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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맑고 햇살이 나서 좋았지만 사실 기온 자체는 낮다. 아침엔 영하 1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고 오늘도 1도였다. 방은 춥지는 않지만 천정이 높아서 훈훈하고 아늑한 기운은 좀 부족하다. 어제 오전에 필리에스 거리에서 좀 떨었는데 그 여파인지 밤에 조금 기침이 나오려는 듯해서 은교산을 두 알 먹고 잤다. 아침에도 목이 좀 붓고 약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가 10시 넘어서 밥 먹으러 내려가면서 한국에서 챙겨온 쌍화차 반 포를 가지고 가서 뜨거운 물에 타서 꿀을 녹여 마셨다. 꿀을 너무 넣었는지 엄청 달았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서 9월에 인후염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타왔던 약을 먹었다. 점심땐 안 먹었는데 이제 자기 전에 저녁 약을 먹어야겠다. 몸이 막 아프고 그런 건 아닌데 목이 조금 붓고 기침이 약간 나오려는 기미가 있어서 그렇다.

 

 

이제 일주일밖에 여행이 안 남았다고 생각하자 너무 아쉽고 아깝고 그렇다. 해는 오늘까지 나고 내일은 다시 흐려진다고 하고. 28일 월요일 저녁에 빌니우스를 떠나 바르샤바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인 29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서 30일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래도 한달 휴직이라 레이오버들로 끊어서 몸이 너무 피곤하진 않을 것 같다. 하여튼 이제 일주일 남았어 엉엉, 도착해서 좋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흑흑... 게다가 돌아가면 다시 빡세게 일해야 돼 으앙...

 

 

감기 기운도 있고 피로가 좀 쌓였는지 오늘 몸이 무겁고 계속 졸려서(감기약 때문일 수도 있음) 바깥이 조금 데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11시 반쯤에나 나갔다. 오늘은 필리모 거리를 거점으로 하여 MO미술관 옆의 공부 카페 BREW, 그리고 근처 오르막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중식당, 이후 공원을 통과해 엘스카 정도로 하면 동선이 딱 좋겠다고 계산했고 버스를 타고 공부 카페까지 간것까진 생각대로였다. 그러나 나머지는 계획과는 전혀 달랐다.

 

 

 

 

 

 

공부 카페에서 나왔는데 햇살이 좋았다. 옆에는 공원과 기다란 계단이 있는데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시면서 헤어졌었다. 계단 올라가면 전망이 어떨지도 궁금하고 또 그 위쪽 동네는 어떤지도 궁금해서 올라가보았다. 그리고 원래 가려던 중식당 리뷰와 메뉴를 검색해보니 평이 엇갈려서 갈까말까 싶기도 했다(거기도 오르막길로 가야 함) 하여튼 계단이 꽤 높아서 나중엔 다리 아팠다.

 

 

위의 사진은 그 공원에 있는 공공미술 조각.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이 녀석을 보면 OTL 얘네도 아나보다... 란 생각이 들고... 빡세게 일하며 사는게 힘들다는 마음으로 막 이입됨 ㅜㅜ 그리고 아래 사진 두 장은 그 공원 계단이랑 올라가는 길에 찍음. 날씨는 참 좋았다. 

 

 

 

 

 

 

 

 

다 올라오니 아래쪽 구시가지와 관광지와는 많이 다른 동네였고 거대 막시마가 있었다. (여기는 들르려다 까먹음) 그리고 바로 근처에 타마고라는 한식/일식집이 있어서 으잉?’ 하며 거기에 가보았다. 그래서 중식당은 없어지고 생각지 않은 한식집. 근데 사실 제대로 된 한식집은 아니었고 좀 카페 같은 곳이었다. 브런치를 일본식 계란말이, 덮밥, 그리고 우리나라 비빔밥 그런 것을 하고 있었고 저녁 메뉴로는 부대찌개, 떡볶이 뭐 그런게 있었다. 좀 신기했다. 인테리어도 카페 같았다. (영원한 휴가님이 여기가 백스테이지 카페 2호점이 있었던 자리라 해서 이해가 됨)

