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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에 해당되는 글 25

  1. 2020.09.10 푸쉬킨부터 운하를 따라 네바 강변까지(그랜드 호텔 유럽 코스) 6
  2. 2019.02.10 예술 광장에 서 있는 시인
  3. 2018.09.30 일요일 오후 티타임 5
  4. 2018.09.08 첫 인사는 시인에게
  5. 2018.01.06 타치야나 찻잔, 그래서 오네긴도 잠깐 4
  6. 2017.10.29 주말 티타임 사진들 + 쿠마 4
  7. 2017.10.15 미샤의 안무 데뷔 - 루슬란과 류드밀라 18
  8. 2017.10.07 10.6 금요일 밤 : 역시 비, 본치 카페, 비싼 걸 포기한 후, 빨간 숄, 그외, 푸쉬킨 4
  9. 2017.07.29 예브게니 오네긴과 렌스키 결투 찻잔, 쿠마의 행복 4
  10. 2017.03.26 파이프. 운하의 검은 물. 레닌그라드. 몇년 전의 메모 25
  11. 2016.12.09 극악 날씨, 러시아 박물관 갔다 녹초 되어 뭐 먹는 중 8
  12. 2016.11.29 너를 사랑한다 표트르의 창조물이여
  13. 2016.11.14 수도관 터진 날, 푸쉬킨,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주어진다 33
  14. 2016.09.05 날아가는 꿈 기념 등, 엽님이랑 낮에 산책하며 찍었던 사진 몇장
  15. 2016.07.11 발레 청동기사상 -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 광란 장면(유튜브 링크) 8
  16. 2016.04.12 나의 뻬쩨르 2) 당신은 우리의 모든 것,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4
  17. 2016.04.01 석양 무렵 청동기사상 사진 몇 장
  18. 2016.03.31 청동기사상(스메칼로프 안무) 오늘 개막.. 2
  19. 2016.03.05 황제도 금빛 돔도 그립다 2
  20. 2015.08.22 진눈깨비 내린 날, 푸쉬킨과 오네긴 가게 골목, 마린스키 신관 풍경
  21. 2015.02.19 2월 18일, 어쩐지 눈 안 온다 했지.. 예술광장과 러시아 박물관, 그리보예도프 운하 사진 몇 장 7
  22. 2015.01.25 빛바랜 페테르부르크 사진들 몇 장 2
  23. 2014.10.02 가장 먼저 가는 곳 4
  24. 2013.09.21 다시 왔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2
  25. 2009.10.23 므스치슬라프 도부진스키, 차르스코예 셀로의 겨울

 

 

 

예전 페테르부르크 사진 뒤적이다 발견. 2014년 4월 사진들이다. 14년에는 4월과 7월에 갔었다. 4월에 페테르부르크를 거닐었던 건 아주 옛날에 맨처음 가서 연수받으며 살았을 때 외에는 이때뿐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날씨가 극악이기도 하고 휴가 시즌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는 어떻게 해선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4월 초에 갔었다. 그리고 이 날 아주 운이 좋아서 날씨가 엄청 좋았다! 싸늘한 날씨에 적당히 두툼한 옷을 입고 산책하는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머물렀던 숙소는 그랜드 호텔 유럽이었다. 이 호텔에 묵게 되면 산책 코스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호텔 맞은편에 예술광장,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박물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 한가운데 푸쉬킨 동상이 있고 그 너머로 루스키 무제이가 보인다. 여기서 시작해 시인에게 먼저 인사를 한 후,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걸으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을 지나 쭉 걸어서 네바 강변으로 나가게 된다.

 

 

아스토리야에 묵으면 길을 건너서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청동기사상을 지나 네바 강변으로, 그리고 궁전광장으로 걸어가게 되고. 그래서 항상 '유럽 호텔이면 시인에게 먼저 가게 되고 아스토리야면 황제에게 먼저 간다' 라고 되뇌임.

 

 

그러니 이 산책 사진들은 그랜드 호텔 유럽 코스. 사진 몇 장. 역시 시인으로 시작.

 

 

 

 

 

 

공원으로 들어와서 호텔 방향을 보며 찍은 사진. 왼편에 푸쉬킨 뒷모습이 보인다. 잘 보면 잔디에 덜 녹은 눈이 드문드문.

 

 

 

 

 

 

그리고는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관광엽서 구도. 지금은 수리 중이라 저 쿠폴 한쪽은 가림막으로 둘러쳐 놔서 이런 풍경은 아니다.

 

 

하늘 색깔도 여름의 푸른색과 초봄의 푸른색은 확실히 다르다. 물론 가을과 겨울도.

 

 

 

 

 

 

운하 따라 걷다 뒤돌아서 찍은 사진. 가운데 저 멀리 돔 크니기의 지붕과 그 건너편의 카잔 성당 열주 일부가 보인다.

 

 

 

 

 

 

빛이 좋아서.

 

 

 

 

 

 

 

 

여름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바글거리는 곳.

 

 

 

 

 

운하 따라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건물 현관과 안뜰(드보르)이 보이는 사진 한컷.

 

 

 

 

 

그리고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 다시 가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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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2. 10. 23:31

예술 광장에 서 있는 시인 2017-19 petersburg2019. 2. 10. 23:31





예술 광장(쁠로샤지 이스꾸스뜨브) 한가운데 서 있는 알렉산드르 푸쉬킨 동상. 오늘이 그의 기일이라서 사진 올려본다. 페테르부르크 갈 때마다 여기 꼭 가서 시인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저 왔어요' 라고. 



이 사진은 재작년 10월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것이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비가 주룩주룩 왔고 길바닥은 온통 진창이 되어 있었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 도시는 우중충한 날씨와 비와 진창으로 유명하니까. 푸쉬킨 자신도 거리가 온통 진창이 되는 봄에 대한 시를 쓴 적이 있다. 






금세 고여버린 물웅덩이에 비친 시인의 실루엣.







항상 꽃이 놓여 있다. 나도 두어번 꽃 바친 적 있다. 나, 도스토예프스키 묘에도 꽃 바쳐본 적 없는데 푸쉬킨에겐 꽃 바침. 






우스개소리로 항상 '비 오나 안 오나 보려고 손 쳐들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것이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료샤도 이 얘기를 했다. 하긴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은 비와 날씨와 이 도시에 대해서라면 수십 수백개의 농담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날은 정말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푸쉬킨님에게 우산 씌워주고 싶어지는 날씨였다.



그리고 푸쉬킨 머리랑 어깨와 팔엔 항상 저렇게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새와 시인이 함께 있는 건 괜시리 정겹다. 



..



봄의 진창에 대한 푸쉬킨의 시 일부를 예전에 쓴 소설에 인용했었다. 그 글 일부를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적이 있다. 시 몇 구절, 그리고 푸쉬킨에 대한 트로이의 상념, 그리고 조금 더. 링크는 여기 : https://tveye.tistory.com/5524


:
Posted by liontamer
2018. 9. 30. 14:31

일요일 오후 티타임 tasty and happy2018. 9. 30. 14:31





일요일 오후.








2집은 좁은 원룸인 대신 창가에 티테이블을 놔둬서 빛을 받으며 차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바깥 풍경이 별거 없고 테이블 옆에 침대가 있어서 여차하면 침대로 기어들어간다는 단점도 있지만 ㅠㅠ







오늘은 푸쉬킨 찻잔.













별다방 신메뉴인데 애플파이 위에 클라우드크림인지 뭔지 올림. 맛없다 ㅠㅠ








꽃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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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8. 21:29

첫 인사는 시인에게 2017-19 petersburg2018. 9. 8. 21:29





호텔 바로 옆에 예술광장이 있어서 젤 먼저 푸쉬킨에게 인사하러 갔다.


다시 왔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이번엔 젤 먼저 인사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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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

 

 

오랜만에 집에서 토요일 오후의 차 한 잔.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에서도 로모노소프 가게 들렀다. 찻잔은 두개밖에 안 샀다. 그 중 하나가 이 타치야나 찻잔. 푸쉬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여주인공이다. 예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 장면 그려진 찻잔 사왔는데 거기 짝 맞추려고 타치야나 사옴.

 

 

 

 

타치야나 찻잔도 예쁘긴 한데... 저 곰돌이가 맘에 안 들어 ㅠㅠ

 

 

찻잔 뒷면과 받침접시에는 예브게니 오네긴의 인용구들이 적혀 있다. 아래 금색으로 적힌 글씨가 '예브게니 오네긴'이란 제목.

 

 

 

 

타치야나를 데려왔으니 예브게니 오네긴(...이라 쓰고 한심한 넘 이라 읽는다 -_-) 찻잔도 꺼냄. 여기에는 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 장면이 그려져 있다.

 

 

나는 푸쉬킨도 좋아하고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작품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책 읽을때마다 오네긴 때문에 빡치기 일쑤... 한마디로 '저 망할넘! 한심한넘!'인 것이다. 잉여인간이라는 당대 인물상을 구현해낸 상징적이면서도 문학적으로 매력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망할 오네긴넘'임. 찌질한 녀석...

 

 

게다가... 렌스키 죽인 거 용서할 수 없어어어어어!!! 이 망할 자식아!!!

 


(내가 예브게니 오네긴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인물 : 렌스키)

 

 

 

 

 

 

하여튼, 타치야나랑 오네긴 나란히... 그런데 오네긴넘은 결투씬이라서 같이 놔두니 꼭 타치야나 쏴죽이려고 총 겨누고 있는 것 같잖아 ㅠㅠ

 

 

근데 나 이 찻잔 볼때마다 사실 헷갈림. 검정옷이 오네긴이고 하얀 옷의 푸쉬킨 닮은 남자가 렌스키라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반대인가???

 

 

 

 

 

 

 

 

어제 들어오면서 동네 커피빈에서 사온 치즈케익. 새로 나온 거라서 사봤는데 맛없고 푸슬푸슬함 ㅜㅜ

 

 

 

 

 

 

​이게 내가 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어렵게 득템했던 쟁반. 블라디보스톡에선 이렇게 네모진 쟁반을 못 찾아서 쥬인을 위해서는 둥근 쟁반 사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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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29. 20:38

주말 티타임 사진들 + 쿠마 tasty and happy2017. 10. 29. 20:38

 

 

 

이건 오늘. 일요일 오후.

 

 

 

 

 

 

 

 

 

 

 

 

 

 

 

 

 

 

 

 

 

이건 어제.

 

 

예전에 로모노소프 푸쉬킨 찻잔 사왔는데 비행기에서 금이 가버려서 그냥 모셔만 놨다. 다시 사자니 아까워서 이번에 갔을 때 그냥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찻잔 샀음. 도자기 매우 투박. 그래도 뭐 푸쉬킨이랑 펜이랑 잘 그려져 있으니..

 

 

이 푸쉬킨 찻잔에 차 마시다가 어제 뽀글머리 미샤 그렸음 ㅋㅋ

 

 

 

 

 

 

 

 

 

 

푸쉬킨 찻잔에 마시는 기념으로 푸쉬킨이 직접 그린 그림들 모음집이랑 루슬란과 류드밀라 함께.

그리고 쿠마도 ㅇㅅㅇ

 

 

 

:
Posted by liontamer








예전에 이 폴더에 미샤와 그의 극장 동기 레냐(내 약혼자 아님), 그리고 궁전광장과 백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단편 Illuminated wall 전문과 배경 사진들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그 단편은 아주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향수를 담아서 썼던 글인데 초창기에 내가 구상했던 미샤가 등장했다. 거기 등장하는 미샤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미샤와는 많이 닮은 동시에 약간은 다른 면도 있다.



