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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신관'에 해당되는 글 42

  1. 2024.09.08 마린스키 신관의 크리스탈 장식들 4
  2. 2018.09.18 극장과 아이스크림
  3. 2017.10.08 10.7 토요일 밤 : 사계(일리야 쥐보이 안무) 짧은 메모, 드디어 산책, 수프 비노, 많이 큰 레냐
  4. 2017.10.05 10.4 수요일 밤 : 장소특정적 향기들, Le Parc(프렐조카주) 짧은 메모, 날씨 엉엉 2
  5. 2017.10.04 10.3 화요일 밤 : 꿈, 마린스키 신관, 야로슬라브나(바르나바 안무) 짧은 메모, 이상한 데서 예리한 료샤 4
  6. 2017.07.08 옥사나 본다레바의 근사한 화보들 + 슈클랴로프, 비슈뇨바 2
  7. 2016.11.07 마린스키 신관 2층 홀에서 4
  8. 2016.10.26 극장이 있는 그곳 2
  9. 2016.09.05 백조만 사고 토슈즈는 못 사왔지 6
  10. 2016.07.18 마린스키 신관 내부 사진 몇장 2
  11. 2016.06.21 6.20 월요일 밤 : 지젤 득템, 멋진 예술가에겐 장미를, 텐동, 메도빅, 마린스키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 슈클랴로프의 '나를 버리지 마' 짧은 메모와 사진 두세장, 또 비가 오네 2
  12. 2016.06.21 슈클랴로프 공연 보러 마린스키, 꽃 2
  13. 2016.06.20 6.19 일요일 밤 : 조식, 카페인 후유증으로 매우 고생, 호젓한 카페, 세번째 호텔, 스트라빈스키 3악장 심포니와 봄의 제전 공연 메모, 갈매기, 된장국과 김치, 중국 찻잔 2
  14. 2016.06.19 마린스키 신관 카페, 스트라빈스키
  15. 2016.06.16 청동기사상(스메칼로프 안무) - 슈클랴로프 & 테료쉬키나 아주 짧은 메모 먼저 2
  16. 2016.03.30 극장의 날 기념 4) 마린스키 신관 카페에서 공연 기다릴 때 4
  17. 2016.03.29 극장의 날 기념 3) 마린스키 신관 지하 코트 보관소 2
  18. 2016.01.24 겨울 푸른 황혼녘, 마린스키 극장과 주변 풍경 2
  19. 2015.11.09 극장 밖, 극장 안 : 마린스키 신관
  20. 2015.10.19 극장 - 마린스키
  21. 2015.10.18 춤, 무용수들, 극장 사진 몇 장 2
  22. 2015.09.01 마린스키 신관 내부의 계단들 + 크리스탈 장식들 2
  23. 2015.08.22 진눈깨비 내린 날, 푸쉬킨과 오네긴 가게 골목, 마린스키 신관 풍경
  24. 2015.08.07 운하 따라 마린스키 극장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몇 장, 운하 도시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짧은 메모 6
  25. 2015.07.28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예브게니 이반첸코 이번 공연 커튼 콜 직찍 몇 장 4
2024. 9. 8. 20:47

마린스키 신관의 크리스탈 장식들 russia2024. 9. 8. 20:47

 
 
 
마린스키 극장 신관은 온통 호박색 황금빛으로 매끄럽게 치장되어 있고 수많은 크리스탈 장식들로 반짝거린다. 처음 갔던 건 십년 전쯤 , 신관 개장 몇달 후였는데 무척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갈때마다 즐거운 극장, 깔끔하고 근사한 극장이다. 그래도 나에게 마린스키란 역시 푸른색 빌로드와 금빛의 고풍스런 장식, 구불거리는 계단의 구관이지만. 
 
 
2층인가 3층 쪽으로 올라가면 이 크리스탈 장식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대충 찍어서 휘황한 자태를 명징하게 잡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두 장 올려본다. 아마 14년이나 15년에 찍었던 사진 같다. 다시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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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8. 04:30

극장과 아이스크림 2017-19 petersburg2018. 9. 18. 04:30




바르나바 안무의 페트루슈카 보러 갔을때. 마린스키 신관 카페. 이날 차를 많이 마시고 와서 아이스크림 먹었다. 맛있었다. 오랜 옛날 마린스키 첨 갔을때, 그때도 아이스크림 먹었다. 인생 최고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잘게 부스러진 초콜릿과 사탕가루를 뿌려준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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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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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도 추웠고... 비가 왔다. 엉엉... 보통 아무리 겨울에 와도 햇빛 쨍 하는 날이 며칠 있었는데 이번엔 아주 제대로 걸렸다. 하긴 올 때도 10월이 제일 날씨 안 좋을 때니까 잘못하면 정말 비만 오겠다 싶긴 했었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ㅠㅠ



오늘까지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다. 아침에 진통제도 먹었는데 이상하게 효과가 없었다. 나는 부스코판보다 타이레놀이 더 잘 듣는 편인 것 같다 ㅠㅠ 두통까지 같이 겹쳐서 그런가보다. 결국 오후에 타이레놀을 두알 주워먹었다.



근처 빵집인 부셰에 가서 연어 오믈렛과 크루아상으로 아점을 먹었다. 무척 맛있었다. 올때마다 들르는 곳이다. 고스찌 바로 근처에 있고. 여기는 특히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료샤도 여기 빵을 좋아한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슬퍼졌다. 수도원 가고 싶었지만 계속 날씨가 안 좋고 빗방울까지 흩뿌리니 방도가 없다. 근처 서점에 가서 귀여운 엽서와 자석 따위를 좀 사고, 쭉 걸어서 돔 끄니기에 갔다. 항상 들르는 극장 서적 코너에 가니 누레예프에 대한 새 전기가 나와 있어서 그걸 샀다. 누레예프 전기야 여러권 읽었고 또 워낙 많이 나왔지만 러시아 사람이 쓴 거라서 우파랑 레닌그라드 시절에 대한 좀더 자세한 얘기가 있나 싶어서.









힘들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조금 더 걸어가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다. 문지기 아저씨 계시면 인사해야지 했는데 그분이 안 계셨다. 쉬는 날인가... 메조닌 카페에 갔다. 나는 이 카페보다는 아스토리야의 로툰다를 더 좋아하지만(차도 그렇고 디저트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아스토리야 쪽이 더 좋다) 그래도 소파가 편하다.



아스토리야와 그랜드 호텔 유럽은 둘다 특유의 냄새가 있다. 전자는 욕실 어메니티에서 나는 화이트 머스크 향이다. 일반적인 화이트 머스크보다 좀더 부드럽고 은은해서 혹시 페라가모에서 이 향수를 시판하고 있다면 사고 싶다. (여기는 페라가모 어메니티를 쓴다)



그랜드 호텔 유럽의 향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호텔에서 조향해서 방향제와 향수로 쓰고 있는 '그랜드 호텔 유럽' 향이다. 이건 조금 아저씨 스킨 향이 나는데 나쁘지 않다. 여기서 묵으면 체크아웃할때 10밀리짜리 미니어처를 선물해주는데 화정 집 화장실에 놔뒀다. 두번째 향은 역시 욕실 어메니티에서 나는 향인데 이건 아스토리야보다 조금 더 비누 냄새와 시트러스 냄새가 섞여 있다. 여기서 쓰는 어메니티는 elemis이다. (철자가 맞는지 갑자기 헷갈리네) 유럽 호텔에 마지막으로 묵은 게 벌써 2년도 더 되긴 했지만(요즘은 좀처럼 저렴하게 나오지를 않아서ㅠㅠ)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올때마다 여기 들르곤 한다. 카페나 바에 가기도 하고 급할때 로비 화장실에도 간다(ㅋㅋ) 로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핸드로션을 바르면 딱 그 향기가 난다. 비누와 시트러스가 섞인 냄새. 그러면 갑자기 '아, 여기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아스토리야의 화이트 머스크향이 더 좋긴 하지만 그랜드 호텔 유럽의 향기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메조닌 카페에 가서 다즐링과 에클레어를 시켜놓고 늘어져 있었다. 너무 피곤했다. 스케치를 몇장 그렸다. 누레예프 책을 조금 훑어보다가 좀 졸았다. 나중에 료샤가 왔다. 오자마자 내가 반쪽밖에 안 먹었던 에클레어를 한입에 홀랑 해치웠다 -_- 그리고는 빨리 볶음너구리와 맥심을 또 내놓으라고 난리 ㅠㅠ 그래서 호텔로 돌아왔다. (볶음너구리 네개 가져왔는데 그때 하나만 끓여준 후 나머지를 쥐어주지 않았었다 ㅋㅋ)



료샤에겐 볶음너구리 끓여주고 나는 조그만 유부우동 컵라면을 먹었다. 맥심을 타 먹이고 나는 수퍼에서 산 모르스를 마셨다. 그리고 극장에 갔다. 오늘도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를 보았다. 무대에서 꼭 한번 보고프던 작품이었다. 영상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원체 마지막 듀엣이 유명한 터라 전체 작품은 몰라도 '아 그 공중키스' 하며 끄덕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료샤는 어제의 악몽(야로슬라브나 -심지어 3막, 2시간 40분!- 보다가 꿈나라로...)에 괴로워하며 '나 오늘은 보지 말까?' 라고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은 너도 맘에 들 거야. 야하거든' 이라고 말해주자 료샤가 눈을 반짝이며 '그래?' 하고 좋아했다. 사내놈 -_-



티켓을 끊고 나서 한참 후에야 배역이 공지되었다. 오늘 주역은 티무르 아스케로프와 크리스티나 샤프란이었다. 티무르 아스케로프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무용수라 툴툴댔다. 슈클랴로프님이야 뮌헨에 가 있지만... 세르게예프가 춰주길 바랬다고... 아니면 귀여운 티모페예프라도... 그 다음날 배역은 올레샤 노비코바와 잰더 패리쉬였다. 배역 안 나왔을 때 원래 오늘 거랑 내일 것 중 뭐 끊을까 하다가 앞에 하는 쪽이 더 괜찮은 배역이겠지 싶어서 끊었던 건데...



