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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에 해당되는 글 40

  1. 2020.03.29 한겨울의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2. 2019.08.17 네프스키 수도원 생각 중
  3. 2019.07.07 네프스키 수도원 2
  4. 2019.04.04 수도원 가는 길
  5. 2019.02.25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2
  6. 2018.11.11 한겨울 수도원과 네프스키 거리
  7. 2018.10.13 수도원 풍경
  8. 2018.09.10 9.9 일요일 밤 : 수도원, 종소리, 서양배빵, 도블라토프, 비프 스트로가노프 등등 2
  9. 2018.09.09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다녀옴 2
  10. 2018.06.21 한겨울의 수도원
  11. 2017.11.06 사랑하는 도시, 사랑하는 장소들
  12. 2017.10.06 10.5 목요일 밤 : SINGER 카페, 수도원, 다시 도씨 묘, 비오는데 동분서주, 레냐 재회 2
  13. 2017.10.05 수도원, 비 주룩주룩, 돌사자의 대화 2
  14. 2017.09.06 겨울날 늦은 오후의 페테르부르크 산책 6
  15. 2017.08.02 추운 날 사진으로 더위 쫓는 중 6
  16. 2017.06.27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그리워하며 8
  17. 2017.02.06 당신에게는 감사와 기도와 입맞춤을, 그리고 꽃과 송가와 촛불을,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2
  18. 2016.12.29 투명함과 어둠 사이에서 18
  19. 2016.12.20 수도원 가는 길 2
  20. 2016.12.16 어디에서나 다르고 아름다운 램프 불빛들 2
  21. 2016.12.08 겨울 왕국 4
  22. 2016.12.07 12.6 화요일 밤 : 어제의 고생, 수도원과 카페, 도스토예프스키 묘에서, 해 진 후엔 8
  23. 2016.12.06 수도원 다녀오는 길 6
  24. 2016.10.22 그 수도원 빵을 내놓아라! 4
  25. 2016.10.18 아끼고 있었죠, 평온과 위안을 위해 4
2020. 3. 29. 22:38

한겨울의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2016 petersburg2020. 3. 29. 22:38

 

 

 

마음의 위안을 위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한 장과 함께 잠자리에 들려는 중이다. 2016년 12월. 무척 추웠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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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7. 22:20

네프스키 수도원 생각 중 2017-19 petersburg2019. 8. 17. 22:20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들어가는 길 풍경이다. 지난 7월초. 여기는 마음의 위안과 평온을 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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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7. 22:45

네프스키 수도원 2017-19 petersburg2019. 7. 7. 22:45





아침에 수도원 다녀옴.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친데다 어제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 너무 지쳐서 낮에 호텔 돌아와 두시간 반 정도 뻗어 자고 일어났다. 귀찮아서 어제 수퍼에서 사온 도시락 라면에 누룽지 말아서 대충 먹고 드이냐로 입가심 중. 극장 가서 차 마셔야지.


슬슬 준비하고 나가려 한다. 저녁에 마린스키 발레 돈키호테 보기로 함. 출연진은 투우사역의 세르게예프 빼곤 그냥 무난한 정도... 아아 발로쟈, 오늘 바질이면 얼마나 좋았을꼬. 그치만 라 바야데르에서 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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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4. 21:24

수도원 가는 길 2017-19 petersburg2019. 4. 4. 21:24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작년 9월.


많이 지쳐서 위안을 위해 올려봄. 내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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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25. 00:35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2017-19 petersburg2019. 2. 25. 00:35





자기 전. 마음의 위안을 위해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경내 사진 몇장 올려봄.


며칠전 창가의 날개 사진을 올리면서 위안의 순간을 위해 아껴놨다고 썼는데 이 사진도 그렇다. 수도원 묘지를 걷고 있는 붉은 스카프와 붉은 치마 여인. 스며드는 빛.







​​










작년 9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 한겨울에 눈쌓인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래도 이렇게 빛과 녹음이 가득할 때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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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1. 00:01

한겨울 수도원과 네프스키 거리 2016 petersburg2018. 11. 11. 00:01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세장, 그리고 수도원 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네프스키 거리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세장. 수도원은 아이폰으로 찍었고 네프스키 거리는 dslr로 찍음.

 

힘든 시기였다. 이때 사진 폴더들 뒤적이다가 내 사진 보고 깜짝 놀람. 헉, 나 이때 비해 지금 몇킬로 늘어난 거니... 근데 이 당시 내 모습을 보니 지금보다 훨씬 날씬하고 이목구비도 더 뚜렷하긴 한데 대신 무지 힘들고 아파보이긴 하네.. (그래도 지금 너무 똥그래지긴 했어 ㅠㅠ 다 과로 때문이야.. 과로하면 살빠지는 게 아니라 똥그래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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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3. 22:14

수도원 풍경 2017-19 petersburg2018. 10. 13. 22:14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한달쯤 전.



좋아하는 곳. 평온해지는 곳. 페테르부르크 갈 때마다 들르는 곳.











종소리가 아름다운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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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루빈슈테인 거리 초입에서 찍은 것. 이 도시의 힙스터들이 몰려드는 곳이지만 이땐 이른 오후라 한적했다.


..



어제 여독과 그간 노동착취로 누적된 피로 때문에 10시 안되어 잠들었다. 새벽 5시쯤 깨서 두어시간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고 앞서 남긴 메모와 같이 괴기스러우면서도 격렬하고 재밌는 꿈을 꾸었다. 이런 꿈들 다 모아서 나중에 단편들 쓰고 싶은데 쓰고픈건 넘쳐나지만 맨날 노동착취당하느라 에너지 안 생김 ㅠㅠ



조식 먹었다. 오늘은 치즈와 버​섯 든 오믈렛을 부탁해 먹었는데 유럽호텔보단 아스토리야가 오믈렛을 더 잘 만듬 ㅠㅠ



날씨가 흐리고 어제보다 선선했다. 낮에 비온다는 예보가 있어 망설이다 그래도 수도원 가고 싶어서 료샤, 레냐와 같이 갔다. 다행히 오늘도 비는 안 왔다.


