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dance2024. 11. 16. 18:31
몇시간 전 소식을 접했을 때 믿어지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오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조금 전에 마린스키에서도 공지를 올렸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무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보자고 포옹하며 헤어진게 5년 전 이맘때, 마린스키 후문의 운하 옆이었다. 전쟁만 끝나면 꼭 보러 갈 거라고 믿었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충격으로 그냥 멍했는데 이제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직 젊은데. 너무나도 재능있고 아름다운 무용수였는데. 베자르의 볼레로 추고 싶어했는데, 언젠가 꼭 그거 추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도 이 사람의 부상이 좀 나아졌는지 궁금해하며 12월 초로 예정된 공연 정보도 찾아봤었는데...
이제 마린스키에 다시 갈 수 있을지,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마샤와 어린 알렉세이, 알렉산드라, 가족들이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발로쟈, 부디 평안하기를...
많은 예술가들을 좋아했지만 정말로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해 오랫동안 가장 좋아했던 무용수였다. 나는 이 사람과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당신의 넘버 원 한국 팬이에요' 라고 했었는데. 이후 백스테이지나 공항, 사인회에서 만나면 언제나 다정하게 포옹과 볼인사를 해주고 이야기를 나눠주었는데... '당신'에서 '너'로 호칭이 바뀌었을 때 혼자서 너무나도 행복해했었는데... 그 재능, 그 아름다움, 그 열망과 불꽃... 그 모든 것이 너무 슬프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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