 하여튼 여기서는 초코 푸딩이라 적혀 있었음)을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이 버터맛 타르트(브르타뉴 피라가스라고 적혀 있음)를 시키심. 후라칸은 디저트들은 그닥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차랑 커피랑 먹으니 또 나쁘지 않게 잘 먹었다. (디저트는 이딸랄라가 더 좋은 걸로 결론. 비싸지만)

 

 

이 후라칸은 무척 맘에 들었고 후라카나스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많이 기억날 것 같은 곳이다. 근데 얘기하느라 정신팔려 사진은 별로 못 찍음. 그나마 찍은 사진 몇 장. 맨 위는 다 먹고 나가면서 찍은 우리 테이블의 잔해들. 여기는 역시 컵들이 이쁘단 말이야. 

 

 

 

 

 

 

손님들의 테이블이 아니라 바가 주인공인 카페! 그리고 후라카나스의 옆모습. 

 

 

 

 

 

 

 

 

 

 

 

 

 

 

조명 때문에 이쁘게는 안나왔다만. 하여튼 첨에 시켰을 때. 

 

 

 

 

 

 

내 찻잔 너머로 보이는, 손님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계시는 후라카나스.

 

 

 

 

 

 

후라카나스만 계속 등장... 이게 내 자리에서 보이는 게 저 카운터가 제일 컸음. 

 

 

 

 

 

 

이건 외관 사진인데 오늘 찍은 게 아니고 10월 9일에 새벽의 문 다녀오다가 찍었던 사진 두 장

 

 

 

 

 

 

야외 테이블은 오늘 다 접혀 있었다. 해가 좀 났는데... 분명 후라카나스가 야외 테이블 펴면 잔도 치워야 되고 힘드니까 안 폈을 거라고 우리끼리 중상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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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스펠은 필리모 거리에 있다. 엘스카에서도 두세 정거장을 더 가야 한다. 여기서 좀더 올라가면 할레스 투르구스 시장과 새벽의 문이 나오니 숙소에서는 꽤 떨어져 있고 구시가지 관광지와도 떨어져 있다. 필리모 거리는 넓고 쭉 뻗어 있고 트롤리버스들과 자동차가 휙휙 지나다니는 거리로 구시가지만 놓고 보면 대중교통이 제일 많이 다니는 넓은 도로인 것 같다. 나는 이 거리를 걸어가면 페테르부르크의 리고프스키 대로가 좀 생각나곤 한다. 게디미나스 대로가 네프스키 대로라면(그만큼의 상징성과 매력은 없다만) 필리모는 좀 썰렁하고 관광지는 없고 버스랑 차가 많이 다니는, 그리고 기차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면에서. 그러나 물론 나는 리고프스키 대로를 좋아해본 적이 없고 자주 걸어다니지도 않았으며 어쩌다 거기 가게 되면 '으으 여기는 힘든 곳...' 하고 괴로워했는데 필리모는 엘스카 때문에, 그리고 다른 동네들로 갈 때 이어지는 길목이 되기 때문에 거의 매일 가는 곳이 되었다!

 

 

하여튼 이 커피 스펠은 재작년에 처음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이 적어주신 빌니우스 구시가지 쪽의 가볼만한 카페 리스트에 들어 있었는데 그땐 짧게 머물렀고 숙소에서도 가깝지 않은데다 관광지 쪽도 아니어서 결국 못 갔다. 커피 스펠과 테이스트 맵이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꼭 가봐야지 했는데 위치도 그렇고 이래저래 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구글맵의 사진을 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좀 식당 같은 느낌이었고 브런치 위주로 바뀌어서 음식 냄새가 날것 같고 볕이 잘 안 드는 위치일 것 같아서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가 '뭐 나 가고 싶은 데만 가지뭐, 엘스카랑 이딸랄라, 후라칸만 가도 뭐 어때' 하게 되었다가... 여행이 일주일밖에 안 남게 되자 '그래도 안 가보면 나중에 돌아갔을 때 아 그래도 가볼걸 하고 아쉬워할거야' 란 생각에 오늘 분연히! 버스를 타고 커피 스펠에 갔다. 

 

 

여기는 정말 카페가 있을 법하지 않은 곳에 있다. 썰렁한 필리모 거리 한복판...보다는 조금 더 위에 있는데 건너편에는 시나고그가 있다. 그래서 창 너머로 시나고그가 보이는 것만이 이 카페의 위치적 장점인가 싶다. 영원한 휴가님 말씀으론 이 카페가 첨 생겼을 땐 테이블 위에 램프를 놓아두어서 어두운 겨울 아침에 지나가다 보면 창 너머로 램프 불빛이 새어나와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마음에 이입이 많이 된다. 어둡고 추운 겨울의 이른 아침, 컴컴한 건물들 사이로 창문을 희미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며 스며나오는 램프 불빛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게 또 있을까?

 

 

카페 내부는 미니멀리즘과 식당 테이블의 결합처럼 느껴졌다. 맨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고 장식도 거의 없었다. 카운터 뒤에 거대한 녹색과 청색 계열의 패널 같은 게 덧대어져 있는 것이 인테리어의 전부였다. 나는 그게 장식 패널이라 생각했는데(나올 때까지 끝끝내) 영원한 휴가님이 그건 이 건물의 옛날 벽면 일부를 그대로 유지한 채 카페가 들어온 거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사진을 잘 보니 정말 옛날 벽이었다. 칠 벗겨진 자리까지 그대로... 아아 나는 정말 뭘 보고 다니는 건가... 그런데 이 카페의 유일한 인테리어처럼 느껴지는 게 바로 이 옛날 벽임. 나에게는 좀 춥고 썰렁한 느낌이었다. 

 

 

나는 카푸치노를 시켰다. 커피 스펠이라고 하니까 좀 궁금해서. 그리고 점심을 먹어야 하므로 커피를 조금만 마시고 디저트 같은 건 안 먹으려고. 카푸치노는 조금 썼지만 아주 진하지는 않았다. 설탕 투하. 

 

 

카페는 조금 추운 편이었다. 처음엔 한적했지만 12시 무렵이 되자 사람들이 이어서 들어왔다. 대부분은 브런치를 먹었다. 팬케이크 종류와 베이글류, 샥슈카 등의 브런치가 많은데 사람들은 보통 팬케이크를 주문하는 것 같다. 나는 처음에는 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가 시나고그가 잘 보이는 창가의 높은 바 테이블로 기어올라가 앉았다. 그쪽은 의자에 등받이가 없어 불편했지만 어차피 오래 앉아 있지는 않을 거라서. 근데 역시 책을 읽기엔 테이블이 나에겐 좀 높았다. 맨 위 사진이 기어올라간 창가 테이블.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런치를 먹었으므로 아래 테이블들에 앉았다. 

 

 

카푸치노는 반 잔쯤 마셨다. 이미 수차례 읽었던 책이라 가볍게 넘겨가며 읽었다. 오늘은 스트루가츠키가 아니라 하루키의 잡문집을 들고 왔다. 그 이유는... 맨 아래에도 사진이 있지만 여기가 문앞에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푸틴 쿨하다 생각하면 들어오지 마라' 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단언적인 그 명령에 사실 '전쟁도 푸틴도 싫지만 이런 건 좀 불편하다' 라는 느낌에 커피 스펠에 오는 걸 미루게 된 것도 좀 있다. 하여튼 소심한 나는 '푸틴 편이라고 오해되면 우째, 노어로 된 책 들고 가서 당당히 못 읽겠어, 무싸와' 라는 생각에 우리말로 된 책 들고옴. 흑흑... 

 

 

그리고 여기서 나는 막판에 화장실에 갇혀서 못나오는 줄 알았다. 빌니우스 카페들은 화장실에 가면 문 잠그고 열때 가끔 고생을 하는데, 여기도 그랬다. 분명히 한번 돌려서 잠갔는데 나가려고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음. 한번 돌려도 두번 돌려도 세번 돌려도 안 열리고... 침착하자, 다시 해보자, 열릴 것이다 하고 정말 스무번을 돌려도 안 열림. 허헉, 소리쳐야 하나... 열어달라고 도움을 요청? 밖에서 손잡이를 뽀개야 하나... 정말 너무 안열려서 고생고생했는데 어쩌다 막판에 열렸다. 이게 어쩌면 잠긴 건 열렸는데 내가 요령이나 힘이 없어서 손잡이와 문을 힘차게 팍 열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런 곳들도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문이 무겁고... 하여튼 그래서 커피 스펠은 '화장실에 갇힐 뻔한 곳'으로 마지막 인상이 남아버릴 뻔 했는데 나갈 때 결국 그 '푸틴 좋으면 들어오지 마' 로 각인되었음. 이 카페는 나에게는 한번쯤 들르고 족한 카페로 남을 것 같다. 아래 사진들. 

 

 

 

 

 

 

이게 필리모 거리 따라서 올라가다 보이는 모습. 간판도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 오후까진 생각보다 해가 나서 좋았다. 

