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깼다가 '아, 토요일이구나. 늦잠 잘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굉장히 안도하며 도로 잤다. 그래서 늦잠 자고 토요일 오후 티타임은 이렇게. 오늘은 스토크와 라넌큘러스에 맞춰 찻잔도 분홍색 계열로.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읽을거리 계속. 삼총사를 다시 읽었으니 당연한 순서로 이 책으로 넘어옴. 그런데 나는 항상 이 소설보단 삼총사를 더 좋아했다. 이 소설은 보물 찾고 은혜갚는 파트까지만 좋아하고 정작 복수를 다루는 기나긴 이야기들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님. 그래도 한번 잡으면 머리 아프지 않게, 기분 좋게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1~2년에 한번쯤은 다시 읽게 됨.
맨 위 사진과 다른 점 : 만개한 라넌큘러스가 꽂힌 화병을 하나 더 올려둠. 꽃들은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
연휴는 끝났지만 오늘 하루 휴가를 낸 덕분에 집에서 쉬며 오후의 차를 우려 마셨다. 이 한가로움도 이제 오늘로 끝. 간밤에 너무 늦게 잠이 들어버렸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서 내일부터의 노동 리듬이 걱정되어 홍차는 디카페인 70%, 다즐링 30%로 배합했다. 그랬더니 두통이 제대로 가시지 않음 ㅜㅜ
어슐러 K. 르 귄의 강연과 서문, 서평 모음집이 나와서 얼마 전 주문했는데 틈나는 대로 읽고 있음. 나는 이 작가를 매우 좋아하지만, 사실 에세이에서는 좀 선생님 같은 느낌이라(너무너무 진지하셔서) 이분은 소설을 읽는 쪽이 더 마음에 드는 타입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 표지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님... 너무 알록달록...
소분해 놓은 꽃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이제 꽃들이 활짝 펴서 화병 네 개에 나눠 꽂아야 한다. 튤립들 중에서도 오렌지 튤립은 완전히, 꽃잎이 바깥으로 뒤집어질 정도로 피어버려서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 오렌지 튤립은 활짝 피니까 쫌 호박꽃을 연상시키는 구석마저 있다 ㅋㅋ
사진을 제일 잘 받는 건 바로 이 노랑 빨강 두겹 튤립 :) 실물보다 사진에서 더 이뻐보임. 색채 대비 때문에 흰 벽을 배경으로 하면 그림처럼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연분홍 튤립이 제일 여리여리하고 대도 쉽게 꼬부라지고 처져서 한 송이는 라넌큘러스와 스토크 사이에 꽂아두었다. 나름대로 색깔을 맞춰줌.
프리지아들도 많이 피어서 따로 꽂아두었다. 그리고 호박꽃 쫌 닮은 오렌지 튤립 한 송이 같이.
일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 일리아스를 다 읽은 후(역시나 헥토르의 죽음과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 찾아가 흐느끼는 장면에서 눈물이 ㅠㅠ), 오늘은 오디세이아를 마저 읽고 있다. 이 책도 역시 옛날옛날에 산 거라 엄청 바랬음. 당시엔 인터넷 책 주문 그런 게 없었고 그저 동네 서점들이나 시내의 큰 서점에 가서 발견하는대로 샀던 터라 출판사나 번역을 따질 여유가 별로 없었는데, 사실 이 판본은 번역이나 인쇄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새로 살까 생각도 든다.
일리아스에서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 헥토르와 프리아모스 왕인 것과 마찬가지로 오디세이아에서도 내 가슴을 울리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천신만고 끝에 귀향한 오디세우스가 거지꼴로 몰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사랑했던 사냥개 아르고스가 주인을 알아보는 장면이다. 너무 늙고 기력이 없어 주인에게 달려가지도 못하고 그저 반가워하다 곧 세상을 떠나는 아르고스에 대한 짧은 묘사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옴.
오늘도 미세먼지 때문에 날씨가 너무 흐리고 어두컴컴하다. 이른 오후부터 차를 마셨는데 빛이 잘 들지 않아 속상했다. 티타임 사진 몇 장 + 그리고 활짝 핀 튤립 사진들도 몇 장.
튤립은 정말 화려하고 그림처럼 예쁘다. 그리고 장미처럼 가시나 잎사귀 손질이 까다롭지 않아서 편하다.
토요일 오후 티타임은 이렇게 보냈다. 저 책은 무려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 샀던 것인데 부모님댁에 있던 것을 들고 왔다. 책이 너무 오래되어 누렇게 바랬고 글씨도 흐려짐. 되게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는데 역시 한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이거 다 읽으면 당연히 오디세이아를 이어 읽어야 함. 학창 시절부터 닳도록 읽었던 책들인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건 10년도 훨씬 전이었던 것 같다.
