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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8. 08:12

밤과 낮, 이삭 성당 근방 russia2024. 2. 28. 08:12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근방의 밤과 낮 사진 몇 장. 이때는 7월이었고 밤중의 가장 어두워질 무렵 숙소 앞에 잠깐 나와서 찍었다. 2014년. 이삭 성당과 천사들. 

 

 

 

 

 

 

 

 

 

여기는 아마도 네프스키 대로였을 것이다. 이미 10년 전 풍경이라 지금은 저 가게들도 바뀌었을 것 같다. 네프스키 대로를 수직 축으로 해서 양옆으로 여러 거리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낮. 여기는 해군성 공원에서 청동기사상과 네바 강변으로 나오는 길. 볕이 좋아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낮에 보는 천사는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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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7. 21:27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russia2020. 5. 17. 21:27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2015년 7월초, 밤중. 네바 강과 청동기사상 주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빛과 어둠, 물과 하늘이 함께 뒤섞이며 부유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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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초. 마린스키에서 공연 보고 돌아가는 길에 찍은 모이카 운하 풍경. 밝게 찍혔지만 밤 10~11시 즈음. 백야.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저 길을 쭈욱 따라 올라가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마린스키 극장이 나온다. 나는 여름이나 가을엔 공연 보고 나면 운하 따라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편이다. 날씨와 숙소 위치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지만..

 

극장에서 모이카 운하를 따라, 그리고 포나르느이 모스트(램프 다리)를 건너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드는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고로호바야나 사도바야 거리까지 걷기도 한다. 이 길은 미샤가 극장에서 트로이네 집을 오갈때 걷는 길이기도 하다.

 

 

 

 

 

포나르느이 모스트. 이름 그대로 엄청 큰 가로등 램프가 다리 양쪽에 총 네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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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0. 23:04

여름 저녁의 판탄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19. 12. 10. 23:04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운하.

 

 

매년 한두번씩 이 도시에 가서 머무를 때면 항상 운하를 따라 산책한다. 보통은 숙소 위치나 동선 상 모이카 운하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자주 따라 걷게 되는데 지난 여름엔 숙소 구하기가 어려워서 바가노바와 딱 붙어 있는 호텔을 잡았다. 그래서 여름엔 주로 판탄카 운하를 따라 산책을 많이 했다. 호텔이 바가노바 발레학교 건물 끝에 붙어 있고 한 면은 판탄카 운하를 향하고 있어서.

 

 

나는 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선 모이카를 따라 산책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백야 시즌엔 사실 판탄카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바쁘고 또 여러가지로 피곤하다 보니 여름에 저 운하 따라 산책하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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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튜브 링크 올렸었는데 지워져서 다시 올려봄. 영화 백야 오프닝에 삽입된 클립이라 작품 전체는 아니고 5분 내외로 편집되어 있다.

 

 

나에게 러시아어 전공하게 만든 두가지 이유 중 하나. 도스토예프스키랑 바리쉬니코프 때문에 러시아어 전공했음. 전자는 죄와 벌, 후자는 이 영화 백야(...중에서도 특히 이 오프닝의 젊은이와 죽음!)

 

 

옛날 영화에서 발췌한 클립이라 화질은 아주 나쁘지만... 유일무이하신 바리쉬니코프가 춤을 추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젊은이와 죽음을 좋아하고 이 작품을 마린스키 무대에서 볼 때면 전율로 미칠 것 같다. 11월에 뻬쩨르 가면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이 이거 추는 거 볼 수 있어서 그게 지금 유일한 낙임 ㅜㅜ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링크는 아래

 

https://tveye.tistory.com/8584 (2018년. 파트너 : 크리스티나 샤프란)

 

http://tveye.tistory.com/8564 (2013년. 파트너 :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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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2. 23:22

불빛 2017-19 petersburg2019. 10. 22. 23:22





판탄카 운하 따라 걷다가. 작은 가로등 불빛. 그리고 창 너머 램프 불빛. 마음의 위안이 필요해서 지난 여름 찍은 사진을 폰에서 꺼내 자기 전에 올려본다.



... 재능도, 소양도, 알맹이도, 정당한 기치도 없이 그저 목소리 크게 떠들며 몰려드는 부류가 지겹고 역겹다. 내 마음 수양이 모자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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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0. 21:22

모이카, 미샤의 운하, 극장과 백야 about writing2019. 10. 20. 21:22

 

 

 

지난 7월, 백야의 모이카 운하 사진 몇 장.

