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어제보다 침대에서 일찍 기어나와서 정오를 좀 지난 이른 시각에 차를 마셨다. 차를 다 마시고 나서도 2시 반 무렵이었으므로 느긋하게 글을 쓸까 했는데 친구가 논문 때문에 도와달라는 연락을 해와서 그거 통화하고 또 자료를 좀 검색해 주고 나니 어느 새 네 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느긋한 오후는 이미 지나간 것 같고... 이렇게 된 거 어제 게으름 피우며 미뤘던 머리 감기를 먼저 해야겠다. 흑흑 그냥 뿅~ 하고 주문을 외면 머리가 다 감겨지고 말려져 있으면 좋겠다옹.
지난 주말에 도착했던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중 아직 살아 있는 애들로 티타임 장식.
기분 전환을 위해 간만에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 관련 미니 에세이들을 다시 읽는 중.
저 꽃분홍 라넌큘러스는 푸른난초님이 보내주신 애들 중 줄기가 뚝 꺾어져서 짧게 잘라내 따로 꽂은 것이다. 라넌큘러스는 색채, 우아함, 미모, 다양한 화형 등등 다 갖췄지만 유일하게 튼튼한 꽃대는 못 갖춰서(대롱처럼 속이 비어 있다) 잘 꼬부라지고 운 나쁘면 무르고 똑 꺾어져버린다. 그래도 악착같이 짧게 잘라내어 이렇게~ 하여튼 그래서 라넌큘러스들은 시간이 갈수록 조그만 병이나 보드카 잔 같은 데 한송이씩 들어가 집안 여기저기 버섯처럼 분포하게 됨 :))
살구 타르트를 먹을 때면 료샤가 생각난다. 걔가 달콤하게 절인 살구와 서양배로 만든 디저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과와 무화과, 체리 종류가 들어간 걸 더 좋아하고 살구나 서양배는 딱히 선택지가 없을 때 고르는 편이지만. 일년도 훨씬 넘게 뻬쩨르에 못 갔고 친구와 만나 차를 마시며 서로 디저트를 뺏아먹으며 '야, 살구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건데 왜 네가 시켰냐. 그러니까 나 줘~' 하고 투닥거리던 것도 그리워져서 아쉬운 김에 미니 살구 타르트를 사서 오늘 티타임에 곁들여 먹음. 친구야 보고 싶다.
비가 종일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공휴일이라 이런 날씨에 집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런 날씨에는 기분이 차분해지고 또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사실 뭔가를 집중해서 쓰기 좋은 날씨이다. 이것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베란다 창의 방충망에 빗방울이 커다랗게 송알송알 맺혀 있어 찍어봄. 그런데 오래된 아파트라 베란다의 파이프 사이로 약간씩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다 ㅠㅠ 일단 타월로 물이 스며나오는 쪽을 덮어두었다.
비 때문에 너무 어두워서 오전부터 내내 불을 켜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티타임 사진은 어두침침하게 나옴. 연휴 동안 기분 전환으로 오랜만에 반지의 제왕 다시 읽는 중. 최근 3인공역본이 재단장해 출간됐는데 너무 비싸서 그건 살 엄두가 안 난다. 좋아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그래도 옛날에 그 번역자들의 초기 버전으로 제일 처음 읽었는데 좀 아쉽긴 하다. (반지전쟁 시절)
이 소설 읽을 때마다 눈물 찔끔하는 장면이 두 개 있는데 1. 보로미르 죽을 때 2. 세오덴 왕 죽을 때. 흐흑 보로미르... 나는 보로미르를 좋아했건만... 불쌍한 인간... 그리하여 오늘도 보로미르가 화살 맞아 죽어가며 아라고른과 마지막 대화를 나눌 때 눈물이 났음. 아라고른은 너무 고결하고 완벽한 영웅이라 나로서는 별로 맘이 안 가고, 오히려 참으로 인간답고 욕망에 흔들리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은 보로미르가 항상 맘에 밟혔다. 그에 비해 이 사람의 동생 파라미르는 너무 흐릿해서 별로 맘에 안 들었음. 게다가 영화판에서도 보로미르를 연기하신 분이 무려 숀 빈이라 더더욱 멋있게 보정되어버렸음(흑흑 영화 볼 때도 보로미르 죽을 때만 울었지...)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예나 지금이나 펠렌노르에서 에오윈이 악령 영주와 대결하는 장면이다. (영화에선 그 장면이 내가 원하는 만큼 멋있지 않아 매우 실망했음) 그리고 반지 들고 왕고생하는 프로도에게는 맨날 대왕 이입이 되고... 프로도 쫓아가며 온갖 충성 다 바치는 샘을 언제나 좋아했다. (뭐야, 결국 나는 충실한 집사를 원하는 것인가!)