공지된 배역을 보고 정말로 진지하게 다음날 거로 바꿀까 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커플 케미스트리는 아스케로프 샤프란 쪽이 나을 것 같고, 게다가 나는 티무르 아스케로프가 프린시펄 승급했을때도 기가 막혔지만 잰더 패리쉬는 더더욱 그랬으므로... 그래, 욕망이 들끓는 작품이라면 뻣뻣한 나무토막 패리쉬보단 차라리 느끼한 티무르 아스케로프가 낫다 싶었다. 미안해요 노비코바.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슈클랴로프님과 노비코바의 이 작품 듀엣 영상을 보았을때도 큰 감흥이 없었고 '둘이 엄청 노력한다' 는 생각만 들었던 터라... 나에게 노비코바는 별로 섹시한 느낌이 들지가 않아서 그냥 표 안 바꿈. (나 노비코바 무척 좋아하는데 ㅠㅠ)



첨엔 배역 발표 전이라 혹시나 세르게예프를 비롯해 볼만한 무용수가 나오려나 싶어 앞줄 끊었었는데... 하여튼 그래서 앞줄에서 봤다. 이번에 끊은 발레 표들 중 젤 앞줄이다. 슈클랴로프님이 가버려서 이제 악착같이 앞줄 끊는 짓은 별로 안 하고 있음 ㅠㅠ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영상보다는 확실히 무대가 낫다. 하지만 나를 확 사로잡는 매력은 덜했다. 그리고 이건 딱 프랑스 안무가에게서 나올법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작품이 나왔을때인 90년대에 봤다면 확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90년대에 나왔던 육체와 욕망을 다룬 작품들에서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에이즈 시대에 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는 그 시기와 그 주제에 많이 끌렸었고 사실 미샤를 처음으로 떠올리고 글을 구상했던 때 그는 바로 그런 시기에 발레단을 운영하고 안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 녀석은 80년대 초의 시골 가브릴로프에 갇혀 있어 ㅠㅠ) 하여튼 그 시기에 나온 작품들 중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건 의외로 나초 두아토의 Remanso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품이다. (심지어 내가 두아토 안무작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Le Parc는 물론 다르다. 그리고 뛰어난 작품이다. 시선을 빼앗기도 하거니와 유머도 넘친다. 마지막의 에로틱한 듀엣은 무대로 보니 좋았다. 걱정했던 티무르 아스케로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잰더 패리쉬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샤프란은 너무 기다란 거 빼고는 역할에 어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다 보고 나니 '슈클랴로프나 비슈뇨바가 추지 않는 한 다시 보지는 않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작품 보는 내내 남성적 시선이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 욕망에 눈뜨는 여성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체적으로 욕망을 탐험하게 된다는 주제를 표방하고 있긴 한다만 전반적인 안무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어딘가 내내 피상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란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영상을 볼 때보다 무대를 보니 더 그런 느낌이었다.



료샤는 정말 안 졸았다. 이게 막간 휴식 없이 1시간 40분 지속된다는 사실에 그는 고뇌하였고 1장에서는 좀 지루해 했으나 본격적으로 남녀들이 유혹을 펼치는 2장부터는 재밌게 보았다. 마지막의 에로틱 듀엣에 대해선 살짝 설명만 해주었는데 그걸 보기 위해 그는 열심히 기다렸다(뭐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고) 유명한 공중키스(여자가 남자의 목에 두 팔을 감은 채 격렬하게 입을 맞추고 둘은 빙글빙글 풍차처럼 돈다. 이때 남자 무용수의 손은 여자를 받쳐주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오로지 키스만으로 허공에 수평으로 뜬 채 빙그르르 돈다. 이거 볼때마다 '남자 목이랑 허리 뿌러지겠다... 여자 복근 엄청 생기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 ㅋㅋ



료샤도 공중키스 씬에서 입을 벌리고 보더니 끝나고 나오면서 '우와 저 남자 좀 짱이다. 역시 키도 있고 덩치도 있어서 그런지 네가 좋아하는 얼굴만 예쁜 슈클랴로프 따위보다 훨씬 힘도 세고 남자답구나. 그래서 여자를 목에 매달고 막 도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발끈해서 나는 '뭐야! 슈클랴로프도 저거 췄어! 똑같은 거 췄다고! 목에 매달고 돌았다고!' 하고 외쳐주었다. 료샤는 '쳇... 걔가 추면 이입 안될거 같음' 이런다. 근데... 사실 이게 료샤 말이 좀 맞는게... 나는 슈클랴로프가 이 바람둥이 유혹자를 추는 게 정말 이입이 안됐다. 아무리 바람둥이 연기를 해도 누나들에게 휘둘리는 청순한 로미오처럼 보여서... ㅋㅋㅋ



커튼콜 사진 두어 장. 몇장 안 찍었다. 앞줄 오른쪽 사이드 자리였다. 그래서 무대가 비스듬하게 찍혔다. 대충대충 찍어서..... 이때 료샤는 또 '거봐 슈클랴로프 아니니까 앞줄인데도 사진 안 찍네' 하고 놀렸음. 야! 그것이 팬심이란 말이야!!! 바보멍충이!!!! (얼마나 놀림받을지 뻔히 알기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볼뽀뽀받은 얘긴 절대 안 해주고 있음 ㅋㅋ)










...



날씨가 안 좋아서 너무 슬프다고 하자 료샤가 '이런 곳에서 평생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라고 한다... '그래도 너네는 백야 있잖아 ㅠㅠ 우리는 여름 완전 수증기 찜통이야' 라고 하자 '맞아 우리는 여름 좋아' 라고 또 납득한다. 하지만 곧이어 '너네는 볶음너구리랑 맥심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잖아' 라고 함 ㅋㅋ



내일은 드디어 레냐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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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때문에 새벽에 제대로 깨어났고 한참 뒤척였다. 잠이 너무 안 왔다. 호르몬 주기와도 겹쳐서 그런 거였다. 진통제를 주워먹고 8시쯤 다시 잤고 10시 반쯤 깨어나 계속 누워 있었다. 아침에 새로 잠들었을 때 아주 생생하고 복잡하고 또 감정적으로 격렬한 꿈을 꾸었다. 심지어 동료가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꿈에 자신의 흐느낌 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다. 꿈에 나온 회사 동료가 걱정되어 톡까지 보냈다. 꿈자리 안 좋으니 조심하라고.... 울 엄마는 내가 이런 말 하면 할머니 같이 군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이따금 꿈이 맞을 때가 있단 말이야 ㅠㅠ



바깥 날씨는 아주 꾸무룩했다. 어제까진 예보에서 분명 오늘 기온은 낮아도 구름은 약하고 해가 난다 해서 수도원에 갈까 했었지만 그날이 시작되어 몸 상태도 나쁘고 또 원체 흐려서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기에(저녁에 비온다고 예보는 되어 있었다) 다 포기했다. 1시 넘어서 기어나갔다.





(이 꾸무룩한 날씨 ㅠㅠ)

(맨 위 오페라 글라스 사진이랑 왜이리 느낌이 다르냐면... 그 사진은 dslr로 찍은 것이기 때문...

극장 갈때만 카메라 들고 갔다. 어제랑 오늘 몸이 힘들어서 그냥 폰으로만 찍었더니 찍은 사진도 별로 없고 화질도 그냥저냥...)




...




호텔에서 10분 거리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본치 카페에 가보았다. 여기는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일러스트 북을 그린 소피야 콜로프스카야가 멋지게 그려놓고 추천했던 곳이다. 예전에 간판은 자주 봤는데 들어가보진 않았었다. 내가 러시아에서 기대하는 카페와는 다르게 너무 현대적이라서 ㅋㅋ 점원은 너무 시크해서 친절한 느낌이 없었지만 카페 자체는 좋았고 특히 창가에 앉아 글쓰기가 편한 곳이라 왜 콜로프스카야가 여기를 좋아하는지 알것 같았다. 앉아서 아침에 꾼 꿈 이야기를 약 5장 정도 자세히 적었다. 나중에 단편 같은 걸로 쓸 수 있을만큼 상징과 글감이 넘쳐나는 꿈이었다.