수도원에 갔는데 마침 교회 종 연주 축제가 있었다! 종소리를 좋아하는 날 위한 선물인가! 한시에 도착했는데 딱 한시에 시작! 자리 없어서 저만치 떨어진 화단 귀퉁이에 레냐랑 앉아서 몇곡 들었다. 행복... 근데 난 종 연주만 계속 했음 좋겠는데 중간에 자꾸 독창, 합창이 있어 아쉬웠다. 좀 듣다가 사원에 들어갔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예배 마친지 얼마안된 시각이라 그런지 어수선했다. 원래 이곳은 경건하고 어두컴컴하고 고요해서 좋아하는 곳인데.. 초 켤 자리도 간신히 찾음...



사원 나와서 검고 축축한 흙을 밟으며 묘지 사이를 거닐었다.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는 무섭거나 괴기스럽지 않고 무척 평화롭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반지하의 소박한 수도원 티룸(진짜 소박함) 갔다. 목이 말라서 모르스를 마셨고 전에 본적 옶던 서양배 절임 든 빵을 한개 먹었다. 역시 수도원 빵이 제일 맛있다.. 근데 40루블이라 전보다 가격이 약간 오른 듯.. 하긴 올때마다 버스요금 오르는걸 보면 그럴만도 하다. 그치만 우리 돈으로 800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이런 빵을 먹을수 있는 것이다...



내가 서양배 절임 빵을 먹으며 맛있다 하자 사과빵 먹던 료샤가 내 빵 절반 쪼개갔음. 강탈자! 하고팠지만 얘가 원래 서양배 좋아하니 그러려니..



‘왜 애초부터 서양배빵 안시킨겨?’ 하고 묻자 료샤는 ‘난 네가 사과빵 먹을줄 알았단 말이야! 넌 배보다 사과 더 좋아하자낫’ 한다. 그건 서양배가 맛이 없으니 그렇지 나도 우리 나라에선 배 더 좋아하는데!!!


그동안 레냐는 버섯빵 먹음. 어른 둘은 달달한 서양배빵 사과빵 먹는데 열살 레냐는 버섯빵 먹었다 ㅋㅋ



수도원에서 나와 루빈슈테인 거리에 차 세워 놓고 골목 거닐었다. 그 사이에 도블라토프 동상이 생겨서 너무 반가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러시아 작가이다. 루빈슈테인 거리에 이 사람이 망명 전까지 살았던 집이 있다.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블라토프 동상의 손을 어루만지며 사랑과 존경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 어째 수도원 촛불 앞에서 기도했을 때보다 더 경건하게.


료샤는... 이넘 누구냐고 했다 ㅠㅠ 야 해도 너무해 ㅠㅠ너 뻬쩨르 토박이자나 ㅠㅠ 이 도시가 낳은 최고 작가 중 하나인데 정말 너무해 ㅠㅠ 아무리 문학과 담쌓아도 그렇지 엉엉...


오히려 레냐는 ‘알아!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여행가방!’ 하고 외침. 여행가방은 도블라토프의 유명단편집이다. 물론 레냐도 안 읽었지만(10살짜리가 읽긴 아직 도블라토프는 무리) 그래도 누군지도 알고 책 제목도 안다! 아이고 기특해!!!



전에 bravebird님 소개로 알게 되어 종종 갔던 우크라이나 음식점 쉬녹에 가려 했는데 문닫았는지 그 자리에 딴 식당이 있었다 ㅠㅠ 흑, 음식 맛있었는데.. 하긴 갈때마다 넘 한적했어... 아님 우크라이나 음식점이라 닫았나 엉엉..



실망한 우리는 이쪽에 오면 항상 들르는 대형 수퍼마켓 랜드가 있는 쇼핑몰 감. 2년 전 6월에 지치고 괴로운 상태로 머무르던 무렵 몇번 갔던 브리티쉬 베이커리에 가서 좀 쉬면서 티백 차 마시고 까르또슈까 먹음. 그리곤 수퍼마켓 가서 먹을거 조금 샀다.


레냐는 이모 생일이라 저녁 같이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집에 먼저 가야 했다. 이모보다 쥬쥬가 더 좋다고 찡찡대는 레냐를 집에 데려다준 후 료샤랑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료샤는 레냐가 평소엔 의젓한데 나만 나타나면 어리광쟁이가 된다고 투덜투덜.. ‘근데 너야말로 애 어리광 다 받아주는 아빠임! 레냐가 의젓한건 전부 무서운 엄마 이라 때문임!’ 해주고팠지만 료샤는 여전히 전부인 이라를 무서워하므로 그 말 안함 ㅋㅋ



쉬녹 문 닫았다는 슬픔에 잠긴 나에게 료샤는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거라고 꼬셨다. 그래서 유럽호텔 바에 내려가 칵테일이랑 비프 스트로가노프 시킴.



여기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시그니처 메뉴이고 공작의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만든다고 하는데 나도 무척 좋아하지만 꽤 비싸다. 그런데 일이년 전 마지막으로 먹었을때보다 가격도 훨씬 올랐기 때문에 칵테일 한잔, 비프 스트로가노프 한접시 합치면 무려 3천루블이 넘어서 아무리 그랜드호텔유럽이라도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루블 쓰는 동네에서 유로 쓰는 동네 비싼 식당 가격이라니 ㅠㅠ



근데 막상 비프 스트로가노프 나오자 역시 무지 맛있어서 그냥 가격을 용서했음. 이렇게 만드는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다른데선 먹을 수 없다. 진짜다...






