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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에 해당되는 글 44

  1. 2024.10.09 토끼인데 털옷 없어 2
  2. 2024.10.09 엘스카 풍경
  3. 2024.10.08 10.7 월요일 밤 : 쉬다가 나가 이탈리아 요리, 다즐링과 나뚜라 시베리카, 카페인,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결국 일
  4. 2024.10.07 마냐와 마리야 루스타모브나 사이
  5. 2024.10.07 엘스카 커피 Elska Coffee
  6. 2024.10.07 테이스트 맵 Taste Map 2
  7. 2024.10.07 10.6 일요일 밤 : 볼트로 발품과 시간 절약, 카페랑 밥으로 하루 끝, 다시 쓰고 싶은데
  8. 2024.10.06 10.5 토요일 밤 02 : 맛있었던 컵라면, 이 동네에 뚱카롱이, 백차가 왜 그런 거니, 일 생각 안해야 되는데
  9. 2024.10.06 10.5 토요일 밤 01 : 스티클리우의 천사, 좋았던 날씨, 어물어물 네리스 강변, 광장과 공원과 거리들, 가게들 구경
  10. 2024.10.06 이딸랄라 카페 italala caffe
  11. 2024.10.05 10.4 금요일 밤 : 빌니아우스, 보키에치우, 디조이, 필리에스 거리 산책, 오늘도 추웠음, 조식, 팟타이, 카페인 다시 1
  12. 2024.10.04 할머니에게서 산 꽃
  13. 2024.10.04 추워서 잠깐 들어온 카페 Eskedar Coffee Bar 2
  14. 2024.10.04 10.3 목요일 밤 : 에어발틱은 별로였지만, 미모의 힘, 다시 빌니우스, 비 때문에 고생, 대충 먹고 들어옴 + 제발 아니길
  15. 2024.10.03 리가 공항에서
  16. 2024.10.03 체크아웃, 잘 쉬었다 가요
  17. 2024.10.03 10.2 수요일 밤 : 코트를 입음, 파루나심 카페테카, 잠깐만 이별, 러시아 식당, 로켓 빈 로스터리, 지난한 짐 꾸리기, 리가 4
  18. 2024.10.02 10.1 화요일 밤 : 추워짐, 시장, 아르누보 거리, 리가 타파스 2
  19. 2024.10.01 9.30 월요일 밤 : 리가 구시가지 클리어 4
2024. 10. 9. 02:01

토끼인데 털옷 없어 2024 riga_vilnius2024. 10. 9. 02:01

 

 

이건 민트 비네투에서 대충대충 크로키. 엄청 계산해가며 옷을 챙겨왔다만 결국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음습한 10월 추위 때문에 이 동네에서 의류매장들을 들락거리며 구경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음. 저 코트 안 입었음.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9. 01:57

엘스카 풍경 2024 riga_vilnius2024. 10. 9. 01:57

 

 

 

오랜만에 스케치. 오전에 볕 좋을 때 엘스카에 가서 카페 풍경 그림. 그런데 엘스카는 여태까지 스케치했던 모든 카페들을 통틀어 제일 어려웠다. 2층 카페인데다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내 무지개 테이블과 저 갈색 소파 사이의 테이블들은 생략함. 그랬더니 뭔가 무지개 테이블만 동동 뜬 것 같지만 ㅎㅎ 원래 모습보다 50분의 1쯤으로 간소화, 대충대충이 되었습니다만 사진들도 많이 올렸으니 본모습과 예쁨은 그 사진들로 봐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좀 짧은 메모.

 
요즘 자정 즈음 잠든다. 시차 적응은 다 했고 새벽에 깨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좀 뒤척이다 다시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6시 반쯤 깨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고 8시 반에 일어나 대충 씻고 조식을 먹고 왔다. 평일엔 조식 시간이 10시까지라 의도치 않게 부지런한 생활 중. 우리 나라였다면 쉬는 주말엔 거의 정오까지 침대에 달라붙어 있는데.... 그래도 누가 밥을 주는 건 좋다. 청소해주는 것도.
 

오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방에 들르셔서 며칠 전 사놓았던 마카롱과 어제 조식 테이블에서 가져온 팅기니스, 방에 있는 캡슐 커피 등을 먹고 쉬다가 두시 즈음 늦은 점심을 먹으러 숙소 근처에 있는 ’bonocosi’라는 이탈리아 식당에 갔다. 늦은 시각이라 손님이 거의 없었다. 배가 많이 고파서 마르게리타 피자 30센티 짜리와 파르메지아노 멜란자네, 즉 가지 요리를 시켰다. 피자는 너무 크니까 남기면 싸가야겠지 했는데 끝의 도우를 잘라내고 치즈 든 부분은 다 먹음. 가지도 간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그리고는 빌니아우스 거리의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 다즐링 햇차를 사러 갔다. 작년에 사다주셨던 오렌지 밸리 퍼스트플러쉬는 이번에는 없었고 다른 다원 차들만 들어와 있었다. 전에 사보긴 했지만 이번엔 햇차이고 품질도 좋아서 다즐링 Risheehat를 100그램 사고 티백 다즐링도 샀다. 빌니우스 카페들에는 다즐링 내주는 곳이 거의 없고 방에 비치된 홍차 티백이 맛없어서... 내일은 이 잎차를 우려 마셔봐야겠다.

 
빌니아우스에서 보키에치우 쪽으로 걸어갔고 영원한 휴가님이 근처 도서관에 데려가 주셔서 구경을 하고 스트루가츠키, 펠레빈 책도 들춰보았다. 이후 영원한 휴가님은 유치원을 마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시고 나는 다시 게디미나스 대로 쪽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빌니아우스 거리에 있는 유로코스 라는 드럭스토어에 갔다. 여기도 드로가스랑 비슷해서 올리브영 같은 곳이었는데 물건들이 또 달랐다. 이쪽이 좀더 품질이 나은 것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나뚜라 시베리카가 있어 깜짝 놀랐다. 이게 러시아 브랜드라 블라디보스톡이나 뻬쩨르 갈때마다 샀는데 어떻게 여기 있지? 하며 좋아하다 샤워젤을 하나 샀다. 숙소에 비치된 샤워젤은 좀 높이 달려 있고 펌핑이 잘되지 않아 불편해서. 나중에 꼼꼼히 보니 노어는 하나도 없고 ‘시베리아에서 생겨나 유럽에서 만듭니다’ 라고 적혀 있고 생산지도 에스토니아로 되어 있었다. 흠, 몇 년 전 나뚜라 시베리카 창업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러시아 뉴스 트윗에서 봤는데 그 이후 회사가 에스토니아 쪽으로 넘어간 건가. 아니면 유럽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에스토니아 쪽 지부를 활용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반가웠다.
 


추위는 많이 가라앉았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조식 테이블에서 마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 외엔 방에서 녹차 한두 모금이 전부라 아무래도 카페인 부족 같았다. 그래서 빌니아우스에 있는 홀리 도넛에 들어가봤는데 오후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도넛이 거의 없고 장사 접는 분위기라(여름엔 복작거렸는데) 일단 방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은 후 책을 들고 근처 카페인에 갔다. 여기가 제일 만만한게 확실히 별다방을 벤치마킹하는 곳 같다. 가을이라고 펌프킨라떼 이런 것도 나왔다. 카페는 꽉 차 있었고 나는 홍차 한잔과 라즈베리 에클레어를 시켰다. 이 에클레어는 아이싱이 다 갈라지고 맛이 별로라 실패였다. 역시 클래식한 초코 에클레어가 제일인 것 같다.
 


하여튼 카페인과 당분이 들어가자 놀랍게도 두통이 가셨고 카페에 앉아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을 끝까지 다 읽었다. 이 책은 아주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가슴을 무겁게 울리는 뭔가가 있다. 이들의 작품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나는 지금껏 읽은 이들의 소설들 중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를 제일 좋아하지만 그건 너무나 즐겁기 때문이고(웃음이 필요하다), 실제로 ‘소설 작품’으로서는 이 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짧지만 페이소스가 있고 내려치는 듯한 파워가 있다. 원숙한 작가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소설이다. 영원한 휴가님은 이 책이 빌니우스의 좋은 카페들을 다 가봤다고 하신다. 조그맣고 가벼운 문고본이라 정말 그렇다. 테이스트맵, 엘스카, 이딸랄라, 카페인 등등등. 이제 이걸 다 읽었으니 리가에서 산 스트루가츠키 형제 원서들을 읽어야 하나 싶지만... 아악 생각만 해도 머리아파...
 


책을 다 읽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뚜라 시베리카 샤워젤로 목욕을 해보았는데 매끌매끌하고 좋았다. 쉬다가 좀전에 vpn을 켜고 업무 체크를 했다. 지금이 사실 여러 가지로 피곤하고 어려운 시기라 체크해줘야 할 일들이 꽤 있었다. 메일 몇 통을 보내놓고 자료를 좀 보고, 내가 올해 개인정보 관련 교육을 안 들어서 10월 중 무조건 동영상 교육 이수를 해야 한다는 메일에 괴로워하며 그것을 켜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인터넷 연결이 안 좋은데다 해외라 그런지 자꾸 끊어진다. 엉엉...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미뤄놓고 오늘의 메모를 적는 중.
 


 
오늘은 4.2킬로, 7,504보. 의외로 어제보다 조금 더 걸었네. 내일은 해가 날 것 같기도 한데... 오르막길과 약간 황량한 코스의 압박으로 아직 안 간 민트 비네투 혹은 파우피스에 가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파우피스는 아무래도 볼트를 타고 갈 것만 같아 ㅎㅎ
 


 

 
 
 
방에서 캡슐로 내려마신 에스프레소(나 말고 영원한 휴가님 ㅎㅎ)
 
 

 

 
 이탈리아 식당. 장사가 잘 돼야 할텐데 하고 걱정되는 여유로움...



 

 
 

엄청 크다고 놀랐으나 다 먹음 ㅎㅎㅎ

 
 

 

 
 여기는 가지를 길게 잘라주지 않고 둥글게 썰어주었는데 먹기는 더 편했다. 토마토 소스는 거의 없었다.


 

 
 
 
보키에치우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에서.


 

 
 

낙서들.
 
 

 
 
 
뱅크시 스타일이지만 뱅크시는 아니겠지 :)


 

 
 

카페인. 여러 카페를 섭렵한 소중한 문고본 소설. 그리고 비추천 라즈베리 에클레어. 무조건 초코를!

 
 

 


점원이 전구 장식을 달고 있었다.
 