본치 카페에서 스메타나 곁들인 아주 얇은 블린 석장과 생강차를 먹었다. 탄수화물을 좀 먹었더니 정신이 좀 들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도 서양배로 때웠다... 카페에서 나와 건너편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일본라멘집인 야루멘에 갔는데 가라아게 카레 시켰다가 너무 맛없어서 피보고(차라리 오뚜기 3분 카레가 낫겠어!!!) 계산서 갖다달라 했는데도 너무 한나절이라 결국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직접 계산하고 팁은 안 줬다.



방에 돌아와 좀 쉬면서 디카페인 차 우려서 도착했던 날 호텔에서 준 초콜릿 상자를 열어 두 알 곁들여 먹었다. 그리고는 화장을 좀 고치고 6시 즈음 호텔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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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와서 반가운 마린스키 신관의 깃털 막과 스와롭스키 크리스탈 장식들)




오늘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블라지미르 바르나바가 여름 백야축제 개막작으로 안무했던 3막 발레인 '야로슬라브나, 일식'을 끊어두었다. 바르나바는 슈클랴로프랑 스메칼로프의 절친인 젊은 안무가인데 모던 발레를 안무한다. 예전에 이 사람 단품을 몇개 봤고 최근 호평을 들었던 '글리나'(clay)도 무대에서 봤는데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볼까말까 하다가 이번 여행 기간엔 발레 레퍼토리 체가 딱히 풍성하지 않아서 그냥 보기로 했다. (흑, 도착 전날 슈클랴로프님이 노비코바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췄지 엉엉... 진작 말해줬으면 휴가를 앞당겼을 거 아니니 엉엉)



하여튼 이 공연은 혼자 볼 생각이었는데 내가 오늘이랑 내일 다 발레 본다니까 료샤가 자기도 따라왔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이 안무가는 현대발레 안무가이다. 그나마도 네가 (나 덕분에 알게 된) 백조의 호수나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같은 발레와는 다를 것이다. 재미없고 뭔 말인지 모를 수도 있다... 등등... 그러나 료샤는 '이고리 원정기 얘기잖아! 그거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배운단 말이야! 너보단 내가 더 잘 알아!' 하면서 잘난척하며 따라온 것이다. 아아... 나는 분명 경고했어!



료샤는 1막 내내 졸았고 2막에선 좀 좋아했고(왜냐면 중간에 약간 야할듯 말듯한 장면이 나와서) 3막에선 또 졸았다 ㅠㅠ 나도 1막은 좀 지루했고 2막이 제일 재미있었고 3막은 그냥 그랬다. 주인공인 이고리 대공과 그의 아내 야로슬라브나가 나오는 장면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해서.... 역설적으로 2막은 얘들보다는 적군들의 샤먼 의식과 괴기스러운 마법의 초원이 나와서 더 볼만했음.



이 발레는 70년대 소련에서 안무된 작품을 바탕으로 바르나바가 재안무한 것이다. 내용은 러시아 역사에서 유명한 이고리 대공의 원정기와 그의 아내 야로슬라브나의 비가를 재구성한 것인데 영웅 서사시라기보다는 인간(특히 한 남성) 내부의 야망과 정복욕, 그리고 헛된 파괴와 비극을 다루고 있다. 보면 딱 러시아 현대 발레 느낌이 난다. 보리스 티셴코의 음악도 딱 소련 작곡가 스타일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음. 보고 있자니 음악과 무대 미술에 안무가 먹히는 느낌이었다.



바르나바는 물론 열심히 했고 내가 좋아하는 스메칼로프가 주역인 이고리 대공을 춰서 근사해보이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탁월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줄곧 어우러졌고 장엄하고 웅장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냈지만 가장 중요한 춤과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약해서 아쉬웠다. 바르나바는 주인공 내면의 투쟁과 거대한 비극을 다루고 싶었다고 인터뷰했지만 내게 그건 피상적으로 남아서 아쉬웠다. 팔다리 길쭉길쭉하고 키크고 체격 좋은 스메칼로프는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이고리 대공 역에 딱 맞았고 잘 추기도 했지만 슬프게도 그게 다였다. 아무리 무용수가 뛰어나도 작품 자체가 그 정도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스메칼로프가 나올때는 군대들도 나오고 전투도 나와서 좀 나았는데 야로슬라브나가 나타나 느릿느릿하게 온몸을 꼬고 비틀며 독백하고 고통에 몸부림칠때면 '언제 들어가니 ㅠㅠ'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작품 타이틀로 등장한 배역이 이래버리면 이미 낭패...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적 취향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사랑의 전설에서 메흐메네 바누가 몸을 꼬며 고뇌하는 장면도 안 좋아했음 ㅋㅋ 그러나 이 작품에 비하면 그리고로비치의 메흐메네 바누는 엄청나게 탁월하다!)







(그래도 커튼콜 사진 두 장. 이번엔 맨앞줄이 아니고 3층 앞줄을 끊어서 오케스트라 핏 앞까지 뛰어나가지 않았음.

사진도 대충... 스메칼로프는 붉은 칠 검댕 칠을 해서 얼굴도 제대로 안 나옴 ㅠㅠ)



...



하여튼 나는 안 졸았고 그래도 열심히 보았다. 료샤는 실컷 졸고 나서는 나에게 '너 뭔말인지나 알아들었냐? 노어로 계속 노래부르던데 그거 다 이고리 원정기 얘기인데!' 하고 오히려 나에게 쿠사리를 준다.



'내용이야 대충 다 알아들었다, 나도 대학 시절 이고리 원정기 노어로 읽었다'고 하자 그는 '헉 그거 옛날 노어로 되어 있는데 어케 읽었어?' 하고 깜딱 놀랐다. 전체는 번역본으로 읽었고 노어로는 발췌 텍스트만 읽고 시험봤는데 머리 쥐나는 줄 알았고 수업시간엔 졸았고 그때도 야로슬라브나의 비가 읽으며 '으악 머리야' 했다고 말해주자 료샤는 킥킥 웃었다. 졸았다고 쿠사리들을까봐 먼저 공격하는 이놈...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료샤가 쫓아온 것에 감사했다(차를 가져왔으니까 ㅋㅋ) 차 안에서 료샤는 '오늘 나온 놈도 좋아하지 않았어? 얼굴 보니 전에 너랑 딴거 볼때 나왔던 놈 같아. 그때도 네가 사진 찍지 않았어?' 하고 물었다.



나 : 응, 유리 스메칼로프도 좋아해. 되게 옛날에 에이프만 발레단 무용수로 있으면서 내한공연했을 때부터 좋아했어. 


료샤 : 흥, 그래도 그 슈클랴로프 놈보다는 안 좋아하지.


나 : 그건 그렇지만... 왜!


료샤 : 그러니까 1야루스(3층)를 끊었지. 슈클랴로프 녀석이 나왔음 이렇게 지루한 발레라도 분명 맨앞줄 가운데 끊어서 가산 탕진했겠지!


나 : 우와 예리하다!!!!



내가 그날 때문에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진통제를 털어넣고 있자니 료샤가 혀를 찼다. 도대체 몸이 괜찮을 때는 언제냐고 묻는다 -_- 야! 우리 나라는 10월 초에 5도까지 내려가진 않는단 말이다 ㅠㅠ 그리고 사내놈이 뭘 알아! 네가 일생에 한번이라도 여자처럼 피를 흘려보았느냐!!!! 흑흑...



하여튼 그래서 료샤는 나를 데려다주고는 자라고 하고 가버렸다. 맥심 한 잔쯤은 타줄 용의가 있었는데 나보고 얼굴이 너무 창백하다고 하며 자라고 한다. 그럼 피가 줄줄 나오는데 얼굴에 홍조가 돌겠냐 ㅠㅠ 나는 사실 저녁을 안 먹어서 배고파서 이놈이 괜찮다고 하면 뭐라도 테이크아웃해서 들어오려 했는데... 이놈이 나보고 아파보인다고 매우 걱정을 하며 '어서 자야 한다'고 난리를 쳐서 착한 친구답게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방에 와서 배고파서 과일접시에 남아 있던 파란 사과를 반쪽 먹었다. 무지 시고 맛없어 흐흑.. 그래서 미니 초콜릿도 한개 먹었다.



으앙.... 나 아직 청동기사상도, 푸쉬킨 동상도 안 보러 갔다. 뻬쩨르 와서 이런 건 처음이다... 흑, 제발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그리고 아픈 것도 가셨으면 ㅠㅠ

(그런데 찻잔은 샀다... 이게 뭐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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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보름달도 보실 수 있길!

