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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10 3.10 일요일 밤 : 아파서 좀 고생, 꿈, 무거운 마음, 고군분투 13
  2. 2024.03.10 여름 같았던 5월의 요세포프와 구시가지 산책
  3. 2024.03.10 일요일 오후
  4. 2024.03.09 3.9 토요일 밤 : 고된 일주일을 마치고 돌아와 뻗음
  5. 2024.03.09 토요일 오후 2
  6. 2024.03.08 3.8 금요일 밤 : 바뀐 잠자리에서
  7. 2024.03.07 3.7 목요일 밤 : 아버지의 수술, 순조로운 회복을 기도하며 2
  8. 2024.03.06 3.6 수요일 밤 : 너무 바쁘고 피곤, 내일을 위한 기도, 점심의 타락 2
  9. 2024.03.06 붉은 교각과 카잔 성당, 네프스키 사이
  10. 2024.03.05 3.5 화요일 밤 : 송신한 꿈들, 일도 어렵고 금쪽이는 피곤하게 군다 2
  11. 2024.03.04 3.4 월요일 밤 : 월요일 메모는 짧게 2
  12. 2024.03.03 3.3 일요일 밤 : 악순환, 기도, 미슈카와 냉전의 추억 6
  13. 2024.03.03 일요일 오후, 드레스덴 책갈피
  14. 2024.03.02 올림픽 곰돌이와 장미 컵, 허브차 6
  15. 2024.03.02 3.2 토요일 밤 : 쉬었음, 하름스, 에바, 쓰고 싶은데
  16. 2024.03.02 토요일 오후 2
  17. 2024.03.01 3.1 금요일 밤 : 달력 넘김, 쉬었음, 휴지기의 불만족
  18. 2024.03.01 금요일 오후, 꽃 2
  19. 2024.02.29 2.29 목요일 밤 : 피곤피곤 2
  20. 2024.02.29 할바 샀던 곳 2
  21. 2024.02.28 2.28 수요일 밤 : 하늘, 그래도 다행, 면접에 대해, 초콜릿과 핸드크림 2
  22. 2024.02.28 밤과 낮, 이삭 성당 근방
  23. 2024.02.27 2.27 화요일 밤 : 무리수 아침, 재택근무
  24. 2024.02.27 여름의 바실리 섬과 네바 4
  25. 2024.02.26 2.26 월요일 밤 : 나쁘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라 생각하며 2

 
 
 

간밤에 몸이 좋지 않았다. 기존의 증상이나 시기를 보면 배란통으로 추정되긴 하는데, 오른쪽 골반과 허리가 아프고 욱신거려서 새벽에 좀 힘들었다. 스트레스나 과로가 겹칠 때 가끔 이 시기에 아프기는 한데, 좀 우려가 되어 조만간 건강검진 때 이쪽도 검사를 받아봐야겠다. 낮에 아점을 먹은 후 진통제를 먹자 통증은 가셨다. 
 
 
아파서 새벽에 두어번 깨긴 했지만 그래도 도로 자고 또 자기를 반복했다. 아침에도 깼다가 다시 잤다. 꿈도 아주 이것저것 다양하고 생생하게 꿨다. 아침 꿈에선 해외에 갔는데 아주 친절한 아주머니가 어쩐지 프로방스 풍으로 느껴지는 자기 집에 묵게 해주었다. 거기다 회사 동료도 두명이나 합류했다. 나중에 나와 이 동료들은 거리로 나왔는데 자전거인지 리어카 같은 것에 조그만 말(망아지는 아니었다)을 묶어서 함께 걸어가는 아저씨, 오리를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 등을 보았다. 그리고 역시 이 꿈인지 아니면 그 전의 다른 꿈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아주 먼 곳에 와 있어서 지하철이든 택시든 버스든 교통수단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패턴이 되풀이되었다. 
 
 
많이 자고 늦게 일어났다. 아점과 약을 먹은 후 디카페인 차를 우려 마시며 쉬었다. 아버지는 오늘 드디어 가스도 나왔고 조금씩 더 움직이셨다고 한다. 엄마도 고생하고 있는데 빨리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 블로그 이웃이자 각별한 친구가 오랜 지병으로 너무 위중한 상태이다. 어제 가족분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병원에 가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너무 슬프다. 그저께 진료를 받으러 갔을때 이 친구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아직 너무나도 젊은데. 의식 없는 상태의 친구에게, 그 마음에 내 마음이 가 닿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 가족분들에게도... 주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부터 다시 바쁜 일주일이 시작된다. 지난주에는 아버지 수술 등으로 일을 다 해내지 못했는데 거기에 여러가지 변수까지 겹쳐서 이번주가 너무 힘들 것 같다. 나 혼자만 고군분투하는 느낌이다. 물론 부서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만 이 모든 문제들과 어려움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인력 보완이 좀 되면 좋을텐데. 나는 정말이지 그렇게까지 스마트하고 뛰어난 열혈의 재원이 아니건만 왜 그런 재능이 요구되는 상황에 자꾸 몰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ㅜㅜ 나에겐 정말이지 일 잘하는 직원 두 명이 필요하다. 더도 안 바란다 흑흑... 아니. 하나라도 좋아. 엉엉...
 
 
자꾸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하다. 아, 이게 혹시 오늘 맛있는 홍차를 안 마셔서 그런가 ㅜㅜ 카페인 결핍인가. 아니야, 월요병 때문일 거야... 기운을 내자.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자. 
 
 
오늘은 자전거를 20분 좀 넘게 탔다. 아픈 게 도질까봐 조금만 탔음. 아점은 어제 만든 제육볶음이랑 밥. 티타임으로는 디카페인 티와 티그레, 할바 조금. 저녁은 연어 1토막과 두부계란찜. 티푸드를 안 먹었으면 딱 괜찮은데. 하지만 주말에만 먹는 거니까 그 정도는 허용하며 살아야지 안 그러면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음. 내 다이어트의 바로미터인 파란 원피스를 저녁에 입어 보았다. 확실히 지퍼가 잘 안 올라간다. 흑흑... 이놈이 다시 여유있게 올라갈 때까지 노력을...

 
 
분홍 거베라와 도자기 짐승들, 이반왕자와 회색늑대 그림 두 장 더 붙여놓고 두서없는 일요일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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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들은 2017년 5월 29일, 프라하. 이 당시 숙소가 요세포프 근방이었다. 전날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타고 당일치기로 드레스덴에 다녀왔던 터라 이날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들 위주로 산책하며 돌아다녔던 모양이다. 프라하 구시가지 중 요세포프 구역 사진들이 대부분. 이 사진은 옛날부터 자주 들르곤 했던 유명한 베이크숍 프라하. 티라미수나 조각케익 뭐 그런 걸 사러 들어갔었던 것 같다. 



사진은 모두 아이폰 6s

 
 
 

 
 
 
 

 
 
 
여기는 엄밀히 말하면 요세포프 쪽은 아니고, 레테조바 골목의 카페 에벨 야외테이블. 지금은 문을 닫고 없다만. 
 
