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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어제보다 이른 시간에 차를 마셨다. 그래서 첫물을 우려 마실 때엔 거실에 빛이 들어와서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두시 반 정도가 되자 날씨가 급속히 흐려졌고 빛의 방향도 서서히 이동해 가서 두번째 찻물을 우릴 때는 불을 켰다. 

 

 

 

 

 

 

 

 

 

 

 

몇년 전 가을에 프라하의 틴 광장에 있던 작은 앤티크 가게에서 샀던 중세 유리잔. 가게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던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꽃병은 얼마에요?' 라고 묻자 주인은 '이건 물잔이에요. 컵이죠' 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나는 '물잔으로 쓰기엔 어려울 것 같으니 꽃병으로 써야지' 라고 맘먹고 이것을 샀었다. 이 중세 유리잔과 체코 큐비즘 컵을 샀었는데 후자는 수하물 가방 안에서 이리저리 구르다 가장 매력포인트였던 물방울모양 손잡이가 떨어져나가버려서 결국은 써먹지 못했다.

 

 

이 유리잔은 이따금 대가 짧고 자그마한 꽃들을 꽂는데 쓰고 있다. 이 잔을 사던 시기는 무척 힘들고 괴롭던 시절이라 꺼낼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희미하게 욱신거리는 느낌이 든다. 

 

 

 

 

 

 

 

 

 

 

 

아직 살아있는 리시안셔스들, 흰색, 노란색, 분홍색 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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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