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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에 해당되는 글 84

  1. 2018.07.16 잠들기 전, 주먹밥과 글쓰기, 꿀잠이여 오라 (2)
  2. 2018.07.10 기나긴 이별 읽다가, 예전의 집2에 대한 메모
  3. 2018.06.25 늦은 밤, 좋아하는 문단 (6)
  4. 2018.06.03 6.3 일요일 밤 : 메이폴 비누, 쿠야 토야, 필립 말로, 빅 슬립 (4)
  5. 2017.09.26 자기 전, 보르헤스 (4)
  6. 2017.09.04 잠들기 전, 보르헤스(자이르, 신의 글) (2)
  7. 2017.08.30 자기 전, 책 조금 읽고 (4)
  8. 2017.08.05 우연히 발견한 행복 (2)
  9. 2017.08.02 자기 전 할란 엘리슨 + 2집 파편들 (10)
  10. 2017.07.30 책 읽다 늦게 잠자리 드는 중... (13)
  11. 2017.01.31 오늘의 유일한 즐거움 (6)
  12. 2016.12.13 김릿, The Long Goodbye (4)
  13. 2016.11.25 간만에 책 몇권 : 엘러리 퀸, 댄 쥬래프스키, 마누엘 푸익 (3)
  14. 2016.10.21 텅 비는 진열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 (4)
  15. 2016.08.29 도블라토프의 문장 하나 (10)
  16. 2016.07.21 농담과 겨울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단문집 중 (2)
  17. 2016.05.14 책장 사진 몇 장, 일 좀 하라고 혀를 차는 선반 위의 미인들(ㅜㅜ) (12)
  18. 2016.04.30 이번주에 도착한 다섯 권의 책들(프레드릭 브라운, 하루키, 그레이엄 무어, 볼코프) + 연필과 컵 (12)
  19. 2016.01.10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 갈라레야님을 위해 (2)
  20. 2015.09.17 아직 다 못 읽은 러시아 책들, 페테르부르크 창가에서 (4)
  21. 2015.09.01 자기 전에, 오랜만에 새삼 가슴을 울리는 구절
  22. 2015.04.14 블라지미르 마야코프스키 기일, '바지를 입은 구름' 중 몇 행 발췌
  23. 2015.03.09 이번에 사온 러시아 요리책 (10)
  24. 2014.08.10 작가와 편집자에 대해 : '우리들의',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4)
  25. 2014.06.22 솔라리스(스타니스와프 렘) 다시 읽고 아주 짧은 메모





역시나 일욜 밤엔 빨리 잠들지 못함. 낮잠도 잤고...



기나긴 이별은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자기 전 아주 가벼운 읽을거리로 다시 읽으려고 하루키 에세이를 가져왔는데 흑, 순식간에 다 읽어치우고 잠은 안 들었음 ㅠㅠ 하루키 에세이들 중에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도 꽤 좋아한다. 별 생각없이 가볍게 읽기 좋고 가끔 공명하는 문장들도 나온다. (그런데 그의 소설들엔 별로 안 끌리니 나야말로 하루키가 칭한 우롱차 좋아하는 독자임)



위의 문단은 읽을때마다 맘에 드는 부분이라 살짝 발췌해봄. 독자라는 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란 화두로 잡담하듯 써내려간 글의 일부이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는 내 문학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엔 나도 공감가는 점이 많다.








출근하려면 이제 정말 자야 함.






 



그리운 뻬쩨르 엽서에 힐끗 눈 돌린 후 불 끄고 침대로 들어옴. 이제 자야지...


Posted by liontamer





 

이 메모는 며칠전 주말에 기나긴 이별을 다시 펼쳐 읽다가 적은 것이다. 챈들러의 문장을 읽다가 집2 생각이 나서 적었었다. 근 2년 전 남겼던 집2에 대한 메모도 추가로 붙어 있다.

 

 

맨위 사진은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문단. 아래부터의 사진들은 2016년에 거주했던 집2. 지방 발령을 받아서 주중에 거주할 곳이 필요했고 사택은 모자라서 들어갈 수 없었다(그리고 사택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화정에 진짜 집이 있으니 거기가 집1이니까 여기는 집2라고 불렀다. 집2는 투룸 오피스텔이었다. 지금은 근처의 다른 오피스텔 원룸으로 옮겼다. 집2의 기억이 안 좋아서 지금 머무는 이쪽 집은 2집이라 부른다(영원한 휴가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었다) 당시 힘든 일이 많아서 언제라도 그만두고 떠날 생각이라 집2는 마치 콘도처럼 아무것도 없이 썰렁했다.  

 

...

 

<기나긴 이별과 집2>

 



요 두어달 동안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를 다시 읽고 있다. 매년 이렇게 한번씩 다시 읽는다.



어제 마지막 권인 ‘기나긴 이별’을 펼쳤다. 도입부에서 필립 말로는 거의 알콜중독 수준으로 취한 한 남자 테리 레녹스를 길에서 발견하고 그를 돌봐준다. 테리는 취하고 공허하고 온통 우울함과 절망으로 가득한 남자이지만 밑바닥에서조차 정중함과 예의를 차린다. 말로는 테리의 미묘한 긍지와 서글픔에 우정어린 연민을 느끼고 그를 돌봐준다. 술에서 좀 깨어난 테리는 자기 아파트가 어디인지 말해주고 말로는 그를 데려다준다.



위의 캡처사진은 말로가 테리의 아파트에 들어섰을때의 첫인상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이다. 챈들러의 묘사는 언제나처럼 놀랍다. 그리고,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공감이 왔다. 나는 2년여전, 지금의 원룸 2집이 아니라 투룸이었던 집2에 대해 생각했다. 테리의 아파트에 대한 저 문장들은 내가 휴직 당시 그 집2를 떠올렸던 때를 그대로 기억나게 했다.