(여기 날씨를 보니 올해도 난 보름달 보긴 틀렸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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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름다운 발레리나 화보들로 심신의 정화.

 

 

마린스키 발레리나 옥사나 본다레바 화보들 몇 장.

 

 

본다레바는 원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주역을 추다가 몇년 전 마린스키로 옮겨왔다. 세컨드 솔리스트인데 미하일로프스키에서는 꽤나 인기가 많았던 무용수였다. 미모가 뛰어나고 열정적인 스타일이라 화보들이 아름답다.

 

 

다만 내 기준으로 볼 때는 고전 발레에는 확실히 덜 어울린다. 일단 체격 조건이 맞지 않는다.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긴 한데 좀 영화배우나 모던 댄서처럼 아름답고 체형은 클래식 발레리나에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목선이나 상체 조건 때문에 날씬한 무용수임에도 불구하고 길쭉하고 늘씬해보이지는 않는다. 근육질의 강건하고 자그마한 무용수 느낌이라서... 나탈리야 오시포바도 내겐 좀 그런 느낌인데, 본다레바가 좀 더 그런 편이다. 그래서 본다레바의 무대는 실제로 몇번 보았을때도 그다지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마린스키 타입 발레리나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화보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좀 고양이 같은 외모이고 광대뼈가 넓고 눈이 큰 러시아 미녀 특징도 잘 살아 있다. 그래선지 무대 화보보다는 패션 화보가 더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

 

사진 출처는 옥사나 본다레바의 instagram : bondareva.oksana.f

 

 

야외 화보는 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가와 에르미타주 쪽에서 찍은 것들인데 분위기가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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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 나오면 섭섭하니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두 장 :))

 

얼마 전 마린스키 신관 옥상에서 찍은 화보 두 장.

 

너는 어쩌면 야자나무 앞머리를 해도 멋있는 거니...

 

 

 

 

 

 

마지막은 아름답고 우아한 디아나 비슈뇨바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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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7. 21:24

마린스키 신관 2층 홀에서 2016 petersburg2016. 11. 7. 21:24

 

 

몇년 전 개관한 마린스키 극장 신관. 물론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이 갖는 '극장'으로서의 아우라는 아직 부족하지만, 공연장으로서는 더할나위 없다. 그리고 몇년 동안 여러번 들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이 신관에도 정이 많이 들었다.

 

신관은 미로 같고 좁은 구관에 비해 널찍널찍하고 밝다. 카페는 2층의 커다란 홀에 자리잡고 있다. 카페 안쪽에는 스트라빈스키의 이름을 딴 강의실 같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서 종종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이따금 전문가가 나와서 발레 이야기도 해주고 피아노 연주도 해주고... 전에 좀 빨리 와서 백조의 호수와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즐거웠다.

 

구관도 그렇지만 신관도 카페에서 한적하게 차를 마시려면 공연 시작 한시간 전부터 미리 줄을 서 있다가 극장 문이 열리면 잽싸게 입장해서 코트를 맡기고 카페로 달려가야 한다. 안 그러면 금방 자리가 다 차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공연 시작 한시간 십여분 전에 가서 줄서서 기다리다가 문열면 거의 첫번째로 들어가곤 한다. (한시간 전부터 문 열어줌)

 

들어가자마자 프로그램을 사고, 코트나 스카프, 무거운 짐을 맡긴 후 가벼워진 몸으로 아직은 텅 빈 카페로 올라가는 기분은 정말 좋다. 공연에 대한 기대감, 극장에 왔다는 설렘, 새로운 세계로 들어왔다는 기쁨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극장에 가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이다. 새로운 세계로 잠깐이라도 들어가는 것.

 

 

 

2층 카페 안쪽, 스트라빈스키 홀 쪽에는 이렇게 피아노가 한대 있다. 나처럼 빨리 온 관객 두분이 행복해하며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 주민이라 해도 마린스키에 오는 건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공연 보러 올때 예쁘게 차려입고 오고 특히 신관은 화려한 인테리어 때문에 다들 포즈 취하며 사진찍기 바쁘다. 셀카도 엄청 많이 찍는다. 이 두분은 모녀로 추정됨. 빨간옷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여인에게 이렇게 저렇게 서봐요~ 하면서 사진 찍어주고 있었다 :)

 

 

 

이게 그 카페 안쪽 스트라빈스키 홀.

 

 

마린스키 신관의 계단은 이렇게 되어 있다.

 

 

호박색 금빛이 아름답고 화려한 마린스키 신관의 매끄러운 벽. 마린스키 신관은 호박색, 구관은 하늘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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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26. 00:28

극장이 있는 그곳 2016 petersburg2016. 10. 26. 00:28

 

 

페테르부르크. 극장 광장. 찌아뜨랄나야 쁠로샤지.

마린스키 극장과 신관이 있는 동네.

 

이 바닥 이제 꽤 정나미가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극장을 좋아하고 어디든 극장과 무대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뛰긴 하지... 그림보다는 극장이 더. 하긴 어쩌면 내가 극장에서는 직접 일해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마린스키 신관 카페. 이날 슈클랴로프의 지젤을 보러 갔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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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마린스키 극장 신관의 기념품샵.

 

전에 여기서 오페라글라스를 비롯해 후드티나 에코백, 엽서, 음반 등 이것저것 사곤 했는데 이번에 갔을땐 액세서리 코너에서 예쁜 백조 브로치를 샀다. 실은 백조와 토슈즈 중 뭘 살까 고민하다가 백조를 산 거였다.

 

이 얘기를 하자 쥬인이 토슈즈 브로치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극장에 갔을때 샵에 들러 이렇게 진열장 사진을 찍은 후 쥬인에게 보내주었다.

 

너무 많아서 헷갈리나...

 

 

 

클로즈업..

 

실제로 보면 굉장히 앙증맞고 예뻤다. 쥬인은 예쁘긴 한데 브로치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고 옷에 맞추기 힘들것 같으니 안 사다 줘도 된다고 했다. 사실은 나도 이 브로치는 코디를 잘 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브로치 자체만 장식해놓으면 예쁠 것 같다...

 

맨위 진열장 사진에서 아래에서 두번째 줄, 가위와 발레리나 사이에 있는 하프 브로치도 좀 갖고 싶었음...

 

 

 

이게 내가 산 백조 브로치. 큐빅이 박혀 있다.

 

진열장 사진을 자세히 보면 파란 큐빅 박혀 있는 것도 있는데 난 그냥 투명큐빅 백조를 고름.

 

 

그래서 이렇게 달고 극장에 갔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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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8. 19:04

마린스키 신관 내부 사진 몇장 2016 petersburg2016. 7. 18. 19:04

 

 

지난 6월 19일, 마린스키 신관.

이날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교향곡과 봄의 제전 공연을 보러 갔었다. 슈클랴로프는 안 나왔지만 봄의 제전 때문에 간 거였다.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안무.

전에 공연 보고 메모 남겼지만 두 작품 모두 성에 차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했고 연주가 좋았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날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24)

 

신관에서 찍은 사진 몇장. 대부분 폰으로 찍었다.

 

 

 

 

프로코피예프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오른쪽 제일 아래 슈클랴로프의 로미오 사진이..

 

 

 

그래서 꽃돌이의 팬은 그의 사진만 확대하여 이렇게 찍어놓음

 

 

2층에 있는 카페.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렇다.

 

 

나는 보통 일찍 가서 입장해 카페 열자마자 들어가 자리를 잡는 편이다. 안 그러면 자리 없음..

 

이날은 몸이 좋지 않아 녹차 마셨다.

 

 

지하에 있는 코트 보관소. 이때도 일찍 왔기 때문에 텅텅... 그리고 여름이라 별로 여기 사람이 없다. 그러나 겨울이면... 터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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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대 인사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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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메모가 늦은 이유는, 어젯밤 돌아왔더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어 연결이 안됐기 때문이다. 간밤 늦게 노트북에 메모 남겨놓았던 내용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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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쯤 잠들었는데 4시에 깨고, 역시나 7시 안되어 깬 후 계속 1~2시간마다 깼다. 그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눈 감을 때마다 다시 잤다.

   

계속계속 잠만 자고 싶었다. 억지로 정오쯤 일어났고 씻은 후 어제 부셰에서 사온 플레이따 빵과 체리, 디카페인 티로 방에서 아점 먹었다. 어제 고생한 거 생각해서 차 마시기 전에 먼저 약 먹었고 아침엔 디카페인 티 마셨다.

 

나가려다 혹시나 마린스키 홈페이지 봤더니 지젤 베누아르 구석 자리가 갑자기 몇 개 나와서 급하게 그나마 제일 나은 자리 1개를 예매했다! 분명 내가 봤을땐 1열 자리였던 거 같은데 끊고 보니 2번이라 아마 두 번째 줄인 것 같다 ㅜㅜ 첫줄이면 좋을텐데. 그래도 지젤 표 얻은 게 어딘가...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를 볼 수 있구나... 사이드라서 한쪽이 많이 가리겠지만 할 수 없지 ㅠㅠ 뜻하지 않은 선물 같았다. 

