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무어 애프터눈 티 2024 riga_vilnius2024. 10. 23. 02:48
사람들마다 여행을 가면 해보고 싶어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액티비티를 즐기고 누구는 수영을 즐기고 누구는 식도락을 즐기고 누구는 사진을 찍고 등등... 나는 편향적 여행자이므로 한없이 게으른 취향인데, 시간적 여유가 좀 있고 또 묵는 숙소가 괜찮을때, 그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으면 이따금 마셔보며 행복해한다. 혹은 그 숙소에 멋진 바가 있을 경우에는 김릿이나 다른 칵테일을 한잔 정도 마셔보는데 후자는 점점 게을러지면서 드물어지고 있다. 지금 머무르는 숙소도 로비 바가 있는데 그렇게 멋진 바가 아니라서 그런가 여태 딱히 당기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머무르는 숙소'에 딸려 있어서 맘편하게 슥 한잔 마시고 대충 올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임. 나다니면서 바에 가기에는 너무 게으르기 때문에 ㅠㅠ 그리고 일단 한번 숙소에 돌아오면 다시 나가기 어려운 인간이기 때문에.
재작년에 왔을 땐 대성당 앞 켐핀스키에 묵었고 거기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보았다. 그때 2% 부족한 점이 있긴 했지만 즐거웠고 티 자체도 맛있었기 때문에 다시 거기 가볼까 했는데 켐핀스키가 힐튼으로 넘어가면서 뭔가 좀 바뀌기도 했고 또 새로운 곳에서 마셔보고 싶어서 슈가무어에도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여기 예약을 해두었다. 그 얘기는 어제. 근데 이걸 시키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어제도 남자 점원이 당황하며 산드라를 찾았고 오늘도 시간 맞춰 가서 애프터눈 티 예약했다고 했더니 점원이 제대로 못 알아먹고 그냥 차 마시러 왔다는 줄 알고 아무 자리나 앉으라고 하여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어색한 순간이 발생함. 하여튼 예약을 다시 확인했고 티 세트는 준비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2층에 가서 앉았다.
슈가무어는 케익이 맛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그냥 무난한 정도였다. 샌드위치는 특히 그냥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 같았고 디저트도 생각보다는 적었다. 스콘은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그리고 휘핑버터 대신 클로티드 크림을 줬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다. 근데 켐핀스키에서도 클로티드 크림 대신 크림치즈를 줬었으므로 빌니우스에서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페어링이 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뭐 우리 나라도 안 주지만) 가격 자체가 호텔 애프터눈 티보다는 저렴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하다고 생각했지만 하여튼 '그냥 구 켐핀스키 현 힐튼에 다시 가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홍차는 가향차를 제외하면 얼그레이와 브렉퍼스트(아삼, 실론, 다즐링 배합이라고 함)만 있어서 나와 영원한 휴가님이 순서대로 각각 시켰다.
차가 나왔을 때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있느라 좀 정신이 없었고 자리가 넓지 않아서 구도 잡기가 어려워서 사진을 대충 찍었더니 찻잔 두개가 제대로 잡힌 사진은 없음. 조명이 밝아서 생각만큼 이쁘게는 안 나왔다. 하여튼 슈가무어의 애프터눈 티 세트. 근데 여기는 그냥 차 한 잔에 원하는 케익 한조각을 시키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티타임이었다. 거의 다 먹고 매우 배부르고 또 너무 졸린 상태로 '안되겠다 바람 쐬야겠다' 하며 카페를 나오게 되었다. 사진 몇 장.
근데 방에서 나와 게디미나스 대로로 막 걸어나왔을 때 '앗, 쿠야 안 데려왔네' 하고 깨달았다. 흑흑 쿠야에게는 비밀임. 근데 쿠야야, 켐핀스키만큼 근사하진 않았으니까 좀 놓쳤어도 그냥 양해해.
** 2년 전 켐핀스키 애프터눈 티(..와 비타우타스의 수난) 이야기는 아래
6.9 목요일 밤 : 새로운 시르니키, 기적의 포석, 기념품, 애프터눈 티타임, 비타우타스의 수난, 긴
매우 곤하게 중간에 안 깨고 일곱시간 가량 잤다. 더 잘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잘 안돼서 일어나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 레스토랑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좋다기보단 좀 민망했다. 보통
tveye.tistory.com
'2024 riga_vilni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가 파편 : 로비 윌리암스 <Feel> + 나나나나 노래 (0) | 2024.10.23 |
---|---|
10.22 화요일 밤 : 토요일 같은 여행, 엘스카와 슈가무어, 마음 속 깊은 고마움, 유레카와 디페쉬 커피, 조식 딜레마 (0) | 2024.10.23 |
엘스카, 두 개의 테이블과 두 개의 잔 (0) | 2024.10.23 |
10.21 월요일 밤 : 꿈, 오늘도 카페들, 연어 샤실릭, 실력자 산드라, 좋아져버린 구시청사 앞 (2) | 2024.10.22 |
늦은 오후 엘스카 (4)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