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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 어느덧 금요일. 서무의 슬픔 31편이다.

 

31편은 지난주에 올렸던 30편 '엘리트 요원 드미트리 베르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친구가 나오는 이야기는 조금 길어져서 아마 32편까지 3부작으로 진행될 것 같다. 일명 우수한 단추 3부작(ㅋㅋ)이라 해야 하나. 지금은 32편을 쓰고 있는데 분량상 이게 33편까지 이어지면 4부작이 될지도...

 

원래 서무 시리즈는 1개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구조가 대부분이고 뜨보록이 등장했을 때나 하를람피 에피소드, 독사과 에피소드 등 몇가지만 2~3개로 구성되었다. 가능하면 1개로 완결되는 구조를 선호하는데 이번 우수한 단추 얘기는 애초 설정 자체가 짧게는 안 끝나서..

 

31편은 원래는 한번에 올리려고 했으나 쓰다 보니 분량이 꽤 길어서 1부와 2부로 나누어 올리게 되었다. 내용이나 분위기 상으로도 좀 구분되는 편이라서 나눠 올리는 건 문제가 없고..

그냥 이걸 31, 32편으로 나눌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구조상 1,2부가 이어져 있어 편을 나누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그냥 1,2부로 올린다. 2부는 다음주에~ 하긴 차라리 다행이네. 아직 32편은 앞부분만 쓰고 있어서 ㅎㅎ

 

하여튼 31편, 1부~ 재밌게 읽으세요~~

 

 

 

 

** 지금까지의 줄거리와 이번 편 간략한 예고 **

 

1980년대 초 소련의 지방 소도시(..라고 쓰고 시골이라 읽는다) 가브릴로프의 보안위원회(KGB) 말단 행정직원이자 서무인 다닐 베르닌은 무시무시한 상사에게 시달리고 격무에 짓눌려 죽을 지경이다.  

이 와중에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무용수 출신의 반동분자 정치범을 가브릴로프로 유배시키고, 베르닌은 엉겁결에 그를 감시하는 중책을 떠맡는다. 알고보니 그것은 싸가지 없는 젊은 예술가 녀석의 가정부이자 노예 노릇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서무 업무로 들들 볶이느라 힘든 와중에 새로 온 녀석의 출퇴근 운전기사 노릇, 집안일, 밥해먹이기 등등 온갖 잡일에 시달리던 베르닌은 망할 놈의 반동분자를 왕재수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왕재수도 나름대로 시골 생활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왕재수의 신작 발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목요일, 베르닌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엘리트 요원 드미트리 베르닌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왕재수는 드미트리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데...

 

 


(이 시리즈는 아래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함~)

 

*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대해 : http://tveye.tistory.com/3427
* 주요 등장인물 소개 + 시리즈 목차 : http://tveye.tistory.com/3428
* 에피소드 0. 다닐 베르닌의 새로운 임무 : http://tveye.tistory.com/3429
* 에피소드 1. 왕재수, 행동에 나서다 : http://tveye.tistory.com/3432
* 에피소드 2. 당직실의 귀신 : http://tveye.tistory.com/3437
* 에피소드 3. 버찌잼과 초콜릿 쿠키 : http://tveye.tistory.com/3444
* 에피소드 4. 공유지의 배추와 의전의 문제 : http://tveye.tistory.com/3451
* 에피소드 5. 무도회에 간 베르닌 : http://tveye.tistory.com/3458
* 에피소드 6.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 : http://tveye.tistory.com/3466
* 에피소드 7. 보고서의 악몽 : http://tveye.tistory.com/3478
* 에피소드 8. 새해 전야의 만두 소동 : http://tveye.tistory.com/3488
* 에피소드 9. 눈보라와 패딩 코트 : http://tveye.tistory.com/3524
* 에피소드 10. 벨라 등장! : http://tveye.tistory.com/3542
* 에피소드 11. 살구나무 거리에서 온 남자들 : http://tveye.tistory.com/3553
* 에피소드 12. 전설의 서무를 찾아서 : http://tveye.tistory.com/3563
* 에피소드 13. 검은 숲의 온천 요양소 : http://tveye.tistory.com/3580
* 에피소드 14. 한밤중의 침입자 : http://tveye.tistory.com/3599
* 에피소드 15. 우수 공산당원 연수 워크숍을 위해 막내가 준비해야 할 일들 : http://tveye.tistory.com/3615
* 에피소드 16. 짐꾼 베르닌과 빗, 물병, 목걸이의 비법 : http://tveye.tistory.com/3635
* 에피소드 17. 운수 좋은 날 : http://tveye.tistory.com/3661
* 에피소드 18. 메드베지에서 생긴 일, 알렉산드라 : http://tveye.tistory.com/3678
* 에피소드 19. 다닐 베르닌이 하를람피 푸고비체프가 된 사연 : http://tveye.tistory.com/3692
* 에피소드 20. 베르닌, 무대에 데뷔하다! :  http://tveye.tistory.com/3708
* 에피소드 21. 스페호프의 복수 : http://tveye.tistory.com/3726
* 에피소드 22. 흰머리천사날개풀과 파인애플 : http://tveye.tistory.com/3742
* 에피소드 23. 스네고로드 집단농장 : http://tveye.tistory.com/3766
* 에피소드 24. 시계탑 전망대에서 : http://tveye.tistory.com/3785
* 에피소드 25. 천하일미 요리대회(1부) : http://tveye.tistory.com/3800
* 에피소드 25. 천하일미 요리대회(2부) : http://tveye.tistory.com/3813
* 에피소드 26. 베르닌의 옛 여인 : http://tveye.tistory.com/3832
* 에피소드 27. 밀사 베르닌 : http://tveye.tistory.com/3918
* 에피소드 28. 9밀리 마카로프와 모스크바 비밀별장 : http://tveye.tistory.com/3938
* 에피소드 29. 보랴의 생일 파티 : http://tveye.tistory.com/3957
* 에피소드 30. 엘리트 요원 드미트리 베르닌 : http://tveye.tistory.com/3978
 
