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24/11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2024 riga_vilnius'에 해당되는 글 106

  1. 2024.10.19 무적 테이스트 맵
  2. 2024.10.18 10.17 목요일 밤 : 아침저녁은 춥지만 낮은 좋은 날씨, 쿠야랑 친구랑 카페 투어, 티카 마살라, 리넨, 알찬 하루
  3. 2024.10.18 카페인 1호점 2
  4. 2024.10.18 컵룸 카페 Cuproom cafe, 빌니우스와 트라쿠 거리 사이 2
  5. 2024.10.18 쿠야의 엘스카 방문, 미운 백조들
  6. 2024.10.17 10.16 수요일 밤 : 거대 리미 대탐험, 오후엔 밥먹고 차마시고 끝, 김치인듯 아닌듯, 발견한 사과복숭아 팀바크
  7. 2024.10.17 빛이 환한 엘스카 + 홍차 잘 우려주는 곳이었음
  8. 2024.10.16 팀바크 사과복숭아 맛
  9. 2024.10.16 10.15 화요일 밤 02 : 실패한 카페들, 기념품 대신 스웨터와 카디건, 자동화 기술의 어려움 2, 버거, 쌍화차, 해가 나길! 2
  10. 2024.10.16 10.15 화요일 밤 01 : 생일, 선물, 인도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해를 찾아 후라칸으로 갔지만 2
  11. 2024.10.15 리가 타파스
  12. 2024.10.15 10.14 월요일 밤 : 추운 날씨, 컨디션 저조, 파블로바는 쉽지 않아, 떡볶이, 말차라떼, 인연, 자동화는 힘들어, 날씨신이여 와주소서
  13. 2024.10.14 10.13 일요일 밤 : 좋은 날씨, 카페들, 드디어 버스 타고 강 건넘, 김치찌개는 아니지만, 쿠야와 머그와 티셰 2
  14. 2024.10.14 조이 카페 Joy Cafe
  15. 2024.10.14 후라칸 광합성 + 머그 + 신 맞아?
  16. 2024.10.14 키라스 KIRAS + 랍상 토끼 2
  17. 2024.10.13 10.12 토요일 밤 02 : 문학 골목, 성 파라스케베 성당, 좀 늦게 가지탕수 런치, 카이프 카페, 좋은 날씨는... 2
  18. 2024.10.13 10.12 토요일 밤 01 : 좋은 날씨, 모닝 엘스카, 램프는 어디로, 우주피스
  19. 2024.10.13 이미지 만회한 커피 원 Coffee 1
  20. 2024.10.12 10.11 금요일 밤 : 프리지아, 비, 후라칸 다녀온 후 집토끼
  21. 2024.10.11 후라칸 커피 Huracan Coffee 2
  22. 2024.10.11 비오는 날 후라칸 4
  23. 2024.10.11 10.10 목요일 밤 : 추운 건지 따뜻한 건지, 엘스카, Raštinė,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와 나의 오산, 도래하신 지름신, 집토끼로 귀결 6
  24. 2024.10.11 추워서 엘스카 피신 2
  25. 2024.10.10 뭘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거야 2
2024. 10. 19. 03:37

무적 테이스트 맵 2024 riga_vilnius2024. 10. 19. 03:37

 

 

 

빌니우스에서 가장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이야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테이스트 맵을 꼽는다고 한다. 영원한 휴가님도 여기 커피가 확실히 맛있다고 하셨다. 재작년에 왔을 때도 여기를 추천해주셨는데 여기가 관광지에서는 좀 떨어져 있다 보니 그때는 들르지 못했고 이번에 도착해서는 며칠 안되어 택시를 타고 가봤었다. 커피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카푸치노를 마셔봤었는데 '악 나한테는 역시 쓰다!' 하며 설탕을 투하했었다. 커피의 맛도 강한데다 그날 날씨가 워낙 우중충했고 일요일이라 테이스트 맵은 손님들로 넘쳐났기 때문에 나는 '아아 여기는 나 같은 어린이입맛은 발붙이기 어려운 커피 엘리트들의 카페다' 라는 생각을 품은 채 아무 기대 없이 거리와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 엘스카를 발견하게 되었다. 

 

 

거의 2주만에 테이스트 맵에 다시 가보았다. 오늘 날씨가 좋았고 오전에 재도전해볼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나에게는 이제 비장의 무기 교통카드가! 숙소 근처에서 트롤리버스 12번을 타고 3정거장을 가서 콘스탄틴과 미하일 성당 앞에서 내려 몇분 정도 걸어가니 테이스트 맵이 나타났다. 날씨 좋을 때는 완전히 달라보였다! 게다가 금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전보다 좀 한적해서 1층에 자리도 있었다. 첨엔 중간 테이블 하나뿐이었지만 나중에 창가 구석자리가 나서 얼른 거기 가 앉았다. 확실히 1층이 2층보다 밝고 좋다. 2층은 복층이라 천정이 낮고 엄청 다닥다닥. 그러나 내가 앉은 자리도 카운터 근처라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정신이 없긴 했다. 

 

 

나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고 진열장의 디저트들 중 무화과 타르트가 있어 그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점원이 치즈 뭐라뭐라 했다. 타르트에 치즈가 들어가는데 괜찮으냐고 해서 '치즈 들어가는데 뭐가 문제지?' 하며 괜찮다고 했다. 비건 디저트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하면서. 근데 나 요즘 정말 언어능력이 퇴화되고 말도 못 알아먹고 하는 건 더 안됨. 아마 고트 치즈 얘기를 한게 아닌가 뒤늦게 때려맞춰보게 되었다. 두세 입 먹다보니 치즈에서 미묘한 맛이 났는데 그렇다고 보통의 센 고트 치즈의 그 강한 맛은 아닌데 하여튼 뭔가 미묘했기 때문이다.

 

 

 

 

 

 

 

타르트 먼저 받은 후 번호표 놓고 기다리는 중. 첨에 앉았던 중간 테이블. 화장실 앞이기도 하고 뭔가 가운데 있어서 어정쩡...

 

 

 

 

 

 

자리 옮긴 후. 여기는 커피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 플랫 화이트가 등장하셨다. 지난번 카푸치노가 셌으므로 플랫 화이트는 좀 부드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으악, 역시 엄청 썼다! 지난번 후라칸에서 플랫 화이트 마시고는 '으앙, 여기가 테이스트 맵보다 더 쓴 거 같아요' 라고 했던 말을 취소하게 되었다. 쓰디쓰고 진한 맛이 아주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맛없거나 풍미가 없는 게 아니고 그저 커피 잘 못마시는 나에게는 너무 강하고 쓴 맛이 났다. 그런데 설탕에도 '나 꼭 넣어야겠니?' 라고 적혀 있는 빌니우스의 커피부심 커피엘리트 테이스트 맵... 흐흑... 그리하여 나는 이곳에 '무적 테이스트 맵'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게 되었음.

 

 

엉엉... 카페는 마음에 드는데 나한테는 너무 세다. 엘스카의 플랫 화이트는 여기보다 두배 연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엘스카는 전반적으로 우유를 많이 넣어주고 커피도 부드러운 편이라 나도 곧잘 거기서 플랫 화이트나 카푸치노, 라떼 등 마실 수 있는 것 같음) 영원한 휴가님이 이딸랄라는 여기보다 세배 연할 거라고 말씀해주심(그리하여 나는 오후에 이딸랄라로... 응?)

 

 

 

 

 

 

한 모금 마신 후 급하게 집어온 설탕. 커피 잘 못 마시는 자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커피부심의 저 문구... 근데 나 사실 저거 두 봉지 넣고 싶었음. 한 봉지로도 쓴 맛을 도저히 잡을 수 없었음. 설탕 넣으니 그래도 마실만해졌지만 한 봉지 더 넣으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커피초보는 소심하기 때문에 커피엘리트 점원들이 있는 카운터에 가서 설탕봉지를 또 하나 가져와 투하하지 못했음. 저럴수가, 커피의 수치다! 라고 손가락질할 것만 같아서 ㅎㅎㅎ 농담이지만 농담 아닙니다. 

 

 

 

 

 

 

설탕을 넣고 휘저어서 예쁜 라떼 아트도 다 날아가고... 맥심 커피 비주얼로 변해버린 무적 테이스트 맵의 (본시 아름다웠던) 플랫 화이트...

 

 

 

 

 

 

아직 설탕 넣기 전. 쓴맛을 보기 전. 

 

 

 

 

 

 

 

 

 

 

여기 앉아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을 이어서 좀더 읽었다. 그러다 위키로 줄거리를 좀 찾아보았고 절망함. 으앙,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좀 밝은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완전 암울한 얘기였어 흐흐흑... 단어를 중간중간 찾아보고는 있지만 극초반이고 좀 현실적인 배경이라 그렇게 읽기 어렵지는 않은데 이런 암울한 스타일 좀 괴로운데... 지금이라도 일단 이거 덮어놓고 나머지 두 권 중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속편으로 갈아탈까. 근데 그 책이 제일 두꺼워... 이 책이 제일 가볍고 활자도 제일 큰데..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타르트를 먹고(치즈 향이 갑자기 확 느껴진 후에는 무화과와 라즈베리만 골라먹고 타르트지는 좀 남겼다) 손님들 구경을 하다가 좀 추워져서 한시간 쯤만에 나왔다. 오늘 밝은 날이라 카페 자체는 전보다 환하고 이뻤지만 내가 앉은 자리는 볕이 들지 않고 벽 쪽에서 냉기가 들어와서 좀 추웠다. 난방도 안해줬고. 그래서 따뜻한 곳을 찾아가기로 했음. 

 

 

카페 사진 몇 장으로 무적 테이스트 맵 이야기 마무리. 사실 쥬인에게 여기 원두를 사다줄까 했는데 아무래도 쥬인도 여기 커피는 많이 쓰다고 할 것 같아서 포기함. 

 

 

 



 

바깥 모습. 커피부심으로 승부하는 카페라 간판도 없고 글씨도 잘 보이지도 않음. 올 사람만 오너라 하는 엄청난 자신감! 근데 정말 손님들로 맨날 북적북적! 이 건너편에 카페인이 있는데 거기는 장사 잘 안될거 같음, 흐흑...

 

 

 

 

 

그래도 다른 때에 비하면 매우 한적했던 것 같다. 이러다 또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해서 나중엔 또 꽉 찼음. 사람 없을 때 얼른 찍어둔 사진 두 장. 

 

 

 

 

근데 여기 종이컵은 별로 안 예뻐서 갖고 올 마음이 안 생겼다. 대신 한국에 돌아가면 검정 러브라믹스 잔을 사고 싶어졌음. 이곳에서 내주는 검정 러브라믹스가 근사해서. 근데 사실 검정 러브라믹스는 커피랑은 어울려도 차랑은 안 어울릴 거야.

 

 

... 테이스트 맵 처음 갔을 때 이야기는 여기

 

moonage daydream :: 테이스트 맵 Taste Map (tistory.com)

 

테이스트 맵 Taste Map

테이스트 맵은 빌니우스에서 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라고 한다. 재작년에 첨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카페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추천 리스트를 짜주셨는데 관광지와는 좀 떨어져 있어

tveye.tistory.com

 

 

:
Posted by liontamer

 

 

 

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포개서 겹쳐덮고 잤다. 아침 기온이 영하 1도였다! 방 온도는 내내 22~23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내 방이 5층 건물의 5층이라 그런가, 온도와 관계없이 밤과 아침엔 싸늘한 기운이 좀 느껴진다. 오늘까지가 붉은 군대로 아프고 힘든 날이라 아침에도 끙끙대며 괴로워하며 알람에 깨어났다. 머리 감기도 너무 귀찮았지만 힘을 내어 씻고 머리도 감고 말리고 조식도 먹고 왔다. 조식도 먹기 귀찮았지만 빈 속에 진통제를 먹으면 속이 쓰리고 힘들기 때문에 이럴 때면 더욱 챙겨먹어야 함.

 

 

아침엔 매우 추웠지만 이후 해가 나면서 따스해졌다. 그늘은 춥지만 햇살 아래로 가면 좀 땃땃한 느낌.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추운 날씨다. 그래도 습기와 바람이 없고 해가 나고 하늘이 파란 것이 딱 내가 좋아하는 가을 날씨였다. 흑흑 그래도 이번 여행은 날씨 좋은 날이 많아서 정말 행운이다. 10월이라 이런 날씨 며칠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려다 계속 못간 커피 스펠에 가볼까 했는데 여기는 필리모 거리를 끼고 한참 걸어올라가야 했다. 오전까진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에 볼트 택시를 타고 갈까 했는데 구글맵에 올라온 카페 사진들을 보니 의자가 별로 안 편해 보였고 이런 오전 시간대에는 빛이 잘 안 들 것만 같아서 역시나 가깝고 언제 가도 볕이 잘 드는 엘스카가 승리했다. 엘스카는 350미터밖에 안되고 길도 한 번만 건너면 되는 터라 두어군데 체인 카페를 빼면 제일 가깝다. 게다가 예쁘고 아늑하고. 그래서 오늘은 빌니우스 지도로 표지를 해 넣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책 한 권과 쿠야를 모시고 엘스카로 하루를 시작했다. 엘스카 얘긴 따로 올렸으니 생략.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아 <미운 백조들>을 좀 읽고 라떼를 마신 후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서 며칠 전 MO미술관 앞에서 발견한 카페인 로스터리 지점에 가볼까 하고 그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가는 길에 버스가 서길래 다리아프고 쌀쌀한데 저거 탈까 어차피 직선으로 가겠지하며 그것을 타고 한정거장 가서 미술관 앞에서 내렸다. 마침 영원한 휴가님도 일찍 나오셔서 미술관 숍에서 만났다. 숍에 좀 재밌는 머그들이 있어 구경하다가 나왔고 힌칼리와 티카 마살라 중 뭘 먹을까 하다가 후자를 먹으러 다시 아까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인도/네팔 식당에 갔다(여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리가에서 갔던 히말라야같은 곳이었다. 직원이 매우 친절했고 한국말도 몇마디 알고 있어서 계속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며칠 전 티카 마살라 커리인 줄 알았으나 그냥 탄두리 치킨을 먹었기에 이번엔 메뉴판을 고심해 정독 후 치킨 티카 마살라, , 난을 시켰다. 티카 마살라는 맵지는 않았고 토마토 맛이 많이 났는데 내 입맛에는 잘 맞고 맛있었다. 그러나 역시 우리에게 궁극의 티카 마살라는 바르샤바에서 고생하다 먹었던 그 푸드코트의 매운 티카 마살라였음. 그것에 비해 2% 부족하다고 하심 ㅎㅎ 우리 회사 사무실 근처에 그것보다 더 매운 치킨 티카 마살라가 있어서 나도 바르샤바 생각나면 거기 가서 먹는데...

 

 

다 먹고 나서야 쿠야를 꺼내 사진을 찍어줬다. 빈 그릇 앞에서 이게 뭐냐고 투정 중. 

 

 

 

 

 

 

맛있게 밥을 먹고 나와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트라쿠 거리에 있는 컵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자리가 있으면 거기 가고 없으면 보키에치우 후라칸으로 가자고 했는데 컵룸에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컵룸 카페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컵룸에서 나왔는데 아직 오후 3시 무렵이었고 햇살이 아까워서 우리는 보키에치우의 이딸랄라 카페로 갔다. 사실 나는 처음 갔던 후 여기에 두세번 더 가보았는데 그때마다 자리가 없어 실패했다. 오늘은 야외 테이블 중 빈 곳이 있어 거기 앉았다. 나는 밥을 먹고 음료도 두가지나 마셔서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못마시고 영원한 휴가님만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키심. 여기는 커피가 연해서 엘스카보다도 연하니 내가 마실 수 있을거라고 하셨다. 전에는 차를 마셨었다. 좋아, 조만간 여기서도 플랫화이트나 카푸치노 도전을!

 

 

이딸랄라는 사진을 별로 안 찍어서 그냥 여기 올린다. 오늘의 세 번째 카페. 쿠야의 카페 투어. 여기는 러브라믹스 잔과 킨토 잔을 섞어서 내주었는데 나는 사실 킨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만 확실히 에스프레소 잔처럼 작은 잔은 예쁘다. 그리고 러브라믹스 받침접시들이 은근히 포용력이 있어서 킨토랑 섞어서 올려놓자 또 이게 귀여웠다. 하지만 커피잔이란 용량이 커질수록 안 예뻐진단 말이지...

 

 

 

 

 

일광욕하며 좋아하는 쿠야. 오늘 데리고 나와 찍은 사진들 중 제일 만족한 것처럼 보임.

 

 

 

 

 

마끼아또 앞에 아주 떡하니 편하게 앉아 햇볕 쬐고 계심. (이런 나를 기내 캐리어와 호텔 방에만 처박아두다니! 토끼 너만 햇볕 쬘 줄 아냐?)