 

4시 좀 안되어 나왔고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하철역 맞은편 꽃집에서 꽃을 샀다. 앞으로 슈클랴로프를 마린스키에서 볼 일이 드물어질 것 같아 아쉬워서... 이 사람이 오늘은 흰옷 입고 나오니 색깔 있는 꽃을 주고 싶었다. 빨간 장미를 주고팠지만 너무 활짝 피어서 곧 시들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 오렌지빛 도는 분홍장미 꽃다발을 샀다. 짧은 카드를 동봉했음.

 

옆의 하늘색 꽃무늬는 내 원피스 ㅋㅋ 꽃돌이에게 줄 꽃과 내 꽃옷. 꽃의 3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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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야 모르스까야에 생긴 라멘집에 가서 텐동과 오렌지주스 먹음. 사과주스를 잘못 갖다줬다며 미안하다고 오렌지주스를 또 가져다줘서 주스가 두 개가 되었다. (근데 오렌지주스도 남기고 사과주스는 거의 못 마심. 아까버...) 간만에 간장에 비벼진 밥 먹으니 좋았다. 일본 점원들이 일을 했는데 그래선지 여기는 요상망측한 퓨전 맛이 아니어서 좋았다. 난 우동국물이 먹고팠지만 라멘집이라 국물은 라멘만 있었다. 라멘은 짜고 기름져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리고는 고스찌에 가서 메도빅을 먹고 차를 마셨다. 역시 여기 메도빅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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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쯤 나섰다. 날씨가 매우 좋았다. 버스 타면 꽃 구겨질 것 같아서 꽃다발 안고 운하 따라 극장까지 걸어갔는데 은근히 무거웠다 ㅠㅠ 그리고 더웠다.

 

6시 반에 도착해 입장. 꽃을 맡겼다. 첨엔 예르마코프에게 주는 꽃다발 하나만 꽂혀 있었지만 나중엔 꽃이 가득 찼다. 오늘 젊은 안무가들 공연이고 무용수들도 많이 나오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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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없었다.

 

3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막은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 2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 유리 스메칼로프의 ’Ne me quitte pas'(녜 빠끼다이 미냐, 날 버리지 마),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Glina’,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레지, 오필리아’였고 3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이었다. 제일 마지막 것만 전에 이고리 콜브가 춘 영상을 봤었다.

 

사실 난 오늘 슈클랴로프의 ‘날 버리지 마’를 보러 온 거나 다름없었다. 이것도 마린스키 공고는 늦게 나왔지만 나는 슈클랴로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람이 20일 이 공연에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끊은 것이다. 제일 앞줄 가운데자리를 득템하면서도 혹시나 안 나오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나마도 이게 모던발레들 갈라라서 자리가 있었던 거지 딴 작품들은 자리 구하기 힘들었고 앞자리는 못 구했었다.

 

워낙 여러 작품들이라 리뷰는 나중에... 일단 간단한 인상만 적자면.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가 의외로 좋았다. 막스 리히터가 비발디 사계를 변주해 쓴 음악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거니와 콘다우로바와 즈베레프를 필두로 무용수들의 춤도 서정적이고 의외로 가슴에 와닿았다. 솔직히 어제 봤던 스트라빈스키 두 작품들보다 이게 더 좋아서 놀랐다.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는 유머러스했고 포킨의 장미의 정령에 대한 윙크 같기도 했다. 깜박 잠든 근위병이 귀족들의 춤에 대한 환상을 본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글리나’는 사실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움직임은 다채로웠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어 아쉬웠다.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러지, 오필리야’는 고만고만한 작품이었지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존재감이 강렬해서 그녀가 무대를 살렸다. 예르마코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테료쉬키나에게 묻히는 느낌이었다.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은 영상으로 볼때보다 훨씬 좋았고 재미있었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에 내가 영상을 봤을 때 놓쳤던 부분들도 많았다. 필립 스쵸핀이 왕 역으로 첫 데뷔했는데 여태 내가 본 스쵸핀 무대 중 제일 깔끔하고 멋있게 나왔다. 이 사람은 무대 분장을 연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왕을 춘 스쵸핀의 춤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초연을 이고리 콜브가 췄다보니 비교가 되었다. 콜브는 성격배우 특성이 있고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왕을 코믹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프게 표현했는데 스쵸핀은 좀더 반듯하고 젊어서 전자가 ‘왕’같다면 후자는 좀 ‘왕자’같았다. 그리고 스쵸핀이 팔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긴 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나를 버리지 마’.

 

이 공연 너무 짧다 ㅠㅠ 6~7분 정도 되려나. 아쉬워라...

 

마린스키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인 겔레나 가스카로바가 동명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흰 재킷과 바지의 수트를 차려입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의자에 앉아 괴롭게 몸을 움직이다 점차 무대를 선회하며 춤을 춘다.

 

조명은 책상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스카로바와 홀로 춤추는 슈클랴로프 양쪽에만 비춰지는데 흰옷을 입은 슈클랴로프는 어둠 속에서 하얀 불꽃처럼 춤췄다. 스메칼로프 안무 특유의 움직임들,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다운 애절하고 격렬한 감정 표출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심금을 울렸다. 본시 소프라노를 못 견디는데도 슈클랴로프의 춤과 잘 어울렸다.

 

흰 옷을 입고 격하게 몸부림치고 얼굴 전체로 고통과 열망을 표현하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누가 어떻게 이런 널 버리고 떠나겠니!’ 란 생각마저 들었다.

 

감정 북받치는 짧은 공연 후, 엄청난 브라보를 받았고 꽃도 많이 받았다. 아마 오늘 얘가 꽃 제일 많이 받은 듯... 내 꽃도 받았다 :) 뿌듯...

 

사진은 다 번졌다 ㅠㅠ 마린스키 신관 조명 미워.. 게다가 흰옷이니 망할 줄 알긴 했다만 아깝다. 정말 아름답고 근사했다.

 

 

이게 그나마 덜 번진 사진이다 허헝헝..

 

이건 번지긴 했지만... 꽃다발 잔뜩 받은 모습... 저기 내 꽃도 있어어어 ㅠㅠ 근데 번져서 분간도 잘 안돼 ㅋㅋ

 

 

그래서 아쉬우니... 함께 무대에 올랐던 겔레나 가스카로바(Gelena Gaskarova)가 백스테이지에서 찍어 인스타그램 올린 사진 한장. 스메칼로프, 가스카로바, 슈클랴로프 :)

 

아아, 녜 빠끼다이 미냐, 녜 빠끼다이 나스, 발로쟈!

 

..

 

끝나고 원래 석양보며 걸어가려 했는데 세상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비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ㅠㅠ 역시 뻬쩨르..

 

그래서 샵에서 산 마린스키 후드 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급하게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27번이 와서 탔고 앉았다.

 

내려서도 후드 티를 머리에 쓰고 급하게 호텔로 달려들어옴. 제일 작은 사이즈만 있어 긴가민가 하다 그냥 샀는데 요긴하게 우비 대용으로 개시함 ㅠㅠ (입어보니 지금은 여유 있게 잘 맞는데 좀만 살찌면 살짝 타이트해질 것 같다 ㅠㅠ 살찌면 안되겠고만...) 흑흑, 중국 찻잔은 누룽지랑 된장국으로 개시하고 마린스키 후드 티는 우비로 개시했어... 돌아와서 빨아서 옷걸이에 말리고 있다.

 

..

 

 

근데 방에 왔더니 청소부가 창문 열어놓고 간게 안 닫혔다. 어제도 안 열리더라니.. 리셉션에 전화하자 여직원이 왔는데 이 방이 전에도 창문이 그랬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2년전에도 내 방 창문이 이랬었다. 앙글레떼르는 창문이 좀 문제인가보다 ㅠㅠ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가. 결국 다른 남자직원도 와서 힘으로 눌러서 닫았다. 앞으로 열면 안되냐 했더니 안 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힝...

 

그리고 와이파이가 안돼서 내방만 이러나 싶어 내려가 물었더니 지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나만 그런게 아니니 다행인가. 그래서 여기 메모 쓰고 있음.

 

내일은 날씨가 좋으면 k갤러리에 가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화장품을 사려는 중이다. 수분크림 똑 떨어짐... ㅠㅠ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어서 그렇다.

 

무지 배고픈데 먹을게 없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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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21. 01:21

슈클랴로프 공연 보러 마린스키, 꽃 dance2016. 6. 21. 01:21





마린스키 신관. 오늘은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갈라 공연이다. 슈클랴로프가 스메칼로프 안무의 'Ne me quitte pas' (날 버리지 마)에 나온다.


