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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의 슬픔' 시리즈를 올리기에 앞서...

 

 

이 시리즈는 내가 몇 년 동안 쓰고 있는 레닌그라드 우주와 미샤 야스민이란 인물에 대한 본편들에서 파생된 일종의 패러디 풍자물이다. 이 인물을 놓고 쓰고 있는 원래 글들은 about writing 폴더에 가끔 발췌한 적이 있다. 단편도 두 개 정도 올렸다.

 

전에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지금 쓰고 있는 글은 1980년대 초, 소련의 지방 소도시인 가브릴로프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소도시이다)

 

주인공인 미샤는 탁월한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당시 소련 최고의 극장인 키로프와 볼쇼이에서 톱스타 대접을 받았지만 반체제주의자라는 미명 하에 고초를 겪고 결국 별 볼일 없는 지방 소도시로 유배되어 그 도시의 시립극장 예술감독을 맡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이 사람이 이 소도시와 극장에서 겪는 일들과 인간관계, 여기서 파생된 사건들을 다룬다. 지금 쓰는 중이고 겨우 1부 마쳤다. 이 글 시작하기가 힘들어서 준비를 위해 단편도 한두 개 쓰고 경장편, 장편, 외전도 썼다. 그 글들의 일부를 가끔 발췌한 적이 있다. 그건 about writing 폴더에..

 

어쨌든 이 인물의 성격도 그렇고 쓰는 글들도 그렇고 전부 뭔가 심각하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해서 그런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끔은 좀 일탈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직장에서 업무와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또 특유의 관료제 문화에도 시달리다 보니 어느 날부터 홧김에 내 새끼들을 데리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본편처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이야기가 아니고(그런 얘긴 너무 피곤하니 잠깐 미뤄두란 말이야!)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항상 뭔가 잘 안 풀리는 사무직 청년의 생각 없이 웃기는 얘기를 한 편 두 편 쓰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주로 나의 10여 년 이상의 회사 생활에서 소재를 가져왔다만 뭐 이래저래 변형시키긴 했다. 가끔 회사에서 열 받는 일이 생기면 갖다 쓰기도 했지만... (에피소드 7의 보고서 악몽이라든지 -_-)

 

그래서 진지하고 우울하고 열정적인 나의 주인공 미샤는 자기 잘나고 예쁜 맛에 취해 사는 싸가지 없는 꼬마로 180도 바뀌었고, 본편에서 그를 감시하는 KGB 요원이자 일종의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다닐 베르닌이란 인물이 이 패러디 풍자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물론 이 사람도 본편과는 180도 다르게 변형되어, 매일같이 격무에 시달리고 악질 상사와 동료들에게 들들 볶이는 불쌍한 서무 청년으로 등장한다.

 

시리즈는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적인 배경과 골자는 본편과 동일하다. 미샤가 문제를 일으켜 체포됐다가 소련의 지방 소도시인 가브릴로프라는 곳 시립극장에 부임해 온다는 것. 그리고 감시요원이 붙는다는 것. 여기까지는 같다. 이 시리즈에서 가브릴로프 KGB 말단 직원 베르닌은 바빠 죽을 지경인데도 단지 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감시하라는 가외업무를 떠맡게 된다. 그러나 레닌그라드에서 왔다는 이 자칭 타칭 천재 예술가라는 인물은 정말 한 대 패 주고 싶은 꼬마였으니...

 

원래는 짧은 콩트를 한 편 쓴 것으로 시작했는데, 본편이 잘 안 풀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이따금 쓰다 보니 연말쯤 되자 8편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두 주요 인물이 만나게 되는 배경이 필요해서 0편을 추가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총 9편인데 또 모르지... 일하다 화딱지나면 한 편 한 편 더 쓸지...

 

하여튼 그래서 ‘서무의 슬픔 시리즈’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1주일에 한두 편씩 올려보겠다. 전적으로 도락을 위해 쓰는 소품이라 본편과는 별 관계가 없지만 가끔은 이러다 주객전도되는 거 아니야 하고 투덜댈 때도 있다.

 

이 시리즈 읽는 분들께... 여기 나오는 애들 원래는 이런 애들(..이라고 쓰고 바보라고 읽는다) 아닙니다~ 그리고 미샤는 왕재수가 아니에요. 이 사람은 작가가 너무나 사랑하는 본편 주인공... 믿어주세요 :)

 

** 사족

제목 '서무의 슬픔'은 19세기 러시아 극작가 그리보예도프의 '지혜의 슬픔'에서 빌려왔다 :) 내용은 아무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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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