** 번외편. 등장인물 20문답 : http://tveye.tistory.com/3492, http://tveye.tistory.com/3493

** 번외편. 곱사등이 흑염소와 단추소년 다닐, 절세미인 미셴카(러시아 민담 패러디) : http://tveye.tistory.com/3849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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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의 슬픔 series>

episode 31

 

 

 

 

서무의 슬픔

- 두 명의 베르닌이 금요일 밤에 모이다 (1부) -

 

 

 

 

 

 

 

 

아침 일찍 왕재수를 극장에 데려다주고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베르닌은 깜짝 놀랐다. 드미트리가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타이프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 너 일찍 왔구나. 아직 여덟시 밖에 안 됐는데. ”

 

“ 응, 나 원래 일찍 일어나거든. 강변 따라 조깅했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그냥 출근했어. 오늘도 오후에 극장 가야 하니까 서류 작업할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

 

“ 엥? 너는 서류 작업 할 거 없는데... ”

 

“ 네 서무 업무 말이야. 내가 어제 세부 목표를 설정했잖아. 서무 업무의 효율성 제고! 내가 정리 좀 해봤어. 이제껏 너한테 부당하게 몰려 있던 작업들을 업무분장표에 의거해서 너희 감시분석부 사람들에게 분담했어.

일단 어제 발따예프가 너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것과 같은 내외부 요구자료 제출 건인데, 이것은 각 업무별 담당자가 1차로 작성한 후 너에게 제출하면 너는 수합한 후 오타나 제출 형식만 점검해서 최종 제출만 하면 되는 거야.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자료를 찾고 만들어내는 건 한 마디로 시간 낭비지.

그리고 어제 보니까 직원들의 출근기록부부터 시작해서 휴가원 제출, 출장명령서와 보고서 작성 제출, 심지어 초과근무 기록부까지 네가 다 쓰고 있더라. 그거 인사규정 위반이야. 이것들도 다 당사자가 적고 너는 관리만 하는 것으로 바꿨어.

같은 맥락으로 업무추진비 정산도 마찬가지야. 부서 전체 업무추진비야 서무가 관리한다고 쳐. 하지만 부서장 업무추진비까지 네가 정산해줘서는 안되지! 그건 당연히 감시분석부장이 직접 해야 돼. 그리고 사업별 업무추진비까지 네가 다 정산을 하더라! 그러니까 네 일이 그렇게 많지. 사업별로 쓰는 돈은 당연히 개별 담당자가 내역을 적고 정산을 하는 게 맞아.

그리고 당직실 시계 건전지 교체, 공유지 배추 관리, 표지판 페인트칠 따위를 왜 서무가 하냐. 시설 관리책임자가 있고 수위도 있잖아. 그 업무를 하면서 월급을 받는 건데 왜 그걸 다 서무에게 떠넘겨.

하여튼 내가 다 추려봤어. 이 자료의 1번을 보렴. 이것은 현재 너에게 업무가 집중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점 분석이야. 현황 분석만 있는 게 아니라 아까 얘기한대로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하나하나 다 지적되어 있지. 2번은 개선 방향이야. 요지는 실제 담당자들에게 개별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효율성을 도모하자는 것이지. 3번이 개선 후 적용방안이야. 각 업무가 누구누구에게 재분배되는지 적었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니 누가 봐도 이해가 쉬울 거야. ”

 

 

베르닌은 다섯 장짜리 자료를 뒤적거렸다. 완벽한 논리와 형식으로 구성된 보고서였다. 용어와 문장 등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스페호프가 항상 강조하는 행정의 기본이 훌륭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베르닌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면서 뱃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 저, 드미트리... 이거 진짜 훌륭한 보고서야. 개선방안도 좋고. 근데 있잖아... 나도 이 내용에는 100퍼센트 동의하거든. 근데 문제는... 내가 우리 부서 막내야. 회사 전체에서도 공채 중에는 막내거든... 그래서 말인데... 이거 보면 우리 부장이랑 선배들이 화낼 거야. 그리고 국장도 야단을... ”

 

“ 에이,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야. 누가 봐도 이 보고서 내용이 사실인데 어떻게 반박하니. 그리고 설령 선배들이 화를 낸다 해도 그런 게 두려워서 잘못된 걸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되지. 이건 네가 격무에 시달리는 개인적 문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조직 발전에 엄청나게 저해되는 일이라고. 효율성을 모두 갉아먹고 직원들의 책임감과 윤리의식도 하락시켜서 결국은 조직이 쇠퇴하게 돼. 여기는 본부도 아니고 지역 소도시잖아.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거야. 국장에게도 그런 식으로 어필을 하면 이해할 거야. ”

 

“ 아니, 그게... 너는 아직 우리 국장을 잘 몰라서 그래... ”

 

“ 괜찮아, 너는 그냥 있어. 내가 다 설명할게. ”

 

“ 어... 그게... 이거 있잖아, 그러면 나 줘. 내가 분위기 봐서... ”

 

 

베르닌은 일단 드미트리가 만든 보고서를 책상 한쪽에 치워두었다. 드미트리는 고집을 부리는 대신 또 다른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 참, 이것도 봐줄래? ”

 

“ 이건 뭐야? ”

 

“ 아, 야스민 감시 보고서. 어제 너 늦게까지 걔 집에 데려다주느라 시간 없었을 것 같아서 내가 예전 보고서들 보면서 얼추 비슷한 형식으로 정리했어. 수정 보완할 거 있는지 좀 봐줘. ”

 

“ 어, 으응... 너 진짜 손이 빠르구나. 아침에 와서 이걸 다 했단 말이야? ”

 

“ 뭘, 이쯤이야. 해외에 있을 땐 외국어로 된 거 번역까지 해서 올렸는걸. ”

 

 

베르닌은 보고서를 훑어보았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적당하게 요약되어 있었다. 검열국장과 왕재수의 충돌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내용은 모두 들어가 있었지만 거친 언사들은 순화되어 있었고 예산 및 상부 지침에 대한 설명에 따라 검열국장이 지적을 철회했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베르닌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아, 굉장히 간결하고 보기 쉽게 작성했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

 