... 그런데 MBTI도 그렇고 심리테스트, 영화 테스트 같은 거 하면 맨날 간달프가 나옴. 나 간달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흐흑... 난 메리나 피핀이 되고픈데 ㅜㅜ
조드쳬고 로시 거리와 바가노바 발레학교 그려진 찻잔 꺼내서 차 우려 마심. 어젯밤에 첫문단부터 완전히 새롭게 고쳐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나자 인물도 이야기도 손에 잘 붙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차 마신 후 잠시 반지의 제왕을 미뤄두고 페테르부르크 운하와 강을 다룬 여행서 두 권을 뒤적여보았다. 쓰기 시작한 글 때문에 지도 보느라고. 나는 그렇게도 자주 페테르부르크를 드나들었고 두번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머릿속에 전체 지도가 잘 안 그려짐. 그렇게 복잡한 도시도 아닌데! 하긴 서울을 머릿속에 그려봐도 강서 강북 강남 강동이 마구 뒤엉키니 애초부터 지리 감각이 형편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줄기가 짧아서 따로 잘라내어 작은 화병 두개에 소분해 서재에 가져다 둔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들도 이제 활짝 피기 시작했다.
과로와 무리 때문인지 콧물/재채기 증세가 있음. 열은 없어서 다행이다만 하여튼 쉬고 있다. 아침에 도착한 라넌큘러스들과 함께. 겨울 꽃이니 이제 마지막이겠거니 하고 한번 더 주문해 보았다. 오늘은 노란색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도 끼어 있어 좋다. 사진은 꽂은지 얼마 안돼서 물올림이 아직 덜 되었을 때라 꽃들이 좀 구겨져 있는데 지금은 좀더 반듯하게 활짝 피어오르고 있다.
오랜만에 꺼낸 밤 찻잔. 찻잔 이름이 밤(nochi)이다. 예전에 네프스키 거리의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이거 사면서 '이름마저 너무나 낭만적이다' 하고 생각했었다.
꽃은 화병 세 개에 나눠서 꽂아두었다. 다 피고 나면 아마 유리잔과 작은 꽃병을 두어개 더 꺼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꽃잎이 쫌 꾸깃꾸깃.
오랜만에, 타마라 카르사비나의 회상록 읽음 :) 이 책을 꺼내면 이미 오래 전이 되어버린 2006년 즈음, 뻬쩨르의 기숙사 방에 앉아 조금 추위에 떨며 이 책을 열심히 읽던 기억이 떠오른다.
새벽에 깼다가 '아, 토요일이구나. 늦잠 잘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굉장히 안도하며 도로 잤다. 그래서 늦잠 자고 토요일 오후 티타임은 이렇게. 오늘은 스토크와 라넌큘러스에 맞춰 찻잔도 분홍색 계열로.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읽을거리 계속. 삼총사를 다시 읽었으니 당연한 순서로 이 책으로 넘어옴. 그런데 나는 항상 이 소설보단 삼총사를 더 좋아했다. 이 소설은 보물 찾고 은혜갚는 파트까지만 좋아하고 정작 복수를 다루는 기나긴 이야기들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님. 그래도 한번 잡으면 머리 아프지 않게, 기분 좋게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1~2년에 한번쯤은 다시 읽게 됨.
맨 위 사진과 다른 점 : 만개한 라넌큘러스가 꽂힌 화병을 하나 더 올려둠. 꽃들은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
연휴는 끝났지만 오늘 하루 휴가를 낸 덕분에 집에서 쉬며 오후의 차를 우려 마셨다. 이 한가로움도 이제 오늘로 끝. 간밤에 너무 늦게 잠이 들어버렸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서 내일부터의 노동 리듬이 걱정되어 홍차는 디카페인 70%, 다즐링 30%로 배합했다. 그랬더니 두통이 제대로 가시지 않음 ㅜㅜ
어슐러 K. 르 귄의 강연과 서문, 서평 모음집이 나와서 얼마 전 주문했는데 틈나는 대로 읽고 있음. 나는 이 작가를 매우 좋아하지만, 사실 에세이에서는 좀 선생님 같은 느낌이라(너무너무 진지하셔서) 이분은 소설을 읽는 쪽이 더 마음에 드는 타입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 표지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님... 너무 알록달록...