 

 

 

 

 

 

내부. 첨에 앉았던 홀의 테이블. 설탕 투하 전의 라떼 아트가 살아있는 카푸치노. 

 

 

 

 

 

 

정말 별 장식 없는 내부 공간. 나는 이 의자들이 너무 식당 느낌이라 맘에 안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프라하의 카피치코도 의자가 좀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카피치코는 좀 아기자기한 스타일이라서 다르긴 하다. 그리고 여기는 벽에 콘센트가 많았다. 

 

 

 

 

 

 

카운터 뒤의 옛날 벽. 저렇게 버젓이 벗겨진 칠과 벽돌 등등 '나 옛날 벽이오' 하고 있고 심지어 안으로 들어가 있는데! 나는 저것을 장식 패널이라고 착각하고(패널이었으면 튀어나와 있어야 하는데)

 

 

 

 

 

 

가려져서 뭔지는 안보이지만 월요일 오전에 브런치를 먹으며 즐거운 사람들. 

 

 

 

 

 

 

그런데 여기서 인상깊었던 점 하나. 내가 창가 테이블로 기어올라갔을 때. 특이하게 이 아래 벽에 콘센트와 함께 가방걸이가 있었다! 옷걸이라기에는 너무 낮게 달려 있어서 이것은 가방걸이가 분명했다. 우와 이건 너무 좋다! 안그래도 '가방을 바닥에 놓으면 부자가 될 수 없다!'라는 리투아니아의 전승에 대해 몇년 전 영원한 휴가님께 들은 이래 바닥에 가방 놓는 게 너무 신경쓰였는데... 그래서 빈 의자에 놓거나 심지어 내 등 뒤에 가방을 놓아야 했는데... 이거 세심하고 좋다. 커피 스펠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건 바로 이거였습니다 :) 

 

 

 

 

 

 

반쯤 마신 후 일어나면서 찍은 창가 사진. 이쪽에서 보면 시나고그가 안 보임. 

 

 

 

 

 

 

하루키 잡문집은 어제도 얘기했듯 편차가 심한데, 특히 음악에 대한 얘기들은 좀 피곤하다(어쩌면 나랑 취향이 달라서 그럴테지만 이 사람은 재즈 얘길 하면 좀 스노브처럼 변함. 내용보다는 문체가...) 그러나 역시 글쓰기나 번역에 대한 쪽으로 가면 재미있다. 이 파트는 '언더그라운드'를 집필하는 과정과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진의 저 부분은 읽을 때마다 '흐흑, 이입돼...' 상태가 되어서 찍어둠. 

 

 

 

 

 

 

내부 모습 한 컷 더. 

 

 

 

 

 

 

이게 그 푸틴 관련 문구. 영원한 휴가님이 '거기 이런 문구 적혀 있어요' 라고 말씀해주셔서 좀 그랬는데 들어갈 땐 이걸 못봐서 '그 문구 이제 없어요' 라고 알려드렸다. 그런데 나오면서 보니 여전히 있었다. 심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마도 저 문구의 단정적인 스타일 때문에 '쿨하다 생각하지 않고 전쟁도 푸틴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의 명령조 문구를 보면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막 생기진 않는걸' 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음. 그리고 맞은편엔 시나고그가 있고... 시나고그에는 가자에서 납치된 사람들을 돌려달라는 내용으로 추정되는 전단들이 붙어 있는데(아닐지도 모름. 자세히 안 봤음) 그렇게만 보기엔 또 팔레스타인에서 학살되고 있는 생명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간판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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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요 며칠 맑고 햇살이 나서 좋았지만 사실 기온 자체는 낮다. 아침엔 영하 1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고 오늘도 1도였다. 방은 춥지는 않지만 천정이 높아서 훈훈하고 아늑한 기운은 좀 부족하다. 어제 오전에 필리에스 거리에서 좀 떨었는데 그 여파인지 밤에 조금 기침이 나오려는 듯해서 은교산을 두 알 먹고 잤다. 아침에도 목이 좀 붓고 약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가 10시 넘어서 밥 먹으러 내려가면서 한국에서 챙겨온 쌍화차 반 포를 가지고 가서 뜨거운 물에 타서 꿀을 녹여 마셨다. 꿀을 너무 넣었는지 엄청 달았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서 9월에 인후염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타왔던 약을 먹었다. 점심땐 안 먹었는데 이제 자기 전에 저녁 약을 먹어야겠다. 몸이 막 아프고 그런 건 아닌데 목이 조금 붓고 기침이 약간 나오려는 기미가 있어서 그렇다.

 

 

이제 일주일밖에 여행이 안 남았다고 생각하자 너무 아쉽고 아깝고 그렇다. 해는 오늘까지 나고 내일은 다시 흐려진다고 하고. 28일 월요일 저녁에 빌니우스를 떠나 바르샤바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인 29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서 30일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래도 한달 휴직이라 레이오버들로 끊어서 몸이 너무 피곤하진 않을 것 같다. 하여튼 이제 일주일 남았어 엉엉, 도착해서 좋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흑흑... 게다가 돌아가면 다시 빡세게 일해야 돼 으앙...

 

 

감기 기운도 있고 피로가 좀 쌓였는지 오늘 몸이 무겁고 계속 졸려서(감기약 때문일 수도 있음) 바깥이 조금 데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11시 반쯤에나 나갔다. 오늘은 필리모 거리를 거점으로 하여 MO미술관 옆의 공부 카페 BREW, 그리고 근처 오르막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중식당, 이후 공원을 통과해 엘스카 정도로 하면 동선이 딱 좋겠다고 계산했고 버스를 타고 공부 카페까지 간것까진 생각대로였다. 그러나 나머지는 계획과는 전혀 달랐다.

 

 

 

 

 

 

공부 카페에서 나왔는데 햇살이 좋았다. 옆에는 공원과 기다란 계단이 있는데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시면서 헤어졌었다. 계단 올라가면 전망이 어떨지도 궁금하고 또 그 위쪽 동네는 어떤지도 궁금해서 올라가보았다. 그리고 원래 가려던 중식당 리뷰와 메뉴를 검색해보니 평이 엇갈려서 갈까말까 싶기도 했다(거기도 오르막길로 가야 함) 하여튼 계단이 꽤 높아서 나중엔 다리 아팠다.

 

 

위의 사진은 그 공원에 있는 공공미술 조각.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이 녀석을 보면 OTL 얘네도 아나보다... 란 생각이 들고... 빡세게 일하며 사는게 힘들다는 마음으로 막 이입됨 ㅜㅜ 그리고 아래 사진 두 장은 그 공원 계단이랑 올라가는 길에 찍음. 날씨는 참 좋았다. 

 

 

 

 

 

 

 

 

다 올라오니 아래쪽 구시가지와 관광지와는 많이 다른 동네였고 거대 막시마가 있었다. (여기는 들르려다 까먹음) 그리고 바로 근처에 타마고라는 한식/일식집이 있어서 으잉?’ 하며 거기에 가보았다. 그래서 중식당은 없어지고 생각지 않은 한식집. 근데 사실 제대로 된 한식집은 아니었고 좀 카페 같은 곳이었다. 브런치를 일본식 계란말이, 덮밥, 그리고 우리나라 비빔밥 그런 것을 하고 있었고 저녁 메뉴로는 부대찌개, 떡볶이 뭐 그런게 있었다. 좀 신기했다. 인테리어도 카페 같았다. (영원한 휴가님이 여기가 백스테이지 카페 2호점이 있었던 자리라 해서 이해가 됨)

 

 

메뉴에 김치수프라는 게 있어서 나는 또 낚였다. 김치수프에 밥을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양이 적어보여서 열심히 메뉴를 보다가(종류가 적음), 타마고야끼(일본식 큰 계란말이 같았음)와 김치수프, 그리고 사이드로 밥을 추가해 주문했다. 그랬더니 점원이 타마고야끼 스크램블드에그 버전으로 하면 밥위에 얹어주는데 그거 아니고 그냥 타마고야끼, 밥 따로?’ 하고 물었다. 이때 나는 원래 생각대로 갔어야 했는데, 왜냐하면 계란말이와 계란덮밥은 완전히 다른 종류이기 때문이지! 근데 덮밥으로 먹으면 더 저렴했고 뭐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싶어 점원의 친절을 받아들여 주문을 수정했다.

 

 

 

 

 

식당 내부. 아무리 봐도 카페 같음. 