그리고 안나 아흐마토바 이름 붙은 칵테일 마셨는데 이게 쫌 셌다. 내 칵테일 한모금 마셔본 료샤는 얼굴 찌푸리며 내게 ‘또 기절하면 어쩔겨! 이번엔 방에 안 업어다줄거야!’ 하고 투덜댔음. (몇년 전 이 바에서 낮에 복숭아 벨리니 마신후 필름 끊겨서 료샤가 방까지 업어다준 적 있는데 그후부터 칵테일 한잔만 마시려 하면 엄청 잔소리한다 ㅠㅠ 내가 너니까 그나마 같이 마시지ㅠㅠ)



다 먹고 마신 후 역시나 내가 노곤해하자 료샤는 거보라는둥, 못마시는 술 왜 마시냐는둥 잔소리하며 방까지 데려다줌. 그래도 내발로 걸어왔음!!! 단백질 가득한 비프 스트로가노프랑 먹어서 별로 안 취했음. 유럽 호텔 로비 바는 다 좋은데 김릿이 없다. 칵테일 종류가 15개 뿐이라 아쉽다.



료샤는 내가 곧 맛이 갈거라 지레짐작하고 툴툴대며 ‘에이 오늘도 윷놀이는 글렀구만. 빨랑 자, 이 알까골릭아!’ 하며 집에 감.



아니 내가 왜 알까골릭(알콜중독자)인가.. 칵테일 한잔 마셨고만 ㅠㅠ 술도 일년에 서너번 마실까말까에 회식할땐 윗분들이 줘도 안 마시는데!!!! 이럴때나 한잔 마시는데 서럽구나 엉엉 ㅠ 넌 나보다 윷놀이가 더 좋냐 흐앙... 윷놀이 괜히 가르쳐줬어 엉엉...



하여튼 목욕을 하고 소파에 앉아 방에 비치된 잡지를 좀 보고 나니 술기운도 가셨다. 료샤 이 바부팅이 왜 갔냐 나 안 취했는디.. 윷놀이 할수 있는디.. (해봤자 내가 지니까 재미없긴 함. 얘 윷놀이 너무 잘함 ㅠㅠ)



내일 날씨 좋으면 뻬쩨르고프 가고프긴 한데.. 화욜부터 비온대서 내일이 적시이긴 한데 자봐야 알겠음. 즐거운 하루였다. 회사 안가면 이렇게 좋은 것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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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고, 흐리긴 해도 비가 안 와서 겸사겸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다녀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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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21. 21:42

한겨울의 수도원 2016 petersburg2018. 6. 21. 21:42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2016년 12월.

 

 

날도 덥고 일도 힘들고... 이럴땐 겨울이 그립고 또 평온으로 가득찬 수도원 경내를 산책하던 게 그리워지기 마련이라 이전에 갔을 때 찍은 사진 세 장 올려본다. 이날 무지 추웠었다. 추위 때문에 수도원 카페의 사과빵과 진한 홍차가 더욱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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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 뻬쩨르부르그. 뻬쩨르. 삐쩨르.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그 사랑하는 도시에서 특히 사랑하는 장소 몇 군데.



청동기사상.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의 붉은 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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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목요일이다. 월요일에 체크아웃하고 돌아가서 한국에는 화요일에 도착하고 수요일 새벽기차로 지방 본사 내려가 출근을 한다. 즉, 여행도 이미 절반 이상 지나갔다. 내일이 되면 순식간에 남은 며칠이 가버리겠지...



오늘은 그래도 10시 안 되어 일어났다. 징게르 카페(singer cafe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징게르라고 읽는다)에 가서 아침 먹어보려고. 여기는 카잔 성당 전망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이 자리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나마 지금은 비수기이고 원체 날씨가 꾸리꾸리하니까 좀 나을 것 같긴 했다. 오늘도 창가는 꽉 차 있었지만 잠시 후 맨 구석의 창가 자리가 나서 잽싸게 그 자리로 옮겨 앉았다.



전에 왔을 땐 조식 메뉴가 좀 더 다양했는데 이번에 메뉴가 또 바뀌었다. 여기는 전망도 그렇고 워낙 명소라 가격이 좀 비싸다. 예전 겨울에 여기서 감자랑 버섯 넣은 블린과 따뜻한 열매즙을 무척 맛있게 먹었었지만 그 감자 블린은 다음 겨울에 와도 안 팔았다. 그리고 아직은 따뜻한 수제음료가 나오기 전이었다.







여기서도 오믈렛 시켜보았다. 여기서는 다른 건 이것저것 먹어봤지만 오믈렛은 안 먹어봤다. 치즈만 넣은 오믈렛에 작은 빵을 한개 추가하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를 시켰다. 계란 프라이처럼 납작하게 등장한 오믈렛의 외양에 실망해서 별 기대 안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척 맛있었다! 부드럽고 폭신하고 구름같은 식감에 치즈가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돌아가서도 생각날 것 같은 맛이었다.



비가 계속 내렸다. 오늘은 공연도 없고 나올 땐 비가 안 와서 징게르에서 조식 먹고 수도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블라지미르 대로의 랜드 수퍼마켓에 들렀다 와야지 하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하여튼 트롤리버스를 타고 네프스키 수도원에 갔다. 역시나 네프스키 중심가이자 최고로 밀리는 곳인 쁠로샤지 바스따니야 역 앞에서 엄청나게 밀려서 한참 걸렸다. 지하철 타면 두세 정거장인데... 전에 사도바야에서 폭발 테러 난 후로 소심한 나는 지하철이 무섭다 ㅠㅠ



수도원으로 들어가는데 여전히 비가 왔다. 가랑비가 왔다가 주룩주룩 왔다가 잠깐 그쳤다가 다시 주룩주룩, 가랑비, 주룩주룩을 반복했다. 수도원 안의 교회에 들어가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몇개 켰고 이콘에 손을 얹은 채 마음을 가라앉히며 기도를 했다.