“ 응. 극장에서야 같이 있었으니까 괜찮은데, 도청 테이프는 접근불가라고 해서 귀가 후의 일은 못 적었어. 뭐 네가 같이 있었으니까 그것까지야 내가 안 적어도 되겠지. 근데 밤에는 별 일 없었니? ”

 

“ 뭐가? ”

 

“ 아, 어제 말이야. 네가 야스민 데려다줬잖아. 그 친구 어제 심기가 안 좋았잖니. 아참, 그리고... ”

 

“ 응? 그리고 뭐? ”

 

“ 카체리나한테 들었는데 너 걔랑 그런 관계라고... 미처 몰랐네. 혹시라도 내가 어제 실수한 거 있으면 용서해. ”

 

“ 앗, 뭐가 그런 관계라는 거야! 국장이 나한테 걔 감시하라고 같은 아파트로 이사하게 시킨 거라니까! ”

 

“ 그러니까... 집은 아래층이지만 실은 한집에 살고 있고... 아침 저녁 밤으로 해주고... 나 너 다시 봤어. 진짜 감탄했어! 제 아무리 나라도 하루에 세 번을 그것도 매일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 와, 너 진짜 대단해. ”

 

으악! 아니야! 그거 아니야! 아악...

 

 

베르닌은 펄쩍 뛰었다.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거 다 오해야! 아니란 말이야!

 

“ 하지만 야스민이 직접 국장에게 그렇게 얘기했다고... 그리고 너하고 그 친구가 당직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걸 다른 부서 직원이 목격했다고... ”

 

“ 아니야! 그건 다 오해야. 당직실에서는 걔가 바퀴벌레 곱등이를 보고 기절해서 인공호흡해준 거라고! 국장한테 그렇게 얘기한 건... 그 자식이 내가 너무 일 많다고 힘들어하니까 제 딴에 도와준다고 가서 뻥친 거란 말이야! 진짜 아니야! ”

 

“ 정말? ”

 

“ 진짜 아니야... 제발 너라도 믿어줘. 나 진짜 못살겠다. 장가도 안 갔는데 이게 뭐야... ”

 

“ 흐음... 그럼 다행이고. ”

 

“ 다행이고 뭐고 진짜 아니야. ”

 

“ 그렇구나. 어제 보니까 너랑 야스민이 굉장히 친해 보여서 난 카체리나가 그 얘기했을 때 금방 믿었는데. 아니었구나. 미안하다, 오해해서. ”

 

“ 아니야, 다들 그렇게 믿고 있는데 뭐. 에휴, 내 팔자야... ”

 

“ 그러면 야스민은 애인이 없어? 내가 알기로는 그 친구는 여자랑은 안 사귀는 취향이라서... ”

 

 

베르닌은 깜짝 놀랐다.

 

 

“ 너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아? ”

 

“ 나 본부에 있었다니까. 파리랑 런던에도 있었다고 했잖아. 몇 년 전에 런던 페스티벌 때도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직접 데리고 왔었는걸. ”

 

 

베르닌은 눈 색깔 다른 남자가 떠올라서 자기도 모르게 등줄기가 오싹했지만 고개를 휘휘 저어 무서운 기억을 떨쳐냈다.

 

 

“ 아, 그, 그렇구나... 그래도 여기는 보수적인 동네니까 그런 얘긴 가급적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

 

“ 흠, 하긴 그렇지.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에서도 그런 거 발각되면 큰 문제니까... 가브릴로프는 더 보수적이니 여기서는 그 친구도 함부로 애인 같은 건 안 만들었겠구나. 보고서에도 그런 건 없더라고. ”

 

“ 으, 으응... 여기서는 극장 일이 너무 바쁘니까 그런 거 신경 쓸 여력이 전혀 없는 것 같더라고. 수용소 후유증 때문에 자주 아프기도 하니까... ”

 

 

베르닌은 코즐로프에 대한 정보까지 드미트리가 알고 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미트리는 왕재수에게 적대적인 것 같지도 않았고 그의 성향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비판을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왕재수가 항상 코즐로프가 잡혀갈까봐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끝까지 비밀로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일을 시작하려니 머리도 무겁고 졸음이 가시지 않아서 베르닌은 탕비실로 갔다. 찻물을 올려놓고 티백을 찾고 있는데 뒤따라온 드미트리가 꼬부랑글씨가 씌어 있는 예쁜 티백을 내밀었다.

 

 

“ 이거 마셔봐. 향도 좋고 잠도 잘 깨고 괜찮아. 파리에서 사온 거야. ”

 

“ 어, 그래. 고맙다. 저, 나는 그냥 잠만 깨면 되니까 아무 거나 마셔도 되거든. 이건 그 녀석 갖다 줘야겠어. 차를 좋아하더라고... ”

 

 

티백을 호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드미트리가 웃었다.

 

 

“ 아, 야스민 말이야? 나 이거 많아. 한 통 챙겨 줄 테니까 이건 너 마셔. ”

 

“ 하지만 이거 비싸고 좋은 거잖아. ”

 

“ 에이, 아니야. 파리에서는 아침마다 마시던 거야. 이 마카롱이랑 먹으면 잘 어울리더라. ”

 

 

베르닌은 드미트리가 종이 접시에 올려놓은 분홍색연두색의 동그랗고 통통한 과자를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 이게 뭐야? ”

 

“ 마카롱. 프랑스 과자야. 계란 흰자와 아몬드 가루로 굽는 건데 가운데에는 맛있는 크림이 있어. ”

 

“ 아... 되게 예쁘다. ”

 

“ 먹어봐, 맛도 좋아. ”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베르닌은 자기도 모르게 분홍색 과자를 한 개 집어서 입에 넣었다. 혀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았다.

 

 

와, 진짜 맛있다! 나 이런 거 처음 먹어봐. ”

 

“ 응,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섬세한 과자는 잘 안 만드니까. 차랑 먹으면 더 맛있어. 자리에 가서 먹자. ”

 

“ 아... ”

 

 

베르닌은 다시금 왕재수 생각이 났다. 접시를 든 채 멈칫했다.