 
 

 
 

득템한 나뚜라 시베리카와 다즐링 햇차로 마무리.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7. 04:49

마냐와 마리야 루스타모브나 사이 about writing2024. 10. 7. 04:49

 







내가 가장 최근에 썼던-그리고 완성했던- 글은 올해 1월 중순에 마친 <4월의 로켓>이라는 단편이다. 단편치고는 좀 길고 중편이라기엔 짧은데, 이 글은 그전까지 썼던 게냐와 미샤의 1990년대 페테르부르크 3부작의 남매 같은 소설이다. 왜 남매 같은 소설이냐고 한다면, 이 글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게냐가 아니라 그의 이웃인 마냐이기 때문에. 그리고 마냐는 게냐가 1인칭 화자로 등장했던 3부작의 마지막 중편인 <구름 속의 뼈> 후반부에 아주 잠깐 등장했던 인물이지만 나름대로 그 소설의 주제와 이미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앞의 3부작에서는 미샤가 마사지사 루키얀이나 무용수이자 연인인 게냐의 눈으로 묘사될 뿐 직접적으로 앞에 나서지 않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마냐와 딱 둘이서 등장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이 소설은 아주 즐겁고 쉽게 썼다. 종반부를 쓸 때 너무 바쁘고 가정사와 회사 일 등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기력이 좀 모자라긴 했지만. 쓰는 즐거움이 큰 소설이었다. 이 글을 마친 후 집안일도, 회사 일도 더욱 힘들어지고 머릿속이 산란해져서 집중이 되지 않았고 새로운 글 자체를 시작할 수 없어 무척 우울하고 속상했다. 뭔가를 쓰고 있다는 것과 쓰지 않고 있다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간극이 있다. 이것은 잘 써지는지, 재미있는지 아닌지와는 또 다른 얘기다. 본질적으로 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읽는 인간, 이야기하는 인간, 행동하는 인간 이전에 쓰는 인간인 것 같다. 그래서 뭔가를 쓰고 있지 않을 때는 충만함이 사라지고 텅 비고 어딘가 불행하다. 이건 기본적으로 소설에 대한 얘기로, 에세이나 잡문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여행을 나와 있고 잠시 일에서 떨어져 있으니 다시 뭔가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새로운 뭔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쓰다가 중단해둔 글도 두엇 있고 쓰고 싶었던 글도 있지만 아직 손과 가슴에 와닿는 것이 없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는 이 소설의 초반. 동거하는 포주 사르바르에게 두들겨맞고 기분을 잡친 채 아파트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올라왔던 마냐는 옥상에서 춤을 추고 있는 미샤를 발견한다. 일년 전쯤 미샤가 게냐에게 들렀을 때 마냐가 그를 발견하고 ‘저 사람 누구야, 너무 멋있어. 섹스 사말룟이야, 로켓이야!’라고 외치고 할머니 풍의 허브차를 끓여준 적이 있다. 이 도입부에서도 마냐는 그의 이름이 기억 안나서 로켓, 섹스 사말룟(사말룟은 비행기란 뜻이다)이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로켓. 이 이야기는 로켓과 불꽃놀이, 담배와 차,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글에 언급되는 ‘제냐’는 게냐의 다른 애칭이다. 바냐는 게냐의 동생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 마냐와는 이따금 자는 관계. 예전에 이 소설 중간중간을 조금씩 발췌했던 적이 있다. 바냐에 대한 언급, 그리고 이 파트 이후 중반부에서 함께 말보로 담배를 피우는 마냐와 미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마냐는 마리야의 애칭이다. 마리야 루스타모브나는 이름과 부칭을 함께 부르는 것이다. (루스탐의 딸 마리야) 보통은 존대를 할 때 부칭을 쓴다.


 
사진 출처는 캡션에 적혀 있듯 pavel demichev. 사실 이 발췌문과 딱 들어맞는 사진은 아니다만(마냐는 외진 곳에 살고 있으므로 옥상에 올라간들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는 않을테니) 그래도 마음에 들어서 올려본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주머니에 들어 있는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여전히 숨을 죽인 채 문가에 서 있었어요. 로켓은 난간에 기댄 채 어두컴컴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어요. 아까보다 더 차갑고 센 바람이 불어왔고 로켓이 다시 기침을 했어요. 추워서 그럴지도 몰라요. 재킷도 없이 긴 소매 셔츠만 걸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하얀 날개처럼 보였던 거겠죠. 그때 로켓이 움직였어요. 다시 춤을 추려나 했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잠깐 허리를 굽히는가 싶더니 난간 위로 훌쩍 올라가는 거예요! 난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어요. 그 사람이 뛰어내리려는 줄 알았거든요. 나도 모르게 옥상을 가로질러 난간 쪽으로 달려갔어요. ‘여보세요!’인지 ‘잠깐만요!’인지 하여튼 뭐라고 외치면서 두 팔을 쭉 뻗어서 로켓을 와락 붙들었어요. 너무 다급하게 낚아챈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 사람 셔츠 자락을 잡았지만 다른 손은 허리 아래, 아니, 엉덩이인가 허벅지 어딘가를 움켜쥐었던 것 같아요. 아니에요, 맹세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게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우리 아파트는 이래 봬도 10층 건물이에요. 옥상에서 떨어지면 즉사라고요. 사실 벌써 몇 명이나 떨어져 죽었어요. 마약 하다가 떨어진 놈도 있고 자살한 계집애도 있고. 사르바르 말로는 총 맞아 죽은 놈도 하나 있었대요.
 


로켓이 어찌나 빠르게 몸을 홱 틀면서 뒤를 돌아보았는지 내가 쥐고 있던 옷자락이 뜯어질 뻔했어요. 정말 깜짝 놀란 표정이었어요. 아 맙소사, 그때 난 깨달았어요. 이 사람 그냥 난간에 걸터앉아 바깥 구경을 하려던 거였나 봐요! 내가 바보처럼 굴었던 거예요. 게다가, 게다가 난 아직도 그 사람 옷이랑 허리 아래, 아니, 엉덩이인가 허벅지인가 하여튼 몸 어딘가를 손가락이 부러져라 꽉 움켜쥐고 있었거든요. 로켓도 한동안 뻣뻣해진 채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눈이 동그래진 걸 보니 정말 놀랐던 것 같아요. 근데 나도 놀라고 창피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바보, 얼간이, 천치! 안 그래도 제냐가 얘길 했을 거잖아요. 자길 덮치려고 안달이 난 여자가 불쑥 나타나 엉덩이를 움켜잡고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할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아직도 내 손이 거기에! 난 급하게 손을 떼면서 변명했어요.


 
“ 아, 아.... 미안해요, 떨어지는 줄 알고... ”
 


로켓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아니, 이 민망한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말을 했으면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괜찮다고 하거나, 성을 내거나. 하여튼 반응을 해줘야죠. 근데 그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아까처럼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동그래졌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온 걸 보니 놀랐던 건 가라앉은 듯했어요. 대신 한 대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확 굳어졌다가 금세 가면을 씌워놓은 듯 무표정해졌어요. 차라리 계속 눈이 동그래진 채였으면 좋았을걸. 아니면 화를 내면 나았을 텐데. 난 너무 창피해서 마구 횡설수설했어요.
 


“ 그러니까, 담배 피우러 나왔는데. 있잖아요, 그 난간 위험하거든요. 금도 가고... 바람 불어서,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정말 무슨 일 나는 줄 알고, 지난주에도 601호 류샤가 거기서 떨어져... ”


 
갑자기 로켓이 웃었어요. 멍해져 있다가 뒤늦게 정신이 든 것 같았어요. 아니, 정신을 차린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였겠죠. 그 사람이 웃으니까 정말 눈이 부셨거든요! 말문이 탁 막히더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제야 내가 그 사람이랑 거의 가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서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손만 뗐을 뿐 몸은 꼼짝달싹 못 하고 그대로 굳어져 있었던 거예요. 급하게 뒤로 물러섰을 때 로켓이 말했어요.
 


“ 고마워요, 마리야 루스타모브나. ”


 
세상에,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잖아! 딱 한 번 봤는데. 그런데 어떻게 내 부칭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내가 말했었나?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여튼 그때 난 완전히 만취한 여자처럼 굴었거든요. 게다가... 이렇게도 정중하다니. 레닌그라드에 올라온 이래 부칭까지 불려본 적이 처음인 것 같아요. 난 그냥 마냐인데. 마리야나 마샤라고도 안 해요. 다들 마냐라고 해요. 아빠만 날 만카라고 불렀죠. 이렇게 깍듯하게 마리야 루스타모브나라고 하다니. 난 당황하면서도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이게 뭔가요. 왜 이러는 거죠? 난 급하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바보처럼 실실 웃으면서 말했어요.
 



“ 그냥 마냐라고 불러요. ”


“ 아, 맞아. 그때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잊었네요. ”


 
로켓이 눈을 감았다 뜨더니 다시 살짝 웃었어요. 그러자 그 사람 이름이 퍼뜩 생각났어요.
 



“ 미샤. 맞죠? 날 기억하고 있었네요? ”


“ 기억하죠. 차도 같이 마셨는데. ”



 
그리고 툴라 비스킷. 아껴뒀던 과자도 들고 갔었죠. 사실 그때 미샤는 차만 마시고 과자는 먹지 않았어요. 그건 기억나요. 딱 한 입, 그것도 귀퉁이만 잘라서 먹었죠.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마리야 루스타모브나라니, 세상에. 제냐가 정말 입이 무거운 녀석이란 게 증명됐네요. 내가 뭐하는 여자인지 전혀 말을 안 했나 봐요. 물론 언제 어디서든 해주고 싶다고 한 것도, 섹스 사말룟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전해주지 않았던 게 분명해요! 망할 샌님 같으니. 그래도 지금 봐서는 차라리 다행이에요. 미샤가 날 어엿한 숙녀처럼 대우해주고 있으니까요. 부칭까지 챙겨 불러주고. 꼬박꼬박 존대를 하고. 어째선지 사내놈들이고 계집년들이고 날 보면 초면에도 무조건 반말을 하는데 말이에요. 내가 구르는 바닥이 그래서 만나는 인간들도 다 비슷비슷한 것들이라 그렇겠지만요. 아, 하긴 제냐도 나한테 말을 놓지 않아요. 대신 마냐라고 부르죠. 걔는 내 부칭 따윈 관심도 없을 거예요, 들었어도 잊어버렸겠죠. 제냐는 좀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주변에 무심한 타입인 것 같아요. 바냐는 안 그런데. 기분 좋을 땐 립스틱도 가져다주고 손톱만한 미니어처 향수도 갖다주면서 ‘마냐, 아줌마도 돈 벌려면 가꿔야지. 좀 찍어 바르면 지금보다는 예뻐 보이겠지’ 하고 농을 걸곤 해요. 못돼먹은 애송이지만 세심한 구석이 있죠. 바냐 생각을 하자 갑자기 위장이 콕콕 찌르는 듯 쑤셨어요. 망나니 자식들이 잘해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미샤는 아직도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어요. 몸만 뒤로 틀고 있을 뿐 다리는 난간 아래에, 허공에 나가 있었어요. 어쩐지 뒷목덜미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어요. 류샤 때문이에요, 601호 그 계집애. 바로 여기쯤에서 떨어졌을 테니까요. 이쪽 난간이 좀 낮거든요. 이라 아줌마는 걔가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했어요. 구두를 벗어놓은 걸로 봐서 누가 민 것 같지는 않다고. 이유는 아무도 몰라요. 빚을 졌는지 남자한테 버림받은 건지 뭐였는지. 걔는 마약 같은 건 안 했는데. 심지어 사내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본 적이 없었어요. 하긴 걔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애였으니까 내가 못 본 게 많겠지요. 학교 선생이었는데, 멀쩡한 직장에 다니던 아가씨였는데. 나랑은 대놓고 말을 섞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주치면 인사는 꼬박꼬박 했었는데. 치마를 입은 여자애가 구두를 벗고 난간 위로 올라가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아마 기어 올라가야 했을 거예요. 류샤는 나보다도 키가 작았으니까요. 미샤는 구름처럼 훌쩍 올라갔는데. 그러자 또다시 목덜미 솜털이 곤두서고 온몸이 떨려와서 난 그 사람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어요.
 




