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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제 월요일이 되고 말았네. 흑흑... 보통의 휴가를 생각하면 우와 일주일이나 남았다!’ 지만 흑흑 일주일 밖에 안남았어란 생각이 드니 인간이란 참 상대적이다.

 

 

어제 감기약 먹고 잤다. 아침에 엄청 피곤한 꿈을 꿨다. 이것도 종종 꾸는 꿈인데 잘 모르는 동네에 와서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안 잡히는 꿈이다. 오늘 꿈에서는 카카오택시를 부르는데 카카오가 이상하게 변해서 무슨 게임처럼 되고 하여튼 택시는 못 잡고 괴로웠다. 이런 택시와 버스 꿈, 이상한 숙소 꿈, 고장나거나 이상한 곳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꿈 등등 다 뭔가 관통하는 본질이 있는 것 같다.

 

 

아침까진 감기약을 먹어주는게 나을 것 같아서(기침이 약간 나왔다) 조식을 챙겨먹고 올라왔다. 오늘부터 흐려지고 해 안 난댔는데 의외로 창 너머를 보니 해가 좀 났다. 그치만 내가 나갈 땐 흐려지겠지 하며 뭉기적거리다가 11시 반 즈음에야 방을 나섰다. 거리는 춥고 쌀쌀했지만 그래도 해가 좀 나고 있었다. 이러면 햇볕 쬘 수 있는 데를 가야 되는데 필리모의 커피 스펠에 가는게 맞는 선택인가? 해는 오후에는 사라진댔는데 하며 갈팡질팡했지만 그래도 결의를 다지며 버스를 타고 커피 스펠에 갔다. 커피 스펠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커피 스펠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요 며칠 몸 상태도 그렇고 먹은 것들을 생각해보니 뭔가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검색해 보니 좀 걸어가면 그루지야 식당이 있었다. 필리모 거리 옆으로 빠져서 좀 걸어가니 전에 아이들과 함께 갔던 비르쥬 두오나가 있는 루드닌쿠 거리가 나왔고 식당은 그쪽에 있었다. 레스토랑이 이뻤다. 가지 요리 먹고팠지만 아니야 동물성 단백질 먹어야돼!’ 하며 샤실릭을 주문함. 샤실릭은 양고기, 돼지, , 연어, 플래터가 있었다. 소고기가 있으면 그걸 먹을까 했는데 소는 안 보였다. 그럼 닭을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구운 연어를 좋아하는 고로 생선이지만 동물성이라 할 수 있지. 심지어 더 건강한 단백질이지라고 생각하며 연어 샤실릭 주문. (그리고 역시 이 동네가 거의 그렇듯 생선은 육류보다 비쌉니다) 소스와 가니쉬를 선택하게 되어있는데 달콤한 석류 소스를 추천하길래 그것을 고르고 가니쉬는 구운 야채를 골랐다. 음료는 양이 적고 저렴하고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는 걸 고르려고 탄산수를 보니 보르조미가 아닌 딴 브랜드길래 이건 안 짜겠지하고 그것을 주문.

 

 

 

 

 

 

탄산수는 보르조미만큼은 아니었지만 좀 짰다. 다른 테이블 사람들은 다들 하차푸리랑 힌칼리를 먹고 있었다. 드디어 내 샤실릭이 나왔는데 우왁, 꼬치를 세로로 꽂아서 가지고 왔다. 엄청난 비주얼!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내 쪽을 보며 저거 맛있겠다로 추정되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보니 양이 엄청 많아 보인다만 이게 꼬치에서 빼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아서 나는 저 연어구이를 다 먹음. 석류 소스는 너무 진하고 달았다. 나는 원래 연어엔 레몬만 뿌려먹는 걸 좋아하는데 그루지야 요리에서 레몬만 주세요는 어쩐지 안 어울릴 거 같긴 함. 구운 야채도 맛있었다. 파프리카와 호박은 구워줬고 옆의 샐러드에는 석류알을 곁들여 주었다. 엄청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몸에 영양공급이 된 느낌.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햇살이 따스해서 루드닌쿠 거리의 놀이터 앞에 잠깐 앉아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는 영원한 휴가님과 오후에 보기로 했으므로 일단 보키에치우 거리로 가서 주변을 좀 배회하다가 따뜻한 햇살을 찾아서 디조이 거리로 꺾어 구시청사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좀 읽었다. 분명히 2년 전 6월에 왔을 땐 이 시청 앞이 너무 싫었는데(그늘 없고 덥고 또 새벽의 문 쪽이라 여기쯤 오면 너무 지치고 지리도 잘 모르고) 지금은 시청 앞 벤치 따뜻하고 좋다란 인상이 꽉 박힘. 그래서 햇살 쬐며 벤치에 앉아 있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오셔서 함께 후라카나스의 후라칸에 갔다. 그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후라칸에서 나와서 우리는 슈가무어에 잠깐 들렀다. 여기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다고 하여 내일 오후로 예약하려고. 그런데 이거 예약이 드문 일인지 카운터의 남자 점원에게 얘기하자 점원이 막 당황함. ‘... 물어봐야돼요 잠깐만요..’ 하면서 부엌으로 들어가며 산드라를 찾는다. ‘산드라, 애프터눈티 돼? 내일이래로 추정되는 얘기를... 그리고는 나와서 잠깐만요 내일 되나 안되나 물어볼게요라고 하고 다시 산드라한테 갔다. 산드라가 매니저인가 아니면 파티시에인가. 그러면서 화요일 17시에요?’ 라고 내가 말하지도 않은 시간을 얘기한다. 그래서 내가 아니요 화요일 두시. 두사람이요라고 정정해줌 ㅋㅋ 산드라가 된다고 했나 보다. 좀 밝아진 얼굴로 점원이 나와서 가능하다고 한다. 날짜, 시간을 적어주고 내 이름을 묻길래 잘 못 알아들을 거 같아서 내가 성을 직접 써주었다. 근데 보통 예약을 하면 전화번호도 받아야 하는데 이 점원은 내 이름만 받고는 다 됐다고 하네. 여기 사람들은 서로 신뢰도가 높은가... 노 쇼하면 어쩔라고... 너 그러다 산드라한테 혼나면 어떡해. 수수께끼의 궁금한 산드라. 하여튼 그래서 내일은 슈가무어에서 당분파티 예정 :)

 

 

예약 후 영원한 휴가님이 나를 필리모 가는 길까지 바래다주셨다. 나는 엘스카에 들러 책을 좀 읽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저녁 먹고(드디어 리미 김치를 거의 다 먹음!) 오늘 메모를 적는데 이게 또 왜 이렇게 길고 안 끝나나... 카페 얘기들을 써서 그런가보다. 나는 아무래도 빌니우스 카페 책을 내야 할 것만 같다. 출판사들이여 저에게 러브콜을 보내주세요 :)

 

 

오늘은 7,526. 4.9킬로.

 

 

내일은 비오고 흐리다고 한다. 흑흑 오늘도 흐리다 했지만 그래도 3시 무렵까진 해 났으니까 제발 내일도 해가 짠 하고 나오게 해주세요.

 

 

마무리는 디조이 거리의 구시청사 앞 벤치에서 책 읽은 사진이랑 시청사 풍경 사진. 뭔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이 벤치 쪽에만 햇살이 들어와서 골라 앉음. 이 초록분홍 치마가 얼마전 여기서 구입한 긴 치마. 따뜻하다. 

 

 

 

 

 

 

무지개까지 비쳐드는 시청사 앞. 여름엔 싫었지만 지금은 볕 쬐러 오는 곳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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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