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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 praha'에 해당되는 글 77

  1. 2024.02.25 11월의 프라하 1
  2. 2023.07.08 프라하에서 처음으로 해봤던 것
  3. 2023.06.13 프라하 공항에서
  4. 2023.06.12 6.11 일요일 밤 : 결과적으론 바츨라프 광장에 많이 갔음, 안젤라또와 파스타, 잠시 홀로 산책, 엄마와 저녁 산책, 여행 마무리를 앞두고 2
  5. 2023.06.11 그래도 에벨에 다시... 2
  6. 2023.06.11 6.10 토요일 밤 : 시장, 비 피하려고 카페, 지루하고 힘들어질 타이밍, 보트 투어, 처음 하는 것들, 여행 자체보다는 6
  7. 2023.06.10 6.9 금요일 밤 : 어제의 피로, 길 알려드림, 쇼핑 2, 시민회관 카페, 오후의 휴식, 음악회 2
  8. 2023.06.09 전경 2
  9. 2023.06.09 6.8 목요일 밤 : 간소한 기념품 쇼핑, 업무 통화로 스트레스 되살아남, 토끼 찍사, 너무 피곤함 2
  10. 2023.06.08 6.7 수요일 밤 : 드레스덴, 몇개의 위기, 엄마의 쇼크, 엄마의 소박한 득템 4
  11. 2023.06.07 6.6 화요일 밤 : 부지런해짐, 엄청 걸었음, 요세포프, 우중 강변산책, 말라 스트라나, 레기 교 왕복, 비엔나 대신 2
  12. 2023.06.06 6.5 월요일 밤 : 비, 엄마의 득템, 도브라 차요브나, 짜디짠 음식에 놀란 엄마, 수퍼마켓에서 기분전환, 날씨 제발 4
  13. 2023.06.05 엄마랑 도브라 차요브나
  14. 2023.06.05 6.4 일요일 밤 : 엄마와 이미 여러 곳 주파 9
  15. 2023.06.05 6.3 토요일 메모 : 비행, 첫날, 예기치 않은 문제 2
  16. 2023.06.04 초점은 나갔지만
  17. 2023.06.04 6.3 토요일 밤 : 도착은 잘 했는데 2
  18. 2023.06.03 곧 탑승 4
  19. 2023.04.13 꿀, 설탕, 레몬 8
  20. 2023.04.09 가느다란 눈발 날리는 구시가지 광장 2
  21. 2023.03.08 프라하 4
  22. 2023.03.04 프라하 가는 길 공항과 비행기, 카페 메모
  23. 2023.02.24 비오는 날 카피치코 2
  24. 2023.02.23 헤드 샷 커피 1호점 4
  25. 2023.02.22 에벨 카프로바 본점 2
2024. 2. 25. 17:06

11월의 프라하 2022-23 praha2024. 2. 25. 17:06

 

 

 

11월 프라하 구시가지 풍경 세 장. 22년 11월 하순. 구시가지 광장. 블타바 강변의 마네수프 교각. 그리고 광장과 마네수프 교를 잇는 카를로바 거리. 마지막의 카를로바 거리 사진 왼편에는 카페 에벨이 보인다. 사진은 아이폰 xs. 앞 두 장은 가루눈이 내릴 때 찍어서 흐릿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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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7. 8. 17:05

프라하에서 처음으로 해봤던 것 2022-23 praha2023. 7. 8. 17:05

 

 

 

 

6월 초 엄마와의 프라하 여행을 다녀온지 한달도 되지 않아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여행을 찬찬히 복기할 시간이 없었다. 이번 여행에선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는데(내 dslr과 엄마의 폰으로 엄마 사진만 찍어드림), 핸드폰 액정이 망가져서 그것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다 날아가버려서 결국 엄마와 카톡으로 주고받은 사진 외엔 남은 것이 없게 되었다. 이 영상도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내드렸던 것이라 간신히 건졌다. 

 

 

떠나기 이틀 전날 밤. 이날은 엄마도 여행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힘들어하셨고 나에게도 틱틱거리셨다. 나도 지쳤었다. 하지만 저녁에 둘이 산책을 나갔고, 그러다 배를 탔다. 한시간짜리 코스라 딱 카를 교까지만 오가는 아주 짧은 거리였고 너무너무 느려서 나는 툴툴댔지만 엄마는 은근히 좋으셨던 것 같다. 배에서는 6개국어로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마지막은 노어로 나왔다. 나는 영어보다 노어 방송이 더 듣기 편했다. 중간중간 폴란드어 방송도 어느 정도 알아먹을만했다. 영상에도 안내방송이 들린다. 잽싸게 엄마 손 잡고 맨앞자리에 앉았었다. 

 

 

프라하에 아주 여러번 갔었고 두어달 살기도 했지만 배를 탄 건 처음이었다. 어떤 여행이든 처음 해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엄마와의 해외여행도, 엄마와 단둘이 이렇게 시간을 많이 보낸 것도, 그리고 프라하에서 배를 탄 것도 처음이었다. 

 

 

사진 딱 두 장 더. 이때는 배 타러 갈 줄 모르고 그냥 산책나갔던 거라서 카메라도 안 가져갔고 폰으로 대충 찍어서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내드린 건데 이 두 장과 저 엄청 짧은 영상만 남았다. 우리가 탔던 건 아마 8시 타임이었던 것 같다. 해는 9시 좀 넘어서 졌기 때문에 그 다음 배를 탔으면 석양을 구경했을텐데 조금 아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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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6. 13. 00:00

프라하 공항에서 2022-23 praha2023. 6. 13. 00:00





여행을 마치고 이제 공항에 와서 탑승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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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이다. 그래도 내일 저녁 비행기라서 오후에 공항으로 가니까 산책할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다. 이번에는 내 물건 산 게 거의 없어서 가방 꾸리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또 매일 꼬박꼬박 7시 전에 일어나고 있으므로 아침에 조식 먹고 와서 남은 가방을 마저 싸면 될 것 같다. 6~70% 정도 꾸려놓긴 했다.

 
어제 오후가 엄마와의 여행에서 가장 고비였지만 저녁 산책과 배 타고 오는 것으로 많이 풀어졌고 오늘은 나름대로 소소하고 즐겁게 보냈다. 이제 내일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행 자체보다는 휴가가 끝나고 무시무시하고 과중한 업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간밤에 너무 피곤했다. 11시 넘어서 잠들었고 7시간 가량, 그래도 깨지 않고 잤다. 오늘은 엄마와 어디에 가야 할지 좀 막막했다. 어제 배까지 탔으니...
 
엄마는 어제 짜증을 내신 게 미안했는지 오늘은 훨씬 상냥해지셨다. 어제 아빠 셔츠를 산 곳에 가서 이모부 것도 사면 좋겠다고 하셔서 다시 바츨라프 광장으로 갔다. 그쪽에 있는 쇼핑몰 이곳저곳에 들어갔다가, 중저가가 아닌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쇼핑몰에서 드디어 동생에게 줄 괜찮은 티셔츠를 하나 득템했다. 이리하여 아빠와 동생, 올케에게 줄 것들을 모조리 옷으로... 엄마는 다시 프리마크로 가셨고 이모부에게 어울리는 건 못 찾았으나 대신 아주 저렴하면서도 소재와 디자인이 나쁘지 않은 모자와 운동할 때 입을 민소매 티를 득템하셨다. 그런 것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싶었지만 가격이 매우 착해서 괜찮아보이긴 했다. 나는 엄마에게 프라하 와서 옷들을 득템해 가는 관광객은 엄마뿐일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 크리스탈도 유리공예품도 냉장고 자석도 베헤로프카도 메도브닉이나 오플라트키도 아니고 그것도 체코제가 아닌 옷들 ㅎㅎ 독일에서도 스카프와 빗을 사셨으니...
 
그런데 이 쇼핑몰에서 나에게는 위기가 찾아옴. 나는 본시 쇼핑도 좋아하지 않고 백화점에 가는 것도 싫어한다. 사람 많은 곳에서 물건 고르고 구매하는 게 너무 힘들다. 답답하고 폐쇄적인 공간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장은 탁 트여 있으니 괜찮은데... 게다가 엄마가 이것저것 물어보실때마다 가격을 계산해보고 소재를 확인해야 하니 더 정신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둘째날에도 바츨라프 광장 쇼핑몰들을 돌다가 너무 힘들어서 도브라 차요브나에 가서 주저앉았었다. 프리마크에서 엄마의 나시 티와 모자를 사서 나온 직후 너무너무 숨이 답답하고 힘이 들고 어깨가 결려서 벤치에 주저앉아 잠시 쉬었다. 내가 너무 힘들다고 하자 엄마는 이해를 잘 못하셨다. 엄마는 쇼핑 때문에 힘들고 답답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드신 타입인 것이다. 내가 골목길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듯 엄마는 옷을 구경하고 이것저것 득템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스타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엄마도 벤치에 잠깐 앉았고 카페에라도 가자고 하셨다(엄마에게는 큰 결심!) 그런데 그 근방의 헤드샷은 오늘 문을 닫았고, 나는 코스타나 별다방에 가고 싶진 않았다. 잠시 앉아 있다가 좀 나아져서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광장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사람들이 콘을 먹으며 나오는 것을 발견한 엄마가 아이스크림 드시고 싶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맛있는 곳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엄마를 꼬셔서 조금 더 걸어가서 하벨 시장 근처에 있는 안젤라또 지점에 갔다. 여기 계속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엄마는 평소 저녁 운동 마치고 친구분들과 함께 배스킨 라빈스에 자주 들르신다고 하셨다. 엄마가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빙수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안젤라또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자리 하나를 잡을 수 있었고 엄마를 위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트라치아텔라를 시켰다. 흑흑 너무 맛있었다. 여기 스트라치아텔라가 제일 맛있다. 극도로 힘든 순간 먹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쇼핑몰에서 지친 터라 진짜 맛있었고 엄마도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드셨다.
 
엄마는 스파게티를 먹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아마 나 때문에 그러신 것 같았다. 그냥 집에 가서 오징어짬뽕이나 햇반 먹어도 되고 한국식당에 가도 된다고 했지만 스파게티를 드시겠다고 하여 젤레즈나 거리에 있는 전에 쥬인과 갔던 이탈리아 식당에 갔다. 그런데 거기는 파스타 메뉴는 없고 온통 피자 뿐이라 결국은 일어섰고, 문득 하벨시장 쪽에 몇 년 전 묵었던 레온 도로 호텔 옆에 kogo라는 이탈리아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좀 비싼 곳이긴 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었다. 그래서 거기 갔고, 생선수프와 해산물 스파게티, 새우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 그리고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엄마는 이런 것도 처음 드셔보시는 것이었다. 원체 식성이 한식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그러나 친구들에게 파스타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해산물로 골라드렸고 수프도 시켜드렸다. 생선수프는 맛있게 드셨고(참치찌개 같다고 하심. 좀 그런 맛이었음), 파스타는 토마토소스는 없어서 올리브유였지만 그래도 곧잘 드셨다. 다만 파스타는 역시 간이 셌고 양이 많아서 우리 둘다 많이 남겼다. 레모네이드는 너무 시어서 싫다고 하셨다(이 동네 레모네이드는 정말 탄산수나 그냥 생수에 레몬만 짜서 넣어줌. 나는 괜찮은데...)
 
파스타로 배가 너무 불러진 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1시 반쯤 되었던 것 같다. 아침에 엄마에게 ‘호텔에 청소 하지 말라고 해요?’ 라고 묻자 엄마는 그냥 하게 놔두라고 하셨다(이 일 때문에 내가 어제 상당히 스트레스였는지 꿈에서도 리셉션에 가서 청소할 필요없다고 했었음) 집에 들어가면서 청소가 안되어 있으면 매우 기분나쁠 것 같다, 항의를 해야 하나 하며 들어갔는데 말끔히 청소도 되어 있고 타월도 와 있고 어메니티도 새로 채워져 있어 엄마도 나도 기분이 좋아짐.
 
엄마는 씻고서 쉬셨고 나는 좀 쉬다가 엄마가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좋은 날씨와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이 겹쳐서 잠깐 혼자서 집을 나섰다. 근방을 한 시간 가량 산책했다. 예전에 많이 걷던 루트인 마스나, 틴 광장과 운겔트 등을 걸었고 에벨에 가보았다. 날씨가 너무 좋은 여름이라 다들 노천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갔는지 조그만 에벨은 테이블 하나만 현지 노부인 둘이 차지하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은 비어 있었다. 테이크아웃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비어 있으니 너무 좋았고 결국 카푸치노를 시켜서 마셨다. 커피 마시게 하는 곳. 카푸치노가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어서 작은 것을 시켰는데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햇살이 매우 쨍했고 창 밖이 밝고 또 밝았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라서 금요일과 토요일보다는 덜 붐볐고 이상하게도 매우 한적하고 고요했다. 에벨에는 15~20분 밖에 앉아 있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고 너무 좋았다. 마음이 평안했고 고요했다. 게다가 에벨 로고가 들어간 리넨 에코백이 나와 있어 그것도 득템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일어나 계셨다. 엄마는 다니시는 교회의 오늘 예배를 유튜브로 다시보기하고 계셨고 나는 챙겨왔지만 한 줄도 읽지 못했던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다(이 사람 에세이들은 언제나 여행용 책들임) 그러다 저녁을 챙겨먹었다. 햇반을 딱 맞게 가져와서(12개 챙겨왔고 엄마가 누룽지 이틀분을 가져오셨음. 첫날은 안 먹고 잤으므로 8일치가 딱 맞음) 다 먹었고 엄마표 볶음김치도 다 먹고 진미채만 좀 남았다. 내가 아까워했지만 엄마가 또 해서 주면 되는데 뭐가 아깝냐고 버리심. 내가 어제 사왔던 로메인도, 며칠 전 사왔던 세 개들이 파프리카도 오늘 다 해치워서 아주 깔끔하게 일용할 양식을 다 먹었다. 내일은 체크아웃 후 점심에 한국식당에 가면 되겠다고 했다.
 
