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24/11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2016. 4. 14. 08:00

나의 뻬쩨르 4) 까라블 기숙사 russia2016. 4. 14. 08:00

 

 

목요일의 나의 뻬쩨르 4번째 예약 포스팅은... 일반 페테르부르크 관광객에게는 별 의미 없는 곳이지만 오래전 여기서 공부했던 적이 있는 사람들에겐 알만한 장소이다. 바로 바실리예프스키 섬의 바닷가 근처에 있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기숙사. 기숙사는 노어로 압쉐쥐찌예 라고 발음하는데 첨에 이 발음이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이 기숙사는 3개 동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2동에 살았다. 이 기숙사야말로 바퀴벌레와 창살과 고장난 변기, 부서지는 나무 침대 등 악조건과 사투하며 살았던 곳이지만 어쨌든 내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이다.

 

기숙사가 있는 거리 이름은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 번역하자면 배 만드는 사람들의 거리라는 뜻이다. 근처에 바닷가도 있고... 아마 여기 조선소 같은 게 있었나보다. 근데 이 이름이 너무 길어서 우리끼리는 그냥 까라블이라 불렀고 가끔 우리끼리는 까라블에 사는 애들이라고 '까불파'라고 부르기도 했다 :)

 

2012년인가 다시 가서 찍어본 사진.

 

 

 

 

 

이것도 여기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잊지 못할 건물. 이름은 '자랴'였다. (새벽 일출 직전의 부드러운 붉은 빛을 나타내는 말인데 아름다운 단어와는 달리 후진 러시아식 상점 건물이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빵 코너, 고기 코너, 과자 코너 등등 1층엔 식료품이 있고 2층엔 건전지, 화장지, 가전제품 비롯 사진현상하는 곳 등이 있었다. 물품들의 질은 당연히 나빴다. 여기서 맨날 싹난 감자를 반킬로그램 샀고 빵을 사고 우유를 샀다. 고기도 전혀 잘라주지 않아서 내장도 안 빼놓은 닭을 통째로 사서 룸메이트 친구가 맨날 톱질하듯 닭을 썰고 내장을 꺼냈다(나는 혼비백산...)

 

하여튼 그당시 우리에겐 그래도 꼭 필요한 곳이었지.

 

2006년에 다시 가봤을땐 그래도 안의 가게들이 좀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는데 2012년에 다시 갔더니 이렇게 건물이 황폐해져 있었다. 안에 있던 가게들도 다 철수한 것 같았다. 들어가보진 않았다. 흐흑. 자랴..

 

 

 

건너편 정거장.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 정거장에서 내린 후 길을 건너 기숙사로 돌아갔다. 가끔 이 정거장 옆에 있는 가판대에서 달걀이나 과일을 사기도 했다.

 

 

 

 

 

 

기숙사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청춘이 다 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 ㅠ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