나는 휴직으로 그 집을 비워두고 화정에 머물던 어느 날 아래와 같은 메모를 적었다. 블로그에. 그때는 정말 무척 힘들었다. 회사와 사람들, 리스트, 그 외 여러가지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자신을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나는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돌이켜봐도 그 당시는 안개 속처럼 느껴지고 가슴속의 괴로움과 슬픔이 다시금 차오르는 것 같다. 아래 메모를 적던 당시에는 그만두고 떠날 생각이었다.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난 촛불 때문에, 탄핵 때문에 돌아올 결심을 했었다. 우습지만 정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복구되지 못했거나 더욱 어려운 복구 과정을 거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복구 중이긴 하다. 지금도 고민과 고통이 많다. 하지만 아래 글을 쓸때만큼, 집2를 오갈때만큼 엉망으로 부서져 있지는 않다. 그러니 어느만큼은 긍지를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앞으로 이곳을 떠나든, 혹은 남든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일이다.



..



집2의 아침 회상 (2016.10.4)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은데 아직 정리는 다 안됐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그냥 돌아가서 한번만 더 버텨볼까 하는 생각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았는데 어젯밤 집에 돌아왔을때 문득 어떤 풍경이 떠올랐다. 지방의 집2 풍경이었다. 아니, 그곳에서의 매일 아침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텅빈 집에서 일어난다. 집에 정을 붙이지 않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다분히 고의적으로 전혀 가구도 사지 않고 집처럼 돌보지도 않아 펜션 같이 느껴지는 집이다. 침대도 없어 맨 바닥에 요를 깔고 자기 때문에 일어나면 허리가 아프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화장을 한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싱크대로 다가가 아침 약을 먹는다. 아침과 저녁은 약이 다르다. 나는 알약을 잘 삼킨다. 알약과 물을 조금 먹는다. 그리고 집을 나서고 긴 복도를 걸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는 어두운 주차장을 가로질러 아침부터 땡볕이 쏟아지는 황량한 거리로 나선다. 걸어서 출근을 한다.



나는 그때 마비된 듯이 살았던 것 같다. 그냥 기계적으로 일어나고 기계적으로 약을 먹었다. 그리고 나가서 정신없이 일을 했고 돌아와서는 보통은 한솥도시락을 사와서 대충 저녁을 먹은 후 침실로 가서 책을 보다가 다시 기계적으로 약을 먹고 잤다.



그 모든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지금 가장 견딜 수 없게 느껴지는 건 출근 직전에 기계적으로 싱크대에 다가가는 것이다. 자기 전에 저녁 약과 아침 약을 꺼내놓곤 했다. 그래서 손을 뻗어 종이봉지를 뜯어 아침 약을 물과 함께 먹고 나가는 것이다. 마치 비타민을 먹듯이.



물론 약은 지금도 먹고 있다. 그런데 그 텅빈 집과 그 싱크대와 그 싸구려 물컵(살림살이가 전혀 없으니 오피스텔 아래 마트에서 사온 것이다), 쓰레기통조차 제대로 된 것을 사기 싫어 비닐을 씌워놓은 작은 종이박스에 찢어진 봉지를 던져놓고 나가는 그 일련의 모습들이 숨이 막혀왔다. 아마 내가 그곳을 집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집은 꾸미면 된다. 집처럼. 가구를 옮기거나 사면 되고. 쓰고자 하는 것을 찾았으니 그곳에서도 틈날때마다 쓰면 된다. 이것도 사실은 같은 맥락일 것이다. 100점 아니어도 되고 60점이어도 된다는 것.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때까지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니 그건 마치 꿈속에서 제3자가 되어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었고 머리가 아득했다. 그건 전혀 행복하지 않아보였다.



유예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분명 그때 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제와서 재고하는 것도 좀 웃기지만 하여튼 재고 중인 건 변함없다. 어제는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기도 하고.



좀 더 자고 좀 더 쉬어봐야겠다.


 

거실 구석의 저 이불과 요는 가끔 와서 자고 갔던 후배의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본사에 내려와 일했기 때문에 집을 따로 얻기가 애매해서 그냥 우리집 와서 자라고 했었다. 내가 휴직하고 있는 동안에도 후배는 가끔 와서 자고 갔고 집2를 데워주었다. 고마웠다.

 

 

 

진짜로 텅텅 비어 있었다. 그래선지 내 토끼발이 더 앙상해보이네.

 

사진들과 2016년의 메모는 그 당시 이 블로그에 올렸던 것들이다.



 

Posted by liontamer
2018.06.25 01:34

늦은 밤, 좋아하는 문단 books2018.06.25 01:34





낮잠을 너무 곤하게 자서 좀 늦게까지 깨어 책 읽음. 이 소설 또한 여러번 읽었는데 다시 읽는 중. 이제 자야겠다.



9시 45분에 대한 필립 말로의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이 문단은 이 소설에서 특히 내가 좋아하는 대목이다. 여기까지 딱 읽고 자면 괜찮게 끊는 게 된다.



아이구 월요병 흑...

Posted by liontamer


일주일 전 다리아님이 깜짝선물로 보내주셨던 러쉬 비누. 두개들이인데 하나는 꿀향, 하나는 메이폴로 페퍼민트 향 가미된 달콤한 향이다. 오늘 늦잠 자고 일어나 잠도 깰 겸 메이폴 비누 개봉. 너무 이뻐서 쓰기 아깝다... 그래서 햇반 스푼(ㅋㅋ)으로 딱 한 스푼만큼만 잘라내서 거품 내서 샤워함. 달콤하면서도 살짝 화한 민트향 때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잠이 좀 사라지는 효과가! 프레쉬 모닝!!!! (근데 이미 열두시 다 되어 일어났다는 게 함정 ㅋㅋ)





간이 화장대 만들어놓고 도자기 인형 등속들을 정리하다 보니 책상 위에 쿠야랑 토야 앉아 있을 자리가 부족해서 텔레비전 옆 구석으로 자리 옮김. 비록 구석이라지만 사실은 침대에서도 바로 보이고 티비 볼 때도 바로 보이는 명당 자리라 슈클랴프님 화보도 놓고 양죽이도 이쪽에 갖다 놓았었음 :)






슈클랴로프님의 돈키호테 공연 감상하고 계신 토야 'ㅅ'



..



