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카나스의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22. 03:56
후라칸 커피는 체인이기 때문에 빌니우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카페인만큼 많지는 않다. 그런데 후라칸은 지점마다 건물의 공간적 특성도 있겠지만 뭔가 제각각의 스타일이 있어서 가면 구경하며 다른 점 찾는 게 재미있다. 이 후라칸은 새벽의 문 근처, 디조이 거리와 에트모누(? 이름 정확하지 않음) 거리 교차점에 있는데, 오후에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서 어디 갈까 하다가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고 하신 이 후라칸에 같이 와보게 되었다.
이 후라칸은 토토리우와 보키에치우의 후라칸과는 많이 달랐다. 덜 북적거렸고 좀더 아늑했고 흰색 계열로 밝았다. 그리고 테이블과 테이블 간격이 넓고 안쪽 홀과 옆쪽 복도 등 공간들이 묘하게 분할되어 있어 실제보다 왜곡이 느껴져서 미묘하게 아늑한 느낌이 있었다. 공간과 공간 사이가 넓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작은 방들로 이루어진 느낌이라 해야 하나. 테이블들보다는 입구 쪽 홀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카운터와 바가 주인공인 느낌이다. 그리고 그 바 한가운데 카페 점원(역시나 1인만 있었는데 좀 매니저나 점장 같은 느낌이었다)이 여유롭게 계심.
그런데! 그 점원이 바로 얼마전 보키에치우 후라칸에서 봤던 그 점원. 내가 후라카나스라고 이름붙인 사람이었다. 영원한 휴가님이 아마 체인이기 때문에 이 지점 저 지점을 돌면서 근무할 거라고 하셨다. 그 사람이다. 손님 너무 많아서 설거지를 못해서 컵도 없어서 플랫 화이트 종이컵에 줘도 되냐고 하고, 머그컵 구매하자 포장 박스 없다고 난감해 하고, 또 초짜 직원 가르치느라 더더욱 힘들어보였던 그 후라카나스! 근데 이 지점은 손님도 별로 없고, 바의 진열장에도 디저트 종류도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헐렁해보였다. 그래선지 후라카나스가 아주 여유있고 행복해 보였다! 심지어 문가 테이블에 앉은 두명의 아가씨와 즐겁게 대화를 하고 뭔가 농담따먹기로 추정되는 이야기도 하고 웃고(리투아니아어 모르므로 느낌만) 같이 과자도 먹고! 엄청 신나보였다. 가게 전체를 편안하게 장악하고 있는 느낌! 우리 나라로 치환하면 건물주가 하는 카페 주인같은 느낌! 분명 보키에치우에선 허덕거리고 있었는데... 후라카나스가 행복하니 나도 행복하다 ㅎㅎㅎ
나는 얼그레이를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은 더블 에스프레소. 그 이후 블랙 커피를 추가주문하셨다. (내가 매일 카페 메모를 적으면서도 커피 종류를 몰라서 물어보기 때문에 미리 알려주심 ㅎㅎ) 그런데 블랙 커피는 아메리카노랑은 다른것인가, 시킨 것을 보니 찐한 것이 꼭 러시아에서 쥬인이 시켜 마시던 그 타르처럼 진한 커피 닮았다고 묻자 아마 그거랑 비슷할 거 같다고 하심. 블랙도 카페에 따라 묽게 아메리카노 같은 곳도 있는데 후라칸은 진하다고. 생각해보니 후라칸 플랫화이트 엄청 썼음 ㅎㅎㅎ (그래서 감히 무적 테이스트 맵보다 쓰다고 내가 잘못 속단하기까지 함) 전에는 후라칸에서 얼그레이를 티포트에 마셨는데 여기선 주문할때 후라카나스가 '레귤러 사이즈?'라고 물어서 '뭐가 다른가? 어차피 티포트 아닌가?' 하며 네네 했더니 유리잔에 주었다. 유리잔에 주는 건 양도 조금 더 적고 아마도 좀더 저렴했을 것 같음(여러개 시키면 가격 잘 체크 못하는 자)
그리고 진열장에 디저트도 거의 없었는데 나는 그루지야 음식을 먹고 온 터라 단게 먹고파서 초콜릿 푸딩(갑자기 그 불어로 된 이름이 생각안나네. 데우면 안에서 초콜릿이 녹아서 흐르는 그거... 아아아 이름 뭐지... 기억력 다 감퇴됨. 하여튼 여기서는 초코 푸딩이라 적혀 있었음)을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이 버터맛 타르트(브르타뉴 피라가스라고 적혀 있음)를 시키심. 후라칸은 디저트들은 그닥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차랑 커피랑 먹으니 또 나쁘지 않게 잘 먹었다. (디저트는 이딸랄라가 더 좋은 걸로 결론. 비싸지만)
이 후라칸은 무척 맘에 들었고 후라카나스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많이 기억날 것 같은 곳이다. 근데 얘기하느라 정신팔려 사진은 별로 못 찍음. 그나마 찍은 사진 몇 장. 맨 위는 다 먹고 나가면서 찍은 우리 테이블의 잔해들. 여기는 역시 컵들이 이쁘단 말이야.
손님들의 테이블이 아니라 바가 주인공인 카페! 그리고 후라카나스의 옆모습.
조명 때문에 이쁘게는 안나왔다만. 하여튼 첨에 시켰을 때.
내 찻잔 너머로 보이는, 손님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계시는 후라카나스.
후라카나스만 계속 등장... 이게 내 자리에서 보이는 게 저 카운터가 제일 컸음.
이건 외관 사진인데 오늘 찍은 게 아니고 10월 9일에 새벽의 문 다녀오다가 찍었던 사진 두 장
야외 테이블은 오늘 다 접혀 있었다. 해가 좀 났는데... 분명 후라카나스가 야외 테이블 펴면 잔도 치워야 되고 힘드니까 안 폈을 거라고 우리끼리 중상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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