 

 

 

 

 

 

이후 영원한 휴가님은 귀가하시고 나는 기념품을 사러 디조이를 지나 스티클리우 거리의 리넨 가게로 갔다. 여태 기념품을 사지 않으려고 버텼다. 왜냐하면 돌아갈 날이 다가온다는 것이 상기되는 게 싫어서 흐흑... 내거 말고 남들 거를 사기 시작한다는 건 여행이 끝나간다는 뜻이니까. 근데 하여튼 사긴 해야 할 것 같고, 이번엔 한달이나 비웠으니 윗분, 나 대신 업무대행을 해주고 있는 선임직원 등 평소보다 챙겨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았다. 여자 몇 명에겐 리넨을 주고 선임에겐 공항 면세에서 술을 사다주고 부서원들에겐 맘편하게 초콜릿을 사주기로 했음. 가족과 쥬인 등을 위해선 좀더 생각 필요.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유칼립투스 그려진 리넨 타월을 선물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이뻐서 아까워서 타월이 아니라 서재 방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장식해두었다. 그래서 그것을 파는 가게에 갔고 구경하다가 조그만 리넨 냅킨 세트를 사고는 내가 갖고 싶은 걸 냉큼 샀다. 무늬와 컬러도 이쁘고 큼직해서 티 매트로 좋을 것 같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큼 ㅎㅎ 여기는 지점이 몇개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영원한 휴가님이 가신 곳과는 다른 지점인 것 같다. 여기가 더 가까워서 눈에 보이는대로 들어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했다. 

 

 

 

 

 

리넨을 산 후 포뉴 라이메에 가봤는데 배가 불러서 그런지 케익들이 다 커보였고 쿠키는 너무 달아보여서 아무것도 안먹고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포뉴 라이메는 내 운명이 아닌가보다. 빌니우스 대학교 쪽으로 좀 돌아서 걸어갔다. 지난번 들렀다가 사람이 많아 허탕친 유레카 서점에 가보려고. 중간에 학교 교정에도 들어갔는데 추워졌기 때문인지 이제 분수가 나오지 않았다. 서점은 영업일인데 문이 닫혀 있었음. 정말 스노브들의 서점인가봐 ㅜㅜ (사진은 그 서점 아님)

 

 

 

 

 

 

하여튼 그래서 대성당 광장을 좀 산책하고 게디미나스 대로로 건너갔다. 여기로 들어오면 이제 귀가하는 길인데 하늘과 해가 너무 아까워서 얼쩡거리다가 후라칸에도 들러보고(자리 없었음), 리미에서 물과 주스를 사고(어제 발견했던 딸기사과복숭아 팀바크 미니주스를 샀는데 이것은 딸기 쭈쭈바 녹인 맛이라 별로였음), 무거운 짐을 안고 빨리 들어가려다 또 빌니아우스 거리로 가서 피나비야에서 버섯치즈 키비나이를 샀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카페인(1호점으로 판명)에 들어가 좀 쉬다가 드디어 카페 4개 투어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다.

 

 

오늘은 엄청 알찬 하루였다. 이번 여행은 정말 성향에 맞게 카페들만 열심히 다니고 있음. 흑흑, 돌아가면 어떻게 다시 그렇게 빡세게 일한다지?

 

 

오늘은 8,932. 5.1킬로. 중간중간 카페에 많이 앉아 있었음. 오늘까진 붉은 군대 때문에 몸이 아파서 약을 먹었는데 내일은 좀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나아지기를 바라며. 오늘이 꼭 두번째 날 같았음 ㅠㅠ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예보가 나온다. 내일은 우리 회사와 관계된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계속 업무단톡과 인터넷 중계를 좀 주시해야 한다만 다행히 아직까진 내 업무와 직결되는 문제는 안 나왔다고 한다. 부디 내일을 무사히! 그래서 내일도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 간밤에 부모님이 전화를 안 받으셔서 많이 걱정되어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깼을 때 보니 엄마가 어제 아빠는 비행기 모드로 잘못 눌러서 꺼져 있었고 엄마는 운동가면서 핸드폰 놓고 갔었다라고 톡을 보내오셔서 좀 안심했다. 오늘은 두분 모두 통화를 했다. 그런데 엄마도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아빠한테 옮으셨나봄. 병원은 다녀오셨다고 하는데... 친구들과 놀고 계시는 걸 보니 아주 많이 아프신 것 같진 않다. 두분 다 빨리 나으시기를.

 

 

 

 

 

 

바깥 구경 실컷 하고 카페도 4곳이나 가봐서 만족한 쿠야. 방에 돌아와서도 편안하게. 지난주 비오는 금요일에 샀던 프리지아는 다 시들어서 한 대만 남았다. 저 유리병은 며칠 전 갔었던 문방구 카페 라슈티네에서 시켰던 생강 레모네이드 병이다. 이렇게 꽃을 꽂아둘 수 있을 것 같아서 챙겨왔었음.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8. 02:59

카페인 1호점 2024 riga_vilnius2024. 10. 18. 02:59

 

 

 

오늘은 사실 카페를 4곳이나 갔다. 그 중 한곳은 야외에 잠깐 앉았던지라 별도 포스팅은 하지 않고 오늘의 메모에 포함시킬 거라서 따로 올리는 건 여기까지 3곳. 여기는 빌니우스에 제일 많은 카페 체인인 카페인. 카페인과 후라칸, 카이프는 가봤고 마지막 남은 베로 카페는 몇번이나 들어가려다 내키지 않아 안 갔는데(들어갔다 나온 것도 두번) 아무래도 여기는 안가볼지도 모르겠음. 하여튼 카페인은 적당히 편안하고 아늑한데다 홍차도 나름대로 피라미드 티백을 주기 때문에 괜찮다. 재작년에 왔을 때도 맘에 들었었고(초코 에클레어가 맛있음) 책 읽기도 좋다. 

 

 

이 카페인은 빌니아우스의 웍 투 웍과 피나비야 근처에 있다. 화요일에 여러 카페들을 실패한 후 여기서 초코 에클레어를 테이크아웃했었는데 그때 내부가 따스한데다 생각보다 아늑한 느낌이라 '아, 여기 앉았다 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자리가 마땅치 않았었고 그때는 옷을 사겠다는 열망으로 서두르고 있었음) 오늘도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 아까웠기 때문에 첨엔 토토리우 모퉁이의 후라칸에 들렀는데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리미에서 물도 사고 정말 들어오려다 피나비야에 저녁거리로 먹을 키비나이를 사러 갔고 그러다 '맞아 저 카페인 가고 싶었다' 하며 들어갔다. 

 

 

엘스카에서 라떼, 컵룸에서 말차를 마셨기에 더 이상 카페인 든 음료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으므로, 그리고 갈증도 좀 나서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블랙베리, 레몬, 망고가 있다고 해서 망고를 도전해봄. 맛은 그냥저냥 시럽 넣은 탄산수 맛이었다. 창가 쪽 소파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 거기 앉았다. 사람들 구경하느라 재미있었다. 여기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영원한 휴가님이 카페인 성지, 1호점에 입성한 거라고 알려주셨다. 여기가 1호점이라고 한다! 어쩐지! 들어왔을 때 계속 앉고 싶고 다른 카페인보다 끌리더라니. 이것은 나의 카페 본능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여기도 복층이었다. 저 2층으로 올라가면 완전 아지트 같다고 한다. 나는 천정이 낮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복층엔 잘 안 올라간다만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다. 친구랑 가면 딱 틀어박히기 좋을 것 같다. 

 

 

 

 

 

 

여기 앉아 망고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나이드신 부인이 합석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1층이 꽉 차 있었고 이 자리가 좀 넓었다. 당연히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부인은 피자빵 같은 것과 커피를 드시고 일어나셨다. 나도 그때쯤 일어났다. 

 

 

 

 

 

 

다른 카페인보다 내부의 자리 배치가 더 널찍하고 여유있음. 우리 나라 같았으면 테이블을 두배로 놨을거야. 

 

 

 

 

 

 

카운터 전체를 찍어보느라 기다랗게 나왔다. 근데 카운터 아래가 회색이라 꼭 사진 덜 업로드된 느낌이 ㅜㅜ

 

 

 

 

 

 

망고 레모네이드랑 함께 빌니우스 카페 투어 쿠야. 무려 카페인 1호점에서 :)

 

:
Posted by liontamer

 
 
컵룸 카페는 보키에치우 거리에서 새끼쳐서 뻗어나가는 트라쿠 거리에 있다. 구글맵으로 빌니우스에서 평점이 좋은 카페들을 검색했을 때 나왔던 곳이라 저장해두었는데 얼마전 영원한 휴가님과 걸어다가 발견. 커피가 맛있는데 작아서 자리잡기가 힘든 곳이라고 하셨다.
 
 

이 카페 주인이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큰 분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곳들이 왕왕 있으므로 끄덕끄덕. 재밌는 에피소드로 첨 생겼을 땐 '빌니우스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 (넘버 원이었나 제일 맛있는이었나 그 사이 또 가물가물 ㅠㅠ)라고 카페 앞에 패기있게 적어두었는데 어느새 '트라쿠 거리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로 바뀌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왜 그랬을까요? 굳이 왜 바꾼 걸까... 혹시 테이스트맵 눈치보느라 그런걸까요? 테이스트맵은 별로 신경도 안 쓸거 같은데 그냥 계속 젤 맛있는 커피라고 주장하지...' 그런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었다. 커피는 맛있다고 한다. 

 
 

며칠 전 들렀을 땐 만석이라 못 들어가고 '아 역시 조그맣구나' 하면서 나왔는데 오늘은 점심 먹고 영원한 휴가님과 가보니 자리가 있어서 앉을 수 있었다. 확실히 커피 종류가 많고 시럽 종류도 많고 커피마다 용량도 적혀 있는 것이 나는 커피를 모르지만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다(커피부심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영원한 휴가님은 룽고를 주문하심. 룽고 내주는 카페가 많지 않다고 하심. 나는 이미 엘스카에서 라떼를 마시고 왔기 때문에 말차를 주문했는데, 여기는 말차라떼와 말차가 따로 있었다. 설마 진짜 말차인가? 아무것도 안 넣은 오리지널? 하고 의심하며 그것이 오리지널 말차냐고 물어봤는데 점원이 못알아들었는지 그냥 주문으로 받아버림. 그런데 정말 말차였다. 우유 안 넣은 말차.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우리 나라도 맑은 녹차는 내줘도 말차는 내주는 곳 별로 없는데. 그러나 좀 묽긴 했다. 물이 좀 많았음. 그리고 인도 음식을 먹고 왔기 때문에 좀 단게 먹고 싶었는지 나는 결국 이 말차에 설탕을 약간 투하하는 만행을 저지름 흐흑... 너무해 말차에 설탕... 
 

 
 

 
 
 

저 파란 옷 입은 여자분이 앉아 있는 창가 자리가 엄청 좋아보였다. 트라쿠 거리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아늑하고. 작은 카페지만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배치해두었다. 튼튼한 나무 테이블이랑 귀여운 커피 관련 그림들이 섞여 있어 미니멀리즘 카페지만 너무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아늑한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너무 작아서 그렇게 맘편하게 오래 있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상세한 (커피부심) 메뉴판. 커피 중심이라 디저트는 거의 없었음. 
 
 
 

 
 
 
여기는 근데 조명 때문인가 실제보다 사진들이 안 이쁘게 나와서 아쉽다. 특히 이 말차도 너무 밉게 나왔음. 나무 쟁반 귀엽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우리나라 스시집에서 내주는 나무 도마 같아...(아 근데 그건가? ㅎㅎㅎ)
 
 
 

 
 
조금 마시다가 설탕 투하해버린 말차 앞에 나타난 쿠야. 쿠야는 고향의 맛이겠구나~ 우리 쿠야는 후쿠오카의 리락쿠마 가게에서 왔는데 ㅎㅎㅎ
 
 
 

 
 
두번째 카페 구경하고 있는 쿠야로 마무리



... 다음날 추가 사진 두 장








이 카페 외관 사진이 없어 오늘 트라쿠 거리 지나가다 추가로 찍어 올려본다.








카페 앞에 적혀 있는 글귀를 찍어서 영원한 휴가님께 해석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지금 아니면 언제 커피 마시겠니(지금이 바로 커피 마실 때) 그런 뜻이라고 한다. 그냥 빌니우스에서 젤 맛있는 커피라고 다시 패기 있게 돌아오시지. (그런데 무적 테이스트맵이 버티고 계시니...)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8. 02:22

쿠야의 엘스카 방문, 미운 백조들 2024 riga_vilnius2024. 10. 18. 02:22

 

 

 

 

오늘 11시 반 무렵, 엘스카. 드디어 쿠야가 호텔 방을 벗어나 나와 함께 빌니우스 카페 투어를 했다 :) 

 

 

오전이라 한적할 줄 알았지만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았다. 낯익은 점원이 나를 보고는 안타깝다는 듯 위쪽 자리가 다 찼는데 어쩌죠? 라고 해서 '괜찮아요, 바로 여기 입구 테이블에 앉을게요' 라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자리가 없어서 여기 잠깐 앉았다가 옮겼다. 앉아 있다보니 사람들이 들고 나면서 위에도 자리가 금방 나긴 했는데 오늘은 귀찮아서 그냥 내내 여기 앉아 있었다. 이쪽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구도로 카페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테이블이 높아서 다리가 바닥에 안 닿는 것만 좀 불편했음. 그리고 거의 모든 손님들이 영어로 주문을 했다. 외국인 손님들의 비중이 높긴 했는데 정말 다 외국인인 건지 궁금하긴 했음. 

 

 

쿠야는 처음으로 바깥에 나와 카페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에 좀 휘둥그레...

 

 

이쪽에 앉았더니 다른 그림들도 보였다. 사진엔 하나밖에 안 나왔다만. 저 그림들은 11월까지 전시한다고 한다. 그 이후엔 또 다른 작가의 그림들로 바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강렬한 그림이 아니라 이런 부드러운 그림이 걸려 있는 시기에 왔기 때문에 카페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 그림들은 하나하나 놓고 보면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엘스카와는 전반적으로 잘 어울린다. 예전 사진들을 보니 키치한 그림들도 많이 걸려 있었음. 

 

 

 

 

 

 

입구 쪽에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다. 우크라이나 지지 슬로건도 붙어 있고. 우크라이나 지지 표시나 깃발은 빌니우스 카페나 음식점 여기저기 많다. 

 

 

 

 

 

 

오늘은 라떼를 시켰다. 여기 커피가 연하고 부드러워서 편하다. 그러고보니 얼마전까지는 나에게 원두를 물어봤는데 이제 알아서 맞춰서 내주는 것 같다. 더 이상 안 물어보네. 브라질, 온두라스 중 물어봤었는데. 그리고 메뉴를 잘 보니 디카페인 커피로도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오늘 붉은 군대 때문에 아직 아픈지라 잠깐 고민했는데 자리 얘기하다가 까먹음. 

 

 

 

 

 

 

햇볕 잘 들어오는 자리에 앉혀주자 기분 좋아지고 있는 쿠야. 나가던 손님들이 쳐다보며 '어머 쟤 귀엽다~' 하고 갔음. 쿠야 으쓱. 

 

 

 

 

 

 

 

 

 

 

이 책은 뭐냐면... 빌니우스 여행서가 아니고 사실은 리가에서 득템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들 중 한 권인 <미운 백조들>이다. 그런데 이 책 표지에 너무 음산한 귀신 같은 놈들이 그려져 있는터라 심장떨려서 호텔에 비치된 빌니우스 지도를 한장 뜯어다 책을 포장했다. 이 지도가 생각보다 두껍고 좋은 종이로 되어 있어 책 표지 포장이 쉽지는 않았음(적당히 조금 얇거나 매끄러운 재질이어야 잘 싸진다) 그래도 빌니우스 지도로 표지를 해입은 스트루가츠키 책 귀엽다. 간밤에 <인연>을 재독 완료했으므로 오늘은 가벼운 이 책을 가져왔다. 그런데 내용은 가볍지 않았으니... 여기 앉아서 40분 동안 10쪽 남짓 읽었는데 단어를 여러 개 찾아보며 읽어야 했다. 보통 단어 잘 안 찾고 읽는데 이 작가들 소설은 용어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 찾을 수가 없음. 그리고 초장부터 계속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악천후와 반항적인 딸, 그것 때문에 싸우는 사이나쁜 부부, 길거리에서 두들겨맞고 버려진 미지의 사나이 등등 분위기가 어둡고 냉소적임. 흐흑. 재밌긴 하지만. 

 

 

 

 

 

 

햇볕, 첨 와본 도시에서 카페 나들이로 기분 좋아진 쿠야로 마무리. 그리고 쿠야의 카페투어는 계속되는데...

:
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하늘이 맑아졌고 해가 났다! 물론 추웠다.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하늘 반쯤은 구름으로 가려져서 꽤 추웠다. 하지만 낮에는 햇살도 따스해지고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이 파란색이라 이뻤다.
 
 
붉은 군대로 인해 몸은 아팠다. 아침과 오후에 약을 먹으며 컨디션 조절. 오늘은 조식 먹는 데 성공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너 여러 정거장을 지나 거대 리미에 가보기로 했다. 버스로 16분, 6개 정거장인데 앞뒤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 구시가지를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에 비하면 꽤 먼 거리였다(빌니우스는 구경하고 돌아다닐 곳이 구시가지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20번 트롤리버스를 한참 기다렸다가 탔다. 창 너머로 안가봤던 동네 구경. 그리고 거대 리미가 있는 쉬아우레스 미에스텔리스(이름 정확하지 않음 ㅜㅜ) 정류장에 내렸다. 여기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고양 스타필드 혹은 광명 이케아 가는 길 같았다. 혹은 공항 가는 길. 주택가가 드문드문, 넓고 황량한 도로와 숲 비슷한 공원, 그리고 떡하니 거대한 리미 건물. 이 리미는 무려 Hyper Rimi 라고 되어 있는데 하이퍼 맞았다. 오우, 빌니우스에서 이렇게나 큰 마트 처음 봐! 카우나스나 트라카이도 안 가고 리미 구경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빌니우스에서 마음껏 게으름피우며 카페나 다니기로 했는데 대체한 것에 별 아쉬움이 없다! 관광지보다 재밌는 마트 구경. 

