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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도자기 인형들과 빌니우스 밤톨들이 평소와 좀 달라보인다면 그건 바닥에 깔아두었던 리넨 매트를 잠시 걷었기 때문이다. 어제 꽃송이 띄워뒀던 찻잔의 물을 엎지르는 바람에 매트를 빨아야 해서... 지금은 다 말라서 다시 깔아두었다. 여기 깔아둔 푸른색 줄무늬 리넨 매트는 십몇년 전 탈린의 리넨 가게에서 샀던 것이다. 그런데 손빨래하고 물기를 짜낸 후 그냥 말렸더니 쭈글쭈글해졌다 ㅠㅠ 좀 두꺼운 재질이라 그런가보다. 하여튼 다음에 얘들 사진이 올라오게 되면 그땐 다시 푸른 줄무늬 리넨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있을 것이다. 근데 이 사진은 너무 클로즈업해서 찍었나, 도자기 인형들이랑 코기들이 엄청 커보이네.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여독이 다 풀리고 시차에도 적응이 다 됐어야 하는 시기인데, 시차는 얼추 적응된 것 같다만 몸은 여전히 피곤하다. 다시 일을 하고 있어서, 그것도 빡세게 하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시차 적응은 대충 했지만 금토 늦게 자느라 신체리듬이 깨져서 오늘 일찍 잘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제도 한시 넘어서 자고...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자고. 오늘도 뭔가 꿈에 시달렸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계속 누워 있고만 싶었지만 붉은 군대 때문에 아팠고 약을 먹으려면 밥부터 먹어야 해서 괴로워하며 꾸역꾸역 일어났다. 아점을 챙겨먹고 진통제를 먹었는데 오늘이 제일 힘든 날이라 그런지 약기운이 제대로 돌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여튼 카페인 없는 민들레차를 타서 마시며 펠레빈의 '오몬 라' 재독을 완료했다. 그리고는 읽는 김에 '공포의 헬멧'을 다시 꺼내 읽는 중. 펠레빈은 여기까지만 다시 읽으려고 한다. 소파 한켠에 놓인 채 '나 이어서 읽어야지, 그래도 100쪽 넘게 읽었잖아' 하고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는 있는데... 흐흑, 원어로 3분의 1이나 읽은 게 아까워서 이어 읽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별로 당기지가 않네. 차라리 이 형제의 다른 두 권 중 하나로 돌아설까... (리가에서 세 권 사왔음)

 

 

이번주도 엄청 바쁘고 골치아플 전망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서 부딪쳐야지... 

 

 

새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 뭔가 잡히는 게 없다. 빌니우스에 갔을 때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폐기했다. 11월 중에는 뭐라도 시작하고 싶은데... 올해를 이렇게 황폐하게 아무 것도 못 쓰고 끝내고 싶지는 않은데... 뭐 마냐가 등장하는 로켓 이야기를 1월에 다 쓰긴 했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작년에 시작해서 올초에 마무리한 거니까... 여행은 여행 자체로 충만했으니 좋았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 

 

 

일단 출근을 위해 잠시 후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압, 기운을 내자! 노동자는 일터로....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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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1. 10. 16:13

일요일 오후, 무적잔, 오몬 라 tasty and happy2024. 11. 10. 16:13

 

 

 

일요일 오후 티타임.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또 붉은군대 때문에 몸도 아파서 오늘은 카페인 섭취 대신 민들레차를 좀 묽게 타서 마셨다. 물을 많이 탔더니 색깔도 묽어졌네. 민들레차는 까만색이라 커피랑 비슷하니까 이 잔이랑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좀 진한 홍차 색깔이 되었다. 