 

 

김치수프가 먼저 나왔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서 예상은 했는데 정말 김치만 들어 있었다. 그래도 이건 지난번 중식집에서 나를 웃게 만들었던 배추 약간 넣은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고깃국이 아니고 김칫국이었다. 백반집 가면 가끔 나오는 김치콩나물국에서 콩나물을 뺀 맛? 그래도 김치 맛이라 이상하진 않았다. 근데 이 국은 이것만 먹을 수 없으니 빨리 밥이 나와야 되는데 역시나 수프 개념이라 그런지 밥은 늦게 나와서 기다리느라 좀 식음. 하여튼 타마고야끼 덮밥이 나왔는데 으앙 이거 참기름 계란밥이야. 간장을 넣은건지 소금을 넣은건지 하여튼 너무 짜다... 역시 원래 생각대로 흰밥, 계란말이, 김칫국이었어야 간의 균형이 맞는데 잉잉... 그래도 간만에 밥이랑 국이라 짠맛을 무릅쓰고 잘 먹긴 했다만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이 사람들 이 참기름계란밥을 브런치라고 시켜서 먹으면 과연 배가 찰까? 반찬도 없고... 이건 애기들 주는 간장계란밥 같은 건데... (근데 간장계란밥보다 짰음) 아무래도 간장계란밥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인 것 같긴 하다.

 

 

 

 

이게 김치 수프. 그냥 김칫국. 메뉴판에 보면 마리네이드한 계란을 추가해 먹으라 되어 있는데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고(간장양념한 계란일 것만 같음) 이미 계란덮밥이 있으므로 추가를 안했다. 

 

 

 

 

계란밥! 배는 불렀는데 뭔가 제대로 밥먹지 못한 느낌이 들었음 ㅎㅎㅎ 이걸 돈주고 사먹다니, 집에서 먹을 거 없을때 급조하는 밥인데... 하는 느낌이랄까. 아마 이건 한국사람만 느끼는 감정일지도! 

 

 

 

 

 

라면이랑 비빔면도 팔고 재밌었다. 근데 빌니우스에는 정말 제대로 된 한식당은 없는 것 같다. 필리모 거리 근방에 '고기 가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는 치킨이 주종목이다. 고추장치킨, 간장치킨, 그리고 고추장 감자튀김 뭐 그런 메뉴가 있었다. 가보진 않았다. 난 한국에서도 치킨을 잘 안 먹기도 하고... 

 

 

 

 

 

 

밥을 먹고 나왔는데 김칫국에 짠 계란밥을 먹어서 너무 단 게 먹고팠다. 엘스카가 더 가깝긴 했지만 그곳의 유일한 단점, 즉 비건 디저트가 생각나서 , 나 오늘은 비건 디저트 싫어. 맛있는 케익 먹고싶어하며 이딸랄라로 가기로 했다. 거기로 가려면 좀 걸어올라가다 옆으로 꺾어서 기다란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가 보키에치우 거리로 통하는 골목을 따라가야 한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난 정말 구글맵 없이는 이렇게 절대 못 돌아다닐거야. 나의 여행 반경을 엄청 넓혀준 구글맵. 대신 단점은 눈앞만 보고 다녀서 머릿속에 큰 지도는 안 그려진다는 점임)

 

 

 

 

 

보키에치우는 역시 햇볕이 들었고 이딸랄라도 야외가 꽉 찼고 내부에는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별도로 쓴 것처럼 호지차와 치즈케익을 먹으며 책을 읽고 쉬다가 나왔다

 

 

사실 이딸랄라에서 나왔을때도 늦지 않은 시각이라(3시 반쯤) 엘스카에도 추가로 가고 싶긴 했다. 왜냐하며 내일부턴 흐려진다고 해서, 볕 드는 엘스카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이미 호지차와 케익으로 너무 배불러서 엘스카에서 뭔가를 마실 위장 용량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리미에 가서 생필품을 사고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가야겠다고 생각. 도미닌코누 거리와 토토리우 거리를 지나 게디미나스 대로의 리미(내가 제일 애용하는 곳)에 가서 물이랑 티슈를 샀다. (위 사진은 이그노토 거리에서 토토리우 거리로 꺾어지는 길목. 이렇게 보면 내리막. 하지만 토토리우에서 올라올 땐 오르막임. 와 그래도 몇주 머물렀더니 이제 내가 지리를 좀 알고 있어! 재작년엔 일주일 넘게 머물렀지만 머릿속에 이런 지도랑 방향은 하나도 안 그려졌었는데...)

 

 

그런데 짐이 무거워지니 엘스카까지 올라가기가 좀 어려웠고 또 꽃도 사고 싶어서 숙소 근처 키오스크에 가서 이번엔 장미를 세 송이 샀다. 이건 꽃이 큰 스탠더드 장미라 좀 비쌌다. 빌니우스는 우리나라보다 꽃이 더 비싸다. 꽃파는 할머니에게 사면 더 싸긴 한데 품질이 안 좋아서 특히 며칠 전 산 들국화는 폭망해서 다 시들었음. 장미까지 사고 나니 이제 정말 방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방에 돌아와 짐을 좀 풀고 장미는 잎을 딴 후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드디어 켐핀스키 리가에서 챙겨온 유리병도 써먹음. 이거 다시 싸가야 되는데 ㅎㅎ 진짜 거의 없는 리가 기념품인데) 그래도 네시 좀 넘은 시각이었고 엘스카에 갈 기력은 이미 없어졌지만 근처의 빵집이나 카페인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피곤해져서 감기 기운을 생각해 다 포기하고 그냥 목욕을 했음. 흑흑 좋은 날씨 안녕... 그리고는 침대에 들어가 좀 누워서 쉬었다. 빨리 들어와버리는 바람에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컵라면이랑 조식 테이블에서 온 삶은 달걀, 오렌지랑 미니 서양배로 간단히 저녁 먹음. 아니 나 감기 기운 때문에 단백질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내일은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겠다. 하여튼 비교적 일찍 들어와서 쉰 날인데 왜 여전히 오늘의 메모는 10시 넘어서까지 쓰고 있는 걸까 엉엉...

 

오늘은 7,567. 4.8킬로. 공부 카페에 버스를 타고 갔고 안 가본 거리들 쪽을 걷긴 했지만 들른 곳은 평소보다 적었다.

 

 

내일 흐리다고 하는데... 그래도 해가 짠 하고 잠깐이라도 나와주면 참 좋겠다. 화욜에는 비도 온다는데... 같은 기온이라도 해가 안 나면 엄청 우중충하고 으슬으슬하니까 분명히 내일은 추울 거 같음. 흑흑. 따시게 입고 나가야지. 사실 오늘도 어제 떨어서 따뜻하게 입고 나갔었음. 기모 스타킹에 여기서 산 긴 치마에 패딩. 내일은 코트 안에 또 막 껴입어야겠음.

 

 

장미랑 아직도 살아남은 딱 한대 프리지아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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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1. 03:40

이딸랄라 호지차 2024 riga_vilnius2024. 10. 21. 03:40

 

 

 

점심을 먹은 후 원래는 엘스카에 가서 볕을 쬐며 차를 마실 생각이었다. 사실 이것저것 고려하여 동선을 짜서 오전 카페를 엘스카에서 도보로 멀지 않은 필리모 거리 쪽에 있는 공부 카페로 잡았던 것이다. 점심도 공부 카페에서 걸어올라가면 나오는 중식당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점심을 다른 데서 먹었고, 그 점심을 먹고 나자 좀 짜서 그런지 너무너무 달콤한 디저트가 먹고팠다.

 

그리하여 나는 엘스카를 배신했다. 그 이유는 엘스카가 다 좋은데 디저트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무슨 치아푸딩 라이스푸딩 이런것, 그리고 비건 디저트 4종이 전부. 그 비건 디저트 중 땅콩, 망고, 라임크림케익(...이라 하지만 사실 크림 얹은 아주 작은 타르틀렛 같은 것)은 이미 먹어봤고 남은 건 비건 브라우니인데... 흑흑, 나는 맛있는 케익이 먹고팠다. 이런 경우 최고의 케익이 있는 슈가무어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거기는 또 내부가 별로 편안하지 않고 주문도 엄청 늦게 받는다. 그래서 환하고 따뜻하면서 디저트도 잘 구비하고 있는 이딸랄라에 가기로 했다. 엘스카보다는 멀었지만 그래도 내리막이라 걸어갈만 했다(점심 먹은 곳이 언덕 위에 있었음) 근데 오늘까지만 맑고 해 난댔는데 흑흑... 

 

오늘 볕이 나니까 이딸랄라는 분명 안에 자리가 있을 것 같았다. 생각대로 자리가 있었는데 그래도 일요일이라 맨 안쪽 창가 자리(전에 내가 잠깐 앉았던 곳)과 문 옆 창가의 그네 자리만 비어 있었다. 그 자리가 빛이 잘 들어서 앉아볼까 했지만 그네에 시험삼아 앉아보자 그네가 약한 느낌이고 너무 흔들려서 포기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자리는 힐끗 보면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좀 응달 쪽이라 손님들이 비워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여튼 거기 앉았다가 나중에 입구 근처의 빛 들어오는 쪽 테이블이 나서 또 옮겼다. 