 
 
리미가 생각보다 컸다. 정말 이마트만큼 컸음. 첨에 들어간 쪽이 주스 매대 쪽인데 거기 팀바크들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ㅎㅎ 그래서 사과복숭아를 열심히 찾아보니 작은 주스 쪽에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음. 사과복숭아 주스 앞면은 엘사 뒷면은 안나였다. 안나야 미안해. 큰 주스들은 일반 리미에 없는 온갖 맛이 다 있었는데 사과수박, 딸기복숭아 뭐 그런 것도 있었다. 사과수박 궁금했지만 큰 주스 사와도 못 마시는데다 버스 타고 무겁게 들고오기 싫어서 안 샀음.
 
리미 구경하는데 한 시간 쯤 걸림. 이 매대 저 매대 구경. 주류도 엄청 많았다. 술을 잘 마시면 사고 싶었는데. 조리된 음식도 많았고 하여튼 이것저것 많았다. 나는 다른 나라들에선 이렇게 외곽에 있는 거대 마트는 들른 적이 없고 보통은 시내의 좀 큰 마트 정도만 다닌 편이라 이 거대 리미 구경이 즐거웠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마트 안 간지 엄청 오래됐고 모든 걸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동네에 비교적 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있지만 바쁘고 피곤하고 발품 팔아 장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앱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있는데 여행을 오면 온라인 주문을 하지 않다보니 매일 슈퍼에 가게 된다. 그러니 이것도 여행의 묘미인가.
 
 
리미에는 김치가 있다고 하여 그것도 찾아보았는데 정말 있었다. 신기해서 구매해봄. 이것저것 물건이 많았지만 버스 타고 돌아올 것을 생각 + 내가 정말 먹을 수 있고 필요한 것 + 근처 리미에 없는 것으로 제한했더니 정말 몇 개 안 샀음.
 
 

 
 


 

사진은 리미 진열대 몇 장. 팀바크의 바다. 우리나라 고추장 된장도 있었는데 비쌌다. 라면은 이것 말고도 진열대 쪽으로 가니 순 라면(어쩐지 야채육수 라면 같다), 그냥 신라면이 더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산 김치가 있던 진열대 등. 초콜릿도 종류가 많았는데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차와 커피 코너는 생각보다 좀 부실했고 물론 다른 데보다 많긴 했지만... 역시나 다즐링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러시아에서도 다즐링 내주는 카페는 별로 없었어. 프라하도 그렇고. 그래도 슈퍼에서는 팔았다만.

 
 
 

 
 
 
몇가지를 산 후 이미 녹초가 되어 리미에서 나왔더니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러시아 서점인 ‘호모 사피엔스’ 라는 곳이 있어 들러보았다. 책 종류는 별로 없었다. 문학 서적은 지하에 있었는데 첨엔 몰라서 ‘아니 왜 이렇게 뭐가 없어’ 하며 나가려다 계단을 발견. 그런데 책이 드문드문 꽂혀 있고 종류와 양이 많진 않아서 좀 아쉬웠다. 전에 본 적 없는 하름스 책자가 있어 사볼까 했으나 잘 보니 모두 나한테 있는 작품들이라(생각해보니 다 있긴 함) 그냥 최근 새로 단장해 나온 판본이었음.
 
 
 

 
 
 
서점에선 건진 것 없이 나와서 정류장에서 십여분 기다린 끝에 다시 트롤리버스 20번을 탔다. 돌아올 때 탄 버스는 구형 트롤리였고 엄청나게 덜컹거렸다. 그래도 구형 버스는 어딘가 정감 있으므로 내부랑 외관 사진 찍어둠.
 
 
 

 
 
 
 
 

 
 
 

사진은 중간에 방에 가다가. 파란 하늘이 반가워서 찍어둠.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고 갈까 하다가 짐이 무거워서 일단 방으로 갔다. 그런데 아직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아서 정말 짐만 풀어놓고 다시 나와 빌니아우스의 웍으로 갔다. 오전부터 거대 마트에 다녀와서 진이 빠졌으므로 밥을 먹기로 하고 지난번 맛있게 먹었던 돈부리와 미소수프를 시켜서 이번에도 맛있게 잘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좀 정신이 들었다. 붉은 군대 때문에 아침에 차도 안 마시고 버티고 있었던 터라서. 오후엔 그래도 차를 마시고 싶었고 빌니아우스와 엘스카는 5분 거리라 나는 다시 엘스카에 갔다. 흑흑 돌아가면 제일 그리울 거야, 엘스카. 엘스카 얘기는 먼저 따로 올림.
 
 
엘스카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나왔다. 아직 4시 전의 늦지 않은 오후라 날씨가 아까웠고(오늘 아침부터 거대 리미 가려고 서둘러서 일찍 시작하긴 했다) 다른 데도 들러볼까 했는데 갑자기 몸도 아프고 피곤해져서 일단 방으로 돌아왔다. 붉은 군대 때문에 너무 졸리고 피곤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나가는 건 포기하고 씻은 후 침대에 누워 좀 졸았다. 온몸이 매트리스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거대 리미에서 산 것들. 너구리와 떡볶이는 영원한 휴가님에게. 나는 조그만 땅콩 바닐라 할바, 팀바크 사과복숭아 주스, 의문의 김치라는 것, 그리고 이쪽 리미에선 못봤던 닛신의 새우 쇼유 컵라면. 이 중 후자 세 개는 저녁으로 먹었다.
 
 
김치는 개봉해보니 이랬다. 으음... 이건 김치인 듯 김치 아닌 뭔가... 분명 냄새는 김치 냄새, 맛도 김치 맛이 나긴 하는데, 이게 배추인가 양배추인가. 양배추 같은데 또 배추 같기도 하고. 하도 잘게 썰어놔서 모르겠다. 고려인 당근김치처럼 뭔가 닥치는대로 채치고 썰어서 버무려 놔서...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시었다. 엄청 익어서 진짜 군내와 신맛이 펄펄 났다. 나는 신김치를 좋아하는데 그런 내 입맛에도 시었다. 사워크라우트와 고려인김치, 한국 김치의 혼종... 저 새우 쇼유 컵라면이 간장 베이스라 달달해서 저 김치를 거의 풀어서 먹었더니 먹을만은 했다. 김치가 많이 남아서 일단 딴 걸 챙겨왔던 락앤락 조그만 반찬통을 비워 거기 넣고 잘 닫은 후 비닐팩으로 다시 봉해놓았다. 냉장고에 냄새 배면 우째. 하여튼 저거랑 컵라면 먹었더니 짜서 사과복숭아맛 팀바크 주스를 다시 또 엄청 맛있게 마셨음. 극도로 갈증날 때 가장 맛있는 주스라고 명명하겠음. 한 개 더 사올걸 그랬나 ㅎㅎ
 
 
밥을 먹은 후 업무메일과 vpn을 체크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나의 이번달 휴직을 모르는 선배들이 업무 혹은 점심 먹자고 카톡을 보내왔었다. 금요일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예의주시하며 체크하고 메일도 한 통 보냈다. 이제 책을 마저 읽다가 자야겠다. 여행이 점점 후반부로 다가가고 있어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쉽다 ㅠㅠ 오늘은 한국 시간 8시 좀 넘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아빠 전화는 꺼져 있고 엄마는 안 받으심. 엄마는 운동과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긴 한데... 아빠는 감기 때문에 힘드신가 염려가 되었다. 혹시 무슨 일 있나 싶어 동생에게 전화해보니 동생은 자다가 받았고 이넘은 아빠가 감기로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음. 그나마 무슨 일 있었으면 동생은 알고 있을 테니 별일 없나보다 하며 끊었다. 시차 때문에 내일 일어나서 전화를 다시 해봐야겠다. 별일 없기를 바라면서. 아빠가 항암치료를 받고 얼마 되지 않은데다 감기에 걸리셔서 맘이 좀 쓰인다. 다 잘되기 바라며 책을 좀 읽다 자야겠다. 이제 약 먹을 시간도 됐으니 먹어야겠다, 붉은 군대 아파아파 흑흑...
 
 
오늘은 7,351보, 4.4킬로. 거대 리미는 버스로 오가서 도보 자체는 별로 안 했음. 그런데 마트 안을 돌아다니는 건 체감상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많이 걸은 느낌이라 피곤했다(내가 원체 쇼핑에 쥐약이라 그런가보다)
 
 
 

 
 
 

다시 토라진 쿠야. 분명히 햇빛 나면 엘스카에 데려다준댔는데, 인증사진 찍어준댔는데 김치랑 라면이랑 할바 사오고 엘스카엔 지 혼자 갔어... 토끼 나빠... 하며 원망의 눈빛... 할바 안겨줬더니 그것도 맘에 안 드는 표정 흑흑... 쿠야야, 한국엔 할바도 구하기 힘들단 말이야 ㅠㅠ
 
 
.. 추가) 아, 하나 빼먹었다. 이 거대 리미의 좋은 점! 워낙 커서 그런가 여기는 셀프결제 외에도 카운터에 점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줄서서 사람한테 계산했음. 흑흑... 역시 사람이 해주는 게 좋아...

:
Posted by liontamer

 

 

 

오후에 들른 엘스카. 날씨가 매우 좋았고 볕이 따스하고 빛이 환해서 엘스카랑 정말 잘 어울렸다. 제일 좋아하는 맨 안쪽 무지개테이블에 앉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차를 주문해 보았다. 디저트가 별것 없어보여서 차도 별로겠거니 하며 여태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말차라떼, 핫초코를 마셨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홍차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얼그레이 2종을 갖추고 있었고(전자만 있는 곳도 많아서 이 정도만 돼도 만족), 게다가 포트에 잎차로 우려주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맞아맞아, 영원한 휴가님이 러브라믹스 티포트 사다주신 데도 여기였는데. 그래서 예상 외로 차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미안해 엘스카야 차 별로일 거라고 무시해서... 디저트는 역시나 저 크림케익 3종과 브라우니 외엔 없었다. 치아푸딩, 라이스푸딩은 밥이지 디저트가 아니니까. 저번에 먹은 땅콩맛 대신 이번엔 망고맛을 먹어봄. 나쁘지 않았는데 땅콩맛과 거의 비슷한 맛이었다. 비건 디저트는 비슷비슷하다. 

 

 

역시나 알록달록 무지개 색조합으로 내줌. 잔과 포트를 깔맞춤해주지 않는 것은 컨셉인지 아니면 식기들 짝이 맞춰져 있지 않아선지 궁금함. 무지개 컬러가 여기 시그니처 비슷하므로 전자라 생각하고프지만 아무래도 후자인 것만 같다 ㅎㅎ 거의 매일 가다 보니 점원이 얼굴을 알아봐서 웃으며 인사를 하게 되었다 :) 엘스카 점원 언니들은 웃는 모습이 이쁘고 친절하다. 

 

 

 

 

 

 

빛이 정말 예쁜 카페이다. 첨엔 이렇게 한적했고 잠시 후 테이블이 한둘씩 차기 시작해서 내가 나갈 때쯤엔 또 사람이 많아졌다. 오후에는 한명씩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노트북을 들고 오거나 태블릿을 들고 오거나. 외국인도 많고. 그런데 관광객 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 외국인들. 

 

 

 

 

 

 

 

 

 

 

 

 

 

 

<인연>을 가져가서 마저 읽었다. 이제 후반부 몇 편만 남았다. 

 

 

 

 

 

 

 

 

 

 

저 아래쪽 창가에도 한번 앉아봐야 하는데 저긴 보통 일행 있는 사람들이 앉는 편이다 보니, 그리고 위의 저 무지개테이블이 맘에 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항상 위로 올라간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6. 03:08

팀바크 사과복숭아 맛 2024 riga_vilnius2024. 10. 16. 03:08




 

이것도 리가 에피소드. 리가에는 며칠 안 있었던 터라 따로 폴더를 만들기 애매해서 이번 여행을 하나로 모아놓다 보니 리가 얘기들은 이러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틈날 때 조그만 거 하나씩 끼워넣어본다. 
 
 
애들 마시는 주스 아니냐 이건 뭐냐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이건 팀바크라는 브랜드인데 아마 폴란드 주스인 것 같다. 바르샤바 가게 여기저기에 팀바크가 있었다. 작년 바르샤바 여행 때 극도로 목마르고 더웠는데 왕의 길 루트 광장 근처에 있는 조그만 까르푸 편의점에서 저것을 사마셨다. 사과복숭아 맛이었는데 그때 더웠기 때문인지 너무 맛있게 마셨다. 광장 구석의 다리 난간에 기대어 앉아 달고 시원한 사과복숭아 주스를 마셨던 기억에 한국 돌아와서도 팀바크를 찾아봤다. 쿠팡 같은데서 팔긴 하는데 거의가 사과 맛이고 사과복숭아 맛은 들어와 있지 않았다. 빌니우스의 가게들에도 팀바크가 있긴 한데 사과맛은 발견했지만 이 사과복숭아는 아직 못찾음. 어딘가 있는데 내가 못 찾은 건지도 몰라. 
 
하여튼 리가에 도착한 첫날. 숙소에 체크인한 후 잠시 쉬다가 영원한 휴가님이랑 같이 근처 거리를 걷다가 그루지야 식당에 가서 힌칼리랑 하차푸리를 먹고... 비가 조금 와서 근처의 (별로 맛없는) 카페에서 잠깐 쉬다가, 또 근처 쇼핑몰 내에 있는 리미를 발견하고 좋아하면서 거기 갔었다. 리미는 스웨덴 체인이라는데 리가에도 있었다. 리미, 이키, 막시마, 리들 통틀어 나는 리미가 제일 좋다 ㅎㅎ 좀 비싸긴 하지만... 거기서 '어 이게 사과복숭아 그 맛인데요' 라고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셔서 좋아하면서 득템. 다시 마셨더니 바르샤바의 그 극도의 더위와 갈증 환경이 아니라선지 복숭아 맛이 적게 나는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래서 이 팀바크도 나에겐 여행의 즐거운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빌니우스 수퍼들에서 팀바크 쪽을 보니 사과 맛만 보인다. 잘 보니 사과 맛엔 안나가 그려져 있다. 엘사가 그려진 놈이 사과복숭아 맛인가보다. 하긴 난 이 만화 볼때 엘사를 더 좋아했어 ㅎㅎㅎ 그러고보니 2탄은 안봤는데 재밌으려나? 바르샤바에서 리가, 빌니우스, 그리고 결국 겨울왕국으로 두서없이 끝.
 
 
... 그러고보니 이것이야말로 리가 타파스의 시작이었나보다 ㅎㅎ 



... 추가) 영원한 휴가님이 이 사진을 보고 리투아니아어 포장이라 한다, 그래서 빌니우스에서 찍은 건줄 알았는데 리가였다고. 그럼 빌니우스에도 저 사과복숭아 맛이 있다는 뜻 같은데. 내일 큰 리미에 가봐야지~

:
Posted by liontamer

 
 
 
원래는 오늘 메모를 하나로 올리려다가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둘로 쪼개서 올린다. 
 
 

필리모 거리를 따라서 함께 걷다가 위 사진의 공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영원한 휴가님은 귀가하시고 나는 잠시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았다. 그 위치에서는 3개의 카페에 갈 수 있었다. 엘스카가 가까웠고, 그전부터 좀 궁금했으나 필리모를 따라 많이 올라가야 해서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린 커피 스펠이란 곳이 있고, 구글맵 리뷰에서 찍어두었다가 오는 길에 발견한 컵룸 카페라는 곳이 있었다. 엘스카도 좋은데 너무 매일 가는 것 같아서 그럼 컵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그전에 바로 옆에 있는 MO 미술관에 들러보려 했는데 문이 닫혀 있고 출입구 찾기가 힘들어서 금세 포기하고는 카페로 갔음. 그런데 슬프게도 컵룸 카페는 아주 조그만 곳이라 만석이었다. 잠깐 안을 보니 귀여웠다. 돌아가기 전에 한번은 갈 수 있겠지? 컵룸까지 왔으므로 엘스카로 다시 돌아가기란 좀 애매했다. 백스테이지 카페에 다시 가볼까 싶어서 다시 보키에치우 거리로 갔는데 공사를 하고 있어 임시휴업이었다. 흑, 진작 가볼걸.