소분해 놓은 꽃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이제 꽃들이 활짝 펴서 화병 네 개에 나눠 꽂아야 한다. 튤립들 중에서도 오렌지 튤립은 완전히, 꽃잎이 바깥으로 뒤집어질 정도로 피어버려서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 오렌지 튤립은 활짝 피니까 쫌 호박꽃을 연상시키는 구석마저 있다 ㅋㅋ
사진을 제일 잘 받는 건 바로 이 노랑 빨강 두겹 튤립 :) 실물보다 사진에서 더 이뻐보임. 색채 대비 때문에 흰 벽을 배경으로 하면 그림처럼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연분홍 튤립이 제일 여리여리하고 대도 쉽게 꼬부라지고 처져서 한 송이는 라넌큘러스와 스토크 사이에 꽂아두었다. 나름대로 색깔을 맞춰줌.
프리지아들도 많이 피어서 따로 꽂아두었다. 그리고 호박꽃 쫌 닮은 오렌지 튤립 한 송이 같이.
일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 일리아스를 다 읽은 후(역시나 헥토르의 죽음과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 찾아가 흐느끼는 장면에서 눈물이 ㅠㅠ), 오늘은 오디세이아를 마저 읽고 있다. 이 책도 역시 옛날옛날에 산 거라 엄청 바랬음. 당시엔 인터넷 책 주문 그런 게 없었고 그저 동네 서점들이나 시내의 큰 서점에 가서 발견하는대로 샀던 터라 출판사나 번역을 따질 여유가 별로 없었는데, 사실 이 판본은 번역이나 인쇄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새로 살까 생각도 든다.
일리아스에서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 헥토르와 프리아모스 왕인 것과 마찬가지로 오디세이아에서도 내 가슴을 울리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천신만고 끝에 귀향한 오디세우스가 거지꼴로 몰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사랑했던 사냥개 아르고스가 주인을 알아보는 장면이다. 너무 늙고 기력이 없어 주인에게 달려가지도 못하고 그저 반가워하다 곧 세상을 떠나는 아르고스에 대한 짧은 묘사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옴.
오늘도 미세먼지 때문에 날씨가 너무 흐리고 어두컴컴하다. 이른 오후부터 차를 마셨는데 빛이 잘 들지 않아 속상했다. 티타임 사진 몇 장 + 그리고 활짝 핀 튤립 사진들도 몇 장.
튤립은 정말 화려하고 그림처럼 예쁘다. 그리고 장미처럼 가시나 잎사귀 손질이 까다롭지 않아서 편하다.
토요일 오후 티타임은 이렇게 보냈다. 저 책은 무려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 샀던 것인데 부모님댁에 있던 것을 들고 왔다. 책이 너무 오래되어 누렇게 바랬고 글씨도 흐려짐. 되게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는데 역시 한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이거 다 읽으면 당연히 오디세이아를 이어 읽어야 함. 학창 시절부터 닳도록 읽었던 책들인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건 10년도 훨씬 전이었던 것 같다.
일리아스에는 무수한 누구의 아들인 a와 또 누구의 아들 b가 맞붙는 순간들이 이어지고 상대방 중 하나는 창이든 칼이든 화살이든 돌멩이든 하여튼 맞아서 죽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특출난 영웅들은 물론 예외지만, 수많은 인물들이 파도치듯 밀려오고 스러지며 나아간다. 누구의 아들, 어느 가문, 어느 왕국, 또 누구의 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기고 죽는다. 재미로 따지자면 오디세우스 1인에 집중되고 각종 아기자기한 모험들이 이어지는 오디세이아가 더 재미있겠지만 일리아스 안에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다 있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우와... 엄청 간결한 문구들이지만 진짜 정곡을 찌르게 잔인한 묘사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듬. 창을 던졌더니 눈으로 들어가 혀를 꿰뚫고 턱으로 나왔다느니, 화살이 엉덩이뼈를 부수고 방광을 꿰뚫었다느니, 무릎이 꺾어지기 전에 머리와 코와 입이 먼저 아래로 떨어졌다느니 등등... 한 문장 안에서 공격과 파괴, 죽음이 동시에 다 일어나고 완결된다.