일요일이 후딱 갔다. 오늘은 진짜로 집에만 있었다. 아침 일찍 깨서 뒤척이다 안대 끼고 도로 잠들어서 늦게 일어났다. 아점 먹은 후 차 마시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을 계속해서 읽었다. 몇번을 읽어도 매혹적인 소설이다. 캐릭터, 문체, 사건, 그리고 이미 너무 상투적인 말이 되어버렸지만 '스타일'. 챈들러만의 스타일. 후대 작가들이 수없이 베끼고 모작했지만 이 사람만의 스타일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그리고 필립 말로. 




...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가 뭐라고 욕하든, 남이 나를 뭐라고 욕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곳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방이다. 이곳은 내가 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는 곳이다.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나의 것이며 나와 연관을 가지고 있고, 나의 과거와, 한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대단한 것은 없었다. 책 몇 권과 그림들, 라디오, 체스말, 오래된 편지와 기타 등등. 하잘것없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내 추억의 전부와 다름없다. 


..


(빅 슬립, 북하우스, 박현주 번역본에서 발췌)



빅 슬립은 필립 말로 장편 시리즈 중 첫번째 권이고 가장 간결하고 폭력적이고 소위 '하드보일드' 다운 작품이다. 여섯권의 말로 장편들(기나긴 이별까지만 친다)은 모두 문체도 조금씩 다르고 말로의 모습도 다르다. 이전에도 여러번 쓴 적 있지만 나는 빅 슬립과 하이 윈도의 필립 말로를 가장 좋아한다. 처음에는 기나긴 이별의 말로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게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자 그 작품의 진가를 알게 되고 그 작품의 지치고 나이든 말로를 이해하게 된 면도 있다.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김릿이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손이 가고 다시 읽게 되는 건 역시 빅 슬립이다. 



위의 인용구는 소설 중후반. 의뢰인의 딸이자 구제불능의 문제아인 카멘 스턴우드가 말로의 사무실에 딸린 침실에 숨어들어 노골적인 유혹을 한다. 말로는 그녀를 거절한다. 그리고 마구 화를 내며 욕지거리를 하는 카멘 스턴우드를 보면서 마음 속으로 저런 독백을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가슴 어딘가에서 공명한다. 좋아하는 부분이고 좋아하는 문장이다. 아마도 강철처럼 딱딱하고 얼음처럼 차갑고 또 비교적 간결한 이 소설에서 필립 말로가 가장 내밀한 속마음을 토로하는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섯권의 장편들에서 말로는 자기 내부를 상당히 많이 드러낸다. 기나긴 이별에서는 훨씬 섬세하고 여린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필립 말로가 가장 내밀한 독백을 하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는 유명한 표현대로 비열한 거리를 걸어가는 고독하고 정의로운 한 남자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내가 필립 말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이 문장들을 읽었을 때였을 것이다. 내가 '정말로' 필립 말로와 사랑에 빠졌던 것은. 그리고 레이먼드 챈들러도. 아주 흔해보이고 쉽고 상투적인 문장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문장들. 



..



으윽 일요일이 다 가버렸다!!! 다시금 몰아치는 월요병... 그나마 이번주는 수요일이 현충일이라 쉰다. 제발 출근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



어쩌다 보니 챈들러와 필립 말로 얘기가 대부분이라 오늘 메모는 books 폴더로. 


Posted by liontamer
2017.09.26 23:59

자기 전, 보르헤스 books2017.09.26 23:59





만일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를 보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중 ..




..





그리고 이것이, 내가 글쓰기에 대해 품고 있는 하나의 자세와 상통한다. 혹은, '산문', '소설'에 대한 자세라고 축소할 수도 있다. '운문', '시'는 또 다른 영역이며 그 토대에 반드시 '이해'가 수반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이란 불가사의한 감정이 그런 것처럼.



아마 그래서 내가 이 단편을 읽을 때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잠시 멈추게 되는 것 같다. 소설 자체나 구조, 결말부는 좀 마음에 안 들지만..

Posted by liontamer







이제 자야 한다. 새벽 기차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늦잠 잘만큼의 여유는 없어서...



잠자리에서 '알렙'에 수록된 단편들을 몇개 다시 읽었다. 예전에 왜 '픽션들'을 더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알렙에 수록된 단편들은 질적 편차가 꽤 크다. 좋은 건 아주 좋고, 별로인 건 그냥 그렇다.



그래도 여전히 '자이르'와 '신의 글'은 다시 읽어도 꽤 매혹적이다. 신적인 속성의 현현을 마주대하고 그 공포로 미쳐간다든지(너무나 근사하게도 그것은 기껏 낡은 동전에 지나지 않는다), 재규어의 몸에 새겨진 무늬에 우주를 아우르는 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든지.



물론 지금이야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자손 문학들이 존재하지만, 챈들러의 필립 말로가 후대의 그 어떤 오마쥬들과도 비할수 없는 존재이듯 보르헤스의 작법과 상상력도 마찬가지이다.



로모노소프 상자에 씌어진 글씨를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아마 저 종이상자는 2007년이나 2010년에 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샵에서 찻잔 샀을때 받았을 것이다. 이사올때 저기에 마트료슈카와 스노돔 등속을 넣어왔었다...


Posted by liontamer
2017.08.30 00:24

자기 전, 책 조금 읽고 books2017.08.30 00:24






보르헤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좋아하는 단편이다. 이 단편은 읽을 때마다 특히 이 부분에 이르면 한동안 저 표현들을 소리내어 읽거나 되풀이해 읽어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이 중요한 순간에 접어들기 위해 걸어가는 장면인데 사람과 나라와 석양과 반딧불, 그리고 다정하고 무한한 저녁에 대한 표현들이 너무나 좋았다. 다시 읽어도 역시 이 부분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작년 겨울, 복직 직전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을 때 묵었던 호텔 카드키 꽂아주던 부클렛. 기념으로 가져와 2집에 두었다. 이것과 이번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사온 도자기 종.