 

 

걔도 파리에 갔었는데. 외국 음식도 잘 먹고. 불어 잡지도 읽고. 이건 너무 달아서 안 먹으려나... 그래도 잘 나가던 시절 생각나서 좋아하지 않을까? ’

 

 

그의 마음을 읽은 듯 드미트리가 납작하고 예쁜 깡통을 보여주었다.

 

 

“ 다닐, 이거 열두 개짜리 세트야. 지금 먹고 남은 건 극장 가져가서 티타임 때 같이 먹으면 될 것 같아. ”

 

“ 으, 으응. 배려해줘서 고마워. ”

 

“ 너 야스민이랑 그런 관계 아니라더니 많이 챙기는구나. ”

 

“ 아니, 그게... 그 녀석이 너무 입맛도 까다로운 데다 여기 와서는 계속 아프기만 하니까 좀 신경이 쓰여서... 저, 걔가 어제 검열 때문에 열 받아서 너한테 많이 틱틱거리긴 했지만 나쁜 애는 아니야. 철은 없지만 마음씨도 착하고, 가만 보면 진짜 애기 같아. 잘 나가다가 여기 와서 조그만 극장 살려보겠다고 무진장 애쓰는 거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

 

“ 흠. 근데 걔도 너를 엄청 따르는 것 같던데. ”

 

“ 그게 아니고 날 집사 취급하는 거야! 살림도 다 해주니까... ”

 

“ 어제도 네가 주는 건 잘 먹던데. 다른 사람 말은 잘 안 듣는데 네가 한 마디 하니까 듣고. 재킷 걸치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

 

“ 아니야, 그 자식 남의 말 절대 안 들어. 아휴, 걔 때문에 내가 못 살아... 고집불통. ”

 

 

드미트리는 쿡쿡 웃었고 베르닌과 함께 자리로 돌아와서 마카롱을 곁들여 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밀려 있던 서류철 정리를 도와주었다. 드미트리는 손이 굉장히 빠르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도 능해서 금방 끝났다. 그 후에도 자질구레한 업무들을 도와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한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 붙어있는 기분이었다. 베르닌은 너무 행복했다. 드미트리가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오후에 베르닌은 먼저 극장으로 갔다. 드미트리는 스페호프에게 ‘보안위원회 지방 분권의 특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따라오기로 했다. 베르닌도 입사 후 3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국장에게서 각종 행정 이론과 이념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나마 드미트리는 오후 2시부터 한 시간만 듣는다니 다행이었다. 베르닌은 퇴근 시간 후인 오후 7시부터 3시간씩 연강을 들었고 숙제도 잔뜩 받았었으니까.

 

 

왕재수는 전날보다는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았다. 문외한인 베르닌의 눈에도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보였다. 왕재수는 연습실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연이 겨우 5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굉장히 많은 듯했다. 돈키호테 때와는 다르게 관계자들과 미팅도 많은 듯 접견실에도 여러 번 들락거렸다. 극장장과도 30분 정도 열띤 이야기를 나눴고 지휘자에게도 6개의 음악을 어떤 식으로 연결해야 하는지를 놓고 그답지 않게 굉장히 참을성 있는 태도로 설명을 계속했다. 나이든 지휘자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 즉각 코즐로프에게 부가 설명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지휘자와의 미팅을 마친 왕재수가 감독실로 돌아오더니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서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 류다, 차 좀 줄 수 있어요? ”

 

“ 류다 조금 전에 의상 디자이너랑 얘기할 거 있다고 내려갔어. 네가 시킨 거라면서. ”

 

“ 아, 맞다. 빨강 하양 바뀐 거... 에이... 머리 아파서 차 한 잔만 마시고 가려고 했더니... 차이카 가기 싫은데. ”

 

“ 내가 우려 줄게. 좀 쉬어라. 오늘도 일찍 나오고. 점심은 먹었냐? ”

 

“ 먹었어. 류다가 생선완자 가져다 줬어. 기름기 줄줄... 느끼하고 짜고... ”

 

“ 넌 기름기 좀 먹어야 돼! ”

 

 

베르닌은 찻물을 끓였다. 드미트리가 준 티백을 담가서 차를 우렸다. 향긋한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깡통을 열어서 분홍색 연두색 하늘색의 동그랗고 예쁜 마카롱을 다섯 개 꺼내 접시에 얹었다. 찻잔에 차를 따른 후 쟁반을 들고 소파로 가서 테이블에 놓아 주었다.

 

 

“ 자, 차 마시고 기운 좀 차려. ”

 

“ 아, 이거 무슨 차야? 향 진짜 좋다. 옛날 생각나는 냄새야. ”

 

 

눈을 감고 누워 있던 왕재수가 나른한 음성으로 종알거렸다.

 

 

“ 옛날 생각? ”

 

“ 응, 레닌그라드에 있을 때 나 후원해주던 엄청 잘 나가는 누님이 있었는데, 인민영웅 미망인에 완전 대단한 노멘클라투라였거든. 나한테 어울리는 향수도 주문 제작해주고 프랑스 홍차랑 근사한 옷도 자주 갖다 줬어. 그래서 아침마다 그 차 마셨거든. 근데 그 향이랑 너무 비슷해. ”

 

“ 아, 그렇구나. 차 마셔봐. ”

 

 

왕재수는 몸을 일으켰다. 찻잔을 들고 향을 음미한 후 차를 마시려다 접시에 놓여 있는 예쁜 과자들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마카롱이잖아. 어떻게 이 동네에 마카롱이 있지? 렐랴가 주고 갔나? ”

 

“ 아, 넌 이거 뭔지 아는구나! ”

 

“ 당연히 알지. 이것도 그 누님이 가끔 갖다 줬었어. 파리에서 공연할 때도 가끔 먹었고. ”

 

“ 너 단 걸 다 안 먹는 건 아니었구나. 고급 과자는 먹는구나! ”

 

“ 응, 이건 맛있으니까. 그래도 꾹 참고 딱 한 개씩만 먹었어. 진짜 옛날 생각나네. ”

 

 

왕재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가만히 눈을 감더니 방긋 웃었다. 이따금 왕재수는 차를 마시고 무가당 초콜릿 캔디를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므로 베르닌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왕재수가 조그맣게 흥얼대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때 왕재수가 하늘색 마카롱에 손을 뻗다가 멈칫하며 물었다.