 
 

 
 
 
 

 
 
 
올망졸망 귀여워서 찍어뒀던 것 같다. 
 
 
 

 
 
 
 

 
 
 
 

 
 
 
5월말이었지만 이 당시 너무너무 더웠다. 전날 드레스덴에 갔을 때도 엄청 더웠는데... 이때 묵었던 숙소 바로 옆에 여행사 건물이 있었는데 그 창가에 이렇게 날씨가 나오는 스크린이 있었다. 이때 나는 너무 더워서 헉헉거리며 숙소로 들어오다가 저것을 보고는 '으앙 이게 뭐야.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지' 하며 더욱 헉헉거리며 숙소로 내달았다. 
 
 
 

 
 
 
그리하여 시원한 방 창가에 앉아 어딘가에서 산 체리를 씻어서 먹으며 쉬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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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10. 16:10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10. 16:10

 

 

 

일요일 오후 티타임. 신체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 몸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은 터라 오늘은 디카페인 홍차를 마셨다. 그래서 뭔가 만족스럽지 못함. 

 

 

 

 

 

 

 

 

 

 

바르샤바에서 사왔던 할바를 약간 잘라서 먹었다. 냉동실에 아직 왕창 남아 있음. 

 

 

 

 

 

 

 

 

 

 

 

 

 

 

 

 

 

 

 

 

 

 

 

 

 

 

 

미니 거베라 한 송이는 모가지 부근이 물렁해져서 금방이라도 툭 꺾이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에 잘라내서 찻잔에 띄워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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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는 아버지 대신 며칠 동안 일하고 계신 엄마를 위해 그쪽 동네로 건너가서 밤에 함께 있어드렸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을 매우 설치긴 했다. 그리고 어제 이동량이 상당했고(14000보 정도 걸었다. 7.7킬로) 좀 빨리 걸었더니 허벅지와 다리가 아주 아팠다. 역시 운동부족... 

 

새벽에 깨어났고 엄마랑 함께 좀 있다가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 8시 반 즈음이었다. 너무 피곤하고 온몸을 두들겨맞은 듯했다. 몸도 으슬으슬했다. 샤워를 한 후 전기담요를 켜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그대로 누웠고 한두 시간 정도 꿈을 꾸며 잤다. 머리도 무겁고 온몸이 쑤셨다. 이번주에는 일도 바빴고 목요일에는 아버지 수술 때문에 병원에 다녀오고 어제도 종일 회사, 내가 진료받는 병원, 거기에 엄마에게 다녀오느라 심신이 상당히 고된 나날이었다. 

 

침실에서 늦게 기어나와 뜨거운 물에 몸을 좀 담그고 있었다. 청소도 하고(집에서 별로 어지르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먼지가 많이 나오는 걸까 ㅜㅜ), 다이어트 중이긴 하지만 너무 기력이 없고 피곤해서 가지와 표고버섯을 넣은 매운 제육볶음을 왕창 만들고, 두부계란찜도 한 냄비 만들고 김치찌개도 한 냄비 끓였다. 근데 저녁엔 사실 탄수화물을 안 먹고 달걀이나 두부만 먹는데 저 제육볶음이랑 김치찌개 어떡하지. 그래서 오늘도 저녁까지 밥을 먹어버림 ㅠㅠ 망했어. 그런데 내가 만든 이 제육볶음은 심지어 맛있어 ㅠㅠ 

 

아버지는 조금씩 나아지고 계신 듯하다. 오늘은 내내 무통주사를 맞고 계시고 조금씩 움직여보셨다고 한다. 부디 순조롭게 회복이 되기를...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오늘은 실내자전거를 20분만 좀 살살 탔다. 하지만 아점과 저녁을 모두 밥이랑 제육볶음, 김치찌개 따위를 먹어버렸으니 폭망임. 

 

여전히 잠도 모자라고 피곤해서 오늘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까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한시 무렵까지 누워있었고 그 이후에도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가벼운 책만 읽으며 보냈다. 미뤄두고 온 일들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프다. 아 모르겠다, 일들은 월요일에 가서 처리하자. (일이 너무 많아서 처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ㅠㅠ)

 

 

꽃 사진 몇 장 접어둔다. 오늘은 미니 거베라 몇 송이와 마트리카리아, 녹색 필러 식물 조합이었는데 뭔가 부실하다. 그리고 마트리카리아는 지난주 꽃에 들어 있었던 터라 별로 반갑지 않았다 ㅠㅠ 하여튼 지난주 꽃들 중 남은 녀석들과 함께 꽂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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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9. 17:31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9. 17:31

 

 

 

평소보다는 좀 늦게 차를 우려 마셨다. 집에는 아침 8시 반쯤 돌아왔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피곤했던터라 침대에 들어가 좀 눈을 붙이고 늦게 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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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8. 22:51

3.8 금요일 밤 : 바뀐 잠자리에서 fragments2024. 3. 8. 22:51





오늘은 종일 아주 바쁜 날이었다. 어제 너무 피곤한 채 뻗었다가 새벽에 좀 일찍 깼다. 일찍 출근해 매우 빡세게 일했다. 오후 늦게 반반차를 내고 진료 때문에 시내 멀리 나갔다. 그리고 저녁엔 입원 중인 아빠의 일을 대신해주시고 있는 엄마에게 왔다. 오늘은 귀가하지 않고 여기서 하루 자고 가려고 한다.



아버지는 아침과 저녁에 통화를 했다. 마취가 풀린 후 주사를 맞고는 있지만 배가 땡기고 아프다고 하신다. 회복 중이니 아픈 건 어쩔수 없지만 이상이 있으면 상주 간호사나 간병인에게 꼭 얘기하시라고 해두었다. 그래도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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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셨다. 휴가를 내고 이른 아침에 택시로 이동,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를 잠깐 보고 격려해드렸다. 이후 엄마와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대기. 어제 아버지가 좀처럼 장을 비우는 약물을 드시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하셔서 엄마와 나 둘다 밤잠을 설쳤다. 약을 못 드셔서 혹시라도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도 되고, 약을 조금만 드셔도 너무 속이 뒤틀리는 것 같다고 하시는 것도 걱정이어서... 그래도 새벽까진 드시고 장도 비우셨다고 함.



기다리는 것은 당연히 고역이었다. 예상 시간이 넘어가자 걱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개복수술로 전환될까봐... 마침내 회복실 이동 문구가 뜨고, 담당 교수에게서 수술은 잘 끝났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아버지가 연세 때문인지 회복실에 좀 오래 계셨다. 퇴실하여 병동으로 옮겨가실 때 다시 뵈었는데 마취에서 다 깨지 않아 비몽사몽하셨다.



