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Keshipearl, 양귀비 진주 카페, 미니미니가 안 맞나보다 2024 kobe2024. 12. 28. 20:35
어제의 마히사에 이어 구글맵 검색으로 새롭게 발굴한 로컬들이 가는 카페. 여기는 한큐 백화점 뒷길로 빠져서 쭉 걸어올라가면 나온다. 한적한 거리에 있는데 2층의 카페 케쉬펄, 9층의 케쉬루프가 한 세트이다. 2층 올라가는 입구 계단에 문닫았다는 걸로 추정되는 문구가 놓여 있어 파파고로 찍어보니 주말엔 ‘양귀비 진주가 닫으니 9층의 양귀비 지붕으로 오라고 적혀 있고 엘리베이터 방향이 그려져 있었다. 케쉬가 일어로 양귀비인가보다...
그런데! 9층에 내리자 또 문 앞에 웨이팅이 ㅠㅠ 한명 뿐이긴 했지만. 분명 안에 자리가 있는데! 문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 ㅠㅠ 점원이 나와서 내 앞 사람만 데리고 들어가고 나에겐 좀 기다리라 한다... 테이블 준비해야 된다면서... 비어 있는데 엉엉.... 나는 정말 일본에선 못 살것 같다. 이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거 못한다(소련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으앙 ㅠㅠ)
잠시 후 안내받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일본어 ㅠㅠ 머뭇거리며 ’스미마셍... 일어를 못합니다‘ 라고 하자 급당황하는 점원 ㅠㅠ 흐흑 미안합니다 정말... 넘 바빠서 일어 몇 마디조차 못 외고 그나마도 알던 몇 마디도 다 까먹었어요... 그리고 정말정말 영어가 안 통함... 점원이 메뉴를 가져다주며 ’어쩌죠 케익이 다 일어 메뉴에요 ㅠㅠ‘ 라고 하기에 내가 ’괘안아요, 이 번역 앱을 쓸게요‘ 하고 안심시킴. 일어 못하는 토끼가 고베의 선량한 카페 점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여기는 치즈케익 종류가 많은 걸로 유명하고, 또 혼자 오는 사람들은 창가 바 테이블로 안내. 조용히 떠들지 말고 시간을 보내달라는 안내문 + 혼잡할때는 90분까지만 있어달라는 문구가 있었다. 나도 조용한 카페를 좋아하긴 하지만 ’떠들지 말고 가만히 음료와 디저트만 즐겨주세요‘ 라고 적혀 있는 곳은 좀 빈정상함. 회사 근처에도 디저트가 맛있지만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카페가 있어서 기분 나빠서 잘 안 간다. 근데 여기는 또 일본이라 더 그런가... 생각해보니 사무실 동네 그 카페도 인테리어가 좀 일본풍임.
하여튼 창가 바 테이블로 안내받았고 파파고 촬영의 도움으로 홋카이도 단호박 레어 치즈케익이란 놈과 아삼 티를 시킴(실론 2, 얼그레이, 아삼만 있었음)
아압, 귀엽지만 뭔가 불편해... 내가 시러하는 공방 스타일 잔(나는 감자잔이라 부름)에 손잡이 없어... 유리포트라 얼굴 비치고 금방 식어... (그래서 얼굴 안 나오게 찍다 보니 전체 구도가 제대로 안 잡힘) 글고 치즈케익 500엔도 안해서 저렴한 건 좋은데 정말 쪼그매ㅠㅠ
카페는 마히사보단 더 넓었고 공간 여유도 있었다. 그런데 1인용 바 테이블은 우중충한 고층 건물들이 보이는 창가에 붙어 있어서 좀 답답했고 벽에서 바람이 들어와 많이 추워서 아쉬웠다. 사실 너무 추워서 한시간만 있다 나옴. 신기한 게 젊은 남자 1인 손님이 많았다. 양옆에 앉은 청년들이 모두 곱상하고 목소리도 엄청 나긋나긋... 젓가락처럼 말랐다. (다른 카페들도 좀 그런 편이었다)
여기도 거름망 없이 찻잎 그대로.... 이러면 너무 진해지는데. 또 어제처럼 잠 못 잘까봐 다 마시진 않았다. 아삼은 맛있었다.
미니 저그에 우유 줘서 가점 :) 심지어 나중에 마지막 두어 모금엔 우유 부어 마심(원래 차에 뭐 안 넣는 자)
단호박 레어 치즈 케익이래서 오 무슨 맛일까 하고 기대했으나 씁쓸한 탄맛과 그냥 치즈 무스라 아쉬웠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미운 백조들을 270페이지까지 읽음. 역시 이 주인공의 모델이 브이소츠키라 그런지 그의 노래를 변주한 가사도 나온다.
코야도 함께. 추워보인다 흐흑... 저 자리 추웠어... 추워서 나도 나왔다.
여기는 예쁘고 조용하고 친절하고 차도 맛있는데, 이번 고베에서 간 카페들 중 제일 괜찮은 곳이었는데 그래도 뭔가 편하진 않다... (생각해보니 일본에서 ‘진짜 편하고 아늑한’, ‘내 카페다!’ 하는 곳은 여태 없었음. 그래도 한 예닐곱번은 왔는데...) 추워서 그럴지도 몰라. 아니면 테이블이나 의자가 너무 작아서. (본인도 크지 않은 주제에 작고 좁으면 싫어함) 아마 나는 일본의 미니미니 느낌이 잘 안 맞나보다. 동행들과 쏘다닐땐 그런 생각 안해봤는데 이번 여행하며 깨달음.
외관 간판. 되게 카페 없을 법한 건물에 있음. 근데 양귀비 진주 이름 이쁘다(파파고 직역이라 실제론 다른 뜻일지도 몰라)
입구. 엘베와 이 입구 사이 춥고 좁은 통로에 미니미니 의자 두개 있음 ㅠㅠ (이제 이런 의자와 앉아 있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덜컹함 ㅠㅠ 우앙 또 기다려? 하고...)
이건 케익 메뉴를 내가 파파고로 촬영 번역한 건데 귀여워서.
이쁘긴 한데 추웠어 안 편했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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