그리고 이 완역본을 읽기 앞서 초등학생 때 어린이문고로 읽었던 '트로이의 목마'나 역시 어린이 판본의 그리스 신화까지 거슬러올라가봐도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트로이를 응원했었다. 트로이 쪽이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파리스가 뭐 그리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운명의 장난! 그저 여신들 싸움에 등터진 거 아닌지... 권력과 재물, 지혜, 아름다움 이 세가지 중 고르라고 했을 때 아름다움을 고른 것이 뭐 그리 잘못인가! 뭐 별로 용감한 인물이 아니어서 파리스는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고결한 헥토르를 좋아했었음. 헥토르 죽을 때랑 목마 들어와서 트로이 망할 때 눈물 흘렸었다 흐흑...
오후에 차 마시면서 열심히 읽어서 이제 파트로클루스의 출전 장면을 앞두고 있다. 이 사람이 또 불쌍하다. 아킬레우스라는 인간은 딱히 정이 안 가는데 파트로클루스는 훨씬 인간적인데다 비극적으로 죽게 되니 불쌍함. (생각해보니 비극적으로 죽는 등장인물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인가... 하다가, 일리아스에서 안 죽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 책엔 안나와도 트로이 전쟁 막바지부터 귀국 후까지도 왕창 죽어나가니 꼭 그래서도 아닌 듯하다)
일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보다는 한시간 빨리 차를 마셨다. 이웃님 블로그에 갔다가 문학퀴즈를 하고는 문득 다시 읽고 싶어져서 제5도살장 꺼내 간만에 다시 읽음. 드레스덴에서 시작되는 짧은 단편을 그야말로 앞부분 몇장밖에 쓰지 않고 3년 넘게 내버려두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때도 여름에 드레스덴에 갔을 때 이 소설을 생각했었는데. 거인이 쿵쿵거리며 땅 위를 짓밟고 다니는 소리들.
자고 일어났더니 라넌큘러스들이 더욱 활짝 피어나 있었다. 봉오리들도 조금씩 피고 있음. 이건 키 큰 화병에 유칼립투스랑 같이 꽂아둔 애들.
흰색, 복숭아색, 푸시아 핑크색 세 종류의 라넌큘러스가 왔다. 복숭아색과 흰색은 꽃잎에 광택이 돌고 매끈매끈하다. 꽃분홍색은 광택 대신 여름 쉬폰 같은 질감으로 겹겹이 휘장을 드리운 것 같은 느낌이다. 서재 이콘과 천사 앞에도 봉오리들만 모아놓은 작은 화병을 하나 가져다 두었는데 걔들도 조금씩 피고 있다. 짧은 줄기에 달린 봉오리들은 거의 모두 흰색이다. 걔들은 스프레이형이라서 그렇다.
티테이블에 앉아 거실 창문 쪽을 바라보며 찍으면 살짝 역광이 들면서 색채가 이렇게 좀 어둑하고 푸르스름하게 나오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예쁘고 분위기 있다.
이번주에 너무 녹초가 되도록 일해서 오늘은 완전히 뻗어 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업무와 관련해 여러 이슈가 있어서 종일 이것저것 체크하고 연락하느라. 차를 마시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함.
어제 사온 미니 장미. 클로즈업해서 꽃송이가 커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앙증맞다. 완전히 봉오리 상태인 꽃으로 골랐는데 난방을 돌렸더니 집이 따뜻해서 반쯤 피어났다. 주말에 추워진다고 해서 꽃주문 사이트를 이용하는 대신 동네 꽃집에서 샀다. 아무래도 동네에서 사면 가성비가 안 좋으므로 조그만 걸로 한 대만 샀음. 대신 꽃집에선 가시와 잎을 다 정리해주니 장미는 좀더 편하긴 하다. 장미는 가시 다듬는 게 너무 손이 많이 가서 ㅠㅠ
새해니까 행운의 붉은 수탉 찻잔. 새해에 이 찻잔 꺼내는 건 내겐 일종의 전통처럼 느껴진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나를 위한 선물로 주문했던 꽃들은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 :) 연휴가 끝나는 주말까지 버텨주는 꽃들도 좀 있을 것 같다. 기특하고 예쁜 꽃들이다. 물론 하루 두 번씩 물도 갈아주고 대도 잘라 주고 잎사귀도 제거해주는 등 나도 정성을 쏟아주고 있음.