아버지는 통합병동에 입원하셨기 때문에 이후 엄마와 나는 병원에서 나와 많이 늦은 점심을 먹었다. 택시 타고 네시쯤 귀가했는데 난폭운전 때문에 멀미를 많이 했다. 병원에 있을 때도 계속 업무연락이 왔다ㅠㅠ 오늘 휴가를 냈기 때문에 내일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집에 와선 너무 멀미가 나서 일단 실내자전거를 30분 좀 안되게 타고 씻었다. 그랬더니 너무 지치고 기운이 빠져서 침대에 들어가 누워 있었다. 10여분쯤 깜박 잠들었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와서 깼다. 그 이후에도 한시간 넘게 누워 있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나는 웬만하면 오후에 눕지 않는데(불면증이 있어서 낮잠 자게 될 위험을 피함)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아버지와는 아직 통화를 못했다. 톡 확인이 안 되고 있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이 맑게 돌아오지 않으신 듯하다. 대장을 절제했으니 회복하는 동안 통증과 불편함이 상당할 것 같은데 부디 순조롭게 잘 회복되기를 기도하며 자야겠다.



오늘은 제대로 못 먹고 병원에 있다가 뒤늦게 엄마와 고기를 먹어서 식단이 엉켰다. 아침은 단팥빵 반개(병원 매점에서 사먹음 ㅠㅠ), 하루견과, 늦은 점심으로 돼지갈비구이 (엄마가 먹자고 하셔서 갔음. 고깃집에 정말 오랜만에 갔다) + 밥과 된장찌개. 저녁은 플레인 요거트 1개와 귤 반개. 점심을 너무 거하게 먹었다ㅠㅠ 그런데 간만에 먹어서 맛있긴 했다. 내 다이어트는 어디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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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였다. 일이 너무 많았다. 문제 많은 실무자는 여전히 문제였다. 여러가지로 힘든 하루였다. 그래서 퇴근도 좀 늦었다.



꿈에 시달리며 잤다. 해야 할 일들도 다른 일이 너무 몰려서 다 못했다. 내 몸은 하나인데 너무 힘이 든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일은 몰리고 손발이 될 직원들은 별로 없고 있는 사람들도 시원찮거나 금쪽이ㅠㅠ



내일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셔서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가보려 한다. 오늘 입원을 하셨다. 부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회복도 잘 되기를... 엄마가 보호자로 되어 있긴 하지만 지난번 수술 때도 엄마 혼자 밖에서 기다리며 너무 고생을 하신 것 같아서 내일은 나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선 병원이 꽤 멀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너무 복잡해서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아침엔 길이 막힐 것 같다. 경기도에서 같은 경기도로 이동하는 게 항상 서울 가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움 ㅠㅠ 수술이 잘되도록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오늘은 20분 가량 실내자전거를 탔다. 아침엔 삶은 달걀 1, 하루견과 1봉. 홍차 한 잔. 점심엔 맥도날드 신메뉴 무슨 토마토 치즈 크러스트 버거 어쩌고였는데 정말 끔찍하게 맛이 없어서 남김(오히려 다행인가 ㅠ) 그리고 누가 사준 폴 바셋 아이스크림. 저녁은 생선토막 50그램, 달걀 1, 오이와 파프리카 조금. 아침과 저녁은 괜찮았으나 역시 점심에 타락함. 그래도 점심에 타락하는 게 낫지 않나 함(신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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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년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이카 운하와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걷고 이따금 그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순서대로 모이카 운하의 끄라스느이 모스트(붉은 교각) 근처의 카페, 그리고 그리보예도프의 카잔 성당 맞은편의 카페 부셰,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네프스키 거리 풍경. 사진은 아이폰6s.



첫번째 사진은 잘 보면 카페 창 너머로 끄라스느이 모스트의 붉은 난간이 보인다. 그래서 붉은 교각이다.
 
 

 

 
 
 

 
 
 

 
 
 

 
 
 

 
 
 

 
 
 
저 아치를 통과하면 궁전광장과 에르미타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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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줌회의가 여럿 있어서 재택근무를 했다. 그래서 밀린 잠을 아침에 좀더 잘 수 있었다. 그것까진 좋았지만 정말 온갖 피곤한 꿈에 시달렸다. 아침까진 너무 생생한 꿈이었는데 일하다 보니 지금은 많이 가물가물하다. 또 해외에 나갔는데 이번엔 최고임원을 모시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뜬금없지만 동생과 친구가 함께였다. 그런데 동생이 숙소를 너무 이상한 곳에 잡아버려서 교외로 아주 많이 나가야 하는 곳이라 찾기조차 어려웠고 나는 너무 걱정을 하고 경악했다.

 

 

이후에 꾼 또다른 꿈에서도 회사 후배들이 나왔는데 이들과 어딘가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약속지점이 너무나 이상한 장소여서 도저히 도보로 시간 내에 도착할 수가 없어 이리저리 헤매고 고생을 해야 했다. 낯선 곳으로 나가야 하고, 또 장소는 꼬여 있고 고생을 하고 목적지는 찾을 수 없는 패턴들이 왕창 집중되어 너무 피곤한 꿈들이었다. 요즘 부쩍 이런 비슷한 꿈들을 많이 꾸는 걸 보니 여전히 일이고 인생이고 답을 못 찾고 힘들어하는 상태인가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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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임원이 또 피곤한 지시를 해왔다. 자꾸만 어려운 과제들이 쌓인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빠릿하고 적극적인 직원들이 필요하건만 실상은 결원이 계속 발생한데다 남아 있는 직원들도 수동적이고 다중수행능력이 전혀 없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믿고 일을 맡길 직원이 없고 계속해서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다 빵꾸가 난다. 결국 내가 문제인가 싶어 우울할 때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말 물리적 활용이 가능한 직원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자책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그리고 사실 이건 내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그게 더 나쁘다. 내 문제면 자신을 돌아보며 개선해보면 되는데 이건 물리적으로 일을 해나갈 직원들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서.

 

 

그리고 전통의 강호, 오리지널 금쪽이 히스테리 장착 직원이 여전히 말썽이다. 제2의 강력한 후속 금쪽이로 작년에 너무 내 속을 썩였던 독버섯(...이라고 내 마음속으로 별명을 ㅠㅠ) 직원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원조는 그대로 남아 있고 이 사람은 너무 심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아서 여러 모로 힘들다. 다들 열심히 해도 역량이 모자라서 어려운 판인데 소위 베테랑 직원이 금쪽이 짓을 하며 뻗대니 너무 답답하다. 내 마음대로만 할 수 있다면 이런 직원은 벌써 예전에 빼버렸겠지만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 일도 답보 상태고 직원들도 엉망이고. 


 
 
목요일에 아버지가 수술을 받는다. 부디 파업의 여파가 미치지 않기를, 목요일에 예정대로 무사히 수술을 받고 잘 회복되실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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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4. 19:22

3.4 월요일 밤 : 월요일 메모는 짧게 fragments2024. 3. 4. 19:22





월요일답게 바쁘고 정돈되지 않은 하루였다. 꿈에서 엄마와 동생이랑 부다페스트에 갔는데 막상 밖으로 나가지는 않고 방 안에만 있었다. 이것저것 뒤얽힌 꿈이었다. 이제 생각이 잘 안 난다.