 

페테르부르크의 여러 운하들 중 도심을 가로지르는 세개의 운하가 있는데 판탄카, 그리보예도프, 모이카 운하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운하는 가운데의 그리보예도프이다. 여기에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돔 크니기, 예술광장 등의 명소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판탄카 운하를 따라가면 레트니 사드와 아니치코프 다리, 이즈마일로프 사원(트로이츠키 사원)이 나오고, 모이카 운하를 따라가면 이삭 성당과 마린스키 극장에 닿을 수 있다. 이 운하들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또 얽혀든다.

 

미샤를 등장시켜 쓴 소설들에서 페테르부르크는 단순한 배경과 장소가 아니라 때로는 소설 자체이기도 했다. 이 도시를 드나들면서 나는 가끔은 오감을 열고 머리를 비운 채 걷고, 가끔은 글과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고, 가끔은 그들을 불러내어 같이 걷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들고 에너지가 소진되어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페테르부르크를 거닐 때면 이러한 과정들이 되풀이된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이 도시에 몸이 가 있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뒤적이거나 혹은 그저 머릿속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에도 반쯤은 저절로 나는 도시의 곳곳을 재생할 수 있다. 거의 육체적인 반응에 가까운 재생이다.

 

판탄카 운하가 트로이와 알리사의 운하였다면 모이카 운하는 누구보다도, 미샤의 운하다. 극장으로 통하는 운하이기 때문이다. 극장. 사도바야 거리. 그리고 트로이가 살고 있는 고로호바야 거리. 이 모든 곳들을 관통하는 운하. 미샤는 도시의 모든 운하들을 알고 있고 눈을 감고도 그곳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그래도 그의 운하는 모이카이다.

 

 

사진은 7월,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공연 본 후 나와서 운하 따라 걸어가는 길에 몇장 찍은 것이다.

 

 

 

 

 

마린스키 극장 이야기를 하고서 사진 한장 없이 넘어가는 건 어쩐지 아쉬우니, 천정 장식화와 샹들리에 사진 한장.

 

 

이날 보았던 발레 공연은 돈키호테였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의 투우사가 정말 근사했던 날이다.

 

 

 

 

모이카 운하. 백야. 밤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이삭 성당의 황금빛 쿠폴이 보인다.

 

 

 

 

저 너머로는 카잔 성당의 쿠폴도 보인다. 미샤는 학창 시절과 사도바야 쪽에 살던 신입 단원 시절에는 이 길을 따라 걸어서 극장에 다녔다. 이후 극장 근처 아파트를 받은 후에도 이 운하를 뻔질나게 지나다녔을 것이다(그리고 이 길을 따라 걸어가면 트로이네 집도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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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공연 보고 판탄카 운하 따라 숙소로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세 장. 백야의 푸른 빛으로 가득하다. 걸어가며 플래쉬 없이 찍어서 좀 흔들리긴 했지만 맘에 들어서 남겨둠.


24시간 식료품점이란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다. 가끔 저기 가서 물을 샀음. 숙소에서 제일 가까워서.


저날 본 공연은 슈클랴로프님이 솔로르를 추신 라 바야데르였다.






다리 건너편에 보이는 저 건물이 내가 묵었던 숙소. 로시 호텔. 바가노바 발레학교와 면해 있다. 같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임. 거리 이름도 그 건축가 이름 따서 조드쳬고 로시 거리이다. 백야 시즌엔 원래 가던 호텔들이 넘 비싸고 또 방도 없어서 저기 묵었는데 바가노바 옆에 있는 것만 (심적으로 공연히) 플러스일 뿐 이것저것 불편한게 많아서 다음번엔 안 묵는 것으로...







운하 저 너머로 파란 쿠폴이 보인다. 이즈마일로프 사원, 애칭은 트로이츠키 사원이다. 저기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인 트로이의 본명을 따기도 했었다. 저 사원도 그렇고 이 판탄카 운하를 따라 걸으면 나는 트로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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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5. 21:58

판탄카, 밤 2017-19 petersburg2019. 9. 25. 21:58


지난 7월 밤. 판탄카 운하. 백야의 석양 보려고 기어나갔을 때. 료샤와 같이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중 한컷. 역광이긴 한데 하늘이 이뻐서 이쪽 방향에서도 여러 장 찍었음. 내가 사진 찍고 있으면 료샤는 옆에서 뭐라고 꿍얼꿍얼거리는데 뭔말인지 쫌 못알아듣겠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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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29. 22:29

백야의 판탄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19. 8. 29. 22:29






7월 초, 페테르부르크. 밤 9시~10시 사이. 석양 보러 나가 판탄카 운하 따라 거닐며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



네프스키 대로 중간쯤 가면 말 조각상이 있는 아니치코프 다리가 있다. 판탄카 운하를 관통하는 다리이다. 여기서 꺾어 운하 따라 이쪽으로 쭉 걸어가면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으로 통한다.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에선 마르스 광장을 가로질러 가면 되고 판탄카 쪽에선 이 길을 따라가면 된다. 가는 길에는 안나 아흐마토바 박물관도 있다.