“ 그만 내려와요. 바람이 많이 불어요. ”


“ 여기가 시원하고 좋은데. 탁 트여 있고. ”


“ 안 내려오면 나도 올라갈 거예요. ”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걱정이 됐기 때문일 거예요. 아까 춤추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여전히 그 사람이 뛰어내리거나 헛디뎌 떨어질 것 같아서, 아니, 그보다는, 우스운 소리지만,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어요. 춤출 때 꼭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옥상 바깥으로 휙 날아가는 것도 전혀 이상해 보일 것 같지 않았어요. 심지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지도 않았어요. 로켓처럼 위로 계속해서 솟구쳐 올라가거나 새처럼 허공에 팔랑팔랑 떠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면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거잖아요.
 



미샤가 손을 내밀어 내 팔목을 꽉 잡으면서 말했어요.



 
“ 혼자 올라오긴 힘들걸요. 잡아줄게요. ”


 
미샤는 무슨 인형이나 강아지를 안아 올리듯이 날 난간 위로 올려주었어요. 아주 힘이 셌어요. 오른손만으로 날 끌어올렸거든요. 왼손은 내 허리에 살짝 댔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손이 정말 따뜻했어요. 한순간에 나는 난간 위에 앉아 있었어요. 이 위에 올라와 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난간 근처에는 잘 가지도 않아요. 고소공포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높은 곳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머리가 엉망이 되거든요. 대신 벽에 기대어 앉는 건 좋아하지요.
 



바람은 잠잠해져 있었어요. 난간 윗면은 생각보다 폭이 넓어서 걸터앉기 편했어요. 하지만 발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그나마 어두컴컴해서 아래가 거의 내려다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어요. 아마 미샤가 여전히 내 팔을 꽉 잡고 있어서일지도 몰라요. 미샤는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아서 정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 남자가 사실은 완전히 미친놈이라서 나랑 같이 뛰어내리려 하거나, 혹은 날 확 떠밀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혔어요. 잘생기고 섹시하다고 해서, 목소리가 근사하다고 해서, 손이 따뜻하다고 해서 믿을만한 남자라는 뜻은 아니지요. 자고 싶은 거랑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건 다르니까요. 나는 원체 산전수전을 다 겪었단 말이에요.
 
 
 


...







이 뒤로는 마냐가 자기가 겪은 ‘산전수전’에 대해 언급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발췌가 길어지기도 하고 약간 19금이라 여기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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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7. 03:35

엘스카 커피 Elska Coffee 2024 riga_vilnius2024. 10. 7. 03:35





엘스카 커피는 필리모 거리와 다른 거리가 만나는 접점 삼거리 모퉁이에 있다. 재작년 필리모 거리를 걸어내려오며 신호 기다리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와 저사람들은 앉아 있고 나는 걸어가고 있네, 나는 힘들다’ 라고 생각했고 ‘한번 들어가볼까‘ 했는데 외관은 엄청 미니멀리즘 같아서 안 들어갔었다. 그런데 돌아온 후 영원한 휴가님이 이 카페 화장실에 보위 사진이 있다고 하고 작년엔 여기서 러브라믹스 티포트도 사다주셔서 궁금해졌다. 숙소에서 멀지도 않았다. 테이스트 맵에서 숙소로 내려오는 길에 있기 때문에 오늘 밥 먹은 후 들러보았다. 이미 커피를 마셨으니 좀 과한가 했지만 올리비에 샐러드가 차가웠고 또 내려오는 길이 추웠던지라 카페로 쏙 들어가게 되었다.

 
 

어머나 그런데 여기가 너무 좋은 게 아닌가. 지금까지 빌니우스에서 갔던 곳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카페로 꼽히게 되었다. 아마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신데다 디저트는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홍차 대신 추위를 달래기 위해 핫초콜릿을 마셨기에 음료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곳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딱 내가 좋아하는 카페 취향이었다.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 여기는 본치 카페를 좀 닮았구나. 색채도, 몇몇 종류의 테이블과 의자, 소파를 배합한 스타일도, 조명도, 걸려 있는 그림들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하고 빛이 잘 들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카페였다. 카페 에벨의 편안함과 아늑함, 본치 카페의 스타일리쉬함이 섞여 있다고 해야 하나.



여기도 사람 많은 곳이라 아래쪽 홀에 앉았으면 덜 좋았을 거 같은데 마침 내가 반단 정도 복층으로 올라갔을 때 맨 안쪽 창가 자리가 나서 얼른 그리로 들어감. 앉고 나서 보니 이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였다! 안쪽 콘센트도 있고 창가에 딱 붙어서 바깥 구경도 할 수 있고 홀 전체가 다 내려다보이고, 심지어 내 테이블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케치, 책 읽기 좋은 단단한 목재 빈티지에 연한 무지개색 컬러가 들어가 있었다.



엘스카는 무지개가 상징인 것 같다. 재작년에도 지나가면서 이 무지개 무늬(깃발이었는지 장식이었는지 가물가물)를 봤어서 기억에 남았음. 그러고 보니 여기는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마랑도 좀 비슷하다. (카페마에 무지개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스타일도 비슷함) 역시 취향이란 한결같은 듯하다.



화장실에 가봤는데 이번엔 보위 사진은 없고 각종 낙서 스티커, 바스키아와 키스 헤링 모사 낙서가 있었다. 그리고 빨간 잔에 코코아를 줘서 더 좋아짐 :)
 




맘에 드는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무척 좋아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을 읽으니 행복했고 여행 와서 휴식하는 느낌이 딱 들어서 좋았다. 카페 에벨에서 느꼈던 기분이랑 좀 비슷했다. 앉아서 글 쓰고 싶어지는 카페였다. 그런데 이 자리가 아니면 그만큼 좋지는 않으려나.



내가 앉아 있는 동안에도 손님이 무지 많이 왔다. 내 옆자리 테이블엔 귀여운 갈색 푸들을 데려온 여인들이 앉았는데 푸들이 얌전하게 담요 깔고 엎드려 있다가 뭔가를 보고 웡웡 짖었다. 아 이것도 코기가 있었던 카페 에벨이랑 비슷하네.



여기는 숙소에서도 가까우니 가기 전까지 여러번 들를 것 같다. 그런데 홍차가 맛있지는 않을 것만 같음. 핫초콜릿은 나쁘진 않았는데 우유가 많이 들어서 연했다. 그리고 별로 뜨겁지 않고 미지근했다. 우유를 넣어줘서 그런가보다. 라떼도 그렇고 우유 온도를 너무 높게 하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스팀밀크 넣을 때 좀 미지근해진다는 얘길 어디선가 읽었음. 나는 보통 우유 든 음료를 안 마시고 한국에선 밀크티도 아이스만 마시니까(그리고 아이스 딸기라떼 정도만) 이건 다 주워들은 얘기임.
 




맘에 드는 이쁜 카페니까 사진 많이. 또 가야지.








창 너머. 이건 첨에 앉은 자리.








외관. 바깥만 보고 미니멀리즘이라 착각했는데 지금 보니 창문과 조명 비치는 것도 좀 본치랑 비슷했네. 왜 미니멀리즘이라 생각했었지? 아마 저 야외 테이블과 의자 때문에 첫인상이 그랬나보다(그래서 그때 안 들어갔나보다)







내가 득템한 명당자리~ 파스텔톤 무지개컬러 빈티지 테이블~








이렇게 보니 정말 본치 카페 닮음. 미니 본치.












빨간 잔~ 역시 빨간색은 배신하지 않음.











왼편이 내 코트. 여행 온다고 지른 후드 달린 코트인데 저거 안 가져왔으면 진짜 추웠을듯. 내 취향 컬러가 아니라서 고민했었는데 풍덩해서 편하다.






그림들도 과하지 않아 좋음. 작은 그림들엔 판매가도 붙어 있었다. 카페 옆엔 갤러리도 있어서 혹시 연관되어 있나 궁금했다.







이 자리가 또 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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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7. 02:57

테이스트 맵 Taste Map 2024 riga_vilnius2024. 10. 7. 02:57





테이스트 맵은 빌니우스에서 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라고 한다. 재작년에 첨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카페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추천 리스트를 짜주셨는데 관광지와는 좀 떨어져 있어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이번에도 ‘아 걸어가기 좀 힘들거 같은데’ 하다가 볼트를 타고 가보았다.

 


커피가 유명한 곳이니 나도 커피를 시켜보았다. 사실 조식 먹은지 얼마 안되어 차를 마시기 어려웠고(차를 마시면 케익이 먹고픈데 배가 불러서), 일년에 한번쯤 여행 와서 커피 맛있다는 곳에서는 카푸치노를 마셔보게 된다. 카페 에벨이나 헤드샷 커피, 카페마, 카페 첸트랄 뭐 그런 곳들처럼. 커피 잘 못마시는 나에게는 라떼가 더 낫지만 양도 많고 우유가 많이 들어있는지라 ‘그래도 카푸치노가 더 클래식하지 않나’ 라는 나만의 –좀 신빙성 없는- 기준으로 카푸치노를 시켰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카페 입구가 좁았고 홀과 홀을 잇는 복도도 좁아서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셀프서비스도 아니다 보니 잔을 나르는 점원들이 고생이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천정이 낮은 복층 구조인데 다닥다닥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 카페는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되어 있어 인테리어 자체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또 창가 쪽 구석 테이블에 짱박히자 콘센트도 있고 책 읽기는 나름 편해서 아이패드 가져왔으면 스케치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케치 안 한지도 엄청 오래됨.
 


카푸치노는 내 입맛엔 좀 쓰고 강했는데 여기는 설탕도 곁들여 주지 않았다. 커피부심이 엄청난 곳인가보다. 아래층에 가서 설탕 한봉지 가져왔는데 ‘정말 넣고 싶냐?’ 라고 적혀 있어서 ‘너무해’ 란 생각이 들었음. 근데 이탈리아에서도 카푸치노 시키면 설탕 준단 말이야, 아니면 넣으라고 옆에 쌓여있고... 다들 넣던데... 설탕을 한봉지 넣었더니 카푸치노가 매우 맛있어짐 ㅎㅎ 커피에 대한 조예는 없지만 맛있는 카푸치노라는 결론을 내림. 근데 나는 이것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카페 에벨 쪽이 더 좋긴 하다. 아마 내가 홍차도 부드러운 다즐링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책 읽고 있으니 아이들이 자유시간을 갖는 틈새 타임에 영원한 휴가님께서 들러주셨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키고 전에 내가 궁금해했던 파리 브레스트를 디저트로 시켜오심.



그런데 파리 브레스트 분명 뻬쩨르 카페 사진에선 엄청 이뻤는데 여기 나온 디저트는 납작하고 안 예뻤다 ㅎㅎ 크림은 아주 달달했다. 둘이 나눠먹어 다행이었음. 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맛있다고 하셨다. 이 카페에 자주 오시진 않으나 오시면 ‘아 여기 커피는 맛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신다고 함. 나라면 ‘아 여기 차 맛있다’ 라고 생각하면 (가까울 경우) 자주 올 텐데 :)



 
여기도 러브라믹스 잔들을 썼다. 특이한 건 여기는 검정색 잔들을 쓴다는 것. 이것까지 정말 미니멀리즘이다. 그런데 여기는 검정색 잔이 잘 어울렸다. 내부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이라 막 아름답진 않았고 또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어려웠기에 커피랑 잔 사진들 대부분으로 테이스트 맵 마무리.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은 빌니우스에 오시면 꼭 들러보세요~









이게 내 카푸치노. 설탕 넣기 전.








대기 번호. 손님이 많은데다 1층 홀 두개, 복층에도 자리가 있어 점원들이 고생... 근데 홀이 여럿이라도 넓진 않음.