저녁을 먹은 후 소화를 위해 엄마랑 산책을 나갔다. 오늘 생각해보니 애초부터 이렇게 오전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오후에 쉬고 저녁 산책을 나갔다면 엄마의 평소 루틴과도 맞아서(항상 저녁 운동을 하시니)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저녁 산책 후 기분이 나아지셨다. 나는 왕창 몰아서 하고 일단 집에 들어오면 씻은 후 늘어지는 타입이라 그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역시 엄마와는 다른 스타일. 여행 막바지가 되어서야 이런 것들을 깨달아서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막바지에라도 이렇게 좋은 패턴을 찾게 되어 다행이다. 해가 여전히 높고 하늘은 파랬고 그늘과 저녁 바람은 선선해서 걷기 좋았다. 엄마와 요세포프 쪽의 안 가본 골목들 여기저기를 돌아서 어제 배를 탔던 체추프 다리 쪽으로 갔다. 벤치가 있어 거기 앉았는데, 강바람 맞으며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현지인 구경하는 것을 엄마가 좋아하셔서 생각보다 오래 앉아 구경을 하고 이런저런 가족과 관련된 얘기, 예전 이야기 등을 했다. 그리고는 강변을 따라 마네수프 다리를 지났고 카를 교에 가까워지는 지점에서는 강변으로 가기 어렵고 도로변으로 좀 돌아서 가야 하므로 거기서 그냥 길을 건너서 요세포프와 파리슈스카 대로를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왔다(엄마도 나도 카를 교는 사람이 많으니 한번으로 족하다고 의견일치)
 
산책을 하면서 마네수프 다리 난간에 기대어 블타바 강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런 데서 한달 살라고 하면 나는 못한다고 아빠한테 말해야지’ 라는 엄마에게 ‘그래도 집에 가고 나면 힘든 건 그냥저냥 힘들었다는 정도로 중화되고 좋았던 기억이 남을 거에요. 이렇게 저녁 산책하고 강바람 맞으면서 이런 풍경 보고 있었던 게 좋았다고 하실거에요’ 라고 말씀드렸고 엄마도 그 말이 맞다고 했다. 그리고 딸 덕에 이런 데도 와본다고 하셨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아들색히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 지 각시만 챙기고 엄마아빠 데리고 여행가자는 얘기도 안하고’로 화제가 넘어갔음. 흑흑... 미안하다 동생아.
 
집에 돌아오니 여덟시가 좀 넘어 있었다. 나는 샤워와 머리감기, 머리말리기의 괴로운 미션을 마치고 가방을 약간 더 정리했다. 엄마는 유튜브를 보시다가 조금전 잠드셨고 나는 이 메모를 다 적은 후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이렇게 엄마와의 여행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내일 오후까지 거리 산책을 하고, 연착도 터뷸런스도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장거리 비행 후 집에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푹 잘 수 있기를.
 
 
 

 

 
 
 
이 사진은 나 혼자 산책 나갔을 때 운겔트와 틴 광장으로 접어들면서 찍었음. 이번 여행은 정말 사진을 거의 안 찍었다. 오늘 한시간 산책하며 찍은 2~30장이 가장 많이 찍은 것임. 절반은 그나마도 카페 에벨. 나머지는 엄마 사진인데 그것도 많이 찍진 않았다. 엄마가 사진 찍어드린다 해도 조금만 찍으셨고 그나마도 맘에 안 드는 건 다 지워버리셨음. 어쨌든 오늘 오후의 고요함과 무척 환했던 빛이 좋아서 이 사진을 올려본다. 맨 위 사진은 안젤라또의 아이스크림.



.. 아, 오늘은 18,400보. 그런데 거리는 13킬로로 제일 많았음. 이번 여행은 매일 많이 걸었다. 날씨도 이틀 비온거 빼곤 선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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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6. 11. 23:14

그래도 에벨에 다시... 2022-23 praha2023. 6. 11. 23:14






엄마가 잠시 낮잠 주무시는 사이 에벨에 왔다. 테이블이 하나 비어 있어 앉음. 해가 뜨겁고 하늘이 푸르고 평화로운 오후. 모두가 노천에 앉아 있어 에벨 내부의 작은 테이블이 비어 있고, 카푸치노가 너무 부드럽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할애한 유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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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아파트는 맞은편에 바와 클럽들이 있어서 새벽에도 시끄럽다. 그리고 차 지나가는 소리도 상당히 크다. 오늘은 새벽 4시에 남자들이 너무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서 깨버렸고 한참 뒤척이다가 간신히 조금 더 자서 종일 피곤했다.

 

오늘은 엄마가 궁금해하셨던 강변의 농수산물 시장에 갔다. 예전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엄마를 위해 샀던 여행서에 시장 정보가 있었다. 아홉시 반쯤 집을 나섰고 마사리코보 기차역 앞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트램 3번을 타고 9정거장쯤 가야 했다. 카를로보 나메스티를 지나서 조금 더 가는 쪽이었고 예전의 내 반경에는 들어가지 않는 곳이다. 여기는 토요일에만 새벽 6시인가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는 시장으로 싱싱한 야채, , 케익, 치즈, , , 바클라바, 견과 강정 등등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많이 팔았다. 햄과 소시지 노점도 많았다. 커피와 주스도 있고, 특히 빵과 샌드위치 등속이 맛있어보였다. 쥬인이랑 왔으면 참 좋아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시장 구경이 너무 재미있었고 아마 혼자였거나 쥬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이것저것 사고 또 먹느라 정신없었을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엄마는 이쪽 음식들 취향이 전혀 아니셔서 그런지 나만큼 흥미로워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줄서서 사가는 빵 노점에서 포피씨드와 자두가 든 빵 한 조각을 사는 것으로 만족했고, 한시간 좀 안되게 한 바퀴 돈 후 엄마와 시장에서 나왔다. 예전에 알았다면 갔었을텐데 아쉬웠다.

 

 

생각보다 시장 구경이 일찍 끝났고 나는 지난 겨울 여행 때 바츨라프 광장과 인드리슈스카 거리 근처에 있던 러시아 식품점이 마침 가는 경로에 있어 거기 들르고 싶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융만노바의 헤드샷커피에 들르려고 했다. 엄마도 계시니 그냥 테이크아웃하려고. 주말에 쉬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구글맵에 영업한다고 나와서 혹시나 하고 가보았지만, 문은 꽉꽉 닫혀 있었다. 나를 우롱한 구글... 그때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 오늘은 분명 종일 맑음이라 했고, 내내 우산 가지고 다니다가 오늘만 안 가지고 나왔는데... 비를 피하기 위해 헤드샷 맞은편의 IPPA 카페에 갔다. 여기는 지난번에 서양배 모양의 맛있지만 값비싼 디저트를 먹었던 곳이다. 엄마는 자몽 주스, 나는 얼그레이와 이번에는 레몬 모양의 케익을 시켰다. 화이트초콜릿 안에 크림과 레몬잼이 들어있었는데 서양배보다 맛은 덜했다.

 

하여튼 비를 피하며 앉아 있다가, 조금씩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다시 나왔다. 그냥 트램 타고 집에 갈까 하다가 러시아 식품점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는데, 그 중간에 광장의 PRIMARK 쇼핑몰에 우연히 들어갔다. 여기는 저렴한 옷과 잡화들을 파는 아주 큰 곳이다. 나는 예전에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는데, 동생에게 좀 재밌는 걸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랑 들른 것이다. 그런 좀 재밌고 귀여운 티셔츠를 발견했으나 동생이 입을만한 사이즈는 없고 전부 XL 이하여서 실패(내 동생은 키도 크고 어깨가 넓고 요즘 덩치가 좀 불어서 아무리 봐도 2XL는 사야 할 것 같았음. 그 사이즈는 다 빠진 것 같았다) 대신 파란색의 화려한 무늬의 순면 남방 셔츠를 발견했다. 동생에게 어울릴 것 같았으나 이것도 사이즈가 없어서 대신 아빠 사이즈로 샀다. 이리하여 결국 동생 것만 없음.

 

 

프리마크에서 러시아 식품점까지는 10분 정도 걸렸다. 흑빵 두 덩어리를 사고, 비록 디저트를 먹었지만 견디지 못하고 러시아 플롬비르 아이스크림을 한 개 사서 맞은편 공원 벤치에 앉아 먹은 후 엄마와 함께 집까지 걸어왔다. 비는 다 그쳐 있었고 해가 났다. 엄마는 피곤해하셨다. 내가 볼 때 엄마의 흥미를 끄는 것들은 모두 소진되었고 이제 만사가 피곤하고 별로인 모드에 접어드신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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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는데 오늘은 아파트 청소와 타월 교체를 해줄 줄 알았으나(7일마다 해준다고 되어있었음), 140분 정도에 들어왔지만 방이 그대로라 엄마가 무척 짜증을 내셨고 이게 뭐냐고 다그치셨다. 여기는 호텔도 오후 늦게나 청소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지만 이미 만사가 피곤하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던 엄마는 매우 저기압이었고 청소가 안되어 있는 것에 대해 계속 화를 내셨다. 내가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하겠다고 하니 그냥 하지 말라고, 이틀 후면 돌아가는데 아직도 안해놓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성질을 부리심. 나도 너무 피곤해졌고 청소가 안되어 있는게 내 잘못도 아닌데 엄마가 너무 딱딱거리시니 여태 엄마를 모시고 다니며 고생한 피로가 확 몰려왔다. 그래서 그걸 나한테 화내실 일은 아니지 않느냐, 내가 지금 전화를 해서 청소해달라고 하겠다, 아니면 몇시에 오는지 물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엄마가 기분이 나빠지신 상태라 내 방에 가서 전화를 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아파트라 리셉션에서 전화를 받았고 얘기를 했더니 처음에는 나보고 와서 타월을 받아가라고 했다. 청소는 유료라고 해서 내가 당초 예약 당시 조건들에 대해 그대로 읽어주자 담당자가 당황하더니 다시 전화를 해주겠다고 했다. 곧 전화가 왔고 지금 청소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피곤하니 쉬고 싶고 그동안 청소를 하러 오면 제대로 쉴수도 없고 또 나가야 하니 그게 너무 싫어서 계속 짜증을 내셨으므로 나는 안와도 돼요, 우리는 지금 집에서 쉬려고 하니 그냥 오지 마세요라고 말했고 리셉션에서 그럼 내일 갈까요라고 하여 내일 오전에 와달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엄마가 어차피 모레 가는데 내일 와서 타월과 시트를 바꾸고 청소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냥 오지 말라고 하라고 하셔서 내일 아침 조식 먹으러 갈 때 리셉션에 다시 얘기하겠다고 했다. 뭐 이 시기쯤 되면 한번쯤 이러실 거라고는 생각했고 또 원체 엄마가 음식도, 여행 취향도 이쪽과 딱 들어맞지는 않으니 이제 피곤하고 지루해지실 법도 하다. 이해는 되는데 나도 힘들고 바쁜 와중에 간신히 시간을 짜내서 여기 왔고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맞춰드리며 다니려고 애썼는데 짜증을 내시니 기운이 빠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엄마는 먹을 것도 할 것도 없다고 심통을 내셨지만 한편으론 좀 미안하셨는지 어제 먹은 그 오징어짬뽕이나 사올걸 그랬다고 하셨고 내가 한국식품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엄마도 같이 나가겠다고 하셨지만 그냥 집에 계시라고 말씀드렸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실만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생각보다 엄마도 나이가 드신데다 원체 깔끔한 성격이니 청소 때문에 화가 날 법도 했다. 교회에도 못가고 여기는 다 별로라는 모드가 되어 계셔서 나도 잠깐 나갔다 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나메스티 레푸블리키의 한국식품점에 갔다. 엄마를 위해 오징어짬뽕을 사고, 바로 옆의 BILLA 수퍼에 들러 마침 할인 중이던 로메인 상추를 샀고 회사 직원들에게 줄 초콜릿 한 상자, 쥬인을 위한 치즈, 그리고 신상 감자칩을 사서 귀가했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해가 쨍쨍 났다. 엄마는 나에게 따로 나가서 놀고 오라고 했지만 나도 기운이 없었다. 사실 나 혼자 나가면 갈곳은 많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엄마는 오징어짬뽕을 끓여드시고 기분이 좀 나아지셨고 눈을 좀 붙이셨다. 나는 굳이 엄마에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저냥 지치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거실에서 그냥 쉬었다. 업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라 곧 돌아가서 그 일폭풍에 휩싸일 것을 생각하니 기운이 다 빠졌다. 결국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냥 나도 오늘 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열쇠가 하나뿐이라 엄마만 두고 나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 여행이 아까운 마음이 약간 들었지만 그건 <휴가> 자체에 대한 아까운 마음일뿐, 여기는 자주 왔던 곳이라 별로 간절하거나 아쉽지도 않았다.

 

 

 

 

 

 

엄마는 한시간 안되게 눈을 붙인 후 거실로 나오셨다. 나는 이제 안 입을 옷들을 한뭉치 들고 와서 가방을 조금 꾸렸고 엄마는 내가 가방 꾸리는 모습에 좀 감탄하셨다. 엄마는 대충대충 쑤셔넣고 왔는데 정말 야무지게도 꾸린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렇구나 하셨다. (우리 엄마는 아주 엄격하고 깔끔하고 잔소리가 많은 분인데 막상 여행가방은 정말 대충 꾸려오셨고 놓고 온 것도 많았음. 나도 깜짝 놀랐음) 가방을 꾸리다가 좀 쉬다가 6시 좀 넘어서 저녁을 먹었다. 눈을 붙이고 저녁을 드시고 나니 엄마는 기분이 나아지셨고 너무 배가 부르니 운동 겸 강변에 가서 좀 걷고 와야겠다고 하셨다(원래 집에서는 밤마다 운동장을 몇바퀴씩 도시고 수영도 가셨음) 나는 이미 씻어버린 탓에 나가기가 싫었지만 그래도 엄마랑 같이 나갔다. (혼자 다녀오시게 할 수는 없었음)

 

 

카를 교 정도까지 걸어갔다 오기로 했는데, 요세포프를 지나 체추프 다리 쪽으로 왔을 때 그쪽의 보트 선착장을 발견했다. 사실 엄마에게 계속 배를 타자고 했는데 엄마가 내켜하지 않으셨다. 비싸서 싫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어르고 달랬지만 미루고 또 미루셨다. 그런데 저녁 시간대에 보트 선착장을 지나게 되었고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배에 오르는 것에 엄마도 조금 흔들리셨다. 한강에서도 탔는데 뭘 또 타느냐고 해서 언제 여기서 배를 타겠느냐, 풍경이 다르지 않느냐고 설득하였다. (교회라도 있으면 내일 예배라도 갈텐데, 할 것도 없고 여기는 정말 못살겠다, 먹을 것도 없다 등등 불만모드셨던 터라 배라도 태워드려야 나을 것 같아서) 몇차례의 망설임과 반복 끝에 그래, 지금은 비가 안 오니까 지금 출발하는 거라면 타자고 하셔서 제일 짧은 1시간 코스 표를 끊었다. 나도 프라하에 많이 왔지만 배는 한번도 타보지 않았었다. 이번 엄마와의 여행에서 나도 안해봤던 것들 몇 개를 해보게 되었다.