일리아스에는 무수한 누구의 아들인 a와 또 누구의 아들 b가 맞붙는 순간들이 이어지고 상대방 중 하나는 창이든 칼이든 화살이든 돌멩이든 하여튼 맞아서 죽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특출난 영웅들은 물론 예외지만, 수많은 인물들이 파도치듯 밀려오고 스러지며 나아간다. 누구의 아들, 어느 가문, 어느 왕국, 또 누구의 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기고 죽는다. 재미로 따지자면 오디세우스 1인에 집중되고 각종 아기자기한 모험들이 이어지는 오디세이아가 더 재미있겠지만 일리아스 안에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다 있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우와... 엄청 간결한 문구들이지만 진짜 정곡을 찌르게 잔인한 묘사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듬. 창을 던졌더니 눈으로 들어가 혀를 꿰뚫고 턱으로 나왔다느니, 화살이 엉덩이뼈를 부수고 방광을 꿰뚫었다느니, 무릎이 꺾어지기 전에 머리와 코와 입이 먼저 아래로 떨어졌다느니 등등... 한 문장 안에서 공격과 파괴, 죽음이 동시에 다 일어나고 완결된다.
그리고 이 완역본을 읽기 앞서 초등학생 때 어린이문고로 읽었던 '트로이의 목마'나 역시 어린이 판본의 그리스 신화까지 거슬러올라가봐도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트로이를 응원했었다. 트로이 쪽이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파리스가 뭐 그리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운명의 장난! 그저 여신들 싸움에 등터진 거 아닌지... 권력과 재물, 지혜, 아름다움 이 세가지 중 고르라고 했을 때 아름다움을 고른 것이 뭐 그리 잘못인가! 뭐 별로 용감한 인물이 아니어서 파리스는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고결한 헥토르를 좋아했었음. 헥토르 죽을 때랑 목마 들어와서 트로이 망할 때 눈물 흘렸었다 흐흑...
오후에 차 마시면서 열심히 읽어서 이제 파트로클루스의 출전 장면을 앞두고 있다. 이 사람이 또 불쌍하다. 아킬레우스라는 인간은 딱히 정이 안 가는데 파트로클루스는 훨씬 인간적인데다 비극적으로 죽게 되니 불쌍함. (생각해보니 비극적으로 죽는 등장인물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인가... 하다가, 일리아스에서 안 죽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 책엔 안나와도 트로이 전쟁 막바지부터 귀국 후까지도 왕창 죽어나가니 꼭 그래서도 아닌 듯하다)
일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보다는 한시간 빨리 차를 마셨다. 이웃님 블로그에 갔다가 문학퀴즈를 하고는 문득 다시 읽고 싶어져서 제5도살장 꺼내 간만에 다시 읽음. 드레스덴에서 시작되는 짧은 단편을 그야말로 앞부분 몇장밖에 쓰지 않고 3년 넘게 내버려두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때도 여름에 드레스덴에 갔을 때 이 소설을 생각했었는데. 거인이 쿵쿵거리며 땅 위를 짓밟고 다니는 소리들.
자고 일어났더니 라넌큘러스들이 더욱 활짝 피어나 있었다. 봉오리들도 조금씩 피고 있음. 이건 키 큰 화병에 유칼립투스랑 같이 꽂아둔 애들.
흰색, 복숭아색, 푸시아 핑크색 세 종류의 라넌큘러스가 왔다. 복숭아색과 흰색은 꽃잎에 광택이 돌고 매끈매끈하다. 꽃분홍색은 광택 대신 여름 쉬폰 같은 질감으로 겹겹이 휘장을 드리운 것 같은 느낌이다. 서재 이콘과 천사 앞에도 봉오리들만 모아놓은 작은 화병을 하나 가져다 두었는데 걔들도 조금씩 피고 있다. 짧은 줄기에 달린 봉오리들은 거의 모두 흰색이다. 걔들은 스프레이형이라서 그렇다.
티테이블에 앉아 거실 창문 쪽을 바라보며 찍으면 살짝 역광이 들면서 색채가 이렇게 좀 어둑하고 푸르스름하게 나오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예쁘고 분위기 있다.
이번주에 너무 녹초가 되도록 일해서 오늘은 완전히 뻗어 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업무와 관련해 여러 이슈가 있어서 종일 이것저것 체크하고 연락하느라. 차를 마시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함.
어제 사온 미니 장미. 클로즈업해서 꽃송이가 커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앙증맞다. 완전히 봉오리 상태인 꽃으로 골랐는데 난방을 돌렸더니 집이 따뜻해서 반쯤 피어났다. 주말에 추워진다고 해서 꽃주문 사이트를 이용하는 대신 동네 꽃집에서 샀다. 아무래도 동네에서 사면 가성비가 안 좋으므로 조그만 걸로 한 대만 샀음. 대신 꽃집에선 가시와 잎을 다 정리해주니 장미는 좀더 편하긴 하다. 장미는 가시 다듬는 게 너무 손이 많이 가서 ㅠㅠ
일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어제보다 이른 시간에 차를 마셨다. 그래서 첫물을 우려 마실 때엔 거실에 빛이 들어와서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두시 반 정도가 되자 날씨가 급속히 흐려졌고 빛의 방향도 서서히 이동해 가서 두번째 찻물을 우릴 때는 불을 켰다.