 

 

 

 

야외 테이블들은 이미 이렇게 우글우글! '이게 10월의 마지막 햇볕이래, 아니 그럼 올해의 마지막 광합성 아닐까?' 하며 악착같이 밖에 앉은 빌니우스 사람들의 마음이 막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가 나중에 옮긴 자리는 저 한 단 위에 있는 책상 같은 테이블 중 하나. 저게 엄청 불편해보이겠지만 사실 앉으면 편하고 책 읽기도 좋다. 실제로 불편한 자리는 저 복도에 놓여 있는 이케아 스타일 테이블들 자리... 

 

 

 

 

 

 

이딸랄라 전에도 두어번 따로 올렸는데 왜 오늘도 따로 올리느냐면, 오늘 내가 주문한 메뉴 때문이다. 

 

감기 기운이 있어 오늘 약을 먹고 나왔기 때문에 카페인이 너무 강한 건 마시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홍차도 잎으로 우려주긴 하는데 좀 진한 편이었다. 그런데 메뉴판에 말차와 호지차가 있었다. 라떼 표시는 되어 있지 않았다. 호지차가 있다니 하며 점원에게 '호지차 저거 우유 안 들어가는 스트레이트에요?' 하고 물어보았다. 친절한 남자점원은 '네, 워터 베이스에요. 우유 안 들어가요' 라고 대답하며 혹시 우유 들어가는 걸 달라는 걸까 하는 눈으로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는 '오, 네, 좋아요. 그 호지차를 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이 점원이 등록기에 타닥타닥 치는 걸 보니 '호지차 라떼'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눈이 동그래져서 '엥, 우유 안 들어간다면서 왜 라떼에요?' 라고 묻자 점원이 '아니 뭐 이런것까지 주시하고 있는 거야?' 하고 좀 놀랐는지 본인도 당황하면서 '아니, 우유 안 들어가는 거 맞아요. 이거 기계라서 그래요' 라고 대답함. 보통 사람들은 라떼를 시킬 것 같긴 한데 또 모르지. 

 

하여튼 그래서 좀 기다린 후 나의 호지차가 나왔다. 오, 우유 안 들어갔어. 근데 왜 이렇게 양이 적지? 호지차 커피보다 비쌌는데! 카푸치노 잔에 나왔다. 그리고 호지차는 뜨거운 물에 빨리 우려야 구수하고 맛있는데 이건 분명 라떼를 만들기 위한 호지차 가루! 찻잔 바닥에 가루가 덜 녹아 뭉쳐져 있었다. 그리고 양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구수한 맛보다는 말차처럼 쓴맛이 압도함... 흐앙... 뭐 케익 곁들여 마시기에 나쁘지는 않았는데 이분들에게 호지차에 대해 좀 알려드리고 싶구나 ㅎㅎㅎ

 

어쩌면 내 주문이 들어간 후 의연하던 그 남자점원은 카운터 뒤로 가서 선배 점원들과 급하게 얘기를 나눴을지도 몰라. '클났어요, '호이차' 우유 없이 주문하는 토끼가 나타났어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그냥 라떼라고 쓰자고 했잖아요 엉엉... 물만 넣고 어떻게 만들지? 그냥 우유에 넣는 것과 동량으로 가루를 타면 되겠죠? 근데 라떼 아니니까 컵은 라떼 컵 말고 작은 컵에...' 운운... (리투아니아어로 j는 i로 읽으니 호지차도 아마 호이차라고 할 것 같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심. 잡채도 막 얍채, 옙채 그런다고) 이것은 키라스의 랍상소총 마스터 이후의 호이차 스트레이트 토끼 출몰 아닌가 하고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니 너무 우스웠다. (실제로는 뭐 원래 이렇게 만드는 거라 생각하며 만들어줬을 듯. 이 카페도 일본 쪽 영향을 받았는지 킨토 커피잔과 말차 다구도 판매하고 있음)

 

사진이 그 호지차. 흑흑 쓰고 양 적어... 가루 다 안 녹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라떼용 호지차 가루인 것 같음. 그냥 '호지차 라떼 주세요' 할 걸 그랬나 ㅎㅎㅎ

 

그런데 또 함께 시킨 베리 치즈케익이 맛있었다. 여기는 케익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슈가무어보다 1~2유로 비쌈) 맛있긴 하다. 맨첨 시켰던 미니 초코슈가 너무 작아서 빈정상했지만. 심지어 치즈케익 달라고 했더니 바스크냐 베리냐 물어본다. 여기도 바스크 치즈케익이 유행하나? 치즈케익이 예상외로 은근히 맛있었는데 호지차가 너무 적어서 케익 한 조각을 다 먹을 수 없었다 엉엉...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아쉬운 호지차. 근데 호지차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시켰던 거라서 이 정도면 만족하자. 

 

 

 

 

 

호지차 구경 중인 쿠야. 이때는 아직 안쪽 창가 자리. 

 

 

 

 

 

진열장 안의 케익은 멀쩡했는데 갖다줄 때 보니 또 시럽같은 걸 왕창 뿌려놨길래 '어휴 여기도 러시아랑 비슷하구나... 저건 왜 뿌려서 케익 본연의 맛을 해치나' 했는데 저 딸기 소스가 또 맛있었다. 생각해보니 재작년에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에서 딸기 블린 시켰을 때 딸기쭈쭈바 색깔 소스 부어줘서 그때도 '어휴 이거 왜 부어줘' 했는데 그게 맛있었음. 같은 소스인가? 하여튼 러시아 생각이 나며 좀 그리웠다. 거기도 케익 시키면 막 저렇게 뭔가 그렇게 예쁘진 않은 장식을 해서 가져다 줌.

 

 

 

 

 

간만에 맛있어보이는 디저트를 앞에 둔 쿠야. 

 

 

 

 

그러다 자리가 나서 옮김. 역광 때문에 이 구도는 좀 어둡게 나왔다만. 이 자리가 보기와는 달리 아까 그 창가 자리보다 더 좋다. 책 읽기도 편하다. 

 

 

 

 

 

이딸랄라 구경 중인 쿠야.

 

 

 

 

 

여기서 책을 여러 페이지 읽었다. 단어를 조금 찾아가면서... 근데 이때쯤 볕이 들어오고 감기 기운에 피곤했는지 너무 졸려서 의자에 기대어 하염없이 졸고 싶었다. 졸지는 않고 책을 더 읽고... 좀더 앉아 있고 싶었지만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고 이때는 엘스카에도 추가로 갈 마음이 있었기에 한시간 반쯤 있다가 일어섰다. 

 

이딸랄라는 처음 왔을 땐 사람도 너무 많고 자리도 저 중간의 복도쪽 자리였던데다 뭔가 여러가지 스타일이 뒤섞여 있고 점원들도 너무 바빠보이고 디저트도 작은데 비싸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볕이 잘 들어서 야외에 앉기가 좋고 또 자리가 날 때면 의외로 괜찮아서 점점 이미지 만회되어 지금은 볕이 좋으면 엘스카랑 이딸랄라!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근데 이제 날씨 안좋아지면 이 내부도 맨첨 왔을 때처럼 또 정신없어지려나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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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빌니우스에도 물론 카공족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랩탑과 태블릿을 장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카페에서 한둘 이상은 찾아볼 수 있다. 이 카페가 빌니우스에서 가장 카공족이 많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전에 말씀해주셔서 궁금해서 오늘 가봤다. 이 카페는 필리모 거리의 MO 미술관 옆으로 꺾으면 나오는데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하러 엄청 많이 온다고 한다. 그 옆에는 카페인 로스터리가 있는데 사실 나는 그쪽이 더 가고팠지만 카페인은 체인이고 여기는 무려 '빌니우스 최고의 공부 카페'이니 어떤지 구경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학생들이 별로 없으니 좀 한가할 거라는 생각에 오전에 버스를 타고 모미술관 앞에서 내렸다. 숙소 앞 정류장에선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이게 걸어가면 또 꽤 가야 해서... 엘스카를 지나 문방구 카페도 지나야 한다. 
 
이름은 BREW이지만 나는 여기를 <공부 카페>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뭔가 원두도 팔고 카페 이름도 저렇고 커피가 훌륭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우글우글해서 거의 만석이었다. 카페가 생각보다 작고 좁았다. 테이블 간격도 좁았다. 맨 안쪽 구석에 테이블 하나가 있어 거기 자리를 잡은 후 주문을 하러 갔다. 주문하는 줄도 늘어서 있었다. 어, 뭔가 테이스트 맵 같은 커피부심 커피엘리트 커피맛집인가 하며 카푸치노 작은 것을 주문해보았다. 제대로 된 차와 디저트는 오후에 가기로 하고 여기는 점심 먹기 전에 가볍게 들르는 곳으로 생각해서 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커피는 다 마실 수 없으므로 그럼 작은 걸 하나 시켜보기로 함. 
 
카푸치노는 내 생각보다 훨씬 연했다. 테이스트 맵 같은 곳은 아닌가보다. 설탕을 넣긴 했지만 하여튼 연했고 맛이나 풍미는 잘 모르겠다. 나는 두세 모금만 마셨다. 
 