그리고 작년에 쥬인이 주었던 묵주.









그리고, 드레스덴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갔던 카페에서 내줬던 쿠키 포장지. 책갈피로 쓰고 있다.



.. 이제 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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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08.05 01:06

우연히 발견한 행복 books2017.08.05 01:06





시내 출장 나갔다 들른 아트북 서점에서 장 주네의 시 몇편과 산문 한편이 수록된 번역본 발견. 2015년에 나온건데 번역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냉큼 샀다. 역시 서울에 있어야 해...



맨 처음 시 한편만 읽고 아껴둠.. 내일 읽어야지. 할란 엘리슨은 조금 미루기로. 주네가 먼저임 :)

Posted by liontamer
2017.08.02 22:50

자기 전 할란 엘리슨 + 2집 파편들 books2017.08.02 22:50






할란 엘리슨 번역 단편집 2권 읽기 시작함.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가급적 잠자리에선 안 읽으려는 타입인데 어쩌다보니.. 근데 표지만 봐도 꿈자리가 시끄러울 것 같다 ㅎㅎ







지난번 프라하에서 사온 라벤더 주머니.








그리고 작은 2집의 작은 파편들 몇개.
























작년 초인가 쥬인이 내게 선물해줬던 드림캐처. 악몽을 자주 꾸니 이게 지켜줄거라고 했다.



근데 드림캐처랑 할란 엘리슨이 같이 있으니 서로 효과 제로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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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07.30 01:15

책 읽다 늦게 잠자리 드는 중... books2017.07.30 01:15






여름엔 추리소설...



내일 아침 일찍 기차 끊어놨는데 ㅠㅠ 책 읽다 벌써 새벽 한시네.. 많이 못 자겠다.. 기차에서 마저 자야지..








자려고 거실에 책 갖다놓고는 잠깐 거실이랑 침실 책장이랑 부엌 맴돌았음










이제 자야지..,,

Posted by liontamer
2017.01.31 23:50

오늘의 유일한 즐거움 books2017.01.31 23:50





녹초가 되어 귀가.


오늘의 유일한 낙은 주문한 책들이 도착한 것... 바쁜 일 좀 끝나면 읽어야지...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는 내게 있는 책이 근 이십년 전에 산 거라 너무 낡아서 새 번역본으로 주문.


나 사실.. 알라딘에서 저 머그 행사하는 거 때문에 책 지름 ㅠㅠ 배보다 배꼽이 더 큼 흑흑..


이제 자야겠다. 내일 할 일이 많다. 부디 깨지 말고 자게 해주세요...


Posted by liontamer
2016.12.13 03:47

김릿, The Long Goodbye books2016.12.13 03:47





..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고 꽁꽁 얼어 녹초가 되었다. 알콜 금지를 어기고 바에서 김릿 주문. 진, 라임주스, 레몬주스.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생각하며. 보드카 대신 진으로 부탁함. 레몬주스 들어간 거 빼곤 챈들러의 테리 레녹스와 필립 말로, 린다 로링의 김릿과 비슷한 레시피인듯. 눈이 감길 정도로 시큼하다 :)









We sat in the corner bar at Victor’s and drank gimlets. “They don’t know how to make them here,” he said. “What they call a gimlet is just some lime or lemon juice and gin with a dash of sugar and bitters. A real gimlet is half gin and half Rose’s Lime Juice and nothing else. It beats martinis hollow.”


..



“I like bars just after they open for the evening.  When the air inside is still cool and clean and everything is shiny and the barkeep is giving himself that last look in the mirror to see if his tie is straight and his hair is smooth.  I like the neat bottles on the bar back and the lovely shining glasses and the anticipation.  I like to watch the man mix the first one of the evening and put it down on a crisp mat and put the little folded napkin beside it.  I like to taste it slowly.  The first quiet drink of the evening in a quiet bar – that’s wonderful.”



..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


Posted by liontamer

어제 오랜만에 책을 주문해 받았다. 두권은 안 읽은 것이고 한권은 예전에 별로 안 좋은 번역본으로 읽은 것이다.

 

 

마누엘 푸익. 댄 쥬래프스키. 엘러리 퀸.

 

 

 

 

엘러리 퀸의 이 작품은 옛날에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추리문고에서 '꼬리 아홉 고양이'란 제목으로 읽었고 그 책도 가지고는 있는데 항상 책의 상태와 번역이 맘에 안 들었다.

머나먼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나의 추리문학 사랑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첫 경이와 영원한 숭배의 대상은 역시 셜록 홈즈이고 '내 스타일'의 추리소설/탐정은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였다. 하지만 '아, 이 탐정이랑 사귀고 싶다!'란 생각을 첨 하게 만들었던 건 역시 엘러리 퀸이었다. 일단 어릴 때도 이름이 멋지다 생각했고(ㅎㅎ) 은회색 눈동자에 코안경, 늘씬하고 후리후리한 몸매에 트위드 수트를 차려입고 듀센버그 스포츠카를 모는 똑똑한 탐정이자 작가(!)인 그에게 사정없이 반해버렸다.

이후 많은 추리소설들을 읽으면서 엘러리 퀸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보게도 되었고, 특히 퍼즐 미스터리 자체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고, 그리고 필명 뒤에 숨겨진 작가들인 더네이 사촌형제의 문체가 가끔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첫사랑 탐정이라 여전히 난 엘러리 퀸! 하면 가슴이 설렌다.

 

사실 옛날에 시공사에서 나온 엘러리 퀸 전집도 다 가지고 있긴 한데 그때 안 나왔던 국명 시리즈 몇권을 포함해 요즘 이렇게 한권한권 이쁘게 새단장해 나오고 있어 나올때마다 모으고 있는게 좀 낙이다. 그리고 이 꼬리 많은 고양이는 엘러리 퀸 3기인 라이츠빌 시리즈와 시기적으로 맞닿아 있어 전반기와 중기의 그 퍼즐 미스터리 한계도 많이 극복하고 있고.