꽃돌이 주려고 꽃 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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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료샤는 내가 어제 묵은 호텔 조식 자체는 그냥 그래도 9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니 조식을 추가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내고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빵이 의외로 맛있었고 과연 전망이 훌륭했다. 아마 조식 시간이 끝나갈 때 가서 얼마 없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냐는 오늘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해서 거기 갔다. 료샤는 오전에 들러 나와 함께 그 전망 좋은 창가에서 같이 조식을 먹었다. (레냐도 무지하게 같이 먹고 싶어했지만 다음주에 꼭 같이 먹자고 달래놓음. 어른들이 하는 건 다 좋아보이는 것이다 ㅋㅋ)

 

 

밥먹으러 올라갈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그냥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만. 며칠 후 다시 가서 묵으면 카메라 가지고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이츠키 사원(이즈마일로프 사원)도 보여서 이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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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숙소를 다시 옮겨야 했다. 료샤가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짐을 좀 챙겨야 했고 너무 빨리 가면 체크인 시간과 맞지도 않았다. 료샤는 오늘 무슨 물건을 가지러 파블로프스크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나한테 같이 가자고 꼬셨으나 나는 오늘 공연이 있었음) 오전에 가고 나는 정오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겨놓고 2시에 택시를 예약해둔 후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근데 너무 추웠고 비가 왔다.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돌아와야 하니 주변 지리도 좀 알아볼겸 걸었는데 사도바야 거리와 센나야 광장이 금방 나오는 걸로 봐서 지리는 금세 깨쳤다. 문제는 추웠다는 것. 그리고 내내 안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면서 빈속에 차를 좀 마셨고 그 이후 약을 먹었더니 카페인 때문인지 너무너무 가슴이 북받치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너무 북받치고 뻐근해져서 잠시 심장발작인가 하고 겁에 질리기까지 했다. 식도염 악화 증상이긴 한데... 아마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약을 먹어서 그런것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괴로워하며 목과 가슴을 누르고 헤맸다. 카페도 안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카페는 전부 식당 겸용이었는데 비가 오니 음식 냄새 배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추위와 뻐근함으로 괴로워하며 좀 헤매다 호텔 근처 모퉁이에서 어느 베이커리 카페 발견. 그냥 빵 구워 파는 곳이었는데 의외로 여기가 오아시스였다. 손님도 없고 빵과 케익을 팔고 홀은 좁았지만 창가 자리가 좀 호젓했다!

 

 

구석 귀퉁이의 창가 자리가 무척 호젓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은 자리였다. 며칠 후 저 호텔로 돌아가면 이 카페에 아침 먹으러 와야겠다.

 

 

카페인 없는 열매 티 한잔(약간 히비스커스 블렌드 맛이 남)과 메도빅 주문. 여기 메도빅은 맛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프라하 카페였는데 그래선가 ㅋㅋ

 

 

어제 서점에서 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단문집을 좀 읽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메도빅을 먹고 좀 앉아 있었더니 가슴 통증이 좀 가셨다. 아아 조심해야겠다. 다시는 빈속에 차 마신 후 약먹지 말아야지... 한국 돌아가면 의사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지지난주 토요일,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친구인 쥬인과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샀던 팔찌 중 하나. 오늘 파랑하양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기에 맞춰서 하고 나왔다. 팔찌를 보니 쥬인 보고 싶네.

 

..

 

2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이삭 성당 앞으로 이동. 세번째 호텔에 체크인했다. 여기서는 다섯밤을 자고 다시 아까 호텔로 돌아간다. 이렇게 중간중간 일정을 연장할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ㅠㅠ

 

방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은 5시 공연이었다. 가방을 좀 풀었고 너무 추워서 결국 원피스 포기. 진과 긴소매 티셔츠, 카디건에 트렌치코트 도로 꺼내 입었다 ㅠㅠ 아아 정말 너무해...

 

...

 

추워서 버스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두 곡을 각기 다른 안무가가 안무한 작품이었는데 사실 이게 아주 보고 싶어서 끊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두번째 작품이 봄의 제전이라 끊은 것이다. 어쨌든 나의 첫번째 발레라서 애착이 있다. 오늘의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버전인데 마린스키에서 발츠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 공연은 둘다 신관인데다 별다른 무대 배경 없이 조명이 강해서 사진은 다 번짐. 그나마 여기 올린게 건진 것임 ㅠㅠ 꽤 앞줄이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긴 슈클랴로프가 안나오니 굳이 열심히 찍고자 하진 않았기에... 정성이 없어서 더 번졌나보다 ㅠㅠ

 

첫번째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 심포니'였다. 지난 봄에 '라두 포클리타루'를 초빙하여 안무해 초연했었는데 음악은 몇번 들어봤지만 공연은 영상도 본적이 없었다. 스베틀라나 이바노바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주역으로 나왔고 예카테리나 치브이키나, 타치야나 트카첸코, 알렉산드라 이오시피디가 운명의 3여신으로 나왔다.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생명의 집단적 원형질에서 남자와 여자가 각각 1명씩 세상에 나와 스스로의 개인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이들은 운명의 3여신의 붉은 실에 매여 있으며 결국은 전쟁으로 상징되는 3악장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르고 실이 끊겨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이런 스타일의 발레가 그렇듯 플롯보다는 움직임과 무대미술, 음악이 더 강렬했다.

 

글쎄... 내 마음에는 아주 안 들었다. 일단 안무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운명의 3여신도, 비둘기에서 독수리로 옮아가는 영상 배경과 개성 없이 단체로 떼지어 춤추는 군무, 아크로바틱한 리프팅과 회전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춤... 모두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남는 건 없었다. 하나 남는다면 음악인가... ㅠㅠ

 

세르게예프와 이바노바는 둘다 좋은 무용수고 잘 췄지만.... 그리고 세르게예프가 여태 본 무대 중 제일 섹시해보였지만... 보는 내내 작품에 비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발레 안무가들이 너무나 잘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포클리타루 역시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한 장만. 어차피 다 번졌음 ㅠㅠ

 

 

 

두번째가 내가 보러 간 목적인 봄의 제전.

 

난 사실 사샤 발츠 안무의 제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제물로 등장하는 제전이라 궁금했고 발츠 안무 제전을 무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보면 또 다르리라는 기대를 했다.

 

흠...

 

발츠는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뭐랄까... 원시적이고 격렬하고 광적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가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육체의 광란과 샤먼의 광기를 표출하고는 있지만 실은 굉장히 계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는데 무대로 봐도 그랬다. 무용수들은 잘 췄고 연주도 아주 좋았다(게르기예프가 지휘했음) 그러니 아마 이것은 발츠의 안무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좀더 격렬하고 좀더 원초적인 춤을 원했다. 그런데 사샤 발츠의 제전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영상으로도 무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의 늘씬하고 강렬한 콘다우로바는 아름답고 근사하고 처절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내게 콘다우로바는 '진짜 제물' 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쯤은 발츠가 제물과 종족들의 관계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악이었다. 그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본전 찾았다. 역시... 봄의 제전은 러시아 지휘자와 러시아 오케스트라일 때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난 마린스키 무대에서만 봄의 제전을 세가지 안무 버전으로 봤구나... 물론 다른 무대에선 또 다른 버전을 봤지만... 하여튼 오늘은 음악이 제일 좋았다.

 

사진 엄청나게 번짐 ㅠㅠ 가운데 자주색 의상의 긴머리 여인이 주역이었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엄청나게 번졌다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진도 한 장... ㅠㅠ

 

게르기예프 요즘 백야축제에 아주 자주 나오고 계심.

 

그러고보니 내내 발레 메모까지 전부 러시아 메모에 올리고 있었네... 나중에 각 공연에 대한 메모는 떼어서 발레 폴더로 옮겨놔야겠다. 근데 제대로 리뷰를 쓴건 없어서..

 

..

 

짧은 두개의 작품들이라 끝나니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비가 멎었기 때문에 운하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까지 쭉 올라가서 물과 체리를 사고 길을 건너 또 올라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초입에 있는 부셰에서 빵을 한개 사왔다. 이번 호텔도 조식 불포함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체리랑 차랑 먹으려고... (전기포트 달라고 해서 얻었음)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엄청 줌 당겼지만 이게 한계... 검정회색 갈매기 한 마리.

 

..

 

전기포트를 드디어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룽지 반봉지와 즉석 된장국 약간에 끓는 물을 부어 볶음김치와 참치, 조식 테이블에서 건져온 삶은 달걀로 늦은 저녁 먹음. 살것 같다, 된장국이랑 볶음김치.. 엉엉...

 

 

 

.. 뜬금없이 안 어울리게 저 화려한 잔은 뭐냐고 하신다면..

첫번째 호텔 옆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발견해 샀던 찻잔. 아직 이거 하나밖에 안 샀다. 그냥 저런 스타일 찻잔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샀는데 사고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임 -_- 망했어... 에잇... 여기까지 와서 중국 찻잔을 사다니 ㅠㅠ 짐도 무거운데...

 

하여튼 그래서 이놈을 오늘 개봉하여... 누룽지랑 된장국 담아 먹는 용도로 개시함 ㅋㅋ 미안해 중국 찻잔아... 근데 네가 꼭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 거는 아니야... 예전에 로모노소프도 그랬어 ㅋㅋ

 

 

찻잔 : 이쁘다고 살땐 언제고 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냐! 차도 아니고 된장국에 누룽지로 개시하다니 엉엉...