오늘 식단. 아몬드유 1팩과 단감 1개. 점심 땐 간짜장(여기서 좀 꼬임 ㅠㅠ) 저녁엔 실내자전거 20분 후 달걀순두부 끓여놓은 것 1그릇.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잠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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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연휴가 다 지나갔다. 이제 다시 노동의 일주일이 기다리고 있다.



새벽 세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주말에 신체 리듬이 깨지면 내내 피곤해지는데 자꾸 악순환이다. 오늘은 디카페인 티를 마셨다. 저녁에 실내자전거 25분.



바쁜 일주일이 될 것이다. 이번주엔 몇가지 주요계획을 최고임원께 보고해야 한다. 신경쓸 일이 많다. 그리고 목요일엔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신다. 복강경이라 좀 마음이 놓인다만 그래도 당연히 염려가 된다. 밤마다 기도하고 잠자리에 든다. 목요일에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가야겠다.



이 블로그로 인연이 되어 우정을 이어온 소중한 친구가 무척 위중한 상태라는 가족분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 친구가 재입원한 후 몇달 동안 계속 기도해왔는데... 너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부디 내 기도와 마음이 가 닿기를... 부디 나아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간밤에 단편에서 발췌한 에피소드에 소련 올림픽 곰돌이 미슈카가 그려진 컵이 나오는데, 나도 이 녀석을 갖고 있다. 몇년 전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골동품가게에서 산 것이다. 미소 냉전으로 당시 올림픽엔 미국쪽 진영이(우리도 포함)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올림픽 마스코트들을 모아놓은 포스터를 보며 ‘소련 나쁜 놈들인데 왜 마스코트는 귀엽지?’ 라고 생각했었다. ‘저 곰돌이가 우리 호돌이보다 더 귀여워보이는데 이런 생각은 나쁜 거겠지?’ 하고 자책했다. 이후 냉전이 끝나서 그런 기억은 일종의 재미있는 추억이 된 줄 알았는데 요즘의 상황을 보면 역사는 되풀이되고 더 악화되는걸까 싶어 기분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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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3. 16:39

일요일 오후, 드레스덴 책갈피 tasty and happy2024. 3. 3. 16:39

 

 

 

오랜만에 하름스 선집을 꺼내 읽고 있는데 책갈피로 끼워놓았던 쿠키 포장지가 나왔다. 이것은 몇년 전 드레스덴의 어느 카페에서 티푸드로 내줬던 조그만 쿠키의 포장지이다. 초여름이었고(5월말인가 6월초였다) 볕이 매우 뜨거운 날이었다. 나는 프라하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드레스덴에 갔고 당시 베를린에 와 계셨던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반나절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쿠키가 두 개 나왔는데 나는 내 것을 챙겨와서 아마도 한국에 돌아와서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포장지는 책갈피로 끼워두었다. 

 

 

드레스덴은 작년에 엄마랑 다시 한번 갔다. 그런데 두번째 갔을 때도 도시 자체는 별다른 매력이 없었다. 엄마랑 같이 식당과 카페가 많은 골목을 지나갔는데 아마 저 쿠키를 내줬던 카페도 그곳 어딘가에 있었겠지만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시 드레스덴에 가게 될 일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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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2. 22:22

올림픽 곰돌이와 장미 컵, 허브차 about writing2024. 3. 2. 22:22

 
 


 

1월에 마친 마냐와 미샤의 단편에는 <4월의 로켓>이란 제목을 붙였다. 후반부에서 마냐는 미샤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따뜻한 차를 끓여준다. 마냐의 허브 차는 그 전에 썼던 중편 <구름 속의 뼈>에서도 등장했다. 마냐는 그 글에서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소설의 이미지와 골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인물이었다. 나는 염색한 머리와 담배. 배지가 주렁주렁 달린 가죽재킷과 (게냐와 리다의 표현대로라면) 할머니 같은 허브 차와 툴라 비스킷의 마냐를 데리고 와서 이 단편을 썼다. 
 

 
올림픽 곰돌이는 1980년 소련 올림픽 마스코트였던 곰돌이 미슈카이다. 맨 위 사진에도 있음. 장미 컵 사진도 구글링해서 아래 하나. 마냐가 가지고 있는 곰돌이 컵과 장미 컵은 사진 속의 컵들보다 더 낡았을 것이다. 이 글은 1997년 4월을 배경으로 하므로 곰돌이 컵은 그 당시로 봐도 좀 오래된 컵임. 미슈카는 러시아에서 곰을 귀엽게 이르는 별명인데 사람 이름인 미하일의 애칭에서 변형된 거라서 사실 이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미샤랑 이름도 같음. 미슈카 컵으로 차 마시는 미샤 :)
 

 
제냐는 이전에 썼던 90년대 이야기들의 주인공으로 미샤의 발레단에서 춤추는 주역 무용수이다. 본명은 예브게니. 친한 사이에서는 게냐라고 부른다. 바냐는 게냐의 동생. 탄카는 마냐랑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여인. 사르바르는 포주 깡패이자 마냐의 애인. 마지막에 잠깐 언급되는 크랍은 마냐의 옛 남자로 역시 포주 깡패. 쿠쟈 영감은 마냐의 어린 시절 옆집에 살았던 영감이다. 마냐는 아빠를 위해 보드카를 꾸러 그 집에 자주 갔다. 
 

 


발췌문은 아래 접어둔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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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는 내가 입술을 닦아내는 동안 베란다 쪽으로 가서 창문을 조금 열었어요. 그럴 만도 했어요. 방에 습기가 가득 차 있었거든요. 아침까지 비가 오는 바람에 빨래를 방 안에 잔뜩 널어두었으니까요. 그러자 건조대에 속옷들을 주렁주렁 널어둔 게 부끄러웠어요. 아 빌어먹을, 언제부터 사내들 앞에서 그런 거 신경 썼다고. 보여줄 거 안 보여줄 거 다 내놓고 별의별 더러운 짓을 다 하는데. 난 침대에 내던졌던 숄을 집어 들어 건조대 위에 급하게 덮어씌우고는 행주로 식탁에 엎질러진 콜라 자국을 박박 닦았어요. 그리고는 전기 포트에 물을 올리고 찬장에서 찻잎이 든 깡통을 꺼냈어요.

 

 

혹시 커피가 더 좋아요? 커피도 있는데. ”

 

차가 더 좋아요. 지난번 그 차도 맛있었어요. ”

 

 

물이 끓는 동안 나는 법랑 주전자에 찻잎을 가득 넣었어요. 예쁜 찻잔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냐가 찻잔도 좀 갖다줬다면 좋았을걸. 받침 접시가 딸려 있던 찻잔이 두 개 있긴 했는데 사르바르가 저번에 깨부쉈어요. 그나마 깨끗한 거라곤 노랑 빨강 장미가 그려진 컵하고 그 옛날 올림픽 곰돌이가 그려진 컵밖에 없었어요. 탄카가 전에 일하던 공장에서 여러 개 받았던 거라고 하나 주고 갔었죠. 그래도 장미가 좀 더 예쁘긴 한데 남자한테 꽃무늬 컵을 주는 것도 낯간지러워서 그냥 곰돌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미 컵은 이도 좀 빠졌거든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컵인데.