(뭐 근데 사실 난 개인적으론 라이츠빌 시절의 성숙한 엘러리보다는 초창기의 막 잘난척하고 뛰어댕기고 으쓱거리는 귀여운 청년 엘러리가 더 좋긴 하다. 전자는 그냥 친구로 알았음 좋겠는데 후자는 사귀고 싶... 그래 너 똑똑하다 너 잘났구나 하면서도 어쩐지 한손에 쥐고 흔들수 있을거 같음 ㅎㅎ)

 

 

주래프스키의 이 책은 전에 번역출간됐을 때부터 읽고팠는데 바쁘고 정신이 없어 놓치고 있었다. 원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문화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을 잘 찾아 읽는 편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음식문화사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언어학적 접근을 꾀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다. 어젯밤에 첫장을 읽었는데 수많은 데이터들의 분석과 각국 음식 관련 언어들의 변천, 연계성 등을 풀어내는 필력이 좋았다. 막 읽기 아까운데 하루에 한두 챕터씩만 읽을까 생각 중이다.

 

 

사춘기 시절 읽은 거미여인의 키스 이래 마누엘 푸익의 소설들은 한번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는 그가 쓰는 방식과 단어들, 표현들에 매료되었다. 이 소설은 옛날부터 그의 연보에서 제목을 보며 엄청 읽어보고파 했던 것인데 얼마전 송병선 교수 번역으로 이렇게 나왔다. 이분이 우리나라에 푸익 소설들을 여러권 번역해주셔서 참 감사하다.

 

이 책은 좀 집중해 읽어야 할 타입의 소설이라... 잠자리에서는 위의 엘러리 퀸(이 작품이야 전에 여러번 읽긴 했으니)과 음식의 언어를 번갈아가며 읽고 푸익의 책은 낮에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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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는 갖가지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앨리스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려고 어느 선반을 눈여겨볼 때마다 그 진열대는 텅 비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위의 다른 선반에는 물건이 한아름씩 쌓여 있었다.


..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
(번역 : 최인자, 북폴리오)


..



나는 다른 광팬들만큼 캐럴의 앨리스에 빠져 있는 독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읽을때마다 감탄하긴 한다. 특히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


프라하 가기 전에 마틴 가드너의 주석버전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다시 읽다 놓고 갔는데 어제부터 거울 나라.. 중반부부터 다시 읽는 중.


특히 이 가게에 대한 제5장을 좋아한다. 물건이 사라지는 선반과 곁눈으로 보면 채워지는 진열대. 그리고 이 장을 읽다보면 보르헤스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하긴 난 항상 앨리스 읽으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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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00:36

도블라토프의 문장 하나 books2016.08.29 00:36






자기 전에 도블라토프 칼럼집 읽다가.. 가슴에 와닿는 문구가 있어 올려본다. 사진에서 맨 아래 두줄의 문장. 번역하면 이렇다.



" 그리고 진정한 용기란 삶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알면서도 그 삶을 사랑하는 데 있다. "



.. 당신은 정말 이렇게 얘기할 자격이 있는 작가입니다, 세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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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농담을 지껄일 여력이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위대한 민족으로 남으리라고 믿고 싶다!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외로운 자들의 행진'(마르쉬 아지노끼흐) 중에서 ..

 

이 책은 이제 거의 다 읽어간다. 얇은 페이퍼백이라 지하철에서도 틈틈이 읽고 있다. 다 읽기가 아깝다. 주옥같은 명문들로 가득하다. 훌륭한 작가이며 훌륭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문체는 정말 탁월하다.

 

.. '나로드'는 사실 민중이라고 번역해야 더 맞는 표현이다만 저 문장에선 민중이라고 들어가면 좀 꺽꺽한 것 같아 그냥 민족이라고 넣었다. 근데 지금 민족이란 단어는 너무 문제가 많긴 하지..

 

어제 동료 언니 만나러 나가서 시간이 좀 남아 을지로 쪽에서 기다리며 저 책 계속 읽었다.

 

 

 

 

 

 

이건 작가가 망명 후 뉴욕의 겨울에 대해 묘사하다가 레닌그라드의 겨울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 고향은 모든게 달랐다. 처음엔 비가 내린다. 그리고는 몇주동안 메마르고 차디찬 바람. 그러다 이른 아침 갑자기 흰눈으로 뒤덮인다...

 

너무나 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 다운 묘사이다. 도블라토프는 자신을 평생 '레닌그라드 시민'이라 생각했다. 그의 고향은 소련/러시아가 아니라 레닌그라드였다.

 

 

이렇게 여기 앉아 책을 읽다가 친구가 와서 밥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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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전에 이 동네로 이사올 때 집이 좁아져서 짐을 많이 줄여야 했다. 그래서 결국은 러시아문학과 아주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 무용 관련 서적들 등 몇가지 주제를 남기고는 다 아름다운 재단에 기증해버렸다. 몇백권을 보내고 나니 아깝기도 하고 '앞으로는 책을 가급적 사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일도 많고 바쁜데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따위 때문에 예전보다 확실히 책을 덜 읽게 되었고 덜 사게 되었다. 근데 그래도 이럭저럭 또 책이 조금은 늘어서 이제 책장이 조금 모자라게 되었다. 가뜩이나 집도 좁은데 더 늘리면 안되는데 -_-

 

지방 본사 발령 때문에 집2를 계약할 때 처음에는 이 집을 비우고 이사를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을 해보니 워낙 서울 출장이 많고 마음도 복잡하여 안정을 위해서는 도저히 이 집을 비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집2는 이 집과 비슷한 평수의 투룸이긴 한데 요즘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책장 놓을 구석이 없다. 그래서 집2에는 책 몇권을 침실에 갖다놓고 자기 전에 읽는 게 전부이다.

 

하여튼... 일하려고 앉았는데 원래 주말에 일하려고 하면 온갖 잡생각이 다 들고 평소에 관심 안 주던 쪽으로까지 눈이 가니... 저 책들을 다시 좀 정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선반 위에서 마트료슈카들과 루지마토프님이 나를 쯧쯧- 하며 쳐다보고 계심 ㅜㅜ

 

 

 

성 게오르기(세인트 조지)와 타마라도..