 

 

보트는 체추프 다리에서 시작해 카를 교와 레기 교까지 갔다가 뱃머리를 돌려서 강을 거슬러올라갔다. 아주 느려서 나는 좀 답답했지만 엄마는 풍경 구경하려면 느린게 맞지 네가 의외로 이런 데서 성질이 급하구나 라고 하셨다. 나는 한시간이나 걸리는 코스라면 좀 더 많은 곳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었음. 너무너무 느려서... 배는 레기 교와 체추프 교를 왕복하는 정도만 돌았다. 더 길고 비싼 걸 끊었으면 카를로보 나메스티와 댄싱하우스까지는 갔을 것 같다만. 어쨌든 더 길었으면 피곤했을 것 같았다. 씻고 나갔던 터라 선크림조차도 안 발라서 얼굴이 좀 탔을 것 같다. 하여튼 엄마는 배를 탄 후 집까지 걸어오시면서 오후보다는 기분이 나아지셨다. 다행이다. (사진은 배 위에서 찍음. 배 탈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나갔던 거라서 카메라도 안 가져갔음)

 

 

이제 떠나는 날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내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내겐 여행이라기보다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다. 얻은 것도 많고 그만큼 내가 지친 것도 많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소중한 시간들이다. 더 빨리, 더 자주 이런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내가 힘든 만큼 엄마도 나에게 맞춰주고 계신 면들이 분명 있을 거고, 또 나에게는 이곳이 정든 곳이고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곳이지만 엄마에게는 낯설고 이상하고 지루한 곳일 것이다. 나는 좋아하는 게 생기면 반복하며 즐기는 타입이지만 엄마는 한번 클리어하면 끝이고 나처럼 카페나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러니 역시 엄마와는 패키지 여행이 더 잘 맞는다는 결론이 나옴. 그리고 엄마는 일주일 이상 여행을 해보신 적도 없으니 이 여행이 길게 느껴지실 거고 지금 딱 피곤하고 지루해지실 타이밍도 맞다. 사실 오기 전부터도 그렇게 생각은 했다만... 하여튼 그래도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기 마련이고 지나고 나면 이 시간들이 그립고 소중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 메모는 이것저것 길었다. 오늘은 15000. 이번 여행은 80% 는 엄마, 20%는 업무와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디 오늘 새벽엔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좋겠는데 ㅠㅠ 하지만 토요일 밤이니 또 난리난리겠지. 제발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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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제 여행도 거의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월요일 저녁 비행기로 떠나기 때문이다. 엄마는 시간 많다고 하시지만 나는 돌아가면 다시 과중한 업무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터라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음.
 
어제 너무 피곤했다. 여행 와서 쉬지 못하고 계속 다녔던 터라 피로도 누적됐을 거고(금요일까지 빡세게 일하고 곧장 비행기를 탔으니 휴식이 없었다), 엄마를 모시고 다니는 건 생각보다 마음이 상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는데(첫날 취향이 달라서 좀 힘들었지만 그 이후부턴 괜찮아짐), 엄마가 유럽 쪽도 처음이고 또 말도 통하지 않으시므로 혹시라도 힘드시거나 내게서 뒤처지실까봐 항상 좀 긴장을 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그래도 마음이 힘든 일은 아니어서 괜찮은데, 어제 업무 통화를 하면서 일들이 더욱더 과중해지고 꼬이고 나빠진 상황을 알게 되니 너무 진이 빠졌던 것 같다. 이것은 지금 생각해도 피곤하고 마음이 무겁다. 돌아가면 정신없이 달려야 할 것이다. 비행기 타고 오는 길에, 그리고 둘째날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엄마와 내가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놓고 이야기를 찬찬히 나눴는데, 엄마가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지만 사실 이 결정이 너무 어려운 터라 나도 아직 모르겠다. 앞날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업무 통화를 하고 또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합리적 과제들을 마주하면 아 정말 이제 됐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여튼 이런 일들 때문에 어제는 피곤했고 목도 많이 가서 인후염 약까지 먹고 잠들었다. 피로와 약기운 덕인지 7시간 가량 쭉 자고 일어났다.
 
엄마도 은근히 힘드셨던 것 같다. 기존에도 나보다 매일의 운동량이 훨씬 많고 활동적이지만 아무래도 연세를 속일 수는 없는 게 맞다. 간밤에도 기침약을 드시고 주무셨다. 엄마는 힘들면 기침을 하고 나는 목이 붓는 타입인 것 같다. 그래선지 오늘은 쇼핑몰 구경을 한 후 집에서 좀 쉬다가 저녁 음악회에 가자고 하셨다(간밤에 성당에서 하는 음악회 티켓을 예매했다)
 
아침에 조식을 먹은 후 집에 돌아와 정비를 하고, 바츨라프 광장 쪽 쇼핑몰 지역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바츨라프 광장 초입의 무스텍 역 앞에 접어들었을 때 아주머님 세 분이 우리를 보고 다가와 한국분이냐고 묻고는 길을 물으셨다. 구시가지 광장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보셨다. 혹시 구글맵 깔아두셨나 물었는데 구시가지 광장 사진들만 가지고 계셨다. 벌써 한참 동안 뺑뺑이를 돌고 계신다고... 거기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려면 골목에서 두세 번 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그 사이에 일행이 데리러 온다는 문자가 왔다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달라고 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여기는 바츨라프 광장인데 이쪽이 원체 넓은 곳이니 옆에 보이는 빨간 간판 건물(new yorker 상점이었음)을 이정표로 하여 거기 사진을 찍어서 일행에게 보내고, 아무 데도 가지 마시고 그 아래에서 기다리시라고 알려드렸다. 일행과 잘 만나셨어야 할 텐데.
 
엄마는 블라우스를 샀던 막스 앤 스펜서 매장에 다시 들르셨다. 그때 블라우스 옆에 있던 예쁜 치마가 어른거린다고 하셨다. 받쳐입으면 예쁠 것 같다고, 그런데 치마가 더 비쌌기에 엄두가 안 난다 해서 일단 구경이라도 하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하여 재발견한 치마는 과연 굉장히 예뻤지만 엄마가 산 블라우스와는 잘 받지 않았다. 둘 다 색채가 화려하고 색감도 많이 달라서 서로 다른 옷들과는 어울리겠지만 그 둘은 어울리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다 그 옆쪽 매대에서 흰색과 초록색의 에스닉풍 미니 원피스를 발견. 초록색을 너무 좋아하는 올케 생각에 사진을 찍어서 톡으로 보내주고 통화를 했다. 올케는 너무 예쁘다면서도 비싸니까 사지 말라고 했고 나는 안 비싸다고 안심시켜주고(엄마 블라우스에 비하면 3분의 1), 엄마는 여행오실 때 동생과 올케가 용돈을 주었으니 그것으로 원피스를 사줘야겠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이 매장에서 엄마와 올케의 옷을 득템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영국 스타일이셨나보다.
 
매장에서 나와서 바츨라프 기마상을 지나 박물관 앞까지 올라가 광장과 건너편 전망을 구경하고 조식테이블에서 싸왔던 미니 사과를 한 알씩 먹었다. 엄마는 집에 가서 쉬고 싶어하셨고 그래서 우리는 나 프르지코페 거리 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들어가는 길에 나는 엄마를 모시고 시민회관 카페에 갔다. 여기는 쥬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곳이고 아르누보 건물이라 내부 장식이 아름답다. 엄마는 갈증 때문에 맥주를 드시겠다고 했다. 예전엔 여기 블랑쉬도 있었고 종류가 여럿이었는데 지금은 필스너밖에 안된다고 한다. 엄마가 첫날 마시고 너무 쓰다고 했던 거였는데... 어쨌든 엄마는 필스너 0.3리터를 시켜드리고 나는 다즐링과 견과 케익을 시켰다. 맨 위 사진이 카페 내부. 카페에서 우리는 좀 쉬었다. 제대로 우려진 차를 마시니 좀 살 것 같았다. 이번 프라하 여행은 철저히 엄마에게 맞추고 있어서 나는 카페에 별로 가지 못했다. 사실 바츨라프 광장에서 헤드 샷 커피가 가까워서 들르고 싶었지만 엄마는 커피를 드시지 않고 거기가 엄마 모시고 오래 앉아 있을 분위기는 아니어서... 좀 아쉽긴 했다. 아마 에벨과 헤드 샷은 못 갈 것 같다. 헤드 샷은 토, 일은 휴무라서...
 
집에 돌아오니 한시였다. 엄마는 한국식품점에서 1개 사온 오징어짬뽕, 나는 내가 혹시나 해서 싸왔던 유부우동을 먹었다. 어제부터 계속 라면을 먹고 있어서 나는 그게 먹기 싫었지만 밥을 차려먹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먹음. 엄마는 좀 쉬시겠다고 하여 나 혼자라도 헤드샷이나 그 근방 러시아식품점에 다녀올까 했지만 그때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 엄마가 주무시는 동안 나도 그냥 쉬었다. 침대에 누우니 너무 졸렸지만 어찌어찌 잠들진 않았다.
 
햇반으로 저녁을 먹은 후(정말 이렇게 밥을 꼬박꼬박 먹고 다니는 여행은 처음!) 엄마 모시고 음악회에 갔다. 카를 교 옆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교회에서 하는 오르간 콘서트였다. 나는 시민회관이나 큰 공연장의 음악회에 모시고 가려 했지만 엄마는 그냥 연주보다는 노래 듣는게 좋다고 하셨고 이것저것 목록을 말씀드리니 아리아와 파이프오르간 쪽을 택하셨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쥬인과 십여년 전에도 이 교회 콘서트에 갔었다. 그런데 그때 콘서트 직전 근처 아프로포스 식당에서 밥먹은 건 기억나고 콘서트 자체는 기억 안나는 걸 보니 당시 음악회가 별로였던 것 같다. 하여튼 엄마는 성가대 활동도 하시고 또 엄마 교회에도 얼마전 웅장한 파이프오르간을 들여놓았다고 하시니 나보다는 더 좋아하시겠지 하며 들어갔다. (나는 클래식 연주는 좋아하지만 성악 듣는 건 별로 안 좋아함. 특히 소프라노는 쥐약임) 오늘은 메조소프라노와 바이올린, 파이프오르간 3명만 나오는 미니 음악회였는데 메조라서 그래도 덜 부담스러웠고 목소리가 예뻤다. 바이올린이 가장 나았다. 음악원 졸업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매일 같은 곡목들을 연주하고 노래부르는 기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썼던 중편에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 코즐로프에 대해서도 생각했고 다시금 가브릴로프 장편을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중간중간 좀 지루해하셨지만 아는 곡들은 좋아하셨고, 의외로 바이올린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 사실 교회에서 울려퍼지는 바이올린의 매력이 있긴 하다. 나는 파이프오르간이나 피아노보다는 관, 현을 더 좋아한다.
 
음악회가 끝난 후 엄마와 함께 집까지 걸어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덜 걸었고 중간에도 쉬었지만 엄마는 많이 걸었다고 하셨다. 확실히 피곤하시구나 싶었다. 엄마는 좀전에 주무시러 들어가시고 나도 이제 자려고 한다(이 아파트는 침실이 두 개라서 편하다. 비싼 이유가 있음) 내일은 엄마가 토요일에만 열리는 시장에 가고 싶어하셔서 아침 먹은 후 트램을 타고 강변의 시장에 가려고 한다. 여태 한번도 안가본 곳임 :)
 
오늘은 14000보, 9킬로 가량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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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6. 9. 05:34

전경 2022-23 praha2023. 6. 9. 05:34





스트라호프 수도원 초입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전경. 이번 여행은 풍경 사진 거의 못 찍고 엄마 사진만 찍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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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드레스덴 다녀오면서 이래저래 고생을 좀 해서 그런지 너무 피곤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중간에 깨지 않고 7시간 가량 잤다. 더 자고 싶었지만 실패... 그래도 중간에 깨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11시쯤 자서 6시에 깼다.

 

어제 엄마도 무척 고단하셨던 것 같다. 오늘은 좀 천천히 기념품 쇼핑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자고 했다. 사실 엄마를 위해 현지 사진사에게 스냅코스를 신청해두었었는데, 엄마가 너무 부담스러워하셔서 취소를 했고 대신 내가 찍어드리기로 함(그래서 둘이 오붓한 사진은 못 찍음)

 

조식을 먹고 온 후, 아파트 근처에 팔라디움 쇼핑몰이 있어 거기 갔다. 엄마도 기념품을 많이 사는 타입이 아니고, 또 챙기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제일 간단한 것만 사겠다고 하셔서 마뉴팍투라에서 핸드크림과 엄마 맘에 든 살구향 샤워젤 등속을 사고, 이후 수퍼에 가서 초콜릿을 산 것이 끝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화장을 하면서 엄마에게 내 맥 라스트댄스 아이섀도와 오프라의 하이라이터를 발라드렸더니 너무 맘에 들어하셔서 팔라디움의 맥 매장에서 동일한 아이섀도를 사드렸다. 이런 건 인터넷 면세로 사야 저렴하고 여기서 사면 비싸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맘에 들어하셔서 그냥 샀음.