 

 

테이스트 맵을 떠올리기 위해 애크미에서 주문한 검정색 카푸치노 잔. 역시 이건 라떼아트가 들어간 커피가 잘 어울리는 잔이긴 하다. 그래도 또 나름대로 이쁘다. '무적잔'이라고 부르고 있음. '무적 테이스트 맵'이라고 내가 별명을 붙여줬기에. 근데 이 애크미 잔을 빨리 받아보려고 평소 금기시하던 쿠팡에서 주문했더니만 색깔이 제대로 발리지 않은 부분들이 보여서 '아니 이거 또 짝퉁 아니야?' 하는 의심에 휩싸임. 박스에도 애크미가 적혀있고 접시와 컵 아랫면에도 로고는 제대로 박혀 있다만 의심이 뭉게뭉게(몇년 전 쿠팡에서 웨지우드 잔 하나를 생각보다 저렴하게 샀다가 짝퉁이 와서 분노한 후 여기서 찻잔을 절대 주문하지 않았었음) '근데 애크미는 비싼 잔도 아닌데 설마 이것도 그러겠어? 유약은 좀 불균질하게 발릴 수도 있는데... 뭐 얼마나 편차가 있겠어? 손잡이는 똑같이 생겼네...' 하며 스스로를 세뇌 중. 짝퉁 아니리라 믿으며 그냥 써야겠다. 

 

 

 

 

 

 

오늘도 오후 햇살이 좋았다. 아주 잠깐 베란다에서. 바닥에 깔린 리넨은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선물해주신 유칼립투스 타월. 이 타월 사다주신 가게에서 이번에 리넨 선물과 내 테이블 러너를 샀다. 

 

 

 

 

 

 

하지만 햇살이 강해서 곧 거실로... 오몬 라는 오늘 재독 완료. 이 소설 읽을 때마다 슬프고 마음이 꽉 조여드는 느낌이다. 젊은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작가 소설들 중 가장 좋아해서 여러번 읽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13년에 프라하에 가서 머무를 때도 이 책을 들고 갔었다. 이 책과 도블라토프의 '보존지구', 마야코프스키의 시집. 그때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었고 이 세 권의 책이 심적으로 어떤 연결감을 주고 있었다.

 

 

이 소설은 펠레빈의 이후 작품들에 비해 훨씬 간결하고 진솔하고 뭐랄까, 좀 평평하다. 그리고 스트루가츠키 형제들의 소설들을 여럿 읽고 나서 펠레빈을 재독하니 역시 소련 SF의 대부인 이 형제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좀 있지 않나 싶기도 함. 특히 현실과 가상/환상의 영역의 연결이라든지, 동양적 사상이라든지 등등. 

 

 

 

 

 

 

햇살 사진 한 장 더. 

 

 

 

 

 

확실히 실내에서 찍으면 컬러나 느낌이 달라짐.

 

 

 

 

 

 

메리골드는 퐁퐁 국화랑은 좀 다르지만 역시 조금 수영모 같다. 

 

 

 

 

 

 

 

 

 

 

 

 

 

 

 

 

 

 

이것봐, 이것봐... 테두리 검정색 제대로 발리지 않은 부분... 이런 부분이 두세군데 있단 말이야 ㅜㅜ 근데 사실 러브라믹스도 그렇고 판매할 때 '수작업으로 발라서 유약이 불균질하게 발릴 수 있는데 이건 불량 아니에요'라고 적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컬러가 이렇게 비는 건 좀 다른 거 아니야? 흐흑... 신경 안쓰고 마시면 되긴 하는데... 한번 눈에 띈 이상 자꾸 저 부분이 보이게 된단 말이야. 

 

 

 

 

 

여행 다녀온 후 이불장에서 탈출해 거실에 자리잡게 된 쿠야. 장 안에 있는 더 커다란 형님누나 쿠마 일당들이 '우리는? 우리는? 우리가 더 먼저 너랑 같이 살았는데!' 하고 호소 중. 

 

 

 

 

 

 

근데 쿠야는 작아서 괜찮은데 다른 애들이 좀 크다... 젤 첨부터 함께 해온 쿠마가 젤 섭섭해할 듯. 조만간 쿠마를 꺼내야 하나. 근데 쿠마 비롯 다른 애들은 투명박스에 든 채 그 위에는 이불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꺼내기가 쉽지 않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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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