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의 슬픔 번외편 : 곱사등이 흑염소와 단추소년 다닐, 절세미인 미셴카(러시아 민담 패러디) series : 서무의 슬픔2015. 7. 3. 21:32
서무의 슬픔 시리즈를 왜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 폴더 맨 앞에 있는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대해' (http://tveye.tistory.com/3427)에도 나와 있고 이따금 에피소드들을 올리면서도 여러번 얘기한 적이 있다. 즉 서무 시리즈는 내가 원래 쓰고 있는 글에서 파생된 일종의 평행우주, 혹은 외전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도 어느덧 30편에 가까워지다보니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고 마냥 웃기고 가볍게 쓰려고 했던 것이 자기 맘대로 증식해서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한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도 많아지고 이들도 서로 관계를 맺다보니 가끔은 얘들이 이러이러하면 어떨까 하는 제2의 외전 생각이 또 들고.. 이렇게 새끼를 치고 또 새끼를 치고...
8편을 마친 후 등장인물 몇 명의 20문답을 번외편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 이번 번외편은 그걸로 따지면 두번째이다. 이번 것은 러시아 민담 패러디이다. 패러디이면서 오마주이기도 하다. 사실 민담은 작가가 드러나 있지 않은데다 아주 원형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서도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발견되곤 한다.
내가 이번 편을 쓰면서 주로 패러디하거나 오마주를 바친 이야기들은 모두 러시아 민담이다. 제일 유명한 건 물론 아파나셰프 판본의 러시아 민담이고, 또 우리나라에 번역된 황금가지판 러시아 민담도 있고, 그외에도 구전되는 민담들도 많다. 사실 러시아 민담, 특히 이반왕자와 불새 이야기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였고 미샤를 주인공으로 하는 본편에도 여러번 변주되어 등장한다. (실지로 본편 우주에서 미샤는 이반 왕자와 불새를 안무하여 꽤나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전에 다른 글들에서도 불새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여러 편 변주해서 쓰곤 했다.
이번 민담에도 이반왕자와 불새 모티프가 조금 들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민담들을 고루 섞었다. 아마 읽어보시면 러시아 민담이나 다른 나라 민담들에서 접해 익숙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추소년 베르닌의 이야기!!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서무 시리즈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아, 사람 아닌 배역도 있다. 곱사등이 흑염소 :) 제목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제목과 '곱사등이 흑염소'란 배역 자체는 표트르 예르쇼프의 유명한 민담 동화인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따왔다.
블로그에서 불새나 이반 왕자와 불새, 곱사등이 망아지로 검색하면 이 주제에 대해 올린 각종 글이나 리뷰, 이미지 등이 나온다.
하여튼.. 나는 민담 애호가이다 보니 쓰는 게 재밌었는데 읽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어쨌든 서무 시리즈에서 파생된 패러디라서 이 시리즈를 읽어야 등장인물들과 연결이 되어 이해가 잘 될 것 같다. 그리고 민담들을 패러디하고 변주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무 시리즈 얘기도 뒤섞여 있고 중간중간 내 식대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 넣은 부분들도 있다 :)
(이 시리즈는 아래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함~)
*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대해 : http://tveye.tistory.com/3427
* 주요 등장인물 소개 + 시리즈 목차 : http://tveye.tistory.com/3428
* 에피소드 0. 다닐 베르닌의 새로운 임무 : http://tveye.tistory.com/3429
* 에피소드 1. 왕재수, 행동에 나서다 : http://tveye.tistory.com/3432
* 에피소드 2. 당직실의 귀신 : http://tveye.tistory.com/3437
* 에피소드 3. 버찌잼과 초콜릿 쿠키 : http://tveye.tistory.com/3444
* 에피소드 4. 공유지의 배추와 의전의 문제 : http://tveye.tistory.com/3451
* 에피소드 5. 무도회에 간 베르닌 : http://tveye.tistory.com/3458
* 에피소드 6.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 : http://tveye.tistory.com/3466
* 에피소드 7. 보고서의 악몽 : http://tveye.tistory.com/3478
* 에피소드 8. 새해 전야의 만두 소동 : http://tveye.tistory.com/3488
* 에피소드 9. 눈보라와 패딩 코트 : http://tveye.tistory.com/3524
* 에피소드 10. 벨라 등장! : http://tveye.tistory.com/3542
* 에피소드 11. 살구나무 거리에서 온 남자들 : http://tveye.tistory.com/3553
* 에피소드 12. 전설의 서무를 찾아서 : http://tveye.tistory.com/3563
* 에피소드 13. 검은 숲의 온천 요양소 : http://tveye.tistory.com/3580
* 에피소드 14. 한밤중의 침입자 : http://tveye.tistory.com/3599
* 에피소드 15. 우수 공산당원 연수 워크숍을 위해 막내가 준비해야 할 일들 : http://tveye.tistory.com/3615
* 에피소드 16. 짐꾼 베르닌과 빗, 물병, 목걸이의 비법 : http://tveye.tistory.com/3635
* 에피소드 17. 운수 좋은 날 : http://tveye.tistory.com/3661
* 에피소드 18. 메드베지에서 생긴 일, 알렉산드라 : http://tveye.tistory.com/3678
* 에피소드 19. 다닐 베르닌이 하를람피 푸고비체프가 된 사연 : http://tveye.tistory.com/3692
* 에피소드 20. 베르닌, 무대에 데뷔하다! : http://tveye.tistory.com/3708
* 에피소드 21. 스페호프의 복수 : http://tveye.tistory.com/3726
* 에피소드 22. 흰머리천사날개풀과 파인애플 : http://tveye.tistory.com/3742
* 에피소드 23. 스네고로드 집단농장 : http://tveye.tistory.com/3766
* 에피소드 24. 시계탑 전망대에서 : http://tveye.tistory.com/3785
* 에피소드 25. 천하일미 요리대회(1부) : http://tveye.tistory.com/3800
* 에피소드 25. 천하일미 요리대회(2부) : http://tveye.tistory.com/3813
* 에피소드 26. 베르닌의 옛 여인 : http://tveye.tistory.com/3832
** 번외편. 등장인물 20문답 : http://tveye.tistory.com/3492, http://tveye.tistory.com/3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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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의 슬픔 series>
번외편 - 러시아 민담 패러디
서무의 슬픔
- 곱사등이 흑염소와 단추소년 다닐, 절세미인 미셴카 -
옛날 아주 오랜 옛날 러시아 어느 시골 마을에 마음 착한 소년이 살았어요. 소년의 이름은 다닐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단추라고 부르곤 했어요. 단추는 매우 가난했지만 사랑하는 부모님과 세 명의 아름다운 누이인 알렉산드라, 렐랴, 리자가 있어 언제나 행복했어요.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어요. 욕심 많은 지주가 부하들을 보내서 밭의 농작물들을 모조리 쓸어가 버렸고 늙으신 부모님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돌아가시면서 부모님은 단추의 손을 꼭 잡고 부탁했어요.
“ 얘야, 다냐. 너는 우리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니 부디 누이들을 잘 부탁한다. 그리고 말하는 짐승을 만나면 절대로 해치지 말고 잘 대해주거라. ”
단추는 훌쩍훌쩍 울며 꼭 그러겠다고 다짐했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단추네 집 형편은 더욱 기울었어요. 아름다운 세 명의 누이 중 큰 누나인 알렉산드라가 남매들을 모아놓고 말했어요.
“ 밭일을 해봤자 또 지주가 와서 수탈을 해 갈 테니 농사는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우리는 베를 짜고 수를 놓아서 시장에 갖다 팔고 다냐는 사냥을 해서 털가죽과 고기를 얻는 게 어떨까. ”
모두가 찬성했어요. 그래서 알렉산드라와 렐랴와 리자는 매일 베를 짜고 수를 놓았고 단추는 산속으로 사냥을 하러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단추는 사냥을 나갔다가 낭떠러지의 높은 바위 사이에서 풀을 뜯고 있는 커다란 곱사등이 흑염소를 한 마리 발견했어요. 염소는 많지만 흑염소는 드물었어요. 뿔도 아주 크고 멋있게 꼬부라진데다 새까만 털에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을 보니 잡을 수만 있다면 털가죽과 고기를 팔아서 당분간 배를 곯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단추는 화살을 쏘았지만 곱사등이 흑염소는 팔짝 뛰어오르더니 도망쳐버렸어요.
돌아온 단추가 그 얘기를 하자 막내인 리자가 툴툴댔어요.
“ 아이, 오빠는 화살 좀 잘 쏘지... ”
둘째 누이인 렐랴도 툴툴댔어요.
“ 오빠는 맨날 다람쥐나 토끼밖에 못 잡아오고... 흑염소를 잡아오면 얼마나 좋아! ”
하지만 큰 누이인 알렉산드라는 동생들을 나무라며 단추를 달래주었어요.
“ 우리를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냥을 나가는 다냐에게 그런 말 하면 못써! 다냐, 흑염소는 날쌔서 화살로 잡기 쉽지 않을 테니 덫을 써보는 게 어떻겠니. ”
단추는 큰 누이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낭떠러지로 올라가 바위들 사이에 덫을 놓았어요. 다음날 낭떠러지로 가보니 과연 덫에 곱사등이 흑염소가 걸려 있었어요. 단추는 몹시 기뻤어요.
“ 와, 흑염소 가죽이랑 고기랑 뿔을 팔아서 빵도 사고 고기도 사고 기름도 사고 우리 누이들 예쁜 옷도 사줘야지! ”
그런데 그때 곱사등이 흑염소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 저를 죽이지 마세요, 다닐. 저는 신령한 산짐승이에요. 저를 살려주시면 누이들도 좋은 신랑감을 얻게 해드리고 당신에게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을 얻게 해드리겠어요. ”
단추는 빵과 고기와 기름과 누이들의 예쁜 옷이 무척 아까웠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이 말하는 짐승을 절대로 해치지 말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흑염소를 덫에서 풀어주었어요. 덫에서 풀려난 곱사등이 흑염소는 수염을 쫑긋거리며 단추에게 와서 뿔을 비벼대며 감사의 인사를 했어요.