이 길은 글을 쓸때 트로이와 알리사가 자주 산책하던 곳으로 상정했었다. 물론 미샤도 무척 자주 산책한 루트이다. 바가노바 발레학교에서 판탄카 운하가 지척인데다 길을 건너 쭈우욱 걸어올라오면 여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레트니 사드도 밥먹듯 드나들었을테고. 레닌그라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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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앞 버스 정류장. 네프스키 대로에서 궁전 교각을 지나 네바 강을 건너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들어오면 '대학교'가 나타난다. 정류장 이름이 아예 '대학교'(우니베르시쩻)이다. 오래 전 나랑 쥬인은 수업을 마친 후 이정류장에서 기숙사행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7번, 뜨랄레이부스(트롤리버스)는 10번이었는데 둘다 무지하게 안 왔다. 게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네프스키에서 궁전 교각을 건너 여기로 오는 길은 정말 엄청나게 막히는 터라 한겨울엔 여기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 기다리는 게 정말 춥고 힘들었다. 이 사진엔 강이 안 나왔지만 학교와 정류장이 네바 강변에 있는 터라 강바람도 장난 아니었고. 또 겨울이면 오후 2~3시 무렵 해가 져버리니 진짜 힘들었음.

 

이 정류장에서 나와 쥬인은 좀처럼 오지 않는 7번과 10번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더욱 과거로 갔다. 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오기 전, 레닌그라드로. 글을 쓰면서 나는 정든 도시를 다시 돌아다녔고 좀 다른 시선으로 골목들과 장소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미샤를 가장 자주 소환했다. 그는 나의 주인공이었으니까. 

 

하지만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들어오자 이 장소는 트로이와 알리사의 공간이 되었다. 미샤의 공간들은 강 너머에 집중되어 있었다, 모이카 운하와 사도바야 거리, 조드쳬고 로시 거리와 바가노바 발레학교, 그리고 키로프 극장.. 미샤야 원체 도시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아이였으니 바실리예프스키 섬도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장 가까운 공간들은 바로 극장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실리 섬은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에 다녔던(지금의 이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이다) 트로이와 알리사, 그리고 그들의 문학서클 친구들의 공간이 되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훨씬 더 소중한 기억의 장소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잠시나마 이 학교에 드나들었고 바실리 섬 안쪽의 기숙사에 살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트로이와 미샤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소인 갈랴와 료카 부부의 아파트를 내가 지냈던 기숙사 바로 옆 건물로 정하기도 했다.

 

나와 쥬인은 이 정류장에서 기숙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알리사와 트로이도 여기서 버스를 기다렸다. 갈랴와 료카가 사는 아파트에 가려고.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알리사는 키큰 트로이의 어깨 뒤에 숨어 바람을 피하곤 했을 것이다. 더 오래 전, 레닌그라드 시절. 아마 저런 광고판은 없었겠지만.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과 칼날처럼 살을 파고들던 바람, 얼음에 반사되어 창백하게 빛나던 햇살은 동일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 백야 시즌의 이 찬란한 빛살도.

 

이따금 미샤도 여기서 버스를 탔을 것이다. 수업이 끝난 트로이와 함께 갈랴네 집 문학 모임에 갈때, 혹은 그와 하느님만이 아는 바실리예프스키 섬의 무수한 이곳저곳들을 쏘다니기 위해. 나는 트로이와 알리사의 경로들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고 때로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미샤에 대해서라면 그냥 놔두었다. 그 아이는 그렇게 놔둬야 했다.

 

이 사진은 지난 7월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료샤는 자기도 여기서 버스를 기다린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둘다 '7번은 진짜 안 왔어~!' 하고 기억을 되살리며 웃었다. 나는 '근데 지금도 7번은 엄청 늦게 와' 라고 덧붙였다. 료샤는 '나는 버스 안 탄지 오래돼서 이제 몰라' 라고 부르조아다운 마무리를 하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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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6. 22:08

해 지기 직전,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19. 8. 6. 22:08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운하. 밤 9-10시 무렵. 석양 보려고 산책하다 찍은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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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4. 23:05

백야 2017-19 petersburg2019. 8. 4. 23:05





지난 7월. 마린스키에서 공연 보고 나서 밤에 모이카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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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공연 보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 미하일로프스키 극장과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미술관)은 예술 광장을 면하고 있다. 예술 광장 한가운데에는 푸쉬킨의 동상이 서 있다.