 

이런 쇼핑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쇼핑 중간에 윗분에게서 다급한 카톡이 왔고 결국 나는 업무 통화를 하게 되었다. 메일 접속이 차단되어 내내 읽지 못하고 있던 터라 모른척 업무 체크를 안하려고 애썼고 카톡에 올라오는 업무대화들도 그냥 체크만 하고 개입하지 않고 있었으나, 최고임원이 너무 심한 과제를 내던진 탓에 윗분도 내가 귀국하기 전에 갑작스러운 출장을 가셔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본부장들과 차석임원들도 한패가 되어 우리 부서에 정말 너무 과도한 일들을 떠넘기기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쇼핑몰 한가운데 벤치에 앉아 30분 넘게 통화를 하고 나니 너무 머리가 아프고 우울해졌다. 이동안 엄마는 서성이며 가게들을 구경하셨고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느냐고 놀라심. 나는 업무 통화 자체는 뭐 그러려니 하는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과 더더욱 과중해지는 상황들을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가라앉고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정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일들을 더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너무 비합리적으로 과중하다는 생각, 그리고 제반 상황들과 다른 본부장들의 작태를 참아주기가 너무 어려웠다. 여행 동안 의식적으로 업무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엄마 모시고 다니느라 하루하루의 미션 클리어에 급급했기에 오히려 마음의 스트레스는 덜했는데 업무 통화 30분 후 그간 회피해왔던 모든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밀려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멍해진 채 엄마를 모시고 쇼핑몰 나머지를 돌고 수퍼에 가서 초콜릿을 골라드린 후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챙겨온 비빔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엄마가 양식을 못드셔서 이런것도 싸왔음) 그리고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엄마 모시고 사진 찍어드리려고 나갔다. 어제 엄마의 에스컬레이터 공포증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트램을 두 번 타고 포호젤레츠에서 내려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쪽으로 갔다. 로레타에는 입장을 해서 내부를 보여드리고 2층의 보석 성물들을 보여드렸다.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성물을 비롯해 각종 산호와 보석들로 세공된 성물들을 보신 엄마는 감탄하시면서도 카톨릭이 이렇게 부귀영화로 부패했기 때문에 종교개혁을 하게 된 거야. 예수님은 저렇게 헐벗은 채 십자가에 돌아가셨는데 이런 보석들이라니!’ 하고 교훈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셨다(엄마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임) 그리고 비록 정오 명종곡은 아니었지만 세시의 종소리를 들으셨고 무척 아름답다고 하셨다.

 

번외 쇼크) 로레타 지하에는 화장실이 있고, 여기는 입장권을 끊고 들어오면 무료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가보니 입장객들에게마저 0.5유로(몇 코루나였는지 기억안남)를 받고 있었다! 충격! 엄마는 어떻게 성당에서 돈을 받고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느냐고 어이없어 하셨다 ㅜㅜ

 

로레타와 주변 카푸친 수도원 앞, 스트라호프 수도원 앞의 전망대와 내리막길 등에서 엄마 사진을 찍어드렸다. 빛이 좋아서 나름대로 잘 나와 뿌듯했다. 프라하 성 한켠의 계단을 따라 내려왔고 첫날과 그저께 못갔던 카를교 아래의 미셴스카 골목과 강변에도 내려갔다. 오늘은 백조도 한 마리 뿐이었고 오리도 몇 마리 없어 아쉬웠다.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단편에서도 알리사와 코스챠가 그 강변에서 백조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준다.

 

미셴스카 가기 전에 원래는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에서 트램을 타려고 했는데 거기 반짝 시장이 서서 노점들이 많았다. 우리는 이때 무척 목이 말랐기에 생과일 갈아주는 노점에서 오렌지/파인애플/석류 갈아주는 주스 500밀리를 주문해서 나눠마셨다. 그리고 빵 파는 노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포피씨드 빵을 발견해 그것을 득템했다.

 

강변에서 나와서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앞에서 트램을 타려다가 길 건너기가 귀찮아서 그냥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서 집까지 걸어왔다. 카프로바 거리 쪽으로 와서 에벨 앞을 지났는데 에벨의 두 테이블이 모두 비어 있어서 너무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주스로 배가 가득 찬데다 오후 늦은 시각이라 커피 마시기도 어렵고 엄마도 커피를 드시지 않아서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활동 반경이 넓었다. 로레타에서부터 집까지 걸어온 거니까. 오전엔 쇼핑몰도 돌았고.

 

귀가해서는 햇반과 로메인, 내가 싸온 진짬뽕 1, 엄마의 밑반찬 등으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에 있을때도 이렇게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는데. 그리고 카메라에서 사진을 옮겨 엄마에게 보내드리고 구경한 후 엄마는 잠자리에 드셨고 나도 이제 자려고 한다. 오늘은 귀가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몸이 무거워서 씻는 것도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아마도 업무 통화 때문에 한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되살아나서 그런 것 같다. 이미 휴가도 많이 지나가서 며칠 안남았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 모르겠다, 일단 자야겠다. 목이 다시 가고 있으니 인후염 약을 먹어야겠음.

 
 
 
.. 사진은 로레타 경내. 이건 dslr로 찍어서 화질이 좋다. 그런데 오랜만에 dslr 들고 나갔더니 어깨가 너무 아프고 몸이 피곤했다. 렌즈도 일부러 제일 작은 걸로 가져왔는데 ㅠㅠ 

 

 

.. 여행 와서 걸은 거리 메모. 내 폰을 떨어뜨려서 중간중간 꺼두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첫 2~3일은 더 많이 걸었을 수도 있다. 

 

6.4 일요일 약 10~11킬로? (이 날은 내 폰을 꺼두었고 엄마 폰으로 확인)

6.5 월요일 1만보 전후(이 날 제일 적게 걸었다)

6.6 화요일 12.5킬로, 18000보 전후

6.7 수요일 11.7킬로, 17600보 전후

6.8 목요일 11.9킬로. 17600보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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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엄마와 드레스덴에 다녀왔다. 정작 드레스덴 자체는 아주 평온하고 별거 없이 지나갔으나 오가는 길에 생각지 않은 고생을 했고 예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아무리 버스 2시간 거리, 왕복 4시간이지만 ‘외국’은 외국이라, 다녀오자 매우매우 피곤하다. 엄마도 버스 타니 너무 피곤하다고 하시며 금욜쯤 3시간 거리의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자는 나의 제안에 그냥 버스 안 타고 프라하에서만 살살 다니자고 하신다. 나야 프라하에만 있으면 좋긴 하다만.
 
오늘은 드레스덴 자체는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엄마와의 여행이 좀더 돈독해진 날 같다고 나 혼자 생각했다.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잠들어 5시 약간 안되어 깼다. 역시 수면 부족 상태로 7시에 집을 나서서 호텔에 들러 조식을 먹음. 나메스티 레푸블리키에서 플로렌스 버스터미널역까지는 지하철 한정거장이고 여러번 가본 곳이라 나름대로 시간 계산을 했다. 8시에만 지하철을 타도 아주 시간이 남으므로 터미널 매점에서 물과 껌, 과자를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변수 : 플로렌스 지하철역과 버스 터미널 근방에 엄청 공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내가 플로렌스에서 마지막으로 버스 탔던 게 17년에 역시 드레스덴 갈 때였는데... 지하철역 출입구가 하나 빼고 모조리 막힘! 내가 항상 이용하던 터미널로 곧장 통하는 출입구도 막힘! 그런데 구글맵엔 업뎃이 안되어 있어서 그 출입구만 나오고...
 
막상 역에 내려서 나와보니 생전 처음 보는 쪽 거리였다. 오랜만에 와서 내 기억이 흐려진 건가 하고 아무리 옆으로 앞으로 가봐도 모르는 거리. 하필 이때 내 폰은 데이터가 먹통이 됨. 엄마를 잘 안내해야 하는데... 엄마와 함께 헤매다가 지나가는 친절한 여인 2명에게 차례로 물어봐서 길을 돌고 돌아 터미널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이때는 공사하는지도 몰랐음) 이미 이때는 출발 5분 전! 버스 놓칠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아아아악 엄마 모시고 이게 뭐야! 그때 어쩐지 터미널에서 일하는 느낌의 아저씨 한분이 버스들 사이로 걸어오고 계셔서 얼른 가서 내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면서 24번 플랫폼 어디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영어를 못해서 체코어로 말씀하셨는데 궁하면 통하는지 내가 그 말을 다 알아들음! 사실 노어랑 좀 비슷했다. 즉, 여기 아니야, 여기 주차장이야. 위쪽으로 가야 돼. 어딘지 보여줘. 아, 베를린 가나? (베를린까지 가는 버스 중간에서 내리는 거니까 맞음) 내가 데려다줄게.
 
으앙 천사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아저씨를 졸졸 따라갔다. 알고보니 그 아저씨는 우리가 타고 갈 버스 기사셨다! 마지막의 ‘내가 데려다줄게’는 버스까지 데려다줄게가 아니라 ‘베를린까지 데려다줄게’ 였다!!!!
 
하여튼 이렇게 하여 고생고생했지만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우리는 출발 직전 버스에 기사와 함께 탑승. 드레스덴으로 출발했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엄마는 길 찾아서 다 잘됐다고 하셨음. 지나고 나면 이런 기억이 재밌게 남긴 한다만 흐흑.
 
8시 반 플로렌스 버스터미널 출발 – 10:25 드레스덴 중앙역 정시 도착
 
드레스덴엔 6년 전 이맘때 영원한 휴가님 만나러 왔었는데 머릿속에서 시내 가는 방향이 싹 지워짐. 역을 통과해서 나가야 하는데 한동안 방심상태가 됐다가 일단 역을 따라 나간 후에야 기억이 났다. 비엔나 플라츠를 지나 프라거 거리로 나가는 거였다. 그러면 그 거리 따라 쭉 올라가면 성당이니 궁전이니 광장이니 엘베 강이니 줄줄이 나온다.
 
프라거 거리 진입. 6년 전엔 일요일이라 모두 문을 닫았던 쇼핑몰들이 다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엄마와 dm(영원한 휴가님과 만났던 이정표)에 들어가서 엄마가 잊고 온 빗을 하나 샀다. 엄마의 1차 득템.
 
엄마의 쇼크 : 독일은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구나! 나쁜 놈들!
프라하도 유료화장실이 많지만 여태 내가 어찌어찌 집, 호텔, 식당이나 카페 등 유료가 아닌 쪽만 잘 모시고 다녔음. 엄마는 여태 유료화장실이란 걸 본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충격이었다. 쇼핑몰 화장실을 간신히 찾아내 0.7유로씩 내고 들어가자 엄마가 얼마냐고 물어보셔서 980원 정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어이없어하셨고... 이후 돌아갈 때 중앙역 화장실은 인당 1유로로 더 비싸다는 사실에 또다시 쇼크받으심. 그래서 엄마에게는 독일넘들...이 되어버림. 다른 나라도 많이 이렇다고 하자 역시 우리나라가 제일이라고 하심.
 
보너스) 나의 쇼크 : 우와 이비스마저 배신을...
(6년 전 왔을 때 이 거리의 이비스에 들어가서 화장실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이비스 출입문부터 시작해 화장실까지 모두 키카드를 대지 않으면 안 열리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옛 기억을 되살려 호기있게 엄마를 인도하려던 내 계획은 물거품. 흑흑 다 나처럼 생각했나봐)
 
관광지 진입. 사원들과 광장, 군주의 행렬, 브륄의 테라스, 엘베 강.
 
프라하 첫날에도 그랬지만 오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엄마는 유적이나 관광지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으셨다. 성당이나 궁전 앞에서 사진만 찍으면 되고 굳이 안에 들어갈 마음은 들지 않으시는 타입이셨다. 그것보다는 쇼핑몰이나 가게에서 이것저것 구경하시는 걸 더 좋아하셨고 분수나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찍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사원 안에도 안 들어가고, 그나마도 다 가지도 않았고 츠빙거 궁전에도 가지 않았다. 성당 하나 들어가보자고 했더니 성에서 갔는데 뭘 또 가냐고 하셨다(첫날 프라하 성의 비투스 성당 얘기) 광장과 사원 쪽은 주마간산 훑었고 슐로스 광장 근방의 식당, 카페 골목으로 갔다. 오늘 보니 영원한 휴가님과 갔던 방향이 그쪽이었던 것 같다(그때도 암것도 모르고 와서 밥먹을 데가 안보인다고 헤매다가 성당 옆으로 빠지니 식당들이 나타나서 아무데나 가서 먹었었는데 그 아무데나가 먹자거리였음)
 
엄마는 양식이 모두 입에 맞지 않으셨고 프라거 거리 초입에 있던 스시집에나 가자고 하셔서 그러려던 중, 다리 아파서 쉬던 레스토랑 골목에서 태국식당을 발견해 거기 갔다. 엄마와 처음으로 노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었다. 슬프게도 음식은 정말 맛이 별로였다. 쏨땀 샐러드, 엄마를 위해 새우 팟타이, 나는 두부 커리 볶음밥에 무알콜 레몬칵테일을 시켰는데 쏨땀은 밍밍했고 팟타이는 엄청나게 짰다. 내 볶음밥은 그저 그랬다. 엄마는 갈증에 시달렸고 내가 중앙역 매점에서 사다드린 파워에이드를 마시고서야 목마름이 가신다고 하심.
 
엄마의 득템 2) 관광지는 더 안보시겠다고 하여 다시 프라거 거리를 따라 올라오며 가게 구경을 하다가 어느 액세서리 가게에서 엄마와 나는 각각 취향 저격하는 스카프를 발견했다. 엄마는 금실로 짠 베이지색의 화려한 스카프, 나는 다홍과 분홍 꽃무늬의 마리메꼬풍 스카프였다. 가격도 저렴했다. 중국제도 아니었다. 독일 비싸다더니 스카프는 괜찮다며 엄마가 매우 좋아하심
 
엄마의 득템 3) dm이 예전에 갔던 곳들보다 컸으므로 혹시 건질게 있나 해서 내가 다시 들어갔다. 정작 나는 건진 게 없는데 엄마가 로레알에서 나온 뭔가 새로운 리프팅 마스카라를 발견하여 이것을 사고 좋아하심.
 