그 단편은 1975년 여름, 소련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권력자의 별장에 춤추러 오라는 명령을 받은 미샤는 그것을 어기고 백야의 레닌그라드 거리를 쏘다니고 궁전광장에서 춤을 춘다. 그때 그는 동료인 레냐에게 자신이 푸쉬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안무를 할 거라고 얘기하고 광장에서 그 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 작품은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나의 옛 단편에서 미샤는 루슬란의 적수인 악당 로그다이의 춤을 보여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미샤가 처음으로 안무하게 되는 발레는 그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루슬란과 로그다이, 파를라프, 라트미르 4인의 기사들만 등장하는 40분짜리 단막 발레.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고 미샤를 불러낸 후, 나는 장편 하나를 썼다. 미샤의 친구이자 애인인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꽤 긴 소설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미샤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안무하게 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미샤가 그 작품을 안무하는 과정 일부와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리는 장면이다. 이 소설은 발레계 인물이 아닌 트로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므로 안무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나온 정도만 적었다.



...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푸쉬킨이 불과 스무살때 썼던 근사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러시아 동화로 읽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도 잘 읽어보면 그냥 동화는 아니다. 꽤나 멋지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한 줄거리(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웅 루슬란이 아름다운 왕녀 류드밀라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가 나타나 류드밀라를 납치한다. 류드밀라의 아버지는 비탄에 빠져 루슬란을 탓하고, 류드밀라를 구해오는 남자에게 그녀와 결혼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4명의 기사가 길을 떠난다. 주인공인 루슬란. 음침하고 파괴적인 로그다이. 좀 비겁한 파를라프. 세속적이고 선량한 라트미르. 이야기는 이 네명의 모험을 번갈아 보여주고, 동시에 마법사의 성에 갇혀버린 류드밀라의 모험도 같이 그려낸다(사실 류드밀라 얘기가 제일 재미있고 생기넘친다. 푸쉬킨은 생기 넘치는 씩씩한 아가씨 묘사를 참 잘한다) 이러저러하여 루슬란은 결국 마법사를 물리치고 류드밀라를 구해낸다. 그 와중에 루슬란을 죽이려고 달려들던 로그다이는 결투에 패해서 죽고(물귀신에게 영혼 끌려감 ㅠㅠ), 라트미르는 온갖 여색과 사치를 즐긴 끝에 도를 깨쳐서 소박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비겁한 파를라프는 마녀의 도움으로 막판에 루슬란을 궁지에 몰아넣고 류드밀라를 탈취하려다 결국 실패하게 된다.



미샤는 이 재미나는 이야기 전체를 어린이 발레처럼 안무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가 어떻게 안무했는지는 아래 발췌본에 나와 있다.



...



에피소드 도입부에 언급되는 알렉산더 트로치는 영국 현대 작가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는 전에 올린 적이 있다.



보리스 아사예프는 키로프 발레단 예술감독, 이반 노비코프는 볼쇼이 발레단 행정감독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냈음.



...



맨 위 화보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은 David Paitschadse.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런던에 가기 전에 딱 한번 트로이의 집에 찾아왔다. 알렉산더 트로치의 소설과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 때문이었다. 트로치 소설에 대해서는 30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맨 처음 함께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얘기가 잘 통했다. 미샤는 레딩 감옥의 발라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트로이에게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달라고 청했다. 그는 와일드 작품을 가져왔을 때는 항상 그랬다.



 “ 낭송 테이프 구해다줄까? ”




 “ 난 네가 읽어주는 게 더 좋아. ”



 미샤는 잠시 소파에 앉아 트로이가 시를 읽어주는 것을 듣다가 창가로 가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 적이 없는 동작이었지만 아마 백야 안무의 일부일 거라고 생각하며 트로이는 계속해서 시를 읽었다.



 한참 읽다가 트로이는 입을 다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큰 소리로 물었다.



 “ 그게 뭐야? 그게 춤이야? ”



 미샤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계속해서 움직였다. 전신을 너무 지독하게 경련하며 바닥에 몸을 굴리고 있어서 트로이는 순간 그가 간질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질렸다.



 “ 어디 아파? ”



 무릎으로 바닥을 찧어대면서 미샤가 말했다.



 “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읽어. ”


 “ 그게 백야야? ”


 “ 아니, 루슬란과 류드밀라야. 그냥 읽어. ”


 “ 왜 와일드를 들으면서 푸시킨 시를 춰? ”


 “ 도움이 돼. 제발 읽어. ” 
 




 그래서 트로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계속 읽었다. 나중에는 아예 등을 돌리고 읽었다. 낭송을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미샤가 소파에 거꾸로 누워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손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 일린의 새 작품이야? ”




 “ 내가 만드는 거야. 좀 됐어. ”




 “ 안무를 한다고? ”




 “ 응, 5월에 올릴 거야. ”




 “ 전혀 몰랐다, 그쪽에도 관심 있는 줄은. 일린 때문에 자극받았어? ”




 “ 아니, 작년 여름에 골자는 잡았는데 계속 정신이 없어서 손 놓고 있었어. ”




 “ 지금이 제일 바쁜 거 아냐? ”




 “ 바쁘지. ”




 미샤는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다리를 길게 뻗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셔츠가 말려 올라가며 등이 반쯤 노출되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 사이로 척추 마디들이 가지런하게 튀어 올랐다. 트로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 뼈가 다 불거지네,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냐? 잘 챙겨먹고 다녀. ”




 “ 바빠서 그래. 백야 올리고 나면 나아질 거야. ”




 “ 백야에 런던도 모자라서 그 오싹한 춤까지. ”




 “ 별로 오싹하지 않아, 아까 그 부분만 좀 그래. ”




 “ 무슨 장면이었는데? ” 




 “ 비겁한 짓이 일어나는 장면. 그래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거야. ”




 “ 루슬란과 류드밀라라며? ”




 “ 아, 근데 류드밀라는 안 나올 거야. 아까 그건 파를라프의 춤이야. ”




 “ 뭐, 자고 있는 사람 칼로 찌르고 여자 뺏는 그 놈? ”




 “ 응, 기분 나쁘게 출 만하지? ”
 




 트로이는 창가로 가서 전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왔던 치킨 샌드위치와 며칠 동안 굴러다니고 있던 오렌지를 가져왔다.



 “ 좀 먹어라, 맛은 별로 없을 테지만. ”




 
 미샤가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포장지를 벗기고 반으로 쪼갰지만 입에 가져가지는 않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 왜, 변했어? 차가운데 놔둬서 괜찮을 텐데. ”




 “ 있다가 먹을게. ”




 “ 그럼 오렌지라도 먹어. ”




 미샤가 오렌지 껍질을 까서 먹기 시작했다.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기계적으로 먹는 게 분명했지만 어쨌든 뭔가를 입에 넣고 있었으므로 트로이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얼굴이 더 갸름해져서 얼핏 돌아보면 우물처럼 깊은 눈만 보일 지경이었다. 한동안 가위질도 하지 않았는지 길게 자라난 머리칼이 귀를 덮고 목덜미까지 흘러 내려와 있었다. 구겨진 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바닥에 앉아 오렌지를 먹고 있는 그 야윈 모습을 보니 근육질의 클래식 무용수라기보다는 미국 음악 잡지에나 나오는 깡마른 락 가수에나 어울릴 것 같았다. 저질스럽고 별 뜻도 없는 가사로 노래하고 기타를 치고 가죽옷을 입고 그루피들과 난잡하게 뒤엉키고 타락한 자본주의 제국의 소산인 마약이나 찔러 넣는 인간들. 그러나 미샤 뿐만 아니라 그와 갈랴와 이고리, 다른 친구들도, 심지어 알리사까지도 그자들의 음반을 모았다.



 “ 일린과는 그래도 잘 맞는 것 같네. 이제 집에도 잘 들어가고. ”



 트로이는 자신이 왜 그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스타니슬라프 일린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비이성적인 질투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샤를 볼 때마다 그 조그맣고 사근사근한 남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스탄카는 좋아. 얘기가 잘 통해. ”




 “ 지나가 불편해 하지 않아? ”




 “ 지나는 남자들과 잘 지내. 나하고도 사는데 뭐. ”




 “ 그 사람은 혼자 온 거야? 가족은 없어? ”



 그는 차마 ‘그 자식하고도 같이 자고 있어?’ 라고 묻지 못했다.



 미샤는 그의 소리 없는 질문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하긴 알아차렸어도 내색하지 않을 게 뻔했다.



 “ 혼자 왔어. 공연 날 모스크바에서 애들이 올지도 모르지만. ”




 “ 애들? 결혼했어? ”




 “ 했었지, 두 번. 애들은 첫 부인한테서 난 거고. 큰 애가 벌써 열 살인가 그럴 걸. ” 




 “ 별로 애 아버지처럼 안 보이던데. ”




 “ 뭐 자기가 키우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바가노바에서 특강해주는 거 보니까 어린애들 잘 다루던데. ”




 
 그래서 미샤가 고집을 부려도 잘 받아넘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일린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에 희미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 지금 안무하는 그 춤도 일린이 도와줘? ”




 
 미샤가 반쯤 먹은 오렌지를 남은 껍질에 싼 채 샌드위치 옆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씨앗을 두어 개 뱉더니 바닥에 놓고 무심하게 굴렸다.



 “ 아니. 스탄카와 나는 많이 달라. ”




 “ 잘 맞는 줄 알았는데? ”




 “ 스탄카가 잘 맞춰주는 거지. 춤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 ”




 “ 일린이 감상적이라는 거야? ”



 미샤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 아, 예리한데. 어떤 사람은 솜사탕처럼 부드럽다고 했지. ”



 물론 트로이는 마로조프와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백야 자체가 감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소설이잖아. ”




 “ 음, 스탄카가 그런 쪽을 좋아하긴 하지. 착하고 밝아, 사람을 잘 믿고 포용력도 있고. ”




 “ 그럼 왜 페트루슈카는 그렇게 만든 거야? ”




 “ 나한테 맞춰준 거지. 페트루슈카는 그 사람 원래 작업과는 색깔이 많이 달라. ”




 “ 난 네가 그렇게 우울한 걸 추는 게 싫어. ”




 미샤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창백하고 야윈 얼굴이 낯설고 쓸쓸하게 보였다. 종종 그 얼굴에는 따뜻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기보다는 정교하게 세공된 짐승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표정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아니라 세월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사원의 유물처럼 보였다. 트로이는 그런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막 트로이가 오한으로 몸을 움츠렸을 때 미샤가 다가와 그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머리를 쓸면서 뺨을 비볐다. 
 


 “ 런던 갔다 와서 봐. ”



 미샤가 외투를 껴입고 혹한의 거리로 나간 후 트로이는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실 바닥에는 반쯤 먹은 오렌지, 두 개의 매끄러운 씨앗, 그리고 반으로 쪼갠 채 입도 대지 않은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소파 팔걸이에는 미샤가 잊고 간 흰색 울 스카프가 걸쳐져 있었다. 그는 차나 커피도 없이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치우고 남은 오렌지 반쪽도 먹었다. 그리고 두 개의 오렌지 씨앗도 알약처럼 털어 넣은 후 씹지 않고 삼켰다.



 그날 밤 그는 그 울 스카프를 두르고 잤다. 무겁게 밀려드는 야생 꿀 냄새를 맡으면서. 꿈속에서 그는 암청색 단추가 세 개 달린 흰 스웨터 위로 짙은 녹색 목도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린 채 눈보라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미샤 야스민을 보았다.