 

이 광장과 이 풍경은 내게 있어 아주 소중한 기억들 중 하나이다. 극장에 다닌 횟수야 마린스키 쪽이 더 많지만 어쨌든 옛날부터 지금까지, 접근성이 좀더 좋은 곳은 아무래도 이쪽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이고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푸쉬킨을 보러 이 예술 광장에 들르거나 박물관에 가거나, 숙소가 그랜드 호텔 유럽일 경우에는 뻔질나게 이 길을 왔다갔다 하거나 등등.... 오랜 옛날 학생 시절에도 이 광장은 많이 지나다녔다.

 

그때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은 한동안 '무소르그스키 극장'이라 불렸고 애칭으로는 '말르이 극장'이라고도 불렸다. 맨 처음 본 클래식 발레도 그 극장에서였고 에이프만의 작품들을 처음 본 곳도 그곳이라 발레단의 작품들이나 무용수들이라기보다는 극장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다.  

 

하여튼 극장도 그렇고 이 광장도 그렇고 내겐 소중한 기억들이라 몇년 전 쓴 장편의 에필로그는 이 광장의 바로 이 장소에서 마무리하기도 했다. 물론 그 소설은 이런 백야의 한밤중이 아니라 이른 저녁, 이미 해가 져버리고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로 끝나지만.

 

위의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이 유서깊은 그랜드 호텔 유럽이다. 예전에는 그냥 쉽게 '유럽 호텔'이었는데(노어로는 그냥 에브로빠 라고 불렸다. '유럽'의 러시아어 발음) 벨몽드 체인에 인수된 후 이름이 벨몽드 그랜드 호텔 유럽으로 바뀜. 그래도 내겐 사실 그냥 '에브로빠'가 더 친숙하다.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얘기도 나왔으니 이날 공연 보러 갔을 때 찍은 극장 내부 사진 한컷. 스파르타쿠스 보러 갔었는데 아직 첫번째 종 친 직후라 빈 자리가 많이 있다. 최근 블로그에 오셔서 이 극장 공연과 좌석 배치에 대해 물어보신 이웃님이 계셔서 한번 올려본다. 이 극장은 이렇게 되어 있답니다. 마린스키에 비해선 많이 아기자기하죠. 1층 좌석들도 마린스키에 비하면 단차가 약간 있고... 웬만하면 무대는 잘 보이는 편입니다. 전 2야루스(4층) 사이드 칸막이석 맨 앞열에서 본 적도 있는데 오페라 글라스를 간간이 꺼내 쓰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 공연 잘 보고 오세요!

 

 

 

이날은 스파르타쿠스 공연이었기 때문에 막에도 검투 장면이 그려져 있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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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모이카 운하. 밤 10~11시 사이. 이날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돈키호테를 본 후 료샤와 함께 모이카 운하를 따라 산책하다 찍은 사진 한장. 좋아하는 산책로이다. 보통은 마린스키에서 공연을 본 후 이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서 이삭 성당이 있는 광장까지 간다.

 

건물들 너머로 이삭 성당의 황금 쿠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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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18. 21:53

백야의 도시 2017-19 petersburg2019. 7. 18. 21:53



7월. 페테르부르크. 밤.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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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14. 20:06

백야, 천사와 황제, 네바 강 2016 petersburg2019. 4. 14. 20:06




예전에 쓰던 글을 꺼내 어제 다시 쓰기 시작하느라 몇년 전 사진들도 뒤적여 보았다. 2016년 6월. 페테르부르크. 백야. 한밤중 해질 무렵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이삭 성당의 천사들 실루엣, 말을 타고 있는 황제 표트르, 가로등 램프 그림자, 교각과 불빛들, 일렁이는 수면, 백야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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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15. 23:50

아주 파랗고 아주 금빛 russia2019. 2. 15. 23:50

 

 

여름의 페테르부르크는 이렇게 강렬하고 선명하게 빛난다. 아주 파랗고 또 아주 금빛으로.

 

하지만 깊은 밤으로 접어들면 백야의 보라색과 핑크색, 붉은색과 형용할 수 없이 부드러운 색채들이 도처를 뒤덮는다. 그래서 백야의 페테르부르크는 낮이고 밤이고 산책하기 좋다.

 

사진은 2015년 7월에 갔을 때.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산책하러 가서 찍음. 네바 강과 요새와 사원 첨탑. 하늘. 그리고 수면을 가르며 지나가는 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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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31. 22:06

백야 3 russia2019. 1. 31. 22:06

 

 

며칠 전 올린 2015년 여름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사진 1, 2에 이어 세번째. 이때는 포취탐스카야 거리에 있는 르네상스 발틱 호텔에 묵었었다. 아스토리야나 그랜드 호텔 유럽, 앙글레테르 같은 곳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묵기 괜찮았다. 여기도 이삭 광장에서 가깝고 특히 마린스키까지 걸어가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다. 숙소 가면서 찍은 사진 두 장. 골목이랑 모이카 운하. 백야의 황혼녘. 7월 하순.