- 토끼야 이제 일 좀 하지 그러니...

 

 

 

차 마시며 힐끗 책장 쪽 봤다가 여기 쌓아놓은 게 갑자기 심란해지는 것이다!! 일하기 싫어서 그런 거다!!

 

 

어김없이 여기도 한권이 위에... ㅠㅠ

 

근데 책장 자리가 모자라긴 한다. 뭔가 산만해보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주제의식에 따라 책장 칸칸을 정리해놓고 있음. 한쪽은 발레나 안무, 책장 하나는 러시아 문학, 뭐 각각 이런 식으로 나만의 질서가 있긴 있는데 그게 시간이 갈수록 좀 뒤섞이고 어지러워지는 경향이 있음.

이것도 엔트로피의 증가라고 해야 하나.

 

 

 

 

이사오기 전에는 요리책이 엄청 많았다. 요리를 잘하진 못해도 관심은 있었고 실제로 하지 않는다 해도 요리책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해서. 근데 역시나 이사오면서 책을 줄여야 하자 요리책들은 기증 1순위가 되어... 그나마 살아남은 얼마 안되는 요리책들. 그래도 여기 있는 것들은 다들 한두번 이상은 다 써먹어봤다.

 

 

이 칸의 주제는 너무 명확한가..

 

 

 

sf 장르를 옛날부터 좋아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역시 어슐라 르 귄이다.

 

 

다른 칸들은 생략. 마지막은 팬심 가득한 칸으로... 중간에 있던 용감한 조지는 지금 집2로 이사가서 집지키고 나를 지켜주고 있음 ㅠㅠ 남은 애들이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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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동료 언니가 집들이 간다고 선물 사는 걸 도와주다 도리어 내가 접시와 찻잔을 덜컥 지르지 않나, 지난주에는 구두 사러 백화점 갔다가 향수를 덜컥 사지 않나... 그리고는 간만에 알라딘 들어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sf 작가인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집이 두권 새로 번역 출간된 것을 알고 그것을 주문하다가 보관함에 담아뒀던 다른 책도 두권이나 넣고 또 하루키 에세이가 나와서 그것까지 왕창 주문...

 

바야흐로 지름신과 유리지갑의 계절이구나... (두집 살림과 ktx 왕복 교통비로 안그래도 유리지갑인데 곧 파산하려는 것인가 ㅠㅠ 얼마나 삶의 낙이 없으면 지름신의 연속 습격이 온단 말인가)

 

 

 

사은품도 받았다 :)

 

 

 

 

전에도 여러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나는 소설가로서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한다는 것과 작가로서의 몇가지 태도는 맘에 들지만, 어쨌든 그의 소설 작법이나 내용, 스타일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내가 레이먼드 챈들러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런지, 하루키를 자꾸 챈들러와 비교하려는 게 좀 맘에 안 들기도..

 

아니야, 챈들러랑 비교하지 마!! 하루키가 좋아한 작가이고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챈들러는 유일무이하다고요! 그리고.. 더불어서 제발 폴 오스터랑 챈들러를 나란히 놓지 말아줘!!! (폴 오스터 싫어함) 아마 나는 챈들러는 좋아하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후세 작가들은 안 좋아하나보다.

 

하여튼, 수필가로서의 하루키는 참 좋아한다. 여행작가, 에세이 작가로서의 하루키 말이다. 나 같은 독자들이 꽤 있다. 작가를 본업으로 생각하는 하루키에게는 좀 미안하다만... 그래서 소설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써낸 이번 책은 반쯤은 구미가 당기고 반쯤은 당기지 않았지만, 이게 또 재미있는게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예전에도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묘사하는 하루키의 이야기는 또 괜찮았다. 그래서 주문...

 

사은품으로 잘 깎여 있는 연필 세 자루가 왔다 :)

 

원래 하루키 수필집은 항상 여행 갈때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여행가고 싶네... 여름 휴가 때까지 안 읽고 모셔둘지도... (사실 시간이 없어서 진짜 여름까지 묵혀둘지도 모르겠다!)

 

 

 

그레이엄 무어의 셜로키언.

 

이른바 셜로키언이나 홈지언들의 소설은 너무 기대를 하면 안되고... 복불복이긴 한데 이건 좀 궁금해서 주문해봤다. 그리고.. 얼마 이상 주문하니 마일리지 차감을 통해 사은품을 고를 수 있었다. 당연히!! 베이커 스트리트 머그 아니겠나요~~

 

 

 

머그가 생각보다 작고 깜찍하다. 조금만 더 크면 좋았겠지만.. 의외로 싸구려 같지 않고 예쁘고 귀엽다.

 

 

 

 

 

보관함에 전부터 담아놨던 책. 연대기 순으로 말랑말랑하게 서술되어 있어 머리 식힐 때 읽을만할 것 같다.

 

 

 

이 경악할만한 표지는 슬프다만 ㅠㅠ

 

나는 옛날부터 sf와 판타지 장르를 좋아했는데 특히 전자를 좋아했다. 국내 번역 출간된 sf 소설들은 거의 다 모으던 시절도 있었다. 프레드릭 브라운은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는데 재기 넘치는 소설가라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물론 어떤건 지나치게 싱겁고 표피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의 유머와 위트, 냉소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작가로도 활약해서 에드가 상을 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 초단편에서 일반 단편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추리 요소나 예기치 않은 반전들이 숨어 있는 것도 묘미이다. 이 사람 소설집은 옛날에 딱 두권 번역 출간됐는데 둘다 지금은 부모님 댁에 있다.

 

이번에 두권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웬 떡이니 하고 주문... 옛날에 읽은 단편들과 안 읽은 단편들이 마구 혼재되어 있다. 프레드릭 브라운 번역해 출간해주신 분들 복받으실 거예요..