 ...




 5월에 미샤는 안무가로 데뷔했다. 일린이 총연출을 맡아 세 개의 모던 발레 작품을 소개한 ‘새로운 발레의 밤’에서 마지막 순서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올렸다. 막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강력한 후원자들이나 팬들조차도 미샤가 안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뛰어난 무용수와 뛰어난 안무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데뷔 방법은 유명한 원작을 간단하게 손봐 재안무한다거나 짧고 서정적인 음악을 써서 무용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가벼운 소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샤 야스민은 4명의 젊은 무용수를 기용해 팽팽한 플롯의 40분짜리 드라마를 만들었다. 가벼운 음악 대신 보로딘과 무소르그스키를 사용했고 순수한 움직임 자체를 위한 동작은 전혀 쓰지 않았다. 무용수들의 모든 움직임은 철저하게 주제와 플롯에 따라 흘러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샤의 첫 안무작이 일린의 스타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온 작품은 완급 조절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 40분 내내 격정적으로 내달렸다. 그 작품은 잘 짜인 연극처럼 시종일관 관객들의 감정을 철사처럼 죄어대며 흥분 상태로 몰아갔다. 그 무대에서 부드러운 로맨스나 우아한 감상주의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미샤는 젊은 안무가가 빠지기 쉬운 무모하고 비논리적인 실험주의도 피해갔다. 독설가인 루바노프스카야조차 ‘매우 성공적인 데뷔작’이라는 표제와 함께 미샤가 소위 ‘새로운 춤’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의미한 연출가의 자기 독백에 매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알맞은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미샤는 푸시킨의 그 유명한 서사시 전체를 다루지 않았다.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도, 동굴의 은자와 황야의 거대한 머리도, 마녀 나이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가장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제목과는 달리 미샤의 작품에 류드밀라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샤는 오직 네 명의 기사들만을 골랐다. 루슬란, 로그다이, 라트미르, 파를라프. 납치된 류드밀라를 찾아 떠난 경쟁자들. 주인공은 여전히 루슬란이었고 그의 존재는 작품 전체의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미샤는 4명의 인물들에게 동등한 무게를 부여했다. 격정적인 2인무와 4인무, 독무를 통해 발레는 그 인물들에게 내재된 감정의 본질을 그렸다. 전형적인 영웅 주인공인 루슬란의 용기와 고결함, 파멸로 치닫게 될 로그다이의 증오와 분노, 환락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을 택하는 라트미르의 중용과 우정, 그리고 언제나 도망치면서 기회를 노리는 파를라프의 비겁함과 공포.



 그건 자칫하면 매우 작위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무대를 보면서 트로이는 왜 미샤가 자신은 일린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그토록 단호하게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에게는 추상적인 개념과 감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형상화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오랫동안 트로이는 미샤의 그 능력이 자신의 육체와 움직임에 한정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날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보면서 트로이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샤는 인간 내부로부터 실질적인 움직임을 끄집어내고 형식을 부여할 줄 알았다. 그건 창작자의 능력이었다. 관객들은 리브레토가 적힌 팸플릿을 읽지 않고도 루슬란과 로그다이, 라트미르와 파를라프가 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건 논리적이고 계산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날아오는 메시지들이었다.



 미샤는 루슬란을 추지 않았다. 고전적이며 우아한 레오니드 핀스키에게 그 역을 주었다. 2년 선배이자 성격 연기에 능한 안톤 볼로호프에게 까다로운 파를라프 역을 맡겼고 약간 수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잘생긴 이오시프 본다렌코에게 라트미르를 추게 했다. 미샤 자신은 로그다이를 췄다. 트로이는 그 어둡고 파괴적인 배역이 미샤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무대 위에서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역을 출 때마다 관객들이 그토록 강력한 열광에 빠져드는 것이 싫었다. 루슬란과의 격투에서 살해당하는 그 검은 기사의 최후가 너무나 냉혹하고 처참해서 트로이는 가슴 깊이 공포를 느꼈다. 그 두려움이 지나치게 실질적이고 불쾌하게 와 닿았기 때문에 며칠 후 미샤를 만났을 때 왜 너는 항상 무대에서 죽는 역을 고르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 그런 역은 몇 개 없는데... 고전 레퍼토리는 아사예프가 맡기는 거고. ”




 “ 네가 안무한 것도 그랬잖아. 로그다이를 췄잖아. ”




 “ 음, 난 사실 파를라프를 출까 했어. 근데 아사예프가 루슬란을 추든가 로그다이를 추지 않으면 무대에 올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어. 루슬란은 레냐에게 주기로 약속했었거든. ”




 “ 넌 파를라프를 추기엔 너무 눈에 띄어, 어울리지도 않고. 관객들도 이입이 잘 안됐을 걸,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겁쟁이 야스민은. ”




 “ 언제나 비겁한 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



 미샤는 예의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하얀 알약을 꺼내 삼킨 후 덧붙였다.



 “ 하긴 로그다이를 제일 먼저 안무하긴 했어. 가장 쉬웠고. 제일 어려웠던 건 라트미르였어. 이오시프가 아니었으면 스탄카에게 춰달라고 했을지도 몰라. 이젠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져서 어려웠겠지만. ”




 발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호소력 있게 표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흘러갔다. 종반부에서 로그다이는 살해당해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라트미르는 우정의 키스와 함께 루슬란과 작별했다. 주인공 루슬란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드밀라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한 채 환희에 차 퇴장하고 어둠이 가득한 무대 위에는 슬금슬금 기어나와 주변을 배회하는 파를라프만이 남았다.



 미샤가 류드밀라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일린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을 생략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을 받았다. 루바노프스카야는 예의 그 평론에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류드밀라의 존재야말로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썼다. 그녀는 보통 미샤에게 적대적인 입장이었으므로 공연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세레브랴코프는 믿었던 루바노프스카야의 호의적 평에 당황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지적한 것은 미샤가 데뷔작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가끔 과격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것뿐이었다.



 관객들은 그 작품에 매료되었다. 젊은 무용수의 첫 안무작에는 과분할 정도로 열정적인 호응이 쏟아졌다. 꽤 많은 사람들이 보리스 아사예프에게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계속해서 키로프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썼다. 아사예프는 그 반응에 흡족해하며 6월말 백야 축제에 그 작품을 다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반 노비코프는 그리고로비치와 함께 오직 그 공연을 보기 위해 5월에 다시 레닌그라드에 들렀는데, 아사예프를 구슬려 크레믈린 축제와 볼쇼이 무대에서 각각 한 번씩 루슬란을 올리기로 했다. 볼쇼이에서 밀어 넣은 일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보리스 아사예프로서는 ‘우리 골칫거리’가 ‘우리 자랑거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미샤에게 괜찮은 작품을 하나 더 안무한다면 다음 시즌 무대에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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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발췌본은 사실 두가지 장에서 각각 가져왔다. 앞부분의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 그리고 뒷부분의 미샤의 데뷔 이야기 사이에는 미샤의 런던 공연과 알리사의 이야기, 그리고 일린이 미샤와 지나를 위해 안무해준 백야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여기서는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한 이야기만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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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안무에 대해서는 전에 세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 빛나는 벽(illuminated wall) 전문.



http://tveye.tistory.com/5589 : 벨스키와의 면회
(여기서 미샤가 '그 순진하고 무해한 루슬란'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http://tveye.tistory.com/6138  : 별장의 스비제르스키와 미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미샤의 수첩을 훔쳐본 후 그의 춤연습을 보면서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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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와 미샤의 대화에 등장하는 '페트루슈카'는 일린이 미샤의 영국 무대를 위해 안무해준 솔로이다. 포킨의 원작을 각색해 꼭두각시 인형 페트루슈카의 독백 장면만 재안무한 작품인데 물론 이것도 내가 만든 버전임. 미샤가 일린과 함께 이 작품을 연습하는 장면과, 영국에서 이 공연을 보고 알리사가 소회를 밝히는 장면을 각각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6544 페트루슈카를 연습하는 미샤와 일린


http://tveye.tistory.com/5178 알리사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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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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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으앙 벌써 금요일도 다 갔어... 주말 지나고 나면 돌아가야 한다 엉엉... 그런데 아직 햇빛을 못 봤어 엉엉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왔어 으아아앙 ㅠㅠ



뭐 어쩌겠는가... 10월 초에 왔으니... 할 수 없지 ㅠㅠ 하여튼 그래서 오늘 사진도 전부 폰으로 찍었다. 비오고 무거워서 카메라 못 갖고 다닌다 엉엉....



어제 비오는 거리를 쏘다니며 수도원이랑 묘지랑 수퍼마켓 등등 돌아다니고 밤에 김릿 한잔 마신 결과 무지무지 피곤해서 엄청 늦게 일어났다. 아침 일찍 깨서 뒹굴다 도로 잠들어서 11시 넘어서 일어났음.



오늘도 종일 비가 왔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심했다...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한다. 떠나는 날까지 비오면 참 아쉬울 것 같구나.



한시 다 되어 방을 나섰다. 남은 날은 별로 없는데 계속 비가 오니 산책도 하기 어렵고... 아직 네바 강변 쏘다니지도 못했다. 춥고 비오고... 차라리 눈이 오면 패딩과 모자로 무장하고 눈맞으면서 걸을 수가 있는데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니 더욱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겨울보다 오히려 지금 같은 계절이 산책하기는 더 힘들다. 난방도 어중간하고. 예전에 여기서 머물렀을 때도 10월이 제일 힘든 시즌이었다.



무척 배가 고팠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종일 비올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고스찌에서 런치 먹고 본치 카페에 가서 글이나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페테르부르크 한두번 와본 것도 아니니 이번 여행에서는 박물관이고 뭐고 다 포기. 바실리 섬에도 안 간다. 멀리 안 가기로 했다. 주변만 좀 돌아다니고 글이나 쓰고 공연 보고 료샤랑 레냐랑 좀 놀다 가는 걸로 족하다... (사실은 부족하지만 ㅜㅜ 어쩔 수 없지)



고스찌에 갔다. 런치 메뉴는 일주일 동안 동일하다. 월요일에 왔었으니까 그때랑 같다. 다만 메인만 비프 스트로가노프 대신 치킨커틀렛으로 바꾸었다. 여기서 말하는 커틀렛은 다진 고기를 구워주는 것이다. 따뜻한 수프를 먹고 치킨완자 커틀렛을 먹으니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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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은 후 건너편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본치 카페로 갔다. 아쉽게도 테이블 두 개 붙은 창가 자리는 예약이 되어 있어서 테이블 하나짜리에 앉았다. 그래서 노트북 펼치기가 조금 좁았기 때문에 주로 아이패드에 스케치를 했고 글은 열줄 정도 썼다. 이 카페는 아늑하거나 우아한 맛은 없어서 '내 카페다' 하는 느낌은 아닌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오른쪽 옆에 좀 나온 게 내 패딩임 흐흑... 패딩 입고 다녀 엉엉... 그나마도 이거 가져온 게 다행임. 깃털도 많이 빠지고 별로 안 예뻐서 여기서 대충 입고 버리려고 가져온 건데 안 가져왔음 큰일날뻔했다... 줄창 입고 다님... 안 예쁘지만 살고 봐야 한다... 근데 또 열심히 입고 다니다 보니 '버리기 아까운데 도로 가지고 가야겠다...'하고 측은지심 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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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치에서 차 마시고 생 오노레 라는 초콜릿치즈무스 케익을 먹으며 스케치를 하고 글을 좀 쓰다가 나왔다. 와서 짐을 풀고 보니 챙겨온 옷이 전부 칙칙한 검정, 다크 그린, 카키색 뿐이었다. 원체 정신없이 대충대충 싸와서 그렇다. 날씨도 추우니 암거나 가져가서 껴입자고 생각했었고... 추우면 자라 같은 데 가서 사입지 뭐 했다. (여기 자라가 우리 나라 자라보다 싸다!) 좀 걸어서 자라에 가보았다. 네프스키에 꽤 큰 자라 매장이 있다. 근데 별로 맘에 드는 옷이 없었다. 화려한 러시아풍 꽃무늬 블라우스가 하나 맘에 들었는데 가격이 6~7만원 정도였다. 입어볼까 하다가 너무 얇아서 사봤자 비실용적이란 생각에 포기했다.