디저트 진열장. 나는 카푸치노만 시켰는데 (커피 맛있는 데는 디저트 맛없다고 하셨던 영원한 휴가님 말씀이 기억나서), 이때도 파리 브레스트가 궁금했는지 사진에 들어가 있음 ㅎㅎ









이건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클로즈업해서 캐푸치노랑 같아보이지만 맨 위 사진 보면 큰게 내 카푸치노, 작은게 이거.







생각보다 안 이쁘고 덜 맛있었던 파리 브레스트. 내가 뻬쩨르 카페 인스타에서 보고 이상을 품게 된 놈은 뭔가 하얀 크림이 몽실몽실 들어 있고 이쁜 비주얼이었는데 ㅎㅎ





 


앞 테이블들 손님들이 다 마시고 남겨둔 검정 잔이 이렇게 도열해 있으니 또 미니멀리즘 어울리고 이쁨. 근데 정말 작은 테이블들이 이렇게 다닥다닥이라 좁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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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늘 늦은 점심 먹은 후 두번째 카페 가는 길에 발견한 꽃집 장식. 참으로 무심하고 무성하다. 빌니우스 건물들에는 조화 꽃장식이 많은데 하나같이 엄청 무성하고 스타일 과잉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이녀석은 그런 꽃들은 아니지만 그 무성함과 막 모아두는 느낌은 비슷함. 문 앞에도 호박과 갈대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아마 가을/핼로윈 느낌인가보다. 
 


..
 


 
어제 많이 걸어서 너무 피곤했는지 9시까지 자고 또 잤다. 7시쯤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했는데 여행 와서 제일 많이 잤다. 더 자고 싶었는데 조식 먹으러 내려가야 해서 9시에 억지로 일어났음. 조식 신청을 해놓으면 끼니 챙기기가 수월해서 좋긴 한데 아침에 맘껏 게으름피울 수가 없다. 이러다 어떤 날은 안내려갈지도...
 


오늘은 다시 흐려지고 싸늘했다. 기온 자체가 아주 낮지는 않았으나 음습하고 흐린 날씨였다. 빌니우스 와서 이틀 연달아 많이 걸었으므로 오늘은 움직임을 최소화하기로 하고 재작년에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신 카페 중 안 가봤던 ‘테이스트 맵’ 에 가보기로 했다.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로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구시가지 쪽은 아니어서 길찾기가 좀 까다로웠고 많이 걸어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에이 볼트 불러~’ 하며 택시를 타고 갔다. 볼트로는 5분밖에 안 걸렸다.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를 따라가다가 꺾어서 공원 곁을 지나 쭉 올라가니 나왔는데 오르막이라 걸어서 갔으면 고생했을 듯(돌아올 땐 내리막이니까 걸어왔는데 추웠다)
 


카페 얘기는 따로 올리기로 하고... 카페에 앉아 책을 좀 읽고 있으니 영원한 휴가님께서 잠깐 들르셨다. 자택에서 그렇게까지 멀진 않아서 킥보드를 타고 오셨다고 함. 빌니우스에서 다시 보니 또 반가웠다.


 
카페에서 나와 근처의 정교 성당(성 콘스탄틴과 미하일 성당이라고 했다)에도 들어가 보았다. 성당은 정교 성당치고는 외관이 덜 화려했고(크기는 했지만), 내부에는 의자도 있고 조명이 밝아서 약간 카톨릭 성당이랑 섞인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새벽의 문 근처 정교 성당도 좀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었던 우크라이나 음식점이 근처라 거기까지 안내해주신 후 귀가하셨다. 일요일이라 가족들 챙겨야 하는데 얼굴 보러 나와주셔서 고마웠다.
 


음식점 이름은 ‘보르쉬’였다. 당연히 보르쉬를 먹어야지~ 그런데 여기는 식당이 작지도 않은데 카운터 점원이 하나 뿐이었고 그나마 자리에도 잘 없어서 들어간 후 주문받을 때까지 15분 이상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메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수프 외에는 펠메니, 치킨 키예프, 치킨 타바카, 거위구이, 달달한 블린, 그리고 올리비에 등 샐러드 정도였다. 그래서 보르쉬 작은 거랑 새우랑 연어 든 올리비에를 시켰다. 보르쉬는 맛이 깊고 맛있었는데 상당히 기름졌다. 나는 기름기가 덜하고 야채가 더 많고 비트 색이 더 빨간 걸 선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맛있었다. 그러나 보르쉬를 다 먹고 나서도 한참 기다려서야 올리비에가 나와서 그사이 배가 찼고 수프 없이 올리비에만 먹기엔 좀 추웠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이 한번에 다 나오면 참 좋겠는데 ㅎㅎ 그래서 올리비에는 좀 남겼다.
 


샐러드를 먹고 나서 나왔더니 다시 추웠다. 거슬러 올라가다 필리모 거리를 쭉 따라 내려가면 두 번째로 가려던 엘스카 커피, 그리고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가 나오는 루트였는데 구글맵을 찍었더니 지름길을 알려줘서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게 되었다. 근데 이 길이 상당히 추워서 괴로웠음. 기억을 더듬어보니 재작년에도 이 필리모 거리는 넓고 바람불고 좀 힘들었다. 이웃 거리도 좀 그랬는데 아마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이라 그런가보다. 응달 쪽은 이미 나뭇잎이 노랗게 변해 있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공원을 지나자 엘스카 커피가 나왔다. 나는 이 엘스카 커피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또 갈 것 같다.
 


엘스카에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을 4분의 3쯤 읽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드로가스에 들러 바디로션과 립밤을 샀다. 수면양말도 사려고 했으나 한 켤레에 5.99유로나 해서 ‘우왁 넘해’ 하며 안 삼. 바디로션은 종류가 별로 없어서 무난한 뉴트로지나를 샀는데 세가지 종류가 있었다. 내가 산 이것보다 좀더 보습 잘되는 ‘아주 건조한 피부용’ 시카 바디로션이 있어 고민하다가 그런 건 흡수가 빨리 안돼서 이걸 샀는데 막상 목욕하고 발라보니 그냥 그거 살걸 그랬다. 내 피부가 그렇게 건조하진 않은데... 물 자체가 석회질이 있어 그럴지도.
 


목욕을 하고 좀 쉬다가 누룽지 따위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이제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오늘은 볼트를 타고 갔던데다 카페 두 곳, 식당 한 곳이 전부라 다리가 안 아프고 좋다. 발품 파는 건 다리 아프고 힘든데 역시 자본의 힘이란...


 
간밤에 예전에 쓴 글들을 좀 뒤적여보았다. 올해는 글을 쓰지 못해서 불만족스러운 나날이다. 연초부터 아빠가 아프시고 회사 업무도 너무 힘들어서 작년에 시작한 글을 1월에 마친 이래 새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여기 와서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메모는 이렇게 줄인다. 사진들 아래 몇 장. 사실 오늘은 거의가 카페 사진들이라 나머지 사진은 별로 없음. 걸어내려오는 길은 좀 황량하고 썰렁했고 추워서 사진 찍기 어려웠음. 




오늘은 3.3킬로, 5,370보. 확실히 볼트 덕분.

 


 

 
 
이게 성 콘스탄틴과 미하일 정교 성당.
 
 
 




지름길 공원.






보르쉬. 뽐뿌슈까 빵을 준대서 ‘오 좋아 제대로야’ 하고 좋아했지만 마늘버터로 구운 브리오슈가 아니라 모닝빵 타입이었고 마늘기름을 따로 줌.






새우와 연어 든 올리비에. 좀 짰다. 난 기본 올리비에로 저렴하게 내주는게 좋은데 레스토랑들은 항상 거기에 소고기니 새우니 추가해 비싸져서 아쉽다.






드로가스 득템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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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오니 3시 즈음이었다. 청소가 되어 있어 좋았고 해가 나서 방 안에 햇살이 가득한 것도 좋았다. 물론 눈 때문에 홑겹 커튼과 암막커튼 약간을 쳐야 했지만.
 
 
너무너무 배고파서 컵라면이랑 키비나이를 세팅해서 정신없이 먹음. 가벼운 조식 먹은 후 콩알만한 슈 하나가 전부에 이미 3시라 너무 배고팠다. 오 근데 저 컵라면이 의외로 맛있었다! 국물도 진하고 건더기도 엄청 많고 라면도 우리나라 컵라면보다 더 많이 들어있고. 전혀 맵지는 않았지만 국물이 진하고 우리나라 컵라면보다 조미료인가 향신료인가 하여튼 그런 맛이 더 강했다. 떨고 들어와선지 맛있게 먹었다. 키비나이는 좀 아쉬웠다. 닭고기만 들어있어서. 버섯 든 거 살걸... 닭이랑 버섯 같이 넣어주면 더 맛있었을텐데. 하지만 컵라면 국물이랑 잘 어울렸음. 
 
 
첨엔 어제처럼 좀 쉬었다가 근처 카페에 가서 책 읽을까 했었지만 네시간 남짓 동안 8킬로 넘게 걷고 들어온 터라 다시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들어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조그만 Lo Cafe 라는 마카롱 카페에서 마카롱 두개를 테이크아웃해왔었다. 나는 마카롱을 별로 즐기지는 않는데 카페가 귀여워서 궁금했고 마카롱은 작으니까 부담이 없어서. 
 




 
오늘 나의 실패는 리미 슈퍼에서 사온 차였다. 그냥 티백 사려 했는데 슈퍼에도 다즐링은 없었다.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나온 종이포장 잎차가 있었는데 리가의 파루나심 카페에서 마셨던 차에 적혀 있던 단어를 떠올려보면 분명 '백차'로 추정되는 차가 있어 그걸 샀으나 방에 와서 뜯어보니 각종 빨간 열매와 꽃잎이 섞여서 엄청 가향 티였다 ㅠㅠ 그래서 방에 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우려야 해서 좀 아쉬웠음. 하여튼 방에서 다시 조그만 티타임 +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책을 읽으며 좀 쉬었다. 
 
 
 

 
 
 
어제 슈퍼에서 라즈베리 사온 걸 깜박 잊고 있었다. 라즈베리는 달지 않고 좀 시었다 ㅠㅠ 그래서 50프로 할인을 했나. 하여튼 방에 있는 티백과 찻잔 활용. 마카롱은 라즈베리 플롬비르와 시트러스 두 개였는데 이게 우리나라처럼 뚱카롱이라 신기했다. 마카롱이 커서 플롬비르만 먹고 시트러스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리나라 뚱카롱이랑 똑같음. 신기신기. 
 
 
 

 
 
 
쿠야에게 마카롱과 라즈베리 대접. 빈대 나올까봐 쫄고 켐핀스키보다 좀 소박해진 방에 뚜떼해졌던 쿠야는 이제 좀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임. 그건 그렇고 간밤엔 불 끄고 잤는데 물린 데가 없었다. 빈대는 없는 것 같고 아무래도 물이 건조해서 그런것 같다. 오늘 피곤해서 바디로션을 못 샀는데 내일 드로가스에 가서 보습 잘되는 로션을 사야겠다. 
 
 
차 마신 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말린 후 침대에 들어가 좀 쉬었다. 간신히 잠들지는 않았다. 일찍 들어왔으니 오늘의 메모도 빨리 쓰고 스케치도 하고 책도 읽으려 했는데 어째선지 금세 또 밤 열시가 다 되어가네... 아, 이 메모들 쓰기 전에 업무메일을 확인했다. 회사에 온갖 피곤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ㅠㅠ 나와 있어서 좋긴 한데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다. 상황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겠네. 
 