“ 고마워요, 다닐. 저를 살려주셨으니 보답을 하겠어요. 집에 돌아가면 매주 금요일마다 낯선 남자가 하나씩 집으로 찾아와서 누이들에게 구혼을 할 거예요. 그러면 거절하지 말고 누이를 시집보내도록 하세요. 절대로 외모나 행색으로 그들을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
“ 하지만 우리 누이들은 정말 예쁜데.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을 따라가지 않을 거야! ”
“ 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구혼자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따라가게 하세요. 누이들을 모두 시집보내고 나면 다시 이 바위 앞으로 오세요. ”
단추는 좀 미심쩍었지만 고개를 끄덕였어요.
첫 번째 금요일이 되었어요. 노란 외투에 번쩍거리는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금발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긴 자그마하고 비쩍 마른 남자가 찾아왔어요. 안경까지 쓰고 있는데다 콧수염 때문에 얍삽해 보이는 인상이었기에 단추는 남자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흑염소의 말을 생각하며 보드카를 대접했어요. 남자는 보드카를 한입에 털어 넣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 안녕하시오, 다닐. 내 이름은 바냐 투레츠키요. 당신 누이 알렉산드라와 결혼하고 싶소. ”
“ 알겠어요, 알렉산드라에게 물어보겠어요. ”
놀랍게도 알렉산드라는 투레츠키를 보자마자 결혼을 승낙했어요. 그래서 알렉산드라는 투레츠키와 함께 당나귀를 타고 떠났어요.
두 번째 금요일이 되었어요. 키가 훤칠한 남자가 찾아왔어요. 이 남자는 외모는 그럴싸했지만 민망하게도 몸에 찰싹 달라붙는 하얀 타이츠와 블라우스를 입고 장화를 신고 있었어요.
“ 안녕하시오, 다닐. 내 이름은 가릭이라고 하오. 당신 누이 렐랴와 결혼하고 싶소. ”
“ 알겠어요, 렐랴에게 물어보겠어요. ”
렐랴도 가릭을 보자마자 결혼을 승낙했어요. 그래서 렐랴는 가릭과 함께 소를 타고 떠났어요.
세 번째 금요일이 되자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산적처럼 생긴 남자가 왔어요. 너덜너덜한 군복 차림에 수염까지 기르고 험상궂은 모양새였어요.
“ 안녕하시오, 다닐. 내 이름은 보랴라고 하오. 당신 누이 리자와 결혼하고 싶소. ”
“ 알겠어요, 리자에게 물어보겠어요. ”
단추는 귀염둥이 막내 누이인 리자를 저렇게 험상궂은 사내에게 시집보내기가 싫었어요. 하지만 리자는 웬일인지 보랴를 보더니 방긋방긋 웃으며 결혼하겠다고 나섰고 둘은 말을 타고 떠났어요.
다음날 단추는 낭떠러지 바위 앞으로 갔어요. 그러자 곱사등이 흑염소가 나타났어요.
“ 누이들을 모두 시집보내셨나요? ”
“ 응, 근데 다들 수상쩍은 남자들이었어. 우리 누이들이 행복해야 할 텐데. ”
“ 누이들은 여왕처럼 살게 될 거예요. 자, 이제 당신 차례예요. ”
곱사등이 흑염소가 뿔 사이에서 두루마리를 하나 떨어뜨리더니 펴보라고 했어요. 단추가 두루마리를 펴보자 눈부신 미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칠흑처럼 새까만 머리에 보석이 아로새겨진 왕관을 쓰고 금실로 수놓인 하얀 비단옷을 입고 눈처럼 새하얀 얼굴에 별처럼 반짝거리는 까만 눈, 장미꽃처럼 붉은 입술의 절세미인이었어요. 단추는 초상화를 보자마자 황홀해서 넋을 잃었어요.
“ 흑염소야, 흑염소야. 이 사람은 누구니?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니? ”
“ 이 사람은 절세미인 미셴카예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죠. 그 미모에 반한 마왕 스페호프의 구애를 거절해서 세상 끝 왕국에 감금되어 있답니다. ”
“ 내가 미셴카를 구하고 말겠어! 그 세상 끝 왕국은 어디에 있니? ”
“ 그건 아무도 모른답니다.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세 개의 왕국을 먼저 찾아내야 해요. 이 공을 받으세요. 공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계속 가면 첫 번째 왕국에 도달하실 수 있어요. 그 이후는 하느님에게 맡겨야 해요. ”
“ 알겠어. 꼭 세상 끝 왕국을 찾아내서 미셴카를 구해 내고 말겠어! 고마워, 흑염소야. ”
“ 마음씨 착한 다닐, 당신은 친절하고 마음이 착하니 한 가지 선물을 드리겠어요. 제 뿔 사이에서 털을 하나 뽑아보세요. ”
단추는 흑염소의 뿔 사이에서 가장 길게 솟아 있는 까맣고 윤나는 털을 하나 뽑았어요.
“ 마음씨 착한 다닐, 세상이 무너지는 듯이 무섭고 슬플 때 그 털을 꺼내서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세요. ‘흑염소야, 흑염소야, 수틀리면 들이받는 흑염소 코즐로프야. 나에게 와주렴.’ 그러면 제가 나타날 거예요. 이제 세상 끝 왕국으로 떠나세요. ”
그리하여 마음 착한 단추는 곱사등이 흑염소와 헤어져서 세상 끝 왕국을 찾아 떠나게 되었어요.
* * *
단추는 흑염소가 준 공을 던졌어요. 공이 굴러가는 방향대로 걷고 또 걸었어요. 산 넘고 물 건너 계속 걸었어요. 신발이 닳고 옷이 해질 정도로 오래오래 걸었어요. 지치고 힘들 때마다 품에서 절세미인 미셴카의 초상화를 꺼내보며 다짐했어요.
“ 조금만 기다려요, 아름다운 미셴카. 마왕의 손아귀에서 꼭 구해드릴게요! ”
그러던 어느 날 떼굴떼굴 굴러가던 공이 멈춰버렸어요. 아무리 굴려도 더 이상 굴러가지 않았어요. 그때 누더기와 넝마를 걸친 거지떼가 나타나 단추를 다짜고짜 꽁꽁 묶었어요. 아무리 단추가 자기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소용없었어요. 낯선 놈이라면서 자신들의 소굴로 끌고 갔어요. 단추는 기가 막혔어요. 갖은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웬 거지 도적떼의 소굴로 끌려오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거지 도적떼의 소굴은 겉모양만 허름할 뿐 안으로 들어가자 온갖 금은보화가 가득했어요. 거지들이 누더기를 벗자 안에 껴입은 비단옷이 나타났어요. 단추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거지들이 ‘왕비 마마!’ 하고 무릎을 꿇었어요. 보석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어요. 단추는 자기 눈을 의심했어요. 그 여인은 큰 누이 알렉산드라였어요. 알렉산드라는 단추를 와락 껴안으며 너무나도 반가워했어요.
“ 다냐! 사랑하는 내 동생! ”
“ 누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
“ 여기는 개방 왕국이란다. 내 남편 바냐 투레츠키가 다스리는 곳이야. ”
그때 바냐 투레츠키가 나타났어요. 여전히 노란 재킷에 번쩍번쩍하는 훈장들을 달고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기고 있었어요. 하지만 안경을 벗자 세상에 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또 있을 수가 싶을 정도였어요. 투레츠키는 단추를 보더니 매우 기뻐했어요.
“ 어이, 처남!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술 한 잔 하지! ”
“ 반가워요, 바냐. 그런데 당신이 개방 왕국의 왕이었다니 몰랐네요. 여기는 허름해서 거지떼 소굴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 ”
“ 에이, 그건 다 위장한 거지. 우리는 사실 교역과 상업으로 부를 축적했는데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거지 소굴처럼 꾸미고 있는 거야. ”
“ 그랬구나... 여기가 세 개의 왕국 중 첫 번째 왕국인가요? ”
“ 응, 그렇지. ”
“ 그러면 세상 끝 왕국은 어떻게 가야 하나요? 절세미인 미셴카와 결혼하고 싶어요. ”
“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아마 우리 형님에게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오늘은 같이 술 마시고 맛있는 거 먹으며 회포를 풀고 내일 가도록 해. ”
그래서 단추는 투레츠키와 누이 알렉산드라와 함께 먹고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투레츠키가 당나귀를 한 마리 끌고 왔어요.
“ 이놈이 길을 아니까 타고 가면 우리 형님의 왕국에 도착하게 될 거야. ”
“ 고마워요, 바냐. 알렉산드라랑 행복하게 사세요. ”
투레츠키는 단추에게 보석이 박힌 빗을 하나 건네주었어요.
“ 위기에 처하면 이걸 등 뒤로 던지도록 해. 부디 절세미인 미셴카를 꼭 찾기를! ”
단추는 빗을 품에 집어넣고 당나귀를 타고 떠났어요. 당나귀는 굉장히 빨랐어요. 바람처럼 달려가 사흘 만에 두 번째 왕국에 도착했어요. 당나귀가 단추를 내려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어요. 단추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망토를 두른 건장한 남자들이 나타나 그를 꽁꽁 묶어서 끌고 갔어요.
끌려가면서 보니 주위에는 거대한 풍차들이 가득했고 푸르른 초원 위로 황금빛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망토 두른 남자들이 단추를 파란색의 예쁜 지붕과 하얀색 칠이 된 벽이 기다랗게 뻗어 있는 자그마한 궁전으로 끌고 갔어요. 궁전 내부는 참으로 호화로웠어요. 단추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남자들이 ‘왕비 마마!’ 하고 무릎을 꿇었어요. 예쁜 레이스 드레스에 장미꽃 장식을 달고 있는 미녀가 나타났는데 자세히 보니 둘째 누이 렐랴였어요. 렐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달려와 단추를 꼭 껴안았어요.