 

 

“ 근데 이거 어디서 난 거야? ”

 

“ 아, 이거. 드미트리가 가져온 거야. 파리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고. 차도 프랑스 거 맞아. 너 주라고 아까 챙겨줬어. ”

 

“ 뭐? 그 자식 아직도 안 갔어? ”

 

“ 응, 일주일 연수라고 했잖아. ”

 

“ 쳇. ”

 

 

왕재수는 마카롱 접시에서 손을 뗐다. 찻잔도 테이블 위에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더니 벌떡 일어섰다.

 

 

“ 나 연습실 갈 거야. ”

 

“ 어, 왜 차 안 마셔? 마카롱도 좋아한다면서. 먹고 가. ”

 

“ 안 먹어, 그 재수 없는 자식이 가져온 거라며! ”

 

“ 너 왜 그래. 드미트리 착해. 오늘도 나 엄청 도와줬어. 서무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보고서도 써 주고, 서류철도 다 정리해주고 밀려 있던 일도 같이 다 해치웠어. 너 외국물 먹었다고 일부러 이것들도 챙겨다 준건데 왜 그렇게 걔를 미워하고 그러니. ”

 

“ 그냥 싫어. 보기만 해도 구역질나. ”

 

“ 야! 너무하잖아! 걔랑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걔 보고 구역질나면 나 보고도 그렇다는 거 아니야! ”

 

“ 아니야! 너랑 다르다고 했잖아! 그리고 너랑 똑같이 생겨도 마찬가지야! 그 자식은 구역질난단 말이야! 더러운 KGB 나부랭이에 재수 없는 놈이야! 잘난척하는 말투부터 시작해서 쳐다보는 눈초리까지 다 싫다고! ”

 

“ 너 어쩌면 그러냐. 잘난 척이라니, 네 말투는 생각 안하냐! 너에 비하면 드미트리는 엄청 겸손한데. 너한테도 엄청 예의바르게 대하던데. 나 같으면 너 벌써 한 대 쥐어박았어! ”

 

“ 어휴, 사람 볼 줄 모르는 녀석... 그러니까 책상물림이지! 바보 멍충이! ”

 

“ 여기서 왜 바보 멍충이가 나오는데! 그래, 나 바보 멍충이야. 근데 걘 아니란 말이야! 완전 똑똑하고 엘리트에... ”

 

누가 뭐래! 난 완전 똑똑하고 엘리트인 놈 싫다고! 재수 없다고! 바보 멍충이가 낫다고 했잖아!

 

 

왕재수가 발칵 화를 냈다. 얼굴이 빨개지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감독실을 뛰쳐나가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러나 싶어서 뒤따라간 베르닌은 문 앞에 서 있는 드미트리를 발견하고 크게 당황했다. 아무래도 전부 다 들은 것 같았다. 어떡하지 하고 베르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드미트리가 왕재수에게 굉장히 상냥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제가 아무래도 어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적이 있나 보군요. 기분 나쁘게 해드린 점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예술가를 실제로 만나게 되니 흥분해서 그랬나봅니다. ”

 

 

왕재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무시하고 휙 나가버렸다. 베르닌은 그 돼먹지 못한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쫓아나가 피가 나도록 두들겨 패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대신 드미트리에게 사과했다.

 

 

“ 저, 미안해. 많이 기분 나빴겠다. 나도 쟤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싸가지 없긴 해도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저러지는 않았는데. 신작 준비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 있어서 그런가봐. ”

 

“ 아니야, 다닐. 왜 네가 사과하니. 네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 변호해주는 거 들었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괜히 나 때문에 불편하게 됐잖아. 너는 미하일이랑 친한데... ”

 

아니야! 그 싸가지 없는 꼬맹이 자식! 너는 이렇게 좋은 친군데 왜 사람을 몰라보고 그 난리를 치는지 이해가 안 가! 게다가, 게다가 너랑 나랑 이렇게 얼굴까지 닮았는데 그렇게 못되게 굴다니! 내 일도 많이 도와줬다고까지 했는데! 하여튼 자기밖에 모르는 놈에 변덕이 죽 끓는 자식이라니까! 어휴, 어디서 저런 성깔을 얻어왔는지... 너도 저 자식한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그냥 멀찍이 떨어져 있어라. 아니면 있다가 공연이나 보고 다른 거 하고 놀아. 국장한테는 내가 대충 보고서 써서 올려줄게. 저 자식 비위맞추다가 너 심장마비 걸리겠다. ”

 

 

드미트리는 소리 내어 웃었다.

 

 

“ 하하, 괜찮아. 우린 KGB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앞잡이 취급받는 거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데 뭐. 특히 예술가들은 우리 엄청 싫어하잖아. 게다가 미하일은 어릴 때부터 KGB 감시를 많이 받았고 체포돼서 죽을 뻔 했으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 난 오히려 미하일이 너한테는 살갑게 구는 게 신기한걸. 널 진짜 좋아하나봐. ”

 

“ 아까 나보고 하는 소리 안 들었냐! 책상물림에 바보 멍충이라고... 아, 진짜 성질 더러운 녀석이라니까. ”

 

 

베르닌은 한숨을 푹 쉬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왕재수가 드미트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저렇게 대놓고 적대감을 표시하니 너무나 난감했다. 그리고 드미트리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왕재수가 그럴만하다고 여기는 것을 보고 더욱더 감복했다. 동갑내기 친구이지만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날 드미트리는 그냥 다른 데 가서 놀라는 베르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왕재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다. 연습실에서도 베르닌의 뒤에 선 채 가능한 한 왕재수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리허설을 지켜보았다. 그날은 발레 공연이 있어서 왕재수는 언제나처럼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 드미트리는 슬며시 밖에 나갔다가 가볍게 집어먹을 수 있는 조그만 샌드위치들과 초코바, 과일들이 가득한 바구니를 가져왔고 베르닌의 손에 쥐어주었다.