 
오늘 날씨는 좋았으나 내일은 낮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은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셨던 카페 리스트들 중 한두곳에 가보는 걸로... 비오면 볼트를 불러 타고 가야지. 이렇게 기나긴 오늘 메모 끝. 2부는 순전 방에서 뭐 먹은 얘기만 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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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스티클리우 거리 입구에 걸려 있는 천사. 이 거리는 언제나 뭔가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걸어두는데 재작년에 내가 갔을 때는 마그리트 식의 모자, 이후 색유리 모양 장식이었다. 이 천사는 사진에서 보고 '아 나는 천사를 좋아하는데... 쟤는 내가 갈때까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아직 바뀌지 않아서 반가웠다.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 말씀대로 천사가 맨발이라 바람 불고 비오면 추울 것 같다 ㅜ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오늘은 하늘이 파랬고 해가 좀 났다. 빌니우스 와서 처음으로 보는 파란 하늘! 
 
 
어제 자정 즈음 너무 피곤하게 잠들었고 역시나 새벽에 깼지만 30분, 한시간씩 도로 자고 또 자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조식 먹으려고 9시 좀 안되어 일어났다. 주말엔 8시부터 11시까지가 조식 타임이라 조금 더 게으름 피울 수 있긴 했다. 
 
 
밥을 먹고 11시 쯤 방을 나섰다. 간밤에 목이 부어서 은교산을 먹고 잤었고 피로가 쌓여 있어서 해가 나는 동안 공원과 개울가에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이 돌아다녀서 오늘 도합 12,611보, 8.4킬로나 걸었다. 공원이 넓어서 이리저리 헤맸고 대성당 광장에서 게디미나스 대로로 곧장 오는 대신 카페 들르려고 보키에치우 거리와 빌니아우스 거리로 다시 트라이앵글 횡단을 한데다 옷가게들도 구경하고 이키와 리미 슈퍼를 왔다갔다 하느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날씨는 어제보단 훨씬 따뜻했지만 중간중간 썰렁하고 춥기도 했다. 
 
 
대로를 지나 대성당 광장으로 가서 공원으로 갔다. 베르나르딘 공원을 지나 우주피스 근처의 빌넬레 강(...개울에 가까움)을 구경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광장 바로 옆 공원을 걷다가 아마도 옛 조선소였던 듯한 아르세날로와 네리스 강변이 나왔다. 빌니우스에서는 강변에 가본 적이 없어서 길을 건너가보았는데 네리스 강은 작았고 좀 황량해서 아쉬웠다. 리가의 다우가바 강보다 좁았는데 이 강도 다른 곳에서는 넓어지려나 궁금했다. 하여튼 강변은 추웠으므로 도로 공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광장을 끼고 돌아서 베르나르딘 공원을 산책했다. 이 공원도 전에 우주피스 갈때 가로질러갔는데 오늘 구석구석 다녀보니 꽤 넓었다. 공원에서 분수 구경, 유모차 끌고 나온 사람들 구경, 강아지들 구경하며 산책하다 빌넬레 시내까지 갔다.
 
 
잠시 우주피스에 가볼까 했지만 언덕 등반이 싫어서 옆의 골목으로 빠져서 성 안나 성당에 들렀다. 아마도 빌니우스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 중 하나일 듯하다. 붉은 벽돌의 고딕 성당인데 뾰족뾰족 첨탑이 초를 꽂아둔 케익처럼 의외로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나는 벽돌도 고딕 양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바로크, 로코코가 더 좋다) '이 성당 넘 좋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잠깐 기도를 하고 나왔다. 이때쯤 배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추워지고 다리 아프고 엄청 힘들었다. 제일 가까운 카페는 우주피스 쪽에 있는 coffee1이나 그 근방 카페들이었지만 어제 가려다 지나쳐간 이딸랄라 카페에 가기로 결정하고 길을 건너 필리에스 거리, 디조이 거리를 지나 보키에치우 거리로 갔다. 그러니까 어제 처음 나왔던 루트를 거슬러 갔음.
 
 
중간에 디조이 거리에서 새끼치고 있는 조그만 스티클리우 거리도 잠깐 들렀다. 그때 너무 피곤해서 '아 그냥 아우구스타스&바르보라 카페에라도 갈까‘ 했지만 '아 거기 케익 비싸고 맛없었다' 라는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냥 천사 구경, 골목과 관광객 구경만 하고 도로 나와서 언제나 지치고 힘든 드넓은 디조이 거리를 거슬러올라가 보키에치우 거리의 이딸랄라 카페에 갔다. 이 카페에 대해선 앞에 별도로 적었으니 생략. 
 
 
카페에서 나와 보키에치우 거리를 지나 빌니아우스 거리로 다시 들어섰다. 콩알만한 슈크림 한개만 먹었던터라 배가 고팠는데 식당 하나를 골라 들어갈까 하다가 춥고 국물 먹고파서 슈퍼에서 일본 컵라면을 사기로 결정하고는(빌니우스에선 한국 컵라면은 안 판다) 피나비야 카페에 가서 키비나이를 한개 테이크아웃했다. 키비나이는 엠파나다와 삐로슈까 비슷한, 안에 속이 든 파이인데 여기 피나비야의 파이들이 맛있어서 재작년에 세번이나 갔었다. 버섯 키비나이와 치즈서양배 패스트리를 너무 먹고팠지만 '국물이랑 먹는 밥 대용!'이라 생각해서 치킨 든 걸 샀다. 그리고는 게디미나스 대로로 나왔는데 이 와중에 춥다는 이유로 망고와 H&M에 들러 구경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맘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었음. 어제 베네통엔 있었는데. 거기가 더 비싸서 그런가 흑흑... 
 
 
숙소 맞은편의 iki 슈퍼에 갔는데 국물 있는 컵라면이 없어서 슬퍼하며 도로 거슬러올라가 rimi 슈퍼까지 갔다. rimi에 재밌고 좋은 것들이 많다. 리들, 리미, 이키, 막시마 등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리미가 제일 좋음. 기념품 가게보다 더 재미있는 리미 슈퍼 구경. 이런 슈퍼에 오면 항상 쥬인 생각이 난다. 박물관 미술관보다 슈퍼가 더 좋다고 했던 쥬인. 그런데 나도 이해가 돼... 난 심지어 미술 쪽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ㅎㅎㅎ 
 
 
그리하여 리미에서 닛신 컵라면을 사서 간신히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메모가 너무 기니까 일단 여기서 1부 끝. 사진들 여럿.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사진 많이 찍음. 카메라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데... 하지만 카메라 무거우니까 어차피 안 찍었겠지. 
 
 

 
 
파란 하늘 아래 게디미나스 언덕과 성곽. 푸니쿨라 리프트도 있지만 아마 이번에도 안 올라갈 거 같음. 고소공포증 때문에 전망에 대한 큰 기대가 없음. 그래서 아래에서 구경.
 
 

 
 
 
꼬마 열차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녀석이 내가 가는 루트로만 오는 걸 보니 아마 내 루트가 전형적인 광장과 공원 산책루트였나보다. 
 
 

 
 
 
이게 길 잘못들어서 발견한 네리스 강변. 추워서 금방 돌아나옴. 
 
 
 

 
 
 
베르나르딘 공원의 분수. 공원에서 사진 여럿 찍었는데 막상 여기 올린 건 한장 뿐이네. 
 



 
 
이 건물이 성 안나 성당. 
 
 
 

 
 
 
성당 내부. 
 
 
그리고 디조이 거리와 스티클리우에 들렀다 카페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두 장. 
 

 
 

 
 
 
 

 
 
 
 
디조이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어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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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6. 02:37

이딸랄라 카페 italala caffe 2024 riga_vilnius2024. 10. 6. 02:37

 
 
 

이딸랄라 카페는 카페들이 몰려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 끄트머리에 있다. 재작년에 왔을 때는 몰랐던 곳인데 은근히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하여 오늘 들러보았다. 이탈리아식 젤라토, 케익과 디저트,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커피와 차 종류들이 있었다. 여기도 커피는 러브라믹스 잔에 준다. 빌니우스 카페들은 대부분 러브라믹스를 쓰는 것 같다. 카페마다 쓰는 잔이 좀 다양하면 더 좋겠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테이크아웃 손님들도 많았고 오늘은 날씨가 반짝 좋았기 때문에 좀 추웠지만 야외에 앉는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 첨에는 딱 하나 남은 테이블에 엉거주춤 앉았다가 창가 쪽 1인 테이블이 비어서 그리로 잽싸게 옮겼다. 카페는 파스텔톤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했는데 테이블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또 서로 다른 스타일들의 테이블과 인테리어가 좀 뒤섞여 있어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좀 빠져나가자 분위기가 좋아졌다만 오래 앉아 있기 편한 카페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격대가 좀 비쌌다. 이탈리아식 카페니까 티라미수를 먹을까 했지만 좀 비쌌고 맛있어보이지 않아서 아주 조그만 초콜릿 슈를 골랐는데 그것도 4.5유로나 했다. 맘먹으면 한입에 쏙 넣을 크기였음. 슈 자체는 맛있었다. 속의 커스터드 크림이 아주 진해서 가벼운 크림을 좋아하는 내 입맛보다는 더 강했지만. 하긴 이렇게 조그만 슈인데 크림이라도 제대로 진하게 들어 있어야지. 차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얼그레이 뿐이었다. 빌니우스 카페들 중 다즐링 내주는 곳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발굴한 카페들도 그렇네. 
 

 
 

 
 
벽 한쪽에는 동그란 거울들이 여러개 붙어 있었는데 손님들 얼굴이 그대로 비쳐서 좀 정신없어보였지만 맞은편 테이블의 커피잔 비친 모습은 또 근사해서-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한 컷 찍어두었다. 
 
 

 
 
카운터에 이렇게 손님들이 바글바글바글!!!
 
 

 
 
 
아까 그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창가 자리가 나서 옮겨온 후. 슈가 앞에 있어서 좀 커보이지만 엄청 조그맸다. 그리고 홍차는 진하게 잘 우려주었지만 유리잔이라 조금 아쉬웠다. 
 
 

 
 
 
손님들 빠졌을 때 카운터와 케익 진열장 사진 한 컷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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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음습하고 쌀쌀한 날씨였다. 히트텍에 티셔츠, 니트바지에 숏패딩, 스카프 차림으로 나갔는데도 추워서 좀 떨었다. 중간에 카페에 들어가기도 하고 슈퍼와 기념품가게에 들러 몸을 녹였다.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베네통 매장을 발견하고 들어가봤는데 신상 코트가 예뻤지만 내 키에 비해 너무 길었고 가격도 비싸서 그냥 구경만 했다. 할인하는 모직 반바지와 모직 미디 스커트를 살까말까 망설이기까지 했다. 정말로 추웠던 건지 아니면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오후 늦게 근처 카페 갈때는 코트로 갈아입고 나갔더니 좀 나았다. 코트랑 숏패딩 챙겨오기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기모바지를 마지막에 빼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어쩐지 이러다 조만간 게디미나스 대로에 있는 의류매장에 들어가 따뜻한 옷을 사입을 것만 같다. 