그리고는 그 옆에 있는 렌에뚜알 이라는 화장품가게(올리브영이랑 비슷한 곳인데 좀더 고급브랜드들이 많다)에 들어갔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쓰는 페라가모의 그 향수가 있나 궁금해서 그 라인은 국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았다. 여기에도 없었다. 있어도 비싸서 덜컥 지르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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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와서는 이것저것 많이 사지 않았다. 실은 사고픈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게 꽤 비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지만 꼭 갖고 싶은 것으로 러시아 전통숄에 모피후드가 달린 놈이다. 예전에 기념품가게에서 발견했을때도 예뻐서 꼭 갖고팠지만 그때도 비싸서 안 샀었다. 대신 그냥 숄을 샀었다. 사진에서 많이들 보았을테지만 러시아 미녀들이나 할머니 아주머니 아가들이 머리에 마트료슈카처럼 두르고 있는 그 화려한 꽃무늬 숄이다. 이것은 만드는 곳의 이름을 따서 '빠블로보빠사드스꼬이 쁠라똑' 이라고 한다. 크기도 다양하고 질과 무늬에 따라 가격도 많이 다르다. 무늬가 화려하고 섬세할수록 당연히 비싸진다.



내 기억에 보송보송 검정색이나 흰색 털이 복슬복슬한 후드가 달린 숄이 있었다. 나는 본시 조금 추우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다니므로 겨울에는 항상 후드 달린 코트를 입거나 따로 모자를 쓴다. 그러니 후드 달린 숄이 있으면(그러니까 케이프 같은 것이지...) 실용적으로 잘 두르고 다닐테니 비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에 그 예쁜 숄을 보았던 기념품 가게에 갔다. 가는 내내 비가 왔다. 그 가게는 그랜드 호텔 유럽 근처에 있다. 이탈리얀스카야 거리에 있으니 꽤 걸어가야 한다. 전에 그 가게에서 숄도 사고 이쁜 마트료슈카도 사고 내가 좋아하는 목각천사도 샀었다(두 천사 중 첫번째인 녹색망토 가브리엘을 여기서 샀었다) 모피 달린 숄을 발견했는데... 잘 보니 이게 후드가 아니고 그냥 숄 가장자리를 모피로 쫙 둘러 놓은 거였다. 후드 달린 케이프 형태의 숄은 없었던 거였다.



그래도 모피 달린 숄을 사면 이쁘겠다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 곧 포기하였다 ㅠㅠ 젤 싼 게 우리돈으로 30만원이 넘어서... 그 돈을 주고 털달린 숄을 살 수는 없어 ㅠㅠ



대신 호텔 근방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빠블로보빠사드스꼬이 쁠라똑 샵에 갔다. 여기는 이 숄들만 모아놓고 파는 샵이고 기념품 가게보다 훨씬 저렴하다(원래 기념품 가게는 바가지임) 정품이고 종류도 많으니 여기서 사면 되는 건데 여기에는 털 달린 게 없었기 때문에 굳이 비싼 기념품 가게까지 갔던 것이다. 하여튼 이 샵에 갔고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둘러본 후 맘에 들고 어울리는 밝은 빨간색의 커다란 숄을 샀다. 전에 기념품가게에서 샀던 숄도 아주 예쁜데 그건 파란색이라서... 빨간 숄 갖고파서. (그때 쥬인에게 빨간 숄 사다주고 나는 파란 숄을 샀었다. 그때는 내 머리색이 오렌지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이라 그 파란 숄이 빨간색보다 더 잘 어울렸었음)



아주머니에게 '빨강이랑 까망 같이 있는 건 없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예 빨간 배경이나 아예 까만 배경에 무늬 있는 것만 있고 빨강까망이 어우러진 커다란 건 없다고 했다. 둘러보니 까만색도 잘 어울렸지만 비도 오고 꿀꿀하고 나는 요즘 열받는 일이 많으므로 빨간 숄을 택했다. 아주머니는 내게 빨간색이 더 잘 받는다며 '벌써 명절 준비하니? 어디 가려고?' 하고 웃었다. 여기서 말하는 명절-쁘라즈닉-은 새해이다 ㅋㅋ 새해 파티 가려고 화려한 숄을 사려는 거냔 뜻이다. 숄은 5만원을 약간 넘는 가격이었다. 울로 되어 있고 정품이고 무척 예쁘다. 모피 달린 30만원짜리 숄은 못 샀지만 빨갛고 화려한 숄을 사서 기분이 좋아졌다.



(호텔 방 조명 때문에 좀 노랗게 나왔다만... 실제 색깔은 좀더 밝은 빨강이다. 침대 위에 펼쳐놓으니 담요처럼 크다. 머리도 감싸야 하고 케이프처럼 둘러야 하니 큰 걸 사서 그렇다 ㅋㅋ 내 경우엔 큰 숄이 더 실용적이었다. 하도 머리에 뒤집어써서 그런가 ㅋㅋ)



근처에 있는 부끄보예드 서점에 가서 첫날 찍어두었던 해골과 장미가 그려진 폰케이스도 샀다. 그러니까... 값비쌀 게 틀림없는 털달린 숄을 사기 위해 딴 거 안 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비싸서 포기하게 되었으니 딴것들 사자~ 이 모드가 된 것이다 ㅠㅠ 역시 조삼모사... 그래도 이것들 다 합쳐도 그 털달린 숄보다 훨씬 싸니까! 하면서 무한정당화 중...



그리고 비싼 모피숄 팔던 기념품 가게 옆에 있는 앤틱 가게 구경갔다가 맘에 드는 소련 시절 물건들 무지 많이 발견했지만 꾹 참고...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인 곰돌이 미슈카 조그만 도자기 인형 하나 샀음. 어릴때 각국 올림픽 포스터들 볼때마다 '이상해.. 소련 나쁜 나라인데 마스코트는 제일 귀여워... 저 곰둥이 귀여워..' 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



(요 녀석 ㅇㅅㅇ)



..




이런 자질구레한 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주룩 계속 왔음. 기념품가게는 예술광장에 면해 있으므로... 드디어 광장에 가서 푸쉬킨 영접. 미안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이번엔 너무 늦게 와서 ㅠㅠ 비와서 그랬어요...








오늘도 여전히 비오나 안오나 손을 들고 계신 푸쉬킨님. 비 주룩주룩 흑흑... (그래도 비둘기들은 언제나 그분과 함께~)



...



비 때문에 축축한데다 노트북이랑 아이패드 넣고 다녀서 무거운 가방 때문에 어깨가 무지 아파져서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좀 쉬고 있자니 료샤가 레냐랑 같이 왔다. 같이 료샤네 집에 왔다. 위의 글은 료샤 기다리면서 호텔 방에서 쓴 것이다. 지금은 료샤네 집이다. 셰퍼드 네바가 나를 무척이나 반겨주었다. 레냐도 료샤도 나에게 빨간 숄이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 레냐는 좀전에 잠들었다. 잊어버릴까봐 오늘 메모 올려둔다. 스케치랑 본편 발췌글도 방에서 기다릴 때 써두었는데 지금 같이 올려야겠다.



내일은 셋이 마린스키 낮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비만 그치면 얼마나 좋을까 ㅠㅠ 하지만 다 가질 수는 없다! 빨간 숄이랑 곰돌이 미슈카 인형이랑 해골 폰케이스, 그리고 친구랑 레냐가 있으니 행복한 하루이다. (회사도 안 가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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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로모노소프 샵에서 사온 찻잔 네번째는 바로 푸쉬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의 유명한 결투 장면이 그려진 찻잔이다. 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 ㅠㅠ 그래서 찻잔 이름도 '두엘'(결투)이다. 찻잔에는 총을 겨누고 있는 렌스키와 오네긴이 그려져 있고 예브게니 오네긴의 결투 장면 몇구절이 적혀 있다. 문학 작품의 한 장면을 이토록 근사하게 찻잔으로 구현해내다니..

 

 

흐흑... 그런데 나는 한결같이 렌스키 편이고 예브게니 오네긴이란 놈팽이를 매우 싫어하므로... 타치야나에게 뒤늦게 질척대는 것도 짜증나지만 무엇보다도 렌스키를 죽여서 용서가 안됨!!! 이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다가도 울컥하며 '오네긴 이 재수없는 놈!' 하고 투덜대게 되는 것이었다!!!!

 

 

(사실 렌스키를 좋아하기 때문에, 예전에 본편 우주의 일부였던 트로이가 나오는 장편 전반부에서 미샤와 트로이 친구들이 흑해로 여름에 헤엄치러 놀러 갔을 때 그 동네에서 사귄 친구들이 미샤에게 '렌스키'란 별명을 붙이게 하기도 했음. 트로이는 내심 '렌스키 총맞아 죽잖아 -_-' 라고 생각하며 그 별명을 싫어했다)

 

 

 

 

 

 

 

 

 

이 찻잔은 조그맣지만 또 그렇게까지 작진 않아서 딱 내가 차 마시기엔 좋은 사이즈이다. 이번에 사온 로모노소프 찻잔 중에선 가장 도자기 질이 좋다. 제일 얇고 투명하다. 나머지는 그냥 질보단 양으로 골라서 아기자기 예쁘지만 그림이나 도자기 질은 살짝 떨어지는 편이다.

 

 

 

 

찻잔이 흑백과 금장으로 장식되어 있으므로 흑백 스트라이프 접시 꺼내서 딸기 케익 올림.

 

 

 

 

 

 

 

 

 

 

 

차 따르기 전의 빈 찻잔 모습은 이렇습니다.

 

 

 

 

 

 

 

 

 

 

 

 

 

 

 

 

 

쿠마님, 딸기 케익 드소서...

 

 

 

 

 

쿠마 : 으흠... 토끼 너의 죄를 용서하노라!!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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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발췌했던 에피소드 중에 아파트 수도관이 터져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친구인 트로이의 집으로 피신 온 미샤의 이야기가 있었다. 두 토막으로 나누어 올렸는데 하나는 흠뻑 젖은 미샤가 트로이네 집으로 오는 이야기였고 다음 얘기는 잠든 미샤를 바라보는 트로이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링크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5524 (수도관 터진 날, 푸쉬킨,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주어진다)
http://tveye.tistory.com/5783 (깊은 잠, 멈춘 육체)



그 파트는 사실 트로이와 미샤가 처음으로 밤을 보내고 육체적 관계를 맺는 순간을 그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행복한 순간이었겠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그 직후의 이야기이다(공개 블로그라 자기 검열에 의해 둘의 불꽃튀는-ㅋㅋ- 장면은 건너뜀) 덜컥 관계를 맺어버린 후 트로이와 미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사실 내겐 그들의 잠자리보다 이 순간이 더 중요했다.