 

필터나 보정 없이 dslr로 찍음. 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이토록 색채가 아름답다.

 

 

앞서 올린 이맘때 백야 사진들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8822, https://tveye.tistory.com/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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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27. 22:51

백야 2 russia2019. 1. 27. 22:51

 

 

어제 올린 사진들에 이어, 같은 날 석양 구경하러 나갔을 때 찍은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더. 해군성 공원 가로질러서 청동기사상을 지나쳐 길을 건너 네바 강변으로 가는 경로이다. 이 사진들이 앞부분. 그리고 어제 올린 사진들은 이곳을 지나 네바 강변으로 들어선 후 찍은 것들. 이 사진들은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황금색 빛살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이러다 서서히, 저 황금빛은 엷은 핑크빛과 보랏빛, 다홍빛과 창백한 푸른빛들로 변해간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는 온통 색채와 빛들이다.

 

한두장은 전에 올렸던 것 같기도 한데 오래 전이니까 다시 올려본다. 2015년 7월.

 

 

 

 

 

 

 

 

 

 

 

 

어제 올린 백야 사진들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8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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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27. 00:40

백야 russia2019. 1. 27. 00:40

 

 

돌이켜보니 백야 시즌에 페테르부르크에 다녀온 건 2016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재작년엔 10월, 작년엔 9월에 갔었다. 16년에는 6월에 갔고 그곳에 3주 넘게 머물렀다. 하지만 그때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인지 당시에 대한 기억은 백야의 아름다움보다는 차갑고 창백한 느낌이 더 강하다. 오히려 그 전의 백야들이 더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진들은 2015년 7월에 갔을 때. 밤에 석양 보러 나가서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들 몇장. 7월 하순이라 백야 시즌의 절정은 이미 좀 지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석양 즈음의 네바 강변 산책은 황제. 표트르. 청동기사상부터 시작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고 하늘. 구름. 강물. 빛. 무수하고 아름다운 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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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스케치는 작품 포스터 촬영 중이신 지나님과 말썽쟁이 미샤. 안무가는 이들의 절친인 스타니슬라프 일린. 작품은 백야.

 

 

예전에 썼던 글에서 좀 중요하게 언급했던 발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소설을 일린이 각색해 무대에 올린 단막발레로 미샤가 주인공이자 화자인 몽상가, 지나는 주인공의 짝사랑 상대인 나스챠 역을 맡았음. 이 작업을 통해 일린이 미샤랑 지나를 처음 만나고 친해지게 되었음. 볼쇼이 안무가인 일린이 키로프에 와서 미샤와 지나를 위해 안무해준 발레인데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이 작품을 연습할때 미샤가 처음에는 일린이 잡아준 캐릭터가 잘 와닿지 않아 좀 고생을 하고 트로이와 한참동안 도스토예프스키와 백야, 남자와 여자, 젠더와 춤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about writing 폴더에 그 대화 일부를 발췌해 올렸던 적도 두세번 있다. 그 중 이 작품 백야의 오디션에 대해 미샤가 이야기해주는 장면 링크만 다시 올려본다. http://tveye.tistory.com/7220 (열받은 일에 대해 얘기하는 미샤, 춤과 담배와 알콜)

 

 

하여튼... 다 내가 쓴 거라서 실재하진 않는다 ㅋㅋ

 

 

어쩌다보니 좀 목욕탕 같은 느낌이 되었네. 목욕탕 아닙니다^^: 백야라서 부드러운 페일핑크 포스터를 찍은 것입니다(막 우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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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6. 18. 00:05

2년 전 오늘, 사진 두 장 2016 petersburg2018. 6. 18. 00:05





사진 올리는 사이에 자정이 넘어버려서 날짜가 바뀌었지만 시차를 생각하면 역시 딱 2년 전이 맞긴 하다. 2016년 6월 17일.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걸어가며 찍은 사진 두 장. 위는 내 숙소 근처였던 루빈슈테인 거리 골목. 아래는 네프스키 대로. 이날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에이프만 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다음날 다른 동네에 있는 숙소로 옮겨가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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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본편 일부를 올려본다.