일요일인데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강아지 데리고 나와 수다떠는 친구들, 아기 데리고 나온 가족들 등 사람들이 많았다. 옆의 미술관 때문인가, 왜 여기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막상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안 보인다. 평일에만 공부 카페인가보다. 근데 공부 카페는 이해가 되는데 일요일에 이렇게 터져나가는 이유는 뭘까? 카페가 딱히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디저트가 엄청나보이지도 않고 커피도 비록 과문하지만 그냥 그런 것 같은데. 궁금궁금. 영원한 휴가님은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니까 또 많아지나보다 라고 하셨음. 내 눈엔 카페인이랑 비슷해보였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하긴 공부하기 제일 좋은 카페는 역시 체인 카페들이니까, 카페인이랑 비슷한 스타일이라 공부 카페로 잘되나 싶기도 했음. 
 
책을 두세 페이지 읽고 카푸치노도 두세 모금만 마시고 큰 인상 없이 카페를 나왔다. 그래도 공부 카페라는 별명으로 기억될 것 같긴 하다. 사진들 아래 몇 장. 
 


*** 앗, 정정!



공부 카페능 여기가 아니라 내가 가고팠던 그 옆 카페인 로스터리라고 방금 영원한 휴가님이 말씀해주심. 으앙... 뭐야뭐야... 근데 이미 여기다 공부 카페라고 붙여줬어...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ㅠㅠ 홍철 없는 홍철 팀 같다... 어쩐지 그 카페인에 가고프더라니 ㅎㅎㅎ


 

 

 
 
내가 앉은 구석 자리. 좀 밍밍한 맛의 카푸치노. 
 
 

 
 
<미운 백조들>은 책이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암울하지만 그래도 매일 가지고 다니며 카페들에서 조금씩 읽고 있음. 근데 이거 한국 돌아가면 과연 이어서 읽을 수 있을까 ㅠㅠ 이런 여유 자체가 없을텐데. 
 
 

 
 
출입문이 두군데 있었음. 이쪽은 측면 출입문. 여기도 호박 장식. 빌니우스 거리는 여기저기 온통 호박 장식으로 가득하다. 
 
 
 

 
 
 
이게 다른 출입문. 근데 건물 모양을 보면 이게 정면 출입문 같지만 생각해보니 그 위 사진의 문으로 들어가자 곧장 카운터가 나왔으니 그쪽이 정면인가보다. 
 
 

 
 
 
비건 디저트들이 맨 위에... 어딜 가나 비건 디저트들이 대세인가보다. 흑흑 나는 비건 디저트는 안 좋아하는데... 근데 아래에 메도빅이 있어서 좀 먹고프긴 했다. 
 
 
 

 
 
 
'공부 카페라니 될 말이야?' 하고 뿌루퉁해져서 쳐다보는 쿠야. 
 
 
 

 
 
무서운 표지를 빌니우스 지도로 싸버린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근데 이 지도의 재질이 좀 두껍고 잘 허는 타입이라 가방에 계속 넣어다녔더니 이미 귀퉁이들이 헐고 있음 ㅠㅠ
 
 
 

 
 
 
내 앞 테이블 손님들이 데려온 큰 강아지. 삽살개 같은 종류인데 이 종류 강아지들이 빌니우스에 좀 많다. 엄청 애교가 많아서 주인한테 계속 낑낑대며 관심과 간식을 요구했고 나한테도 와서 엉기고 다른 손님들한테도 가서 엉김. 
 
 
 

 
 
 
나가면서 보니 갑자기 손님들이 훅 빠져서 이쪽이 비어 있어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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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0. 04:36

커피와 차 about writing2024. 10. 20. 04:36

 

 

 

나는 이 글을 2020년 초부터 4월까지 썼다. 그때 나는 매우 바쁘게 일하고 있었고 몇년 간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19년에 아주 짧은 단편을 썼고(그건 알리사가 화자로 등장하는 '핀란드 우하' 라는 글로 여기에도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이후 아주 집중해서 이 글을 썼다. 내게 있어 모든 글쓰기는 내밀한 그 무엇이지만 이 글은 특히 더 그랬다. 예전에 이 글을 쓰는 동안 이 폴더에 가끔 메모를 발췌한 적이 있다. 

 

 

단편의 제목은 '밤, 레닌그라드' (Ночь, Ленинград) 였다. 시간적 배경은 1981년 9월. 정치범으로 체포되었다가 수용소에서 약물쇼크를 일으키고 사경을 헤매다 가석방되어 지방 소도시 가브릴로프로 유배 결정된 미샤가 호송 과정에서 레닌그라드에 24시간 동안 들르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사람을 비롯한 이 글들의 우주에서 처음으로 미샤가 1인칭으로 이야기하며 그것도 내밀한 독백들과 환상을 뒤섞고 또 뒤섞는다. 아마 이후에도 나는 이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썼었다. 이 글에서 미샤는 환각과 꿈, 기억, 마음과 감각의 미로에 빠져 있는데 실질적인 플롯의 축은 이 사람이 레닌그라드의 자기 아파트로 돌아와 오랜 애인이자 주치의인 유라와 재회하고 돌봄을 받고 계속해서 이게 꿈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아래 발췌한 내용은 전반부. 미샤가 레닌그라드로 호송되는 차 안과 휴게소 식당에서 옛날을 잠깐 회상한다. 미샤의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인텔리겐치야였다가 정부의 우주정책에 반하는 농담 때문에 체포되어 미샤가 어릴때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는 미샤를 데리고 본격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더 오래전에 썼던 짧은 단편 두엇은 제외하고) 바로 그 농담과 죽은 아버지로 시작했었다. 미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이 가브릴로프 이야기의 패러디 픽션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몇 번 나온다. 특히 파인애플에 대해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쓴 단편 <4월의 로켓>에서 미샤는 마냐와의 대화 도중 자기 아버지와 수용소에 대해 언급한다. 그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여행을 와서 새 글을 시작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글을 쓰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보고 느끼고, 혹은 쉬면서 쌓는 시기이다. 그날그날의 순간과 행위들을 '기록'하는 시기이지 무언가를 '창작'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항상 바란다. 

 

 

이 글을 발췌하게 된 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생각지 않게 커피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차.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쓰는 것도 읽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사실은 언제나 다른 무언가들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층들 사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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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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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계속해서 흔들렸고 그건 구름 위를 나는 느낌이 아니라 여름 궁전으로 향하는 작은 배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어. 잠시 난 몸을 일으켜 보려 했어. 물살이 튀어 창문을 때리고 갈매기들이 잿빛 날개를 펼치고 솟구쳐 날아가는 걸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어, 모범적인 호송 요원이 내 몸에 안전벨트를 채워놨거든. 벨트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몸을 움직이자 현기증도 났고 어차피 창문은 온통 검게 칠해져서 아무것도 안 보일 테니 헛수고란 생각이 들었어.

 

 

어느 순간 차가 멈추었어. 도착한 건 아니었어, 그저 휴게소였을 뿐이야. 요원이 내 벨트를 풀어주고는 먼저 나갔어. 문을 닫지도 않고. 내가 도망치면 어쩔 셈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사실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도 없었지. 끝도 없이 뻗어 있는 도로 한가운데 그 휴게소 하나만 섬처럼 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알고보니 뒷자리에 요원 두 명이 더 있었어. 차에서 내리니 문 앞에는 운전기사가 서 있었어. 정장을 차려입고 그럴싸한 권총을 차고 있었어.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그런 옷차림에 총까지 차고 있으면 걸리적거리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도살자의 차를 운전하던 놈들도 모두 똑같은 모습이었어.

 

 

허름한 휴게소 식당에서 요원들은 교대로 식사를 했어. 기사는 나에게 살구 주스와 너무 익어서 푹 퍼진 메밀죽, 초콜릿 푸딩이 담긴 쟁반을 가져다줬어. 친절도 하시지. 난 주스만 조금 마셨어. 역겹도록 달았고 걸쭉했어. 하긴 난 살구 주스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엄마는 내가 아빠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어. 아빠는 살구와 복숭아를 싫어했고 커피에는 우유와 설탕을 넣었고 차는 마시지 않았어.

 

 

엄마와 처음 만났을 때 아빠는 뜨거운 차가 담긴 양철 컵을 건네줬다고 했어. 조그맣게 착착 접힌 갱지 주머니를 찢어서 설탕을 부어줬다고, ‘이건 지금 먹으면 탈이 날 거야라면서 비스킷은 주지 않았다고 했어. 봉쇄 시절이었고 엄마는 며칠 동안 굶은 상태였지. 아빠는 전방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려고 시내 병원으로 가던 길이었어. 엄마는 너무 굶주리고 아파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아빠의 이름조차 묻지 않고 양철 컵을 꼭 쥔 채 차를 정신없이 마셨지. 나중에는 갱지 주머니를 펼쳐 거기 묻어 있던 설탕 알갱이도 모조리 핥아먹었어. 그러고 나서야 엄마는 정신이 들었고, 차를 다 마셔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했어. 아빠는 웃지도 않고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지. 괜찮아, 난 차를 마시지 않거든. 안 좋아해. 난 커피를 좋아해.