몇년 전 가을에 프라하의 틴 광장에 있던 작은 앤티크 가게에서 샀던 중세 유리잔. 가게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던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꽃병은 얼마에요?' 라고 묻자 주인은 '이건 물잔이에요. 컵이죠' 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나는 '물잔으로 쓰기엔 어려울 것 같으니 꽃병으로 써야지' 라고 맘먹고 이것을 샀었다. 이 중세 유리잔과 체코 큐비즘 컵을 샀었는데 후자는 수하물 가방 안에서 이리저리 구르다 가장 매력포인트였던 물방울모양 손잡이가 떨어져나가버려서 결국은 써먹지 못했다.
이 유리잔은 이따금 대가 짧고 자그마한 꽃들을 꽂는데 쓰고 있다. 이 잔을 사던 시기는 무척 힘들고 괴롭던 시절이라 꺼낼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희미하게 욱신거리는 느낌이 든다.
토요일 오후. 난방을 계속 돌려놓고는 있는데 거실 공기는 그리 따뜻해지지 않는다. 어제보단 날씨가 풀렸다지만 내내 계속 추운 것 같다. 이른 오후까진 그래도 하늘이 파랬고 햇살도 좀 드는 것 같았으나 차 마실 때쯤 되자 흐려졌고 더 추워졌다.
2주 넘게 살아남은 리시안셔스들. 매일 대를 조금씩 잘라주기 때문에 살아남은 애들은 점점 키가 작아진다. 그래서 꽃병도 계속 바꿔야 한다. 진짜 꽃병은 하얀 리시안셔스들을 꽂아둔 금빛 새들 무늬가 그려진 도자기 꽃병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레모네이드 유리 저그, 별다방에서 사먹었던 그릭 요거트 도자기 용기, 보드카 따라마시려고 샀던 조그만 유리잔 등속이다. 이것들 외에도 주로 유리컵이나 텀블러 등을 이용해서 소분해 꽂아두고 있음.
어제 대신 받아서 가져온 꽃은 애쓴 보람도 없이 몽땅 얼어서 죽었다. 일단 한번 얼었던 꽃들은 녹으면서 축 처져버리기 때문에 되살리기가 아주 어렵다. 아침에 보니 장미도 얼었다 녹은 후 말라서 죽었고 다른 꽃들도 완전히 축 늘어졌다. 그나마 오른편 조그만 유리잔에 띄워둔 진분홍 카네이션은 내일까진 저런 모양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의 단골 디저트 가게에서 간만에 사본 딸기 생크림 조각케익. 근데 너무 추워선지 심지어 딸기도 좀 얼어서 서걱거렸다.
페테르부르크 찻잔 꺼냈음. 찻잔 전체가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들로 에워싸여 있어 무척 아름답다. 요리조리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찍어봄.
새해니까 행운의 붉은 수탉 찻잔. 새해에 이 찻잔 꺼내는 건 내겐 일종의 전통처럼 느껴진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나를 위한 선물로 주문했던 꽃들은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 :) 연휴가 끝나는 주말까지 버텨주는 꽃들도 좀 있을 것 같다. 기특하고 예쁜 꽃들이다. 물론 하루 두 번씩 물도 갈아주고 대도 잘라 주고 잎사귀도 제거해주는 등 나도 정성을 쏟아주고 있음.
쥬인이 직접 구운 쿠키와 케익을 싸들고 와주었다. 그래서 행복한 오후 티타임을 가졌다. 사진에는 쥬인의 커피가 빠졌음. 쥬인이 자기 커피잔 대신 크리스마스 장식볼을 찍어달라고 했음 ㅋㅋ(커피잔까지 놓고 찍기에는 테이블 자리가 모자랐다)
쥬인이 구운 이 커다란 쿠키는 정말 엄청나게 맛있었다! 계속 먹게 되는 마성의 맛!
왼편은 쥬인 주려고 남겨두었던 카르토슈카. 오른편은 쥬인이 직접 구워온 영국식 허니케익. 내가 아는 허니케익은 러시아의 메도빅/체코 메도브닉이었는데 영국식은 이렇다고 한다. 파운드케익을 훨씬 촉촉하게 만들어서 꿀을 잔뜩 넣은 맛인데 이것 또한 너무나도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었다!