 

 

간밤에 빈대 걱정 때문에 너무 졸린 상태에서도 불안해하다가 결국 방의 불을 켜고 잤다. 캄캄한 밤중에서 새벽에 놈들이 출몰한다고 해서. 안대를 쓰고 자긴 했는데 나는 원래 암막커튼+안대 무장을 하고 자도 중간에 깨므로 너무 안 좋은 수면 환경이었다. 하여튼 더 물리거나 이상한 자국이 나타나진 않았고 왼쪽 발목의 자국도 다 가라앉았다. 그래서 오늘은 불을 끄고 자볼까 싶다. 자정 좀 안되어 잠들었는데 엄청 피곤하게 자다가 역시나 새벽 5시 반쯤 깼다. 한시간 이상 뒤척이다 퍼뜩 새잠이 들었는데 이때 막 꿈을 꾸며 정신없이 잤다. 그런데 이 호텔은 조식이 10시까지라 어떻게든 밥을 먹어보고자 했으므로 9시가 좀 안되어서는 억지로 일어나야 했다. 왜냐하면 어제 리가에서 빌니우스 넘어오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오후 늦게는 맥도날드로 때웠기 때문에 너무 배가 고파서... 너무너무 더 자고 싶었지만 꾸역꾸역 일어나 샤워를 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이 호텔은 소련 시절부터 1층의 레스토랑이 유명한 곳인데 조식도 거기서 먹게 되어 있었다. 물론 조식은 그냥 전형적인 비즈니스호텔 조식 뷔페라 특별할 건 전혀 없었다. 치킨 키예프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나는 사실 이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자르면 버터와 기름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여기서 저녁을 먹어볼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너무 배고팠기에 이것저것 막 가져다 먹었다. '오믈렛 부쳐주면 얼마나 좋을까, 남이 해주는 오믈렛 먹고프다' 라고 생각하면서... 여기는 특이하게 달걀프라이가 있었는데 너무 반숙이라 나는 먹을 수 없었다. 스크램블드 에그 대신 '오믈렛'이라고 씌어 있는 그릇에는 네모진 계란찜 큐브들이 들어 있었다. 사진의 저 네모난 노란 녀석인데 정말 계란찜이어서 밥 생각이 절로 났음. 김이랑 밥이랑 저거랑 된장찌개랑 먹고 싶었음 ㅎㅎ

 

 

 

 

 

밥을 먹고 와서 좀 정비를 한 후 열시 반 쯤 호텔을 나섰다. 오늘은 딱히 목적지는 없었지만 새로운 카페와 식당도 가보고 구시가지를 천천히 산책할 생각이었다. 호텔은 구시가지에서 좀 떨어진 게디미나스 대로에 있는데(여기가 명동 같은 거리임) 쭉 따라 올라가면 대성당 광장이 나오는 코스이다. 하지만 나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중간에 있는 빌니아우스 거리로 빠져서 보키에치우 거리, 디조이 거리, 필리에스 거리, 대성당 광장 코스로 갔다. 이렇게 가면 삼각형을 그리게 된다. 그런데 나는 재작년에 8일이나 머물렀고 구시가지 대부분을 돌아다녔지만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다니거나 아니면 구글맵을 찍고 다녔기 때문에 머릿속에 방향이 전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오늘 필리에스 거리의 투어리스트 인포센터에서 종이지도를 한장 집어와 찬찬히 보니 '아 내가 오늘 트라이앵글로 다녔구나. 아 시장이랑 역은 이쪽, 우주피스는 저쪽이구나' 등등 이제야 방향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봤자 막상 다닐 땐 또 구글맵 켜고 눈앞만 보며 직진할 거 같음)

 

 

이른 시간에 나왔고 금요일이었지만 그래도 오전인지라 길거리는 매우 한적했다. 날씨가 습하고 싸늘해서 한기가 스며들었다. 쭉 걷다가 디조이 거리에 있는 성 파라스케베 정교 성당이 나타나서-내가 가장 좋아했던 성당이다- 초를 켜고 기도하려 했는데 어째선지 문이 잠겨 있었다. 흑흑... 

 

이때쯤 나는 춥고 머리가 아파서 어디든 들어가고 싶었다. 그전에 보키에치우 거리를 지날때 이딸랄라 카페를 비롯해 가보고팠던 곳이 두어곳 나타났었으나 그때는 '밥먹은지 얼마 안돼서 암것도 못 마시겠다' 상태라 그냥 지나쳤는데 후회가 되기 시작... 마침 필리에스 거리였고 전에 블린 먹었던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에 갈까 하며 걸어내려가다 전에 이름을 봤던, 그리고 간판이 귀여운 '에스케다르 커피 바'라는 곳을 발견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찻잔이 맘에 안 드는 타입이라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가, 영원한 휴가님께 톡을 하니 거기 맘에 드셨다고 하여 귀가 얇은 나는 도로 거슬러 올라가 그 카페에 갔다. 그 카페 포스팅은 따로 했음. 

 

 

에스케다르에서 몸을 좀 녹이고 나와서 다시 걸어내려갔다. 대성당과 종탑이 나왔다. 역시나 이 광장은 넓고 썰렁하다. 찬란하던 6월과 지금 이 시기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금은 '아 추워...' 뿐 ㅠㅠ 성당에 잠깐 들어가 기도를 하고 몸을 약간 녹이고 다시 나왔다. 이제 배가 고프기 시작. 게디미나스 대로에 있는 rimi 슈퍼에서 생수와 할인하는 라즈베리를 샀고 다시 빌니아우스 거리로 진입해 전부터 가보려던 Wok to Walk이라는 아시안 볶음요리 전문식당에 갔다. 마침 런치메뉴로 팟타이와 미소수프 세트를 8유로 안되게 팔고 있어 돈부리를 먹을까 하다가 그것을 고름. 생각보다 맛있었고 미소 덕분에 몸이 좀 녹았다. 볼트의 배달원들이 계속 드나들었다. 가게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맛있었는데 팟타이 양이 너무 많아서 좀 남긴 게 아까웠음 ㅠㅠ 딱 하나 힘들었던 건 여기도 서브웨이처럼 누들 종류, 토핑 종류(닭, 소, 두부 등), 소스를 선택해야 하는지라 나처럼 주문공포증 있는 자는 좀 버퍼링이 걸림. 나는 납작한 쌀국수와 닭고기, 데리야키소스로 무난한 조합을 택했다. 

 

 

밥을 먹은 후 꽃을 사서 일단 방으로 돌아왔다. 세시 즈음이었고 청소가 잘 되어 있어 좋았다. 폰 충전을 하며 좀 쉬다가 네시 즈음 다시 나갔다. 제일 가까운 카페에서 스케치를 하거나 책을 읽으려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제일 가까운 카페인에 갔는데 여기는 아주 작아서 테이블이 몇개 없었다. 그리웠던 초코 에클레어를 시켜서 실론티와 함께 먹었다. 매장이 좁고 테이블이 다닥다닥이라 스케치를 하기 편한 공간은 아니어서(그런 건 좀 널찍한 체인 카페가 좋다) 한국에서 챙겨온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을 다시 읽다가 나옴. 그런데 점원이 테이블의 잔을 치우다 쟁반을 떨어뜨려서 러브라믹스 도자기 커피잔과 유리컵이 와장창 아주 박살이 났다. '으앙 어떡해, 저 사람 저거 다 치워야돼, 힘들겠다' 하며 막 이입함 ㅜㅜ 매장이 작아선지 점원이 한명 뿐이어서 주문 받고 만들고 또 치우고 분주해보였는데 그 와중에 컵까지 깨고 심지어 유리잔까지 있어서... 근데 그 물결요철 있는 유리컵은 원체 잘 깨지는 재질이라 나도 그 컵 내주는 매장 가면 항상 불안해하며 조심하게 되긴 함. 

 

 

5시 좀 넘어서 카페인에서 나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많이 피곤했기 때문에 쉬기로 했다.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하고 조식테이블에서 집어온 삶은 달걀과 햇반 등으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오늘의 메모를 쓰고 있는데 벌써 아홉시가 다 되어가네. 메모 쓰는데 시간이 은근히 많이 걸린다. 

 

 

오늘은 10,332보, 6.5킬로 걸었다. 

 

 

그건 그렇고 수면양말과 바디로션을 하나씩 사야 하나 생각 중이다. 이제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계속 일한 후 바르샤바-리가-빌니우스로 날아와 매일 돌아다녔더니 피로가 좀 쌓여 있는 것 같다. 잠도 계속 좀 모자라고. 중간에 안 깨고 8시간 쭉 자보면 좋겠는데...

 

 

사진들 몇 장. 확실히 10월 사진들은 6월 사진들만큼 예쁘지 않단 말이야... 나는 빛이 많은 사진을 좋아하는데 흑흑. 뭐 카메라 무거워서 여전히 폰으로만 찍고 다닐 것 같긴 하다만. 

 

 

 

 

 

 

 

 

 

 

 

 

 

 

밥먹으러 빌니아우스 거리로 접어들었는데 무슨 라디오 방송 같은 라이브 토크를 하고 있었음. 내용은 안 궁금하고 '춥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 보니 내가 확실히 오늘 좀 떨면서 다녔나보다. 

 

 

 

 

 

 

여기가 팟타이 먹은 웍 투 웍. 미소에 미역도 넣어주고 좋았다 :)

 

 

 

 

 

 

 

 

 

 

호텔 복도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고층 건물들을 보니 강 건너 신시가지 쪽인 것 같다. (여전히 방향 감각 없음)

 

 

 

 

 

책 읽었던 조그만 카페인. 

 

 

 

 

 

 

이건 내가 마신 건 아니고 남이 마시고 두고 간 커피잔인데 색깔이 이 카페랑 어울려서 한 컷. 나를 포함한 나머지 손님들은 모두 터키블루 러브라믹스에 내줬는데 카페인은 저 노란색이 더 잘 어울린다. 

 

 

헥헥, 이제야 오늘의 기나긴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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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4. 21:57

할머니에게서 산 꽃 2024 riga_vilnius2024. 10. 4. 21:57





음습하고 싸늘한 날. 구시가지 쪽을 돌아다니다 늦은 점심먹고 잠시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꽃 파는 아주머니, 할머니들 발견.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다알리아와 공작초 등 내 취향 아닌 꽃들이 대부분이었고 꽃다발은 색 배합이 맘에 안 들어서 고민하는데 엄청 나이드신 할머니가 다알리아 친척으로 보이는 하얀 꽃을 가리키며 이건 1유로, 이 꽃 포함 한단짜리들은 5유로, 꽃다발 믹스는 10유로라 하심. 근데 날도 춥고 할머니는 나이 넘 많으셔서 나도 모르게 ‘그럼 이걸로 주세요’ 하고는 5유로 주고 한단 가득 사옴. 5유로 좀 비싼가 했지만 사실 한국에서 이용하는 꽃 사이트에선 이 정도면 1만원 정도니 나쁘지 않다고 위안. 그리고 꽃이니까.



얘가 젤 이쁘긴 했는데... 방에 와서 ‘아 잘못 골랐다’ 하고 후회. 왜냐면 이런 들국화 종류는 잎사귀와 잔줄기가 많아서 다듬으려면 손이 많이 가고... 풍성한 한단을 꽂아둘 병이 없어서. 어제 사온 2리터 생수를 다 마시면 그 페트병을 잘라서 꽂으면 된다만 아직 절반이나 남음. 그래서 한참 꽃을 다듬고 대를 반으로 짧게 잘라서 유리컵 두개에 나눠 꽂았다.






꽃 옆에 앉혀줘도 어쩐지 계속 뚜떼해보이는 쿠야. 빈대 물렸나? ㅠㅠ 난 밤새 불켜고 안대 하고 잤는데 물리거나 어떤 징후는 없었다.







조그만 문방구 가위로 다듬느라 손 많이 갔지만 그래도 이렇게 꽂아두었다. 방에 꽃이 있으니 좋다.