“ 다냐 오빠! 정말 보고 싶었어요! ”
“ 어, 렐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 여기는 풍차 왕국이에요. 내 남편 가릭이 다스리는 곳이에요. ”
그때 가릭이 나타났어요. 여전히 하얀 타이츠에 블라우스, 빨간 망토 차림이었지만 그렇게 우아하고 근사해보일 수가 없었어요. 가릭은 단추를 보더니 매우 기뻐했어요.
“ 어이, 처남!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술 한 잔 하지! ”
“ 반가워요, 가릭. 그런데 당신이 풍차 왕국의 왕이었다니 몰랐네요. 굉장히 유복한 왕국인가 봐요. ”
“ 응. 우리는 원체 땅도 기름지고 농사도 잘 되고 소들도 잘 커서 엄청 부자 왕국이야. ”
“ 그랬구나... 여기가 세 개의 왕국 중 두 번째 왕국인가요? ”
“ 응, 그렇지. ”
“ 그러면 세상 끝 왕국은 어떻게 가야 하나요? 절세미인 미셴카와 결혼하고 싶어요. ”
“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아마 우리 큰형님에게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오늘은 같이 술 마시고 맛있는 거 먹으며 회포를 풀고 내일 가도록 해. ”
그래서 단추는 가릭과 누이 렐랴와 함께 먹고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가릭이 황금빛 소를 한 마리 끌고 왔어요.
“ 이놈이 길을 아니까 타고 가면 우리 큰형님의 왕국에 도착하게 될 거야. ”
“ 고마워요, 가릭. 렐랴랑 행복하게 사세요. ”
가릭은 단추에게 보석 마개가 박힌 물병을 하나 건네주었어요.
“ 위기에 처하면 이걸 등 뒤로 던지도록 해. 부디 절세미인 미셴카를 꼭 찾기를! ”
단추는 물병을 품에 집어넣고 황금소를 타고 떠났어요. 황금소는 굉장히 빨랐어요. 바람처럼 달려가 엿새 만에 세 번째 왕국에 도착했어요. 황금소가 단추를 내려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어요. 단추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조그만 날개가 달리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사탕요정들이 나타나서 그를 꽁꽁 묶어서 끌고 갔어요.
끌려가면서 보니 주위에는 우유로 된 샘물과 포도주로 된 강이 흐르고 있었어요. 빵으로 만든 언덕과 과자집들이 즐비했어요. 나무에는 맛있는 음식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요. 사탕요정들이 단추를 초콜릿과 딸기 사탕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궁전으로 끌고 갔어요. 궁전 내부는 참으로 호화로운데다 여기저기 맛있는 음식과 케익이 가득했어요. 단추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요정들이 ‘왕비 마마!’ 하고 무릎을 꿇었어요. 천사처럼 조그만 날개를 달고 딸기 모양의 보석 팔찌를 찬 미녀가 나타났는데 자세히 보니 막내 누이 리자였어요. 리자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달려와 단추의 뺨에 뽀뽀를 했어요.
“ 어머 어머, 다냐 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
“ 어, 리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 여기는 꿀 왕국이에요. 내 남편 보랴가 다스리는 곳이에요. ”
그때 보랴가 나타났어요. 군복 대신 곤룡포를 두르고 왕홀을 들고 있는데 그렇게 당당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보랴는 단추를 보더니 매우 기뻐했어요.
“ 어이, 처남!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술 한 잔 하지! ”
“ 반가워요, 보랴. 그런데 당신이 꿀 왕국의 왕이었다니 몰랐네요. 사방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네요. ”
“ 그렇지. 여기는 지상낙원이야. 배고픈 인민은 단 하나도 없어. 모두가 조금 일하고 많이 쉬고 맛있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어. ”
“ 그랬구나... 여기가 세 개의 왕국 중 마지막 왕국인가요? ”
“ 응, 그렇지. ”
“ 그러면 세상 끝 왕국은 어떻게 가야 하나요? 절세미인 미셴카와 결혼하고 싶어요. ”
“ 뭐라고? 세상 끝 왕국에 가겠다고? 음, 다른 사람 같으면 말렸겠지만 자네는 내 처남이니 도와주도록 하겠네. 오늘은 같이 술 마시고 맛있는 거 먹으며 회포를 풀고 내일 가도록 하게. ”
그래서 단추는 보랴와 누이 리자와 함께 먹고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보랴가 백마를 한 마리 끌고 왔어요. 그리고는 청어 세 마리를 내밀었어요.
“ 내 말 잘 듣게, 다냐. 세상 끝 왕국은 검은 숲을 지나가야 하네. 이 백마가 숲을 통과하게 해줄 걸세. 숲을 지나면 수정과 황금으로 장식된 성이 나타날 것이네. 그러나 성문 앞에는 머리 셋 달린 무서운 괴물이 지키고 있다네. 괴물이 달려들거든 이 청어를 한 마리씩 던져주게. 그런 후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절세미인 미셴카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
“ 고마워요, 보랴. 리자랑 행복하게 사세요. ”
보랴는 단추에게 은으로 된 목걸이를 하나 건네주었어요.
“ 위기에 처하면 이걸 등 뒤로 던지도록 해. 부디 절세미인 미셴카를 그 마왕 스페호프의 손아귀에서 꼭 구해내기를! ”
* * *
백마는 아흐레 밤낮을 달렸어요. 마침내 울창하고 어두컴컴한 검은 숲을 쏜살같이 통과하자 눈부신 햇살과 함께 이제껏 본 적도 없을 만큼 호화롭고 장대한 수정과 황금의 성이 나타났어요. 백마는 단추를 내려주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어요.
단추는 성벽을 돌아서 문 앞으로 갔어요. 과연 보랴의 말대로 무시무시하게 생긴 머리 셋 달린 괴물이 성문 앞을 지키고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 기세였어요. 단추는 급하게 보랴가 준 청어 세 마리를 꺼내서 머리 하나당 한 마리씩 던져주었어요. 문지기 괴물은 청어를 쩝쩝 아작아작 씹더니 강아지처럼 온순해져서 금세 단추의 무릎 아래 납작 엎드렸어요. 그래서 단추는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성 내부는 굉장히 넓고 화려했어요.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수정과 황금으로 장식된 홀이 펼쳐졌어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따라가니 커다란 문이 나타났어요. 문을 밀자 붉은 벨벳 커튼이 나타났어요. 벨벳 커튼을 밀어젖히자 녹색 비단 커튼이 나타났어요. 비단 커튼을 열자 황금빛과 푸른빛으로 가득한 침실이 나타났어요.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인이 앉아서 조그만 현이 달린 악기를 연주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칠흑처럼 새까만 머리에 보석이 아로새겨진 왕관을 쓰고 금실로 수놓인 하얀 비단옷을 입고 눈처럼 새하얀 얼굴에 별처럼 반짝거리는 까만 눈, 장미꽃처럼 붉은 입술의 절세미인이었어요. 바로 두루마리 초상화의 아름다운 미셴카였어요. 단추는 자기도 모르게 미셴카의 발 아래 넙죽 절을 했어요. 미셴카가 깜짝 놀라 악기를 내려놓고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 당신은 누구신가요? 여기는 세상 끝 왕국이라 인간의 몸으로 찾아올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혈혈단신으로 여기까지 오셨나요? ”
“ 아름다운 미셴카, 저는 다닐이라고 해요. 수틀리면 들이받는 흑염소 코즐로프가 보여준 초상화에서 당신을 보고 반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
“ 아이 참, 어쩌려고 무모하게 여기까지 오셨나요. 여기는 무시무시한 마왕 스페호프가 지배하는 곳이에요. 인간들을 너무 싫어해서 보는 족족 잡아먹고 잔혹하게 죽이고 괴롭히고 수탈하는 간악한 마왕이에요. 당신을 발견하면 즉시 죽이려고 할 거예요. 어서 도망가세요! ”
“ 안돼요. 저 혼자 도망갈 수는 없어요. 제가 죽더라도 당신을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해드리고 말겠어요! ”
미셴카가 감동해서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단추의 뺨에 뽀뽀를 했어요. 단추는 너무 황홀해서 기절할 것 같았어요.
“ 고마워요, 다닐. 저를 구하러 여기까지 와 주시다니. 저는 벌써 3년째 여기 갇혀서 고통을 겪고 있어요. 스페호프는 마왕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무찌를 수가 없어요. 그를 없애는 방법을 알아내야 해요. 마침 오늘이 스페호프가 저에게 오는 날이에요. 마왕은 매달 마지막 주에 여기 와서 사흘 동안 머무르는데 당신은 그동안 제 옷장에 꼭꼭 숨어 계세요. 제가 마왕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보겠어요. 마왕이 이 방을 떠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옷장에서 나오시면 안돼요. ”
“ 알겠어요, 미셴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옷장에서 나오지 않을게요. 그런데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실 수 없나요? 아흐레 동안 꼬박 달려왔더니 너무나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네요. ”
미셴카는 과일과 고기와 빵과 주스와 보드카를 가져다주었어요. 단추는 먹고 마셨어요. 허기와 갈증이 가시자 단추는 너무나도 피곤했어요. 미셴카가 단추를 침대에 뉘어주고 부채질을 해주면서 머리를 빗겨주었어요. 미셴카의 손길이 너무나 부드러웠고 향기도 너무나 달콤해서 단추는 사르르 눈이 감겼어요.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갑자기 미셴카가 화들짝 놀라며 단추를 깨웠어요.
“ 일어나요, 다닐! 스페호프가 오고 있어요. 창 너머로 벌써 날개 치는 소리가 들려와요. 어서 옷장으로 들어가세요! ”
단추는 후다닥 옷장으로 들어갔어요. 옷장은 단추의 시골집보다도 더 넓었고 화려한 의상들과 장식품이 즐비했어요. 단추는 미셴카의 아름다운 가운과 망토 사이에 몸을 숨기고 옷장 틈새로 바깥을 엿보았어요.