실지로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어떤 이야기와 단어와 표현조차 그 순간의 트로이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샤라면, 그는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말은 믿을 수 없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작가로서의 나는 오직 그의 말만을 믿을 수 있다. 웬 횡설수설이냐고? 어쩔 수 없다. 애초부터 작가란 거짓말쟁이이며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인간이다.



발췌한 에피소드 아래에는 이 글을 쓰던 당시 내가 사적으로 남겼던 메모를 첨부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한참 후 미샤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의 팔에서 빠져나갔다. 침대에서 내려가 방을 나갔다. 트로이는 잠깐 동안 어둠 속에 누운 채 두려움에 잠겼다. 그가 떠나 버릴까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봐. 그 두려움이 너무 생생하고 강렬해서 어지럽고 욕지기가 났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일어나 침실 밖으로 비틀거리며 나갔다.



 미샤는 가버린 게 아니었다. 그는 부엌에 있었다. 식탁 구석에 오랫동안 놓여 있던 미지근한 과일주스를 팩 째로 마시고 있었다. 달착지근한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 애였으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트로이는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 안을 뒤져 맥주 한 병을 찾아냈다. 막 뚜껑을 따고 들이키려는데 미샤가 병을 빼앗아 크게 두 모금 마시고 돌려주었다. 트로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 넌 마시지 마. ”



 “ 왜? 미성년자도 아닌데. ”



 “ 찬바람 맞고 왔잖아. 투어도 가야 한다면서. ”



 “ 폐렴에라도 걸릴까봐? ”



 트로이가 맥주 대신 물을 따라 주자 미샤는 컵을 들고 침실로 돌아갔다. 트로이는 술병을 거꾸로 들어 끝까지 다 마셨다. 차가운 알콜이 목구멍을 타고 뱃속까지 단숨에 흘러내려갔다. 하지만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는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며 침실로 갔다. 차가운 술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고 툴툴거리긴 했지만 미샤는 모포를 찾아내 몸에 두르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벽에 기댄 채 넓은 침대에 앉아 있는 미샤는 더 이상 격렬하게 그를 포옹할 때처럼 대담하고 강해 보이지 않았다. 사원을 기어오르던 악마도, 끝없이 그를 몰아대며 끌어당기던 젊은 폭군도 사라졌다. 부스스하게 뒤엉켜 사방으로 치솟은 검은 머리칼을 갸름한 얼굴 주위로 종려나무 잎사귀처럼 드리운 채 보풀 어린 모포로 어깨를 감싸고 사춘기 소년처럼 사지를 늘어뜨리고 앉아 트로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눈이 어둠 속의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게 빛나고 있었다. 트로이는 침대 위로 올라가 그의 어깨를 안고 베개 위로 눕혔다.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이런 거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



 길 잃은 아이처럼 우울한 목소리였다. 미샤는 베개에 이마와 눈을 파묻고 몸을 웅크렸다.




 충격을 받은 게 당연해. 무경험, 친구의 배신, 충격.


 아니, 사회 윤리와 법률 위반도 있지. 발각되면 체포당할 짓이니까. 넌 항상 그런 규율과 질서를 경멸하는 것처럼 굴지. 하지만 어쩌면 넌 그렇게 강하지 않을지도 몰라.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야. 넌 아직 애에 지나지 않아. 얕보이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는 애. 그런 상황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어린애. 그건 강간이나 마찬가지였을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한 거야.




 트로이는 공포를 억누르려고 애쓰며 떨리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 네 잘못이 아냐. 내가 그런 거니까. 넌 아무 것도 몰랐잖아. ”




 “ 네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 ”



 알리사와 마찬가지였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알아차린 것이다. 미샤는 언제부터 알았던 걸까?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알리사는 조교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어쩌면 그의 표정과 태도 전체에 선명하게 낙인이 찍혀 드러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오랫동안 감추려고 애썼는데.



 미샤가 눈을 들어 충격에 잠긴 트로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 다른 애들은 모를 거야. 난 같이 자는 남자들이 많아. 보면 알아. ”



 “ 그럼 다른 것도 알았어?"



 그는 차마 ‘내가 널 원했던 것도 알았어?’ 라고 대놓고 묻지 못했다. 다시 두려움이 솟구쳤다.



 “ 몰랐어. 알고 싶지 않았어. 어쨌든 너와는 자고 싶지 않았어. ”




 “ 교회 첨탑 같아서? ”



 트로이는 억지로 농담을 짜냈다. 미샤는 웃지도 않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 파트너나 친구와는 자는 게 아니니까. 신뢰가 사라지잖아. ”



 “ 난 나보다 널 더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야. ”



 “ 네가 그렇다는 건 알아. ”



 미샤는 그의 얼굴에 뺨을 마주대고 여전히 우울하게 말했다.



 “ 파트너는 바꿀 수 있어. 친구는 그게 안 돼. 내게 친구는 너 하나 밖에 없어. ”



 “ 주위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쩌고. 극장 동기들은, 이고리는, 타냐는? ”



 “ 친구는 잘 사귀지 못해. 난 사람들을 믿지 않아. ”



 처음으로 트로이는 미샤의 완벽하게 서늘하고 우아한 아름다움 너머로 깊게 일그러지고 오그라든 어둠을 보았다. 어둠. 불. 추락. 크세니야가 했던 말. 불을 뿜으며 떨어지는 아이. 모스크바 역 좁은 의자에 앉아 공포에 질려 있던 소년.



 “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한데. ”



 그는 심각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팔 안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미샤의 몸에는 아직도 열기가 남아 있었다.



 “ 세상이란 게 뭔데. 소비에트 연방?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




 
 그는 키로프라고 하지 않고 마린스키라고 했다. 레닌그라드 대신 페테르부르크라고 얘기한 것처럼.



 “ 우리 주위의 모든 것. 전부. ”



 “ 레닌그라드.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트로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레닌그라드. ”



 그는 미샤가 이 도시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의 깊이에 전율했다. 물 위에 돌로 지어진 도시, 학살과 절망의 도시, 피와 바람의 도시, 허위와 모방의 역사로 가득 찬 옛 수도, 이제는 모스크바의 광휘에 밀려나 퇴색하고 있는 도시를 향해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2년 반 전 갈랴의 집에서 만난 이래 미샤는 단 한 번도 트로이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그럼 나는? ”




 “ 내가 널 잡는 게 아니야, 네가 날 잡아주는 거지. 그래서 나한테는 친구가 너 하나 밖에 없어. 너하고 나는 레닌그라드에 같이 있으니까. ”



 그는 미샤의 말을 절반쯤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지금껏 미샤를 이해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미샤 야스민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그의 내부에 있는 것이라곤 깊은 사랑과 욕망뿐이었다.



 가슴을 에는 듯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며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조용히 물었다.



 “ 누구든 사랑해본 적이 있어? ”



 “ 같이 자는 남자들은 많아. ”



 미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트로이의 목을 껴안고 따뜻하게 데워진 몸을 바짝 밀어붙였다. 한쪽 다리를 들어 트로이의 허리를 감았다. 엷은 갈색 털이 성기게 돋아난 트로이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애무하듯 쓸어내리며 턱을 들어 입을 맞췄다.



 키스를 잠시 멈췄을 때 미샤가 입술을 떼지도 않고 말했다.



 “ 좀 안아줘, 안드레이. 한번만 더 해줘. ”



 절망적이고 쓸쓸한 목소리였다. 불을 뿜으며 떨어지는 아이.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생명체. 낯선 인간. 하지만 트로이는 더 이상 그게 새로 온 존재인지 그들 이전부터 있었던 존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거라곤 ‘좀 안아줘, 안드레이. 한번만 더 해줘란 말과 ‘안드레이, 나 좀 잡아줘. 잠시만’ 이란 말이 똑같은 울림과 똑같은 깊이로 밀려나온다는 것뿐이었다. 파이프에서 검은 물이 빠져나오듯, 그렇게.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시트가 말려 올라간 매트리스 위를 구르며 다시 사랑을 나눴다. 아침이 되었을 때 트로이는 면도도 하지 않고 강의 노트를 챙겨 학교에 나갔다. 그가 나갈 때 미샤는 기침을 하면서 모포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파이프가 터져 엉망이 되었던 아파트는 예상 외로 다음날 곧 복구되었다, 레오니드 핀스키가 아는 수리공에게 보드카를 뇌물로 주며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샤는 3일 후 키예프로 투어를 떠날 때까지 트로이의 아파트에 머물렀다.





...







<2012년 가을의 메모 - 이 소설을 쓰던 무렵>




요즘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텅 빈 일종의 파이프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끔은 그 파이프 안으로 차가운 물이 들어와 위아래, 양옆으로 물결치는 것 같다. 그 물은 아주 차갑고 아주 검다. 주로 밤에 그렇다. 원래 밤이란 건 그런 시간이다. 


 
옛날에도 가끔 우울증에 시달렸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나 자신이나 주변과 타협하는 기술을 익히게 되면서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 그건 사실 해결의 기술이 아니라 회피의 기술이다. 파이프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오래 전 글을 쓸 때, 그리고 최근 다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난 동일한 인물의 입을 빌어서 한 인물의 내부와 외부에 오로지 어둠만이 존재하며 거기에는 어떤 정점도 어떤 바닥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고 우울한 일인지 이야기했다. 난 그 느낌을 안다. 그건 파이프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그 인물은 파이프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난 그 느낌을 안다. 


 
어쩌면 내가 다시 글을 쓰기로 했을때 비슷한 성향이지만 훨씬 더 사랑스럽고 부드러웠던 다른 인물, 이미 정교한 플롯이 짜여져 있던 다른 이야기를 되살리는 대신 그 음울하고 고통스런 인물을 데려온 것은 그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주인공은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치기로 한다. 재능을 배신하고 열망을 버린다. 다른 세계로 옮아간다. 그건 기만이며 일종의 회피, 비겁한 행위이다. 딱히 살아남기 위한 열정에서 나온 회피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말로 나쁜 건 어떤 식으로 행동하든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그를 이해한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지금껏 내가 만들어냈던 그 어떤 인물보다도 더. 물론 나는 그와 같은 재능이나 매력을 갖춘 예술가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


 
어쨌든 파이프가 되는 건 우울한 일이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건 더욱 그렇다.



201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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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들은 모두 작년 여름과 겨울에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것. 마지막 사진은 푸쉬킨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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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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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탄핵안 투표 결과 궁금해서 잠 설치고, 히필 방 와이파이가 갑자기 안돼서 조식 먹으러 내려와 실시간 확인. 생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와 다행이다!


오늘도 눈과 비가 온다 어흑.. 나와서는 결국 이 날씨에 유일한 해법이 될수 있는곳 =박물관 결론 내리고 버스 타고 러시아 박물관 감.


브루벨과 금발의 가브리엘 다시 본건 좋은데 오늘 몸이 좀 아프다. 배란통인가.. 전엔 그런거 없었는데 최근 몇달 전부터 생겼어 ㅠㅠ 걷는데 아파서 좀전에 진통제도 결국 한알 먹음.


사진은.. 브루벨의 날아가는 악마 두상 조각. 그리고 이 날씨가 어떤지 여실히 드러내주는 예술광장의 진창과 눈.. 불쌍한 까마귀, 푸쉬킨 동상에 바쳐진 꽃.





오후에 료샤가 레냐 데리고 오기로 했는데 내가 몸이 힘들어서 전시를 좀 일찍 본후 바로 옆의 유럽호텔 메자닌 카페 옴.. 더 멀리 걸을수도 없어ㅜ

먹은게 부실해서 아픈거 같아 애들 오지도 않았는데 나 혼자 밥 시켜서 먼저 먹기 시작. 친구와 약혼자는 이해해줄거야 흐흑.. 먹고 있음 오겠지 허헉..


