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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2. 17:21

요세포프, 프라하를 기억하는 방식 2025 praha2026. 1. 2. 17:21

 

 

 

작년 11월. 프라하. 구시가지 요세포프 구역. 

 

 

프라하에는 자주 갔었고 꽤 머무른 적도 있었다. 구시가지 광장을 중심으로 근방의 구시가 골목들. 요세포프. 블타바 강을 건너면 말라 스트라나와 흐라드차니. 그리고 신시가지 쪽으로 넘어오면 바츨라프 광장과 융만노바에서 이리저리 뻗어가는 동네들. 최근 가게 된 홀레쇼비체. 비노흐라디. 그외 내가 거의 들르지 않는 다른 구역들도 있겠지만(스미호프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신시가지는 비교적 요 몇 년 사이에 드나들게 된 거라서(바츨라프 광장 쪽만 빼고) 나의 오랜 기억들은 주로 구시가지, 특히 요세포프 쪽을 산책하던 시기들과 결부되어 있다. 말라 스트라나는 2016년 즈음부터 자주 다녔으니까. (시간적으로는 구시가지-말라 스트라나-신시가지 순이려나) 특히 요세포프 쪽을 많이 산책했다. 관광지와 딱 붙어 있지만 거리 몇 개만 꺾어서 들어가면 무척 조용해지고 또 싸늘해진다. 지금은 요세포프에 가면 춥고 좀 어두운 느낌이라 예전만큼 부러 찾아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다. 맨 처음 프라하에 갔을 때는 페테르부르크에 몇달 동안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열흘 쯤 머물렀던 거라서 이 도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지도와 여행서도 심지어 돔 크니기에서 사온 러시아어 지도와 여행서였다. 그래서 나는 요세포프를 러시아식으로 '유수포프' 비슷한 지명으로 불렀고 다른 거리들의 이름도 러시아식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길도 많이 헤맸었다)

 

 

프라하에 그렇게 오래 갔었고 몇 달 살기도 했는데 막상 프라하에서는 친한 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 아는 사람이 없다. 오래 전에 업무 출장 갔을 때 음악대학 교수님의 차를 타고 카를로비 바리 출장도 같이 갔는데 지금은 그분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카페들에서 만난 바리스타와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들이 친구는 아니다. 머물렀던 아파트의 리셉션에 근무하던 야나라는 귀여운 젊은 여인, 한때 여러 이야기를 나눴던 카피치코의 주인 로만, 나를 고용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했던, 도브라 차요브나의 긴 수염을 기른 주인, 이미 오래전 문을 닫아버린 앤티크 가게의 슬픈 눈을 가진 꽁지머리 주인 남자. 프라하는 아마도 그래서 나에게는 언제나 '여행의 도시', '짧은 조우의 도시'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동생과 같이 갔고 쥬인과 같이 갔고 엄마와 같이 갔던 도시. 출장을 갔던 도시. 혼자 돌아다녔던 도시. 료샤가 들러준 도시. (그리고 레냐도) 에릭이 나를 보러 왔던 곳. 정말로 우연히, 출장을 왔던 일린과 딱 하루 만났던 곳. 

 

 

료샤는 말라 스트라나를 좋아했다. 해가 잘 들어서 좋다고 했다. 레냐는 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았지만 그래도 백조를 구경할 수 있는 말로스트란스카와 캄파 쪽 강변을 좋아했다. 근방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에릭은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구시가지와 아르누보 풍의 시민회관, 검은 성모 조각상이 달려 있는 큐비즘 건물이 좋다고 했다.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재미있다고 했다. 북구 남자치고는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이 친구의 외향적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지금도 마찬가지임) 일린에겐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하긴 그는 프라하에는 항상 일을 하러 왔다고 했으니까. 설마 비노흐라디가 좋다고 하려나(내겐 좀 칙칙하고 재미없는 동네라서) 나는 이제 주로 카페들로 각 구역을 구분한다. 말라 스트라나의 카피치코, 구시가지와 요세포프의 카페 에벨, 바츨라프 광장의 도브라 차요브나, 융만노바의 헤드 샷 커피, 홀레쇼비체의 애시드 커피... 

 

 

사진은 요세포프 골목과 조그만 광장, 다시 골목. 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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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