그때 푸드득푸드득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와 피비린내와 금속 냄새가 진동을 하더니 마왕 스페호프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와 거대한 검은 날개를 접으며 내려앉았어요. 그리고는 훌쩍 재주를 넘더니 인간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해 곧장 미셴카의 허리를 낚아채고 입술이 떨어져라 키스를 했어요. 미셴카는 가만히 있었지만 얼굴에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어요. 단추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금방이라도 뛰쳐나가 마왕을 베어죽이고 싶었지만 미셴카와의 약속을 생각하고 꾹 참았어요.
입술을 뗀 스페호프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어요.
“ 어디선가 인간 냄새가 나는군! 분명 어딘가 인간이 숨어 있는 거야! ”
미셴카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어요.
“ 인간은 무슨! 아무도 제 곁에 못 오게 해놓고서 무슨 인간 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아마 제 냄새겠죠! ”
“ 아니야! 너처럼 달콤하고 황홀한 꽃 냄새가 아니야! 이것은 러시아 촌놈 냄새야! 분명 어딘가 러시아 촌놈이 숨어 있는 거야! ”
“ 아유, 또 밖에 나가서 인간을 잡아먹고 왔군요! 자기가 풍기는 냄새잖아요! 저한테 올 때는 인간 잡아먹지 않겠다고 해놓고서! 미워요! ”
미셴카가 눈을 샐쭉하게 뜨더니 홱 돌아앉았어요. 마왕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 그런가... 오다가 배고파서 몇 놈 잡아먹긴 했지. 약속은 무슨 약속! 뭐든 내 맘이지! 오늘따라 더 예쁘군. 그래, 오늘도 울고불고 말 안 듣고 결혼 안하겠다고 버둥거릴 생각이야? ”
“ 결혼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어차피 매일 당신 맘대로 하면서. ”
“ 그래도 데리고 노는 거하고 결혼은 사정이 다르지! 나는 우리 왕국의 제1후계자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단 말이야. 대대로 우리 마왕들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과 결혼했지. 이 전통을 어길 수는 없어! 계속 이렇게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면 이제 나도 어쩔 수 없지. 억지로 끌고 가서 결혼하든가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악마들에게 너를 제물로 바칠 수밖에! ”
미셴카의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을 보니 결혼도 싫고 악마들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도 무서운 것 같았어요. 금세 큰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면서 ‘싫어요 싫어요’ 하고 울먹거리는 것을 보니 단추의 마음은 찢어질 것 같았어요. 그런데 미셴카가 울자 스페호프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더니 미셴카를 와락 껴안고 또 뽀뽀를 하면서 몸을 어루만졌어요.
“ 나는 네가 울면 더 기분이 좋아. 밤새 울려주고 괴롭혀주겠다! ”
단추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려는 찰나 미셴카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요.
“ 흑... 마왕님과 결혼하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어서 못한단 말이에요! ”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지? 정말로 나와 결혼하고 싶단 말이냐? 3년 내내 결혼 얘기만 나오면 거절하고 울고불고 소란을 피워놓고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
“ 저는 고귀한 혈통에 우주에서 제일가는 미인이란 말이에요. 제 결혼 상대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여야 해요. 그런데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저 같은 것이야 힘이 없으니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 당신보다 더 센 남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이랑 결혼해서 제 모든 것을 맡겼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더 강한 남자가 나타나서 당신을 한칼에 죽여 버리기라도 하면 전 어떻게 살아요! 흑흑,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엉엉... 그래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겠다고요. ”
스페호프는 굉장히 좋아했어요. 껄껄 웃더니 미셴카를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어요.
“ 허허, 이런 바보 같으니. 실은 날 좋아하면서도 그런 두려움 때문에 계속 앙탈을 부렸단 말이냐! 역시 인간이라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이 세상에 나보다 강한 남자 따윈 존재하지 않아! 난 악마 왕국의 최고 후계자이며 불사의 마왕이야! 인간의 힘으로 날 죽일 수는 없지! ”
“ 그걸 어떻게 믿어요, 흐흑... 누가 와서 큰 칼로 당신을 뒤에서 찌르기라도 하면... 엉엉... ”
“ 하하하, 나는 악마의 가호로 무장한 몸이야! 인간의 칼은 내 몸에 들어가지도 않아! 나는 불사야! ”
“ 세상에 불사의 존재가 어디 있어요! 옛날에 우리 유모가 그랬어요, 악마도 모두 죽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당신이라고 어떻게 안 죽어요! ”
“ 허, 그 유모가 좀 똑똑하군. 그렇지, 악마도 모두 죽게 되어 있지. 그러나 나는 내 죽음을 내 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숨겨놨기 때문에 그 어떤 공격을 당해도 죽지 않아. ”
“ 죽음을 어떻게 다른 데 숨길 수가 있어요? 거짓말. ”
“ 거짓말이라니! 감히 나를 의심하느냐! ”
“ 당신은 매일 약속도 안 지키고... 인간 안 잡아먹겠다더니 매일 잡아먹고, 절 때리지도 않고 귀여워해주겠다고 해놓고 툭하면 때리고 울리고 밤새 덮치는데 어떻게 믿어요, 엉엉... 죽음을 어떻게 다른 곳에 숨겨요. 그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안심하고 당신이랑 결혼할 수 있겠어요! ”
“ 하하, 귀여운 것 같으니. 내가 사실을 말해주면 오늘 밤은 더 이상 앙탈하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내 품에 안기겠느냐? 사흘 후에 나와 함께 악마 왕국에 가서 결혼하겠느냐? ”
“ 사실을 말해주면요. ”
“ 내 죽음은 성 안의 호숫가 마당에서 놀고 있는 검은 오리의 심장에 숨겨져 있지. 그 오리를 죽여 심장을 꺼내 터뜨리지 않는 한 난 죽지 않아. 이제 마음이 놓였느냐? ”
“ 호숫가 마당에서 놀고 있는 검은 오리... ”
미셴카는 단추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중얼거렸어요. 단추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입안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외었어요. 미셴카가 더 이상 울지 않고 얌전해지자 스페호프가 좋아했어요. 미셴카를 끌어안고 침대로 갔어요. 밤새 마왕이 미셴카를 데리고 노는 동안 단추는 옷장 안에서 등을 돌리고 웅크린 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를 죽여 엉엉 울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미셴카를 구해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다음날 아침에 미셴카가 옷장 문을 열고 단추를 깨웠어요.
“ 일어나요, 다닐. 일어나요. 마왕이 나갔어요. 저녁에 다시 올 거예요. 어제 마왕이 자기 죽음에 대해 한 얘기를 들었나요? ”
“ 호숫가 마당에 놀고 있는 검은 오리요. 제가 지금 당장 가서 그 오리를 죽여 버리겠어요! ”
“ 안돼요. 저는 스페호프를 믿을 수가 없어요. 무작정 오리를 죽였다가 그게 아니면 돌이킬 수 없게 돼요. 일단 시험을 해봐야겠어요. 오늘 하루만 지켜봐주세요. ”
“ 안돼요, 어제 당신이 그렇게 고초를 당했는데 오늘 또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어요! 지금 당장 오리를 죽여 버리겠어요! ”
“ 다닐, 제발 오늘 하루만 참아주세요. 저를 믿어주세요. ”
단추는 미셴카가 까만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부탁하자 마음이 약해져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둘은 손을 잡고 정원 안뜰의 호숫가로 갔어요. 오리들이 옹기종기 노닐고 있었는데 정말 검정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 단추는 단칼에 오리를 내리치고 싶었지만 미셴카는 오리를 붙잡더니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고 목에는 금실로 수를 놓은 리본을 둘러주었어요. 그리고는 오리를 데리고 침실로 와서 비단 쿠션 위에 올려놓고 먹이를 주고 꽃다발을 바쳤어요.
오리가 배불리 먹고 잠이 들자 미셴카는 단추와 함께 식사를 하고 정원을 산책했어요. 단추에게 노래도 불러주었어요. 악기를 연주해 주고 천사처럼 춤도 춰주었어요. 단추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자기 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곱사등이 흑염소를 만났던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러다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어요. 미셴카가 화들짝 놀랐어요.
“ 다닐, 빨리 침실로 돌아가야 해요! 스페호프가 곧 올 거예요! ”
둘은 급하게 침실로 올라갔어요. 단추를 옷장에 숨긴 후 미셴카는 비단 쿠션을 자기 무릎에 올려놓고 오리의 털을 빗겨주고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어요. 그때 푸드득푸드득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와 피비린내와 금속 냄새가 진동을 하더니 마왕 스페호프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와 거대한 검은 날개를 접으며 내려앉았어요. 그리고는 훌쩍 재주를 넘더니 인간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해 곧장 미셴카의 허리를 낚아채려다 오리를 보고는 멈칫했어요.
“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
“ 호숫가 마당의 검은 오리님이요. 마당에 놔뒀다가 누가 와서 심장을 꺼낼까봐 무서워서 여기 데려다 놓았어요. ”
“ 그 비단 쿠션과 왕관과 리본은? 노래를 불러주고 털까지 빗겨주다니. ”
“ 당신의 죽음을 숨겨둔 오리님인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둘 수가 있나요. 받들어 모셔야죠. ”
스페호프가 껄껄 웃었어요. 미셴카를 와락 껴안더니 얼굴에 뽀뽀를 퍼부으며 허리가 끊어져라 웃어댔어요.
“ 하하하, 역시 인간이란 어리석다니까! 귀엽기도 하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이깟 하찮은 오리 따위에게 내 죽음을 숨겨놓을 리가 없거늘! ”
“ 뭐라고요? 또 저에게 거짓말을 하셨단 말이에요? 너무해요. 전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속마음을 다 얘기했는데... 냄새나는 오리까지 데려와서 제 비단 쿠션에 재워줬는데 정말 너무해요. ”
미셴카가 금세 눈물을 글썽거리며 돌아앉았어요. 마왕은 계속 웃어댔지만 미셴카가 흐느껴 울자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닦아 주었어요.