(료샤는 삐친거 풀렸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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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1. 29. 22:12

너를 사랑한다 표트르의 창조물이여 2016 petersburg2016. 11. 29. 22:12

 

백야. 6월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제목은 푸쉬킨의 '청동기사상' 첫 연에서.

 

6월 22일 밤. 공연 보고 엽님과 이 청동기사상 앞에서 다시 만나 석양과 황혼과 백야의 어스름 구경.

 

내게 있어 백야의 네바 강변을 걷는 것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기억은 별로 없다.

 

 

:
Posted by liontamer

 

 

 

 

 

아래는 이전에 여러번 발췌한 소설의 전반부에 포함된 에피소드이다. 1974년 3월. 미샤는 키로프에 입단한지 일년이 채 안된 시기이다. 우중충한 진창으로 가득한 음습한 3월의 어느날, 한밤중에 미샤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친구인 트로이의 아파트로 찾아온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3월 초였다. 날씨는 좀 풀렸지만 거리는 진창과 감기 환자들로 가득했다. 트로이는 일 년 중 이 시기를 가장 싫어했다. 오후 강의에도 감기로 빠진 학생이 세 명이나 있었다.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 때문인지 그날따라 학생들은 별로 어렵지도 않은 영문법을 따라가지 못해 쩔쩔 맸고 짧은 테스트에서도 무더기로 오답을 냈다. 마침내 트로이는 다음 주에 있을 시험을 거론하며 학생들을 협박해야 했다.

 

 강의를 마친 후 트로이는 녹초가 되어 학교를 나왔다. 그는 자신의 수업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이 나이 차이가 대여섯 살 밖에 나지 않는 젊은 강사를 만만하게 여겨서 그러는 것인지 의문하며 길을 건너 버스를 타러 갔다. 평상시 같으면 다리를 건너 집까지 걸어갔을 테지만 그러기엔 녹은 눈 때문에 길거리가 너무 지저분했다.

 

 아직 이른 저녁이었지만 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사흘 후 모스크바 대학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가야 했는데 아직 원고를 완성하지 못했다. 몇 시간만 매달리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요 며칠 동안 그는 독감에 걸린 듯 머릿속이 뿌옇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쩌면 얼마 전 다시 만난 톨랴가 그에게 퍼부어댄 원망 섞인 욕설 때문일 수도 있었다. 톨랴는 아직도 그가 청혼할 거라는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전구가 나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텅 빈 집으로 들어갔다. 지난 여름에 어머니가 재혼해 떠난 후 트로이는 아파트를 혼자 쓰고 있었다. 좁고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네프스키 대로 근처였고 방 두 칸과 거실, 부엌과 욕실이 딸려 있었으므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몇 번은 아기가 태어난 갈랴의 집 대신 그의 집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집 주인의 요리 솜씨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갈랴 부부의 집만큼 인기는 없었다.

 

 

 밑단이 흙투성이가 된 바지를 벗어 빨래통에 처박은 후 그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서 끈끈하고 음습한 레닌그라드의 3월 공기를 씻어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아주 진한 커피를 한 잔 타 마시며 전날 알리사가 카페에서 사다 준 양귀비씨 빵으로 저녁을 때웠다. 결혼 후에도 알리사는 종종 들러 그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곤 했다.

 

 

 커피를 한 잔 더 내린 후 그는 책과 논문 뭉치를 들고 식탁으로 가서 발제 원고를 마저 쓰기 시작했다. 부엌의 조명이 가장 밝았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도 틀지 않고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서너 시간 동안 원고를 썼다.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머리를 식히려고 손에 닿는 의자에 놓여 있던 푸쉬킨 시집을 집어 아무렇게나 펴고 눈에 들어오는 구절을 읽었다.

 

 

지금은 나의 계절, 나는 봄이 싫다.

눈 녹는 철은 지겨워, 악취와 진창도. 봄에는 앓게 되네.

몸 속의 피는 방황하고 감정과 예지는 우수에 사로잡힌다

엄동설한이 내겐 훨씬 좋다.

 

Теперь моя пора: я не люблю весны;

Скучна мне оттепель; вонь, грязь — весной я болен;

Кровь бродит; чувства, ум тоскою стеснены.

Суровою зимой я более доволен,

 

 

 

 악취와 진창을 얘기하는 푸쉬킨은 진정한 러시아인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트로이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주어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 곱슬머리의 가무잡잡한 시인이 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모를 만나지 않았다면, 리체이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래도 위대한 시인이 되었을까? 아니, 어쩌면 더 위대하고 더 사랑받는 영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재능은 유일무이한 것이며 불멸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축복이며 특권이었다. 아무도 그의 곁에 있던 친구들과 이류 시인들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리 짙지도 않은 어둠 속으로 명멸해 사라진 자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네바 강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없었을까?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모임은 다음 주였고 찾아올 사람도 없었다. 혹시 알리사가 들른 걸까 싶어 트로이는 현관으로 나갔다.

 

 

 “ 누구세요? ”

 

 “ 나야. 들어가도 돼? ”

 

 

 트로이는 문을 열었다. 미샤가 가방 두 개를 들고 서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도 시커먼 얼룩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 어떻게 된 거야? ”

 

 “ 수도관이 터졌어. 집이 물바다야. ”

 

 

 트로이는 미샤를 안으로 들여놓고 가방을 받아 내려놓았다. 미샤가 물을 뚝뚝 흘리며 재채기를 해댔다. 트로이가 타월을 가지고 왔을 때 그는 신발과 재킷과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벗어 현관 바닥에 내팽개치고 있었다.

 

 

 “ 바닥 더러운데 나한테 줘. ”

 

 “ 괜찮아, 어차피 빨아야 돼. ”

 

 

 타월로 머리의 물을 떨어내며 미샤가 거실로 들어왔다. 바지도 엉망이었다. 가방 지퍼를 열어 마른 옷을 꺼내며 그는 다시 재채기를 했다.

 

 

 “ 온수 나와? ”

 

 “ 응, 아직은 나올 거야. 빨리 가서 씻어. 파이프가 터졌으면 잽싸게 튀어나올 것이지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거야? ”

 

 “ 고칠 수 있을 줄 알았지. 반쯤 고쳤는데 레냐가 뭘 잘못 건드렸어. 삽시간에 펑 터지잖아. 집 밖으로 나왔는데 거기서도 또 터졌어. ”

 

 

 졸업하고 기숙사에서 나온 후 미샤는 극장 동료 세 명과 함께 사도바야 거리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하나는 동기였고 둘은 선배였는데 트로이는 미샤가 레냐라고 부르는 레오니드 핀스키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레트니 사드의 아폴로 조각상을 닮은 핀스키는 트로이가 유일하게 아는 미샤의 발레학교 동기였다. 극장에서 좀 더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해줬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나마 친한 친구와 같이 쓰게 되어 다행일지도 몰랐다.

 

 

 “ 그래서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됐어? ”

 

 “ 다 짐 싸서 뿔뿔이 피난갔지. 난 그나마 나아, 레냐랑 발로쟈 방은 직통으로 터져서 옷이고 책이고 다 잠겼어. ”

 

 “ 대신 물에 빠진 생쥐가 됐잖아. ”

 

 “ 뭐 몸으로 때우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

 

 

 미샤는 나무 바닥과 카펫 위에 더러운 물을 떨어뜨리면서 욕실로 갔다. 가는 내내 재채기를 했다. 트로이가 등 뒤로 물었다.

 

 

 “ 그런 몰골로 버스를 탄 거야? 같이 있는 애들한테도 차가 없어? ”

 

 “ 아무도 없어. 급료가 짜거든. 버스는 안 탔어. 경찰한테 잡혀갈 것 같아서. ”

 

 “ 그럼 걸어왔어? ”

 

 “ 알잖아, 운하 따라 오면 얼마 안 걸려. ”

 

 

 트로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시궁창에 구른 듯 흠뻑 젖은 상태로 운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오는 게 정신이 제대로 박힌 무용수가 할 만한 짓인지 꾸지람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갈랴처럼 굴고 있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는 부엌으로 가서 가스렌지에 주전자를 올려놓았고 찬장을 뒤져 그나마 깨끗한 컵을 한 개 찾아냈다. 제대로 된 찻잔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번 모임 때 오랜만에 새 소설을 탈고한 쥬진스키가 신이 나서 찻잔들을 가지고 무슨 퍼포먼스를 하다가 깨뜨렸기 때문이다.

 

 

 식탁에 너저분하게 늘어놓았던 원고와 책들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끓는 물과 찻잎을 컵에 붓고 있을 때 미샤가 나왔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가방에서 스웨터를 꺼내 티셔츠 위로 뒤집어쓰며 미샤가 투덜댔다.

 

 “ 중간에 더운 물 끊겼어. 우리 아파트만 그런 게 아니었나봐. ”

 

 “ 이쪽으로 와서 차 좀 마셔. ”

 

 진하게 우린 차에 얇게 썬 레몬 두 조각과 설탕을 한 숟갈 부어 넣으며 트로이가 의자를 가리켰다. 미샤는 잠깐 눈썹을 찌푸렸지만 두어 차례 몸을 떨더니 트로이의 손에서 숟가락을 빼앗아 직접 설탕을 더 퍼 넣었다.

 

 “ 더 넣어. 그래야 몸이 녹을 걸. ”

 

 “ 이미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가 심장병을 일으킬 분량인데. ”

 

 

 미샤는 제대로 젓지도 않고 컵을 입에 가져갔다. 뜨거운 차를 연달아 두 잔 마시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식탁 구석에 쌓여 있는 원고와 책들을 보았다.

 

 

 “ 강의 준비해? ”

 

 “ 아니, 금요일에 모스크바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

 

 “ 아, 나도 금요일부터 투어 가. ”

 

 “ 어디로? ”

 

 “ 키예프, 사라토프, 아마 페름까지 갈 거야. 너 사라토프에 할머니 계시다고 하지 않았어? ”

 

 “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우리 할머니 극장 좋아하니까 너 보러 갈지도 모르겠다. ”

 

 “ 그래, 오신다면 내가 앞자리 부탁해 놓을게. ”

 

 

 미샤가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을 끌어왔다. 개켜놓은 옷들 사이를 뒤져 발레슈즈와 작은 천 지갑 같은 것을 꺼냈다. 자세히 보니 지갑이 아니고 바느질 도구가 들어 있는 주머니였다. 벽에 등을 기대고 식탁에 다리를 걸친 채 능숙하게 발레슈즈에 바늘을 찔러 넣으면서 미샤가 물었다.

 

 

 “ 나 자고 가도 돼? 여자가 오기로 한 거 아냐? ”

 

 “ 무슨 여자? ”

 

 “ 여자 생겨서 바쁘다며. ”

 

 “ 깨졌어. ”

 

 “ 유감이네. ”

 

 “ 그냥 금요일까지 여기 있어. 우리 엄마가 쓰던 방 비어 있으니까. 파이프 터진 건 금방 고친다 해도 물 빠지고 치우는데 한참 걸릴 걸. ”

 

 “ 그래, 친구가 있어 다행이야. ”

 

 

 트로이는 매혹되어 미샤가 발레슈즈를 기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바느질을 할 줄 아는 것도 신기했다.

