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과 멜론. 옛날에 러시아에서 지낼 때 기숙사 앞 마당이나 좌판, 시장에서 중앙아시아 상인들이 여름부터 9월 무렵까지 커다란 아르부즈와 듸냐를 쌓아두고 팔았다. 아르부즈는 수박. 듸냐는 그대로 번역하면 참외인데 그 동네엔 우리가 먹는 조그만 노란 참외는 없고 멜론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먹었던 아르부즈와 듸냐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수박과 멜론과는 맛이 달랐다. 수박은 더 크고 씨가 덜하고 색이 좀더 연하면서도 엄청 달았고, 듸냐는 겉이 호박같은 누르스름한 색이었는데 엄청나게, 엄청나게 달았다. 흔히들 먹는 머스크 멜론과도 달랐고 참외류 특유의 오이향도 거의 없었다. 아르부즈와 듸냐는 엄청 컸으므로 혼자 먹을 수는 없어서 친구들과 같이 먹어야 했으므로 누군가가 이걸 사오면 잔치 같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원래 참외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듸냐만은 무척 좋아했다. 쥬인도 듸냐를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도 러시아에 가면 컷팅 듸냐를 가끔 사먹는데 맛있긴 하지만 그 맛은 아니다. 오래전 대학 동기 한명과 뻬쩨르에 놀러갔을 때 이친구와 시장에서 듸냐를 사와서 먹었는데 친구가 '하미과랑 되게 비슷한데' 라고 말했다. 친구는 중국에서 일년 정도 연수를 했었는데 그때 먹은 하미과와 듸냐가 비슷하다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하미과 재배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몇몇 사이트에서 판매를 했다. 그래서 큰맘먹고 사보았다. 비싸다... 작은데 비싸다. 그런데 맛있다. 그 듸냐랑 생긴건 좀 다른데(이건 겉이 머스크 멜론 색깔이고 속은 칸탈로프처럼 연한 오렌지색임), 맛은 똑같진 않아도 좀 비슷해서 옛 생각이 났다. 그리고 쥬인이랑 같이 먹고파진다.
이것은 나온지 꽤 오래된 단편집인데 오랜만에 꺼내 읽고 있음. 간만에 다시 읽으니 재미있다. 이것도 나온지 십여년이 지났다. 그 당시엔 그래도 러시아 판타지와 추리소설이 가끔 번역되어 나와서 좋았는데 이젠 아예 안 나온다 흐흑... 마리니나 추리소설도 옛날엔 몇권 나왔는데. 나는 90년대말부터 마리니나의 아나스타시야 카멘스카야 시리즈를 탐독하여 번역본 외에도 웬만한 소설들은 원서로 다 구해 읽었는데(당시 웹으로도 게재되어 그걸로 많이 읽기도 하고, 러시아 갈때마다 페이퍼백 사서 읽고... 아마 그때가 노어로 된 텍스트 제일 많이 읽었을 때인듯하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노동에 파묻혀)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얼마전 쓰는 글 때문에 90년대 배경이라 당시 자료를 찾다가 마리니나 소설 언급이 필요해서(주인공 중 하나가 이 작가 책들의 애독자라서) 다시 뒤져보니 세상에나 최근에도 아나스타시야 카멘스카야 소설이 나왔었다, 그런데... 그 연보를 읽다가 내가 좋아했던 인물 하나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빈정상하여... 안 찾아 읽을 것 같음. 흑흑... 오래 이어지는 시리즈는 이게 문제야 엉엉... 오랫동안 읽어오면서 정든 캐릭터가 죽으면 넘 속상해진단 말이야 ㅜㅜ
이 찻잔은 2013년에 프라하에서 두어달 지내던 시기에 둠 포르첼라누라는 유명한 그릇 가게에 가서 샀던 것이다. 쯔비벨 무스터는 푸른색이 주종인데 그건 너무 흔한 것 같고(이미 접시와 머그도 그 색으로 있었고), 마침 녹색이 있어서 이것을 골랐었다. 나중에 붉은색도 하나 샀다. 옛날 생각이 나서 꺼내 보았음.