쥬인이 직접 구운 쿠키와 케익을 싸들고 와주었다. 그래서 행복한 오후 티타임을 가졌다. 사진에는 쥬인의 커피가 빠졌음. 쥬인이 자기 커피잔 대신 크리스마스 장식볼을 찍어달라고 했음 ㅋㅋ(커피잔까지 놓고 찍기에는 테이블 자리가 모자랐다)
쥬인이 구운 이 커다란 쿠키는 정말 엄청나게 맛있었다! 계속 먹게 되는 마성의 맛!
왼편은 쥬인 주려고 남겨두었던 카르토슈카. 오른편은 쥬인이 직접 구워온 영국식 허니케익. 내가 아는 허니케익은 러시아의 메도빅/체코 메도브닉이었는데 영국식은 이렇다고 한다. 파운드케익을 훨씬 촉촉하게 만들어서 꿀을 잔뜩 넣은 맛인데 이것 또한 너무나도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었다!
소박해 보이는 모양새이지만 진짜 맛있음. 금손 쥬인!!!! 이것도 자꾸자꾸 먹게 되는 무서운 케익! 티푸드로 정말 잘 어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마카다미아도 쏙쏙 박혀 있다!
이 티푸드의 마력 덕에 쥬인은 커피를 내려 마신 후 내가 우린 홍차도 마셨다 :)
나 먹으라고 쥬인이 쿠키랑 케익을 많이 가져와서 내일도 먹을 수 있다. 으앙 행복해~ 쥬인 고마워~ 정말정말 최근 먹었던 티푸드들 중 쥬인이 만들어온 얘들이 제일 맛있었다. 금손 쥬인~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쥬인 왔으니까 알전구에 불 넣어서 반짝반짝 하는 거 보여주었다 :)
크리스마스였다. 최소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려고 오랜만에 호두까기 인형 찻잔을 꺼내서 차를 마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로모노소프 찻잔들은 거의 모두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로모노소프 가게들(일부는 블라디보스톡)에서 꾸준히 사모은 것이지만 이 호두까기 찻잔은 마린스키 극장의 기념품샵에서 샀다. 로모노소프에서 이 발레 시리즈 찻잔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매년 갈때마다 맘에 드는 것을 한두개씩 사 모았지만 호두까기는 딱히 발레도 이 디자인도 취향에 안 맞아서 사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인가,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니까 호두까기 사야지' 하고 갔더니 가게에 다른 시리즈는 있지만 이것은 없었고 점원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절판인데 다시 나올지 잘 모르겠다는 답을 들었다. 마침 그날 마린스키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샵에 이것이 있어서 '다시 안 나온다면 여기서라도 사야지~' 하고 냉큼 샀었다. 마린스키 샵이 좀더 비쌌다(ㅜㅜ)
하여튼 그래서 이 찻잔을 꺼내면 마린스키 구관의 좁은 기념품 가게가 떠오른다. 나에겐 오랜 추억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고.
사족으로... 호두까기는 절판되지 않았고 그 다음해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다시 팔고 있었다 ㅋㅋ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주문했던 꽃이 아침 일찍 도착했다. 굉장히 예쁘다. 빨간색 계열을 사고 싶었지만 상술이 너무 드러나서 빨간 장미 몇송이에 녹색 이파리로 장식한 것만 비싸게 팔고 있어 같은 값이면(심지어 몇천원 더 저렴한) 다른 꽃다발을 주문하기로 했다. 파스텔톤의 꽃들이지만 무척 아름다워서 마음에 들었다. 꽃 사진들은 오늘의 메모에 따로 올려보겠다.
호두까기 찻잔은 이 디저트 접시까지 총 세개짜리 세트이다. 꺼내놓으면 화사하고 아기자기하고 이쁜데 이게 아무래도 시즌을 타서 크리스마스 아닐 때는 잘 안 꺼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