이 에피소드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전에 각각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네프스키의 유명 디저트 가게인 세베르에 나갔던 트로이는 우연히 미샤와 그의 극장 친구들을 마주치게 된다. 거기에는 미샤의 파트너 발레리나인 지나를 비롯해 동기인 레냐 핀스키, 후배인 니넬,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초빙되어 온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었다. 일린은 토요일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그를 파티에 초대한다.


순서는 반대로 일린의 생일 파티를 먼저 올렸었다. 트로이는 파티에 가서 미샤의 극장 동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미샤는 브이소츠키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 술에 취해 나가떨어진다.


이번에 올리는 에피소드는 그 두 이야기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시간 순서대로 재배열하면 세베르 - 이번 에피소드 - 노래 부르고 나가떨어지는 미샤 이다.




그 두 에피소드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6253 세베르에서의 만남, 달콤한 것들, 미샤와 지나 어릴적 스케치 2


http://tveye.tistory.com/5842 생일과 그 다음날, 브이소츠키




...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는 일린의 이름과 부칭이다. 제대로 된 이름은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 일린이고 미샤는 그를 애칭인 스탄카라고 부른다.



미샤와 일린이 논쟁을 벌이는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소설 '백야'이다. 나스첸카는 그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내가 쓴 이 소설 속에서 일린은 미샤와 지나를 위해 '백야'를 단막 발레로 안무하고 미샤를 화자였던 남자 주인공, 지나를 나스첸카로 캐스팅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미샤에게는 존경하는 예술가를 이름과 부칭으로 부르는 버릇이 있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토요일 저녁 7시에 트로이는 미샤와 지나이다의 아파트로 갔다. 생일 파티는 8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미샤가 백야 때문에 일린과 이견이 생겼다면서 좀 일찍 와달라고 했다. 트로이는 자신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일찍 갔다.



 지나이다가 문을 열어주더니 반색을 했다.



 “ 제발 쟤 좀 말려요. 저러다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를 잡아먹겠어요. ”



 힐끗 보니 부엌 테이블에는 이미 음식들과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준비해 온 게 틀림없었다. 미샤는 원래 요리를 하거나 잘 차려먹는데 관심이 별로 없었고 지나이다도 가정적인 주부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 여왕님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술 한 잔 권하기는커녕 코트를 벗는 것도 기다려주지 않고 그의 팔목을 잡아끌며 거실로 데려갔다.



 미샤는 피아노 옆에 선 채 일린과 열띠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샤는 평소에는 나직하고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논쟁할 때는 명료하고 건조한 말투로 변했다. 그는 빠르게 쏟아지는 일린의 설명을 중간 중간 칼처럼 끊어대며 끼어들었다. 검은 눈에서 불꽃이 연달아 튀었다. 처음에 트로이는 그들이 뭘 가지고 그렇게 가열찬 논쟁을 벌이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듣고 보니 주인공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에게 연애편지를 전해주러 갈 때 무대 어느 쪽에 서야 하느냐, 여자가 그 첫사랑이란 작자에게 달려들어 안길 때 주인공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느냐 아니면 관객들로부터 등을 돌려야 하느냐 등의 트로이로서는 사소하기 짝이 없는 듯한 문제들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대체 왜 미샤가 자신에게 빨리 와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참 열을 내다가 트로이를 발견한 미샤가 좋아하며 손목을 휙 흔들었다.



 “ 아, 잘됐다. 빨리 스탄카한테 설명 좀 해줘. 표도르 미하일로비치가 페테르부르크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이 사람한테 좀 알려줘. 그리고 백야가 주인공과 나스첸카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짝사랑이라는 이론 좀 설명해봐. 구조주의랑 뭐 그런 것도 섞어서. 너 지난번에 세미나에서 발표한 거 있잖아. ”



 “ 구조주의와는 관계가 없는데... ”



 “ 아니, 관계가 있게 설명해줘. 넌 할 수 있잖아. ”



 “ 그거랑 무대에서 등을 돌리고 말고랑 대체 상관이 있어? ”



 “ 있어요. ”



 미샤 대신 일린이 대꾸했다. 역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지만 밝은 회색 눈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아마 턱수염을 깎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트로이에게 자신들의 이견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미샤의 질문과 주인공의 동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쭉 설명했다. 그는 간결하게 문장을 끊어서 말하는 미샤와는 달리 빠르고 길고 부드럽게 얘기했다. 일린이 어찌나 설득력 있게 조곤조곤 얘기하는지 트로이는 미샤에게 그냥 연출자의 말을 따르라고 충고할 뻔 했다. 하지만 미샤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할 수 없이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페테르부르크 소설들에 대해 얘기를 늘어놔야 했다. 나중에는 미샤가 원하는 대로 구조주의 이론도 좀 섞었다.