토끼 : 야, 옛날에 로모노소프님들은 심지어 개시할 때 볶음김치랑 컵라면도 담아먹었어! 된장국이랑 누룽지면 양호한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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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9. 23:01

마린스키 신관 카페, 스트라빈스키 dance2016. 6. 19. 23:01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사샤 발츠 버전)과 다른 신작 공연이 있다. 이건 혼자 보러 옴. 곧 시작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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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마린스키 신관에서 유리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소비에트 시절 드라마틱 발레인 청동기사상 보고 옴.

 

푸쉬킨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1막은 표트르 대제의 페테르부르크 건설과 그의 무도회, 2막은 소박한 연인 예브게니와 파라샤의 사랑, 3막은 홍수로 인해 파라샤를 잃은 예브게니가 슬픔으로 광란하여 최후를 맞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시간이 늦었으니 자세한 감상은 나중에 따로 쓰기로 하고.. 오늘은 자기 전에 간략한 메모만 먼저 남긴다.

 

 

슈클랴로프는 정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훨훨 날아다닌다. 사실 2막에서 얘가 좀 삐끗했다. 서정적 아다지오는 참 잘 소화했는데 솔로 바리아시옹을 할때 두세번 헛디디거나 균형을 잃었다. 좀처럼 안 그러는 앤데 안타까웠고 쟤가 몸이 덜 풀렸나 싶었다. 그러나... 3막에서 그는 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인지! 왜 스메칼로프가 바로 그를 예브게니 역 타이틀 롤로 점찍었는지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2막에서는 테료쉬키나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빛을 발했다면 3막은 온전히 슈클랴로프의 몫이었다. 이것은... 아아, 남자 지젤... 사랑과 광란의 모습을 너무나 가슴 절절하게 표현했다. 격렬한 움직임이 계속되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을텐데 광기어린 춤과 더욱 광기어리고 슬픈 표정 탓에 가슴이 정말 찢어졌다...

 

게다가 이 사람은 정말 프록코트가 잘 어울리는구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때 이미 알아봤지만... 청초하고 로맨틱한 예브게니라니.. 푸쉬킨 원작 서사시의 예브게니는 그냥 불쌍하고 작은 인간이었는데 대체 이 사람의 예브게니는 이렇게 청순할 수가 있는가... 어흑...

 

발레 자체는, 음, 내 개인적 취향으론 1막은 맞지 않았지만 러시아 사람들, 특히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에겐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 소비에트 시절 내용에 제일 가깝게 리메이크한 것도 이 1막일 것이다. 나는 2~3막이 좋았고 특히 3막의 예브게니 광란 씬이 좋았는데 딱 하나 아쉬웠던 건 에필로그에서 다시 한번 예브게니와 파라샤가 등장하는 것. 이게 좀 사족인데... 사실 스메칼로프 안무 작품들 대부분이 꼭 맨끝에 그런 덧칠을 한번씩 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ㅠㅠ 하여튼 3막은 에이프만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스펙터클이었다. 스메칼로프에게 이정도 대작을 맡기다니, 마린스키에서 꽤 신망을 쌓은 것 같다.

 

오늘 보니 방송국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그래서 늦게 시작함),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직접 지휘도 하는 등 아마 나중에 영화 상영이나 방송으로 나올 모양이다. 대왕기대... 이거 진짜 dvd 사고픈데.. 2막에서 슈클랴로프가 삐끗한 건 프리미어 때 찍어놓은 걸로 대체 안될려나 ㅠㅠ

 

하여튼 자세한 감상은 내일이나 모레..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가 미쳐서 하하하 웃던 게 아직 기억에 남는다. 전에 초연 기사에서 누군가가 연기는 좋았지만 발성은 좀 더 연습해야 할거라 했는데 이 사람은 무용수지 연극배우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그 기사 때문에 기대 안했는데 난 좋았다. 생각보다 훨씬 가슴을 울리는 웃음소리였다.

 

앞에서 사진 찍었지만.. 망했다. 원래 마린스키 신관은 조명 때문에 의외로 사진이 잘 안나오는데... 게다가 이 발레는 다들 흰옷을 입고 나오고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도 순백 의상을 입어서 빛이 다 번지는 바람에 건진 사진 거의 없다 어흑흑... 디뷔디 내주세요..

 

그나마 건진 거 두장... 나머지는 좀 더 뒤져봐서 내일...

 

 

 

 

아흑.. 역시 이 사람들은 춤도 잘 추고 호흡도 잘 맞고 너무 아름다운 페어인데... 강한 언니 스타일의 테료쉬키나도 이 작품에선 어찌나 하늘하늘하고 안타까운지 ㅠㅠ 그리고 저 청순한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는 로미오 더하기 지젤이야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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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극장 예약 포스팅은 마린스키 신관 카페.

 

작년 7월.

이날은 다닐라 코르순체프와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가 춘 백조의 호수를 보러 간 날이었다.

마린스키 신관 카페에서 차 한잔, 딸기 타르트 한개 먹으며 기다리는 중.

 

그러나 곧 저 빈자리에 료샤가 합류.. 나의 저 조그만 딸기 타르트를 반이나 뺏아먹는 만행을 저지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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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예약 포스팅은 마린스키 신관 지하의 코트 보관소(가르제로브)

여기 옷을 맡기고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할 수 있다.

구관은 복도마다 조그맣게 보관소들이 중간중간 끼어 있는데 신관은 지하 전체가 이렇게 되어 있다. 일찍 가면 널찍하고 좋긴 한데 여기 역시 끝나고 나면 빨리 가지 않으면 사람이 드글드글... 그래서 아예 빨리 가든지 아예 커튼 콜 끝까지 다 보고 제일 늦게 나오는 게 낫다.

 

이땐 백야라서 저녁 공연이었지만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한시간 전부터 입장인데 빨리 가서 제일 먼저 입장했더니 텅 비어 있었다. 이런 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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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저녁. 마린스키 극장 주변 풍경 몇 장.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이었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서 잠시 주변을 산책했었다. 황혼녘이라 온통 어스름의 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른편 건물이 마린스키 신관이다.

 

 

 

이 사진의 오른편 건물은 마린스키 극장 구관.

 

 

 

구관과 신관은 이렇게 좁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뒤로 보이는 첨탑 실루엣은 니콜스키 사원. 무척 아름다운 사원이다.

 

 

 

왼편이 신관, 오른편이 구관.

 

 

 

운하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그 위로 눈이 쌓여 있었다. 다시 그 위로 비가 내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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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9. 21:14

극장 밖, 극장 안 : 마린스키 신관 russia2015. 11. 9. 21:14

 

 

지난 7월에 갔을 때. 마린스키 신관에서 찍은 바깥 풍경과 내부 사진 몇 장.

 

7월에 갔을 때는 일주일밖에 머무르지 못해서(그나마 왕복 빼면 6일..) 공연은 4개 봤는데, 마린스키 구관에서는 슈클랴로프와 마트비옌코의 라 바야데르, 나머지 3개는 모두 신관에서 봤다. 백조의 호수, 해적,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오페라 토스카였다(유일하게 좋아해서 되풀이해 보는 오페라임)

 

토스카 보러 갔던 날. 마린스키 신관. 창 너머로 찍은 바깥 풍경. 우중충...

 

 

 

이건 2층 카페 창 너머로 찍은 것. 오른편으로 마린스키 극장 구관 건물 일부가 보인다.

 

 

 

바깥 풍경 두 장에 이어 이날 공연 무대. 토스카. 이건 커튼 콜 직전 막 내려왔을 때.

 

 

 

이건 막간에 찍은 것. 좀 번졌네..

 

 

발레는 돈을 투자해 1층 앞에서 봤지만... 오페라는 그정도 애호가는 아니므로... 돈을 아끼기 위해 2층 사이드 뒷줄에서 봄... 그래서 구도가 이렇다 :)

 

리뷰는 못 썼지만.. 이날 본 마린스키 토스카 좋았다... 토스카 역의 마리야 굴레기나도 훌륭해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앙코르까지 했다. 스카르피아가 머리 벗겨져서 좀 슬펐지만... (원래 스카르피아를 엄청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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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9. 20:53

극장 - 마린스키 russia2015. 10. 19. 20:53

 

 

 

 

 

 

 

 

 

7월. 발레 해적 보러 갔던 날.

맨 위 두 장은 마린스키 신관 내부.

세번째 사진은 공연 시작 직전, 운하와 마린스키 극장(구관)

마지막은 공연 마치고 나와서 찍은 마린스키 신관. 7월 백야 막바지 시즌이라 캄캄하지는 않다.

 

..

 

 

이 바닥에는 미치도록 환멸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극장은 그립다. 극장에서는 일을 안 해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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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8. 14:58

춤, 무용수들, 극장 사진 몇 장 dance2015. 10. 18. 14:58

 

 

마음의 위안을 위해.