 
 
 

 
 
 

사실 저 공원과 MO 미술관 사이에도 학생들이 많이 가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었고 이 카페인은 좀 예뻐보여서 여기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는데 '그래도 체인이니까 새로운 곳...' 하며 컵룸에 갔다가 실패함... 근데 이 카페인 밖에서 보니 예쁘다. 조만간 엘스카에 갔다가 2차로 여기를? 그런데 대학생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 노화토끼가 물을 흐리는 거 아니야 엉엉 ㅜㅜ

 
 
하여튼 그래서 일단 다시 빌니아우스 거리 쪽으로 갔다. 이때쯤 또 좀 추워져서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기에 빌니아우스 카페인에 잠깐 들러 초코 에클레어를 한개 테이크아웃한 후(근데 또 되게 앉고 싶었음) 게디미나스 대로를 거슬러가서 옷가게에 갔다. 구경을 하다가 분홍 스웨터와 별로 두껍지 않은 숏 카디건을 입어보고 그것들을 지름. 아니 여기서 지난번에 치마도 샀는데. 아니야 이것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인 거야, 어차피 한국에서도 옷은 사게 되어 있어 하며 마음껏 정당화했다. 그래도 할인코너 쪽에 있는 걸로만 샀음. 이렇게 하여 나는 리가에서는 기념품으로 엽서 두장과 켐핀스키 호텔에서 내준 물병(이 호텔에서 주는 컴플리멘터리 워터가 든 유리병이 조그맣고 꽃 한송이 들어갈 사이즈로 이뻐서 버리는 유리병을 뽁뽁이로 싸옴), 빌니우스에서는 기념품으로 옷을 사게 되었다. 그것도 스웨터, 카디건, 치마. 심지어 리투아니아 브랜드도 아님 ㅎㅎ 그래도 따뜻한 옷을 장만했더니 추위에 대한 공포가 좀 가셨음. 사실 간밤에 조금 오한이 들어서 롱 카디건과 스카프를 걸치고 메모를 쓴 후 잠자리에 들었었다. 알고보니 그것은 오늘 붉은 군대가 오려고 그런 것이었음.
 
 
방에 올라가는 길에 호텔 리셉션에 가서 방이 추운데 시스템을 어떻게 만져야 할지 모르겠다고 도움을 청했다. 나는 직관적인 그냥 옛날식 다이얼이나 버튼형, 아니면 라디에이터가 좋은데 여기는 방마다 현대적인 LG시스템이 장착되어있고 각종 기능이 있다. 근데 다 영어랑 리투아니아어로 되어 있고 아무리 매뉴얼을 봐도 히터를 켤 수가 없었다. 방안 온도는 22도에서 22.5도를 오가고 있고 습도와 온도가 계속 표시되므로 중앙 조절인가 싶어 도움을 요청했더니 직원이 혹시 창문 열어놨냐, 22도면 괜찮지 않냐고 물어봤다. 아니, 나도 원래 그 정도면 괜찮은데 간밤에 추웠거든요... 하여튼 직원이 와서 오토모드를 켜고는 나에게 원하는 온도를 물어서 23도로 해달라고 했더니 조작을 해주었는데 그건 오토모드라 23도가 안되면 히팅 모드, 23도 넘어가면 쿨링 모드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좋다고 했는데 막상 저녁에 보니 자꾸만 에어컨디셔너가 껐다 켜졌다 하며 시끄러워서 결국 꺼버림. 그랬더니 자기 혼자 22도에 맞춰져 있어서 다 이유가 있었구만, 원래 맞춰진 게 제일 나은 선택이었구만 하고 납득. 그리고 추웠던 건 방에 돌아왔을 때 붉은 군대의 도래로 설명이 되었다.
 
 
 

 
 
 

인도 식당에서 밥을 잘 먹었지만 돌아다니고 옷 사느라 집중해서 그런가 또 좀 출출해서 숙소 근처의 수제버거집에 가보았다. 첨에 왔을 때부터 좀 궁금했던 곳이다. 그리고 요즘 너무 탄수화물류만 먹고 단백질도 주로 달걀 그런것만 먹어서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그러고보니 오늘 점심에 인도식당에서 치킨 티카 먹긴 했다만)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레모네이드 한 잔과 ‘셰프의 치즈’라는 기본 버거만 시켰더니 점원이 자꾸만 사이드 없이 정말 버거만 시키는지 물어보았다. 하긴 한국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사이드를 시키니까. 그런데 양이 많을 것 같았으므로 그냥 버거만 먹기로 했다. 딱 좋은 선택이었음. 버거는 매우 기본적이었다. 체다 치즈, 소고기 패티, 두 가지 마요네즈 소스, 양파. 아주 약간의 양상추 비스무레한 게 있었나 모르겠음. 번은 브리오쉬였는데 맛있었다. 양도 적당했고 패티도 맛있었다. 소스가 조금 짰던 것만 빼고는 맛있게 먹고 나옴.
 
 

 

 
 


방에 돌아와 씻고 좀 쉬다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한국에서 몇포 챙겨온 쌍화차를 한잔 타서 카페인 에클레어랑 먹음. 정말 이것저것 챙겨왔구나 역시 맥시멀리스트야. 근데 막상 따신 옷은 부족하고 장갑 안가져왔어ㅠㅠ 사실 장갑 생각은 안했었음. 러시아에서도 10월에 장갑은 안꼈는데... 아니, 하순에 꼈나??



오늘은 11,093보, 7.1킬로라고 나온다. 으잉? 나 오늘 별로 안 걸은 거 같은데 의외로 토토리우 왕복, 필리모에서 보키에치우 재방문, 게디미나스 위아래가 컸나 봐. 하긴 메모를 쓰면서도 ‘이상하다 별로 한 거 없는 거 같은데 왜이렇게 길지?’ 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목적지들 사이사이 거리가 좀 멀긴 했다. 옷 매장 갈 때도 대성당 쪽으로 한참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했고. 버거집은 그 반대 방향이고. 게디미나스 대로도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며칠 동안 해가 난다고 날씨예보가 뜨는데... 제발 그 예보들이 다 맞게 해주세요. 해 나는 날들이 며칠 이어진다면 이번 10월 여행은 정말 운좋은 여행이 되는 건데... 최근 여행들은 날씨 운이 다 좋았었는데. 하긴 주중에 최저기온 0도로 내려가는 날이 있긴 한데 뭐 아침엔 추우니까. 그리고 스웨터랑 카디건도 샀으니까 :) 그건 그렇고 여기 올 때 가방 꾸리면서 부피랑 무게로 터져나갈 때도 ‘괜차나, 돌아갈때는 다 먹어치웠고 챙겨드릴 것도 드렸고 소모품들도 다 썼고 어차피 빌니우스에선 기념품 거의 안 살거니까 가볍게 될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부피 큰 옷들이랑 뜬금없이 발견한 나뚜라 시베리카 샤워젤들이 생겨났음 ㅎㅎㅎ 하여튼 이렇게 올해의 생일을 빌니우스에서 잘 보냈습니다. 내일 해가 나고 따뜻하게 해주세요! 어차피 내일은 붉은 군대로 제일 힘든 날일 테니 약으로 버티며 많이 다니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해가 나면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선물받은 쿠스미 다즐링 티를 자기 거라고 꿰차고는 기뻐하는 쿠야 :)

 

 

 

 

 

 

올해의 생일. 음력 생일이라 항상 바뀌기 때문에 나도 매년 헷갈리고, 부모님 생신 챙겨드리면서 알게 되는 내 생일(일주일 사이로 부모님, 내 생일이 이어진다) 한국에 있을 때도 막상 내 생일은 잘 챙기지 않는 편이고 여행을 와 있어 더욱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영원한 휴가님께서 다즐링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쿠스미 다즐링 티를 예쁜 종이백에 넣어 근사한 엽서들과 함께 선물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기뻤다. 내가 매일 '빌니우스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하고 얼그레이밖에 없다. 백차도 있고 센차도 있는데 참 이상하다' 라고 투덜댔는데 ㅎㅎ 쿠스미 다즐링은 좋아했던 차였고 요즘 구하기가 힘들어서(우리나라에서는 쿠스미는 가향 티 위주로만 취급하는 것 같다) 거의 십년만에 마시게 되어 더욱 감사하다. 아까워서 아직 개봉은 못했는데 가기 전에 여기서 뜯어서 우려마셔볼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서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볼지 아직 못 정했음. 

 

 

새벽에 좀 자다깨다 하며 다시 잤다. 알람이 울렸을 때도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아 몰라 오늘은 조식 먹으러 안 갈래' 하고 더 누워 있었다. 도대체 하는 일도 없이 맨날 카페투어만 하고 있는데 왜? 라고 하신다면 흐흑... 그러나 몸의 신호는 매우 정확하여 오후 늦게 붉은 군대가 도래하심. 그럴 것 같긴 했다, 특히 어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잠 설침, 두통, 오한 뭐 그런 게 다 겹쳤었으니. 

 

 

조식 거르고 누워서 게으름피우던 중 아침 업무를 마치고 영원한 휴가님이 들러주셔서 생일을 축하받고 다즐링도 받고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일욜에 후라칸 머그도 주셨는데. 둘다 한국에서도 오래오래 생각할 수 있는 선물이라 더 좋다. 

 

 

좀 이른 점심으로 토토리우 거리에 있는 인도 식당인 블루 로터스라는 곳에 갔다. 키라스 카페 맞은편에 있었는데 첨엔 그쪽에 공사 차량이 세워져 있어 식당을 지나쳐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늑하고 북적이는 곳이었다. 런치 메뉴도 있었지만 렌틸콩 수프가 딸려 나오는 것보단 따로 수프를 먹고 싶어서 메뉴를 각각 시켰다. 탄두리 치킨 티카(매운 것이라 했지만 맵지 않음), 새우 똠양꿍(맵지 않음), 바스마티 밥과 플레인 난을 시켰는데 다 맛있게 먹었다. 메뉴를 잘못 해석해서 치킨 티카를 티카 마살라 커리라 생각했지만 탄두리 치킨이라 약간 아쉽긴 했지만 나는 그것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괜찮았고 난도 찍어먹을 건 없었지만 갓 구운 난이라 맛있었다. 배고픈 상태에서 맛있게 먹음. 작년 바르샤바 여행 때 극도로 피곤하고 지친 순간 푸드코트에서 함께 먹었던 치킨 티카 마살라 커리와 밥의 기억이 너무 강력하게 남아 있어서 리가에서도 히말라야라는 식당에서 반달루 커리랑 밥을 먹었고 오늘도 인도 식당 클리어. (사실 한국에서도 사무실 근처에 좋아하는 인도커리 식당이 두 곳 있어 종종 간다. 이제 그 식당에 갈때마다 바르샤바에 이어 리가와 빌니우스 생각도 같이 나겠지)

 

 

 

 

 

 

 

 

 

 

 

오늘은 어제보다는 덜 추웠다. 어제는 정말 음습하고 추웠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게디미나스 대로와 토토리우 거리를 끼고 있는 후라칸(며칠 전 비올때 갔던 곳) 야외테이블에 햇볕이 살짝 비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야 신난다 밥먹고 나와서 저기 앉아요~' 라고 했는데... 밥 먹고 나오니 다시 흐려져 있었고 엄청난 구름 저 멀리 아주 조금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래서 '보키에치우 거리 쪽은 볕이 잘 드니까 그쪽 후라칸이라면!' 하며 토토리우의 오르막을 등반하고 골목을 지나 거기까지 갔다. 아아 그러나 여전히 구름이... 게다가 보키에치우 후라칸 내부는 히터를 켜놔서 엄청 따뜻했다. 그래서 잠깐 안에 앉아 차를 마시고 조그만 조각케익을 먹으며 입가심을 하다가 바깥에 해가 좀 나는 것을 보고 얼른 야외 테이블로 옮겼다. 그러나 해랑 파란 하늘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다시 구름이 가득 흐흑...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 야외에 앉아 있을만했다. 우리는 함께 후라칸 앞 테이블에 앉아 차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종류가 기억이 잘 안납니다 흐흑, 하지만 커피잔이 또 이뻤음. 여기는 잔에 신경을 많이 쓰는 좀 특이한 체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마시고 남겨진 잔들. 오늘은 일요일의 후라카나스(그때 초짜 가르치며 설거지도 밀려 있고 주문도 밀려 있어 불쌍해보였던 남자 점원에게 내가 붙인 이름)는 없고 매우 차분한 여자 점원 1명만 있었다. 혼자서 바깥 테이블 잔 치우러 나오기 힘들것 같아서 우리는 이 잔들도 안으로 가져다주었다(착하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5. 03:18

리가 타파스 2024 riga_vilnius2024. 10. 15. 03:18

 

 

 

 

지금은 빌니우스에 와 있다만 이번 여행은 리가에서 시작했다. 물론 바르샤바에서도 하루 자고 왔지만 그건 그냥 레이오버였으니까 제외하고. 리가에는 4박 5일 머물렀지만 실제로 여행을 다닌 건 사흘 남짓이었다. 도착은 오후 늦게, 체크아웃은 오전이었으니까.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리가 관광지들을 클리어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아마 나에게 리가는 <리가 타파스>로 기억될 것 같다. 리가 타파스라는 단어가 실제로 있는 게 아니고 내가 갖다붙인 것이다. 리가에서는 이것저것 조금씩 잡다하게 먹었는데(특히 숙소에서) 이것을 내가 리가 타파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리가의 숙소는 안락하고 널찍한 곳이었는데 소파가 참 편했다. 뭔가 안 어울리는 잡다한 것들을 이것저것 먹었다. 빌니우스 포함 한달 가까이 머무르게 되므로 평소 여행에선 안 챙겨오던 것들을 이것저것 가져왔는데 '어차피 에어발틱 탈 때 다 짐되니까 먹을 수 있는걸 미리 먹으면 무게도 부피도 줄고 좋다~' 라는 논리,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께 드린 컵라면 중에서도 '어차피 매운 건 아이들이 못먹음' 하면서 또 짜파구리 컵누들이나 진라면 같은 것도 리가 타파스로 흡수. 리미에 가서 맛있어보이는 감자칩을 사오고 또 첨보는 사이더도 사오고, 내가 챙겨온 쌍화차를 같이 마시기도 하고 티샵에서 영원한 휴가님이 구매한 랍상소총(그러니까 이놈이 처음 등장한 게 아닙니다)이랑 칩을 같이 드시기도 하고... (감자칩과 랍상이 잘 어울린다고 하심) 하여튼 온갖 조그만 것들을 조금씩 이것저것... 그런데 지나고 나면 여행에서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는 건 항상 작은 것들이다. 

 

 

이건 9월 30일. 이때는 무슨 수박시트러스 사이더, 리미에서 발굴한 샤실릭&구운양파맛 감자칩, 내가 먹고 싶어하던 듸냐 대용 스페인산 멜론, 뭐 그런 걸로 가볍게 리가 타파스. 근데 저 켐핀스키 유리컵이 참 이쁘고 견고했다. 예전에 빌니우스 켐핀스키(지금은 힐튼으로 바뀌었지만) 방에 있던 보라색 물컵도 이뻤는데. 지금 다시 볼수록 저 컵 이쁨. 도자기 커피잔은 별로 안 이뻐서 아쉬워했었는데. 

 

 

 

 

 

 

색깔이 이쁜데다 수박 시트러스가 과연 무슨 맛일지 궁금해서 골랐던 사이더. 맛은 그냥저냥이었다. 근데 유리컵에 부어놓으니 이뻤음. 

 

 

 

 

 

 

문제의 스페인산 멜론. 브라질산이랑 스페인산이 있었는데 아마 이건 스페인산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브라질이었을지도 몰라) 이것도 하미과나 듸냐와 비슷하게 달고 맛있었는데 문제는 이 방에 칼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룻밤 멜론 먹자고 칼 사는 것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그냥 방에 있는 찻잔 티스푼으로 열심히 파먹음. 티스푼이 너무 작아서 멜론 파내느라 고생고생.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나보고 작은 티스푼으로 멜론을 참 능숙하게 판다고 하셨음. 먹고자 하는 열망으로 ㅎㅎ  커서 다 먹지는 못해 아쉬웠다. 근데 이 멜론이 달고 맛있었기에 요즘 조식 테이블에서 예의 민트색 멜론을 먹을 때마다 저거 생각이 난다. 

 

 

 

 

 

 

리가 타파스의 본산. 이 소파가 참 편했음. 잘 보면 쿠야가 리가 지도를 깔고 앉아 있다 :)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이번 여행에서 읽으려고 챙겨온 피천득의 <인연> 수필집 중에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밤새 비가 왔고 아침에도 비가 조금 왔다. 오후에 귀가할 때도 가랑비가 오락가락했다. 오늘의 날씨는 정말이지 전형적인 이쪽 동네 10월 날씨였다. 아예 한겨울일 때보다 이때가 항상 더 춥다. 음습하고 스산하기 때문이다.
 
 
어제 많이 돌아다닌 여파도 있나 싶지만 근본적으로는 붉은군대 도래가 바짝 다가왔기 때문에 오늘 몸이 무겁고 좀 힘들었다. 밤에도 한시 넘어서 잠들었는데 새벽 4시에 깨고 한참 뒤척이고, 나중에도 30분마다 깨는 등 잠 설치는 것도, 손발이 좀 저리면서 온몸이 쑤시는 것도 딱 그 징후였다. 두통과 졸음도 마찬가지였다. 9시 다 되어 침대에 누운 채 조식을 거를까 말까 고민하다 몸이 쑤셔서 일단 따뜻한 물로 근육을 풀어준 후 밥먹으러 내려갔다. 간단하게 먹고 올라왔는데 요즘 조식 테이블에서 홍차 대신 페퍼민트 티를 마시고 있는고로 머리에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아 너무 몽롱했다. 머리도 너무 아팠다. 업무메일과 나 없는 동안 진행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도 vpn으로 확인을 하다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스르르 도로 침대에 들어가 1시간 가량 졸았다. 그렇다고 제대로 잔 건 아니고 그냥 졸았음.
 