“ 뭘 그렇게 울어! 내가 그랬지! 울면 더 울려주고 싶다고! ”
“ 다 거짓말이었어... 당신이랑은 결혼 못 해요! 전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랑 결혼해야 되는데. 이러다가 누가 와서 당신을 죽이면 난 불행해지겠지... 엉엉... ”
“ 허허, 귀여운 것 같으니. 좋아, 내가 사실을 말해주지. 내 죽음은 정원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오백년 묵은 참나무 안에 숨겨져 있지. 그 참나무를 베어 넘어뜨리지 않는 한 난 죽지 않아. 이제 마음이 놓였느냐? ”
“ 정원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오백년 묵은 참나무... ”
미셴카는 단추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중얼거렸어요. 단추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입안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외었어요. 미셴카가 더 이상 울지 않고 얌전해지자 스페호프가 좋아했어요. 미셴카를 끌어안고 침대로 갔어요. 밤새 마왕이 미셴카를 데리고 노는 동안 단추는 옷장 안에서 등을 돌리고 웅크린 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를 죽여 엉엉 울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미셴카를 구해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다음날 아침에 미셴카가 옷장 문을 열고 단추를 깨웠어요.
“ 일어나요, 다닐. 일어나요. 마왕이 나갔어요. 저녁에 다시 올 거예요. 어제 마왕이 자기 죽음에 대해 한 얘기를 들었나요? ”
“ 정원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오백년 묵은 참나무요. 제가 지금 당장 가서 그 나무를 베어버리겠어요! ”
“ 안돼요. 저는 스페호프를 믿을 수가 없어요. 무작정 나무를 베었다가 그게 아니면 돌이킬 수 없게 돼요. 일단 시험을 해봐야겠어요. 오늘 하루만 지켜봐주세요. ”
“ 안돼요, 어제도 당신이 그렇게 고초를 당했는데 오늘 또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어요! 지금 당장 나무를 베어버리겠어요! ”
“ 다닐, 제발 오늘 하루만 참아주세요. 저를 믿어주세요. ”
단추는 미셴카가 까만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부탁하자 마음이 약해져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둘은 손을 잡고 정원으로 갔어요. 아주 깊이 들어가자 오백년 묵은 참나무가 있었어요. 단추는 도끼로 나무를 내리치고 싶었지만 미셴카는 나무에 금실로 수를 놓은 리본을 둘러주고 꽃다발과 보석을 잔뜩 쌓아놓았어요.
나무 그늘에 앉아서 미셴카는 단추와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어요.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러다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어요. 미셴카가 화들짝 놀랐어요.
“ 다닐, 빨리 침실로 돌아가야 해요! 스페호프가 곧 올 거예요! ”
둘은 급하게 침실로 올라갔어요. 단추를 옷장에 숨긴 후 미셴카는 ‘참나무야 참나무야 우리 마왕님을 지켜주렴’ 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때 푸드득푸드득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와 피비린내와 금속 냄새가 진동을 하더니 마왕 스페호프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와 거대한 검은 날개를 접으며 내려앉았어요. 그리고는 훌쩍 재주를 넘더니 인간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했어요. 하지만 미셴카의 허리를 낚아채지는 않고 빙긋빙긋 웃었어요.
“ 정원에 다녀왔는데 참나무에 리본을 둘러주고 꽃다발을 쌓아뒀더군. 내가 가져다줬던 금은보화도 전부 나무 아래 갖다놓고. 대체 왜 그런 거지? ”
“ 당신의 죽음을 숨겨둔 위대한 참나무님인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둘 수가 있나요. 받들어 모셔야죠. ”
스페호프가 껄껄 웃었어요. 미셴카를 와락 껴안더니 온몸에 뽀뽀를 퍼부으며 허리가 끊어져라 웃어댔어요.
“ 하하하, 역시 예쁜 애는 미련하다니까!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그깟 썩은 나무 둥치 따위에게 내 죽음을 숨겨놓을 리가 없거늘! ”
“ 뭐라고요? 또 저에게 거짓말을 하셨단 말이에요? 너무해요. 전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속마음을 다 얘기했는데... 제 금은보화를 모두 바쳤는데 정말 너무해요. ”
미셴카가 금세 눈물을 글썽거리며 돌아앉았어요. 마왕은 계속 웃어댔지만 미셴카가 흐느껴 울자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닦아 주었어요.
“ 뭘 그렇게 울어! 내가 그랬지! 울면 더 울려주고 싶다고! ”
“ 당신은 어쩌면 이럴 수가 있나요! 당신이랑은 결혼 못 해요! 난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랑 결혼해야 되는데. 이러다가 누가 와서 당신을 죽이면 난 불행해지겠지... 엉엉... 당신은 절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해요!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고... 저 혼자 사랑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흑흑... ”
미셴카가 목을 놓아 울자 마왕 스페호프는 달래보려고 애를 썼어요. 하지만 미셴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어요. 급기야 미셴카는 창가로 기어 올라가 바깥으로 몸을 내밀며 울부짖었어요.
“ 당신이 이렇게 저를 속이고 절 믿어주지 않는다면 전 뛰어내려 죽어버리겠어요! 저를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할 수는 없어요! ”
스페호프가 껄껄 웃었어요. 한 팔로 미셴카를 안아서 침대로 데려가더니 머리와 얼굴과 목에 뽀뽀를 했어요. 그리고는 결심한 듯 말했어요.
“ 네가 이토록 나를 사랑하니 사실을 말해주지. 그 누구에게도 말해준 적이 없는 비밀이야. 성 뒤에 있는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이 있고 그 섬에는 천년 묵은 뱀이 한 마리 똬리를 틀고 있지. 그 똬리 아래 작은 상자가 있고 그 상자를 열면 검은 알이 하나 있는데 그 알을 깨뜨려 노른자를 뭉개지 않는 한 난 결코 죽지 않아. 이제 마음이 놓였느냐? ”
“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 뱀, 상자, 검은 알... ”
미셴카는 단추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중얼거렸어요. 단추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입안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외었어요.
“ 그래. 이제 만족하느냐?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느냐? 이제 나와 결혼해 주겠느냐? ”
“ 네, 마왕님. ”
미셴카가 더 이상 울지 않고 얌전해지자 스페호프가 좋아했어요. 미셴카를 끌어안고 침대로 갔어요. 밤새 마왕이 미셴카를 데리고 노는 동안 단추는 옷장 안에서 등을 돌리고 웅크린 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 뱀, 상자, 검은 알’을 수백 번 되풀이했어요.
* * *
다음날 아침에 미셴카가 옷장 문을 열고 단추를 깨웠어요. 사흘 밤 내내 마왕에게 시달려서 해쓱해진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어요.
“ 일어나세요, 다닐. 일어나세요. 시간이 없어요. 성 뒤에 있는 호수의 작은 섬으로 가서 천년 묵은 뱀의 똬리 아래 있는 상자를 찾아오세요. 저는 스페호프의 마법에 걸려 있어 성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답니다. 당신 혼자 가야 해요. 해가 지기 전까지 꼭 돌아오셔야 해요. 오늘 저녁에 스페호프가 저를 데리고 악마 왕국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저는 악마 왕국으로 끌려가 스페호프와 결혼하거나 악마들에게 제물로 바쳐지게 될 거예요. 부디 저를 구해주세요, 다닐. ”
“ 걱정 마세요, 미셴카! 제가 반드시 상자를 찾아서 알을 깨뜨리겠어요! 당신을 그놈의 마수에서 구해내고 말겠어요! ”
“ 꼭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와야 해요! 다닐, 사랑해요! ”
미셴카가 단추를 꼭 껴안더니 입술에 키스를 해 주었어요. 단추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았어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미셴카를 꼭 껴안은 채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간신히 무릎을 펴고 일어났어요. 그리고는 쏜살같이 성 밖으로 내달렸어요.
성 뒤에는 정말 거대한 호수가 있었어요. 헤엄을 쳐서는 도저히 섬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단추가 절망하며 탄식하고 있는데 호숫가로 집채만한 철갑상어 한 마리가 올라오더니 물었어요.
“ 다닐, 왜 그렇게 슬퍼하고 있나요? ”
“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니. 호수를 건너 섬에 가서 천년 묵은 뱀의 똬리 아래 있는 상자를 꺼내 알을 깨뜨려야 사랑하는 미셴카를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해낼 수 있는데 호수를 건널 수가 없단다. ”
“ 마음씨 착한 다닐, 저는 당신이 구해준 곱사등이 흑염소 코즐로프의 사촌이랍니다. 제 등에 타세요, 섬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
단추는 물고기가 어떻게 흑염소와 사촌일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는 대신 고마워하며 철갑상어의 등에 올라탔어요. 철갑상어는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갔어요. 마침내 섬에 도착했을 때 철갑상어가 말했어요.
“ 상자를 찾아내면 곧장 여기로 와서 저를 부르세요. 건너편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
“ 고마워, 철갑상어야! ”
단추는 쏜살같이 달려서 섬의 한가운데 언덕으로 올라갔어요. 햇살 잘 드는 언덕 위에 눈처럼 새하얗게 빛이 바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뱀이 한 마리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어요. 뱀의 위용이 너무나 당당해서 단추는 얼어붙었어요. 고향에서 흔히 보던 뱀 생각만 하고 작대기로 치워버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과연 천년 묵은 뱀이라 그런지 작대기는 어림도 없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물려 죽거나 나무둥치 같은 몸뚱이에 휘감겨 죽을 것 같았어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두더지 한 마리가 단추에게 말을 걸었어요.
“ 다닐, 왜 그렇게 슬퍼하고 있나요? ”
“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니. 천년 묵은 뱀의 똬리 아래 있는 상자를 꺼내 알을 깨뜨려야 사랑하는 미셴카를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해낼 수 있는데 뱀이 너무 크고 무서워서 상자를 꺼낼 수가 없단다. ”
“ 마음씨 착한 다닐, 저는 당신이 구해준 곱사등이 흑염소 코즐로프의 사촌이랍니다. 제가 상자를 가져다 드릴게요. ”
단추는 흑염소에게는 참 사촌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두더지는 천년 묵은 뱀 이 앉아 있는 쪽으로 가더니 잽싸게 땅을 파고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한참 후에 머리와 콧등에서 흙을 마구 떨어내며 조그만 상자를 물고 왔어요.