 

 

그래서 엄마는 그게 정말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대. 나중에, 한참 후에야 아빠가 커피만큼 차도 좋아한다는 걸, 차에는 꿀보다는 설탕 넣는 걸 더 좋아하고 레몬이 있을 땐 두 개씩 넣는다는 걸 알았다고 했지. 하지만 아빠는 엄마랑 있을 땐 차 대신 커피를 마셨다고 했어. 봉쇄가 끝난 후에도, 렌필름 윗분들과의 인맥 덕에 물건들을 많이 얻어온 후에도, 줄을 조금 덜 섰을 때에도, 다른 집보다는 먹을 것들이 더 있었을 때도. 집에 찻잎이 가득 든 깡통이 두 개나 있었을 때도. 엄마가 그냥 차 마시지 그래, 사실은 좋아하잖아. 전쟁도 끝났는데라고 했을 때 아빠는 또다시, 웃지도 않고 아주 진지하게 차는 당신 거, 커피는 내 거. 그럼 모든 게 완벽하니까 그걸로 좋은 거야라고 대답했어.

 

 

난 아빠랑 같이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 커피도. 난 너무 어렸으니까. 아빠는 나에게 우유와 주스를 줬고 아이스크림을 사줬고 얇게 자른 흰빵에 연유를 발라줬지. 내가 많이 아플 때면 밀수를 하던 방송국 동료를 구슬려서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져왔어. 미제였어. 그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시원하고 가장 달콤했지. 열이 금세 내리곤 했어. 내가 파인애플을 한 조각 먹고 깡통에서 따라낸 설탕물을 마시면 아빠는 내 이마를 닦아주면서 이제 땀이 났네, 다 나았구나라고 말하곤 했지. ‘아빠도 파인애플 먹어라고 하면 아빠는 웃으면서 아빠는 파인애플 안 좋아해. 엄마는 좋아하니까 가서 같이 먹으렴하고 대답했지.

 

 

이제 알아, 아빠는 살구와 복숭아는 정말로 좋아하지 않았어. 알레르기가 있었으니까. 차는 사실은 좋아했지만 엄마를 위한 장난으로 남겨두었어. 우리 아빤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농담을 진짜 삶으로 만들었어. 사랑하는 여자를 매번 웃겨주고 싶다는 이유로 차 마시는 걸 포기했어. 정작 자기는 웃지도 않으면서 농담을 했지. 그런데 파인애플은 모르겠어, 엄마도 물어본 적이 없고 나도 물어본 적이 없어.

 

 

아빠가 가버린 후 엄마는 커피를 마셨고 차는 친구들과 있을 때만 마셨어. 내가 살구 주스가 담긴 컵을 밀어내면 야단치지 않고 아빠 닮아서 그렇구나라고 말했지. 초콜릿이 씌워진 에스키모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도, 보르쉬를 마지막까지 흑빵으로 닦아 먹을 때도. 아빠 닮아서 그렇구나. 난 너무나도 궁금해, 아빠는 나에게도 그렇게 말했을까? 차는 네 거, 커피는 내 거. 그럼 모든 게 완벽하니까 그걸로 좋은 거야.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차가 훨씬 좋아. 설탕도 넣지 않아. 레몬도 넣지 않아. 아플 때만 두 개 넣지. 뜨거운 차. 양철 컵. 레몬. 살구 주스. 파인애플 통조림. 하지만 아빠는 끝내 모르겠지. 내가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 내가 아빠에게 물어보지 못한 것처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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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시절은 2차 대전 때, 독일의 레닌그라드 봉쇄 시기. 미샤의 부모님은 위에서 미샤가 회상한 것처럼 그 시기에 처음 만났다. 아버지인 세르게이는 군사작전본부에서 일했고 어머니인 율리야는 아직 어린 소녀였다. 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고 싶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ㅜㅜ

 

 

... 맨 위 사진은 후라칸커피 인스타에서. @huracancoffee 좀 심플한 사진을 올려보고 싶었는데 여기 원두 봉지가 좀 나와 있네 ㅎㅎ 아래 사진은 @_tyutyu_nai 두 사진 모두 너무 세련된지라 저 당시 소련 사람들이 마셨던 커피와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그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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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밤에는 춥기 때문에 이불을 포개서 덮고 잤다.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음. 요즘 다시 이상한 엘리베이터와 이상한 집 꿈을 꾼다. 이런 꿈을 꾸면 피곤하다. 토요일이라 11시까지 조식을 하므로 좀더 자려고 했는데 8시 안되어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함. 그런데 머리가 무겁고 계속 몸이 처졌다. 붉은 군대는 이제 끝물로 접어들었는데 역시 날씨 탓인가 싶음.

 

 

조식 먹으러 가기 귀찮아서(귀찮기도 하고 맨날 같은 거 먹으니까 좀 지겨워서) 계속 가려다 안 가게 되었던 커피 스펠이나 근방의 다른 카페에 브런치 먹으러 갈까 말까 망설이며 침대에 들러붙어 게으름피우다가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져서(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긴 했음) 일어나서 대충 씻고 밥 먹으러 내려갔다. 열심히 먹고 올라옴.

 

 

오늘도 맑은 날씨였다. 주말 지나면 다시 흐려지고 우중충해진다고 해서 해 날 때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 + 28일에 빌니우스를 떠나니까 이제 여행도 많이 안 남았다는 생각에 새로 산 스웨터에 코트를 걸치고 방을 나섰다. 요즘 엘스카든 어디든 플랫 화이트나 라떼 같은 연한 커피를 마셔보는 중이라 카페인 조절을 위해 조식 테이블에서 페퍼민트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오전엔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오늘은 생각보다 좀 추웠다. 원래는 베르나르딘 공원을 좀 산책한 후 필리에스 거리에 들렀다가 엘스카에 갈 생각이었는데 게디미나스 대로와 대성당 광장,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상당히 쌀쌀했다. 아마 오전의 볕은 그렇게까지 따스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이건 대성당 광장 가는 중, 게디미나스 대로에 모여있는 관광객들. 근데 잘 들어보니 러시아어로 설명해주고 있었음. 여기저기 러시아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러시아 사람들도 여전히 꽤 있는 것 같다. 거리 여기저기 우크라이나 지지 깃발이 걸려 있는데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북한도 파병을 하고 ㅠㅠ)

 

 

 

 

 

광장에서는 발틱의 발 앞에선 사진을 찍었으나 기적의 포석인 스테뷰클라스 앞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못 찍음. (전에는 이 발 안에 빗물이 고여서 비둘기들이 열심히 물 마시고 있었는데) 공원도 추워서 얼른 빠져나와 필리에스로 갔다. 정오가 되기 전의 필리에스 거리도 그늘지고 추웠다. 그래서 추위를 피해 생각지 않게 다시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가 플랫 화이트를 마시고 책을 좀 읽다가 나왔다. 근데 여기는 카페 자체가 층고가 높고 그리 아늑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추위를 피해 들어가긴 했어도 딱히 몸이 녹는 느낌은 아니다. 하여튼 에스케다르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후 필리에스 거리 주변을 다시 좀 산책. 첨에 왔을 땐 이 거리를 많이 다녔고 주변 골목들 다니는 즐거움이 있었는데(그땐 두 번째 숙소가 여기랑 가까웠음) 지금은 이쪽은 많이 안 오게 된다. 아마 주된 반경이 필리모와 보키에치우, 빌니아우스로 바뀌어서 그런가보다. 숙소 위치도 큰 몫하는 것 같음. 키친 커피와 맛있다는 리뷰가 달린 버거 키오스크도 가볼까 했는데 만석이거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정도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아닌지라 필리에스에서 빠져나옴.

 

 

 

 

 

 

, 필리에스에서 예전에 내가 귀여운 누가바 찻잔과 엽서를 샀던 기념품 가게에 다시 들러보았다. 이번에 첫날 가봤을 땐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고 그 누가바 찻잔 시리즈도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다시 가서 보니까 조금 살짝 귀여운 파스텔톤 세라믹 잔이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하지만 손잡이 없는 작은 잔이라 매우 비실용적일 것 같아 그냥 보기만 했다. 작은 것까진 괜찮은데 손잡이 없는 건 좀 치명적이라서. 여기서 전에 발틱 문양 에코백도 사갔었는데 이번엔 또 컬러가 좀 예쁜 울 스카프를 발견. 근데 보풀이 일 것처럼 생겼고 집에 가면 스카프가 많으니 이건 낭비 같다고 생각해서(그리고 푸른 계열인데 작년에 그런 푸른색 그라데이션 스카프를 좀 비싸게 주고 산 게 있음) 안 샀다. 모르겠네, 막바지에 유로가 좀 남으면 사려나 ㅎㅎ 아직 며칠전 리넨 냅킨 말고는 사람들 줄 선물 하나도 안 샀는데 흐흑...