 
정오 무렵 몸을 일으켰고 이 두통은 분명 카페인 부족 때문이란 생각에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날씨가 나빴기 때문에 선택지는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 3곳으로 압축되었다. 피나비야(빌니아우스), 후라칸(토토리우-게디미나스 지점), 그리고 엘스카(필리모) 3곳. 날씨가 꾸무룩했으므로 후라칸에 가는게 좋으려나 했지만 차를 마시고 싶었고 피나비야 케익도 궁금했으므로 일단 피나비야로 가기로 했다.
 
 
날씨는 매우 안 좋았다. 그런데 추워서 옷을 껴입었기 때문에 불편했다. 오늘은 조금 더 두꺼운 기모 타이츠에 얼마전 여기서 샀던 긴 스커트, 히트텍과 반팔셔츠와 짚업에 숏패딩을 껴입었다. 그랬더니 몸을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조인다기보다는 그날이 다가와서 몸이 불편한 것이다. 아이고 힘들어.
 
 
하여튼 빌니아우스 거리는 숙소에서 가까우니 얼른 피나비야로 갔다. 그런데 진열장에는 거의가 홀케익들만 늘어서 있었고 조각으로 나와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이때 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괜찮은 디저트 가게에서도 의외로 잘 만들기 쉽지 않은 파블로바를 골랐기 때문이다(이쁘긴 한데 모양만큼 맛있게 잘 만들기 쉽지 않은 디저트다) 하여튼 나는 얼그레이와 파블로바를 주문했다. 차를 마셨더니 두통이 좀 가셨다. 역시 카페인이 필요했어. 파블로바는 역시나 실패였다. 일단 머랭이 완벽하지 못했고 잘 부서지지 않는 데다 끈적했다. 좀 굳은 솜사탕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잘못 만든 슈니발렌. 가운데 들어있는 크림만 맛있었다. 피나비야는 패스트리와 키비나이 쪽이 더 맛있는 걸로 ㅎㅎ 하여튼 그래서 파블로바는 머랭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피나비야는 내부 조명이 밝고 내가 구석에 앉은데다 온통 흰색이라 조명 그림자 때문에 사진이 이쁘게 안 나왔다. 아마 파블로바 머랭에 실망해서 사진을 정성들여 찍지 않아서인지도.
 
 
...

 
 

조식을 적게 먹고 나와서 그런지 배가 고파져서 쌀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피나비야 맞은편에 있는 Manami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여기는 스시 등 일식집 같은 스타일이지만 똠얌꿍도 있고 뭔가 이것저것 아시아 음식들 짬뽕 메뉴가 많았다. 덮밥이나 먹어야겠다 하고 보니 런치메뉴가 있었는데 두꺼운 메뉴책은 영어 병기가 되어 있었지만 런치에는 리투아니아어만 적혀 있었다. 근데 그중에 무슨무슨 도리, 고항 어쩌고 하는 이름에다 사진은 데리야끼 치킨덮밥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것에 점심 수프를 추가할 수 있어서 그렇게 시켰다. 손님도 별로 없었는데 엄청 늦게 나왔다. 아니 근데 고항이라며... 고항 일본어로 밥 아니었어? 흐흑, 궁중떡볶이 같은 음식이 짠 하고 나왔다. 으앙... (떡볶이 안 좋아하는 자) 굴소스와 간장 양념을 해서 기름에 볶은 떡볶이로 닭고기와 아스파라거스, 버섯, 당근, 파프리카가 들어 있었다(고수도 원래 넣어주는 건데 고항 어쩌고 하는 메뉴를 읽다가 고수를 발견하고 내가 급하게 그거 빼달라고 했었음) 떡볶이 좋아하는 분들은 반갑고 맛있게 먹었을 것 같다. 떡도 조그만 쌀떡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수프는 돈지루로 추정되었는데,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라멘 비스무레한 소면도 좀 들어 있고, 코코넛향이 물씬 났다. 으잉? 배고팠기 때문에 굴소스 간장 떡볶이는 그래도 반쯤 먹었고 야채랑 고기는 다 건져먹었는데 코코넛과 동남아향이 물씬 나는 기름진 돈지루 수프는 조금밖에 못 먹음. 앵, 그냥 바로 앞의 웍에 가서 돈부리를 먹었으면 행복했을 텐데.
 
 
 

 
 
 
난데없는 굴소스 간장떡볶이와... (그런데 맛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매운 거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만 난 매운 떡볶이도 별로 안 좋아하긴 해)
 
 
 

 
 

돈지루 같은데 또 동남아 수프 같기도 한 혼종 수프. 근데 베이스는 돈지루가 맞는 것 같음. 돈지루+코코넛. 오늘의 수프 뭔지 물어볼걸. 당연히 미소 그런 거 줄 거라 생각했던 바보같은 나. (혼종이라고 투덜댔지만 사실 정통 돈지루도 별로 안 좋아함 ㅎㅎ) 

 
 
..
 
 

하여튼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도 여전히 날씨는 스산했고 온몸이 저리고 쑤셨다. 추워져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나 흑흑... 후라칸과 엘스카를 놓고 가늠하다 월요일 오후니까 엘스카가 한적하겠다 싶어서 그리로 갔다. 빌니아우스 거리에서는 낡은 건물 사이의 안뜰을 통과하면 곧장 엘스카 쪽으로 갈 수 있어 가깝다.
 
 
 

 
 
 
엘스카는 정말 한적했다. 토요일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리고 날씨가 안좋아서 오늘은 야외 테이블에 한 사람도 없었다. 이번에는 말차라떼를 시켜보았다. 빌니우스 카페들은 신기하게도 다들 말차라떼를 팔고 이것을 열심히 홍보한다. 카페 문화가 좀 늦게 들어와서 그런가. 일본 쪽 영향을 은근히 많이 받는 것 같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말차라떼, 모찌 뭐 그런것도 그렇고. 좀 신기하다. 의외로 차이라떼는 별로 없는데 가는 데마다 말차라떼는 있다. 물론 우유 안 든 그냥 말차는 없음. 내가 좋아하는 자리도 비어 있긴 했지만 오늘은 책만 읽다 가려고 했으므로 그 앞의 1개짜리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에 체류기간에 비해선 책을 별로 많이 가져오지 않았다. 제일 조그맣고 가벼운 챈들러의 에세이 1권(이건 절판된 책이라 애지중지해서 웬만하면 안 가지고 나오는데 막판에 무거운 책을 넣을 수가 없어서 가져왔다. 리가와 빌니우스 오는 비행기에서 너무 잘 읽으면서 옴),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 1권, 여행에 잘 어울리는 하루키 에세이집 1권, 그리고 이따금 여행 갈 때 챙기는 피천득의 <인연>. 이게 전부. 하루키 잡문집은 좀 무거워서 오후에 근처 카페인 같은 곳에 갈 때 챙기는 게 낫기 때문에 오늘은 오랜만에 인연을 들고 나갔다. 몇 년 만에 다시 읽는데 이분의 문체는 참 훌륭하다. 글에 군더더기가 없고 우아하고 간결하다. 정취가 있다. 물론 옛날 사람이라 구식 정서가 많이 배어 있다만 나는 옛날 작가들의 경우엔 그런 쪽엔 그냥 관대한 편이다. 
 
 
 

 
 
 
엘스카의 말차라떼는 핫초콜릿과 마찬가지로 우유가 많이 들어 있고 연했다. 설탕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서 달지 않았다. 여기가 플랫화이트나 카푸치노도 우유를 많이 넣어주고 연해서 내가 마실만한가 보다!(어린이 입맛 주의보) 연한 말차라떼를 마시며 고풍스럽고 간결한 수필을 읽고 있으니 좋았다. 맨 위 사진은 내가 항상 좋아했던 문구. 이게 비단 수필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서 쓰는 자의 마음으로 너무 공감이 잘 된다.
 
 
 

 
 
 
 

 
 
 

 
 

3시가 지나자 한적하던 엘스카에도 다시 손님들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이 많았고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혼자 오는 사람도 많았다. 날씨 좋아서 빛이 많이 들어올 때가 더 좋긴 하다. 오늘 엘스카의 유일한 단점은 음악이었다. 오늘은 엄청 시끄러운 랩음악을 내내 틀어주었다. 에미넴의 목소리 같았지만 정확하지 않음... 아닐지도 몰라.
 
 
책을 3분의 1쯤 읽은 후 남은 말차라떼도 식었고(라떼 잔을 한가득 채워줘서 다 마시기 어려웠다), 랩음악이 너무 시끄러워서 엘스카에서 나왔다. 아직 늦은 오후는 아니었지만 방에 돌아가 쉬는게 나을 것 같았다. 좀 걸어가면 리미가 나오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더 가까운 막시마에 갔다. 이 막시마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부가 너무 미로 같았고 물건 진열도 직관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키와 막시마 모두 셀프결제를 할 때 카드를 넣고 나면 뭔가 사인을 하라고 한 후 갑자기 점원을 부르라고 벨이 울려댄다 ㅜㅜ 리미는 안 그러는데. 리미랑 나르베센이 제일 좋은 걸로. 보통은 셀프결제를 하더라도 카운터에 점원이 한명 쯤은 있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빌니우스의 이런 슈퍼들 카운터는 거의 항상 비어 있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거 잘 이용하시는 걸까? 뭐 우리나라도 정신없긴 하지. 그리고 이런 시스템은 다 똑같이 통일되어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마트 별로 다 다르다. 아이고 피곤해. 겨우 물 두 병 사는데 점원 부르는 벨이 두 번이나 울리고 난리난리.
 
 
방에 돌아와서 목욕을 하고 머리를 말린 후 좀 쉬었다. 저녁도 대충 먹었다. 부디 내일은 날씨가 좀 좋았으면... 사실 날씨 기대 안하고 왔는데도 자꾸 기대하게 된단 말이야 흐흑. 그리고 옷을 많이 잘 챙겨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껴입을 옷이 별로 없음. 내일 또 옷 구경을 하러 가야 할지도 ㅎㅎㅎ 예보를 보니 어떤 예보는 내일 내내 흐리고 구름, 어떤 예보는 내일 해가 비친다고 되어 있음. 제발 후자가 맞게 해주세요.
 
 
여행이 이제 절반이 지나갔다. 2주 후 빌니우스를 떠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흑, 두달 더 있는 거라면 좋겠는데. 꼭 여기 있지 않아도 되니까 휴직 기간이... 원래 근속휴직은 3달 할 수 있는 거였는데 워낙 할 일들이 많고 게다가 나는 평직원이 아니라서 더욱 눈치가 보여서 간신히 큰 행사와 행사 사이의 10월 한 달만 낸 거라 너무 아쉽다. 하긴 이것도 못 오게 될까봐 막판까지 너무 힘들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행복하게 받아들여야지. 확실히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자 수면의 질은 나아졌고 조금 더 자게 되었다. 요 며칠은 그날 직전이라 다시 불량수면이 되었다만. 일을 안 하니 너무 자연스럽다. 흑흑...

 
 
.. 오늘은 3,773보, 2.4킬로. 날씨와 컨디션 때문에 매우 조금 움직임. 사진도 엘스카 사진이 거의 전부. 내일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
Posted by liontamer





 

새벽에 깼을 때 회사와 관계된 단톡방에 피곤한 소식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잠결에 톡을 다 확인하지는 않고 ‘에휴...’ 하면서 다시 잠들어서 꿈에서도 회사랑 관련된 뭔가가 나왔다. 어제 한시 다되어 잠들었기 때문에 9시가 되어갈 무렵에야 깨어났다. 주말엔 조식이 11시까지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일기예보로는 아침에 잠깐 구름 속에서 해가 나다가 정오부터는 흐려지고 저녁엔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조식을 먹고 나서도 하늘에 푸른 기운이 많이 보였고 아직은 맑아서 ‘아아 좋은 날씨는 다시 오지 않...’ 하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코트를 입긴 했지만 어제보단 덜 껴입었다. 히트텍, 그냥 막 입는 얄팍한 후드 롱 원피스, 니트 바지와 코트, 얇은 스카프 정도. 그래선지 응달에선 좀 싸늘했지만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좋아서 햇살 아래 다닐 때는 좋았다. 사실 코트보다는 숏패딩에 치마와 기모스타킹이 좀더 기동성이 좋긴 하다. 내일은 더 추울테니 새로 산 치마를 입어볼까 생각 중. 오늘 아침에도 깼을 때 좀 싸늘하다 싶었는데 바깥의 아침 기온은 2도라고 했다. 낮엔 12~13도 정도. 그래도 해가 나는 쪽은 따뜻했다.


 
 
해가 나니까 도리어 어딜 가야 할지 좀 멍해졌다. 그러다가 ‘햇살 들 때 가면 이뻐보일 것 같은’, 예전에 찍어놨지만 어째선지 확 내키지 않아 아직 안 갔던 키라스 카페에 가기로 했다. 카페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그것으로 대체. (오늘은 카페 3곳을 갔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은 다 따로 올렸다)
 


 
키라스에는 4~50분 정도 앉아 있었고 영원한 휴가님이 잠깐 짬을 내어 나오실 수 있다고 하여 중간 정도 지점에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으로 갔다. 나도 거기 다시 가고 싶었던 차에 좋아하며 갔는데, 으앙, 구글맵을 따라가니 토토리우 거리를 횡단해서 이그노토 거리, 도미닌코누 거리를 지나야 했음. 토토리우 거리 역시 다 횡단하니 음침해... 관공서, 넓은 도로, 응달, 오르막! ㅎㅎ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나름대로 갈만 했다. 그리고 가성비가 좋아서 원래 이번에 묵을까 했던 호텔을 지나쳐가면서 ‘그래, 저기 묵으려다 토토리우 거리가 퍼뜩 생각나서 안했는데 참 잘했다’ 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짐. 뭐지, 새옹지마? 아니, 조삼모사?

 

 
 
이 후라칸과 광합성과 득템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여기선 생략.
 
 


영원한 휴가님은 아이들의 자유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귀가하시고 나는 보키에치우에서 이어지는 디조이 거리로 나와서 다시 그 ‘마의 구시청사 앞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면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아빠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심하게 하셨다. 어제보다 기침이 심했다. 환절기라 그런 거 같긴 했지만 원체 감기 한번 걸리면 고생을 하시는데다 항암치료 받은지 얼마 안되었으므로 좀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내일 담당 교수 쪽에 전화로 물어보고 그 병원에 가보시겠다고 한다. 아빠가 부디 고생하지 않고 어서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이때쯤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나르베센(키오스크 편의점 같은 곳이다. 여기저기 있다)이 있어서 교통카드 충전을 시도해보았다. (나도 교통 앱을 써보려 했지만 여기서 인증을 하려고 하자 우리나라 번호로는 인증이 되지 않았음) 영원한 휴가님이 요즘은 앱을 쓰신다면서 나에게 교통카드를 주셨었는데 이키나 리미 같은 슈퍼에서 충전해준다고 했지만 그 슈퍼들은 모두 셀프결제라 도대체 카운터에 점원이 없었다. 교통카드 충전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해서 신나하며 10유로 충전해주세요 했는데 나르베센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티켓 수로만 충전하고 금액 충전은 아니라 한다. 그러면서 30분짜리 티켓 10개를 넣어주었다(6.5유로) 교통카드를 손에 쥐자 엄청 좋았다.
 

 


그래서 ‘오 그럼 며칠 전 구글맵 리뷰에서 발견한 강 건너 중식당에 가봐야지~’ 하며 버스를 타보았다. 버스를 타자 드디어 네리스 강을 건넜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긴 했지만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어째서~ 그래서 겨우 1정거장 버스를 타고 내려서 ‘김치찌개라고 주장하는 김치수프’를 판다는 중식당에 갔다. Zhangas라는 곳인데 여기는 어제 갔던 데랑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우리나라 중국집 느낌이었다. 김치수프는 사진으로는 뻘건 것이 약간 야매 김치찌개처럼 생겼다. 그래서 김치수프와 새우볶음밥을 시켰다. 흰밥을 시키려다가... 근데 흰밥 시켜야 했던 건지도... 새우볶음밥은 딱 우리나라 중국집 볶음밥 맛이었는데 거기 간장이 가미되어 좀더 짰다. 짜장소스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딱 그 맛이었고 김치수프는, 김치가 아니라 그냥 배추를 가늘게 썰어서 넣은 약간 매운 수프였다. 고기 베이스에 배추 약간, 미역 조금 들어 있는데 그 맛은 나가사키 짬뽕을 연하게 빨갛게 만든 좀 기름진 맛이라 해야 하나. 랍상과 케익과 플랫화이트 때문에 첨엔 이 수프랑 볶음밥이 넘 맛있었는데 먹다 보니 양이 많고 짜서 절반 정도밖에 못 먹음. 흑흑, 2인이 먹을 양이었어. 그래도 맛있게 먹고 나왔다.