 

 

미샤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대신 내 곁으로 와서 찻잎 우리는 걸 구경했어요. 차 종류도 물어보고 잎을 얼마나 넣어야 잘 우러나는지도 궁금해했어요.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맛있게 우리는 방법을 잘 모른다면서. 나는 이반 차이와 민트, 캐모마일과 들장미 열매, 계피와 생강, 말린 레몬이랑 오렌지껍질을 섞는다고 말해줬어요. 미샤는 감탄했어요, 직접 그걸 다 말려서 만든 거냐고 물었어요. 눈을 반짝거리는 모습이 꼭 어린 시절의 내 동생 페쟈 같았어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 것도요. 그렇게나 우아하고 신사적인 남자가 순식간에 어린애로 바뀐 것 같았어요. 나는 아니라고, 이런 건 다 시장에 가면 판다고, 키오스크에서도 팔 거라고 해줬어요. 난 사도바야랑 블라지미르스키 시장의 좌판에서 몇 봉지씩 골라서 산다고.

 

 

그냥 입맛에 맞게 찻잎을 섞으면 되는 거예요. 이런 걸 직접 다 따서 말려서 만들려면 타이가 숲속에 살아야 할걸요. ”

 

그건 그렇겠네요. ”

 

 

진하게 우려진 차를 가득 따르고 꿀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녹여주자 미샤는 소파로 가는 대신 컵을 쥐고 그 자리에서 한 모금 마셨어요. 그 사람이 뜨거운 차를 살짝 입김으로 식혀가며 마시는 걸 보니 다시 페쟈 생각이 났어요. 꿀과 민트와 계피, 이반 차이 냄새가 부드럽게 퍼졌어요. 내 컵에도 차를 따르고 꿀을 녹이고 있는데 미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어요.

 

 

옛날에 수도원에서 신부님이 약초랑 꽃을 따서 말리는 걸 봤는데. 들를 때마다 그걸로 차를 끓여주셨어요. 이 차랑 맛이 비슷했어요. ”

 

이건 아플 때 마시는 건데. 몸이 따뜻해지거든요. 기침에 좋아요. 두 잔 마시고 푹 자고 나면 기침이 가라앉을 거예요. ”

 

그래서 그 신부님도 꼭 두 잔씩 줬나. ”

 

고향이 어디예요? 그런 수도원은 시골에나 가야 있는데. 아무리 봐도 시골 사람 같진 않은걸요. ”

 

, 맞아요. 레닌그라드 토박이예요. 그래도 옛날에 한 2년 가까이 다른 데 살았어요. 조그만 도시였는데 시골이랑 비슷했어요. 거기 수도원에 자주 갔지요. ”

 

 

 

교회에서는 사내들끼리 놀아나면 유황불 어쩌고 천벌 어쩌고 할 텐데. 내가 몸 팔아 돈 버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텐데. 어쨌든 나는 여자고 이건 남자한테 서비스를 하는 거니까요, 성경에도 창녀가 나와요. 구약에도 나오고 신약에도 나오죠. 그래도 그런 여자들이 심한 벌을 받거나 하는 얘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치만 소돔인가 고모라에서는 욕정에 불타는 남자들이 네 딸년 따윈 필요 없어, 방금 들어간 그 잘생긴 사내놈을 내놓으란 말이야. 우리가 그놈을 따먹을 거야뭐 비슷한 요구를 하는 얘기가 나와요. 그놈들에게 천사들이 불을 놨는지 소금을 뿌렸는지 하여튼 싸그리 멸망을 시켜버렸던 것 같아요. 교회도 안 다니면서 어떻게 이런 걸 다 아느냐고요? 바냐가 얘기해줬거든요. 제냐를 욕하면서. 근데 우스운 건 그 망나니 녀석도 교회 같은 건 안 다닌다는 거예요. 그냥 제냐를 욕하고 싶었을 뿐이죠. 그리고 제냐와 그런 사이라는 이 남자를. 아마도 그 수도원 신부는 이 사람이 그런 취향이란 걸 전혀 몰랐겠지요. 그러니까 이런 차를 두 잔씩 우려줬겠죠. 아니, 알았을지도 몰라요. 나도 다 알면서 차를 끓여주는 거니까요. 이 사람이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차를 한 모금씩 마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그 길고 예쁜 손가락들로 우스꽝스러운 저 곰돌이 컵을 아까 말보로를 쥐었던 것처럼 소중하게 감싸고 있는 것도, 그리고 이제 기침을 하지 않는 것도 다 좋았어요.

 

 

 

미슈카, 교회 다녀요? ”

 

아뇨. ”

 

근데 어떻게 그땐 수도원에 드나들었어요? ”

 

그때는 수도원이 아니었어요, 종교박물관이었죠. 아직 브레즈네프 때였거든요. 그래도 신부님이 관리인으로 있었어요. 거긴 정말 좋았어요. 그 차도. 그걸 마시면 정말 몸이 따뜻해지고 잠이 잘 왔어요. ”

 

그럼 오늘 밤에도 그렇겠네요. 맛이 비슷하다면서요. ”

 

그럴 것 같아요. 이 차는 정말 맛있네요. ”

 

 

 

어쩐지 나는 조금 울고 싶어졌어요. 그 사람이 정말로 내 차를 맛있게 마셔줘서. 몸이 따뜻해지고 잠이 잘 올 것 같다고 해서. 그러면 아까처럼 한밤중에 이렇게도 얇은 셔츠 차림으로 옥상에 나가 혼자 춤을 추지는 않겠지요. 그 난간에도 올라가지 않을 거예요. 정말 그럴 거예요. 그럴 땐 차라리 제냐를 깨우면 더 좋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생각할수록 너무 바보 같은 소리인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어요. 내가 뭐라고. , 그러고 보니 류샤에게도 차를 두 잔 끓여줬다면 좋았을걸.