나와서 비오는 수도원 경내를 좀 거닐었다. 햇빛 쨍한 날이 제일 좋긴 하지만 비오는 날의 수도원 산책도 나름대로 평온했다. 좀 걷다가 반지하의 찻집에 가서 수도원에서 구운 사과빵을 사서 그거랑 얼그레이로 몸을 데웠다. 사과빵은 언제나처럼 따뜻했고 달지 않고 맛있었다. 지난 겨울에 여기서 먹었던 양귀비씨빵이 무척 맛있었던 기억도 나서 그 빵을 두개 포장해 왔다.



나와서 입장권을 끊고 수도원 옆에 있는 묘지에 갔다. 지난 겨울에 왔으니 10개월 만이다. '나의 도씨'인 도스토예프스키와 차이코프스키에게 인사하러 갔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아무도 없었다. 땅은 진창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 때문에 꽃들의 색채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도씨 무덤 앞에도 꽃들이 놓여 있었고 손으로 쓴 쪽지도 놓여 있었다. 나도 작년에 손편지와 입술자국을 남기고 갔었지. 오늘은 그냥 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도씨의 흉상을 바라보았고 아무도 없었기에 소리내어 그에게 이야기를 조금 해보았다. 인사를 했고 두어가지 소망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수도원의 초와 이콘에 대고 기도했을 때보다 더 부드럽고 간절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차이코프스키는 전과 다름없이 슬퍼 보였다. 비가 와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




길을 건너서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아주머니들이 어떤 청년에게 길을 가르쳐준다고 부산하게 친절을 베풀었다. 판탄카의 42번지인가 몇번지를 찾는데 몇번 버스로 갈아타야 하냐니까 '나 따라 내려' 라고 하는 분, '버스 갈아타는 거 아니야, 내려서 걸어가야 해!' 하는 분, '리쩨이느이에서 내려서 판탄카 운하 따라 걸어가다 왼쪽으로 꺾으면 돼' 라고 하는 분 등등... 그리고는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깔깔 웃으며 다 같이 '삐슈꼼!' 하고 외친다. '걸어서' 라는 뜻이다. 차 타고 갈 필요 없다는 얘기다. 여기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가끔 보면 의외로 친절하고 또 유머도 넘친다. (모스크바는 안 그렇다고 한다 - 페테르부르크 토박이 료샤의 주장인데 이 얘기는 웬만한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이 쓴 여행책자에는 다 나와있음. 페테르부르크가 더 친절하고 예의바르다고 ㅋㅋ)



비가 오는데다 피곤해서 그냥 호텔까지 가버릴까 고민하다 그래도 내려서 블라지미르스카야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랜드 수퍼마켓에 갔다. 올때마다 들르는 커다란 마트이다. 이것저것 살 것 같았는데 막상 산 건 별로 없었다. 쥬인 주려고 초콜릿 몇개를 사고, 내가 마실 타이가 잎차를 사고... 드이냐(중앙아시아 멜론)를 잘라서 컵에 파는 게 있어서 좀 비쌌지만 그거 샀다. 드이냐는 너무 커서 사먹을 엄두가 안나는데 잘라서 파니까....



생각보다 거의 물건을 안 샀기 때문에 '여기 오지 말걸' 하며 걸어오다가, 로모노소프 도자기 블라지미르스키 대로 지점에 들어갔다. 페테르부르크에는 로모노소프 샵이 여러개 있는데 이 지점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한다. 불친절한 편이라서. 그렇지만 며칠 전 갔던 발샤야 코뉴셴나야 지점에서 보지 못했던 게 있어서 찻잔을 결국 두개 샀다. 내가 그렇지 뭐... 근데 사실 제일 자주 가던 지점에 아직 안 갔다... 네프스키 한가운데 있는 곳... 거기 가서 또 다른걸 지를까봐 겁나는구나.



찻잔이랑 슈퍼에서 산 물건이 든 에코백, 카메라가 든 가방(비가 오니 dslr 가지고 다녀봤자 안 꺼내게 된다... 괜히 가지고 나왔어... 이번 여행 사진은 거의가 폰으로 찍음), 우산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에 왔다.


..



방에 와서 물건들 내려놓고 좀 쉬다가 로비 카페로 내려갔다. 료샤가 저녁에 레냐를 데리고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있자니 레냐가 나타났다. 세상에나, 넉달 전보다 더 커 있음! 얘 조금만 있음 정말 나보다 커지겠어 엉엉...



레냐는 달음질쳐 와서 나를 와락 껴안고는 '쥬쥬!!!' 하며 좋아 어쩔줄 몰랐다. 나도 너무 반가웠다. 그때 프라하에서 봤을땐 살이 쪽 빠져 있었는데 그새 다시 볼살이 통통해졌다 >.< 날 보자마자 '쥬쥬, 그러니까 여름에 왔어야지! 지금 오니까 비오고 날씨 안 좋잖아' 라고 쿠사리를 준다. 이럴땐 지 아빠 료샤랑 닮았음 ㅋㅋ



로툰다 카페에서 셋이 저녁을 먹었다. 레냐는 내일도 학교 가야 하기 때문에 저녁 먹고 좀 놀다가 집에 가야 했다. 즉, 엄마인 이라가 있는 집이다. 료샤네 집에서 잘 수 있는 것은 주말 뿐인데 뭐 어쩔수 없다. 양육을 하는 것도 엄마인 이라이고, 또 레냐는 금요일까지 등교를 해야 하니까.



그래도 이라는 레냐를 위해 꼬박꼬박 주말마다 료샤에게 아이를 보내주고 있다. 이라는 재혼을 했으니까 레냐에겐 새아빠도 있지만 그래도 주말마다 아빠를 보러오고 같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레냐는 여전히 료샤와 사이가 좋다. 그런 걸 보면 이라는 좋은 엄마 같다.