이제 차 한잔 마시러 나가고픈데 폰도 충전 중이고 너무 졸려서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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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나와 빌니아우스, 보키에치우, 디조이 거리를 지나 필리에스 거리로 접어들었는데 흐리고 음습해서 몸을 녹이려고 눈에 띈 카페에 들어왔다. 조식 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마셨고 아직 밥먹을만큼 배고프진 않아서 말차라떼 시킴. 달지 않아 좋긴 한데 묘하게 코코넛맛이 남.


카페 이름은 Eskedar coffee bar. 힙함과 어설픔 사이를 좀 오가는 느낌인데(아무래도 회화 작품들이 좀 그렇다) 나름 분위기 있다. 주류를 파는 곳인데 칵테일 한잔 마시는쪽이 더 어울리는 타입인듯. 그러나 낮인데다 춥고 졸려서 알콜 대신 말차라떼로. 좀 쉬었다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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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네링가 호텔. 재작년에 머물렀을 때는 호텔 건물 사진 찍어둔 게 한 장도 없어서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찍었다. 그런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뭔가 키에슬롭스키나 그런쪽 유럽 영화의 음울한 느낌이... 
 
 
 





 
에어발틱을 처음 타보았는데 폴란드항공 못지 않다. 원래 예전에 끊어둔 표는 오늘 저녁 7시 즈음이었으나 몇주 전 갑자기 '그 시간대가 취소되었으니 다른 시간대로 옮기거나 다음날 타라' 는 메일이 왔다. 그래서 별수 없이 밤 11시 대신 오후 1시 50분 비행기로 바꾸었다. (가뜩이나 며칠 잡지 않았던 리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 줄어드니까 짜증이 났었음) 하여튼 공항에 와서 탑승구까지 왔는데 결국 지연이 되어 2시 반쯤 이륙했다. 게다가 원래 앞자리 5a를 예약했는데 보딩할 때 큐알을 찍자 삐비빅 하며 빨간 불이 뜨고... 뭐지 하고 놀랐는데 내 좌석이 바뀌었다면서 12a가 찍힌 프린트 항공권을 준다. 내 표는 에어발틱 중에서도 무료취소 가능, 좌석지정 가능한 조금더 비싼 표였는데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라 짜증난 채 탑승했다. (나중에 보니 5열은 좌석에 문제가 있는지 비상구석이어선지(비즈니스석 바로 뒤였음) 모두 비워둔 채여서 뭔가 이유가 있었나 하고 혼자 납득함)
 
 
하여튼 연착과 좌석 바뀐 것 때문에 짜증났었는데 내 기내캐리어를 올려준 승무원 청년이 너무 이쁜 미남이어서 갑자기 기분이 나아졌다. 뭐야 이게... 역시 예쁜 것에 약하다. 엄청난 금발 곱슬머리에 모델처럼 키가 크고 무용수처럼 늘씬하고 양쪽 귀에 은색 링 귀걸이를 두개씩 달고 에디 레드메인을 좀 닮은 앳된 청년 승무원을 보니 이게 비행기인지 런웨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래서 비행 내내 저 승무원 또 안 오나 하며 힐끗거렸는데 리가에서 빌니우스까진 40분밖에 안 걸렸고 이게 저가항공이다 보니 승무원의 서비스도 거의 없어서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웠음. 뭐지, 에어발틱 헐뜯는 걸로 시작해 미남 승무원으로 모든게 용서된 이야기인가... 하여튼 뭐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 그랬잖아. 
 
 
기류가 거의 없어 평온한 비행이었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단편 '스페니쉬 블러드'를 읽으며 왔다. 3시 10분에 착륙. 빌니우스 공항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ㅜㅜ 영원한 휴가님은 '웰컴 레인'이라고 하셨다만... 엉엉 비 싫어... 정말이지 '10월이라면 딱 연상되는 그 날씨'였다. 
 
 





내리기 기다리면서 비행기 창 밖으로 찍은 빌니우스 공항. 그 위의 라이언에어 나와 있는 사진도 마찬가지. 그러고보면 리가에선 돌아다닐 때 비 많이 온 날은 없었는데 흑흑... 하긴 여행 직전 기도하면서 '리가에서는 날씨 좋게 해주세요' 라고 했었으니 빌니우스에서 비와도 할 말 없나보다. 
 
 
가방은 금방 나왔는데 볼트 택시 타느라 고생했다. 재작년에 왔을 때에도 볼트를 불렀더니 주차장 저 멀리로 와서 뺑뺑 돌아야 했다. 이번엔 검색을 해본 후 볼트가 선다는 p2에 가 있었는데 이번 볼트는 또 공항 건물 바로 앞쪽으로 와서 나는 결국 다시 비를 맞으며 짐을 끌고 가야 했다. 빌니우스 공항은 아주 작고 좀 구식이라-좀 옛날 김포공항 같은데 더 작음- 조금만 나오면 비를 쫄딱 맞으며 짐을 끌고 가야 한다. (그래도 옆쪽에 신청사 공사를 하고 있었다) 비가 상당히 많이 왔다. 방수 숏패딩을 입어 다행이었다. 우산을 쓰고서는 큰 트렁크와 기내캐리어를 동시에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녹초가 되어 볼트 탑승. 볼트와 일반 택시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리가 공항에서는 짐이 더 많아서 그냥 택시를 탔더니만 25유로나 나왔었다(오늘 아침 호텔에서 공항 오는 볼트는 10유로였다!) 그러니 볼트를 탈 수밖에 없음. 9유로, 숙소까진 20분 정도 걸렸다. 재작년보단 차가 많고 길이 밀렸다. 비가 와서 그런 것 같았다. 막 10분~15분 이내로 갔었는데. 하여튼 리가도 빌니우스도 공항이 가까운 건 좋다. 
 
 
 





 

4시쯤 체크인. 2년만에 다시 투숙하게 된 네링가 호텔. 그땐 3층이었는데 이번엔 5층을 주었다. 그건 좋은데 엘리베이터가 온통 유리문이라 올라가는 내내 바깥이 보여서 무섭다 흑흑. 그런데 확실히 인간이란 상대적인 것이, 재작년엔 빌니우스에서 네링가에 먼저 묵었다가 켐핀스키로 옮겼기에 '네링가 의외로 넓고 좋고 편했어' 란 느낌을 간직한 채였는데 이번엔 리가 켐핀스키에 먼저 묵었다가 네링가로 오니까 방도 작아지고 여러가지로 확실히 하향되었기 때문에 '나쁘진 않은데 켐핀스키가 좋았구나' 란 생각이 들게 되었음. 인간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이 방은 노트북을 쓰기도 편하고 매우 뉴트럴해서 머무를만한 것 같다. 

 
 
 





 
짐을 모두 풀어놓고 지치고 배고픈채 나왔다. 비가 계속 주룩주룩 와서 멀리 가기도 어려웠기에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맥도날드에 갔다. 디럭스 치킨버거란 걸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 치즈가 들어 있고 소스가 빅맥과 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그리고는 근처 드로가스에서 핸드크림을 한개 사고, iki 라는 슈퍼에 물을 사러 가서 아이스크림도 한개 사먹었다. 오늘은 이것으로 마무리. 
 
 






뚜떼해진 쿠야. 아무래도 기내 캐리어에서 너무 고생시킨 듯. 
 
 
 

 
 
 
널찍하던 켐핀스키에서 왜 방이 이렇게 바뀐 건지 해명받고 싶은 듯한 표정의 쿠야. 
 
 

... 이 메모를 쓰는 중 왼쪽 발목이 가려워서 보니 자잘한 연붉은 자국들이 생겨서 이게 혹시 빈대가 아닌가 의심 중이다. 다른 곳은 자국이 없다만. 심하게 가렵거나 일자로 생긴 건 아니지만 핏줄 쪽에 모여있는게 좀 불안하다. 비누로 씻어주니 좀 가라앉긴 했는데... 오후 늦게 투숙해서 여태 저 천 씌운 긴 의자 외엔 맨발이나 맨발목으로 올라간 곳이 없는데... 의자 아래 두었던 가방들도 카펫과 천이 없는 쪽으로 옮겨놓고 책도 옮기고, 쿠야도 옮기고, 침대와 매트리스 아래, 저 긴의자 주변 등을 폰의 손전등으로 살폈는데 빈대의 특징이라는 검은 자국들이나 부산물은 없다만 불안하기 그지없음. 리뷰들에도 그런 얘긴 없다만... 긴 파자마를 추가로 입었다. 네링가 설마 이러기야?
 
 
근데 밤도 늦었고 빈대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짐을 다 풀어두어서 이걸 도로 다 주워담을 생각을 하니 그것도 피곤하고... 빈대는 밤중에 나온다니까 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물린 자국이 더 생겼으면 맞겠지. 근데 또 아닌 것 같기도 함. 이따금 피부에 자잘한 게 올라올 때가 있으니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자보려고 한다. 불을 켜놓고 안대를 쓰고 자면 나으려나 생각 중. 내일 아침에 리셉션에 가서 방을 바꿔달라고 해야 하나. 짐 어떻게 다시 꾸리지 흑흑. 제발 빈대가 아니게 해주세요... 예전에 묵었을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ㅜㅜ 근데 피곤해서 이제 자야 할 것 같다. 으앙, 몰라. 내일 아침에 확인하자. 내 몸으로 실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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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3. 19:36

리가 공항에서 2024 riga_vilnius2024. 10. 3. 19:36





리가 공항. 맨첨엔 C5게이트라 해서 멀리 걸어가 근처에서 차 한잔, 메이플피칸 패스트리를 먹고 쉬었는데 그 사이에 게이트가 반대방향 끝의 B8로 바뀌어서 다시 거슬러옴. 이게 뭐야.



게다가 역시 에어발틱도 연착을 피해가지 못함. 13:50 뱅기였는데 14:15로 연착됨. 많이 지연되는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보딩 기다리는 중이다. 짐이 많지 않았으면 나도 버스 타고 갔을텐데. 빌니우스까지는 50분 비행이라 한다. 빌니우스는 비, 바람. 비행기 흔들리지 않길, 편안히 비행하길.







공항 카페에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시켰더니 다망 프레르를 줌. 근데 그냥 아마드라도 좋으니 좀 저렴했으면 더 좋았을거 같긴 하다 ㅎㅎ 공항은 어딜 가나 비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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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3. 19:27

체크아웃, 잘 쉬었다 가요 2024 riga_vilnius2024. 10. 3. 19:27




11시쯤 체크아웃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열한시 반 즈음 잠들었는데 역시나 다섯시 즈음 깨버림 ㅠㅠ 편한 침대인데 왜 쭉 못 자는걸까.


목욕을 하고 대충 누룽지랑 즉석국 먹은 후 남은 짐 테트리스. 근데 간이저울로 들어보니 트렁크가 23킬로 전후인 듯해 혹시나 몰라 다시 짐을 조금 기내캐리어로 옮기는 등 고생고생.



체크아웃 후 볼트로 택시 불러서 공항에 왔다. 리가 공항은 작고 에어발틱은 이쪽 국적기라 짐도 금방 부침. 최종 무게는 21.6킬로라 그냥 막판 테트리스를 안해도 되는 거였다ㅠㅠ  



리가에서는 숙소에 좀 투자를 했다. 며칠 안 머무르기도 했고 친구랑 편하게 쉬고 싶어서. 잘 쉬었다 가요, 켐핀스키 리가. 인테리어는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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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로켓 빈 로스터리’라는 라트비아의 체인 카페. 사실 호텔 앞 카페인에 가고 싶었지만 그건 리투아니아 체인이라 빌니우스에도 많아서 라트비아 체인에 가보았다. 카페인이 별다방이라면 여기는 스타일 면에서 커피빈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그렇다고 더 좋은 건 아님.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



간밤 자정쯤 잠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약을 안먹고도 잠들었으나 역시나 네시 좀 안돼 깨어나 한시간 넘게 뒤척이다 뒤늦게 약을 먹고 다시 자서 8시 20분쯤 깼다. 잠이 계속 모자람. 빌니우스로 가면 좀더 많이 잘 수 있기를...