 

 

나도 차를 한 모금 마셨어요. 맛이 아주 좋았어. 꿀도 딱 알맞게 들어갔고요. 그래요, 난 요리 따윈 엉망이지만 차만큼은 잘 우려요. 카잔에 살 때부터 그랬죠. 쿠쟈 영감이 차를 좋아했거든요. 그 영감은 직접 약초랑 꽃을 말리고 그루지야인가 어디에서 가져온 찻잎이랑 섞어서 가득 채운 주머니들을 집안 여기저기에 잔뜩 매달아뒀어요. 내가 보드카를 꾸러 가면 보통은 온몸을 더듬으며 수작을 걸었지만 신경통이 도져서 그런 짓거리를 하기 힘들 때면 차를 우리라고 시켰거든요. 얼마나 잔소리를 많이 늘어놨는지. 하여튼 그 영감 때문에 차 우리는 법은 지금도 잘 알아요. 그러고 보니 세상에 백 프로 나쁜 놈은 없나 보네요. 어쩌면 그 크랍 놈도 좋은 점이 하나쯤은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사르바르가 이따금 품에 나를 꼭 부둥켜안고는 키스를 해주면서 삼 년만 더 굴러서 한밑천 모으면 그때는 우리 같이 애새끼도 하나쯤 낳아보자고 하는 것처럼. 바냐가 미니어처 향수를 가져다주고 내 가슴에 콧잔등을 비벼대며 아무리 봐도 절벽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자기가 사업에 성공하면 실리콘을 잔뜩 넣어서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사실 이것보다 더 촌스러운 빨강노랑 장미 컵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저 당시 러시아에서 그렇게 흔하던 그 촌스러운 컵 사진이 은근히 찾기 어려워서 그냥 이 정도로 올려봄. (너무 멀끔한데...)
 
 
미샤가 말하는 '수도원과 신부님'은 80년대 초 유배되었던 가브릴로프의 수도원과 그곳의 관리인이었던 예고르 신부이다. 가브릴로프 본편의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이 수도원과 신부님이 두어번 등장했었다. (이 수도원은 원래 본편에서 중요한 장소였는데 막상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서무 시리즈에 먼저 나옴 ㅜㅜ) 서무 시리즈에서도 신부님이 미샤와 단추 베르닌에게 따뜻한 차를 우려준다. 
 
 
.. 마냐가 맨 처음 등장했던 <구름 속의 뼈>의 짧은 씬은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여기. 
 
moonage daydream :: 마냐와 허브 차, 로켓, 아리나 프로호로브나를 위한 숄 (tistory.com)

 

마냐와 허브 차, 로켓, 아리나 프로호로브나를 위한 숄

역시 작년 말에 끝낸 중편의 일부 발췌. 마지막 파트의 초입부이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게냐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계단으로 자기 방까지 걸어올라가고 이웃 여자 마냐와 마주친다. 제냐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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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너무 많이 자고 또 차를 진하게 마셔서인지 오늘은 중간에 여러번 깼고 얕은 잠을 충분하지 못하게 잤다. 그래서 종일 몸이 쑤시고 찌뿌둥했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그런데 편안하게 쉰 게 아니라 책도 영상도 그로테스크한 쪽을 봤다. 다닐 하름스 번역본을 읽은 후 원서를 꺼내 뒤적이고 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기 위해서는 마음 상태가 좀 중요하다. 너무 산란할 때는 정신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최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다시 보는 중이다. TV판의 후기 에피소드들을 몇 개 다시 본 후(카오루가 나오는 24편을 가장 좋아함) 오늘은 엔드 오브 에바를 다시 보았다. 이 작품도 다시 보려면 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이 작품은 다시 봐도 여러 모로 대단한 뭔가가 있다. 플롯이나 허세나 패러디 뭐 그런 건 그렇다치면 되고 전체적으로 정서적인 면과 연출력에서 격렬한 파워가 있는데 이것은 신극장판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그 시기 그 순간만의 고유한 매력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신극장판 마지막편인 다카포를 아직도 못 봤다. OTT를 이용하지 않는데다 뒤늦은 개봉도 놓쳤다. 그리고 몇년 전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스토리를 알아버리고는 기분이 팍 나빠져서 좀처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DVD라도 사볼까 하고 뒤져보니 최신판 블루레이만 나왔고 그나마도 품절이라 그냥 포기. 엔드 오브 에바도 얼마전 재개봉했는데 그때 너무 심란한 상태라 영화관에 갈 생각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다. 결국 신극장판만(Q까지) 영화관에서 봤네. 큐는 내가 좋아하는 카오루가 많이 나와서 기대하며 갔었으나(포스터에 엄청 낚여서 갔음!) 엄청 기분 나빠진 채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함. 전반적으로 나는 TV판과 엔드 오브 에바 쪽이 더 마음에 드는 보수적인 관객인가보다. 그러나 신극장판이 그렇게 맘에 안 들게 된 주요 이유는 아무래도 신규 등장인물이 너무너무 싫었기 때문인 것 같음.(그런데 그 인물이 완결편에서 더욱더 마음에 안 드는 결말을... ㅜㅜ 아무래도 걔 때문에 이 마지막편을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못 본 것 같다!) 하여튼 오늘 엔드 오브 에바를 다시 돌려보면서도 생각했다. 아니, 이건 내가 젊을 때도 이제 나이먹어서 봐도 내내 변함이 없네, 아무리 봐도 신지 너무 불쌍해 엉엉... 그리고 다시 볼 때마다 미사토 죽을 때 울어 엉엉... 하여튼 이제 신극장판 첫번째 편인 '서'를 다시 보기 시작함. 이건 실내자전거 타면서 아이패드로 돌려보고 있다. 근데 역시 신극장판은 서, 파, 큐 모두 근사하긴 해도 정이 가지는 않는 편이다. 
 
 
어제부터 다시 실내자전거 타기를 재개했는데 겨우 20분 쉬운 모드로 탔으나 오늘 너무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팠다. 얼마나 운동부족이었으면 ㅠㅠ 오늘은 30분 가까이 탔는데 다리가 좀 후들거렸다. 
 
 
가브릴로프 장편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 중이다. 중단된 부분을 이어서 쓰기가 쉽지 않은데 그게 2부 1장이었으니 아예 2부부터 다시 쓰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정 어려우면 그 시기 혹은 최근 몇년 동안 썼던 90년대를 다루는 단편을 하나 더 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오늘은 그로테스크한 하름스와 엔드 오브 에바 보며 쉬다가 하루가 다 갔네. 

 
 
 
 

 
 
 
꽃 사진 몇 장 더 접어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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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2. 20:55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2. 20:55

 

 

 

토요일 오후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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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3월 달력을 넘겼다. 3월 달력 사진은 레트니 사드 풍경이다. 물론 여름이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꽃들이 만발해 있어 어쩐지 봄 느낌이 나서. 

 

 

 

 

 

 

이번주 내내 너무 잠이 모자랐던 모양인지 자고 또 잤다. 새벽 알람을 끄는 걸 잊은 탓에 5시 반쯤 알람에 놀라 깼다가 '아아 오늘 쉬는구나' 하며 마음을 놓고 도로 잤다. 두세번 자다깨다 반복하고 꿈도 이것저것 꿨지만 하여튼 계속 잤다. 거의 10시 즈음에야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 같다. 깨고 나서도 정오가 다 되도록 침대에 늘어붙어 게으름을 피웠다. 원래 오늘 출근해서 일할까 했었는데. 피로가 너무 쌓여 있었던 모양이니 쉰 게 잘한 것 같다. 