그리하여 엄마의 드레스덴은 빗, 스카프, 마스카라 득템 장소가 되었다 :) 드레스덴 도자기고 뭐고... 중간에 쇼콜라텐인가 이름이 가물거리는 유명한 초콜릿 가게에도 들렀으나 초콜릿 사는 대신 엄마는 바닐라아이스크림, 나는 다크초코 아이스크림 바를 먹은 것으로 끝.
 
dm에 있을 때 레지오젯에서 문자가 왔다. 버스가 25분 연착된다고 했다. 이미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과 만났을 때 50분 연착이 되었으므로 그러려니 했지만 엄마는 또다시 ‘독일넘들’에 대한 불신이... 베를린에서 오는 버스라 연착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중앙역 내부 벤치에 엄마를 앉혀드린 후 갈증해소용 파워에이드와 물을 사고 화장실의 위치와 가격을 파악한 후 엄마를 그리로 모시고 갔고 이후 정류장에 가서 기다렸다.
 
여기서 다시 생각지 않은 짧은 위기.
 
1~2번 정류장이 외국 가는 버스가 서는 곳인데, 2번에 하얀 버스가 왔다. 우리가 타던 버스는 노란 더듬이 버스였는데 그건 흰색이었지만 앞에 프라하 딱지가 붙어 있었다. 긴가민가 하며 내가 엄마와 그리로 타러 가는데 내 옆의 아저씨가 ‘그거 다른 회사 버스야, 아니야’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안 그래도 생긴 게 달라서 혼란스럽던 차에 ‘아 그런가?’ 하고 놀란 나는 엄마에게 잠깐 그 자리 계시라고 한 후 급하게 버스로 달려가서 기사에게 내 티켓을 보여주며 확인을 했다. 맞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는 떠나기 직전. 너무 걱정되어 엄마를 크게 불렀다. 엄마는 1번 플랫폼의 의자에 앉아계셨다(그 버스 아니라 하니까 자리에라도 앉아서 기다리시려고) 서둘러서 엄마를 모시고 간신히 버스에 올랐다. 헉헉 잘 모르는 분의 친절에 버스 놓칠 뻔. 그리고 우리 자리에 다른 남자가 앉아 있어 순간 ‘아니 정말 이 버스가 아닌 건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으나 그 사람이 잘못 앉은 것이 판명되어 그제야 자리에 앉아서 한숨 돌림.
 
버스에서는 좀 졸면서 왔다. 드레스덴에선 다행히 비가 안왔고 중간엔 하늘이 맑았으나 우리가 버스를 타기 직전 굵은 빗방울 몇 개를 맞았고 날씨예보에서 ‘천둥번개 침’ 하고 경보가 왔다. 독일 국경 넘고서도 조금 더 비가 오다가 프라하 진입하자 날이 개었다.
 
내려서 또다른 위기)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아침에 내가 원래의 지하철 출입구를 못 찾아서 고생한 거라 생각했다. 터미널 역사 내부 쪽에도 메트로 표시가 있었다. 전에 타던 그 방향이라 엄마 모시고 그리로 갔는데 커다랗게 X가 쳐져 있고 공사 중이니 다른 방향으로 가라고 한다. 역시 그랬던 거였어... 그런데 나는 원래부터 구글맵을 봐도 방향을 잘 못 찾는 인간인데다 동네가 생소했고(올때마다 지하철-터미널만 반복했던 곳), 그나마 찾아낸 지하철역 출입구들은 모두 엑스자로 막혀 있었다!!! 한군데 빼고 다 막혀 있었던 것이다!!! 한참 헤맸고 처음에 어디로 나와서 왔는지 나도 엄마도 헷갈렸다. 결국 친절한 여인에게 물어봐서 찾아냈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출입구를 다 막아놓을 수가... 그래서 엄청 고생해서 지하철을 탐. 이럴 줄 알았음 그냥 걸어갈걸. 플로렌스에서 나메스티 레푸블리키까지 한 정거장이고 맨첨엔 걸어간 적도 있는데 그 길이 우중충해서 싫었던 기억에...
 
마지막 위기)
 
엄마는 프라하 지하철역에서 너무 길고 높고 빠른 에스컬레이터에 놀라셨다. 엄마도 나도 고소공포증이 좀 있다. 그래도 나는 러시아에서 단련된터라 높고 빠른 에스컬레이터는 괜찮은데, 엄마는 내 생각보다도 그걸 더 무서워하셨다. 특히 내려가는 것을 무서워하셨다. 첫날부터 매일 지하철 한두번은 탔는데... 엄마가 무섭다 하셔서 내 뒤에 꼭 붙어있으라 했고 그렇게 해왔지만, 항상 엄마가 내 뒤에 곧장 타지 못하고 몇칸 떨어져 계셨다. 알고보니 너무 무서워서 계단에 발을 빨리 올리지 못하신 거였다... 오늘 나메스티 레푸블리키에서 올라올 때 엄마가 머뭇거리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난간을 쥔 두 손과 어깨, 팔, 그리고 다리가 풀릴까봐 다리에도 너무 힘을 주고 서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럴정도로 무서웠으면 왜 말씀을 하지 않으셨냐 조금 무서운 정도인줄 알았는데 그정도면 타면 안되는거 아니냐 하고 나는 너무 놀랐다. 간밤에도 주무시다 다리에 쥐가 났는데 그게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너무 긴장한 탓도 있는 것 같아 너무 가책이 되고 엄마에게 미안했다. 앞으론 지하철 타는 쪽 절대 안 가고, 도보나 택시,  트램만 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작 알았으면... 엄마는 그냥 말 안하셨다고 한다. 아아 너무 맘이 안좋았다. 나도 원체 겁이 많은 터라 공포증이 뭔지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아는데... 첫날부터 계속 하루에 최소 한두번은 지하철 타고 한두정거장씩 갔던 게 떠오르면서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오늘에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엄마는 나에게 너는 겁도 많은 애가 어떻게 이건 안 무섭냐고 하셨다...
 
귀가)
 
빌라 수퍼에서 로메인과 물 등을 사서 귀가. 집에 오니 7시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정말 피곤하셨는지 먼저 샤워를 하셨다. 그리고 햇반을 데워 로메인, 남은 상추, 엄마가 싸오신 고추장과 밑반찬 등으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엄마와 스카프를 둘러보며 좋아하고 오늘 찍은 사진을 구경했다. 내일은 피곤하니까 근처를 천천히 움직이며 사진이나 찍기로 함. 너무 피곤해서 엄마는 주무시러 들어갔다. 나도 곧 자야겠다. 별거 아닌 ‘외국’ 당일치기였지만 크고작은 위기와 쇼크들이 함께 한 하루였다. 그런데 며칠이 쌓이자 엄마와 너무 달랐던 취향이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좀더 통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독일은 어떻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드레스덴 프라거 거리에 나오셨을 때 쇼핑몰과 현대식 건물을 보고 좋아하시며 프라하보다 훨씬 현대적이라 하셨는데, 귀가할 무렵 프라하에 진입하자 ‘아유 그래도 여기가 더 좋네. 아유 여기가 훨씬 정이 가네’ 하신다 :) 엄마 나도 그래요. 비엔나 갔다가 돌아왔을 때도 그랬어요 라고 말씀드렸다 :)
 

 

 
 
 

 
 
 
풍경 사진은 이게 전부.이번 여행은 엄마모시고 다니느라 엄마 사진 몇장 찍어드린 것 외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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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했다. 이제 시차 적응이 될 법도 한데. 겨우 5시간 밖에 못 잔 결과 종일 피곤했다. 오늘은 첫날보다도 더욱 많이 걸었다. 오전 내내 비가 왔는데도 도합 18000, 12.5킬로나 걸었다. 첫날은 13000보 정도 걸었고 어제는 날씨 탓에 쇼핑 위주로 다녀서 8900보 정도였다. 나로서는 여행을 가도 웬만하면 7~8킬로 이상은 걷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 많이 걸은 것임. 발에 물집이 좀 잡혔다. 엄마는 평소 이 정도는 기본으로 걷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신다. 흑흑 허약한 딸.

 

오늘은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이 걸었다. 너무 피곤하니 오늘도 일정 위주로 간단히... 우 크노플리치쿠까지는 계속 비가 왔고 그 다음부터는 오락가락함.

 

새벽 3시 깨어나서 뒤척이다 결국 이것저것 검색 후 잠드는 것 포기 6시에 엄마랑 같이 누워서 아빠와 이모들께 전화 7시 반쯤 조식 먹으러 다녀옴(원피스 입고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바지로 갈아입게 되었다) - 방에 돌아와 정비를 하고 9시 반쯤 집을 나섬 (이때부터 모두 도보 이동)

 

 

- 유대인 지구(요세포프) 스페인 시나고그, 클라우센 시나고그(+창 너머로 유대인 묘지) * 이쯤에서 엄마도 나도 지루해져서 시나고그 두 개 봤으면 됐다고 선언하고 나머지 포기, 내키면 다른 날 오기로 요세포프 쪽에서부터 블타바 강변 쭉 따라 산책 레기 교 걸어서 건넘

 

 

우예즈드 우 크노플리치쿠 카페에서 차 한 잔, 자허 케익 한조각, 엄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아주 작은 한 스쿱 말라 스트라나 산책(캄파 공원, 말테스케 광장, 대사관 지구 등등) - 다시 우예즈드(페트르진 공원에서 잠시 앉아 쉼)

 

 

- 카페 사보이(어제 실패 후 온라인 예약을 했다. 이미 다 자리가 차서 오후 2:15 타임이 제일 빠른 거라서 그때로 예약) 엄마가 궁금해하시던 비엔나 슈니첼 + 토마토 치즈 샐러드 + 오렌지 주스와 자몽 주스 : 엄마가 맛있다고 하셔서 한시름 놓았다. 비엔나 못간 대신 자허 케익 한 조각에 비엔나 스타일 카페인 사보이에서 비엔나 슈니첼 먹었으니 이걸로 반쯤 퉁치기로 함. 사보이가 항상 만석인데다 점원들이 좀 불친절하고 장삿속이 있어서 짜증나긴 하지만 그래도 음식은 맛있다. 양파와 파 등 향채를 썰어넣은 바질 올리브유에 담근 싱싱한 방울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도 맛있었다. 엄마가 비엔나 슈니첼 괜찮은 맛이라 하셔서 다행이었다. 사보이는 음식값이 비싼 곳이지만 가격을 말씀드리자 이 정도면 비쌀 만하다 하셨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얘기하실 정도면 만족하신 것임) 그리고... 어제 사보이 실패해서 갔던 그 옆의 콜코브나 올림피아는 오늘 지나치면서도 엄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며 어휴 먹어본 중 제일 짠 음식이었어라고 하셨고 나도 소금연어...’ 라고 부르게 되었다. 콜코브나 올림피아 의문의 1. 그런데 내 기억에도 거기는 갈 때마다 음식이 매우 짰다. 맥주 펍은 어쩔 수 없다. 뭐 원래부터 이 동네 음식이 짜기는 하지만...

 

 

사보이에서 나와서는 너무 배가 불러서 걸어가기로 하고, 다시 레기 교 걸어서 건넘 신시가지(국립극장-나로드니 트르지다) 도로변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지하철 2정거장 타고 나메스티 레푸블리키 역에서 내려 귀가.

 

 

 

적어놓으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숙소가 있는 들로우하는 요세포프에서 가까운 곳이고, 여기서부터 레기 교를 건너 말라 스트라나 아랫지대를 삥 돌아서 사보이에 가고 다시 레기 교 건너서 오는 건 반경이 꽤 큰 편이다. 그래서 12킬로 넘게 걸었고 들어오니 다리가 너무 아팠다. 엄마는 다리는 아프지 않다고 하셨지만 역시 새벽에 깨셨던 터라 피곤하셨는지 두어시간 달게 낮잠을 주무셨고 나는 눕는 순간 암흑처럼 자게 되어 또 밤에 못 잘게 뻔해서 꾹 참고 내일 드레스덴 여행을 위해 검색을 하고 구글맵에 장소들을 저장했다.

 

드레스덴은 몇 년 전 영원한 휴가님과 만났던 장소인데, 그때는 일요일이라 웬만한 곳들이 다 문을 닫았었고 또 관광보다는 영원한 휴가님 만나서 이야기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서 엄마를 안내해드릴 밑천이 하나도 없다. 당시 나의 드레스덴 하루는 그냥 역에서 내려 쭉 걸어가니 엘베 강이 나왔다... 정도임. 왕의 행렬을 봤다. 루터 동상 봤다. dm 앞에서 영원한 휴가님을 기다리는데 자꾸 집시들이 왔다. 조우 후에 중간의 어느 레스토랑 노천에 앉아 슈니첼과 와인 뭐 그런 걸 먹었고, 카페에서 케익을 먹었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왔다. ... 비엔나 여행을 취소했으므로 꿩 대신 닭으로 가까운 드레스덴으로 엄마를 모시고 가기로 한 것인데, 여기는 사실 프라하에 비하면 정말 소소한 곳이라 엄마의 장대한 기질에 딱히 맞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버스로 국경을 넘어 독일에 다녀오신다는 경험을 시켜드린다 정도로 생각하기로... dslr 가져가고 싶은데 내가 몸이 너무 힘들어서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폰이 오늘 계속 잘 작동되었다는 것이다. 왼편의 형광 녹색 두 줄은 여전히 그대로... 제발 이 상태로라도 귀국 때까지 잘 버텨주기를.

 

 

좀전에 목이 붓고 목소리가 가기 시작해서 급하게 인후염 약을 두 알 먹었다. 토요일 비행기에서 붉은 군대가 도래하여 계속 진통제를 먹다 어제 점심부터 안 먹게 되었는데 또 약을... 엄마가 나의 약물 과다복용(ㅜㅜ)을 감시하며 그건 또 무슨 약이냐하고 계속 추궁하고 계심. 흑흑 우리 집은 거꾸로 됐음. 허약한 토끼. 하여튼 약 먹었으니 오늘은 푹 자고 제발 새벽에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알람을 6시에 맞춰야 한다. 나는 본래 여행을 오면 뒹굴거리고 조식도 가끔 건너뛰고... 이래저래 11~12시에나 숙소를 나서는데 엄마와 와서 그런지 새벽에 일어나고 조식을 8시도 안되어서 먹으러 가고 9시대에 집을 나선다. 아아 부지런해졌어.