 


 
짠 걸 먹고 나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서 식당 근처의 나르베센에 가서 초콜릿 입힌 하드를 사서 먹으며 네리스 강변을 조금 걸어보았다. 여기 강변은 소박하다. 그런데 강변 자체는 그렇게 예쁘진 않았고 공사하는 곳이 많은데다 역시 강가는 썰렁해서 곧 다시 올라와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넜다. 이때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숙소 근처에서 내렸는데 어제 구글맵으로 발굴한 근처의 다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카페의 이름은 Joy Cafe였다. 이 카페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러니 오늘 메모 적는 게 아무리 적어도 안 끝났나보다.
 

 


 

조이 카페는 숙소에서 가까웠으므로 금방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원래 방에 들어오면 너무 따스하고 답답해서 제일 먼저 창문부터 열고 환기를 하는데 오늘은 방이 춥진 않았지만 썰렁한 느낌이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을 풀어주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늘의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으악 카페 3개, 중식당, 버스 등 오늘 생각보다 쓸게 너무 많네. 역시 날씨 좋은 날은 바쁜 날 ㅎㅎ

 

 


오늘은 8,933보, 5.4킬로. 행동반경은 넓었지만 역시 버스가 한몫했음! 오늘 밤은 비오고 내일은 해가 약간 비쳤다가 흐리고, 최고 기온 8도라고 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의외로 날씨가 좋게 해주세요.

 


 
 
카페 사진들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기는 거리와 중식당 등 나머지 사진 몇 장. 맨 위가 숙소에서 나왔을 때 게디미나스 대로 풍경. 낙엽이 우수수... 열흘 전에 왔는데 그때에 비해 확 싸늘해지고 가을 됨. 그땐 잎사귀가 저렇게 다 노랗지 않았는데. 
 

 

 

 




 
 

여기는... 음, 작년엔가 여사님이 들르셨던 곳입니다. 디조이 거리에 지점이 두세 개 있는데 마주보고 있어서 그 중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르겠다만 여기가 제일 큰 거 같다. 게디미나스에서 출발해서 구시가지 산책하다 보면 디조이 거리를 거의 매일 지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여기 보면서 '호객 안하는데' 라고 생각함. 

 

 
 




 
드디어 버스를 탔기에 신나서 찍어둠 ㅎㅎㅎ
 
 


 

 

 

 

김치수프라기보단 배추 조금 들어 있는 빨간 고기수프였지만 조금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맛. 먹었더니 땀이 조금 남. 근데 나는 고기를 별로 안먹어서 엄청 많이 넣어준 고기가 좀 아까웠음. 

 

 

 


 

 

간장맛 외엔 우리나라 볶음밥이랑 매우 비슷. 짜장소스 생각났음 

 

 

 




 
중식당에서 나와 잠깐 네리스 강변 거닐면서 찍음. 잘 보면 왼쪽 아래 낚시하는 분이 보임. 
 
 


 

 

 


 
저 다리 건너서 좀 걸어올라가면 게디미나스 대로가 나온다. 


 
 
 

 
 
 

 

영원한 휴가님이 선물해주신 후라칸 머그 개시. 잘 씻어서 물컵으로 데뷔. 쿠야에게도 보여드림. 쿠야는 매일 혼자 집 보고 있어서 좀 삐친 듯 ㅋㅋ 머그에 코코아 쯤은 타와야지 기껏 물이냐고 토라진 얼굴. 근데 이거 티셰야... 이 물 맛있어, 한국 돌아가면 생각날 거야. 우리나라엔 안 들어온단 말이야, 이 물. 티셰는 내가 좋아하는 딥스나 닥터유 해양심층수와 에비앙의 중간 정도 맛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인데, 우리 나라에도 들어오면 참 좋겠다. 여기서도 물 중에는 약간 가격대가 있는데 돌아가면 못 먹는 물이란 생각에 2리터들이를 사서 마시고 있음. 삐친 쿠야에게 미네랄 함량 높은 티셰를 찬양하며 달래주는 중. 그래서 오늘 메모는 머그랑 티셰 찬양으로 마무리.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4. 04:03

조이 카페 Joy Cafe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4:03

 

 

 

조이 카페는 숙소에서 좀 거슬러 올라가 공원을 끼고 돌면 나온다. 카페가 있을 법하지 않은 대로변이었는데 역시 별로 눈에 띄진 않았다. 사진으로는 채광이 잘되는 것처럼 보였고 아기자기 이뻐보이는데다 평점도 좋았다. 그래서 가보았는데 여기도 사진이 더 이쁜 카페로 결론.

 

들어갔더니 남자 점원이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 간단히 식사를 하다가 얼른 일어나 주문을 받으러 왔다. 점원이 무척 친절했다. 배가 부르고 더 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안될 것 같아서 메뉴를 보다가 그냥 녹차 시키려고 했더니 이분이 카운터에 있는 티백 상자들을 보여주면서 센차, 시나몬차, 레몬차 등등 종류 많다고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고 특히 시나몬차나 레몬차를 권했다. 나는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아니 저렇게 설명해주는데 시나몬티 마셔야겠네 하고 그것을 골랐다. 알고 보니 그것은 차이 마살라 티였다 ㅎㅎㅎ 나는 차이티에 우유 안 넣고도 그럭저럭 마시는 편이고 또 추워지고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만.

 

안쪽에 조그만 방이 있어서 그리로 들어갔다. 제일 안쪽엔 저 사진 속 젊은 남자가 앉아 폰인지 태블릿인지에 집중 중이었고 또 다른 안쪽에는 중후한 미중년 아저씨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창고 문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카운터 뒤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여기는 좀 소박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카페였는데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림도 한 점 걸려 있었고(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영원한 휴가님이 우주피스 쪽에서 본 화가 그림 같다고 하셨다), 난데없이 큰 tv도 걸려 있었다. 그림보다는 사진이나 좀더 심플한 판화가 어울릴 것 같긴 했다. 그리고 좀 싸늘했다.

 

 

그런데 내가 앉은 소파가 크고 푹신해서 카페 인테리어랑 좀 안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몸이 푹 파묻히며 엄청 편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앉아서 쉬었다. 모닝 랍상소총, 런치 김치수프 비슷한 거. 애프터눈 마살라티. 오늘은 뭔가 센 날.

 

 

하여튼 여기서도 한시간 가량 쉬다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텔레비전이 제일 신기함. (꺼져 있었음) 축구하면 다들 모여서 저 텔레비전 틀어놓고 축구 보나? 여기 사람들은 축구 볼 때 뭘 먹을까? 치킨이랑 맥주는 당연히 아니겠고. 맥주는 마실테지만. 근데 리투아니아에서도 축구가 인기 많은가? 갑자기 새로 발굴한 카페에서 축구 의문으로 마무리.

 

 

 

 

 

코트랑 가방 놓여 있는 저기가 내 자리. 생각보다 엄청 흡입력 강했던 소파. 왼편에 걸려 있는게 로컬 화가 그림(으로 추정) 전체적으로 이것저것 섞여 있는 느낌... 

 

 

 

 

 

 

문제의 텔레비전 모니터. 아니 혹시 저게 텔레비전이 아니라 무슨 게임용 모니터라든지, 아니면 미디어아트를 틀어주는 모니터???? 그런데 이 동네 스타일 상 카페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는 안 할 것 같은데. 

 

 

 

 

 

 

 

 

외관은 이렇습니다. 장사가 잘 돼야 할텐데.... 별로 눈에 안 띄어서 분홍색 플래카드도 걸어놨나 싶음. 근데 평점은 좋았으니까 사람들 많이 가겠지?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4. 03:33

후라칸 광합성 + 머그 + 신 맞아?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33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 커피는 내가 22년에 '빌니우스에 갈까요?' 하는 댓글을 주고받다 정말 빌니우스에 가게 된 계기가 된 곳이다. (당시 영원한 휴가님이 이곳의 엠파나다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것에 댓글을 달다가) 그래서 여행을 마치기 전날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안쪽 구석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았다. 보키에치우 거리 이쪽 편은 햇살이 잘 드는지 후라칸, 슈가무어, 이딸랄라 카페가 늘어서 있고 야외테이블들에 로컬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앉아 정신없이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생각보다 무척 따뜻했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전혀 춥지 않았다. 난 한국에선 절대 야외에 앉지 않는다만 아마 이쪽 동네 살면 나도 햇살을 찾아서 야외 테이블 앉을 것 같긴 하다. 눈만 좀 신경 쓰이지만 자외선 차단 안경을 끼고 :)

 

 

햇살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랍상소총의 강력한 뒷맛을 지우기 위해 플랫화이트를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추정)를 시키셨다. 후자는 되게 이쁜 잔에 줬는데 플랫화이트는 잔이 다 떨어져서 종이컵에 준다고 했다. 점원이 둘 뿐이었는데 여자분은 초짜였고 종이컵에 내준 남자분은 초짜 가르치랴 주문받으랴 커피 내리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잔 치우러 갈 시간도 없고 설거지할 시간도 없나보다. 여기는 종이컵도 이쁘니까 난 괜찮았다. 그런데 여기 플랫 화이트는 많이 씁쓸했다. 어린이 입맛인 나에게는 으앙 쓰다여서 설탕을 한 봉지 반이나 투하했다. 엘스카가 확실히 부드러운가보다 흐헝. 테이스트맵의 카푸치노보다도 썼음. 양도 많이 줬다. 그래서 좀 남김.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기에선 일본 양갱을 팔았다. 손가락보다 조그만 미니 양갱인데 팥 맛 유자 맛이 있었다. 신기신기.

 

여기 머그를 사고 싶어서 구경을 했다. 로고 박힌 카푸치노 잔이나 찻잔과 받침접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냥 커피 머그도 괜찮았다. 왜냐면 나는 물컵을 매일 쓰므로 이런 게 매우 실용적이고 또 좋아했던 카페와 여행을 기억하고 싶었으므로.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머그를 선물해주셔서 넘 고마웠다. 흐흑...

 

 

한시간 남짓 광합성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머그도 득템하고 양갱을 좋아하는 영원한 휴가님네 꼬마를 위한 미니 팥양갱도 득템해서 오늘의 보키에치우 후라칸은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후라칸이란 이름 때문에 전에도 우습다 생각했고 이번에도 도대체 뭔 뜻일까? 꼭 허리케인 같다라고 웃었는데, 머그 뒷면에 바람을 마구 내뿜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북풍이란 뜻인가?’ 싶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았다. 람보르기니 우라칸만 잔뜩 나왔다. 후라칸의 의미로 다시 검색했더니 어머 마야 민족의 바람 신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라고. 허리케인이란 뜻도 있다고. 어머, 미안해요 후라칸. 무려 신이었어... 그런데 머그에 그려진 걸 보면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게 바람을 막 내뿜고 있어서 신처럼 안보이고(신이면 편하고 쉽게 휙 하고 바람 불게 해야지 왜케 노동해) 좀 노인학대 같아... 영원한 휴가님네 아이들이랑은 피리 부는 카페라고 한다고 함. 카페의 또다른 흑백 동그란 로고에도 바람 휙 부는 옆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ㅋㅋ

 

 

광합성과 사진 몇 장. 

 

 

 

 

 

 

영원한 휴가님이 설탕을 두 봉지나 갖다주셔서 왜 두 봉지나... 하고 웃었지만(황설탕 백설탕 각각 가져다 주신 것 같음) 플랫 화이트의 생각보다 쓴맛에 결국 두 봉지 다 뜯음. 여기 종이컵의 이 무늬로 머그를 만들면 더 이쁠텐데 ㅎㅎ 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유리잔이 섬세하고 이뻤다. 되게 탐났음. 그런데 저 잔은 판다고 해도 나는 쓸 데가 없음. 그저 이쁠 뿐. 

 

 

 

 

 

 

 

내부 사진 잠깐. 이때 후라카나스(초짜 가르치고 주문받느라 바쁘디 바빴던 그 남자점원에게 내가 붙인 이름 ㅋㅋ)가 고생고생하고 있었다. 

 

 

 

 

짜잔, 선물받은 후라칸 머그 :) 영원한 휴가님 감사해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 힘들게 바람 토해내고 있는데 신 맞아?

 

 

 

 

삼십여 분 후 다시 이 거리를 지나는데 아까 우리가 마셨던 잔이 그대로... 흑흑 후라카나스 바빠서 잔 못 치웠나봐...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4. 03:12

키라스 KIRAS + 랍상 토끼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12

 

 

 

키라스 카페의 옛날 이름은 차이카이다(러시아어로는 갈매기, 리투아니아어로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갈매기 로고가 여전히 그려져 있음) 이 카페는 내가 여태 가급적 기피해온 토토리우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쉽게 가기 어려웠던 것 같음.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빌니아우스, 요가일로스 거리로는 잘 빠져서 올라갔는데 이 토토리우는 거리가 넓고 좀 응달이고 오르막이라서. 그리고 메뉴나 리뷰 등을 보니 비건 메뉴가 많았다. 그런데 나는 채식도 좋아하긴 하지만 디저트에 있어서는 비건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아니 여기도 디저트 엄청 맛없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 미루고 있었던 건지도! 하지만 빌니우스 카페들 중 평점 수위에 있는 곳이라 궁금하긴 했고 오늘 가보게 되었다. 숙소에선 그리 멀지 않았다. 토토리우 거리에서도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됐다.

 

 

카페는 빨간색과 흰색 위주로 아기자기 귀여웠고 빈티지, 레트로 풍으로 꾸며져 있었다. 스피커를 테이블로 사용한다든지 낙서들을 붙여 놓는다든지, 빨강하양 땡땡이 컵을 놔둔다든지 조그만 소품들과 엽서들을 장식해둔다든지 등등... 귀여워서 사진들이 굉장히 예쁘게 나왔다. 하지만 이 거리 자체가 그늘진 곳이라 그런가, 엄청 밝고 따뜻해보였지만(그리고 사진도 내가 빛을 많이 써서 밝게 나왔지만) 사실은 좀 추웠다. 안쪽 창가 자리가 비어서 거기 앉았는데 거기가 아늑하고 예뻐보였지만 볕이 들지 않고 쌀쌀해서 나중엔 스카프를 도로 맸다. 대신 장점은 커피보다 차의 종류가 많다는 것! 빌니우스에서 이런 곳이 거의 없다. 블랙티도 히말라얀 블랙, 얼그레이, 랍상소총, 푸에르(보이차)가 있었고 녹차도 종류가 5가지, 각종 허브티들이 있었다. 비건디저트와 허브티 등 건강에 좋은 쿨한 이미지로 가는 카페인가 싶다. 브런치를 하는 곳이라 음식 냄새가 좀 많이 났지만 일요일 11시 반에 왔으니... 히말라얀 블랙이 혹시나 다즐링일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으나 보통 아삼, 얼그레이를 기본으로 갖춰놓으니까 전자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곳에 랍상소총이 있다니 하는 호기심과 놀라움에 그만 이놈을 시키고 말았다. (랍상소총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그 훈연 향이 너무 강해서 사실 안 좋아하는데...) 그리고 디저트로 포피씨드 케익이 있어 그것을 시킴.

 

랍상소총은 역시나 역시나 셌다. 아아 내가 왜... 너무 강해서 절반쯤만 마셨다. 사실 향만 극복하면 맛은 괜찮다만... 케익은 맛있었다. 케익을 먹고 강하디 강한 랍상소총을 찔끔찔끔 마시면서 나도 카페에 비치된 메모지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3색 볼펜으로 간단히 스케치를 해서 낙서판에 한 장 붙여두었다. 여기는 로컬들도 많이 오고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한국분 같은 여자분도 한 분 앉아 계시는 것이 역시 잘 알려진 카페였다. 그런데 나는 이번 한번 정도면 족한 것 같다. ‘인스타그래머블하긴 한데 내 취향만큼 아늑하진 않아서. 토토리우 때문인가, 랍상 때문인가... 혹시 히말라얀 블랙이나 얼그레이를 시켰으면 더 좋았을지도.

 

너무 웃겼던 것. 영원한 휴가님이 오늘 키라스 점원이 일기 쓸 거 같다. 마스터 오브 마스터가 와서 아침에 랍상을 시켰다라고 얘기하셨다. ㅎㅎ 아무도 안 시키는 랍상소총 시킨 동양의 마스터 ㅋㅋㅋ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랍상소총이 있으면 다즐링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기문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ㅎㅎㅎ 

 

 

카페 사진 여러 장. 여기는 예쁘기 때문에 사진 많이 찍음. 그런데 내가 폰에서 노출을 좀 올려놓고 찍기 때문에 실제 카페 내부보다 환하고 따스하게 나온 편이다. 맨 위 사진이 내가 앉은 창가 자리. 보기엔 아늑해보이는데... 추웠음. 무서운 랍상소총 기다리며...

 

 

 

 

 

카운터 쪽 자리들. 차라리 이쪽에 앉았으면 더 따뜻했을 것 같긴 하다. 

 

 

 

 

 

안쪽. 내가 앉은 창가 옆쪽. 

 

 

 

 

 

 

문제의 랍상소총님. 저 컵은 귀엽긴 했는데 손이 작은 나에게는 무겁고 손잡이가 커서 들고 마시기가 매우 불편했다. 창가 주전자 뒤에서 부리 벌리고 있는 빨간 새가 이 카페 로고. 아마 얘가 그 갈매기였나보다. 