이번에 주문한 꽃은 노란색 미니 장미이다. 조그맣고 앙증맞고 엄청 귀엽다. 그런데 장미 이름이 '에그타르트'라고 해서 너무 오글거렸다 :)
나는 좋아하는 것은 꾸준히 좋아한다. 특히 음료나 음식이 그렇다. 일종의 충성 고객이다. 한번 좋아하게 되면 웬만하면 배신하지 않는다. 포숑의 임페리얼 다즐링을 오랫동안 매우 좋아해서 여행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꼭 두어 통씩 샀는데 코로나 이후 벌써 일년 반 동안 못 나가고 있다 보니 이 차가 뚝 떨어지고... 직구로 주문해서 어제 도착했는데 면세로 살 때랑 비교하면 가격이 거의 두세 배 ㅠㅠ 그래서 한동안은 다른 브랜드의 여러 다즐링들을 주문해 마시고 있었지만 역시 이 다즐링만의 깊고 진한 맛이 있어서 결국 주문했다. 오랜만에 찐하게 우려 마심.
새로 도착한 꽃들이랑 같이.
베란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아직 못 고쳤기 때문에 낮에도 빛이 절반만 들어오고 있다 ㅠㅠ 그래서 티타임을 그리 늦지 않게 가졌음에도 사진은 좀 어둡다.
비가 와서 종일 날씨가 어둡다. 온몸이 쑤시고 찌뿌둥함. 토요일 오후 티타임 사진 몇 장.
글라디올러스를 주문해보았다. 글라디올러스는 별로 생화 같은 느낌이 안 나고 쫌 고풍스러운 느낌이라 내가 이 꽃을 주문할 일이 있을까 했는데 지난번 꽃이 너무 잔잎이 많아 손질하다 지쳐서, 거의 손댈 게 없는 종류로 골랐음 ㅋㅋ 근데 기다란 상태로 온 글라디올러스들이 생각 외로 은근히 예쁘다.
흰색 글라디올러스가 두어 대 더 있는데 다른 화병에 꽂아서 서재에 가져다 두었다. 꽃 사진들 몇 장 더. 꽃송이가 다 피어나기 전인 지금 상태가 제일 이쁘지 않을까 싶기도 함. 다 피면 저 화병도 모자랄 것 같음.
스카비오사는 시들어서 모두 들어냈고 나머지만 남았다. 다들 서서히 시들고는 있지만 이번 주말까진 이 정도는 남아 있을 것 같다.
미성년은 생각보다 아주 순조롭고 스피디하게 읽고 있음. 오랜 기억을 되살려보니 역시 앞의 절반쯤은 예전에도 그렇게 재밌게 읽었고, 막상 본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는 후반부가 피곤했었다. 흐흑 그 망할넘의 편지 얘기 좀 안 나오면 좋겠음. 카테리나와 베르실로프 얘기가 나오면 지루하고 피곤하다. 둘다 인물로서의 매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또 정도 안 간다. 아르카지는 인간적이고 또 불쌍하기 그지없어서 읽다보면 정감이 가는데.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역시! 이 소설에 진짜 꼴보기 싫은 캐릭터 하나 있음. 망할넘의 애색히 세르게이 공작넘. 이넘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 나오는 공작 아들넘 알료샤하고 엄청 비슷함. 완전 꼴보기 싫음 ㅠㅠ 두들겨패주고 싶음. 차라리 무뢰배 불한당 놈팽이들이 낫지.
토요일 오후 티타임. 아침에 세스코 점검이 있어 일찍 일어났고 그 덕에 차도 일찍 마셨다. 그런데 이제 졸려와서... 아무래도 침대로 갈 것 같다.
결국 비닐장갑과 가시제거기를 동원해 옥시페탈룸의 무성한 잎사귀들을 왕창 다듬었다. (줄기 아래까지 잎사귀가 너무 많아서 뒤엉키는데다 물에 잠겨서 상하게 되므로) 바닥에 깔아놓은 거대한 비닐 위로 흰 진액이 엄청 튀었다. 흑흑, 예쁘긴 하지만 앞으로 이 꽃은 안 사는 걸로... 냄새도 좀 이상함. 하지만 사진으로만 보면 이쁘기 그지없다.
새와 깃털 문양이 그려진 new 찻잔. 무늬와 컬러 때문에 사긴 했는데 확실히 노르딕 도자기들은 투박하고 무거워서 섬세한 맛은 없다. 역시 나는 얄팍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로모노소프 쪽이 더 취향에 맞긴 함. 그래도 접시와 찻잔을 자세히 보면 깃털 느낌의 문양이 은근히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