 

 

사진은 스페인 시나고그.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렇게 자주 프라하에 왔고 두어 달 살기까지 했지만, 요세포프는 닳도록 돌아다녔지만 막상 시나고그 내부에는 스타로노바 시나고그(신구 시나고그) 하나밖에 안 가봤었다. 그나마도 골렘 전설 때문이었다. 나는 뭔가 참 불성실하고 편향적인 여행자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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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우리 아파트 창 밖 풍경.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시차 때문에 간밤 9시 반쯤 잠들어서 새벽 2시 좀 안되어 깼다가 다시 잤다가 또 깨기를 반복. 6시 즈음 일어났는데 뒷머리가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어제 맥주의 여파도 있었던 듯. 그리고 꿈도 너무 송신했다.

 

오늘은 낮부터 비가 오기 시작, 지금도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원래 오늘 비엔나에 가려고 했었는데 폰 때문에 취소했고, 그래서 내일 드레스덴행 버스 티켓을 예매했는데 내일도 비오고 천둥번개친다고 해서 다시 취소함. 으앙... 그런데 오늘은 내 폰이 어제보단 상태가 나아서 중간중간 켜서 사용을 하고 있음. 이럴줄 알았음 비엔나 가는 건데... 하긴 비엔나도 일기예보로는 내일 비가 온다고는 했었다.

 

7시 반쯤 엄마랑 조식을 먹으러 갔다. 엄마는 커피를 아주 연하게 드시기 때문에 카페라테를 한잔 받아와서 거기에 뜨거운 물을 절반 이상 부어서 드시도록 했다. 방에 돌아와서는 오늘 어디 갈지 궁리를 했다. 어제 이곳저곳 관광지들을 많이 다녔으나 엄마가 별로 감흥이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 많이 되었고 약간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엄마가 친한 친구분과 아버지를 위해 벨트와 지갑 등속을 사고 싶어하셨고 여기 그런 게 딱히 멋진 게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벨 시장과 바츨라프 광장의 신시가지 쇼핑몰들에 가보자고 했다. 거기 갔다가 유대인 지구에 가기로 했다.

 

우리 숙소에서 하벨 시장에 가려면 구시가지 광장 쪽을 통과해야 한다. 어제는 카를교에서 카를로바 거리, 그리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나왔고 틴광장을 지나서 리브나와 들로우하 쪽 동선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오늘은 첼레트나 거리를 통해서 엄마를 모시고 갔다. 첼레트나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이쪽 길에서 하벨 시장은 오랜만에 가는데다 나는 사실 하벨 시장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오면 들르지 않기 때문에 길이 좀 헷갈려서 두어번 다른 길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폰이 다시 나가버릴까봐 걱정이 되어서 사용을 제대로 못하니 참 어렵다. 근데 예전엔 구글맵 사용할줄 몰라서 그냥 막 돌아다니며 찾아다녔는데... 역시 기술의 노예가 되었다.

 

엄마에게 하벨 시장은 엄마 생각같은 곳이 아니고 엄청 작아서 실망할수 있어요라고 미리 말씀드렸다. 엄마도 하벨 시장을 본 순간 웃어버리셨다. 좌판이 별로 없고 엄청 작기 때문이다. 한바퀴 돌며 구경은 했지만 물론 건진 것은 없었다. 그래서 곧장 바츨라프 광장으로 갔다. 쇼핑몰 몇 군데 들렀지만 딱히 괜찮은 것이 없었고 그때 나는 갑자기 너무 다리가 아프고 몸이 힘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바로 근처에 내가 좋아하는 찻집이 있는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좋겠는데 엄마가 차를 드시지 않으니 별로면 가지 말자고 했다. 엄마는 녹차를 마시겠다고 하셔서 들어갔다.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나는 네팔 일람을 마시고(확실히 내가 우린 것보다 잘 우려줌) 엄마에겐 겐마이차를 시켜드림. 그리고 둘이니까 할바와 바클라바를 시켰는데 엄마 입맛에는 맞지 않아서 결국 그 아까운 것들을 좀 남김. 여기서 엄마와 이런저런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이 힘든 이야기, 예전에 마음이 힘들었던 때, 지금 회사에서 힘들게 하는 것들, 그리고 앞날에 대한 이야기 등등. 엄마도 집안 이야기를 하셨다. 얘기하다가 약간 눈물이 나왔는데 예전에 겪었던 회사에서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였다. 하여튼 이야기를 나누고 차도 잘 마시고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근처의 막스 앤 스펜서 매장에 갔다가 엄마 마음에 쏙 드는 화려하고 예쁜 실크 혼방 블라우스를 발견했다. 약간 형광기 있는 핑크와 오렌지 나염이 섞였는데 엄마는 나보다도 피부가 더 하얗기 때문에 정말 잘 어울렸다(동양인에게 어울리기 쉽지 않은 화려한 색상) 그 매대 쪽 옷들은 브랜드가 달랐고 가격대가 꽤 있었다. 엄마가 가격이 좀 있는 건 금방 포기하고 거들떠도 안보시는데 그 블라우스는 무척 마음에 들어하셨고 내가 가격을 읽어드렸는데도 계속 보고 계셨다. 매대에는 사이즈가 큰 것만 한 장 남아 있었는데 마네킹에 입혀놓은 것이 딱 엄마 사이즈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점원에게 가서 블라우스 사이즈를 요청했고 마지막 남은 그 마네킹에 입힌 옷을 벗겨서 엄마가 시착할 수 있도록 해드렸다. 피팅룸에서 입어보니 정말 엄마에게 맞춤으로 잘 어울렸고 사이즈도 딱이었다. 엄마는 비싸서 좀 고민을 하셨지만 돌아가면 자꾸 생각날 거다, 자잘한거 여럿 사지 말고 이거 하나 사라고 내가 권해드렸고 엄마도 옷이 정말 맘에 드셨는지 결제를 하셨다. 내가 사드릴까 했지만 이미 현지 여행비용을 내가 다 치르고 있으니 옷은 엄마가 사겠다고 하셨다. 거기에 왕관 그림의 귀여운 티셔츠도 하나 사셨다.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엄마는 비엔나 슈니첼을 너무 궁금해하셨다. 그래서 볼트를 잡아서 카페 사보이에 가려 했는데 이 망할 볼트가 자기 편한 곳에 차를 세워서 결국 그 차를 찾지 못해 취소되었고 우리는 그냥 지하철과 트램을 타고 거기 갔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았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자리가 나지 않아 실패. 이때 비가 많이 와서 옆에 있는 콜코브나 올림피아에 갔다. 여기도 펍이라서 음식은 간이 세다. 나는 예전에 료샤랑 여기서 맥주와 굴라쉬, 브람보락(감자전), 버거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슈니첼은 없었다. 엄마에게는 연어와 야채구이를 주문해드리고 나는 레모네이드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주문했다. 후자는, 연어가 비쌌고 나는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할바, 바클라바를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 간단한 걸 시킨건데 여기에는 베이컨과 치즈가 들어가 있었고 너무 짜고 느끼했다. 흑흑 알리오 올리오에 왜 이런 것을 넣는 것인가. 체코식인가... 연어도 엄청 짰다. 엄마는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짜게 먹느냐고 혀를 내두르셨고 그래도 여기선 맛집이에요라는 말에 슬퍼하셨다. 어쨌든 거기서 식사를 마친 후 트램 15번을 타고 집 근처에 내려서 들어왔다. 내 작은 우산 하나만 가지고 간데다 비가 많이 와서 유대인 지구는 실패, 집에 들어오니 4시가 좀 안되어 있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이렇게 하루를 마치는 것은 너무 아쉬워서 좀 쉬다가 엄마에게 첫날 실패한 수퍼마켓 장보기를 하자고 꼬셔서 나메스티 레푸블리키 광장 안쪽의 빌라 수퍼에 갔다. 팔라디움의 알베르트는 첫날 매대에 물건이 없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쪽 빌라에는 싱싱한 야채들이 많았고 엄마는 상추와 파프리카에 기분이 좋아지셨다. 상추, 파프리카, 내가 좋아하는 서양자두, 엄마를 위한 우유 등을 샀다. 그리고 후문으로 나왔더니 내가 여행서에서만 보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한국식료품점이 나타나서 그곳 구경도 했다. 엄마는 양조간장과 보석바를 보고 좋아하셨다. 막상 살 건 없다면서도 그저 한국 식품을 보기만 해도 좋다고 하심. 거기서 엄마를 위해 나무젓가락 득템. (젓가락 안가져오셔서 불편해하셨음)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엄마랑 같이 귀가했다.

 
 
 
 

 

 

내가 씻는 동안 엄마는 상추와 파프리카를 씻어두었다. 나는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렸고 엄마를 위해 조금 싸온 고추장도 곁들였다. 엄마는 내가 가져온 고추장이 너무 적다면서 쥐 씨알만큼 가져와서 누구 코에 붙이냐, 소꿉장난이냐고 하셨다. 나는 된장찌개 한번 끓일 정도로만 담은 건데... 엄마가 상추에 고추장을 잔뜩 찍어 드시는 것에 아 더 가져왔어야 했구나하고 깜짝 놀람. 파프리카가 매우 싱싱하고 달아서 엄마는 좋아하셨다. 늦은 점심인 콜코브나의 연어와 파스타가 너무 짰던 터라 엄마는 밥과 상추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래서 기념으로 저녁 밥상 사진 찍어둠. 여행 와서 이렇게 차려먹는 건 처음. 햇반 싸온 것도 밑반찬도 처음이다. 볶음김치, 멸치, 진미채는 엄마가 만들어오셨다.

 

밥먹은 후 쉬면서 내일 드레스덴에 갈지 말지 의논을 했고 비오고 천둥번개 친다는 예보에 일단 미루기로 했다. 내일도 비가 오면 박물관과 유대인 지구의 회당들에 가기로 했다. 엄마는 미술관보단 차라리 박물관이 낫다고 하심. 성당이나 시민회관, 극장 등에서 하는 연주회에 가는 건 어떠냐고 했지만 엄마는 클래식은 별로라고 하셨다. 내일 비가 안 오면 강변 산책을 하고 캄파에 가면 좋겠는데... 제발 비가 그치기를... 그런데 지금도 비가 주룩주룩 점점 더 많이 오고 있어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수요일도 비온다는데 흐흑... 그래 도착한 날과 어제 날씨가 너무 좋았어. 그래도 어제 프라하 성과 카를 교, 천문시계 등 봐서 다행임. 하루에 다 주파한 게 차라리 다행인가보다.

 

엄마가 예쁜 블라우스를 득템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나은 마음으로 나도 좀있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부디 내일 비가 빨리 그치게 해주세요.

 

.. 폰을 중간에 켰더니 업무카톡방에 수십개의 다급한 톡들이 올라와있었고 윗분이 고군분투하고 계셨다. 흑흑, 모른척하기로... 회사 메일 접속을 해보니 보안범위 제외 국가라고 접속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해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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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6. 5. 23:18

엄마랑 도브라 차요브나 2022-23 praha2023. 6. 5. 23:18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엄마랑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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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간밤에 9시 조금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시차 때문에 새벽 1시 반에 깨었고 다시 잠들었다가 2시 반에 다시 깼다. 배도 너무 아팠다. 한시간쯤 못자고 괴로워하다 약을 반 알 더 먹고 다시 잠들어 6시 좀 넘어서 깼다. 아파트가 나쁘지는 않고 침실도 두 개인데, 도로변에 있는데다 중심가라 새벽까지 바깥에서 남자애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시끄러웠고 트램 지나가는 소리, 차바퀴 소리 등 소음 때문에 더욱 잠에서 자주 깨게 되었다. 흑흑 엄마 때문에 아파트 빌린 건데. 하여튼 새벽부터는 귀마개까지 하고 잤지만 소음을 크게 막지는 못했다.

 

일어나니 너무 배가 고팠다. 세수만 하고 엄마와 함께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아파트라서 그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다. 조식은 나쁘지 않았다. 엄마는 완전히 한식 입맛이라 걱정을 했지만 나보다 더 많이 드셨다. 배가 많이 고프셨기 때문이기도 했다만. 하지만 전반적으로 엄마는 이곳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셔서 저녁엔 집에서 싸오신 반찬과 누룽지를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 폰은 아예 디스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아이패드로 열심히 프라하의 아이폰 수리 매장 검색을 해서 사설매장 두어군데를 찾아냈으나 리뷰가 너무 안좋아서 잘못했다가는 데이터 다 날릴까 두려워 그냥 꺼두고 집에 돌아가서 고치기로 했다. 조식 먹으러 가는 길에 폰 얘기를 했다. 엄마가 너무 걱정을 하셨기 때문이다. 나도 걱정이 되었지만 좀 자고 나니 불안감은 조금 가셨다. 엄마 폰 로밍부터 하고 아빠와 동생에게도 전화를 해두었다. 그리고 엄마 폰으로 연락이 되니 괜찮고 아이패드도 있으며 이 동네는 내가 대충 아니까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업무연락이 안되면 회사 때문에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셔서 뭐 내가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니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셔서 아예 여행 동안 일 연락 받지 말라고 폰 떨어뜨리게 하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나중에 윗분께 카톡으로 내 폰 고장났으니 급한 건 매일 밤 메일 한번씩 확인하겠다고 말씀드림)

 

방에 돌아와 엄마와 상의 끝에 비엔나 여행은 취소했다. 폰이 되지 않아서 엄마가 불안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냥 가볼까 했다만. 그래서 버스는 취소했고 호텔 하룻밤은 기한 만료로 환불 불가라 그냥 날리게 되었다. 그리고는 꺼놓은 내 폰과 비상용 아이패드, 엄마 폰을 가지고 방을 나왔다. 어제도 오늘도 하늘이 새파랗고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았다. 그래서 날씨 좋을 때 미리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프라하 성에 가기로 했다.