(그런데 전에 이런 말을 했더니 료샤가 '쳇, 내가 이라한테 위자료를 많이 주니까 그렇지!' 라고 투덜거렸다. 그는 아직도 전부인인 이라를 무서워해서 웬만하면 대화를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이라였음 돈만 받고 레냐 너한테 꼬박꼬박 안 보냈을지도 모르는데! 이라가 착한 거야!' 라고 하자 료샤는 '이라가 얼마나 무서운지 네가 몰라서 그래!' 하고 한숨만 팍팍 쉬었다)


료샤는 뭔가 붉은 고기로 되어 있는 걸 먹었고(스테이크 비스무리한 거였는데 기억 안남), 레냐랑 나는 치킨버거랑 감자튀김이랑 시저샐러드 시켜서 나눠먹었다. 비싼 곳이라 치킨버거에 들어가는 닭고기가 튀기거나 다진 패티가 아니고 그릴에 구운 닭가슴살이었음! 나야 구운 닭가슴살을 좋아하니 맛있었지만 이런거 모르고 시키는 사람들은 낭패일 듯 ㅋㅋ 레냐도 역시 어린아이라 '잉, 나는 KFC가 더 맛있는 거 같아' 라고 한다 ㅋㅋㅋ 그러자 옆에서 꾸역꾸역 지 밥을 먹고 있던 료샤가 '닭보다 소가 더 맛있단 말이야! 특히 너! 너는 붉은 고기 좀 먹어야 돼! 넌 왜 맨날 닭 아니면 생선만 먹냐!' 하면서 갑자기 나를 공격했다 ㅠㅠ 웃기는 놈이야 정말 ㅠㅠ



저녁 먹은 후 레냐랑 료샤는 아이스크림을 시켜서 먹었는데 나는 김릿을 한잔 시켰다. 지난 겨울에 여기서 마셨던 김릿 생각이 나서. 료샤는 나를 노려보며 '너 그거 마시면 훅 간다!' 하고 경고했다. 오늘 내가 비오는 길을 많이 돌아다닌 것과 원체 술이 약한 걸 잘 알아서 그렇다. '김릿은 별로 안 독하잖아!' 하자 '저번에 벨리니 마시고도 맛 갔잖아!' 라고 받아치는 료샤. 그렇다, 예전에 유럽호텔 바에서 낮에 벨리니 마시고 갑자기 꿈나라로 가서 료샤가 방까지 업어다 준 적이 있다(ㅠㅠ 료샤는 그때 이후로 나에게 절대 밖에서 술 마시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경고경고... 특히 낮술 절대 안된다고 경고경고경고....) 변명하자면 그 바에서 만들어준 벨리니는 내가 베니스에서 마셨던 그 벨리니가 아니었다. 복숭아 벨리니 함량보다 독한 알콜 함량이 훨씬훨씬 많았었다!



나 : 너도 맨날 술 마시잖앗!


료샤 : 나는 오늘 안 마셔! 운전할 거니까!


나 : 더 잘됐다. 네가 안 마시니까 나는 너를 믿고 마실 수 있다. 계속 이거 마시고팠는데 혼자라서 안 마시고 있었단 말이야!


레냐 : 아빠, 쥬쥬가 먹고 싶은대로 하게 해줘.



하여튼 그래서 나는 김릿을 주문했다. 진과 라임주스. 레이먼드 챈들러와 필립 말로, 테리 레녹스의 칵테일. 여기에선 진과 보드카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나는 물론 진을 택한다. 여기 칵테일에는 레몬주스가 추가로 들어간다. 입맛 때문인지, 아니면 버거를 먹고 난 후여서인지 모르겠으나 오늘 마신 김릿은 지난 겨울에 마셨을때보다 덜 시큼했다. 대신 좀더 독한 느낌이 들었다.



료샤 말이 맞았음. 김릿 마신 후 10여분 정도 띵해져서 소파에 기대어 졸았다 ㅠㅠ 료샤가 쿠사리 주고 있는데 레냐가 '아빠! 쥬쥬는 힘들게 일했으니까 그냥 놔둬!' 하고 내 편을 든다. 그러자 도리어 내가 미안해졌음... 어린애 앞에서 김릿을 마시고 취해버린 나 ㅠㅠ 엉엉... 약혼녀의 약한 모습을 감싸주는 나의 의젓한 약혼자(9세) 레냐.



술기운은 곧 가셨다. 아마 피곤했었던 모양이다. 레냐는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레냐는 항상 따뜻하고 통통하고 보들보들하다 :) 그런데 레냐는 반대로 나에게 '쥬쥬는 보들보들하고 좋은 냄새가 나~' 라고 한다 ㅋㅋ 우리가 그러고 있으면 료샤가 '야! 쟤는 향수 쓰니까 좋은 냄새 나는 거야' 라고 툴툴거린다. 그러면 레냐는 나에게 '쥬쥬 향수는 울엄마 향수보다 좋아~ 오늘 냄새도 좋아!' 그런다. 앗싸, 이번에 면세점에서 질렀던 향수 성공했나보다 ㅋㅋㅋ 비오고 추운 날 어울리는 향이긴 하지... 그런데 좀 어른스러운 향이라서 레냐가 좋다고 하는 것에 살짝 놀랐다. 얘 전에는 장미향이나 꿀향 뿌렸을 때 좋아했었는데 ㅋㅋㅋ



술기운이 가신 후 료샤랑 레냐 데리고 방에 올라왔다. 레냐에게 붕어빵 과자와 양갱, 러버덕 젤리, 리락쿠마 빼빼로, 밀크 캬라멜과 그외 마트에서 긁어모은 각종 과자들을 안겨주었다. 료샤는 '야! 왜 나한테는 맥심이랑 볶음너구리 몇개밖에 안 주더니 레냐한테는 이렇게 많이 주냐!' 하고 투덜거린다. 아빠 맞아?