 

그래서 어제부터 단편집 1권인 아마겟돈 읽기 시작. 이건 반쯤은 읽었고 반쯤은 안 읽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음. 두번째 단편집인 아레나는 5분의 3쯤 읽은 것과 5분의 2 안 읽은 것들인 듯. 주말엔 이 두 권 끼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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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그에 들러주시는 갈라레야님께서 질문하셔서 댓글엔 남겼는데.. 돔 끄니기에서 발견해 재밌게 읽어온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시리즈 표지 사진들 올려본다. 노어로만 되어 있어 그냥 찾기 헷갈리실 것 같아서.





이게 갈라레야님이 요청하셨던 책.

이 책은 페테르부르크의 여러 거리와 골목의 유래와 매력을 묘사한 책이다.

요청하신대로 저자와 제목 표기는 이렇습니다.



저자는 알렉세이 예로페예프 alexei erofeev,

제목은 녜포르말느이 뻬쩨르부르그 -오뜨 울리쯔이 데 고골랴 도 루빈슈트라세 Neformal'nyi petersburg : ot ulitsy de gogolya do rubinshtrasse..

넘 어렵나요ㅠ





내가 제일 처음 샀던 건 이 책. 저자는 마리나 즈다노바 marina zhdanova


이 책은 페테르부르크의 문화예술적 명소들을 비롯한 유명 장소들과 시민들이 찾는 곳들을 묘사했다. 이 시리즈 중 제일 무난해서 이거부터 읽는게 좋다.






이건 저자가 세르게이 곤차로프 sergei goncharov

이건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의 자부심이 스며 있는 예술장소, 클럽 등 +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만의 공간 등이 묘사된 책인데 엄청 재밌다. 모스크바와의 비교도 자주 나오고..


세 책 모두 페테르부르크에 몇번 가본 사람들이라면 더 흥미롭게 즐길 수있는 책들인데 안타깝게 러시아어로만 돼 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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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초.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돔 끄니기에서 샀던 네 권의 책들.

 

왼편 위부터 순서대로.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이 시리즈가 몇 권 있는데 무척 재미있고 골목골목 쏘다닐때 도움도 된다. 이건 다 읽었다.

 

 '레닌그라드 사전', 이건 전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소련 레닌그라드 시절의 주요 용어들과 생활사가 어우러진 사전 형태의 책인데 꽤 흥미롭다. 글쓸 때 참조하려고 샀는데 사실 사전식 책의 특성상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다 읽어치우지는 못했고 가끔 뒤져보는 정도.. 그래서 아직도 다 못 읽었다. 이 책의 안쪽 페이지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802

 

'페테르부르크 비트족'. 소련에도 히피와 비트 세대가 있었다. 물론 미국과는 다른 양상에 훨씬 언더그라운드 문화일 수밖에 없었지만... 페테르부르크, 당시 레닌그라드는 이러한 비트 문화의 주도적 도시였는데 네프스키 거리 근처에는 이들의 아지트 카페 '사이공'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관심도 있고 또 쓰는 글의 배경과도 좀 겹치는 데가 있어서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돔 끄니기 갈 일이 있으면 관계 서적이 있으면 한두권씩 사오곤 한다. 그거까진 좋은데... 이 책은 아직 조금밖에 못 읽었다. 이게 뭐야 ㅜㅜ

 

마지막은 '새로운 경비대'. 세르게이 루키야넨코의 경비대 시리즈 중 최근 버전이다. 우리 나라에는 '나이트 워치', '데이 워치', '더스크 워치'까지 번역되어 있다. 이건 영어식 제목이고... 원래는 야간경비대, 주간경비대 등등으로 번역된다. 나는 러시아에 있을때 '라스트 워치'까지 원서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시리즈가 그 4번째 권에서 완결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새 책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앞의 두세 페이지밖에 못 읽었다. 페이퍼백이라 활자 보는 것도 눈 아프고... 예전만큼 책 한권 잡고 집중해서 금세 읽어치우는 게 잘 안된다. 일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여유 시간에는 글을 쓰는 편이고.. 하여튼 이것도 빨리 읽고 싶긴 한데..

 

 

 

그래서 사온 책들에 뿌듯해하며, 호텔 창가에 앉아 차 마시며 레닌그라드 사전을 좀 읽었었다.

조각케익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빵집 부셰에서 사왔던 것 같다. 자두 얹은 케익 같은데 왜 이렇게 새롭지.. 맛도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내 맘에 드는 맛은 아니었나보다.

 

 

 

 

 

 

 

 

방에 비치되어 있던 찻잔 :)

 

 

 

이때는 비수기라 조금 저렴한 가격에 그랜드 유럽 호텔에 묵었었는데 평소에는 안뜰 방향 방을 주었으나 이때는 역시 비수기라 그런지 미하일로프스키 거리 방향으로 나 있는 방을 주었다. 저 건물은 아니지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건물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저 책들 넘겨볼 여유도 없고... 이런 창가는 그저 꿈 속에나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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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частье всего мира не стоит одной слезы на щеке невинного ребёнка

 

.. Ф.М. Достоевски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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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4월 14일은 블라지미르 마야코프스키가 권총으로 자살한 날이다.

평온하시기를...

 

마야코프스키를 생각하며 그의 기념비적인 시 '바지를 입은 구름'(Облако в штанах ) 중 몇 행만 발췌해본다.

 

 

그리고 나는 느낀다 -

나에게

"나"는 너무 작다

누군가가 나로부터 끝없이 찢겨나간다.

 

И чувствую —
«я»
для меня мало.
Кто-то из меня вырывается упрямо.

 

.. 블라지미르 마야코프스키, '바지를 입은 구름' 중에서 -

(1914~1915)

 

** 태그의 블라지미르 마야코프스키를 클릭하면 바지를 입은 구름 다른 행 발췌와 그에 대한 예전 메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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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9 22:45

이번에 사온 러시아 요리책 books2015.03.09 22:45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사온 러시아 요리책.