 

 

 

 

 

 

 

 

낙서들 주렁주렁. 내가 그린 것도 저기~

 

 

 

 

 

 

이거. 근데 금방금방 다른 낙서로 가려질 것 같음. 

 

 

 

 

 

알록달록 귀엽다. 

 

 

 

 

 

엽서도 팔고, 사진에는 위에 조금만 나오고 잘렸지만 에코백도 팔았는데 저 빨간 갈매기가 넘 크게 그려져 있어서 딱히 당기진 않았다. 갈매기를 조금 작게 그리고 여백을 많이 뒀으면 더 이뻤을 거 같은데.

 

 

 

 

 

 

외관은 이렇다. 

 

 

... 아, 여기 좋은 거 하나 기억났다. 음악. 약간 앰비언트/전자음악 비슷한 노래들이 나와서 편했음. 

:
Posted by liontamer

 

 

 

커피 원에서 나와서 우주피스를 떠나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가다가 점심을 먹어야지 하면서 나오긴 했는데 티라미수를 먹었더니 허기가 가셔서 생각보다 또 많이 걸었다.

 

 

가는 길에 축복의 성모 정교 성당에도 들어가서 잠깐 기도를 하고(빌니우스에서 제일 큰 정교 성당이라고 한다), 문학 골목에도 들렀다. 이 골목에는 리투아니아 문학인 101(그 사이 늘어났을지도...)에 대한 조그만 타일과 글귀, 소개, 그림 등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문학 골목 쪽은 그늘이 져서 추웠다. 골목에서 나와 좀 걸어 올라가자 필리에스 거리 끝 무렵과 디조이 거리가 다시 나왔다. 이때 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교 성당인 성 파라스케베 성당 문이 열린 것을 발견. 사원에 들어가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여기는 매우 작은 성당이다. 나는 크고 화려한 성당보다 여기가 더 좋다. 2년 전 빌니우스에서 돌아왔을 때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곳은 이곳이었다. 

 

 

디조이 쪽은 역시 따뜻했다. 이때쯤 아 배고픈데상태가 되었고 다리도 무지 아팠다. 좀 걷다가 보키에치우 거리로 접어들었는데 체인 레스토랑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보다. 배고픈 와중 며칠 전 영원한 휴가님이 엘스카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중식당을 알려준 게 기억났다. 빌니아우스 거리 중간에서 좁은 옆골목을 통과하면 곧장 나오는 방향에 있어서 그리로 갔다. Asia Tasty라는 곳으로 여기는 흔히들 보는 해외의 중식당과 비슷한데 런치 메뉴가 7.5유로로 저렴했다. 그러나 내가 늦게 와서인지 주말이어서인지 수프 추가는 안된다고 했다 흐흑... 하여튼 나는 가지탕수를 시켰다. 밥과 양배추 샐러드가 같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한 가지탕수와는 달리 너무 잘게 썰려서 튀김옷 절반, 가지는 물컹한 식감만 느껴져서 아쉬웠지만 너무 배고픈 상태라 나름대로 맛있게 먹고 또다시 기사회생.

 

 

드로가스에 잠깐 들러 비누를 샀다. 챙겨온 미니 비누는 거의 다 썼기 때문에. 이 호텔은 핸드솝만 있고 비누가 없다. 그래서 제일 저렴하고 조그만 무향 비누(0.95유로)를 사서 들어옴. 방에 들어오니 3시 반 즈음이었는데 엄청 다리 아프고 피곤했다. 하지만 좋은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드로가스에 없어서 못 산 티슈도 사고팠고 계속 가려다 다른 데 가느라고 안 갔던 카이프 카페에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과 아이패드를 챙겨서 다시 나갔다. 중간에 서점과 옷가게들을 구경하고 H&MCOS가 있는 쇼핑몰도 구경했다(여기에도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가 있었다) 그리고는 리미에 가서 티슈를 사고 그 옆 후라칸에 다시 가고픈 마음을 꼭 누르고 카이프 안가봤으니까 그래도 가봐야지하며 카이프 카페로 갔다. 그 사이에 유로코스에 들러 나뚜라 시베리카의 다른 샤워젤도 하나 사서 가방이 엄청 무거워짐...

 

 

카이프 카페는 그냥 그랬다. (그래서 별도 포스팅도 없음) 궁금했던 리투아니아 카페 체인 블록깨기를 했다는 정도로 의의를... 여기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디야랑 좀 비슷한 느낌이었다. 카페인이 스타벅스, 후라칸이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느낌이라면 카이프는 이디야 느낌이랄까. 이제 베로 카페 하나 남았는데 거기는 가까이 있긴 한데 통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내부가 어두워 보여서 그런가보다... 하여튼 여기서 서머 바이브라는 이름의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매장이 그리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심지어 아이패드 스케치 하다가 그것도 망쳐서 오늘은 스케치 없음 흑... (커피 원 로고 그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

 

 

카이프에서 나와 이제 호텔로 귀가. 오늘은 청소가 잘 되어 있었고 시트와 베갯잇도 갈아놓았고 책상 아래 먼지도 없었고 계속 안 채워주던 헤어컨디셔너도 새것을 가져다놓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주말에 일하시는 분이 더 잘해 주시나보다 흑흑...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빨래를 하고 좀 쉬다가 누룽지 좀 남은 것과 즉석국을 섞어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많이 걸었다. 12,922, 8.6킬로. ‘좋은 날씨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나 혼자 내세운 슬로건 때문에... 근데 다리가 아프긴 하다. 평지가 아닌 곳과 돌길이 많아서. 하지만 내일은 또 흐려지고 오후부턴 비가 온다고 하니까... 날씨 복불복 때문에 해만 나면 막 걷게 됨. 하긴 뻬쩨르에서도 그랬지.

 

 

 

 

 

맨 위 사진과 이 사진이 문학 골목.

 

 

 

 

 

 

성 파라스케베 사원. 기도하고 나오면서 출입문 밖에서 살짝 찍음. 

 

 

 

 

튀김옷 절반이지만 나를 허기에서 구해준 가지 탕수 런치.

 

 

 

 

 

그래도 리투아니아 체인 카페들은 다 가봐야지 하는 맘에 오늘 드디어 들러본 카이프 카페. 숙소 바로 앞에 있어서 엄청 가깝다는 것만 장점. 근데 이 핑크 레모네이드 색깔이 이쁘고 빛이 잘 들어와서 사진은 또 예쁘게 나왔네. 

 

 

 

 

 

 

좀 이뻐보이는 핑크 레모네이드 사진 하나 더 올리고 마무리.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우주피스의 골목. 

 

...

 

 

어제 종일 비 온 후 오늘은 하늘이 파랗고 맑게 개었다. 아침엔 안개가 끼어 있었으나 곧 걷혔다. 최고 기온은 12~13도 전후라고 했다.

 

 

새벽에 깼을 때 양쪽 발가락이 아팠다. 요즘 양말을 신고 자서 뭔가 발이 불편한가. 좀 주물러주자 아픈 게 가셨다. 쥐난 것과는 다르게 물집잡혔을 때 욱신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는 괜찮았다. 하여튼 그래서 4시 반쯤 깼다가 뒤척이며 도로 잠들어서 8시 좀 넘어 깨어났다. 주말엔 조식이 11시까지라서 좀더 침대에 달라붙어 있다가 아휴 날씨 좋으니까 나가야돼하고 힘을 모아서 일어났다.

 

 

조식을 간단히 먹고 옷을 든든히 껴입은 후(기모 스타킹, 히트텍, 반팔 롱 원피스에 짚업, 숏패딩과 스카프) 방을 나섰다. 어제 검색해보니 우주피스 초입부에 자잘하고 귀여운 걸 파는 앤티크 가게가 있다고 해서 거길 가기로 했는데 정오에 연다고 했다. 피나비야에서 차를 마실까 했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그럼 젤 가까운 엘스카에서 카페인과 햇볕을 충전하고 우주피스로 가야겠다고 결정.

 

 

엘스카는 손님이 무척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가 보다. 브런치를 하는 곳이라서 더 그럴지도. 자리도 없어서 전에 앉았던 자리 앞의 노란 테이블에 앉았고 나중에 다른 여자분도 합석했다. (두개가 붙어 있는 테이블이었다) 손님도 많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아닌데다 목적지도 있었기에 나도 카푸치노만 한 잔 마시고 30분만에 일어났다.

 

 

엘스카에서 우주피스까지는 구글맵으로 찾아가기 쉬운 경로였다. 한적한 거리들을 따라 쭉 걸어갔다. 그늘은 싸늘하고 바람 불면 추웠지만 햇살 아래로 들어가면 따스해서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한국에도 물론 이런 가을 날씨가 있는데(오히려 더 좋은데) 맨날 일하느라 새벽 출근 저녁 늦게 퇴근하니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 걷는 기회가 거의 없다 ㅜㅜ

 

 

2년 전 왔을 때 두 번 들렀지만 우주피스는 내가 딱히 좋아하는 동네는 아니었다. 우주피스를 좋아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또 나이를 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묘하게 느껴지는 상업적 기운도 딱히 취향에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씨 좋을 때 조그만 강을 건너 우주피스로 들어가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찍어둔 앤티크 가게(이름은 uzantis 라고 했다)에 들어갔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빈티지 찻잔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살까 했다만 그리 많진 않았고 그냥 그랬다.

 

 

원래 이 도입부만 들렀다가 우주피스 헌법 쪽만 힐끗 보고 나오려 했는데 헌법 본 후 날씨가 좋아서 결국 언덕을 조금 올라갔다. 지난번 봤던 그 우주피스 고양이 쪽까지 올라갔다가(근데 막상 괭이 동상은 안 봤음) 내려와서 지친 채 커피 원에 들어가 따뜻한 백차와 맛있는 티라미수로 기사회생. 커피 원 얘기는 앞에 따로 올림.

 

 

일단 오늘의 1부는 여기까지. 사진 몇 장. 

 

 

 

 

오늘은 노랑 테이블 위의 빨강 러브라믹스 엘스카. 이건 내가 좋아하는 배색은 아니다만 그래도 또 귀엽네. 

 

 

 

 

 

 

엘스카에서 우주피스 가는 길에 Ignoto 거리를 지났다. 그런데 민트 비네투 가느라 지난번부터 이 거리를 몇 번 지났는데 오늘에야 깨달음. 여기 가로등 램프들 모두 알이 비어 있어! 장식인 걸까 아니면 옛날 램프 프레임만 놔두고 불 켜는 건 포기하게 된 것인가... 그래서 램프 프레임 사이로 건너편 사원 십자가를 집어넣어 찍어보았다. 그치만 램프가 있는 편이 더 좋은데... 

 

 

 

 

우주피스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 날씨가 좋아서 예뻤다. 하지만 이 다리에도 여지없이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도대체 자물쇠 매다는 걸 첨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일까ㅠㅠ  

 

 

 

 

우주피스 골목 벽면 낙서 중 한 컷. 노어 낙서가 많았다. 가운데 해님 위에 굵은 글씨로 '웃어, 바보야' 라고 적혀 있다. 

 

 

 

 

 

 

우주피스 헌법. 각국어 버전으로 쭈욱 새겨져 있다. 한글 버전도 있음. 재작년에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구시가지 구경시켜주시면서 여기 데리고 왔었다. 이 헌법에선 12, 13번이 재밌음. 특히 13번. 근데 고양이가 과연 정말 주인을 꼭 도와주기는 할까??? 

 

 

 

 

 

우주피스 골목에 매달려 있는 해파리들. 근데 이건 예쁘다기보단 좀 기괴해보였다. 그래서 스티클리우가 아니라 우주피스에 달려 있나보다. 흐느적흐느적...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3. 02:38

이미지 만회한 커피 원 Coffee 1 2024 riga_vilnius2024. 10. 13. 02:38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동안 미뤄놨던 우주피스에 다녀왔다. 우주피스까지는 숙소에서 걸어가기가 조금 멀기도 하고 또 좀 오르막길이라 팍 지치게 된다. 배도 고프고 너무 피곤한 상태였기에 원래는 빌니아우스의 피나비야에 가서 차 마시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아 몰라 눈앞에 있는 커피 원 가...' 하며 천사상 맞은편의 Coffee 1 카페에 갔다.

 

 

여기는 재작년에도 우주피스 갔다가 더위에 지친 채 들러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었던 곳이다. 그때 야외 자리가 별로라 '아 그냥 안에 앉을 걸' 하고 후회했었는데 이제 10월이라 야외 테이블은 치워져 있었다. 카페 내부는 작아서 테이블이 몇개 없었다. 점원이 매우 친절했다. 첨엔 입구 쪽 나무 테이블(문제의 그 야외 테이블과 같은 종류로 듬성듬성 판자 테이블 ㅠㅠ) 밖에 없어 속상했지만 나중에 자리가 나서 제일 안쪽의 바 테이블로 옮겼다. 그런데 이쪽은 아늑하긴 했지만 테이블이 너무 높아서 먹기가 불편했다 흐흑... 위 사진이 그 옮겨온 바 테이블. 

 

재작년엔 그닥 훌륭한 기억이 없었던 곳이었는데 오늘 티라미수를 시켜보고는 '엇, 맛있잖아!' 하고 갑자기 이곳에 대해 이미지가 좋아졌다 :) 어쩌면 안에 앉아서 그랬을지도... 오전에 카푸치노를 마시고 왔기 때문에 여기선 따뜻한 백차를 시켰는데 잎차 백을 잘 꺼낼 수 있도록 나무 꼬챙이(아 갑자기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생각이 안 남)에 끼워줘서 편했다. 이런 디테일 맘에 든다. 

 

 




맛있었기에 단독 샷 차지한 티라미수. 뻑뻑하지 않고 크림이 부드러운 스타일이었음. 아마 이때 너무 피곤하고 다리 아프고 지친 상태라 당분이 쫙 스며들어서 맛있었던 건지도...

 

 

 





첨에 앉았던 입구 쪽 테이블. 맘에 안 들었던 그 듬성듬성 판자 테이블이 다시... 그래서 안쪽 자리 났을 때 옮겼는데 테이블이 그렇게 높을 줄이야 흐흑...

 

 

 

 

나중에 다른 테이블들도 자리가 나서 옮기고팠지만 두번이나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그냥 있었다. 잠시 후 또 손님들이 엄청 들어왔다. 엄청 귀여운 깜장 포메도 들어왔는데 그 사진은 못 찍었음. 너무 귀여웠는데...

 

 

이 카페에 대한 예전 기억은 아래. 

 

 

moonage daydream :: 빌니우스 카페 7 : Coffee 1 (tistory.com)

 

빌니우스 카페 7 : Coffee 1

빌니우스 카페 일곱번째는 우주피스에 있는 Coffee 1. 여기는 우주피스 천사상 바로 맞은편에 있다. 날씨 좋을 때는 저 야외테이블에 앉거나 천사상 앞에 쭈욱 놓여 있는 테이블들에 앉는 것 같다.

tveye.tistory.com

 

 

:
Posted by liontamer

 
 

숙소 바로 옆 골목에 꽃을 파는 키오스크가 두개나 있다는 것을 오늘 발견했다. 거리에서 꽃 파는 할머니들도 비오는데도 나와 있었다만 꽃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 아쉬웠던 차에 키오스크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종류는 이것저것 있었지만 한송이씩 살 수 있는 건 장미와 튤립 정도였다. 한단씩 따로 묶어 팔고 있는 이 프리지아가 이뻐서 샀다. 우스운 건 살 때는 이게 프리지아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노랑, 하양, 드물게 보라색 프리지아만 사봤기 때문에 이런 꽃분홍색은 본 적이 없었으므로. 하여튼 이뻐서 골랐는데 한단에 10유로나 해서 '윽, 역시 비싼데. 할머니들한테 사는 게 훨씬 낫다' 고 생각하며 툴툴대며 들고 왔다. 그러나 향기를 맡고 프리지아임을 깨닫자 '프리지아 봄 꽃인데 지금 살 수 있으니 비싸다 생각하지 말자' 고 마음을 고쳐먹음. 온 방 안에 프리지아 향기가 가득하다. 
 
 
 

 
 

꽃병이 없어서 2리터 생수병을 잘라서 꽂아두었다. 병이 조금 크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집이 아니니 다 갖출 수 없음. 일주일 넘은 저 마트리카리아 닮은 들국화도 잘 살아 있다. 꽃가루를 너무 많이 떨어뜨려서 흠이지만. 

 
..
 

 
어제 열두시 반 넘어서 늦게 잠들었다. 그런데 새벽 5시 반에 깨버렸고 또 뒤척이다 꾸역꾸역 도로 잠들었다. 깨어나니 너무 피곤하고 계속 졸렸다. 다가오는 붉은 군대와 날씨 때문인 것 같다. 바깥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계속 자고 싶었지만 조식을 먹기 위해 또 꾸역꾸역 내려갔다. 오늘은 카페에 가기 위해 홍차 대신 녹차를 마셨다.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카페인 함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조식 테이블에서 맛도 없는 티백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용량을 깎아먹는게 슬퍼서. 
 