 

 

 “ 신발은 극장에서 다 대주는 건 줄 알았는데. 스타가 이런 걸 직접 하다니. ”

 

 “ 주긴 하는데 몇 켤레 안 줘. 그리고 아직 스타가 아니야. ”

 

 

 아마 미샤는 인민예술가 정도는 되어야 스타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트로이에게 강의와 모스크바 세미나에 대해 물어보면서 신발 세 켤레를 순식간에 기웠다. 그리고는 세 켤레를 돌아가면서 신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상태를 점검했다. 그 모든 동작은 완벽하게 기계적이고 효율적이어서 군인을 연상시켰다.

 

 

 “ 투어는 며칠 정도야? ”

 

 “ 3주. ”

 

 “ 뭐가 그렇게 길어? ”

 

 “ 버스로 간대. 집단농장들도 들르고. ”

 

 “ 키로프라고 그렇게 화려한 게 아니구나. 버스로 투어 가고 급료도 짜고 직접 신발도 기워야 하고. ”

 

 “ 당연하지, 트로이츠키 동무. 여긴 평등의 사회인걸. ”

 

 “ 크류코바도 같이 가? ”

 

 “ 아니, 니나 정도 되면 계급 위에 존재하지. 그리고 니나랑 같이 가게 되면 더 골치 아파질 거야. ”

 

 “ 왜? ”

 

 “ 더 미움 받게 된다고. 투어에 니나 예전 파트너가 둘이나 같이 가거든. ”

 

 

 미샤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트로이는 극장 내부의 위계질서가 얼마나 엄격하고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 타냐에게 조금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수직으로 급상승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 젊은 신입은 아마 선배들 사이에서 눈엣가시나 다름없을 것이다.

 

 

 “ 쓰던 거 계속 써. 나 연습 좀 할게. ”

 

 “ 테이프 챙겨 왔으면 음악 틀어놓고 해도 돼. ”

 

 “ 괜찮아, 몸만 풀 거야. 근육이 좀 뭉쳤어. ”

 

 

 미샤는 거실 쪽으로 나가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트로이는 다시 원고를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미샤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리를 옮겨 거실에서 등을 돌리고 책과 원고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미샤는 책장과 창틀을 잡고 다리를 길게 뻗으며 트로이에게는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동작을 연속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근육만 조금 푸는 동작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완전히 몰입하여 음악도 없이 좁은 공간에서 생소한 춤을 추고 있었다. 옆으로 다가가도 모를 것 같았다. 트로이는 푸쉬킨을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주어진다. 유일무이하고 불멸하는 재능.

 

 그는 고개를 돌렸고 원고를 이어 쓰기 시작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논리가 약해지면서 횡설수설로 변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다른 논문들을 인용하고 논지를 가다듬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주제를 잘못 택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내용을 바꿀 수는 없었다.

 

 

 

...

 

 

얼마 전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시점으로 서술된 이야기를 짧게 발췌한 적이 있었다. 투어에서 돌아온 미샤가 폐렴에 걸린 얘기(http://tveye.tistory.com/5469 )였는데 그것이 위 에피소드에서 미샤가 말하는 '키예프, 사라토프, 페름'의 버스 투어였다. 시간적으로는 위 에피소드가 1974년 3월, 투어에서 돌아와 폐렴에 걸리는 것이 4월로 이어진다.

 

..

 

인용된 시는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가을'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리체이는 소년 시절의 푸쉬킨이 다녔던 기숙학교이다.

 

미샤가 차에 설탕 타면서 얘기하는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는 그의 발레학교 시절 은사이다.

 

..

 

수도관 터져서 난방 끊기고 물벼락 맞고 집에서 달려나온 미샤의 이야기는... 사실 내 경험에서도 좀 가져왔다. 나는 다행히 물벼락까진 안 맞았지만... 예전에 러시아 기숙사에 있을때 동네 수도관이 다 터져서 길바닥에선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하필 혹한이 몰아닥쳐서 얼어죽는 줄 알았었음.

 

그런데 그때 기숙사에는 그저 벽에 '기술적 문제로 난방 안됨'이라고만 씌어 있었고...

'그 망할놈의 기술적 문제! 맨날 저 문구야!' 하면서 덜덜 떨며 뜨거운 물을 끓이면서 텔레비전을 틀어보니 뉴스에 어디어디 수도관 터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우리 동네였음 ㅠㅠ


 

그보다도 더 예전에 있을땐 겨울에 온수 안 나올때가 많아서 가스렌지에 물을 끓이기도 하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기도 해서 그걸로 간신히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 적도 있었음. 그러니 소련 시절인 1970년대의 미샤와 트로이네 집은 당연히 더 심했겠지 ㅠㅠ (저 에피소드가 벌어질 당시 미샤는 아직 극장 근처의 좋은 아파트를 얻기 전이었다)

 

..

 

 

페테르부르크 예술광장의 푸쉬킨 동상.

 

 

 

루돌프 누레예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은 alex gouliaev.

이번 뮌헨 바이에른 극장 무대에서 데뷔했던 존 크랑코의 로미오와 줄리엣 리허설 사진.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이 에피소드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5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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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note에 올렸듯 아침에 복잡하고 정신없는 꿈을 꿨는데 그 와중에 간만에 하늘을 날기도 해서 기념으로 날아가는 새 사진 한 장. 레트니 사드. 근데 사진은 흔들렸다 ㅠㅠ

 

이날 페테르부르크에서 엽님과 만난 둘째날이었고 우리는 우크라이나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판탄카 운하를 따라 산책해 레트니 사드에 갔다. 그리고 돌아올 땐 마르스 광장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예술광장을 지나쳐 왔다.

 

 

 

판탄카 운하 따라 걷다가.

 

이날 하늘이 정말 근사했다.

 

 

 

이건 마르스 공원에서 찍은 사진. 역시 하늘 때문에... 나무들 너머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의 쿠폴이 보인다.

 

 

 

이것은 내가 항상 '전형적인 뻬쩨르 관광엽서 구도'라고 부르는 구도의 사진 :)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이 도시 여행객이든 주민이든 이 구도로 사진 안 찍어본 사람 없고 엽서들 중에도 항상 이 구도는 들어 있다 :)

 

 

마지막은 예술광장의 푸쉬킨 동상으로..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언제나 볼때마다 반가워요!!

 

푸쉬킨 : 또 오너라~~

토끼 : 저에게 화수분을 내려주세요...

(..어려우면 체리농장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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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새벽. 유튜브에 지난 6.15 슈클랴로프가 춘 청동기마상 중 3막 클라이막스인 광란씬이 올라와서 유튜브 링크 걸어본다. 홍수로 연인 파라샤를 잃은 후 그녀의 환영 속에서 미쳐가는 예브게니의 춤인데 실제 무대 봤을때 다들 숨도 못쉬고 봤다. 중간에 브라보를 할수도 없었다.


예브게니 역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연인 파라샤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안무는 유리 스메칼로프. 원작은 푸쉬킨의 청동기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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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페테르부르크 예약 포스팅은 바로 푸쉬킨 동상이 있는 예술광장..

 

페테르부르크에 갈때마다 내가 가장 처음 찾아가 인사를 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숙소의 위치에 따라 어딜 먼저 가느냐가 달라지는데 유럽호텔 등 네프스키 대로 중간에 머물 때면 예술광장으로 가서 이 푸쉬킨 동상에게 인사를 하고, 앙글레테르나 근처 다른 호텔 등 이삭성당 근처에 머물때면 조금 더 가까운 청동기사상 앞으로 가서 표트르 대제에게 인사를 한다.

 

물론 나에게는 차르보다는 시인이 더 훌륭하다. 더 행복하다. 표트르에겐 그냥 '안녕, 차르. 나 왔어요.' 라고 하고 푸쉬킨에게 가면 깍듯하게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저 왔습니다' 라고 한다 :)

 

 

 

 

 

 

 

푸쉬킨, 그는 우리의 모든 것이야! 그는 전부야!

 

타치야나 톨스타야가 '키시'란 소설에서 저런 대사를 쓰기도 했는데 굉장히 가슴을 울리는 구절이다. 외국인이자 그저 전공자에 불과한 내 가슴도 울릴진대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기도 했다.

 

시인이 진정 영웅일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푸쉬킨은 진짜 영웅이었고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았다.

 

 

 

 

태그의 푸쉬킨이나 푸시킨을 클릭하면 예전에 이 시인에 대해 올렸던 여러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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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 19:56

석양 무렵 청동기사상 사진 몇 장 russia2016. 4. 1. 19:56

 

 

 

아침에 꾼 꿈(http://tveye.tistory.com/4566)에서 청동기사상이 하늘을 활강하는 광경을 봤다. 기념으로 청동기사상 사진 몇 장. 작년 7월 백야, 해질무렵 밤에 찍은 사진들이다.

 

태그의 청동기사상이나 청동기마상을 클릭하면 푸쉬킨의 시와 이 청동기사상에 얽힌 이야기들, 사진들, 그리고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발레 등등에 대한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나의 두군데 비밀장소 중 하나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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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31. 20:56

청동기사상(스메칼로프 안무) 오늘 개막.. dance2016. 3. 31. 20:56





오늘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이 개막한다. 개막작은 유리 스메칼로프가 리메이크한 메드느이 브사드닉, 즉 청동기사상이다. 내가 푸쉬킨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개막일 주역은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표트르 대제는 코르순체프이다.


아아, 너무나 보고 싶다.. 영상이라도 올라오면 좋을텐데... 연인을 홍수에 잃고 광기에 사로잡혀 황제의 동상을 향해 달려들고 오열하다 죽어가는 예브게니 역의 슈클랴로프는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처절할 것이며 풍채 좋은 코르순체프는 또 얼마나 멋질 것인가.


스메칼로프의 사전 인터뷰와 군무 연습 영상은 봤는데 막상 궁금한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모습은 안 보였다 ㅠㅠ



스메칼로프는 인터뷰에서 소련 시절 제작된 원작 발레와는 달리 이번 리메이크는 주인공 예브게니와 파라샤의 비극적 사랑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니 더 보고 싶은데...



아쉬우니 포스터와 무대 디자인 사진, 슈클랴로프 모습이나 몇 장..






Natasha Razina의 사진.






Maria Shirinkina(마리야 쉬린키나)가 자기 instagram에 올린 슈클랴로프의 사진. 리허설 중 배역에 몰입해 있는 자기 남편 사진이란다. 역시 이 사람은 평소엔 면도를 안 한다..


..



태그의 청동기사강이나 청동기마상을 클릭하면 내가 찍은 이곳의 사진들과 페테르부르크 홍수신화, 이 발레의 원작인 푸쉬킨의 서사시 등등의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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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5. 20:23

황제도 금빛 돔도 그립다 russia2016. 3. 5. 20:23

 

 

작년 2월, 페테르부르크. 청동기사상과 이삭성당.

안녕, 황제. 안녕, 이삭성당.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나의 비밀 장소 두 군데 중 하나이기도 했다. 태그의 청동기사상이나 청동기마상을 클릭하면 예전에 올린 푸쉬킨의 서사시와 페테르부르크 홍수신화, 그 외 기사상 사진 등등을 볼 수 있다. 비밀 장소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233

 

원래 같았으면 올해도 2월쯤 다시 갔었을텐데 너무 바쁘고 여력이 없어 못 갔다. 여름에는 갈 수 있어야 할 텐데..

3월말 시작하는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서 이번에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청동기사상이 올라오는데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가서 보는 건 당연히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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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더워서 지치는 날씨다. 2월에 갔을 때 찍은 추운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

모두 2월 21일에 찍은 것. 이날은 진눈깨비가 내렸고 나중에는 겨울비로 바뀌었다.