 

 

메뉴에 김치수프라는 게 있어서 나는 또 낚였다. 김치수프에 밥을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양이 적어보여서 열심히 메뉴를 보다가(종류가 적음), 타마고야끼(일본식 큰 계란말이 같았음)와 김치수프, 그리고 사이드로 밥을 추가해 주문했다. 그랬더니 점원이 타마고야끼 스크램블드에그 버전으로 하면 밥위에 얹어주는데 그거 아니고 그냥 타마고야끼, 밥 따로?’ 하고 물었다. 이때 나는 원래 생각대로 갔어야 했는데, 왜냐하면 계란말이와 계란덮밥은 완전히 다른 종류이기 때문이지! 근데 덮밥으로 먹으면 더 저렴했고 뭐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싶어 점원의 친절을 받아들여 주문을 수정했다.

 

 

 

 

 

식당 내부. 아무리 봐도 카페 같음. 

 

 

김치수프가 먼저 나왔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서 예상은 했는데 정말 김치만 들어 있었다. 그래도 이건 지난번 중식집에서 나를 웃게 만들었던 배추 약간 넣은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고깃국이 아니고 김칫국이었다. 백반집 가면 가끔 나오는 김치콩나물국에서 콩나물을 뺀 맛? 그래도 김치 맛이라 이상하진 않았다. 근데 이 국은 이것만 먹을 수 없으니 빨리 밥이 나와야 되는데 역시나 수프 개념이라 그런지 밥은 늦게 나와서 기다리느라 좀 식음. 하여튼 타마고야끼 덮밥이 나왔는데 으앙 이거 참기름 계란밥이야. 간장을 넣은건지 소금을 넣은건지 하여튼 너무 짜다... 역시 원래 생각대로 흰밥, 계란말이, 김칫국이었어야 간의 균형이 맞는데 잉잉... 그래도 간만에 밥이랑 국이라 짠맛을 무릅쓰고 잘 먹긴 했다만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이 사람들 이 참기름계란밥을 브런치라고 시켜서 먹으면 과연 배가 찰까? 반찬도 없고... 이건 애기들 주는 간장계란밥 같은 건데... (근데 간장계란밥보다 짰음) 아무래도 간장계란밥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인 것 같긴 하다.

 

 

 

 

이게 김치 수프. 그냥 김칫국. 메뉴판에 보면 마리네이드한 계란을 추가해 먹으라 되어 있는데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고(간장양념한 계란일 것만 같음) 이미 계란덮밥이 있으므로 추가를 안했다. 

 

 

 

 

계란밥! 배는 불렀는데 뭔가 제대로 밥먹지 못한 느낌이 들었음 ㅎㅎㅎ 이걸 돈주고 사먹다니, 집에서 먹을 거 없을때 급조하는 밥인데... 하는 느낌이랄까. 아마 이건 한국사람만 느끼는 감정일지도! 

 

 

 

 

 

라면이랑 비빔면도 팔고 재밌었다. 근데 빌니우스에는 정말 제대로 된 한식당은 없는 것 같다. 필리모 거리 근방에 '고기 가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는 치킨이 주종목이다. 고추장치킨, 간장치킨, 그리고 고추장 감자튀김 뭐 그런 메뉴가 있었다. 가보진 않았다. 난 한국에서도 치킨을 잘 안 먹기도 하고... 