레냐는 과자들 때문에 완전 행복해져서 해해 웃고 ㅋㅋ 그러다가 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기 시작... '이거봐아, 오늘은 쥬쥬 방도 넓잖아... 나 여기서 자고 갈래 앙앙' 하고 떼쓰기 시작. 료샤가 엄하게 '안돼!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잖아!' 라고 하자 레냐는 아빠를 조금 원망하다가... '그러면 내일은 아빠 집 가니까 쥬쥬랑 오래 놀 수 있지?' 라고 금방 누그러졌다 ㅠㅠ 이럴때 보면 측은하다... 물론 레냐는 다른 이혼가정에 비해서는 유복하게 살고 또 아빠랑도 꼬박꼬박 보고 있으니 상당히 좋은 축에 속하지만 그래도 매주 엄마랑 아빠 집을 오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레냐를 데려다줘야 했기 때문에 9시 좀 안돼서 료샤가 일어섰다. 내일 보기로 했다.



그래서 료샤랑 레냐는 돌아갔고 나는 어제 러쉬에서 추가로 샀던 배스 밤을 욕조에 던져넣고 15분 정도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번 것은 '펌프킨'이었는데 꿀냄새 나는 거 있냐고 했더니 딱 맞는 건 없지만 달콤하고 따뜻한 향이라고 준 거였다. 근데 별로 그런 냄새 아니고 오히려 시트러스 냄새가 남 -_- 하여튼 욕조에 몸 담그고 있었더니 피로가 좀 풀렸다. 술기운이 다시 좀 올라오다 말았다. 술 마시고 목욕하면 안되는데 ㅠㅠ 오늘은 약 안 먹고 자야지.



목욕하고 나와서 버거랑 김릿 때문에 갈증 나서 드이냐를 먹었다. 참외나 멜론류 별로 안 좋아하지만 드이냐는 맛있다. 이거 먹으면 쥬인 생각난다. 쥬인이 이거 좋아하는데 ㅠㅠ 쥬인아, 쥬인 생각하면서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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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앙 비가 하루종일 주룩주룩주룩 온다 ㅠㅠ 그런데 나는 오늘 징게르 카페에도 가고 수도원에도 가고 초도 켜고 도스토예프스키 무덤도 다시 가고 블라지미르 대로의 랜드 수퍼마켓에도 다녀왔다. 엄청난 하루... 내내 비가 오는 와중에 ㅠㅠ



비오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수도원 교회 들어가는 분들. 나는 나오던 중.





이건 도스토예프스키랑 차이코프스키에게 인사하러 들렀던 묘지에 있는 돌사자 두 마리.



사자 1 : 정말 지긋지긋하게 비 많이 와...

사자 2 : 왜케 변함이 없을까 ㅠㅠ 매년 이맘때면 날씨 이모양이야...

사자 1 : 저 토끼는 왜 하필이면 딱 10월초에 왔을까? 

사자 2 : 그러게, 세상 물정 모르는 토끼인가봐 쯔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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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



오후 4시에서 5시 즈음.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 장. 바로 아래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빼고는 모두 네프스키 대로 따라 산책하며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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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 15:05

추운 날 사진으로 더위 쫓는 중 2016 petersburg2017. 8. 2. 15:05

 

 

 

 

 

작년 12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여기는 이삭 광장.

 

 

 

 

 

다시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아래 두 장도 수도원에서.

 

 

 

 

 

 

 

 

 

 

이건 다시 이삭 광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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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더워죽겠다. 아침 10시부터 폭염경보 문자 온다 꽤꾸약 여름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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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7. 21:47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그리워하며 2016 petersburg2017. 6. 27. 21:47






너무 습하고 답답한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어서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꽁꽁 언 사진 몇 장 올려본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작년 12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몇 장.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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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


이곳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잠들어 있다. 내 인생을 바꾼 사람 중 하나. 나에게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했던 사람. 여전히 나에게는 최고의 작가. '쓰는 자'로서의 첫사랑.


매우 추운 겨울날 오후. 나는 그의 묘를 찾았고 감사와 기도와 입맞춤을 남겼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러시아 여인들의 조용한 송가와 정교식 기도문을 들었고 얼어붙은 눈 위에서 광채를 내뿜는 꽃들과 부드럽게 빛나는 촛불을 보았다.


고마워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이 세상에 와줘서, 그토록 치열하고 강렬하고 아름다운 글들을 써줘서.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제 마음속 1번 작가이고 마지막 작가일 거예요.

사랑해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나의 도씨.








매우 추운 날이었다. 내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파우치 안에 들어있는 립스틱 한개, 그리고 수첩과 볼펜이 전부였다. 초를 살 동전도 없었고 꽃을 사올 정신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이 수도원에 올때면 심신이 산란한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로지 아주 짧은 편지와 입맞춤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누군가는 촛불을, 누군가는 꽃다발을, 그리고 누군가는 송가와 기도문을 남긴다. 나는 입맞춤을. 그리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



이날 나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33


도스토예프스키와 나의 첫 만남에 대해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606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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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9. 23:45

투명함과 어둠 사이에서 about writing2016. 12. 29. 23:45

 

 

2016년도 거의 다 저물었다. 올해는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정제된 글도, 정제되지 않은 글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내부의 혼란과 고통을 겪었던 해였다.

 

밤 기차로 올라왔다. 내일은 휴가이고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화정에서 보낸 후 다시 본사가 있는 시골 동네로 내려갈 것이다. 좀전에 집에 돌아왔고 환기를 시키고 보일러를 올렸다. 그리고 자기 전에, 문득 생각나서 몇년 전의 노트를 조금 발췌해 본다. 이전에 이 폴더에 종종 발췌해 올렸던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장편을 마친 후 썼던 후기의 일부이다. 내가 만들어내고 숨결을 불어넣은 두 사람, 트로이와 미샤에 대한 메모의 일부.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종종 나는 그가 네바 강변을 걷는 모습을 떠올린다. 197센티미터의 키에 조금 야윈 체격, 하지만 큰 키와 굵고 강건한 뼈대 때문에 90킬로그램을 훌쩍 넘기는 체중으로 묵직하게 돌바닥을 누르고 한쪽 발을 조금 끌며 걸어가는 남자. 길게 구부러지는 팔다리, 나무인형처럼 뻣뻣하게 삐걱거릴 것 같은 몸매. 석양 속에서 네바 강변의 포석 위로 드리워지는 그의 그림자는 아마도 거대한 종루 같고 거미 같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미샤는 언제나 조그맣고 새처럼 가벼운 어린애로 보일 것이다. 미샤는 트로이에게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지 않아’라고 말했듯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작지도 가볍지도 않아’라고 대꾸해줄 수 있을 테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나는 트로이의 재능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 시대에 다른 존재로 산다는 것은 아마도 지금보다도 무척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리라고 위로하며 어깨를 쓸고 입을 맞춰주고 싶다. 트로이의 고민은 복잡하지만 등장인물로서의 그는 내게 투명한 존재이다. 내 앞에서 그는 수수께끼나 비밀이 없다. 그래서 1인칭 소설은 아니지만 그는 궁극적으로는 화자이며 주인공이 아니다.