 얘기를 마쳤을 때 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음, 그럼 좀 더 생각해봐야겠는데. 이건 내일 다시 맞춰보는 걸로 해. ”




 “ 등 돌리는 거지? ”




 
 한번 파고들면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는 미샤가 집요하게 물었다. 자신이 일린의 입장이었다면 그 고집 세고 버릇없는 젊은 애에게 화를 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린은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래, 등 돌리는 걸로 하자. 이제 페트루슈카 좀 맞춰보면 좋겠는데. 좀 있으면 사람들 올 테니까. ”



 소파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지나이다가 일어났다. 피아노 쪽으로 다가오면서 트로이의 뺨에 입을 맞췄다.



 “ 고마워요, 덕분에 공연이 파탄나지는 않겠네요. ”




 “ 무슨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군요. ”




 “ 그냥 쟤를 얌전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성공이에요. ”




 지나이다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테마를 치기 시작했다. 미샤가 바 앞으로 가더니 목과 팔을 기형적으로 꺾은 채 지푸라기 인형처럼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일린이 박자를 셌다. 중간 중간 동작을 지시하기도 하고 손을 내저으며 음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백야를 놓고 열띠게 대들던 것과는 달리 미샤는 일린의 모든 지적에 온순하게 따랐다.




 “ 팔을 더 내려야 해. 허리는 좀 더 펴고. 무릎이 더 나가야지. 다시 해봐. 어깨도 내리고. ”




 미샤가 다시 포즈를 취했다. 일린이 뒤로 다가와서 왼쪽 어깨를 아래로 세게 내리눌렀다. 아픈 부위였기 때문에 미샤가 잠깐 얼굴을 찡그렸지만 불평 없이 어깨를 더 내렸다. 일린이 손을 치우자 그는 정말로 꼭두각시 인형 같은 모습으로 허공에 매달린 듯 서 있었다. 트로이는 금방이라도 미샤가 무릎을 꺾고 바닥에 넘어질까봐 오싹했다.



 지나이다가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 일린은 박자를 세는 것 외에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피아노 옆에 선 채 미샤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샤는 검은 머리칼을 털실이나 지푸라기처럼 들썩이며 사지를 상하좌우로 흔들었다. 몇 차례 이어지는 도약조차 무릎을 구부린 채 낮게 뛰었다. 발레란 몸을 가능한 한 곧게 펴고 길게 늘이는 것이라고 믿었던 트로이에게 있어 그 춤은 전혀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팔과 어깨 동작이 특히 그랬다. 불협화음과 구슬픈 멜로디가 뒤섞인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속에서 미샤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우울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며 외롭고 슬프게 변했다. 두 손을 털실로 감친 인형 손처럼 둥그렇게 뭉쳐서 가슴을 치며 옷을 잡아당기고 어깨를 떨며 이따금 구부러진 다리를 바깥으로 한두 번 찼다. 피아노를 치면서 지나이다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너무 슬픈데. 꼭 저걸 가져가야 하나... ”




 미샤가 몸을 돌려 일린 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발레리나 인형이나 독재자 흥행사를 바라보는 것이겠지만 피아노 옆에는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었고 그 밝은 회색 눈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예리한 칼처럼 자기 앞의 무용수를 주시하고 있었다. 미샤는 두 손을 어색하게 뻗더니 삿대질을 하고 턱짓을 했다. 그리고 어깨를 홱 떨구더니 한 바퀴 빙글 돌고 바닥에 넘어졌다.



 일린이 손바닥을 마주쳐 딱 소리를 냈다.



 “ 훨씬 좋아졌네. 어깨 동작만 좀 손보면 되겠어. 런던에서 좋아할 거야. ”




 미샤는 심하게 숨을 헐떡였다. 트로이는 그가 연습하면서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게 어려운 동작 때문인지 마음이 산란해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면 티셔츠가 땀에 젖어 몸에 철썩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거실 마룻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두 손으로 머리와 가슴을 감싸고 숨을 몰아쉬면서 가만히 있었다. 방금 춘 춤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든 것 같았다. 마침내 일린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씻어야지, 뭘 더 입든가. 런던 가기도 전에 감기 걸리면 안되잖아. ”




 “ 나 좀 놔둬. ”




 미샤가 목쉰 음성으로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머리를 들지 않은 채였다. 지나이다가 일어나더니 모른 척하면서 부엌으로 갔다. 일린은 다른 말을 하는 대신 소파에 펼쳐져 있던 카디건을 가져와 미샤의 머리와 등을 덮었다.