 

자세히 적으려 했지만 어제 메모부터 쓰다 보니 갑자기 급 피곤해져서, 오늘 엄마와 나의 일정만 간단히 정리하면

 

숙소-나메스티 레푸블리키 지하철역 - 나로드니 트르지다-23번 트램 - 프라하성(성 이르지 성당, 황금소로, 비투스 성당 등) - 프라하성 스타벅스(전망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정말정말 맛없고 싱거운 망고 용과 아이스음료를 마심. 전망값이라 생각하며) - 네루도바 거리(중간에 트르델닉 한 개 사먹음-전에 쥬인과 같이 사먹었던 곳으로 기억됨) - 카를 교 - 카를로바 골목 - 구시가지 광장과 천문시계 - 틴광장 - 숙소 근처 Local (맥주 반잔씩) - 귀가

 

이게 사실 프라하에 하루나 이틀만 머무를 때 서둘러서 돌아보는 루트인데... 엄마는 성격이 급하시고 나처럼 골목골목 천천히 쏘다니다 카페에 앉아 쉬다가 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반나절만에 저곳을 모두 다 돌았다. 이틀로 쪼개서 볼 생각이었는데... 남은 날들이 좀 걱정이다. 엄마는 성당도 아름다운 건물도 잠깐 예쁘다고는 하셨지만 그렇게 흥미로워하지 않으셨다. 아름다운 풍경도 잠깐 보시고는 지나치셨다. 나는 엄마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시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어쨌든 좀 걱정이 되었다. 남은 일정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카페도 음식도 딱히 당기지 않아 하시고. 크리스탈 가게에서 맘에 들어하신 그리 비싸지 않은 귀걸이가 있어서 그거 사드리려 했으나 비싸다고 안 하겠다고 하셨다. 스와로브스키보다 훨씬 저렴했는데... 보타니쿠스에도 갔지만 엄마는 딱히 끌려하지 않으셨다.

 

프라하 맥주가 유명하다고 동생네도 강조했고 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엄마와 나는 음주를 즐기지 않는데 그래도 엄마는 갈증나면 맥주 생각을 하신다고 하여 한잔 마셔보자 하셔서 숙소 근처의 로컬에 갔다. 이곳은 유명한 펍이다. 그런데 여기는 하필 필스너 우르켈이 메인인 곳이었고, 제대로 된 필스너는 쌉쌀하고 쓰고 좀 독한 맛이라, 엄마 입에는 너무 강해서 맞지 않아 반쯤 남기셨다. 나는 코젤 흑맥주를 시켰는데 이것은 무척 맛있었지만 엄마는 그것도 맛이 없고 쓰다고 하셨다. 애꿎은 나만 안 마시려던 맥주를 0.2정도나 마셨다. (0.3짜리 각 한 잔 시켰음)

 

4시 즈음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피곤하니 일찍 쉬자고 하셨다. 씻고서 엄마는 누룽지를 끓이고 직접 만들어 가져오신 멸치볶음, 진미채, 볶음김치를 곁들여 5시쯤 이른 저녁을 먹었다. 나는 일부러 주방이 있는 아파트를 골랐으므로 수퍼에서 이것저것 사서 뭔가 해드릴 생각이었는데. 뭐 남은 날들이 있으니까.

 

쉬면서 소파에 앉아 여행서를 함께 보면서 엄마와 어디 가고 싶은지 얘기를 좀 나눴고... 엄마는 호주가 좋았다, 모래사막에서 4륜구동도 타고 바다도 가고 볼게 많았다고 하셨다. 강에서 보트타자고 했는데 마차가 더 낫다고 하셔서 그럼 마차를 타자고 했으나, 그 마차가 구시가지 한바퀴 도는 정도라는 사실에 실망하시고는 돈 주고 그정도만 다니면 별로라고, 마차를 타고 초원이나 숲을 다니는 쪽이 더 좋다고 하셨다. 엄마는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뭔가 웅장한 것을 좋아하신다. 나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유럽 쪽이 지루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였다. 엄마에게 그래도 여기 와보셨으니 유럽 쪽보단 호주나 다른 쪽이 더 내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자나요, 한번쯤은 와볼만한 거지요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도 뭐 한번쯤은이라고는 하셨다만. 어쨌든 그리 만족해하진 않으셔서 나는 남은 날들 동안 어떻게 좀 더 재미있게 모시고 다닐지 심히 고민이 된다. 유럽은 자연경관이 특출나게 아름다운 곳들을 빼면 궁전, 성당, 건축, 미술관과 박물관, 카페, 골목들, 새로운 음식들, 소소한 구경들이 대부분인데... 비엔나를 취소해서 대신 화요일쯤 드레스덴에 갈거 같은데 사실은 그 동네도 여기보다 더 소소한 곳이라... 체스키 크룸로프에도 하루 가려는데 거기도 맘에 안 들어하시면...

 

엄마는 입에 발린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별로다, 안 좋다 하는 네거티브한 화법을 쓰시는 편이라 여행 모시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기운이 난다기보다는 사실 걱정이 됨. 오늘 다녀보니 고풍스러운 특색이 있고 조용조용한 곳인 것 같다고 하셨지만 좋다는 말씀은 없음. 텔레비전도 이 아파트는 넷플릭스가 나오는 곳인데, 문제는 셋팅이 모두 독일어로 되어있고 매뉴얼이 없고... 나는 넷플릭스를 본적도 없어서 결국은 텔레비전 작동도 어제 오늘 모두 실패함. 흑흑 나는 엄마를 모시고 그냥 패키지 여행을 갔어야 했나봐. 그래도 기운을 내서... 내일은 엄마가 궁금해하시는 하벨 시장에 가고 신시가지 쪽을 가려고 한다. 하벨 시장 엄청 쪼끄만데 분명 실망하시겠지. 토요일에만 여는 벼룩시장이나 농산물시장에 모시고 가야겠다.

 

나는 오늘 내내 그날 때문에 아파서 진통제로 버티고 있음. 폰이 안돼서 엄마 폰 로밍에 약간 의지하고는 있다만 별 도움이 안된다. 나는 정말 스마트폰의 노예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중간중간 켜보니 아침처럼 전체를 뒤덮는 줄무늬는 나타나지 않고 어느정도 구동은 되고 있는데, 금방 다 날아갈까봐 무서워서 곧 꺼버리고 있다. 사진은, 내가 혹시나 해서 챙긴 십여년도 훨씬 넘은 니콘쿨픽스 디카로 찍은 로컬 펍의 그 맥주. 그러니까 폰이 이 모양이니 사진도 거의 못 찍음. 흑흑, 부디 내일은 엄마가 좀더 재미있게 다닐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폰이 더는 이상해지지 않게 해주세요... 너무 피곤하니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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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 적는 메모)

 

 

어제 공항에는 일찍 도착했고 동생네가 엄마를 태워다준데다 셀프백드랍으로 짐도 금방 부치고 출국수속을 했다. 엄마는 셀프백드랍, 전자여권 출국을 처음 해보게 되어 신기해하셨고 잘 해내셨다. 면세에서 이모들과 올케에게 줄 립스틱을 사고, 내가 신을 캠퍼 샌들을 한 켤레 샀다. 전자를 내가 계산했더니 후자는 엄마가 사주셨다.

 

 

 

12시간 남짓 비행 끝에 프라하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중간중간 기류 때문에 많이 흔들렸다. 예전 비행들보다 기류가 심해서 좀 힘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신비한 동물사전 덤블도어의 비밀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였다. 전자는 너무 혹평이 많아서 그것보단 나았고(기린 얘기가 너무 별로이긴 했다만), 후자는 너무 호평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단 그냥 그랬다. 그렇게 상을 휩쓸만큼인지는 모르겠다. 양자경과 키호이콴의 연기는 좋았지만 작품은 그냥저냥.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엄마와 택시를 타고 아파트 키를 받을 호텔로 왔다. (내가 빌린 아파트는 이 호텔에서 운영하는 것이었다) 체크인 수속까지는 순조로웠으나 그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 아파트까지는 5~7분 가량 걸어가야 했는데, 내가 대충 아는 거리이기는 했지만 혹시나 하여 폰으로 구글맵을 켜면서 보고 가야했다. 그냥 나 자신을 믿고 폰을 보지 않았어야 했다. 레볼루츠니를 따라가다 들로우하 트르지다에서 꺾으면 되는데 짐 끌며 폰을 보다가 폰을 돌바닥에 왼쪽 모서리로 떨어뜨렸고 그 이후 갑자기 폰 액정 왼쪽에서 형광 초록줄이 길게 나타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걱정을 안했다. 폰으로 맵을 보며 아파트는 쉽게 찾았으나 열쇠가 네 개나 달려 있어 문 여는 것이 힘들었고, 2층에 우리 방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2층에는 서지 않는 바람에 무거운 가방을 끌고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문을 여럿 여는 것도 고생이었다.

 

어쨌든 간신히 우리 아파트에 들어왔는데... 짐을 막 풀고 있는데 폰 액정이 번쩍거리며 연한 녹색 줄무늬가 계속 생기고 화면 3분의 2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ㅜㅜ 큰일이다. 이때는 이미 한국은 새벽 시간이라 너무 졸렸고 머리도 너무 아팠고 폰이 갑자기 안되니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혔다. 수리받으러 갈수도 없고, 데이터가 다 날아갈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구글맵부터 시작해 로밍, 인터넷 등 여행의 모든 것을 폰에 의존하고 있던 터라 이것은 충격이었다. 내가 멍해지자 엄마도 더럭 심란함과 불안함에 사로잡히셨다. 엄마는 나만 믿고 로밍도 안 해오셨기 때문이다.

 

 

일단은 집 근처 팔라디움의 알버트 수퍼로 물을 사러 나갔는데 어제는 어째선지 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고 생수칸도 텅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이런가 싶었다. 그래서 집 근처의 penny라는 수퍼에 가서 물 두 병과 쓰레기봉투를 사서 돌아왔다.

 

 

폰 때문에 너무 걱정이 되었다. 머리도 돌아가지 않았다. 엄마를 모시고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암담했다. 이때쯤 폰은 화면이 줄무늬로 가득해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번호나 앱 실행은 되는 걸 보니 디스플레이의 문제인 듯했다. 당장 월요일에 비엔나행 12일 여행을 예약해두었는데 이게 가능할지도 막막했다. 티켓부터 모든 게 폰에...

 

 

하여튼 이런저런 심란함에 휩싸인 채, 일단 너무 피곤하니까 잠자리에 들었다. 비행기에서 붉은 군대가 도래하셔서 몸도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럴 수가, 여태 폰 떨어뜨려서 고장내 본 적 없는데 하필 여기서 이런 일이 ㅠㅠ 그리하여 엄마 모시고 온 여행은 이렇게 생각지 않은 고난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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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6. 4. 22:41

초점은 나갔지만 2022-23 praha2023. 6. 4. 22:41





폰을 떨어뜨려 액정 디스플레이가 고장나서 거의 못 쓰고 있음. 프라하 성 스타벅스에서 찍은 초점 나간 사진 한장만 올려본다. 초점이 나가서 뭔가 더 상징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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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6. 4. 04:34

6.3 토요일 밤 : 도착은 잘 했는데 2022-23 praha2023. 6. 4. 04:34

도착은 잘 했는데, 터뷸런스가 심해 고생. 그리고 아파트를 얻은 탓에 구글맵 보며 캐리어 끌다가 폰을 떨어뜨려서 야광세로줄이 생겼고 화면이 중간중간 어지럽게 녹색야광으로 뒤덮인다. 이러다 아예 안될까봐 너무 걱정임. 모레 비엔나 예약도 해두었는데 이거야말로 모두 폰으로 해결해야 하는 터라… 엄마는 일단 폰을 꺼두고 휴식을 시킨 후 낼 켜서 상태확인 후 비엔나 여행 취소여부를 결정하자 하신다. 엄마 말씀이 진리라 생각하며 이제 자야겠다. 한국시각 새벽 4시반. 너무 피곤하다. 붉은군대도 왔다. 아아아 어서 자야겠다. 폰 떨어뜨려서 고장난 적 없었는데 흐흑…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좋았다. 폰 대신 아이패드라 사진 없음. 오늘은 여가서 줄인다. 엄마 모시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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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3. 10:42

곧 탑승 2022-23 praha2023. 6. 3. 10:42




곧 탑승. 엄마랑 여행. 비행기 안 흔들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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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13. 21:30

꿀, 설탕, 레몬 2022-23 praha2023. 4. 13. 21:30

 
 


 
나는 보통 차에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 향이 너무 센 배합차나 가향 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즐링, 실론, 아삼 같은 차를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예외는 여행을 갔을 때로, 몸이 아주 좋지 않을 때는 조식 테이블의 홍차에 꿀과 레몬을 넣는다. 너무 추울 때는 설탕을 넣는다. 이것은 맨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오랜 옛날 러시아에서였고 그 동네는 항상 차에 설탕을 넣기 때문이다. 확실히 추울 땐 차에 설탕을 넣는 것이 직빵이다. 추울 때는 꿀보다 설탕이다. 경험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프라하 여행 때. 두번째 숙소였던 아르누보 팰리스 호텔의 조식 테이블. 이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만 홍차는 부탁하면 세팅해주었던 것 같고, 꿀과 레몬은 내가 음료 테이블에서 따로 챙겨온 것 같다. 조식이야 뭐 내가 가져다먹는 게 당연하니까 그렇다치고, 카페에 가서 홍차를 시켰을 때 별 말도 없이 우유와 레몬과 꿀을 내주면 매우 기분이 좋아진다. 설탕은 보통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으니까.
 
 


 

 
 


 
어쨌든 테이블 위에 설탕이 차곡차곡 들어차 있는 도자기 그릇이나 컵이 놓여 있으면 그것에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접시는 딱히 감흥이 없다. 차에 설탕을 넣는 건 거의 일이년에 한번 뿐이건만 그래도 테이블 위에 설탕이 놓여 있어야 기분이 좋고 뭔가 모자람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레몬까지 내주는 경우가 가장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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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하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에는 자주 갔었고 몇달 살았던 적도 있었다. 대체로 관광지가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첫 여행 때는 이런 유명한 곳에 가면 즐겁고 눈요기가 되지만 그게 반복되면 가능한 한 랜드마크를 피해다니게 되기 마련이다. 프라하에서는 그런 곳이 이 구시가지 광장과 카를 교였다. 그러나 프라하에 며칠 머무르며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결국은 이 광장을 지나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때가 많아서 결국은 몇 차례 이상은 다시 찾게 된다. 