 

 

(사진은 그 가게 옆 벤치. 엄청 조그만 고양이가 달려 있음. 고양이 조금만 더 크게 만들지...)

 

 

 

 

 

 

버거 키오스크를 지나쳐가면서 테이스트맵 가는 쪽에 있는 홍콩이라는 중식당에 가볼까 했는데 여기는 필리에스나 디조이에서는 버스로 가기도 애매하고 도보로 가면 오르막길로 가야 해서 좀 고민하며 일단 트라쿠 쪽까지 가보자 하며 걷다가... 갑자기 춥고 배고파서 그냥 보키에치우 거리 중간에 있는 스시 익스프레스라는 체인에 들어갔다. (그전에 백스테이지 카페도 다시 힐끗 가봤는데 또 만석. 여기는 이제 포기. 근데 여기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커피가 맛있는 걸까 아니면 힙한 느낌이라서일까) 스시 익스프레스는 숙소 근처에도 있는데 다양한 스시롤과 미소 그런 걸 판다. 런치로 롤과 미소를 함께 주는 게 있어서 그것을 시켰다. 롤은 두가지 종류였는데 나는 너무 찬 건 먹기 싫어서 덴뿌라롤을 시킴. 롤은 생각보다 먹을만했고 미소는 버섯과 미역을 많이 넣어주고 양도 많은 건 좋았으나 너무너무 짰다. 허헉... 그래서 몰래 생수를 부어서 희석시켜서 먹음. 롤은 위에 소스를 너무 많이 뿌려준 탓에 본연의 맛이 좀 가려져서 간장에 찍어먹음. 그런데 이렇게 먹다가 간장을 한 방울 새 스웨터 끝자락에 흘리고 말았다 으앙... 얼른 티슈로 닦아내서 얼룩은 지지 않았다만 속상... 그래도 전혀 기대 안하고 들어갔던 터라 생각보단 맛있게 먹었다(전에 마나미에서 간장떡볶이 고항에 충격받았던 기억 때문인가)

 

 

밥을 먹고 나서 부모님과도 통화를 하고 다시 나오니 이제 볕이 따스해지고 있었다. 양옆에 있는 이딸랄라와 후라칸의 유혹을 분연히 뿌리치고 엘스카로 갔다. 보키에치우에서도 우리 숙소에서도 멀지 않은 엘스카. 그리고 매우 한적한 시간대를 잘 골라서 갔기 때문에 스트루가츠키 소설을 읽으며 잘 쉬다가 나왔다. 엘스카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엘스카에서 나와서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어려운 스트루가츠키 대신 한글로 된 책을 들고 근처의 카페인 뭐 그런데 가려고. 조금 쉬다가 나왔는데 게디미나스 대로는 전반적으로 그늘지고 쌀쌀한데다 내가 가려고 했던 카페인은 만석이었다. 그옆 로마눔 빵집에 갈까 했는데 내부가 어두워서 책 읽기 불편할 것 같았음. 그래서 좀더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닥분수가 있는 공원에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고 있었다. 공원의 키오스크 카페인(위 사진)에서 에클레어랑 음료를 사서 벤치에 갈까 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점원이 하나라 늦게 나와서 포기하고 길을 건넜다. 전에 여기까진 안 와봤는데, 공원을 지나 길을 건너니 쇼핑몰 같이 생긴 현대적 건물이 있고 1층에 큰 베로 카페와 좀 모던한 간판을 달고 있는 비르쥬 두오나가 있었다. '드디어 베로 카페를?' 하며 들어가봤더니 여기도 만석이었다. 그래서 비르쥬 두오나에 가서 자포자기해 라떼와 미니 에클레어를 테이크아웃해서 공원으로 갔다. 근데 이걸 사서 나오는 길에 건너편 후라칸을 발견. , 그럴줄 알았으면 저 후라칸에 갈걸! 근데 후라칸도 마실 건 애매했던지라.. 그리고 공원에 가고 싶었다.

 

 

공원에 갔더니 그 사이에 해가 움직여서 그늘이 더 많아졌다. 햇볕 드는 벤치를 한 개 찾아서 귀퉁이에 앉아(러시아인 사이클리스트 두명이 앉아 있었음) 라떼를 마셔보았는데 너무너무 맛이 없었다. 약간 씁쓸한 우유 탄 커피물 맛이었다. 아무리 내가 커피를 못 마시는 초보입맛이지만 하여튼 맛이 없었다. 그리고 미니 에클레어도 맛이 별로였음. 뭐 벤치에 그냥 앉고 싶지 않았던 거고 기대는 별로 안 했었으니까. 하여튼 라떼와 미니 에클레어()는 한입씩만 먹은 후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볕을 쬐며 하루키 잡문집을 좀 읽었다. 하루키 에세이들이 대부분 평타 이상이고 여행 가서 읽기 좋은데 이 책은 두께에 비해선 내용 편차가 좀 있다. 원체 이것저것 묶어놔서 그런 것 같음. 그래도 건질 만한 글들도 있어서 나쁘진 않다.

 

 

볕을 쬐며 책을 읽다가 점점 바람이 쌀쌀해져서(5시가 넘으면서 해가 넘어가기 직전으로 접어들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오늘의 메모들을 정리함.

 

오늘은 9,285. 5.2킬로. 내일까진 맑다고 한다.

 

 

아래는 공원과 독서, 맛없었지만 사진은 또 귀여운 라떼와 에클레어(빵) 사진 몇 장. 가을빛 물씬. 

 

 

 

 

 

 

이 비르주 두오나 종이컵은 귀여워서 라떼 다 마시면 잘 씻어서 가져갈까 했으나... 라떼가 맛없었던 고로 함께 버림받고 말았다. 한국에 갈 수도 있었던 종이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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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0. 01:39

토요일 오후 엘스카 2024 riga_vilnius2024. 10. 20. 01:39




오전에 머리도 아프고 졸려서 너무너무 엘스카에 가고팠지만 며칠간의 경험으로 유추해보니 브런치를 먹는 11-1시 사이는 자리가 없고 바글바글, 햇살이 완연해지는 1시 이후엔 다들 야외로 나가기 바빠 안이 한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꾹 참고 아침에 필리에스 거리(그러다 추워서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감. 거기서도 엘스카를 그리워함), 이후 보키에치우에서 롤과 미소로 점심을 먹은 후 이딸랄라와 후라칸을 모른척 뒤로 하고 엘스카로 갔다. 우와, 나의 유추대로 내부가 아주 한적했다! 1층도 다 비어 있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위의 무지개 자리 가서 앉음.



한적해서 전에 찍지 못한 방향 사진도 몇장 찍음. 빛이 너무 이쁘다. 저 don't ask why 자리에도 앉아보고픈데(1층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자리) 내가 들어올땐 항상 차 있어서 못 앉음. 일단 자리잡고 나면 옮기기 귀찮음...








여기가 1층 자리. 해가 잘 들어서 인기많은 자리라 비어 있는 거 오늘 첨 봄.






이건 여럿이 앉는 높은 테이블. 귀퉁이에 내가 시킨 라임크림케익 올려봄.



이게 땅콩버터, 망고, 라임 3가지인데(다 비건) 오늘 마지막 라임까지 먹어봄... 맛은 제일 떨어짐 ㅠㅠ 얼그레이랑 같이 먹었더니 꼭 민트초코 먹는 것처럼 양치질하는 느낌... 이 케익 시리즈와 브라우니 외엔 디저트가 없는데 브라우니 시키려다 보니 그것도 비건이었다... 어차피 다 비건이면 땅콩, 망고 케익은 나쁘지 않았으니 이걸 먹자고 생각... 브라우니 먹을걸.








1층 맨 안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소설 몇페이지씩 계속 읽음. 암울해 흑... 근데 주인공 소설가 아저씨의 모델이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라는 얘기를 위키에서 읽고 흥미로워하고 있음.









내가 앉은 자리. 쿠야가 다 차지 ㅎㅎㅎ







창가에도 앉아보고







무지개 테이블 쪽 창가에도 앉아봄







쿠야 : 토끼야, 여기 좋긴 한데 나 다른 데도 구경시켜줘야지. 여긴 왔던 데잖아.



... 맨날 오고픈데 어제는 꾹 참고 안 갔던 건데ㅠㅠ








3시쯤 나왔다. 볕을 쬐는 사람들로 가득~



흑흑 햇살 내일까지만 난댔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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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9. 20:38

추울 때 들어가는 에스케다르 2024 riga_vilnius2024. 10. 19. 20:38





도착 다음날엔가 가장 기본 코스인 게디미나스-대성당광장-필리에스거리로 갔을때 너무 우중충하도 추워서 이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가 이상하게 코코넛향이 나는 말차라떼를 마시고 나왔던 적이 있다. 이 카페는 내 취향이라기엔 춥고 또 고풍스런 내부와 강렬한 그림들, 조화 화분들의 혼종 스타일이 딱 들어맞진 않아서 이후 다시 갈 마음은 안 들었는데 오늘 필리에스 거리에 나왔다가 추워서 다시 급히 들어옴. 필리에스 거리가 좀 응달인가... 올때마다 춥지ㅠㅠ 오전에 와서 그런가...