“ 다닐, 상자를 받으세요. 그런데 열쇠가 없네요. 부디 알을 꺼내 깨뜨려서 절세미인 미셴카를 마왕의 손아귀에서 꼭 구하실 수 있기를! ”
“ 고마워, 두더지야! 은혜를 잊지 않을게! ”
단추는 상자를 들고 달려갔어요. 벌써 오후가 다 지나가고 있었어요. 호숫가로 달려가 목청껏 소리쳤어요.
“ 철갑상어야 철갑상어야! 나를 호수 저편으로 데려다 주렴! ”
철갑상어가 나타나 단추를 등에 태우고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갔어요. 마침내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 철갑상어가 단추를 내려주었어요.
“ 잘 가요, 마음씨 착한 다닐. 부디 절세미인 미셴카를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해내길 빌어요! ”
“ 고마워, 철갑상어야! 이 은혜를 잊지 않을게! ”
단추는 상자를 가슴에 품고 정신없이 뛰었어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어요.
‘ 큰 일 났네, 미셴카가 반드시 해가 지기 전까지 와 달라고 했는데... ’
단추는 숨이 막히고 폐가 터질 만큼 미친 듯이 뛰었어요. 그러나 막 성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마왕 스페호프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와 첨탑의 침실 창문에 내려앉는 것이 보였어요. 단추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정신없이 계단으로 달려 올라가려는데 미셴카가 구르듯 뛰쳐나왔어요. 빨간 실로 수를 놓은 모자 속으로 머리칼을 전부 감추고 볼품없는 루바슈카 셔츠와 모피를 덧댄 바지에 장화를 신은 채 뛰쳐나온 미셴카의 초라해진 모습에 단추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 아아, 미셴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왕관과 망토와 가운은, 그 화려하던 장신구는 다 어디로 갔나요? ”
“ 변장을 했어요! 마왕의 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요! ”
하지만 변장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평민들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해도 미셴카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었어요. 오히려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그 미모가 더욱 빛이 났어요. 미셴카는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 스페호프가 와요, 다닐! 상자! 상자를 찾으셨나요? ”
“ 네! 철갑상어와 두더지가 도와줘서 상자를 찾았어요! 그런데 열쇠가 없어서 상자를 열지 못했어요... ”
“ 상자를 꺼내보세요! ”
단추가 급하게 품에서 상자를 꺼내고 있는데 마왕 스페호프가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며 침실 창가에서 머리를 쭉 빼더니 날카로운 눈초리로 아래를 쭉 훑었어요. 마왕의 눈은 매처럼 예리했어요. 정원에 있는 미셴카를 순식간에 발견하고는 으르렁거리며 순식간에 지상으로 쇄도해 왔어요.
“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결혼식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이 초라한 넝마 쪼가리는 뭐냐! 당장 올라가서 곱게 치장하지 못하겠느냐! ”
“ 싫어! 난 안 가! 너 같은 놈이랑 결혼하느니 죽어버릴 테야! ”
“ 뭣이! 귀엽다 귀엽다 하고 봐줬더니 이 맹랑한 것이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려고 해! 그렇게 변덕을 부려봤자 소용없어! 지옥불이 준비됐고 결혼식 만찬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
마왕이 갈고리 같은 손톱이 자라난 거대하고 무지막지한 손을 뻗어 미셴카의 모자를 홱 벗기더니 머리칼을 잡아챘어요. 미셴카가 질질 끌려가려는 것을 단추가 허리를 껴안고 자기 쪽으로 낚아챘어요. 그리고는 품에 지니고 있던 사냥칼을 꺼내 마왕 스페호프의 손을 내리쳤어요.
“ 그 더러운 손 치워! 미셴카는 안 갈 거야! ”
“ 아니, 이놈은 뭐야! ”
“ 난 가브릴로프 숲에서 온 다닐이다! 미셴카는 너랑 결혼 안 해! 내가 구해줄 거야! ”
“ 어쩐지 계속 러시아 촌놈 냄새가 난다 했지!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촌뜨기 하룻강아지가 감히 나에게 대들다니! 너부터 잡아먹고 이 버릇없는 것을 지옥으로 데려가서 악마들에게 제물로 바쳐버리겠다! ”
스페호프가 시뻘건 입을 쩍 벌리며 불길을 내뿜고 날카로운 이빨과 뱀처럼 갈라진 혀를 드러냈어요! 미셴카가 단추의 손을 홱 끌어당기며 뒤로 물러났어요. 그리고는 바닥의 모래를 한 움큼 쥐어 마왕의 얼굴에 홱 뿌렸어요. 모래가 눈알에 들어가 박혀 스페호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미셴카는 단추의 손을 잡고 미친 듯이 뛰어서 정원의 수풀 사이에 숨었어요. 그리고는 다급하게 속삭였어요.
“ 다닐! 상자! 상자를 열어요! 알을 깨뜨려요! ”
단추는 급하게 상자를 꺼냈어요. 하지만 뚜껑이 꽉 잠겨 있었어요.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아무리 애를 써도 뚜껑이 열리지 않았어요.
“ 미셴카, 열쇠가 없어서 열리지 않아요! 어쩌면 좋죠? “
“ 이 세상에 열리지 않는 상자는 없어요, 잠깐만요. ”
미셴카가 루바슈카 자락을 여미고 있던 바늘을 뽑았어요. 그리고는 상자의 자물쇠에 바늘을 집어넣고 달칵거리며 이리저리 돌렸어요.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바늘을 돌렸어요.
“ 금바늘 은바늘 우리 어머니의 보석바늘아, 부디 나와 다닐을 마왕으로부터 구해주렴. ”
미셴카가 노래를 부르자 딸그락딸그락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바늘이 옆으로 빙그르르 돌아가더니 찰카닥 하면서 자물쇠가 열렸어요. 단추가 허겁지겁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시커먼 그림자가 안개처럼 내리덮이더니 천둥 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왔어요.
“ 여기 있었구나! 감히 어딜 도망치려고! 이제 악마 왕국으로 가자! ”
거대한 날개를 펼친 스페호프가 기다란 팔을 뻗어 미셴카를 낚아채더니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어요. 미셴카가 비명을 질렀지만 마왕의 본모습을 드러낸 스페호프는 너무 크고 무시무시하고 힘이 세서 손아귀에 꽉 붙잡혀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어요. 단추는 소리치며 스페호프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마왕은 점점 높이 날아올라갔어요. 미셴카가 스페호프의 손아귀에 붙들려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린 채 소리쳤어요.
“ 다닐! 알을 깨뜨려요! 알을 깨뜨려요! ”
그제야 단추는 제정신이 들었어요. 상자 뚜껑을 활짝 열었어요. 커다랗고 새까만 알이 나타났어요. 단추는 알을 집어 들고는 목청껏 외쳤어요.
“ 이 간악한 괴물아, 네 죽음이 여기 있다! 이제 사라져라! ”
끝없이 솟구쳐 올라가던 마왕 스페호프가 움찔했어요. 단추의 손에 들린 검은 알을 발견하고는 괴성을 지르며 쏜살같이 지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어요. 마왕이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단추는 있는 힘껏 알을 땅바닥에 집어 던졌어요. 철퍽 소리와 함께 까만 알이 산산조각으로 깨졌어요. 검고 자욱한 안개가 일었어요. 마왕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곤두박질쳤어요. 굉음과 먼지구름이 일었어요. 단추가 어리벙벙해져 있는데 먼지구름과 안개 속에서 미셴카가 비틀거리며 달려와 단추를 와락 껴안았어요.
“ 다닐, 다닐... ”
“ 미셴카! 괜찮아요? ”
“ 네, 괜찮아요. 잘했어요! ”
“ 이제 마왕이 죽은 건가요? 이제 다 끝난 건가요? ”
미셴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안개 속에서 끔찍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통 시커멓고 시뻘겋게 변한 마왕 스페호프가 나타났어요. 두 눈에 번쩍거리는 횃불을 켜고 기어 다니며 발톱으로 땅바닥을 마구 파헤쳤어요. 갑자기 미셴카가 비명을 질렀어요.
“ 다닐, 도망쳐요! 마왕이 죽지 않았어요! 알이 완전히 깨지지 않았어요! ”
“ 아니에요, 미셴카! 무슨 소리에요! 제가 알을 땅바닥에 메쳤어요! 산산조각 났어요! 여기 이렇게 껍데기들이 흩어져 있잖아요! ”
“ 노른자를 완전히 뭉개야 죽는다고 했어요! 노른자가 저기 있어요! 다 뭉개지지 않았어요! ”
미셴카의 말이 맞았어요! 알껍데기는 산산조각 났지만 노른자가 살아 있었어요. 절반밖에 뭉개지지 않았어요. 절반은 살아서 땅바닥에 둥그렇게 모여 있었어요. 단추가 달려가 노른자를 장화로 밟아 짓이기려고 했지만 그때 스페호프가 거대한 입을 쩍 벌리더니 두 개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노른자를 휙 쓸어서 집어삼켜버렸어요. 그리고는 부르르 떨더니 온몸에서 불꽃을 튀기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어요. 두 배 세 배로 커지며 비늘과 가시를 마구 쏟아냈어요.
“ 감히 날 속이다니, 이 요망한 것 같으니! 너부터 죽여 버리고 말겠다! ”
스페호프가 미셴카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단추가 뛰어올라 사냥칼을 휘둘렀어요. 마왕의 혀가 잘려 바닥에 툭 떨어지면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어요. 마왕이 아픔으로 고함을 지르며 울부짖는 동안 단추는 미셴카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어요. 미셴카가 소리쳤어요.