 

 

“ 이거 네가 갖다 줘. 내가 가져왔다는 말 하지 말고. ”

 

“ 어, 하지만... 이거 또 비싸고 좋은 거 아니야? ”

 

“ 아니야. 사실은 내가 어제처럼 맛있는 거 싸오긴 했는데 미하일이 내가 가져온 건 싫어하니까... 이건 그냥 학교 앞 카페에서 사온 거야. 네가 가져온 것처럼 하면 먹겠지. 무용수들이야 무대 올라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쟨 정말 조금이라도 먹여야겠더라. 네가 왜 그렇게 쟤 밥을 챙기는지 좀 알겠어. 레닌그라드에서 봤을 때는 안 그랬는데, 몸매도 훨씬 근육질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말랐네, 그래도 멋있긴 하지만 인형처럼 야윈 걸 보니까 어쩐지 마음이 안 좋아. ”

 

“ 아, 어... 너 정말 착하다. 저 자식이 그렇게까지 못되게 구는데도 안쓰러워하고... 먹을 것까지 챙겨오고. ”

 

“ 그게, 감시 대상으로 알기 전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나봐. 네가 부럽다. 나도 미하일하고 그렇게 친하면 좋을 텐데. 하긴 일주일밖에 안 있으면서 그런 걸 바란 게 잘못이지 뭐. 얼른 그거 갖다 주렴. 조금 있으면 그나마도 시간 없어서 못 먹겠다. 난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오늘 백조의 호수라며. 기대되네. 난 백스테이지 말고 그냥 관객석에서 볼게. 그러면 미하일 눈에도 안 띄겠지. 공연 끝나면 먼저 들어갈게. 너 설마 내일도 출근하니? ”

 

“ 아, 아니... 출근은 안 하는데 극장에는 나올 거야. 신작 발표 때까지는 저 녀석 옆에 계속 있어야 하거든. 토요일에도 쟤는 10시면 나와. ”

 

“ 응, 그래. 그럼 나도 10시까지 올게. 내일 보자. ”

 

 

 

드미트리가 나가고 나서 베르닌은 바구니를 들고 왕재수에게 갔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모두 분장실로 이동한 후였다. 왕재수는 연습실의 마룻바닥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요즘 그는 중간 중간 틈만 나면 소파든 어디든 누워서 잠깐씩 눈을 붙이곤 했다. 하긴 밤늦게 들어오는데다 아침에도 일찍 나가니 잠이 모자랄 법도 했다.

 

 

베르닌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왕재수 곁에 쭈그려 앉았다. 드미트리에게 못되게 군 것 때문에 화가 나 있었지만 딱딱한 마룻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서 금세 잠들어버린 왕재수의 해쓱하고 어린애 같은 얼굴을 보니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면서 마음이 약해졌다.

 

 

“ 어휴, 고집쟁이. 굳이 이렇게까지 아등바등 노력해야 할 필요가 어디 있다고. 어차피 대단한 놈이니까 조금만 보여줘도 다들 천재라고 감탄하는데 왜 이렇게 죽어라고 하는 거야... 진짜 예술가인지 뭔지 하는 놈들 이해 안가... 미련하게 자기 몸 다 축나는 것도 모르고... 나보고 바보 멍충이라고 하면서 알고 보면 자기가 백배 더 바보 멍충이라니까. ”

 

 

왕재수가 몸을 뒤척였기 때문에 베르닌은 혹시 자기 넋두리를 들었나 싶어 얼른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왕재수는 몸을 살짝 웅크리더니 쌕쌕 소리를 내며 더욱 곤하게 잠들었다. 이따금 움찔거리는 것을 보니 꿈까지 꾸는 모양이었다. 베르닌은 한숨을 쉬었다. 뭐라도 먹여야 할 것 같긴 했지만 잠깐이라도 단잠을 자게 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대신 이마와 뺨 언저리로 흘러내린 머리카락만 쓸어 올려 주었다. 바닥이 딱딱해서 나중에 몸이 쑤시겠다 싶어서 재킷도 둘둘 말아 왕재수의 어깨와 등 아래에 밀어 넣어 주었다. 그러다가 또 춥겠다 싶어서 구석에 굴러다니던 커다란 타월을 가져와서 몸을 반쯤 덮어 주었다.

 

 

왕재수는 15분쯤 후 깨어났다.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진짜 고양이처럼 보였다. 눈을 깜박이며 잠시 멍해져 있다가 주섬주섬 타월과 재킷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일어나 앉았다. 옆에 앉아 있는 베르닌을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 지금 몇 시야? ”

 

“ 6시 40분이야. 아직 시간 있어. 조금 더 자라. ”

 

“ 아니야, 작은 백조 춤 때문에 오케스트라 쪽이랑 얘기할 거 있어. 10분만 앉아 있다 가야겠다. 잠 좀 깨고. 너무 졸려. ”

 

“ 이것 좀 먹어. ”

 

 

베르닌이 바구니를 내밀었다. 왕재수는 바구니를 힐끗 보았지만 손을 뻗지는 않았다.

 

 

“ 왜 안 먹니, 생선완자 먹은 지가 언젠데. 배도 다 꺼졌을 텐데. 오늘도 공연 끝나면 늦을 텐데. ”

 

“ 이것도 그 자식이 가져온 거잖아! ”

 

“ 아, 아니야. 이거 내가 사온 거야. 대학교 앞 카페에서 사왔어. ”

 

“ 어쨌든 안 먹을래. 별로 먹고 싶지 않아. ”

 

 

베르닌은 한숨을 쉬었다. 짐승 같은 감각을 가진 놈이니 냄새를 맡았든지 어쨌든지 드미트리가 사온 음식이란 걸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 가방을 뒤져보니 갱지로 둘둘 말려서 납작해지고 속이 다 삐져나온 양배추 롤이 하나 나왔다. 아침에 왕재수를 데려다 준 후 시장에서 사먹었던 게 생각났다.

 

 

“ 이거라도 먹어, 그럼. 먹던 거 아니야. 세 개짜리였는데 두 개 먹고 하나 남은 거야. ”

 

 

왕재수는 잠자코 양배추 롤을 받아들었다. 다 식어빠지고 곤죽이 된 양배추 롤을 세 입 만에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갔다. 베르닌도 뒤따라갔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백스테이지에 함께 있었다.