마린스키 발레단 '곱사등이 망아지' 홍보 이미지. 왼편에 있는 여왕 역은 알리나 소모바.

러시아어를 아신다면 이 무대 세트 자체로 '곱사등이 망아지'라는 러시아어 제목을 형상화하고 있는 게 보이실듯. 재기넘치고 발랄한 이미지이다.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최근.

1948년 1월생이니 올해로 67세이지만 여전히 춤을 춘다. 여전히 근사하다.

이번에 소련 시절 미국으로 망명했던 시인 브로드스키를 소재로 한 작품 무대에 올랐다. 아침에 꽤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무용수로서도 위대하지만 굉장히 똑똑하기도 한 사람이다.

내게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했던 두 사람 중 하나.

 

 

 

이 사람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신예 무용수 다비드 잘례예프.

사진은 '아가씨와 건달' 중 주인공 건달을 추는 모습.

 

 

 

 

 

위안을 위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저승 세계의 오르페우스, 유리 스메칼로프 안무.

사진은 Irina Tuminene

출처는 슈클랴로프의 인스타그램.

 

 

 

사진은 alex gouliaev.

신데렐라의 왕자를 추는 중. 출처는 슈클랴로프의 인스타그램.

 

 

 

라이몬다.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Matt Masin.

 

 

 

라이몬다.

옥사나 스코릭과 함께.

이 아름다운 극장은 마린스키.

 

 

 

이건 마린스키 극장 브 콘탁테 페이지에서.

마린스키 신관 무대 백스테이지. 발레 '카니발' 시작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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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신관은 황금빛 호박색 대리석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곳인데, 물론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의 아우라는 아직 갖추지 못했지만 공연장으로서는 꽤 훌륭하다. 무대 보기도 좋고.

 

이곳 내부 사진을 한두번 조금씩 올린 적은 있지만 전체를 다 소개한 적은 거의 없는데, 갈때마다 사진은 많이 찍어놔서 언제 한번 전체를 조망해봐야지.. 하다가도 귀찮아서...

(근데 다시 찾아보니 한번쯤 내부와 외부 사진 대충 훑어 올린 적이 있긴 하네...)

 

태그의 마린스키 신관을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이 극장 사진들을 볼 수 있다~ 혹은 공연 보러 가서 막간에 올린 메모도.

 

오늘은 이 신관 내부의 계단 사진만 몇 장 :)

 

이건 2층과 3층. 천정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들이 보인다.

 

 

 

이건 사이드 계단.

 

 

 

1층에서 3층(1야루스)까지 곧장 연결되어 있는 기나긴 계단 :)

막간이 되면 여기서 포즈 잡고 사진 찍는 드레스 차림 미녀들이 많다.

 

 

 

이것도 2층에서 3층 가는 계단. 이건 2층에 있는 카페에서 찍었다.

 

 

** 보너스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장식 사진 세 장. 마린스키 신관의 상징적 풍경 중 하나. 이 크리스탈 장식들은 전에도 다른 사진 올린 적 있음.

 

 

 

 

 

 

 

* 크리스탈 장식 다른 사진들은 여기(좀 더 밝게 찍은 버전이다) : http://tveye.tistory.com/2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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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더워서 지치는 날씨다. 2월에 갔을 때 찍은 추운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

모두 2월 21일에 찍은 것. 이날은 진눈깨비가 내렸고 나중에는 겨울비로 바뀌었다.

 

먼저 예술광장의 푸쉬킨 동상. 푸쉬킨의 뒤로 보이는 건물은 루스끼 무제이, 즉 러시아 박물관.

 

 

 

이건 이탈리얀스카야 거리에 있는 '오네긴'이라는 기념품 가게. 머물던 호텔과 가깝기도 하고 여기 물건들 중 내 맘에 드는 예쁜 것들이 좀 있어서 몇번 갔다. 푸쉬킨 동상이랑 가까운 곳에 있고 이름도 오네긴 :)

 

 

 

이날 저녁, 발레 안나 카레니나 보러 갔다가 입장까지 시간이 남아서 산책하다 찍은 사진. 마린스키 신관.

 

아아, 추위가 그리워! 페테르부르크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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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이번 마지막 공연인 마린스키 발레 '해적' 보러 가는 길에 찍었던 사진 몇 장.

날씨가 매우 좋았던 날이다. 오전에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갔었고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공연 보러 나갔었다. 숙소가 있는 포취탐스카야 거리에서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 쪽으로 가서 모이카 운하로 나온 후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면 데카브리스트 거리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에 이를 수 있다.

 

가운데의 곡선 램프가 보이시는지. 저 거대한 가로등 램프가 양쪽에 서 있는 저 다리의 이름은 '포나르느이 모스트', 즉 가로등 램프 다리이다.

 

 

 

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1세가 베네치아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도시이기 때문에 운하와 다리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 도시는 옛날부터 북방의 베네치아라고 불렸다. 나는 업무 때문에 베네치아에도 여러번 가봤고 그곳 운하와 다리들도 많이 걸어본 편인데 페테르부르크는 확실히 운하 도시이긴 하지만 '북방의'가 중요한 것 같다. 베네치아는 훨씬 손때묻고 아기자기하고 전통적이고 뜨끈뜨끈하고 화사하다. 페테르부르크는 보다 인공적이고 차갑고 환상적이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도시이다. 그리고 황제의 뜻에 따라 인위적으로 계획되어 지어진 도시, 러시아라는 국가의 특성, 기후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는 베네치아보다 더 넓고 반듯하다. (그러나 역시 운하도시인 암스테르담과 비교하면 이쪽이 더 좁고 무질서해보였는데, 그건 서구 유럽과 러시아의 특성이 또 달라서일지도..)

 

하여튼 나는 베네치아보다도, 암스테르담보다도 페테르부르크가 제일 좋다 :)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게 바로 어떤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새나 짐승이 보이면 꼭꼭 사진을 찍어봄 :)

 

 

 

다리마다 이렇게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이 다리는 포취탐스키 다리.

 

 

 

전날까지 비오고 춥다가 드디어 찬란한 백야 시즌의 여름 날씨.. 이날 유람 보트 탄 사람들은 행운!!

 

 

 

 

 

페테르부르크는 운하와 다리가 많아서 이렇게 난간 문양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로 러시아 사람들이 페테르부르크를 만화로 표현하면 꼭 강물과 다리 난간이 나온다!

 

 

 

 

 

언제나 그렇듯 수면에 부딪치며 자잘하게 부서지는 찬란한 햇살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이렇게 마린스키 극장 도착. 해적은 신관에서 공연했기 때문에 신관으로 건너가고 있음. 신관의 유리창에 맞은편 마린스키 극장 구관이 그대로 비치고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실제로 마린스키 극장과 신관 사이에 서게 되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풍경에 매혹된다. 여전히 내게,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에게 진짜 '극장'은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 구관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도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여러 차례 공연 보러 가보니 신관에도 이미 애정이 생겼음(일단 공연 보기가 좋다)

 

다시 가고 싶다!! (항상 결론은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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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너무나 아쉽지만..

이번 시즌 슈클랴로프의 마지막 무대였던 라 바야데르를 보고 와서 행복... 작년 여름에도 이 사람이 춘 라 바야데르를 연속 두번 봤었는데 역시 다시 봐도 이 사람은 솔로르가 참 잘 어울린다..

 

이번 커튼 콜은 전보다 좀 짧아서 사진은 많이 못 건졌다만... 하여튼 너무 근사한 남자다..

 

니키야를 춘 상대역인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함께. 마트비옌코는 작년 라 바야데르 땐 감자티를 췄었다. 미모와 비율을 갖춘 무용수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이 춤추는 스타일은 나와 약간 안 맞는다.. 테료쉬키나가 니키야를 췄을 때와 많이 비교되긴 했다...

 

 

 

 

인사하고 계심...

 

고마웠어요, 발로쟈! 열정적인 무대, 아름다운 솔로르였음!!

 

 

 

이 사람 잘 보면 팬들이 소리지르며 환호하고 박수치자 눈웃음치고 있음 :)

 

 

 

 

그리고 25일의 해적 공연. 내 첫사랑 무용수 예브게니 이반첸코...

당신 여전히 늘씬하고 우아한 자태가 멋지더군요...

 

상대역 메도라는 아름다운 알리나 소모바. 그런데 나는 이반첸코에게 집중한 나머지 이렇게 소모바를 잘라먹고 말았다..

 

 

 

마린스키 남성 무용수들 중 최고의 각선미를 자랑하던 예브게니 이반첸코. 여전히 그 다리는 멋있었다...

 

발레 리뷰와 사진들은 나중에 피로 좀 가시면 따로 더 올려보겠다.

 

 

** 슈클랴로프가 나온 이 날의 라 바야데르 보고 쓴 아주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891

 

** 이반첸코가 나온 해적 보고 쓴 아주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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