“ 우리 성문으로 나가요, 다닐! 검은 숲으로 가요! ”
“ 하지만 당신은 마왕의 마법 때문에 성을 나갈 수 없다고 했잖아요! ”
“ 이제 나갈 수 있어요! 알껍데기가 깨졌어요! 스페호프가 마지막 남은 노른자를 먹었어요, 자신의 죽음과 한 몸이 되었어요. 마법이 약해졌어요. 어서 뛰어요, 다닐! 마왕은 검은 숲 바깥으로 나올 수 없어요! 숲만 빠져나가면 돼요! ”
그래서 단추는 미셴카와 함께 달렸어요.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또 달려 성문을 빠져나왔어요. 그러자 머리 세 개 달린 문지기 괴물이 세 개의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질렀어요. 미셴카가 공포로 비명을 질렀지만 괴물은 단추를 알아보고 꼬리를 치며 소리쳤어요.
“ 친절한 다닐, 청어 세 마리를 주신 다닐! 아름다운 미셴카! 내 등에 타요! 숲을 빠져나가게 해 드릴게요! ”
단추와 미셴카를 등에 태운 문지기 괴물이 쿵쿵거리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어둡고 울창한 검은 숲 깊숙한 곳까지 달렸어요. 그때 굉음이 들리고 하늘이 완전히 새까매졌어요. 마왕 스페호프가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고 있었어요. 불꽃과 우박이 비 오듯 떨어졌어요. 문지기 괴물이 소리쳤어요.
“ 붙잡히겠어요! 네 발로는 두 개의 날개를 이길 수가 없어요! ”
“ 다닐, 어떻게 하죠? 검은 숲을 빠져나가기 전에 스페호프에게 붙잡힐 것 같아요... ”
공포에 질린 미셴카가 울면서 단추를 꼭 껴안았어요. 그러자 단추는 품 안에서 뭔가가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을 느끼고 손을 집어넣어 보았어요. 보석이 박힌 빗이 잡혔어요.
“ 아, 투레츠키가 그랬지! 위기에 처하면 이걸 등 뒤로 던지라고! ”
스페호프가 끼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앉으려는 찰나 단추가 등 뒤로 보석 박힌 빗을 던졌어요. 그러자 순식간에 뾰족뾰족하고 거대한 가시나무들이 쑥쑥 자라나 하늘 끝까지 치솟았어요. 가시나무 넝쿨들이 끝없이 펼쳐졌어요.
“ 달려, 문지기야! 가시나무 넝쿨이 마왕을 막아주는 동안 검은 숲을 빠져나가야 해! ”
문지기 괴물이 더욱 빠르게 질주했어요. 단추는 미셴카를 꼭 껴안고 괴물의 등에 매달렸어요.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다시 굉음이 들려왔어요. 가시나무 넝쿨들을 모조리 베어버린 마왕 스페호프가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등 뒤까지 쫓아왔어요. 불꽃과 우박이 비 오듯 떨어졌어요. 문지기 괴물이 소리쳤어요.
“ 붙잡히겠어요! 네 발로는 두 개의 날개를 이길 수가 없어요! ”
“ 다닐, 어떻게 하죠? 검은 숲을 빠져나가기 전에 스페호프에게 붙잡힐 것 같아요... ”
공포에 질린 미셴카가 울면서 단추를 꼭 껴안았어요. 그러자 단추는 품 안에서 뭔가가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을 느끼고 손을 집어넣어 보았어요. 보석마개가 박힌 물병이 잡혔어요.
“ 아, 가릭이 그랬지! 위기에 처하면 이걸 등 뒤로 던지라고! ”
스페호프가 끼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앉으려는 찰나 단추가 등 뒤로 보석 마개 박힌 물병을 던졌어요. 그러자 순식간에 거대한 호수가 나타나 그들과 마왕 사이를 가로막았어요. 거친 파도와 소용돌이가 집채보다 높게 일었어요.
“ 달려, 문지기야! 호수와 파도가 마왕을 막아주는 동안 검은 숲을 빠져나가야 해! ”
문지기 괴물이 더욱 빠르게 질주했어요. 단추는 미셴카를 꼭 껴안고 괴물의 등에 매달렸어요.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다시 굉음이 들려왔어요. 호수의 물을 모조리 마셔버린 마왕 스페호프가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등 뒤까지 쫓아왔어요. 불꽃과 우박이 비 오듯 떨어졌어요. 문지기 괴물이 소리쳤어요.
“ 붙잡히겠어요! 네 발로는 두 개의 날개를 이길 수가 없어요! ”
“ 아니에요, 조금만 더 달려요! 검은 숲이 끝나가고 있어요! 저 앞에 빛이 보여요! 숲이 끝나가고 있어요! ”
미셴카가 저 너머에서 스며들어오는 황금빛 햇살을 가리키며 소리쳤어요. 하지만 문지기 괴물은 땀과 거품을 토해내며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요.
“ 나는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어요, 친절한 다닐, 아름다운 미셴카! 멈추면 마왕에게 잡힐 거예요. 빨리 뛰어요! 빨리 뛰어서 숲을 빠져나가요! ”
그래서 단추와 미셴카는 문지기 괴물의 등에서 뛰어내렸어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검은 숲의 나무들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햇살을 향해 달렸어요. 그러나 그 순간 마왕 스페호프가 검은 안개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채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내려앉았어요. 입을 쩍 벌리며 잘려나간 혀 너머로 목구멍을 울려대며 소리쳤어요.
“ 어딜 가려고! 하잘 것 없는 인간 따위가 감히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
단추는 사냥칼을 뽑아들려고 했지만 이미 마왕의 혀를 베느라고 내던져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무기가 없었어요. 당황한 단추가 허리춤을 뒤지는 순간 스페호프가 갈고리 같은 발톱을 모두 세우고 단추를 향해 쏜살같이 돌진해 왔어요. 미셴카가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어요.
“ 다닐! 안돼요! ”
그리고는 미셴카가 마왕과 단추 사이로 몸을 내던졌어요. 두 팔로 단추를 꼭 껴안고 땅바닥에 나뒹굴었어요. 검은 안개와 시뻘건 불길이 일었고 비늘과 우박이 마구 쏟아졌어요. 단추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미셴카를 꼭 껴안았어요. 미셴카가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스페호프가 다시 입을 쩍 벌리고 덮쳐왔어요. 그때 단추는 품 안에서 뭔가가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을 느끼고 손을 집어넣어 보았어요. 은 목걸이가 만져졌어요.
“ 아, 보랴가 그랬지! 위기에 처하면 이걸 등 뒤로 던지라고! ”
단추는 고개를 돌린 채 등 뒤로, 발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마왕 스페호프를 향해 은 목걸이를 내던졌어요.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얗고 새파란 불기둥이 치솟았어요. 한 줄기 불기둥이 마왕 스페호프의 날개를 꿰뚫고 지나가더니 눈이 멀 것 같은 빛살이 퍼져 나왔어요. 무시무시하고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마왕 스페호프가 몸부림쳤어요. 몸을 뒤틀더니 컥컥 하고 목구멍으로부터 반쯤 뭉개진 노른자를 토해냈어요. 자신의 죽음을 토해냈어요. 단추는 미친 듯이 달려가 노른자를 발로 마구 밟아 짓이겼어요. 노른자가 완전히 뭉개질 때까지 마구 짓이겼어요. 그 순간 마왕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세 차례 토해내더니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한 줌의 재로 화했어요.
단추는 너무나 기뻤어요. 박수를 치며 펄쩍 뛰었어요. 땅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미셴카를 안아 일으키며 소리쳤어요.
“ 우리가 해냈어요, 미셴카! 이제 다 끝났어요! ”
미셴카가 가냘픈 목소리로 속삭이듯 물었어요.
“ 다닐, 마왕이 정말 죽었나요? ”
“ 그래요! 노른자를 짓이겼어요! 마왕이 재로 변했어요! ”
“ 이제 저는 마왕에게서 풀려났나요? ”
“ 그래요! 당신은 이제 자유예요! ”
“ 고마워요, 다닐. 고마워요. ”
“ 이제 일어나요, 아름다운 미셴카! 검은 숲을 빠져나가요! 한 발짝만 나가면 돼요! 저랑 같이 가요! 저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요! ”
“ 그래요, 다닐. 사랑해요. 저에게 입 맞춰 주세요. ”
그래서 단추는 미셴카의 입술에 키스를 했어요. 그런데 미셴카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고개를 옆으로 떨어뜨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놀란 단추는 미셴카를 껴안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어요. 그러자 미셴카의 어깨와 등과 다리에 패여 있는 끔찍한 상처가 드러났어요. 마왕 스페호프가 단추에게 달려들었을 때 미셴카가 몸을 던져 막았기 때문이었어요. 단추를 구하고 대신 마왕의 갈고리 발톱에 온몸이 찢겨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이었어요. 단추는 울부짖었어요.
“ 미셴카! 안돼요! 안돼요! 제발 살아나요! ”
하지만 미셴카는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숨이 끊어진 채 피투성이가 되어 단추의 품에 누워 있었어요. 단추는 너무나도 절망했어요. 목을 놓아 울었어요. 검은 숲의 모든 나무들이 가지를 내리고 잎사귀를 떨어뜨릴 정도로 슬피 통곡했어요.
* * *
단추는 차갑게 식은 미셴카의 이마와 입술에 키스를 하고 비처럼 눈물을 쏟으며 사흘 밤낮을 꼼짝도 하지 않고 검은 숲에 앉아 엉엉 울었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듯 무섭고 슬퍼서 울고 울고 또 울었어요.
사흘 째 되던 날 단추는 울다가 퍼뜩 흑염소의 말이 떠올랐어요.
‘ 마음씨 착한 다닐, 세상이 무너지는 듯이 무섭고 슬플 때 제 털을 꺼내서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세요. 흑염소야, 흑염소야, 수틀리면 들이받는 흑염소 코즐로프야. 나에게 와주렴. ’
단추는 급하게 품에서 새까맣고 윤이 나는 털을 꺼냈어요. 한 손으로 미셴카의 손을 꼭 쥐고 한 손으로 털을 어루만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 흑염소야, 흑염소야, 수틀리면 들이받는 흑염소 코즐로프야. 나에게 와주렴. ”
그러자 향긋한 풀 냄새와 함께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곱사등이 흑염소 코즐로프가 나타났어요. 단추에게 꾸벅 절을 했어요.