 

 

 

 

 

*  *  *

 

 

 

 

 

 

공연이 끝난 후 베르닌은 극장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드미트리는 보이지 않았다. 커튼 콜 때 나간 것 같았다. 카체리나와 데이트를 하러 갔을지도 몰랐다. 왕재수는 무대에 올라갔던 무용수들을 격려하면서도 몇 가지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모두에게 토요일 휴가를 주었다.

 

 

“ 어, 그치만 내일도 나와서 연습하고 싶어요... ”

 

“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수요일에 제대로 된 무대 보여주려면 하루쯤은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나아. 그리고 내일 극장 전체 소독하고 페인트칠 다시 한다니까 어차피 연습실도 못 쓰고 아무 것도 못해. 그러니까 내일은 다들 푹 쉬어. 쉰다고 술 퍼마시면 절대 안 돼! ”

 

“ 그래서 내일 공연이 없는 거였구나... ”

 

 

베르닌은 혼잣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참 다행이었다.

 

 

 

왕재수는 무용수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남아 있었다. 발레 배경 철수와 청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텅 빈 무대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았다. 신작 공연의 동선을 체크하는 것 같아서 베르닌은 묵묵히 기다렸다. 하지만 왕재수는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더니 멈춰선 채 불 꺼진 관객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족히 5분 가까이 그러고 있었다. 베르닌은 돈키호테 무대가 생각났다. 멈출 줄 모르던 함성과 갈채도. 휘파람과 비명과 꽃다발도. 다시 춤을 추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용소 후유증 때문에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어려운건가 싶다가도 바질을 추던 모습이나 이따금 코즐로프의 연주에 맞춰 혼자서 춤을 추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드미트리의 말에 따르면 체포되기 전에 이미 무용수로서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바보, 괜히 고집 피우고... 그냥 계속 추지. 저렇게 무대를 그리워하면서... ’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셔왔다. 바이올린이라도 켜면 전처럼 왕재수가 혼자 춤추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 텐데 싶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근데 로만은 어디 갔어?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공연 끝나니까 그냥 나가버리네. 싸운 건 아니지? ”

 

“ 내가 집에 가라고 했어. 수요일까지는 따로 만나지 말자고 했어. ”

 

“ 왜? 신작 발표 때문에 정신없어서? ”

 

“ 아니. 감시꾼이 하나 더 붙었잖아. 의심받을 짓을 뭐하러 하냐. 그러다 로만 잡혀가면 어떡하라고. ”

 

 

베르닌은 한숨을 쉬었다.

 

 

“ 그래, 뭐 걱정된다면 조심하는 게 낫겠지. 근데 너 정말 왜 그렇게 드미트리를 싫어해? 나 없는 동안 걔가 너한테 정말 무례하게라도 굴었어? ”

 

“ 여기 얼쩡거리면서 나 쳐다보는 거 자체가 무례한 짓이야! ”

 

“ 너 처음에 나한테도 못되게 굴었잖아. 그럼 KGB라서 그런 거야? ”

 

“ KGB야 다 재수 없지! ”

 

“ 너무해... 그럼 나 아직도 재수 없는 거야? ”

 

“ 유치하게 왜 이래! 그리고, 그리고 내가 언제 너한테 못되게 굴었어! ”

 

“ 그럼 아니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

 

 

왕재수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덜댔다.

 

 

“ 하여튼 그 자식은 너랑 다르단 말이야. 진짜 재수 없어. 지금도 재수 없고 나중에도 재수 없을 거야. 절대 안 변해! ”

 

“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친절하고 예의도 바르고... 네 팬이고... 너 원래 팬들 소중하게 생각했잖아. 관객들 중요하다고 그러고. 근데 왜 드미트리한테는 그렇게 굴어? ”

 

“ 몰라. 그렇게 물어봤자... 그냥 싫어. 너 벌목공 될지도 모른다 해서 그냥 참고 있는 거란 말이야. ”

 

“ 그게 참는 거라고? 이왕 참을 거면 그렇게 대놓고 구박은 안 했으면 좋겠어. ”

 

“ 넌 그 자식이 좋냐? ”

 

“ 응, 좋아. ”

 

“ 왜? 그 뺀질거리는 놈이 왜 좋은데? 너랑 얼굴 비슷해서? ”

 

“ 어... 그것도 좀 있고... 그러니까, 있잖아. 나는 형제가 없거든. 외동아들이란 말이야. 사촌은 여러 명 있지만 그래도 또래 남자애는 없어. 그래서 항상 형이나 동생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단 말이야. 근데 드미트리는 진짜 나랑 닮았고... 너무 반가웠어. 어른스럽고 잘 챙겨주고 자상하니까 정말 쌍둥이 형이 생긴 기분이야.

그리고 나 솔직히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친구 많은 편 아니었거든. 여기 입사하고 나서는 바쁘니까 그나마 있던 친구도 다 떨어져 나가고... 회사 사람들은 다들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쁘고 나한테 업무 떠넘기는데 급급하니까... 드미트리처럼 아무 것도 안 바라고 나한테 잘해준 사람은 없었단 말이야. 걔가 오자마자 발따예프가 나한테 일 떠넘긴 것도 차단해 주고... 자기도 바쁠 텐데도 나한테 너무 서무 업무가 부당하게 몰려 있다고 화내면서 서무 업무의 효율성 제고라는 세부 목표도 세우고... 오늘 아침에 나와서 내 업무 덜어주기 위해 굉장한 보고서도 써줬어. 그리고 밀린 일도 다 해치워주고... 나 솔직히 정말 걔한테 고마웠어. 미처 말은 못했지만 친구가 돼줘서 너무 기뻤단 말이야.

너는 워낙 잘 나가는 애였으니까, 주변에 떠받드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으니까 내 기분이 어떤지는 아마 잘 모를 거야... 근데 나한테는 드문 일이란 말이야. 뭐 안 바라고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주는 형 같은 친구 생긴 거 소중하다고. 걔 어차피 일주일밖에 안 있잖아... 그 동안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도 걔한테 잘해주고 싶은데 걔는 옛날부터 네 팬이었다고 하고. 네가 그렇게 싸가지 없게 구는데도 화도 안 내고 도리어 너 감싸주고... 그러니까 너도 걔한테 조금만 잘해주면 안되니? ”

 

 

 

왕재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표정은 처음에 드미트리와 마주쳤을 때처럼 어두컴컴했지만 그래도 ‘네가 잘못했다’ 눈초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너무 주절주절 떠들었나 싶어 베르닌이 풀죽은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왕재수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낮게 쏘아붙였다.