 

11시 즈음 방을 나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지난주 목요일에 빌니우스 도착했던 때 날씨 같았다. 그나마 바람이 불지 않아 그렇게 춥진 않았다. 아니면 내가 히트텍에 롱 후드 티에 니트 바지, 숏패딩까지 입고 나왔기 때문일지도. 비가 오니 멀리 가지 않고 숙소에서 길 건너 400미터만 걸어올라가면 있는 후라칸 커피에 가기로 했다. 이 옆에 리미 슈퍼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며. 이 후라칸에 대한 얘기는 별도 스케치와 글을 올렸으니 여기는 생략. 
 

 
후라칸에서 나오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커피 향이 가득 배었다. 비는 좀더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리미 슈퍼에서 물과 컵라면을 샀고 물이 무거워서 드로가스에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짐을 내려놓으러 방으로 돌아가다가 저 꽃을 샀다. 
 

 
방에 돌아오니 배가 고파서 컵라면을 먹었다. 원래는 짐 풀어놓고 근처에 뭘 먹으러 가거나 숙소에서 더 가까운 카페인 caif에 가려 했으나 비 오고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컵라면을 먹은 후 심지어 샤워하고 머리도 감았다. 이른 오후에 돌아와 방에서 쉬니 좋았다. 원래 이것이 집토끼 본능인데 여태 매일매일 잘도 돌아다녔지. 며칠 전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산 다즐링 Risheehat 퍼스트플러쉬 올해 햇차도 우려 마셨다. 향긋하고 좋았다. 이건 전에 로네펠트에서도 직구했었는데 햇차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이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책을 읽고 쉬었다. 저녁에 일을 마친 영원한 휴가님이 잠깐 들렀다 가셨다. 식사를 하긴 시간이 애매해서 견과와 초콜릿 코팅된 아이스크림 바를 사서 먹었다. 그런데 역시 견과와 초콜릿, 바닐라는 배신하지 않는 맛임. 
 


오늘은 4,370보, 2.5킬로. 집토끼!


 
내일은 날씨가 맑고 해가 난다고 하니 기대해봐야겠다. 기온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해가 나고 하늘이 파래지면 살 것 같음. 오늘 메모는 이 정도로 마무리. 꽃과 티타임 사진 몇 장. 
 

 



 

 
 
 
 

 
 
이 호텔의 시그니처 문양이 이건데... 티타임 사진을 찍자 너무 현란해서 눈이 아프네 흐흑... 사진에는 좀 안 어울리는 것으로... 재작년 방에서는 채도 낮은 푸른색이었는데 이 방은 갈색이라 더 그렇다. 
 
 
 

 
 
 
그래도 프리지아랑 다즐링 햇차랑 찍은 사진 하나 더. 둘다 향기가 좋았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1. 22:03

후라칸 커피 Huracan Coffee 2024 riga_vilnius2024. 10. 11. 22:03




후라칸 커피도 이 동네 체인이다. 여기는 약간 별다방 리저브 매장 느낌이 좀 나는데 카페인보다는 좀더 있어보이고 분위기도 좋다. 하니 앤 손즈 피라미드 티백을 주고 아삼과 얼그레이 중 고를 수 있다. 전에는 영원한 휴가님과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는 후라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려서 멀리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400미터 거리의 제일 가까운 후라칸에 갔다. 얼그레이와 블랙포레스트 주문. 차는 나쁘지 않았다. 대로변으로 난 통창에 붙어 있는 높은 테이블에 앉아 스케치도 하고 비오는 거리와 사람 구경도 좀 했다. 카페 사진 몇장 아래. (다른 구석들도 좀 찍고팠는데 비와서 그런지 점점 손님들이 늘어나서 못 찍음)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1. 21:22

비오는 날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11. 21:22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지난주에 빌니우스 도착했던 날 같다.



오전에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후라칸 커피에 가서 그린 스케치. 얼그레이와 블랙포레스트 케익. 방에 돌아오니 온몸에 커피 향이 뱄다.



이 카페엔 온갖 복잡한 소품이 많은고로 다 생략하고 차랑 케익, 조명 세 개만 그림 ㅎㅎㅎ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오늘 가봤던 문구점 Raštinė 안에 있는 카페. 빌니우스는 서점 안쪽 창가에 테이블 몇 개와 커피 카운터로 소박하게 자리잡은 카페들이 왕왕 있는데, 여기는 일본 문구를 주로 파는 아기자기한 문구점이다. 그리 넓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에 카운터와 창가 테이블 일부는 하얀 욕실 타일로 되어 있다.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셔서 오늘은 여기 가보기로 하고 나왔는데, 가긴 갔지만 제일 처음 갔던 곳은 여기가 아니었으니...
 
 
엄청 피곤하게 잤다. 8시 좀 안 되어 깼는데 7시간 가량 잔 것 같다.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긴 하다. 머리도 아프고 졸리고... 몸도 무겁고. 침대에 누워 잠깐 업무메일과 부서 단톡을 확인하고 급한 사안에 대해 답신을 보내준 후 ‘아아 밥 먹으려면 일어나야 해’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났다. 따뜻한 물에 잠깐 몸을 담근 후 조식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고 올라왔는데 너무너무 졸리고 다시 눕고만 싶었다. 그러나 오늘까지만 기온이 19~20도고 내일은 비 오고 그 후부턴 다시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으니 ‘안돼, 따뜻한 날씨 아까워’ 하면서 꾸역꾸역 기어나갔다.
 
 
아앗 그런데 이럴 수가! 분명히 일기예보에는 19~20도라고 되어 있었는데... 바람이 불고 음습해서 으슬으슬한 거였다! 해가 나지 않고 흐렸던 것이다. 11시 좀 넘어서 나왔는데 원래는 저 문구점 카페 Raštinė에 갔다가 근처 거리들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식당을 발굴하려고 했었다. 저 카페 아니면 토토리우 거리의 Kiras 카페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Raštinė도 문제의 네버엔딩 필리모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가야 했고... 이 거리가 어제도 생각했다만 날씨 안 좋을 땐 좀 춥고 우중충하다. 게디미나스 대로로 나왔을 때부터 ‘어 왜케 추워’로 시작, Jogailos 거리로 꺾어서 필리모 거리 가는 길에 금세 으슬으슬 추워지고 바람이 불어대서 ‘아아 나 지금 따뜻한 데 들어가야 한다. 문구점 못 간다’ 상태가 됨.
 
 
반팔 티셔츠에 후드 달린 롱 카디건 걸치고 나왔는데 스카프를 여미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그래그래 매일 가면 어때’ 하며 급하게 제일 가까운 엘스카로 뛰어 들어감. 흑흑, 며칠만에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엘스카. 생각해보니 숙소랑 가깝고 아늑하고 빛도 잘 들어오고 그림도 그리고, 옛날의 카페 에벨이랑 여러 모로 비슷하다. 에벨만큼 빈티지풍의 안락함은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에벨은 디저트도 맛있긴 했다 ㅎㅎ)
 
 
그런데 참 신기하게 엘스카에 들어가자 오늘은 해가 들지도 않았는데 따뜻해서 카디건도 벗고 나중엔 스카프도 벗었다. 라디에이터는 아직 안 튼 것 같은데. 춥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아무래도 조식 먹을 때 차를 너무 조금 마셔서 카페인 부족인가 싶고 또 디저트가 별로 없는 곳이니 다시 플랫 화이트를 시킴. 여기 와서 1일 1커피 중. 나중에 한국 돌아가서도 커피 마시는 거 아니야? 하지만 사실 차가 더 좋긴 하다. 여기서 차를 맛있게 우려주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오랜만에 현금 결제를 하려 했는데 잔돈이 부족하다고 하여 카드 결제를 했다. 확실히 어디나 요즘은 현금보다는 카드인가보다. 그때 내 동전지갑을 보고 점원이 ‘동전지갑 넘 귀엽다’고 했다. 쥬인이 옛날에 일본에 갔다가 선물로 사다준 지갑인데 뿌듯했음 :) 오늘은 플랫 화이트에 설탕을 넣었다. 설탕 넣은 플랫 화이트를 마시자 귀신같이 두통이 사라짐. 정말 카페인과 당분 부족이었나봐 ㅠㅠ 잠깐 몸만 녹이고 나가려 했으나 스케치를 한 장 그리느라 한시 다 되어 카페에서 나왔다. 화정 우리 집 앞에 엘스카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차리고 싶은 스타일 카페인데, 엘스카랑 카페 에벨...
 
 
몸을 녹인 후 엘스카에서 나오니 해가 좀 나왔고 아까보다 따뜻해서 ‘와 정말 그래도 20도인가봐’ 하며 필리모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 근데 바람이 불었다 안 불었다, 따뜻했다 안 따뜻했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절대적 기온 자체는 낮지 않았는데 구름이 많이 끼어서 해가 찔끔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기를 반복했고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여튼 쭉 걸어올라가자 문구점 카페가 나왔고 거기 들어갔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내부는 아니었고 메뉴도 적어서 구경만 하고 나갈까 했는데 창가 테이블이 비어 있는 걸 보니 또 앉고 싶어졌다. 디저트는 거의 없고 차도 별로 기대되진 않아서, 그리고 커피 마시고 나왔더니 목이 말라서 유리병에 든 생강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생강향이 강해서 맛있었다. 여기도 엘스카처럼 교차로에 있었다. 필리모 거리와 트라쿠 거리였던 것 같다. 통창 너머로 트롤리버스 구경,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도 엄청 대충 크로키를 두 장 그리고(그게 오늘 첨 올렸던 토끼 옷차림 2탄 스케치) 나왔다.
 
 
점심을 먹긴 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방심 상태가 되었다. 트라쿠 거리를 지나 올라가면 필리에스 거리가 나온다고 해서 그쪽으로 꺾어 쭉 올라가면서 주변 구경, 음식점 구경을 했다. 그러다 점점 배고파지고 또 추워져서(바람이 또 씽씽),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에 가서 블린을 먹기로 했다. 여기는 재작년 빌니우스에 왔을 때 제일 먼저 갔던 음식점이다. 그때 버섯블린과 딸기잼 블린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극도로 배고플 때였음. 근데 그때처럼 식사용 1개, 단 것 1개를 시켰어야 했는데 오늘 넘 배고프고 또 닭고기 든 게 궁금해서 닭고기 든 블린, 버섯시금치 블린을 시키는 바람에 용량 과다... 그리고 닭고기 든 블린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러시아에서 먹었던 스메타나와 채썬 양배추 등이 들었던 상큼하고 맛있는 블린을 상상했으나 자잘한 닭고기와 당근 필링은 치킨수프 맛이 너무 강해서 뭔가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힝... 그러고 보니 피나비야의 치킨 키비나이도 좀 그랬음. 여기서는 닭고기 소가 들어있는 블린이나 피나비야는 안 시키는 걸로... 버섯은 실패하지 않음. 결국 두 장은 너무 많아서 좀 남긴 채 죄책감을 느끼며 나왔다. 흑흑, 왜 내 위장을 과다평가한 거야.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가 옷을 좀 갈아입고 근처 카페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대성당 광장을 지나 게디미나스 대로로 갔다. 여전히 더웠다 추웠다 했음. 바람 불고 그늘 쪽이면 춥고, 해 나면 따뜻하고 반복. 이 와중 결국 대로변의 베네통 매장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입어보다가 지난주에 찍어뒀던 롱 스커트를 지름. 그때도 추운 날이었는데 이후 따뜻해져서 ‘역시 추워서 공연히 그랬나보다’ 라 생각하며 잊고 있었던 것이 오늘 되살아났음. 그래도 40% 할인 중이라 수지맞은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함. 근데 따뜻한 재질이었고 편한 스타일이라 여기 뿐만 아니라 귀국해서도 잘 껴입고 다닐 것 같아서 잘 산 것 같다.
 
 
옷을 샀더니 가방이 무거워졌다. 숙소로 들어가 잠깐 폰을 충전하면서 읽을 책까지 챙겨서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숙소에서 가까운 체인 카페인 Caif 카페라는 곳에 가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옷을 입고 스카프까지 매서 막 나가려는 순간 급피곤해졌고 레모네이드와 블린의 여파로 배가 불러서 카페에 가도 아무것도 못 마실 것 같았다. 그래서 다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고는 침대로 기어 들어가 한동안 쉬었다. 그리고는 배가 꺼진 후에야 햇반으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4시 반에 들어온 거니까 엄청 여유있다고 생각했으나 어째선지 오늘도 이 시간에 메모를 적고 있네... 하긴 업무 필수교육을 이수하라고 해서 그걸 챙겨봤구나... 엘스카 스케치도 그리다 만 부분 조금 마무리하고.
 
 
벌써 빌니우스에 온지 일주일도 더 지났다. 지난주 목요일에 왔으니까. 아아아,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10월 10일이야 엉엉. 아마 한 달밖에 못 쉬는 데다 돌아가면 엄청 빡세게 일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자꾸만 매일 이렇게 기어나가려고 애쓰는 것 같음. 원래는 집토끼라 방에만 있어도 만족하는데. 갑자기 슬퍼하며 오늘 메모 마무리.
 


오늘은 3.8킬로, 6.163보. 날씨 여파.

 


추가) 아참, 필리에스 거리로 걸어가다가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속보를 듣고 깜짝 놀랐고 또 기뻤다. 축하합니다!!!


 
 

 
 
엘스카. 저기 앉아있는 분이 어딘가 아주 약간 바리쉬니코프를 닮으셔서(코 때문인가 분위기 때문인가) 두어번 힐끗 보게 되었다. 
 
 
 

 
 
공간 감각 없는 자에게 너무 큰 도전이었던 창가 테이블 스케치 ㅎㅎ 오늘은 내가 원래 앉던 무지개 테이블(2개짜리)이 차 있어서 그 앞의 1개짜리 테이블에 앉았다. 이 자리도 좋았는데 콘센트가 없는 것만 아쉬웠다. 
 
 
 

 
 
나왔더니 볕이 좀 들어서 이렇게 야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 있었다(들어갈 땐 추워서 야외 텅 비어 있었음) 근데 여기가 따뜻해도 믿으면 안됨. 필리모 거리로 들어가면 또 응달이...
 
 
 

 
 
여기가 문구점 내부. 내 취향보단 너무 차갑고 미니멀리즘 스타일이긴 했지만 의외로 창가 자리가 앉아 있기 편했다. 
 
 
 

 
 
문구점 카페 창 너머로 바깥 구경. 길 건너는 사람들. 
 
 

 
 
교차로와 트롤리버스도 구경. 빨간 옷 입은 사람이랑 빨간 버스 지나갈 때 잽싸게 한 장 찍음. 
 
 
 

 
 
트라쿠 거리에서 필리에스 거리까지 가는 길. 도미니코누 거리를 지나게 되어 예전에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재건축 안된 옛 건물을 다시 보게 됨. 
 
 

 
 
다시 찾은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위장에 대한 과다평가로 두 장이나 시킨 블린(흑흑...) 아래가 버섯시금치, 위가 치킨. 소스는 뭐 줄까 해서 스메타나 추가.
 
 

 
 

방에 돌아와서. 4일에 한번씩 시트를 갈아준다. 오늘은 시트를 갈아줬고 락스 냄새도 좀 나서 만족... 하려다가 책상 아래에 어제 봤던 먼지가 그대로 있는 걸 발견 ㅠㅠ 진공청소기를 구석구석 안 돌려주나보다. 어제도 발목에 뭔가 조그맣게 자국인지 두드러기인지 약간 돋아서 간질거렸기 때문에 좀 걱정하다 긴 양말 신고 잤는데 -_- 벌레가 아니기를 바라며. 그 이후 더 생긴 건 없다만. 하여튼 책상 아래 먼지는 내가 물티슈로 닦아냈음. 힝... 

'2024 riga_vilni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라칸 커피 Huracan Coffee  (2) 2024.10.11
비오는 날 후라칸  (4) 2024.10.11
추워서 엘스카 피신  (2) 2024.10.11
뭘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거야  (2) 2024.10.10
쿠야도 잘 자  (2) 2024.10.10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1. 02:11

추워서 엘스카 피신 2024 riga_vilnius2024. 10. 11. 02:11

 

 

날씨가 추운 건 아니었는데 바람 불고 으슬으슬해서 나오자마자 목적지를 버리고 제일 가까운 엘스카로 피신. 몸 녹이면서 내 자리에서 보이는 구석 모습 스케치. 역시 똥손에게는 그리기 고난이도 카페야... 특히 벽이 모두 하얀 회칠벽이기 때문에 스케치에는 흰색으로 놔둘수 없어 애매한 아주 연한 청회색을 칠하게 되니 더 그렇다. 사실은 저 창가 바 테이블 아래(의자 세개 안쪽)에 검정색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그거까지 그리기 너무 힘들어서 생략함. 저번 스케치에선 테이블 생략, 여기선 라디에이터 생략 ㅎㅎㅎ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0. 22:22

뭘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거야 2024 riga_vilnius2024. 10. 10. 22:22





흐흑, 이랬지만...










이렇게 되었다.



참고로 플랫화이트 옆은 봉지설탕임. 근데 자꾸 담배처럼 그려져ㅠㅠ



그런데 오후에 해가 나다가 안 났다가 했고 바람이 엄청 불어서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ㅠㅠ 19도는 맞음. 하여튼 바람 속에서 더웠다 추웠다 해서 그랬는지 옷가게 가서 며칠전 찍어둔 긴 치마를 지름. 결론은 지름신. 으잉?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