 

러시아 요리책은 보통 촌스러운 게 특징이지만.. 이 책은 요즘 러시아에서 이 방면으로는 꽤 잘나가는 율리야 브이소츠카야가 쓴 책이라 사진도 괜찮고 내용도 재밌다. 제목은 플류슈키 들랴 룔리카. 즉 룔릭을 위한 간식.. 정도 되겠다. 룔릭은 저자 율리야의 어릴 적 애칭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집밥(ㅋㅋ)과 간식들부터 학창 시절 먹었던 음식들, 결혼 후 지금 자기가 가족을 위해 만드는 음식들 등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꽤 볼만해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게와 부피에도 불구하고 사왔다. 이 책 한권 때문에 가방 싸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직 다 읽진 않았다. 우울할 때 기분전환용으로 보고 있다. 나중에 몇 가지 해봐야지.

 

오늘 이래저래 심적으로 우울하니 이 책이나 좀 보다 자야겠다.

 

사진은 그때 호텔 방에서 찍은 것.

 

 

 

유명한 요리. 펠메니 :)

 

 

 

이건 사과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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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비에트 시절 작가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작품인 '우리들의'를 오늘 다시 읽다가.. 읽을 때마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발췌해 옮겨본다. 이건 원서는 아니고 번역본. 지만지에서 번역 출간해 준 버전. 역자는 김현정님.

 

..

 

나는 우리 이모가 좋은 편집자였다고 생각한다. 이모가 편집을 한 작가들이 그렇게 내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편집자가 뭐하러 필요한지 도통 이해할 수는 없지만.

 

좋은 작가라면, 편집자는 별 필요가 없다. 형편없는 작가라도, 편집자가 그를 구해주진 못한다. 내 생각에, 이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나는 우리 이모가 작가들과 어떻게 일했는지 안다. 나도 가끔 같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모가 말했다.

 

" 유라, 여기 '썩은'이라는 단어가 네 번 반복되고 있어. "

 

" 정말 그러네. "

 

유리 파블로비치 게르만이 놀랐다. " 어떻게 내가 이걸 눈치 못 챘지? "

 

그래도 편집자는 작가에게 필요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좋은 작가에게도, 그리고 뭐 형편없는 작가에겐 더더욱.

 

예를 들어, 이런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소설 중 하나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썼다.

 

' 옆에 타원형의 둥근 식탁이 있었다... '

 

누가 원본에 있는 이 문구를 읽고는 말한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말이 맞지 않는데요. 고쳐야겠습니다. "

 

도스토예프스키는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 그대로 놔두세요. "

 

고골은 초기 작품에서 '셰카투르카'라는 단어를 썼다. 한번은 악사코프가 그에게 말했다.

 

" 어떻게 이걸 셰카투르카라고 쓰십니까? "

"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하죠? " 고골이 물었다.

" 시투카투르카. "

 

(* 시투카투르카 : 회반죽 이라는 뜻의 단어)

 

"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 고골이 말했다.

" 사전 한번 찾아봅시다. "

 

달 사전을 집었다. 찾아보니, 정말 시투카투르카였다.

 

그 뒤 고골은 항상 '시투카투르카'라고 썼다. 그러나 재판마다 이 단어는 수정되지 않았다.

 

왜?

 

왜 도스토예프스키는 명확하게 틀린 어구를 삭제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알렉상드르 뒤마는 자신의 소설을 '삼총사'라고 지었을까? 네 명임에도.

 

이러한 예는 수백가지다.

 

아마도 실수, 부정확성은 작가에게 뭔가 소중한 것들인 거 같다. 그러니까, 독자에게도.

 

어떻게 로자노프의 것을 고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울 게 없었다...'?

 

(*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임)

 

나는 오타라도 작가의 허락 하에 수정했으면 한다. 구두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작가마다 스스로 구두점을 고민하고 있으니.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우리들의' 중 발췌. 지만지 출판사, 김현정 역 ...

 

 

..

 

 

많은 작가들이 공감할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영역이 있다. 나는 가끔 글을 쓸 때(블로그나 일상적인 글 말고, 정제된 글을 쓸 때) 띄어쓰기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다. 맞춤법에 따르면 반드시 띄어쓰거나 붙여써야 하지만, 글의 리듬이라든지 소리내어 읽었을때의 느낌, 심지어 문장과 단어의 시각적 배열 구조에 따라 이 단어는 알면서도 붙여써야만 하고 혹은 띄어 써야만 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그것은 어쩌면 시인의 영역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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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블라토프는 매우 좋은 작가이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등 장대한 19세기 러시아 작가들에게 질린 분들이라고 해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간결하고 유머와 풍자 넘치는 동시에 멋진 글을 쓴 작가다. 국내에도 몇 권 번역 출간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 보세요!

 

최근 뉴욕에서는 이 사람이 망명해 살았던 동네의 거리에 도블라토프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루빈슈테인 거리에 이 사람이 살았던 집이 있고 네프스키 근방 거리들에는 그가 즐겨가던 음식점이나 술집도 있다. 후자에는 그때 가보려고 했는데 동행이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 나중에 꼭 가봐야지.

 

** 도블라토프의 '외국 여자' 발췌문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1253

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어제 사이버리아드(http://tveye.tistory.com/2907)에 이어 '솔라리스'를 다시 읽었다. 나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재기 넘치는 문장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역시 유머러스한 사이버리아드나 욘 티키 이야기들보다는 솔라리스가 더 취향에 맞는다.


고도 지성을 갖춘 원형질 유기체 바다라든지 인간과 조우한 외계 지성을 소재로 인식론을 다루는 이야기는 지금이야 워낙 비슷한 소재를 다룬 sf 소설들이 많아서 그리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거야 솔라리스가 1960년대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그건 주객전도나 마찬가지고. 나는 언제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보다는 르 귄이나 렘 같은 사변 sf 쪽에 끌리는 편이었다. 그리고 필립 k 딕보다는 렘이 더 좋다.

 

건조하고 과학적인 sf임에도 불구하고 솔라리스에는 기본적으로 슬프고 처연한 정서가 흐른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레야가 사라지는 순간이면 무척 마음이 아프다.

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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