지난번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았다. 그랬는데 이 자리는 의자, 거대 램프 등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게 많아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음.












멍해진 쿠야.







차를 안 마시고 나와서 춥고 머리가 아팠는데 여기는 디저트가 별로 없어서 플랫 화이트를 시켜봄. 여기도 좀 썼지만 무적 테이스트 맵보다는 연했다.






결국 설탕을 넣음. 여기는 봉지설탕 없고 카운터에 설탕단지가 있어서 거기서 각자 퍼서 넣게 되어 있음







역시 사라지게 된 라떼아트










쿠야의 두리번두리번...










여기는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잔이라 맘엔 안드는데 이 잔은 한쪽에 움푹 들어간 곳이 있어 여길 잡고 마시라는 디자인인가 싶었다. 이놈은 조금 귀여웠다. 근데 손잡이 없어서 잔이 뜨거워요ㅠㅠ



커피는 3분의1쯤 남김. 다음 카페들을 생각해서.







첨엔 한적했으나 인기많은 카페라 곧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나는 30여분 정도 앉아 몸을 녹이고 책을 두어페이지 읽고 일어섰다.

 

 

** 추가 : 저 커피잔을 보고 영원한 휴가님이 '에스케다르 배꼽 커피잔!' 이라고 하셔서 나는 그게 이 잔 이름인 줄 알고 '아 그렇게 부르는구나 이름이 있구나' 하고 끄덕끄덕했다. 생긴 걸 보고 즉석에서 말씀하신 거였음 :) 근데 배꼽잔 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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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추정) 안뜰에서 찍은 것. 오늘도 햇살이 찬란한 아름다운 가을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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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사가 슈퍼갑과 관련되어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10월 휴직을 하기 전에도 이것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였고 여행 와서도 관련된 업무와 자료를 챙겼다. 이것 때문에 친한 본부장이 휴직 미루라고 쓴소리도 했었다. 시차 때문에 좀 더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문젯거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여행 온 이후에는 큰 지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걱정했었다. 그래서 잠도 좀 설치고 새벽 6시 전에 깨버렸다. 인터넷 중계로 상황을 지켜보며 체크하고 조식 먹으러 가서도, 먹고 돌아와서도 계속 예의주시했다. 잠이 모자라서 머리도 아프고 피곤했다. 그래도 다행히 별일 없이, 우리 부서 업무에 대한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잘 끝났다. 정말 다행이다.
 
 
하여튼 그래서 잠이 모자란 상태로 10시 반 즈음 방을 나섰다. 앞서 카페 3곳 포스팅을 별도로 했는데 오늘은 이 3곳 + 점심, 그리고 주변 걸어다니기 정도였다. 맨처음에는 12번 버스를 타고 테이스트 맵에 다시 가보았다. 여기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테이스트 맵에서 나와서는 좀더 따뜻하고 해가 잘 드는 보키에치우 쪽으로 가기로 했다. 구글 맵을 보니 정류장이 꽤 떨어져 있어서 버스 타는 것과 도보가 시간이 비슷했다. 그래서 걸어갔는데 해가 나고 내리막이라 갈만했다. 이름이 길어서 외우기는커녕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J. Basanaviciaus 거리(리투아니아어 자판 없어서 철자 정확하지 않음)를 따라 쭉 내려가면 그 거리가 트라쿠 거리, 그리고 보키에치우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20분 정도 걷자 보키에치우에 도착했다. 원래 여기에 있는 ‘래빗 홀 가스트로 펍’이라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어제 생선수프가 먹고파서 검색을 해보니 여기서 핀란드 우하 같은 생선크림수프를 팔았다. 전에도 지나가다가 이름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기억한 곳이었다. 그런데 펍 입구로 가보니 으악, 여기는 지하에 있었는데 너무너무 계단이 가파르고 아예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토끼굴이었다. 폐소공포증과 계단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었기에 포기함. 저렇게 굴속 같은 지하로 내려가서 불이라도 나면 어떡해. 환기도 잘 안되고 갇힌 느낌 들잖아... 그래서 나는 핀란드 우하를 포기했다. 흑흑, 토끼의 영혼이지만 토끼가 아닌가 보다.
 
 
근처에 백스테이지 카페가 있었고(며칠 전 공사는 금방 끝났는지 다시 열었음) 여기서는 각종 브런치를 팔았으므로(심지어 김치 오믈렛이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가봤는데 역시나 만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음식 종류도 여럿 있는 슈가무어에 갔다.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시킬까 했다가 홍합요리가 있어서 그것을 시켜보았다. 크림소스 화이트와인 홍합과 스파이시 토마토 홍합이 있어 고민하다 후자를 시켰는데 그냥 전자 시킬 걸 그랬음.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전혀 맵지도 않거니와 좀 달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래도 먹을만했다.
 
 
잘 먹고 나와서 영원한 휴가님이 3시쯤 오신다고 하셔서 그 사이 디조이 거리로 내려가 내 마음의 사원인 성 파라스케베 정교 사원에 가서 초를 켜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다리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파서 디조이 거리에서 보키에치우로 꺾어지면 곧 나오는 이딸랄라 카페에 갔다. 처음엔 안에 앉았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오셔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광합성을 그야말로 실컷, 흠뻑 했다.
 
 
영원한 휴가님은 가족과의 일정이 있어 일어나시고 나는 보키에치우 거리 근처를 좀 돌아다니다 빌니아우스 거리, 그 뒷골목을 거쳐 토토리우 쪽으로 갔다. 키라스 카페도 야외에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5시가 다되어 있었지만 날씨가 좋기도 했고 이제 여행이 열흘도 안 남은터라 너무너무 아까워서 후라칸에도 들러 예쁘기만 하고 맛은 이상한 말차토닉을 조금 마시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후라칸 옆의 리미에 들러 물과 주스 등을 샀고 방의 프리지아가 다 시들었기 때문에 꽃 파는 할머니에게서 제일 작은 꽃다발을 하나 샀다. 들국화와 거베라 믹스인데 꽃이 시들시들했지만 방에 와서 시든 걸 다 따내고 하여튼 절반쯤은 살렸다. 꽃과 물을 들고 낑낑대며 드로가스에도 들러서 다 떨어진 치약을 샀고 방에 돌아왔다.
 
 
꽃을 다듬고 씻고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거대 리미에서 사온 김치인 척 하는 김치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것을 곁들여 즉석국에 누룽지 마지막 남은 걸 털어먹음. 이 김치 좀 무서워... 아직도 남았는데 갈 때까지 먹어야 할 거 같아 ㅠㅠ
 
 
그리고는 오전에 계속 체크했던 회사 업무 관련해 후속 요청자료가 있어 메일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고, 또 다른 업무들을 확인하고 보니 어느새 늦어졌다. 게다가 오늘 카페를 여러 군데 갔기 때문에 메모를 다 쓰고 나니 이미 열시 반이네.
 
 
여행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너무너무 아쉽다. 오늘 테이스트 맵에서 나와 한적하고 조금은 그늘진 J. Basanaviciaus 거리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문득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그러자 좀 슬펐다. 항상 너무 바쁘고 일에 치어 살다보니 이런 여유를 다시 가질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이번에 이렇게 나오기 위해서도 정말 엄청나게 스스로를 혹사했고 많은 불안감과 걱정을 안은 채 나왔기 때문이다. 흑흑, 하지만 지금 얻은 순간들에 충실해야지.
 
 
점심 먹고 나왔을 때 부모님과도 통화를 했다. 아빠는 감기 거의 다 나으셨고 엄마는 아직 목이 잠겨 있었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고 하신다.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11,044보. 7.3킬로.

 
카페들 사진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기에는 나머지 사진 세 장만 더 올리고 마무리.
 
 
 

 
 
 
이게 토끼굴의 핀란드 우하를 포기하고 슈가무어에서 먹은 토마토 홍합. 냉동홍합살 발라놓은 것과 살이 붙어 있는 홍합을 섞어준 느낌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냥 프렌치 어니언 수프 먹었으면 더 만족했을거 같긴 하다. 
 
 
 

 
 
 
성 파라스케베 사원. 이 사원 앞에는 화가들이 그림과 엽서를 팔고 그 곁에는 기념품 매대들이 여럿 있다. 맞은편에는 2년 전 여름 내가 하차푸리와 와인을 사먹었던 그루지야 식당 키오스크가 있다. 근데 가을이 되어 이제 영업을 안하는 듯. 아니면 테이크아웃만 하려나. 야외 테이블은 접었음. 
 
 
 

 
 
 
보키에치우에서 빌니아우스로 넘어오는 길에. 그냥 햇살과 가을빛이 좋아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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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