 

 

“ 바보 멍충이. ”

 

“ 어휴... 말한 내가 잘못이지... 맨날 나한테는 바보 멍충이라고 그러고... 내 말은 다 무시하고... ”

 

“ 안 무시해. 그 재수 없는 놈한테 성질 안 내고 소리 안 지르면 되는 거잖아. 알았어. 그렇게 할게. 바보 멍충이. 사람 보는 눈도 지지리도 없어가지고. 에휴... ”

 

“ 보는 눈 없는 건 너잖아... 자기 천재라고 맨날 다른 사람들 무시하고... ”

 

 

왕재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재킷 단추를 잠그고 스카프를 매더니 무대에서 내려갔다. 불을 모두 끄고 복도로 나왔을 때 베르닌은 문득 왕재수의 머리가 가을에 기차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다. 짧고 들쭉날쭉하게 흐트러진 머리 때문에 더욱 어려 보였기 때문에 학생이라고 착각했던 것이기도 했다. 류다가 보여준 무용수 시절의 화보나 잡지 사진 속의 왕재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짧은 머리를 한 적이 없었다. 배우나 가수처럼 목덜미 언저리까지 머리칼을 길렀다. 왕자 역을 추느라 단정하게 빗어 넘겼을 때를 제외한다면 항상 그 머리칼은 바람에 휘날리는 듯 치솟고 월계관처럼 흐트러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작년 여름에 수용소에서 아무렇게나 잘렸던 게 분명했다. 촌스러운 것은 죽어도 못 견디는 성격이니까 자기가 그렇게 잘랐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베르닌은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시는 듯 아팠다. 그리고 왕재수의 머리가 많이 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머리칼이 자랐으니 다시 살도 붙을 것이고 드미트리가 기억하는 근사한 무용수의 근육질 몸매로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 KGB를 그렇게 싫어하는 게 당연해... ’

 

 

어쩐지 마음이 많이 불편해진 베르닌은 드미트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왕재수는 차에 타서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바깥만 보고 있었다.

 

 

‘ 어쩌지... 화난 건가? ’

 

 

베르닌이 눈치를 보고 있는데 왕재수가 창문에 이마를 살짝 부딪치고는 깜짝 놀란 듯 어깨를 세우더니 곧 다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거였다.

 

 

“ 에휴, 얼마나 피곤했으면... 내일 극장 안 열어서 다행이네. ”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베르닌은 배나무 거리로 접어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병원에 들러 스타브로프에게 잠깐 진료라도 받고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왕재수가 길길이 날뛰며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꾸짖을 게 뻔할 뻔자라 그냥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를 세웠는데도 왕재수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르닌은 5분쯤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 저기... 다 왔으니까 일어나. ”

 

“ 어, 나 안 잤어. ”

 

 

왕재수가 눈을 깜박거리며 차 문을 열었다. 잠이 덜 깼는지 안전벨트 푸는 것을 잊어서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베르닌이 혀를 차며 벨트를 풀어 주었다.

 

 

“ 어휴, 안 자긴 뭘 안 자냐. ”

 

“ 나 이거 안 맸는데... 답답해서 원래 벨트 안 매는데... ”

 

“ 내가 아까 너 자는 동안 매준 거야. 저녁에 비와서 길 미끄러워서. ”

 

“ 별 걱정을 다 하네. ”

 

야, 뭐가 별 걱정이야! 당연히 안전벨트 해야지! 사고 나서 다치면 네 몸 누가 건사해준다고! ”

 

“ 안 다쳐! 사고 안 나! ”

 

“ 그걸 어떻게 장담하냐! 사람 일은 모른다고! ”

 

너는 운전 잘 하니까 사고 안 나!

 

“ 엥... ”

 

 

왕재수는 하품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로 갔다. 막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왕재수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 나도 없어. ”

 

“ 응? 뭐가? ”

 

“ 형제. 사촌. 친척. 다 없다고. ”

 

“ 어떻게 그래, 친척 한둘은 있겠지. ”

 

“ 몰라, 하여튼 없어. 본 적 없어. ”

 

“ 어... 그래. 어릴 때 쓸쓸했겠다. ”

 

“ 뭘 쓸쓸해. 안 쓸쓸해. 난 천잰데. 우주 최고 꽃미남인데. 바보 멍충이. ”

 

 

베르닌은 한숨을 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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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된다. 2부는 내용이나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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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드미트리가 말하는 '당직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목격' 얘기는 에피소드 2의 '당직실의 귀신'에 나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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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수가 회상하는 '레닌그라드의 노멘클라투라, 인민영웅 미망인 누님'은 사실 본편 우주에서 무용수 미샤를 후원하던 레닌그라드의 여성 유력인사 얘기다. 미샤는 키로프 데뷔 직후부터 열성팬들이 많았고 공공연하게 후원과 지지를 표명하는 유력인사들도 많았다. (그게 꼭 크레믈린 아저씨 같은 불순한 인물들만 있는 건 물론 아님!)

 

미샤의 유력한 후원자들과 관련해서... 트로이가 나오는 장편에서는 미샤가 21번째 생일에 후원자이자 연방에서 위세를 떨치는 어느 군 장성으로부터 고급 자동차와 오디오를 선물받고는 이 과분한 선물을 돌려주러 갔다가 장성의 조카딸까지 소개받는 에피소드도 넣었다. (물론 그 장성의 진짜 목적은 후자였음~) 그러니 마카롱 정도야 뭐 :)

 

위의 유력인사 누님은 본편에서도 실지로 미샤에게 고급 초콜릿과 향수, 옷가지 등을 자주 선물해주곤 했는데 미샤는 본편에서도 단 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그 초콜릿은 파트너 발레리나에게로 모조리.... (나 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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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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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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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