 

 

아점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몇달만에 다시 실내자전거 타기를 재개했다. 이십여분 밖에 못탔지만 조금씩 늘려가야겠다. 저녁에는 방울토마토, 오이, 삶은 달걀과 생선 조그만 거 한 토막을 먹었다. 이 패턴을 계속 유지해야 할텐데. 

 

 

새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도 무엇을 쓸지 떠올리지 못했다. 마음은 계속해서 오래 전에 중단한 가브릴로프 본편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지금 상태로 그 다성악적이고 복합적인 장편을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 그 글은 층위도 다양하고 독자에게도 불친절하고 인물들도 많이 나오는데다 뭐랄까, 처음에 구상했던 플롯 중 한 가지가 지금으로서는 좀 삐걱거리는 느낌이 든다. 조금만 더 고민해 봐야겠다. 뭔가 유혈이 낭자하고 격렬한 단편 같은 걸 하나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아 잘 모르겠다. 하여튼 뭔가 좀 쓰고 있어야 마음에 안정이 되는데. 항상 글을 마친 후 새 글을 시작하기까지의 휴지기는 힘들고 불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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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1. 20:08

금요일 오후, 꽃 tasty and happy2024. 3. 1. 20:08

 

 

 

많이 자고 쉬었다. 오후에는 좋아하는 차를 좀 진하게 우려 마셨다. 티타임과 꽃들 사진 여러 장. 

 

 

 




 

 




 

 




 

 






 

 

 

 

 

랜덤 박스를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는 꽃과 식물도 여럿 섞여 있었다. 지난주의 수레국화 실패를 만회함. 

 

 

 

 

 

 

노란 솔리다고를 보니 봄 느낌이 들었다. 

 

 

 

 

 

 

이 하얀 꽃은 이름을 잘 모르겠음. 이게 스와니인가? 

 

 

 

 

 

 

마트리카리아, 장미, 카네이션 등 낯익은 꽃들도 여럿 들어 있었다. 

 

 

 

 

 

 

나머지 꽃들 사진 많이 접어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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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29. 19:37

2.29 목요일 밤 : 피곤피곤 fragments2024. 2. 29. 19:37





 
너무 피곤한 하루. 수면 부족 상태로 일찍 출근했다. 일 때문에 많이 바빴다. 아파서 계속 출근을 못하고 있던 직원이 잠깐 들러서 별도 면담을 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심란했다. 왜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 걸까... 가능한한 최선의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위로를 해주었다. 



 

식사 후엔 면접 심사에 들어갔다. 역시나 또 내가 진행을 해야 했다 ㅠㅠ 그런데 확실히 면접이 중요하긴 한 것이, 서류와 실제 모습 사이에 많은 간극이 있기는 하다. 여러 명을 연이어 집중 면접하느라 기력이 다 소진되었다.  


 
내일 출근해 일을 할까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쉬기로 했다. 많이 자고 쉬면 기력이 좀 회복될까 싶다. 어제부터 저녁에 탄수화물 섭취를 하지 않기로 하여 두부와 계란을 먹었는데 그러면 뭐해, 오늘 점심 때 티카 마살라 커리와 난을 잔뜩 먹어버림 흑흑. 그리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저녁에 막 밥이랑 과자 먹고픈데 꾹 참고 퇴근 중이다. 두통이 너무 심하다. 수면 부족 +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듯.



... (퇴근 후) 흑흑 견디지 못하고 밥을 먹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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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29. 16:48

할바 샀던 곳 2023 warsaw2024. 2. 29. 16:48

 

 

 

바르샤바 구시가지를 따라 걷다 보면 조그만 기념품 시장이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딱히 폴란드 쪽 기념품으로 특화된 건 아니어서 헌책, 터키나 중동 쪽 간식거리와 세공품, 숄, 인형 따위를 판다. 마트료슈카도 있고 헌책에는 러시아어로 된 책도 많았다. 바르샤바 도심에서 왜 자기네들의 기념품이나 특산품만 파는 게 아니라 할바와 중동 세공품을 그것도 입구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서 파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튼 할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웠다. 우리 나라에선 할바 구하기가 쉽지 않고 또 할바도 여기저기 맛은 천차만별이라. 여기서는 시식을 해보니 입맛에 맞아서 피스타치오와 향신료가 든 할바 한 통을 샀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아직도 냉동실에 잔뜩 남아 있다. 위 사진 가운데 약간 상단에 쌓여 있는 둥근 통이 바로 할바가 든 통들. 

 

 

 

 

 

 

입구는 이렇다. 바르샤바에 놀러가신 분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은 이 길을 지나치게 됨. 노비 쉬비아트에서 <왕의 길>을 따라 왕궁 광장으로 가시는 길이라면 대로 오른편에 있는 이 조그만 시장에 들러보세요. 대신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아마 나는 할바를 건졌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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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낮이 길어지고 있다. 7시가 좀 안되어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이미 하늘이 이렇게 밝아지고 있었다. 
 
 
잠이 매우 모자란 채 출근했다. 어제 늦게 잠든 탓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았으나 손에 잘 잡히지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수술 날짜가 다행히 다음주로 잡혔다. 파업 때문에 많이 늦어질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당초 용종제거 수술을 해주신 의사가 외과 쪽으로 전원시키면서 부탁을 해주셔서 빨리 잡혔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개복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 많았으나 복강경수술로 가능할 것 같다고도 한다. 여러가지로 다행이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결원도 많고 여러가지로 어렵다. 사람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니... 내일은 면접에도 들어가야 한다. 아, 뭘 입어야 하나. 안에는 대충 입고 그냥 코트를 걸치고 있어야겠다. 어차피 앉아 있으니 신발은 안 보이겠지. 면접 심사에 많이 들어가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던지는 질문들에 나조차도 제대로 대답 못 할 것 같다, 나는 면접 보면 떨어지겠다 등등. 
 
 
생각해보니 나는 이직을 한 적이 없고 지금 직장에서 아주 오래 일한 터라 그런 면접을 받으러 들어간 적이 별로 없다. 취업할 때 두세번 정도. 대학과 대학원 시험 때. 물론 직장에서도 프리젠테이션과 인터뷰가 지속적으로 있고 그것도 스트레스받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취업이 왔다갔다하는 면접과는 다르니... 하여튼 돈 벌면서 일해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결론이다. 면접장에 들어오는 분들은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는 나를 보며 쫄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뭔가 닿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은 사무실에 돌아오면 나도 일에 짓눌리고 괴로워하고 쫄고 힘들어하는 그냥 노동자임 ㅠㅠ 어쩌면 이렇게 면접 심사에 많이 참여하다보니 더욱 쫄아서 회사를 집어치우고 다른 일을 구하러 가지 못하는 건지도 몰라 ㅠㅠ (엉엉 나는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 어려울 거야, 엉엉 나는 이 업계에선 어차피 고연령 고스펙이라 애초부터 범주 외가 되어버릴거야, 엉엉 아예 다른 업무라면 생초짜니 안될거야 기타등등 끝없이 이어지는 현타들...)