 잠시 후 미샤가 일어났다. 여전히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카디건을 일린에게 휙 던지고 한 손으로 어깨를 누르면서 욕실로 갔다. 스위치를 찾지 못해 한참 문 옆 벽을 더듬었다. 트로이가 다가가서 불을 켜주었다. 미샤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곧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린은 바를 붙잡고 아까 미샤가 하던 동작 몇 개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정확하기는 했지만 나이 때문인지, 무용수에서 은퇴한지 오래됐기 때문인지 미샤보다는 훨씬 뻣뻣했고 우아한 느낌도 적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좀 더 내려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트로이는 견디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 더는 아파서 안 될 거예요. 그 어깨 아픈지 반년 가까이 됐어요. ”




 “ 아니, 그 정도예요? 왜 아프다고 얘길 하지 않는 건지... ”




 “ 자존심이 강해서 그래요. ”




 “ 저 정도로 추면 자존심 내세워도 돼요. 아픈 건 별개지만. ”




 “ 백야만 추는 줄 알았는데, 런던은 무슨 얘기죠? ”




 “ 2월 런던 페스티벌 있잖아요. 경쟁부문에도 초청됐어요. 참가진도 꽤 화려하고. 그래서 페트루슈카로 정한 거예요, 누가 뭐래도 러시아 춤이니까. ”




 “ 미샤가 정했어요? ”




 “ 아뇨, 하나 안무해달라고 해서 내가 고른 거죠. 물론 포킨 오리지널에서 가져온 거지만. ”




 “ 그럼 런던에 함께 가요? ”




 “ 글쎄요, 당국에서 나까지 허가를 내줄 것 같지는 않아요. ”




 일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 정도로 아프다면 동작을 바꿔야겠는데... ”




 “ 미샤에게는 내가 그런 말 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




 “ 자존심 앞에는 친구도 소용없나 보죠? ”




 “ 자기 춤 앞에서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죠. ”




 “ 그럴만해요. 내가 저렇게 출 수 있었다면 목숨이라도 내놨을 테니까. ”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투명한 회색 고양이처럼 미소를 띠었다. 트로이는 사라토프의 시골에서 할머니가 고양이들을 자루에 넣어 강물에 빠뜨려 죽였던 것을 떠올렸다. 일린을 향해 솟구치는 부당한 증오심에 그는 소스라쳤다.





...




발레 페트루슈카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올린 적이 있다.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의 초창기 메인 안무가였던 미하일 포킨이 니진스키를 위해 안무한 단막 발레이다. 러시아 전통시장과 놀이문화, 마슬레니차의 흥겨움과 화려함, 거기에 꼭두각시 헝겊 인형 페트루슈카와 독재자 흥행사, 아름다운 발레리나 인형과 폭압적인 무어 인형이 등장한다. 음악은 스트라빈스키. 원체 음악이 유명해서 종종 따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미샤가 추는 페트루슈카는 포킨 원작이 아니고 일린이 그 원작을 따와서 미샤를 위해 변형시킨 작품이다. 여기 발췌한 적은 없지만 이후 미샤는 안무가가 되었을 때 니진스키를 위한 트리뷰트 작품을 안무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한 페트루슈카를 재등장시킨다.




런던에서 미샤가 춘 페트루슈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공연을 본 알리사가 트로이에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http://tveye.tistory.com/5178 프라하의 두 개 메모, 문을 여는 사람, 악령과 성모



마린스키에서 본 페트루슈카 무대에 대한 짧은 메모와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15

http://tveye.tistory.com/3686


..





미하일 포킨의 페트루슈카를 춘 바츨라프 니진스키.






최근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발레 뤼스 디아길레프 갈라에서 페트루슈카의 모놀로그를 추었다. 마린스키에 오리지널 페트루슈카가 레퍼토리로 들어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은 그전까지는 페트루슈카를 춰본 적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준 연습 영상을 보니 무척 보고팠는데 공연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무대 분장 사진을 보니 오리지널 페트루슈카를 그대로 따온 것 같긴 한데... 나에겐 실제 분장 사진보다 이 연습 사진이 더 인상깊었다.


페트루슈카는 남자 꼭두각시 인형이지만 최근 디아나 비슈뇨바가 젊은 안무가인 블라지미르 바르나바가 새로 안무한 작품에서 페트루슈카 역할을 추기도 했다.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더.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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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1. 29. 22:12

너를 사랑한다 표트르의 창조물이여 2016 petersburg2016. 11. 29. 22:12

 

백야. 6월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제목은 푸쉬킨의 '청동기사상' 첫 연에서.

 

6월 22일 밤. 공연 보고 엽님과 이 청동기사상 앞에서 다시 만나 석양과 황혼과 백야의 어스름 구경.

 

내게 있어 백야의 네바 강변을 걷는 것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기억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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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