 

 미샤는 다르다. 그는 투명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나는 트로이보다 미샤와 공명하는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의 고민과 공포는 나의 어둠에서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원히 내 앞에서 비밀을 간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재능이란 관통하는 아름다움이며 불꽃처럼 터졌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은밀한 그 무엇, 심미안을 가진 사람이든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한순간에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피를 흘리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 앞에서 무심하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트로이였다고 해도 가망 없이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혹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증오했을 것이다.

 

.. 2013.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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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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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0. 17:12

수도원 가는 길 2016 petersburg2016. 12. 20. 17:12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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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복직을 위해 지방 본사 동네에 내려가고 새로운 집2로 이사를 들어가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과 힘을 위해, 항상 좋아하는 램프와 불빛들 사진 몇장. 모두 이번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사진들.

 

 

이 램프는 아직 불이 안 들어왔지만... 내가 실루엣을 좋아하는 그리보예도프 운하의 램프라서 같이 올림.

 

 

 

여기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지하 카페 내려가는 계단의 작은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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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8. 17:02

겨울 왕국 2016 petersburg2016. 12. 8. 17:02


화, 수요일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장.

사진으로 보면 분위기 좋지만... 얼어붙은 눈과 진창 밟으며 걷는 건 힘들지.


네프스키 수도원.




여기도 네프스키 수도원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


궁전광장과 해군성 건물


해군성 건물.


..


오늘도 날씨가 흐리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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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굉장히 고생했다. 모스크바까진 순조롭게 왔는데 폭설이 내렸다. 페테르부르크도 마찬가지로 눈폭풍(ㅠ)이 쳤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국내선 기다리는데 비행기들이 줄줄이 결항 또는 지연되기 시작했다. 페테르부르크까지야 한시간 십여분 거리라 뜨겠거니 했는데 20:20 뱅기가 21:00 출발로 변경되었다. 이때까진 그러려니..


뱅기를 탔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질 않았다. 첨엔 눈 때문안가 했으나 기체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거였다.. 10시 반쯤 모두 내리라 함. 텅빈 벌판에는 눈보라가 쳤고 버스가 와서 우리를 싣고 도로 터미널로 감..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 화도 안냄 ㅠ 딱 한명 아저씨만 항의..


그나마도 11:55 뱅기 하나를 수배해 우리를 태웠으나 실제 출발은 12시 반에나.. 페테르부르크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 사십분.. 원래 밤 10시 도착 예정이었다.


딴거보다 호텔에 픽업 요청해놔서 아거 때매 계속 전화하고 정신없었다. 기사를 만나 넘 미안하다 사과하자 기사가 괜찮다며 오늘 하루종일 비행기들 다 지연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눈폭풍 왔다고 한다..


호텔 도착해 체크인하니 새벽 세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옷이랑 세면도구만 꺼내고 씻고 쓰러져 잤다.


..



조식이 10시까지여서 자다가 놓침. 근데 새벽 넘 늦게 도착해 어쩔수 없었다.


10시에 해뜨고 3시 즈음 해가 지기 때문에 밝을때 무조건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11시에 일어나고, 씻고 화장하고 가방 푸느라 12시 반쯤에야 나섰다.


무지 추웠지만 하늘이 파랬다. 쌓인 눈이 얼어있었다. 예보를 보니 주중 맑은 날이 오늘뿐인거 같아 무조건 수도원에 갔다. 배고프고 추웠지만 일단 27번 타고 네프스키 수도원에 갔다.


..




수도원 도착해선 정신없이 지하 카페로 갔다. 배고프고 꽁꽁 얼어서.. 추워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여름엔 한산한데.. 다들 설탕 넣은 차와 수도원 빵을 먹는다. 나도 티백 홍차 한잔, 쌀과 버섯 든 빵, 양귀비씨빵 시켰다. 총합 110루블, 약 2천원!!


자리가 없어 합석함. 나 빼곤 다들 나이 지긋하신 분들. 기도하러 왔다 카페에서 차 마시고 맛있고 저렴한 수도원 갓 구운빵들 사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너무 추워서 오로지 러시아에서만 하는 짓.. 차에 설탕 투하. 안 그럴수가 없었음. 설탕 넣은 차랑 빵 먹었다. 빵이 정말 너무 맛있었다. 쌀과 버섯 든 빵이야 당연하고, 양귀비씨빵 이제껏 먹은것중 이게 제일 맛있었다. 가득 든 양귀비씨가 고소하게 톡톡 터지고 솔솔 뿌려진 설탕이 달콤했다.


따뜻한 빵, 설탕 녹인 달고 뜨거운 홍차.. 그리고 머릿수건 쓴 할머니들과 성호 긋는 할아버지들 사이에 앉아 투박하게 채색된 수도원 장식접시와 이콘 보는 기분, 그 따스하고 소박한 분위기는 형용할수 없다...



몸 녹이고 배 채운 후 수도원 성당에 들어가 이콘을 보고 초를 켰다. 오늘의 기도는 전보다 간결했다...


..