 

 

 

 

 

 

밥을 먹고 나왔는데 김칫국에 짠 계란밥을 먹어서 너무 단 게 먹고팠다. 엘스카가 더 가깝긴 했지만 그곳의 유일한 단점, 즉 비건 디저트가 생각나서 , 나 오늘은 비건 디저트 싫어. 맛있는 케익 먹고싶어하며 이딸랄라로 가기로 했다. 거기로 가려면 좀 걸어올라가다 옆으로 꺾어서 기다란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가 보키에치우 거리로 통하는 골목을 따라가야 한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난 정말 구글맵 없이는 이렇게 절대 못 돌아다닐거야. 나의 여행 반경을 엄청 넓혀준 구글맵. 대신 단점은 눈앞만 보고 다녀서 머릿속에 큰 지도는 안 그려진다는 점임)

 

 

 

 

 

보키에치우는 역시 햇볕이 들었고 이딸랄라도 야외가 꽉 찼고 내부에는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별도로 쓴 것처럼 호지차와 치즈케익을 먹으며 책을 읽고 쉬다가 나왔다

 

 

사실 이딸랄라에서 나왔을때도 늦지 않은 시각이라(3시 반쯤) 엘스카에도 추가로 가고 싶긴 했다. 왜냐하며 내일부턴 흐려진다고 해서, 볕 드는 엘스카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이미 호지차와 케익으로 너무 배불러서 엘스카에서 뭔가를 마실 위장 용량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리미에 가서 생필품을 사고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가야겠다고 생각. 도미닌코누 거리와 토토리우 거리를 지나 게디미나스 대로의 리미(내가 제일 애용하는 곳)에 가서 물이랑 티슈를 샀다. (위 사진은 이그노토 거리에서 토토리우 거리로 꺾어지는 길목. 이렇게 보면 내리막. 하지만 토토리우에서 올라올 땐 오르막임. 와 그래도 몇주 머물렀더니 이제 내가 지리를 좀 알고 있어! 재작년엔 일주일 넘게 머물렀지만 머릿속에 이런 지도랑 방향은 하나도 안 그려졌었는데...)

 

 

그런데 짐이 무거워지니 엘스카까지 올라가기가 좀 어려웠고 또 꽃도 사고 싶어서 숙소 근처 키오스크에 가서 이번엔 장미를 세 송이 샀다. 이건 꽃이 큰 스탠더드 장미라 좀 비쌌다. 빌니우스는 우리나라보다 꽃이 더 비싸다. 꽃파는 할머니에게 사면 더 싸긴 한데 품질이 안 좋아서 특히 며칠 전 산 들국화는 폭망해서 다 시들었음. 장미까지 사고 나니 이제 정말 방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방에 돌아와 짐을 좀 풀고 장미는 잎을 딴 후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드디어 켐핀스키 리가에서 챙겨온 유리병도 써먹음. 이거 다시 싸가야 되는데 ㅎㅎ 진짜 거의 없는 리가 기념품인데) 그래도 네시 좀 넘은 시각이었고 엘스카에 갈 기력은 이미 없어졌지만 근처의 빵집이나 카페인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피곤해져서 감기 기운을 생각해 다 포기하고 그냥 목욕을 했음. 흑흑 좋은 날씨 안녕... 그리고는 침대에 들어가 좀 누워서 쉬었다. 빨리 들어와버리는 바람에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컵라면이랑 조식 테이블에서 온 삶은 달걀, 오렌지랑 미니 서양배로 간단히 저녁 먹음. 아니 나 감기 기운 때문에 단백질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내일은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겠다. 하여튼 비교적 일찍 들어와서 쉰 날인데 왜 여전히 오늘의 메모는 10시 넘어서까지 쓰고 있는 걸까 엉엉...

 

오늘은 7,567. 4.8킬로. 공부 카페에 버스를 타고 갔고 안 가본 거리들 쪽을 걷긴 했지만 들른 곳은 평소보다 적었다.

 

 

내일 흐리다고 하는데... 그래도 해가 짠 하고 잠깐이라도 나와주면 참 좋겠다. 화욜에는 비도 온다는데... 같은 기온이라도 해가 안 나면 엄청 우중충하고 으슬으슬하니까 분명히 내일은 추울 거 같음. 흑흑. 따시게 입고 나가야지. 사실 오늘도 어제 떨어서 따뜻하게 입고 나갔었음. 기모 스타킹에 여기서 산 긴 치마에 패딩. 내일은 코트 안에 또 막 껴입어야겠음.

 

 

장미랑 아직도 살아남은 딱 한대 프리지아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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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