 

먼저 예술광장의 푸쉬킨 동상. 푸쉬킨의 뒤로 보이는 건물은 루스끼 무제이, 즉 러시아 박물관.

 

 

 

이건 이탈리얀스카야 거리에 있는 '오네긴'이라는 기념품 가게. 머물던 호텔과 가깝기도 하고 여기 물건들 중 내 맘에 드는 예쁜 것들이 좀 있어서 몇번 갔다. 푸쉬킨 동상이랑 가까운 곳에 있고 이름도 오네긴 :)

 

 

 

이날 저녁, 발레 안나 카레니나 보러 갔다가 입장까지 시간이 남아서 산책하다 찍은 사진. 마린스키 신관.

 

아아, 추위가 그리워! 페테르부르크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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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와 어제는 기온이 많이 낮았지만 하늘이 쨍한 날씨였으나..

오늘은 기온은 영하 3도에서 1도 정도로 따스했지만... 눈이 펄펄 내리고.. 아침엔 쌓였고 낮엔 기온 올라가서 그 눈이 다 녹으면서 길바닥은 진창으로... (이 진창 너무 싫다 ㅠㅠ)

 

이렇게 눈 오고 날씨 안 좋은 날은 무조건 박물관 가는 날이라서. 아껴뒀던 러시아 박물관 다녀옴. 숙소에서 10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좋긴 한데...

 

오늘 가는 날이 장날인지. 전시실 몇개는 수리 중이고 원래 있던 그림들 중 다수가 투어를 갔거나 아니면 전시품 교체 기간에 딱 걸렸나보다(소장품이 많아서 가끔 그림들을 바꿔놓는다) 그래서 슬프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프 박스트 그림은 두 점 밖에 없고.. 제일 좋아하는 supper도 없고.. 크람스코이와 니콜라이 게도 오늘은 없고... 어흑... 대신 소모프를 비롯한 화가 그림들이 추가되긴 했지만... 나에게 박스트를 돌려달라고요 흐흑,..

 

20세기 소련 미술의 경우에는 오히려 추가되고 변경된 그림들이 전에 본 것들보다 맘에 들었다.

 

브루벨은 그래도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었다 ㅠㅠ 내가 여기 올 때마다 러시아 박물관에 자꾸자꾸 가는 이유가 뭔데요 ㅠ 박스트와 브루벨, 게, 그리고 금발의 가브리엘 이콘 때문인데 ㅠㅠ 그래도 브루벨과 가브리엘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나와서는... 오늘 정말 운이 없었다. 코뉴셴나야 거리 쪽에 로모노소프 가게가 하나 더 있는데(보통은 네프스키 중심가에 있는 쪽으로 간다만) 거기로 가려고 했다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정신도 없고 눈 때문에 그랬는지 아무리 걸어도 가게가 안 보이고.. 평소엔 잘만 들렀던 곳인데. 멍때리고 걷다가 골목을 잘못 들었더니 빠져나가는 골목이 없어서 어느새 모이카 운하 지나 궁전광장에 와 있고 ㅠ 완전히 뺑뺑이 돌고 고생했다. 나 초짜 관광객도 아니고 심지어 여기 살았던 사람인데 왜 이러지 ㅠㅠ

 

눈오고 길 진창이고 바람 불고.. 하여튼 많이 고생. 너무 녹초. 배도 고프고..

그래서 오늘 찻잔 사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감.

 

그러나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뺑뺑이 돌고 녹초가 된 가운데 너무 배가 고파서 헤매다 우연히 발견해 들어간 카페가 정말 최고였다. 간판과 유머러스한 메모에 끌려 들어간 곳인데 여기서 최고의 우하(생선 수프)를 만났다. 그리고 미소가 해사하고 매우 친절한 젊은 남자 직원도 만났고, 카페는 너무나 내 마음에 들었다. 맛있는 거 먹고 몸 녹이고 친절한 대화를 나누고 나오자 길 잃고 뺑뺑이 돌았던 고통이 눈녹듯 스러졌다. 그 카페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올려보겠다.

 

그럼 오늘의 사진 몇 장. 오늘은 날씨 안 좋아서 dslr 대신 후지x 디카 들고 나가서 화질은 그냥저냥. 여기는 눈 올때랑 안 올때랑 동네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니까 ㅠㅠ 전에 올렸던 이 동네 사진들과 비교해보세요~

 

맨 위는 진눈깨비에 가까운 눈이 쏟아지고 있는 오전의 예술 광장.

 

 

우리 푸쉬킨도 눈 맞고 있다 ㅠㅠ

 

눈 오는 가운데에도 꿋꿋하게 푸쉬킨 머리랑 어깨엔 비둘기가 앉아 있다. 네놈들 저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알기나 하냐!!

 

 

푸쉬킨.. 춥겠다 ㅠㅠ

 

근데 클릭을 잘못했나, 서명이 왜 이렇게 안쪽으로 밀렸지.. 고치려니 귀찮다. 그냥 놔두자 ㅠ

 

 

 

 

 

전시 보고 러시아 박물관에서 나오는 길. 열린 정문 너머로 푸쉬킨이 보인다.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으로 나왔다. 도자기 가게 가려고... 이때만 해도 몰랐지, 뺑뺑이 돌 줄은..

 

지금도 뭔가에 홀린 것 같네. 왜 길을 못 찾았지 ㅠㅠ 왜 모이카 운하를 삥삥이 돌아 궁전광장 쪽으로 갔나 어흑.. 조금 덜 걸어보려고 엘리세예프 가게 근처에 있는 로모노소프 대신 코뉴셴나야 근방 로모노소프로 가려고 했던 건데 서너배는 더 걸었네.. 뺑뺑이 도느라.. 어헝 ㅠ

 

 

 

 

 

하여튼 그렇게 오늘의 메모는 끝.

내일은 제발 날씨가 좋기를... 내일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발레 돈키호테를 본다. 레베제프의 충격적인(나쁜 의미 ㅠ) 라 바야데르 때문에 빈정 상했지만..(http://tveye.tistory.com/3504) 내일은 이반 바실리예프가 바질을 추니까 설마 괜찮겠지..!!

 

그러고 보니 한국은 이미 자정이 넘어서 설날이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추가 : 그 카페에 대한 소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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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1. 25. 15:14

빛바랜 페테르부르크 사진들 몇 장 russia2015. 1. 25. 15:14

 

 

작년 봄, 페테르부르크.

 

이 날은 4월 5일이었다. 날이 흐렸고 이날따라 피곤해서 dslr 대신 조그만 디카 후지를 들고 나가서 그리보예도프 운하부터 예술광장까지 천천히 거닐었다. 쓰고 있는 글 배경이 1970~80년대 소련의 레닌그라드였기 때문에 그때 느낌을 조금이라도 재현해보려고 로모 필터를 넣어 사진 몇 장 찍었다. 

 

이때 찍은 거 당시 몇 장 올린 적 있다 : http://tveye.tistory.com/2720

 

위의 풍경은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관광보트.

 

 

미하일로프스키 공원의 울타리. 이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러시아 박물관(루스끼 무제이)이 나온다.

 

 

 

 

 

러시아 박물관 정문 쪽 울타리. 안쪽으로 박물관이 보인다.

 

 

 

예술 광장 앞 공원.

 

 

 

마지막은 예술광장을 지키고 계시는 우리 푸쉬킨 동상.. 흐린 실루엣만 나왔지만 역시나 머리 위에 새가 앉아 있다.

 

.. 이것이 일요일 예약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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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0. 2. 21:09

가장 먼저 가는 곳 russia2014. 10. 2. 21:09

 

 

예전에는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가던 곳이 궁전 광장이나 청동기마상 앞이었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아무래도 숙소 위치 때문인 점도 있지만,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으로 걸어가게 된다. 혹은 예술광장(쁠로샤지 이스꾸스뜨브) 쪽.

 

전에 여러 번 올린 장소, 구도의 사진이지만. 어쨌든 이건 지난 7월, 찬란한 여름 오전. 페테르부르크. 그리보예도프 운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이 도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

모스크바는 성 바실리 사원(http://tveye.tistory.com/2943), 페테르부르크는 피의 구세주 사원!

 

 

 

그리고 예술광장의 유명한 푸시킨 동상.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꼭 이 동상 앞에 가서 인사를 한다. 경애해 마지 않는 푸시킨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하고 존대하여 인사를 하지 않으면 어쩐지 이 도시에 돌아온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꼭 인사를 하러 가는 동상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청동기마상(http://tveye.tistory.com/3153)이다. 그러나 조각상 자체에 대한 내 사랑과는 별개로, 조각상의 주인공인 악마 같은 제왕인 표트르 대제에게는 우리 푸시킨에 대한 것과 같은 애정은 별로 생기지 않으므로.. 그냥, '이봐 황제, 나 다시 왔어~' 정도로 인사한다 ㅎㅎ

 

극도로 지치고 힘든 며칠을 보냈으므로 즐거웠던 저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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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9. 21. 19:44

다시 왔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russia2013. 9. 21. 19:44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었다. 픽업나온 차를 타고 익숙한 도로와 운하변을 지나 호텔에 도착했을 즈음 무척 피곤한데다 온몸을 두들겨맞은 듯 아팠다.

시차 때문에 대여섯 시간 밖에 못 자고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찬란했다. 이런 찬란하고 멋진 9월 하늘은 이 변덕스럽고 차디찬 도시의 가을날 중 며칠 안되는 사치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운하 따라 걷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예술 광장. (쁠로샤지 이스꾸스뜨브) 여기 제일 먼저 간 이유는 광장이 호텔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해군성 공원과 청동기사상 쪽에 먼저 갔다가 쭈욱 돌아서 이쪽까지 오곤 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푸시킨이 한 팔을 든 채 당당하고 어딘지 쓸쓸한 자태로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새들이 그의 머리와 팔,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이곳에 왔으니 당연히 시인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 '우리 푸시킨' 아닌가.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저예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저 다시 왔어요. 반가워요!!

 

 

 

뒤에서 보면 이런 모습.  

 

 

아침 햇살에 잠긴 예술 광장의 조그만 공원. 날씨 좋을 땐 이리도 아름답다. 뭐 눈 와도 아름답지만 그땐 추우니까 :)

 

 

 

 

광장을 건너가면 러시아 미술관(루스끼 무제이)이 보인다. 여긴 며칠 후 날씨 안 좋을 때 갔다. 박물관은 무조건 날씨 안 좋은 날!!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나도 저 빈 벤치에 잠깐 앉아 쉬면서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냈다.

 

* 푸시킨에 대한 이야기들과 저 동상 사진들은 여기.. 좀 많네.

http://tveye.tistory.com/1893 : 푸시킨의 시 '가을'

http://tveye.tistory.com/1547 : 나는 슬프다, 내 곁에 벗이 없구나

http://tveye.tistory.com/1395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http://tveye.tistory.com/5 : 푸시킨에 대한 이야기
 
http://tveye.tistory.com/657 : 예술광장의 푸시킨 동상 사진
 
http://tveye.tistory.com/194 : 예술광장의 푸시킨 동상 사진
 
http://tveye.tistory.com/98 : 푸시킨과 그의 아내에 대해 어떤 아이와 나눈 이야기
 
http://tveye.tistory.com/55 : 푸시킨 등 19세기 러시아 작가들에 대한 하름스의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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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므스치슬라프 도부진스키, 차르스코예 셀로의 겨울

푸시킨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리체이가 있는 차르스코예 셀로입니다. 지금은 푸시킨의 이름을 따서 '푸시킨'이라고 불리지요. 무척 아름다운 곳입니다.

겨울풍경이라 좀 스산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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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