“ 오랜만이에요, 마음씨 착한 다닐. 세상 끝 왕국에서 절세미인 미셴카를 찾아내셨나요? ”
“ 찾아냈단다, 흑염소야. ”
“ 마왕 스페호프를 무찌르셨나요? ”
“ 무찔렀단다, 흑염소야. ”
“ 그러면 왜 저를 부르셨나요? 세상이 무너지는 듯 무섭고 슬퍼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
“ 어떻게 무섭고 슬프지 않을 수 있겠니, 마왕에게서 날 구해주기 위해 미셴카가 몸을 던졌단다. 가엾은 미셴카가 죽고 말았단다. 죽은 마왕이 미셴카의 혼을 데리고 지옥으로 함께 가버리고 말았단다. ”
“ 그럴 리가요, 마음씨 착한 다닐. 죽어버린 악마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답니다. 자, 미셴카를 안고 일어나세요. 저를 따라 한 발짝만 걸어 나오세요. 여기는 악마의 법도가 지배하는 검은 숲이랍니다. 숲에서 빠져나오세요. ”
그래서 단추는 차갑게 굳어버린 미셴카의 시체를 안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한 발짝 나아갔어요. 검은 숲에서 빠져나왔어요. 그 순간 그의 뒤에서 거대한 문이 닫히듯 안개가 내리덮였고 숲이 사라졌어요. 그들은 축축하게 젖은 검은 흙이 깔려 있고 푸른 잔디가 피어오른 따스한 언덕 위에 있었어요. 하지만 미셴카는 여전히 차갑게 굳고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숨이 끊어진 채 단추의 품에 안겨 있었어요. 흑염소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 이제 미셴카를 내려놓으세요, 마음씨 착한 다닐. ”
“ 싫어, 그럴 수 없어. 미셴카를 내 품에서 떠나보낼 수 없어! 땅에 묻지 않을 거야! ”
단추가 고개를 저으며 흐느껴 울었어요.
“ 떠나보내려는 것이 아니에요. 미셴카를 당신에게 돌려드릴 거예요. 어머니 대지의 품에 절세미인 미셴카를 뉘어 주세요. ”
그래서 단추는 축축하게 젖은 검은 흙 위로 부드러운 푸른 잔디가 피어오른 언덕 위에, 어머니 대지의 품에 미셴카의 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어요. 그러자 곱사등이 흑염소 코즐로프가 미셴카의 코와 입술에 입김을 불었어요. 그리고 노래를 불렀어요.
“ 생명이여 돌아오너라, 어머니 대지의 품에 안긴 미셴카의 몸으로.
혼이여 돌아오너라, 어머니 대지의 품에 안긴 미셴카의 가슴으로. ”
황금빛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어요.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미셴카가 몸을 꿈틀거리더니 눈을 떴어요. 길고도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어요. 그리고 단추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어요. 단추는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미셴카를 일으켜 주었고 두 팔로 꼭 껴안았어요.
“ 이제 모든 게 다 끝났어요, 아름다운 미셴카! 마왕은 죽었고 마법도 사라졌어요. 당신은 자유예요. 이제 저와 함께 가요. 세 명의 누이들을 보러 세 개의 왕국으로 가요. 저와 함께 어디든 가요. 저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요. 귀여운 아기들도 낳고 언제까지나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 ”
단추가 기쁨에 겨워 청혼을 했어요. 그런데 죽음에서 돌아온 미셴카는 단추의 품에 안겨 행복해하다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어요. 눈을 내리깔더니 고개를 돌렸어요. 놀란 단추가 물었어요.
“ 아니, 왜 그러시나요, 아름다운 미셴카? 제가 혹시라도 잘못한 게 있나요? 저를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
“ 아니에요, 다닐. 그게 아니에요.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제 모든 것을 전부 내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해요. 하지만 저는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 ”
“ 아니, 왜요? 왜 저와 결혼할 수 없나요? 당신은 귀족이고 저는 평민이기 때문인가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고 저는 하잘 것 없는 사냥꾼이기 때문인가요? ”
“ 아니에요, 다닐. 당신은 귀여운 아기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자고 했어요. 저는 당신이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
“ 무엇을요? 제가 무엇을 다 알고 있는 줄 아셨나요? ”
“ 저는 여인이 아니에요, 다닐. 저는 당신과 같은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어요. 저는 남자예요. ”
단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미셴카를 멍하게 쳐다보았어요. 미셴카가 갈기갈기 찢어진 루바슈카를 걷어 올려 아직도 마왕의 발톱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맨가슴을 보여 주었어요. 아무런 융기도 없이, 미끈하고 평평하게 뻗어 내린 눈처럼 하얀 몸을 보여주었어요. 단추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고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렸어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어요.
“ 왜 그런 거예요? 왜 저를 속였나요? ”
“ 저는 속인 적이 없어요, 다닐. 전 당신이 아는 줄 알았어요. ”
“ 전 몰랐어요. 어떻게 알았겠어요! 당신이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남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
“ 사흘 밤 내내 스페호프가 저에게 왔었잖아요. 밤새 저를 안았어요. 옷장 속에서 저와 스페호프가 밤을 보내는 것을 두 눈으로 보지 않으셨나요? 제가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셨나요? ”
“ 아니요, 전 보지 않았어요. 확인하지 않았어요. 그 악독한 마왕이 당신을 괴롭히는 것을 차마 두 눈으로 볼 수가 없었어요. 등을 돌리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었어요. 하느님 맙소사...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전 당신을 여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인이라 생각하고 사랑에 빠졌어요. 그런데 당신은 저를 속였어요! ”
단추는 놀라고 절망한 나머지 미셴카를 떠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어요. 탄식하며 흐느끼고 있는데 곱사등이 흑염소가 곁으로 다가와서 물었어요.
“ 왜 그렇게 울고 있나요, 마음씨 착한 다닐? 절세미인 미셴카를 당신의 품으로 돌려드렸는데 무엇이 또 그렇게 슬퍼서 울고 있나요? ”
“ 흑염소야, 흑염소야. 너는 나를 속였어!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넌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를 얻게 해주겠다고 했어. 너의 말을 믿고 누이들을 시집보내고 세상 끝 왕국까지 와서 마왕을 무찔렀어. 아름다운 미셴카를 구했어. 그런데 미셴카는 여자가 아니었어! 나와 같은 남자였어! 너는 나를 속였어! 미셴카도 나를 속였어! ”
“ 아니에요, 다닐. 그렇지 않아요. 저는 당신을 속인 적이 없어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라고 했어요. 여자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미셴카도 당신에게 자기가 여자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당신 혼자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에요. ”
“ 하지만 분명히 너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라고 했잖아! ”
“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미셴카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에요. 세상의 시작으로부터 끝까지, 저 사람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영영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을 얻게 해드렸어요. 아름다움은 불공평한 것이며 칼날처럼 내리치는 무기이며 이성으로 재단할 수도 없고 세상의 질서로 규정할 수도 없어요. 당신은 어찌 저런 아름다움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려고 하시나요? 설령 미셴카가 마왕의 발톱에 상처를 입어 늙고 더러워지고 추해졌다 하더라도 그는 어머니 대지 위에서 영원히 아름답게 남을 거예요. 그가 당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자신의 생명을 내던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당신은 오로지 미셴카가 여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등을 돌리려고 하는군요. 정녕 당신은 아름다운 미셴카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
단추는 뭐라고 항의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갑자기 가슴이 찌르는 듯 아파왔어요. 심장이 너무나도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단추가 물었어요.
“ 흑염소야, 흑염소야. 왜 이렇게 심장이 아픈 걸까? 마왕의 발톱에 상처를 입었던 건 아름다운 미셴카인데 왜 내 심장이 이렇게 아픈 걸까? ”
“ 글쎄요, 다닐. 그건 아름다운 미셴카가 당신을 위해 피를 흘렸기 때문이겠죠. 지금도 당신 때문에 심장에서 피를 흘리고 있기 때문이겠죠. ”
단추는 흙을 털고 일어났어요.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갔어요. 미셴카가 나무 그늘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껴 울고 있었어요. 검은 흙과 푸른 잔디 위로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세상이 끝난 듯 슬피 울고 있었어요. 단추는 무릎을 꿇었어요. 미셴카를 꼭 껴안았어요.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뺨에 입을 맞췄어요. 미셴카가 고개를 들어 단추를 바라보았어요. 울어서 새빨개진 눈으로 단추를 보면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목소리를 짜내서 물었어요.
“ 왜 오셨나요, 다닐? ”
“ 당신과 함께 세상 어디든 가려고요. ”
“ 저랑 결혼할 수 없는데도요? 귀여운 아기들을 낳을 수 없는데도요? 저는 여인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몸인데도요? ”
“ 상관없어요. 저는 당신과 함께 갈 거예요.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거예요. ”
“ 어쩌면 제가 당신과 함께 가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
“ 함께 가 주세요, 아름다운 미셴카.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저와 함께 있어요. 언제까지나. ”
아름다운 미셴카가 손등으로 눈물을 쓱쓱 닦더니 활짝 웃었어요. 그래서 단추는 미셴카를 더욱 꼭 끌어안았고 입술에 키스를 했어요. 오래오래 키스를 했어요. 그리고 둘은 손을 꼭 잡고 함께 언덕을 걸어 내려갔어요.
FIN
- 2015. 6. 20 ~ 6. 23 -
..
이렇게 민담 패러디가 끝났습니다~
..
끝까지 민담 스타일로 갔다면 아이를 낳고 수염 사이로 술이 줄줄 흐를 때까지 잔치를 즐기는 걸로 끝났겠지만.. 그래도 이건 서무 시리즈에서 나왔으니까 마지막은 내 맘대로 바꿨음 :)
그리고 투레츠키의 개방 왕국은 전에 올린 에피소드 댓글에서 단추팬클럽분들과 얘기 나눈 무협외전 아이디어를 조금 집어 넣었다 :)
..
그럼 다음 이야기는 다시 서무 에피소드로...
..
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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