소박해 보이는 모양새이지만 진짜 맛있음. 금손 쥬인!!!! 이것도 자꾸자꾸 먹게 되는 무서운 케익! 티푸드로 정말 잘 어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마카다미아도 쏙쏙 박혀 있다!
이 티푸드의 마력 덕에 쥬인은 커피를 내려 마신 후 내가 우린 홍차도 마셨다 :)
나 먹으라고 쥬인이 쿠키랑 케익을 많이 가져와서 내일도 먹을 수 있다. 으앙 행복해~ 쥬인 고마워~ 정말정말 최근 먹었던 티푸드들 중 쥬인이 만들어온 얘들이 제일 맛있었다. 금손 쥬인~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쥬인 왔으니까 알전구에 불 넣어서 반짝반짝 하는 거 보여주었다 :)
크리스마스였다. 최소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려고 오랜만에 호두까기 인형 찻잔을 꺼내서 차를 마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로모노소프 찻잔들은 거의 모두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로모노소프 가게들(일부는 블라디보스톡)에서 꾸준히 사모은 것이지만 이 호두까기 찻잔은 마린스키 극장의 기념품샵에서 샀다. 로모노소프에서 이 발레 시리즈 찻잔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매년 갈때마다 맘에 드는 것을 한두개씩 사 모았지만 호두까기는 딱히 발레도 이 디자인도 취향에 안 맞아서 사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인가,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니까 호두까기 사야지' 하고 갔더니 가게에 다른 시리즈는 있지만 이것은 없었고 점원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절판인데 다시 나올지 잘 모르겠다는 답을 들었다. 마침 그날 마린스키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샵에 이것이 있어서 '다시 안 나온다면 여기서라도 사야지~' 하고 냉큼 샀었다. 마린스키 샵이 좀더 비쌌다(ㅜㅜ)
하여튼 그래서 이 찻잔을 꺼내면 마린스키 구관의 좁은 기념품 가게가 떠오른다. 나에겐 오랜 추억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고.
사족으로... 호두까기는 절판되지 않았고 그 다음해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다시 팔고 있었다 ㅋㅋ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주문했던 꽃이 아침 일찍 도착했다. 굉장히 예쁘다. 빨간색 계열을 사고 싶었지만 상술이 너무 드러나서 빨간 장미 몇송이에 녹색 이파리로 장식한 것만 비싸게 팔고 있어 같은 값이면(심지어 몇천원 더 저렴한) 다른 꽃다발을 주문하기로 했다. 파스텔톤의 꽃들이지만 무척 아름다워서 마음에 들었다. 꽃 사진들은 오늘의 메모에 따로 올려보겠다.
호두까기 찻잔은 이 디저트 접시까지 총 세개짜리 세트이다. 꺼내놓으면 화사하고 아기자기하고 이쁜데 이게 아무래도 시즌을 타서 크리스마스 아닐 때는 잘 안 꺼내게 된다.
하늘은 파랬지만 티타임 즈음엔 집이 어둑어둑했다. 그 시간대에 빛이 이동해서 거실에 볕이 안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원하는만큼 자연광이 밝을 때 차를 마시려면 티타임을 거의 점심 즈음으로 당겨야 하는데 당연히! 게으름의 결정체인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임.
오히려 차 마실 때 즈음엔 서재 문간방이 이렇게 더 밝긴 한데 이 방엔 테이블이 없고 사실 아늑한 맛은 없어서 차를 마실만한 공간은 아님. 근데 티타임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차라리 이 방에 작은 티테이블을 하나 놓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공간이 잘 안 나오긴 함. 저 창문 아래 놓을 수는 있다만 그러면 이미 삼면이 책장인 방이 너무 답답해 보일 것 같음
눈이 그친 후 이른 오후에 너무 어두컴컴해져서 차 마시기 시작했을 무렵엔 이랬다. 장식 볼 전구 켜느라 거실 조명을 껐는데 차를 마실 땐 결국 조명을 다 켰다. 한두시간 후 다시 조금씩 밝아졌다.
알전구에 불이 들어온 크리스마스 장식 볼. 작지만 그래도 은근히 이쁘다.
카르토슈카 한 개를 해동해 먹어보았다. 아아 친근한 이 맛. 이 카르토슈카는 어제의 메도빅보다 훨씬 나았다. 내가 좋아하던 그 카르토슈카 맛이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진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카르토슈카도 좋아하지만, 이건 딱 세베르 카르토슈카를 연상시키는 맛이었다. 네 개가 들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오리지널 카르토슈카는 하나뿐이고 두 개는 아이싱 코팅이 되어 있고 하나는 초콜릿이 달려 있었다. 여기 메도빅은 내 입맛엔 너무 연해서 다시 주문하진 않을 것 같지만 이 카르토슈카는 애용하게 될 것 같음. 쥬인 생각이 절로 났다. 쥬인이 나중에 오는 날에 맞춰 주문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