나와서 수도원 묘지에 갔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차이코프스키, 프티파 등의 무덤에 인사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무덤 앞에 서자 눈물이 나왔다. 나이든 부인 둘이 무덤 앞에 오랫동안 서서 묵념하고 한 여인이 찬송가 같은걸 불렀다. 아마 정교에서 고인에 대해 부르는 송가 같았다. 얼어붙은 눈, 차가운 바람, 서서히 넘어가는 태양, 도씨의 어쩐지 슬픈 얼굴이 조각된 묘비. 흰 눈 위의 꽃다발들. 그리고 여인이 켠 초와 그 노래가 어우러져 순간 성스러운 곳에 있는 듯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땅에 키스하고 무덤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홀로 남아 인사를 하고 키스자국 찍은 쪽지를 남겼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나의 도씨. 내 인생 바꿨던 사람.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에게도 오랫동안 인사했다. 불행하고 불행했던 사람.



..



버스를 탔다. 너무 추워서 배가 아프기까지 했다. 중간에 내려 그랜드 호텔 유럽에 들름(화장실 가려고 ㅠㅠ 그래도 전에 몇번 묵었으니 너그러이 봐줘요 카페도 자주 갔구먼)


나와선 맞은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에 갔다. 마침 이틀 후 라벨과 드뷔시 연주가 있어 남은 얼마 안되는 표 중 젤 싼 표 끊었다. 약 2만원 정도.. 하지만 내한 오면 엄청 비싸지지.. 안타깝게도 테미르카노프는 내가 떠난 후에야 지휘 일정이 잡혀 있었다 흐흑.. 그래도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볼레로를 들을 수 있다.


4시였고 이미 해는 져 있었다. 예술광장 가서 푸쉬킨에게 인사하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 갔다가 운하 따라 네프스키로 나와서 쭉 걸어내려왔다.


..




춥고 배고파서 고스찌에 갔다. 젤 먼저 가는 곳이니 젤 좋아하는 곳이겠지.. 따뜻한 보르쉬와 생선구이 먹었다. 생선은 이름 생소한 흰 생선인데 남자 점원의 추천대로 먹었는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먹고 나와서 호텔까지 걸어왔다. 방에 가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로비 카페에 잠깐 내려와 차 마시고 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해 뜨는대로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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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6. 23:31

수도원 다녀오는 길 2016 petersburg2016. 12. 6. 23:31




눈은 그쳤는데 너무 추웠다. 영하 10도 체감 영하 15도라고.. 하여튼 꽁꽁 싸고 수도원 다녀옴. 왜냐하면 오늘 날씨가 맑았고.. 조만간 또 눈이 올거 같기 때문이지ㅠㅠ 날씨 좋을때 무조건 수도원이랑 강변에 가야 한다..
​​




꽁꽁!!



지금은 몸이 너무 얼어서 단골 카페/음식점인 고스찌에 옴. 따뜻한 보르쉬 한그릇 먹고 이제 생선 기다림.. 아이고 추워라. 해는 이미 세시 반에 졌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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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22. 23:21

그 수도원 빵을 내놓아라! 2016 petersburg2016. 10. 22. 23:21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들어가는 길.

수도원 들어갈때까진 카메라를 썼고 들어가서는 큰 카메라 촬영이 예의에 어긋나서 이따금 살짝 폰으로만 몇장 찍었다.

 

 

 

이건 수도원 나오면서 찍은 사진들.

날씨 엄청 좋았다. 레냐랑 료샤랑 수도원 뒤뜰에서 열린 시장에도 들러서 나는 꿀과 차를 샀었지.

 

 

 

여기 비둘기 엄청 많다. 우글우글~~

 

 

 

비둘기들 : 토끼, 다 들켰어! 그 수도원 빵을 냉큼 내놓아라! 맛있는 거 너 혼자 먹냐!!!! 수도원이니 새들에게 자비를 베풀라!! 사과빵 버섯빵을 내놓으라!!!

 

토끼 : 헉... 어떻게 알았지... 싫어, 내가 먹을 거야... 나 이거 일년 내내 먹고 싶어하던 거란 말이야 ㅜㅜ

 

 

그래서 비둘기 안 주고 호텔까지 가져온 수도원 카페의 사과빵과 버섯빵 :) 이곳 빵들 담백하고 맛있다. 싸고...

 

수도원 카페랑 빵 얘긴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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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8. 20:41

아끼고 있었죠, 평온과 위안을 위해 2016 petersburg2016. 10. 18. 20:41

 

지난 6월.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저 당시 나는 무척 피폐해져 있었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비행기를 타고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다. 도망친 것이다. 아마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속은 황량하고 고통스러웠다.

 

이날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네프스키 수도원에 갔다. 그리고 이날 료샤가 출장에서 돌아왔고 레냐와 함께 나를 보러 왔다.

 

이날 수도원에서 종소리를 들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 이콘을 보았고 초에 불을 켰다. 한가롭게 조는 고양이를 보았고 무덤들 사이를 걸었다. 꽃을 보았고 오래된 쇠종을 만졌다. 수도원 지하 카페에서 사과빵을 먹었다. 차를 마셨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사제 두분을 보았다.

 

수도원 안에서는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이 사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래서 꼭 찍고 싶을때만 소리 안나는 앱으로 폰 몇장만 찍었다. 아마 나는 저때 폰으로도 사진을 찍지 않았어야 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온한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저 평온과 고요, 적막과 부드러운 공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살짝 찍었다. 두장.

 

이 사진 두장은 아껴놓고 있었다. 소중한 사진이다. 평온과 위안. 고요와 적막. 부드러움. 한없는 부드러움. 저날 나는 처음으로 다시 편하게 숨을 쉴수 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하지만 훨씬 더 쉽고 훨씬 더 부드럽게.

 

 

고마워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페테르부르크. 그리고 이름 모를 두분의 사제들. 햇살. 바람. 파란 하늘. 녹음. 사원. 그림자. 포석.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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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