 

 

사진은 도착 다음날 오전. 이날은 눈발이 계속 흩날렸고 상당히 음습하고 싸늘한 날이었다. 왼편으로 유명한 오를로이 천문 시계탑이 보인다. 이 시계탑이야말로 가장 피하고 싶은 곳이지만 그래도 맨 처음 갔을 때는 감탄하며 바라보고 즐거워했었다. 

 

 

광장 사진을 올려보는 이유는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이 바로 이 광장의 저 시계탑 아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소품이라 금방 휙휙 쓸 것 같았지만 요즘 심신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너무 가벼운 소품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인물을 내세워 제대로 된 플롯이 있는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와는 많이 다른 인물, 한없이 단순하고 해맑은 인물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제 주인공이 광장에서 나와서 이십년 동안 짝사랑했던 여자랑 같이 강변으로 걸어가려는 중이다. 

 

 

이 여행 때는 dslr을 한번도 안 꺼내고 내내 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사진들의 퀄리티는 딱히 좋지 않지만, 프라하에 너무 자주 왔기 때문에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이 모두 탈색되었는지 별로 아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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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8. 08:03

프라하 2022-23 praha2023. 3. 8. 08:03

 

 

 

요즘은 7시 10분 즈음이면 사무실에 도착하고 이것저것 정비를 한 후 일을 하기 시작한다. 졸리고 피곤하니 조금만 숨을 고르고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pc를 켜면 할 게 너무 많으니 숨돌릴 겨를이 생기지 않는다. 

 

 

반쯤은 고의적으로, 약간이라도 숨을 돌려야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잠깐 폰을 뒤져 프라하 사진 한 장 올리고 시작. 구시가지 광장. 마차. 그리고 버거 가게. '관광지' 프라하의 모습이 한꺼번에 응축되어 있는 느낌. 이런 풍경은 맨처음 놀러왔을 때는 마냥 아름답고 이국적으로 느껴지지만 여행이 거듭될수록 지루해져서 결국은 뒷골목들과 카페들을 쏘다니게 된다. 마차를 보면 나는 프라하보다는 백야의 페테르부르크가 더 생각난다. 백야, 암막커튼을 쳐놓고 잠자리에 들 때쯤 호텔 창문 너머로 이삭 광장을 뚜닥뚜닥 지나쳐가는 말발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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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나 기차역을 떠올리면 여행 생각에 기분이 좋고 설레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비행을 딱히 즐기지 않고 비행기든 기차든 버스든, 하여튼 각종 이동수단이라면 피곤함이 앞서는데다 공항이라면 수속, 줄, 무거운 가방, 추위, 딱딱한 의자, 불편함, 기다림, 임박한 비행에 대한 둔중한 울렁거림 등등만 떠오른다. 나에게 여행의 설렘과 자동 연동되는 건 공항이 아니라 호텔인 것 같다. 
 




 
지난 11월, 여행하기에는 가장 나쁜 시기에 프라하에 다녀왔다. 너무 바빴기 때문에 여행 당일에도 큰 행사를 하나 치르고, 밤 11시가 넘어서 출발하는 아주 늦은 비행기를 탔다. 밤 비행기를 타면 시간도 절약되고 좋다고 생각했었다. 지나고 보니 앞으로는 밤 비행기는 타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예전에 일본이나 블라디보스톡처럼 가까운 곳에는 밤 비행기를 타고 갔던 적이 있었지만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었는데, 이건 일단 몸이 버티기 힘들었다. 나처럼 게으르고 체력이 약하고 또 비행을 무서워하는데다 노동에 찌든 인간으로서는 비즈니스를 타지 않는 한 한밤중 장거리 비행을 한다고 해서 여행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유까지 해야 했으므로 더욱 그랬다. 헬싱키에서 경유했는데 거기서 조금 연착도 되었고, 프라하 숙소에는 당초 예상보다 거의 두시간 쯤 늦게 도착했는데 오후 2시 전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뻗어 자버린 결과 저녁 늦게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사이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결국 하루는 그대로 날렸다. 이럴 거라면 조금 더 저렴하고 또 전날 밤 집의 침대에서 잠을 자고서 나올 수 있는 아침 비행기가 나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밤중 출발하는 핀에어를 탔다. 헬싱키 반타 공항에 새벽 5시 반에 도착해 4시간 쯤 후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프라하까지 경유를 하자니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예전엔 항상 직항을 탔었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프라하 직항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빡세게 일하고 저녁에 택시를 불러 인천공항에 갔다. 짐을 부치고 수속을 밟은 후 들어왔는데 늦은 밤이라 가게고 식당이고 다 문을 닫고 딱 한 군데 푸드코트가 절반만 열려 있어 거기서 대충 밥을 좀 먹고 비행기를 탔다. 

 


 
여행 떠나던 날 인천공항과 핀에어, 반타공항 사진 몇 장. 지금 사진을 봐도 설레는 기분은 안 들고 '저때 추웠지. 저때 무지무지 피곤했지' 하는 기분만 든다. 

 
 


 
 

 

 


 
 

 
 



 
핀에어를 십여년 만에 다시 탔다. 중간에 샌드위치와 비스킷 간식을 주었다. 핀에어는 깔끔하고 무뚝뚝한 타입이다. 예전엔 저렴한 게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별로 저렴하지 않다. 이 사진을 찍어둔 것은 마리메꼬 문양 냅킨 때문이다. 
 



 
 

 
 

 



 
반타 공항의 카페. 




 
 
공항 카페들은 약속이나 한듯 차갑고 딱딱하고 불편하다. 아마도 경유지에서 스쳐지나가는 손님들을 상대로 하는 곳들이기 때문이겠지만 아늑한 곳은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의자도 불편하고 미니멀리즘의 결정판으로 무장한 곳들이 태반이다. 그리고 음료나 음식도 당연히 별로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반타 공항도 이런 차갑고 딱딱하고 불편하고 맛없는 미니멀리즘 카페와 식당들로 채워져 있다. 돌아오던 날 무민 카페에도 잠깐 들렀는데, 메뉴가 맘에 들지 않아 뭔가를 먹지는 않았다. 반타 공항에 차라리 파제르 카페라도 들어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의 카페는 새벽 5시 반에 도착해 추위에 떨며 어떻게든 뭔가를 먹고 프라하행 비행기 탈 때까지 버텨보려고 헤매다 발견한 곳이다. 공항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식도 아니고 음료도 아니다. 어차피 둘다 엉망일 테니까. 중요한 건 바로 <콘센트>이다. 의외로 콘센트 딸린 자리 찾기가 아주 힘들다. 이 카페는 엄청 썰렁했지만 안쪽에 저렇게 콘센트가 있었던 터라 뭔가 보물찾은 기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겨울 새벽, 텅 빈 공항 카페에 앉아 '부디 연착은 하지 마라', '부디 비행기 흔들리지 말아라' 하는 바람과 함께 아주 맛없는 크루아상과 티백 홍차로 배를 채웠다. 


 



 
 

 
 


 
척 봐도 춥고 딱딱하고 불편해 보이는 의자들. 하지만 콘센트 있는 자리를 발견했으므로 나름대로 만족했다. 


 


 
 

 


 


 
홍차는 싸구려 티백에서 우러나오는 딱 그 정도의 맛이었고 크루아상은 마르고 퍽퍽하고 맛이 없었다. 결국 나는 게이샤 초콜릿 바를 추가로 사서 먹었다.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러 가서 창 너머로 노르웨이 항공 비행기를 구경했다. 천천히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날씨는 추웠고 눈이 약간 내리고 있었다. 




 
 
 

 
 




 
내가 타야 하는 비행기인데,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서 계속해서 정비차가 왔고 결국 한시간 넘게 연착했다. 슬며시 여름의 폴란드항공 연착으로 인해 비행기 놓쳤던 것이 생각나서 좀 불안했고 타고난 비행공포증 환자답게 부품 고장, 정비 불량 등등 온갖 불안함이 추가로 밀려왔다. 그나마 다행히 한시간 쯤 후엔 정상화가 되었고 비행기는 거의 흔들리지 않고 프라하까지 날아갔다. 


 



 

 
 





 
비행기 기다리면서. 




 
 
 
 

 
 



 
마침내 탑승해서 창 너머 바라보면서. 보통 비행기 타면 통로 자리에 앉지만 한두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일 땐 창가에 앉는다. 



 
 
 

 
 



 
그래서 다시 발트 해를 건너 프라하로 향했다. 




 
 
 

 
 




 
 

 
 

 



 
비행기 창문으로 조금씩 성에가 끼면서 서리 결정이 맺혔다. 한시간 쯤 후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자 눈이 한겹 깔려 있었고 숙소로 가는 길에도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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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카피치코 2022-23 praha2023. 2. 24. 08:15

 

 

 

오늘도 매우 일찍 출근해 일하다가, 잠깐 마음의 위안 사진 몇 장. 내가 프라하에 가면 꼭 들르는 카페 중 한 곳인 카피치코. 여기는 신기하게 비오는 날 지친 몸을 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오후보다는 정오 전후의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때 가곤 했다. 십년 전 이맘때 프라하에서 지낼 무렵 처음으로 가게 되어 자주 들르던 곳인데, 지금 말테세 광장 쪽으로 옮겨온 이곳도 좋지만 사실 나는 미셴스카 거리에 있었던 처음 장소가 더 좋다. 인테리어는 대동소이하지만. 몇년 전에 들렀을 때 '없어진 줄 알고 슬펐는데 여기로 옮겨온 걸 알고 기뻤어요. 왜 이사하셨어요?' 라고 묻자 여러 문제로 이쪽으로 옮겨왔다고 주인인 로만이 얘기했었다. 이번에 갔을 때는 로만을 보지 못했다. 어쨌든 여기는 로만 외에도 모든 점원이 친절하다. 

 

 

2018년 겨울에 왔었으니 4년 만에 다시 들렀다. 그 사이 워머와 티포트 대신 차거름망이 든 거대한 컵으로 바뀐 것이 좀 아쉽긴 했다. 내 손목엔 너무 무거웠다. 

 

 

 

 

 

 

곰인형은 십년 전 미셴스카 골목에 있던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노란 색지에 손으로 쓴 메뉴판도 여전했다. 그러나 가격은 올랐다. 뭐 몇년 만에 온 프라하는 물가가 상당히 올라 있었으므로(더 이상 '저렴한 여행' 범주에 들어가지 않게 됨)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카페들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다. 

 

 

다시 저기 가서 앉아 있고 싶지만, 이제 또 노동의 소용돌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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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샷 커피 1호점 2022-23 praha2023. 2. 23. 08:06

 

 

 

 

지난 프라하 여행의 새로운 발견 두 개만 꼽으라면 멀리 외곽까지 트램 갈아타고 갔던 맛있는 러시아 음식점(매점), 그리고 헤드 샷 커피였다. 융만노바 거리의 2호점, 그리고 융만노바 광장 쪽으로 가서 프란티슈스카 정원(이름이 좀 헷갈리는데 아마 이런 이름이었던 듯. 이 정원은 옛날에도 여러번 오갔는데 이름을 외우기 힘들었음)을 면하고 있는 작은 상가 건물 안에 있는 이 1호점이다. 1호점은 한번밖에 못갔는데, 상가들이 채 입점을 하지 않아 텅 빈 건물 안에 뜬금없이 이렇게 귀여운 카페가 하나 딱 자리잡고 있어 신기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옆에는 무슨 택배회사나 물류 오피스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2호점은 테이블이 세개 정도 뿐인데 이 1호점은 테이블도 몇 개 더 있고 매장도 조금 더 넓었다. 한번 더 가려고 했는데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서 실패했다. 

 

 

 

 



 

 

 

여기서는 차를 마셨다. 얼그레이였던 것 같은데 긴가민가... 쟁반도 이뻤음. 

 

 

 

 

 

 

 

 

이때 배가 불러서 거한 케익을 먹기가 힘들었고 어쩐지 에클레어나 슈크림 느낌이라 주문했던 크림 롤. 이것은, 딱딱한 껍질이 마구 부스러지고 크림도 본래 생각했던 슈크림 맛이 아니어서 아주 소련 느낌의 맛이었다. 영원한 휴가님께 들으니 바르샤바에서도 이거랑 똑같은 롤을 드셨다고 한다! 

 

 

 

 

 

 

 

 

 

 

 

 

 

 

 

 

 

 

여기 앉아 편지도 한 통 쓰고 :) 잘 보면 접시 위에 그 딱딱한 크림 롤 부스러기들이 보인다. 깨끗하게 먹을 수 없는 종류의 과자였음. 

 

 

 

 

 

 

 

 

여기도 정원을 면하는 창가 자리가 이거 딱 하나라 많은 분들이 저 자리를 노릴 것 같다. 나는 상가 복도 쪽 창가에 면한 구석에 딱 하나 있던 자리에 앉았기에 저 자리를 부러워하며 힐끔힐끔... (내가 앉았던 자리는 그야말로 썰렁한 상가 통로만 보였음 ㅜㅜ)

 

 

 

 

 

 

 

 

돌아와서 이 카페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이 그림은 가끔 바뀌는 것 같다.

 

 

 

... 아아 이제 다시 노동의 소용돌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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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 카프로바 본점 2022-23 praha2023. 2. 22. 08:38






카프로바 거리의 카페 에벨. 여기가 본점이고 내가 좋아하던 곳은 레테조바 거리에 있었다. 후자가 더 크고 앉아 있기 좋은 곳이었고 이 본점은 테이블이 두개뿐이라 거의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많다. 이 자리에 앉기 위해선 줄도 서야 하고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한다. 레테조바 에벨이 코로나 때 문을 닫아서 여기밖에 안 남았는데, 최근 프라하 외곽에 새 에벨 지점 하나를 오픈했다고 해서 가볼까 했지만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여기만 두어차례 들렀다. 이번에 갔을 땐 주인인 마르골라타를 만나지 못했다.




카페 라떼 한번, 카푸치노 한번 주문. 나에게 커피 마시게 하는 드문 곳.




오늘도 바쁜 노동의 와중 잠깐 머리 식히려고 올려보는 에벨 사진 세 장. 이제 다시 노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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