 
 
피곤하다. 이번주는 금요일이 휴일이라 다행이다. 원래는 금요일에도 사무실 출근을 할 생각이었는데 심신이 지쳐서 아무래도 쉬어버릴 것만 같다. 
 
 
 

 
 
 
아침 하늘 사진 한 장 더. 
 
 
 

 
 
 

인턴으로 근무했던 직원이 기간이 만료되어 작별하면서 귀여운 초콜릿을 주고 갔다. 스티커 메모는 더 귀엽다. 점심 때 들어오다가 무화과 향이 나는 핸드크림 중 가격 대비 용량이 좀 많은 놈을 골라서 새로 샀다. 나는 원래 필로시코스를 좋아해서 향수와 고체향수를 썼는데, 다 쓰고는 여행 갈때 인터넷 면세에서 사려고 했더니 좀처럼 이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향수는 사지 않았는데 핸드크림은 그냥 편하게 막 쓰니까 비슷한 향이 나는 놈으로 아무 거나 쓴다. 집에도 핸드크림이 이것저것 있는데 그래도 자기 전에 바르는 건 25% 고보습 록시땅 시어버터로 마무리하긴 한다. 뜬금없이 핸드크림 브랜드로 오늘 메모를 이상하게 끝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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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8. 08:12

밤과 낮, 이삭 성당 근방 russia2024. 2. 28. 08:12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근방의 밤과 낮 사진 몇 장. 이때는 7월이었고 밤중의 가장 어두워질 무렵 숙소 앞에 잠깐 나와서 찍었다. 2014년. 이삭 성당과 천사들. 

 

 

 

 

 

 

 

 

 

여기는 아마도 네프스키 대로였을 것이다. 이미 10년 전 풍경이라 지금은 저 가게들도 바뀌었을 것 같다. 네프스키 대로를 수직 축으로 해서 양옆으로 여러 거리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낮. 여기는 해군성 공원에서 청동기사상과 네바 강변으로 나오는 길. 볕이 좋아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낮에 보는 천사는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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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7. 19:46

2.27 화요일 밤 : 무리수 아침, 재택근무 fragments2024. 2. 27. 19:46





오늘은 재택근무를 해서 아침을 이렇게 잘 챙겨 먹었지만 배가 아파 고생을 했다. 일어나서 얼마 안되어 별로 몸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가보다. 보통은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니 사무실에서 아침 요기를 해도 속이 괜찮은데. 알람에서  깬 후 30분만에 일을 시작하며 아침을 먹어서 위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듯함.



새벽에 두어번 깼지만 그래도 8시간 이상 자긴 한 것 같다. 수면 부족으로 너무 피곤했었다. 간밤에 부모님과 돌아가며 통화를 했다. 아버지는 암수술보다도 수술로 한두달 이상 쉬어야 하면 일을 그만 두셔야 할까봐 너무 심란해 하셨다. 그렇게 심란해 하시니 나도 기분이 안 좋았다. 한번에 하나씩, 지금은 빨리 수술을 받고 나아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씀드렸다.
 
 

오늘 일은 상대적으로 덜 바빴다. 실무자들에게서 막혀 있어 미루고 있는 일들 때문이니 별로 기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재택근무라 편한 옷을 입고 출퇴근길에 시달리지 않고 아침에 한시간 반쯤 더 잘 수 있었다.



좋은 일들이 좀 생기기를 바라며 오늘 메모는 여기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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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7. 09:37

여름의 바실리 섬과 네바 2017-19 petersburg2024. 2. 27. 09:37

 

 

 

햇살이 환하고 밝은 여름날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네바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기분은 너무나도 좋다. 이것은 도심의 그리보예도프 운하나 판탄카를 따라 산책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바실리 섬 자체에 배어 있는 특유의 뭔가가 있다. 이 섬에는 한편 끝에는 바닷가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과 네바 강변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바글바글한 주택가가 모여 있는 동네들. 나는 맨처음 러시아에 갔을 때 이 섬 바닷가에 있는 기숙사에 살았었다. 

 

 

사진은 2019년 여름. 아마 7월이었을 것이다. 볼쇼이 대로에서 가까운 동네에서부터 국립대학이 있는 강변까지 쭉 걸어가며 찍은 사진들. 아이폰 xs. 빛이 무척 예뻤다. 마음에 평화와 위안을 주는 사진들. 저때의 따뜻하고 조금은 뜨겁기까지 했던 쨍한 햇살이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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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잠이 모자란 채 새벽 출근했다. 아침에는 일을 하면서도 너무나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홉시 반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조직검사 결과는 걱정했던 대로 암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1기라 수술을 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한다.



엄마에게 몇기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가슴이 떨렸다. 엄마도 의사 보러 들어가는데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내가 그냥 휴가를 내고 같이 갔어야 했다. 지난번에 첨 그 큰 용종 발견했을 때 부모님이 너무 경황없어 하셔서 내가 의사에게 이것저것 얘기했었는데... 나라도 같이 갔으면 엄마도 덜 떠셨을텐데 싶다. 엄마는 지난번 의사의 말에 80% 정도는 나쁜 경우를 예상하고 가셨다고 했지만 그래도 역시 몸에 힘이 빠지고 가슴이 떨렸다고 한다. 당사자인 아버지도 내색은 안 하셨어도 걱정이 많았고 또 놀라셨을 것이다.



전화를 마친 후엔 잠시 그간의 불안과 걱정에 눈물을 좀 흘렸다가 그래도 최악의 경우는 아니다 싶어서 오히려 좀 안정이 되었다. 뭐든 결과를 모를 때 걱정이 불어나고 더욱 불안한 법이니... 제발 내시경 검사받으라고 종용해도 고집부리며 안 받으셨던 아버지가 담석 때문에 아프게 되었을 때 내가 혹시 위나 장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내시경도 받으라고 다시금 말해서 아픈 와중에 검사를 했다가 이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만일 그 일이 없었다면 검사도 안 받고 계속 그냥 계시며 암을 키웠을 거고ㅠㅠ 좋게 생각하자...



일을 하다가 수술과 예후에 대해 검색을 하다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는 수요일에 새로운 담당의사와 면담을 하고 수술 날짜를 잡게 된다. 그런데 의료 파업 때문에 수술이 늦어질까봐 걱정이다. 제발 빨리 수술을 받고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1기이긴 하지만 개복 수술을 해야 하고 회복에도 시간이 걸리고 아프게 되니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별도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될 거라 하니 그거나마 다행이다. 나도 올해 회사 건강검진이 시작되면 빨리 받아야겠다. 재작년 12월에 받았고 작년엔 너무 바빠서 놓쳤다ㅠㅠ 내 몸도 그닥 좋은 컨디션은 아니니...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귀가 지하철에선 뒤늦게야 잡은 자리에 앉아 몇 정거장 동안 정신없이 졸았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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