열두시 넘어서까지 방에서 게으름피웠다. 브런치 카페를 몇개 찾았으나 게으름이 승리하여 영원한 휴가님이랑 둘이 햇반과 튀김우동 작은 컵라면, 볶음김치와 캔참치로 아점을 먹어서 리가 타파스 계속 :) 그래서 내가 싸온 컵라면 몇개와 영원한 휴가님께 드린 컵라면 2개는 모두 리가의 이 방에서 먹어치웠다. 짐의 부피가 좀 줄었음. 엄마 모시고 온 때 제외하면 여행와서 이렇게 방에서 밥이랑 컵라면 많이 먹은게 첨이다. 나가서도 라트비아 음식을 따로 찾아먹지 않음(근데 블랙발잠과 절인 청어 외엔 특별한 라트비아 음식이 따로 없고 거의 러시아나 리투아니아와 겹치는 듯해서 더 그랬다) 영원한 휴가님은 빌니우스에서 사는지라 오히려 이럴때나 같이 컵라면, 매운거, 아시아음식을 먹게 되고 심지어 카페는 더욱 그렇다고 하셔서 아 그렇구나 하게 되었음.



어제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기에 나는 급기야 ‘설마 입을까?’ 했던 코트를 꺼냈다. 니트 바지도 입었다. 그랬더니 따뜻했다. 일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질렀던 걸 ‘가벼운 울 후드코트를 사온 보람이 있다’고 정당화하게 되었다. 흑, 역시 옛날 러시아의 10월 날씨였어... 내일 이 코트를 입고 가면 짐의 무게와 부피도 줄겠다고 좋아했지만 코트가 길어서 불편할 것 같아 좀전에 가방을 꾸리면서 보다 가볍고 허리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유니클로 다운패딩으로 바꿈. 결국 숏패딩, 코트 다 입고 가니 그래도 짐을 잘 꾸려왔다고 자화자찬해야 하나 싶다만, 여기 올때 여름 롱 원피스에 후드짚업 입고 왔고 청바지도 여름용 얇은 바지 ㅠㅠ



오늘은 영원한 휴가님이 오후에 빌니우스행 버스를 타고 가시는 날이었다. 항상 이별은 아쉽고 슬프지만 이번엔 내일 나도 빌니우스로 가므로 괜찮았다. 원래는 커피가 맛있다는 kalve 커피라는 카페에 가려고 했으나(영원한 휴가님은 도착했던 날 이 카페 지점2에 갔었고 요번엔 3지점에 가보려 했다), 게으름피우고 귀찮다는 이유로 그저께 갔던 파루나심 카페테카에 다시 가기로 했다. 흑흑, 아늑한 카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마음써주신 거란 생각이 든다.






여행서에 꼭 나오는 스웨덴 문을 지나서... (이 뒤엔 대포가 있다)






리가에서 가장 로맨틱한 카페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구를 써놓은 흑판이 걸린 카페인데 그런 말이 오글거리지 않을만큼 아늑하고 예쁘고 약간은 카페 에벨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그리고 여기 케익이 리가 와서 먹은 곳들 중 제일 맛있었다.








오늘은 사람이 엄청 많아서 2층 창가로 갔다. 첫날의 1층 안쪽 창가보단 덜 아늑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삼 티와 코코넛 케익을 먹으며 이야기 삼매경...



이후 2시 반쯤 카페를 나와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서 좀 쉬다가 영원한 휴가님은 볼트 택시를 불러 버스터미널로 가셨다. 같이 돌아다니다 처음으로 리가에서 혼자가 되어 아쉬웠다.



‘러시아인들이 많으니 여기는 러시아 음식이맛있을거 같아’ 하는 맘에 검색해 저장해놓았던 러시아 식당에 우하를 먹으러 갔다. 졸졸 따라다니며 길도 안 찾고 좋아하다가 혼자 구글맵 보며 찾아가니 역시 안 좋았다 ㅎㅎ






번역하면 바냐 아저씨란 레스토랑. 여기는 가격이 싸진 않았지만 음식이 꽤나 맛있었다. 버섯소스를 곁들인 감자 올라두슈키(감자전이랑 유사함. 체코에선 브람보락이라 한다) 세가지 생선과 당근, 감자, 딜이 들어간 우하, 크랜베리 모르스를 주문. 사실 메뉴판에 ‘버섯과 양송이 소스를 곁들인 감자 블린칙’이라 되어 있어 나는 이게 감자필링을 넣고 말아준 블린이라 착각하고 시킨거였는데 올라두슈키가 나와서 당황... 우하 하나만 시키기엔 모자라고 애매해서 먹기 가벼운걸 시킨 건데 기름에 지진 감자전... 그러나 이게 엄청 맛있었다! 농후하고 부드러운 버섯소스에 잘 지져낸 감자전!  






맛있었음!






우하는 ‘최고!’까진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고 기름기 없이 제대로 맑은 우하였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우하 먹어서 좋았다. 양이 많아(감자전 때문) 생선 다 건져먹고 국물은 남김.






다 먹고 나와선 맨 위에 쓴대로 호텔 앞 카페인 대신 라트비아만의 체인에 가보고자 로켓 빈에 갔다. 자유 기념비(여신상) 맞은편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까웠다. 근데 내부가 별로 넓지 않았고 그냥저냥이었다. 어텀 진저 라는 걸 시켰는데 생강차에 레몬 띄워주는 걸 상상했으나 오렌지를 갈아낸 뜨거운 음료에 생강과 계피가 첨가되어 배부른 음료라 반도 못 마심. 오렌지를 굳이 갈아서 뜨겁게 했어야 할까 흑흑... 하여튼 이거 마시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라트비아 사람들을 구경하다 호텔로 돌아옴. 리가에선 주변에서 라트비아 말보다 노어를 더 많이 들었다.






목욕 후 지난한 짐꾸리기ㅠㅠ 아아아... 내일 에어발틱은 가방 무게를 잘 맞춰야 해서 신경써가며 꾸림. 너무 가방 꾸리기 싫어서 잠깐 소파에 기댄 채 쿠야가 짐 좀 싸줬으면 하며 하염없이 바라보다 찍은 사진 1장. 가방 싸는데 두어시간 넘게 걸린 듯 ㅠㅠ 영원한 휴가님께 건네준 것도 있고 우리가 ‘리가 타파스’를 하며 먹어치운 것도 있고 올때보다 옷을 두껍게 입게 되었으니 무게는 얼추 맞춰진 거 같은데 내일 세면도구, 파우치, 잠옷 따위를 챙겨야 해서 간이저울은 안 재봄. 일단 낼 9시 알람을 맞췄으니 아침에 두어시간쯤은 있다. 11시 전후 나갈까 싶다.



이번 리가 여행은 4박5일로 짧고 앞뒤는 경유와 이동으로 잘라먹어서 본격 사흘쯤 다녔는데 날씨 좋았던 월욜에 대부분의 관광지를 클리어해서 어제와 오늘은 슬슬 다녔다. (근데 어제 젤 많이 다님) 사실 방에서 젤 많이 있었음. 리가는 옛날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막상 와보니 독일 느낌이 강하다. ‘재미있는 동네’란 느낌은 덜하다고 해야 하나. 도시 자체의 매력보다는 나에겐 ‘바리쉬니코프의 고향’, 러시아 사람들이 많아서 어쩐지 친숙한 곳, 호텔 방, 맘에 들었던 예쁜 카페, 그리고 친구와 종일 같이 보낸 시간과 일명 우리의 ‘리가 타파스’로 남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면 여행으로선 충분하고 즐거웠다.



아참, 오전에 업무 톡이 와서(슈퍼갑 감사요구자료를 실무자들이 작성한 것들에 대해 나보고 일일이 확인해 보완해달라는 친구 본부장의 요구 ㅠㅠ) 결국 노트북 켜고 일함. 엉엉... 낼이 빨간 날이라 그나마 다행이야...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빌니우스로 잘 건너가길. 아, 오늘 메모는 정말 길다...



오늘은 4.1킬로, 6,287보.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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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매우 싸늘하고 습한 바람이 불고 나중엔 비까지 내리는 등 전형적인 10월의 괴로운 날씨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좀 넘어 호텔 근방의 리가 중앙시장에 갔는데 강 근처라 더 추웠고 시장이 아주 크긴 했지만 막상 아침 먹을게 별로 없었다. 영원한 휴가님은 라그만을 드셨고 나는 수프를 먹고팠지만 없어서 뜨보록 든 블린과 감자버섯 블린을 먹었다. 전자는 너무 달았고 후자는 맛있었다. 수프 대용으로 불리온이 있어 그걸 시켰으나 노란 닭기름이 둥둥 뜨고 너무 잡내가 나서 못먹음.



시장은 한바퀴 돌기만 하고 어제 못간 아르누보 거리에 갔다. 중간중간 너무 추워서 눈에 보이는 가게마다 들어가보며 몸을 녹이고 나오기를 반복... 그리고 너무 추워서 아름다운 아르누보 양식 건물들의 건축양식을 즐기지 못했고 사진도 못찍고 그 거리의 유명하고 예쁜 아트 카페 시엔나로 들어갔다. 여기는 아르누보 인테리어의 아늑한 카페였고 금색과 흑갈색이 섞인 벨벳 드레스를 입은 금발 여인이 매우 친절했다. 그리고 임페리얼 포슬린(로모노소프)에 차를 내주었다. 여기서 몸을 녹이고 쉬었다. 맨 위와 아래 사진들.







망고무스 케익은 그럭저럭. 그래도 다즐링 마심.







카페에서 나와 근처 아르누보 건물 투어를 하려다 추워서 돌아나와 근처 거리들을 걷다가 성 거트루드 성당 쪽으로 갔다. 여기서 우리는 우연히 반지하에 있는 러시아 서점을 발견!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들을 몇권 샀다. 과연 근데 내가 이 원서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ㅠㅠ






서점에서 나와 뭘 먹으러갈까 고민하다 눈앞에 중국식당이 있어 거기 가서 마파두부, 밥, 완당수프, 군만두를 시켰다. 추웠기 때문이다. 마파는 나쁘지 않았지만 수프는 맛없었고 완당과 군만두를 같은 종류 만두로 쓰는 만행을 저지름. 하지만 마파두부와 밥을 먹고 몸이 따뜻해져서 좋았다.



이후 길들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옴. 빗방울이 떨어졌다. mikla 라는 근처 베이커리에서 바닐라크림이 든 푹신한 도넛과 슈의 중간단계인 셈라 1개, 메도빅 1개를 사고 리미에서 물 등을 사서 방으로 돌아오니 4시 즈음이었다. 이렇게 쓰니 별로 한게 없어보이지만 시장-숙소-아르누보 거리-성당(서점/식당)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어 상당히 걸었다. 오늘은 13,456보, 7.4킬로.



방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쉬고 케익, 커피와 쌍화차, 컵라면(짜파구리컵누들, 진짬뽕), 칩과 체리리큐르+블랙발잠 음료, 랍상소총으로 잡다한걸 먹음. 나는 이번 여행을 ‘리가 타파스’ 라고 이름붙였다. 잡다한 여러가지를 조금씩 계속해 먹어서.



리가에는 러시아인이 참 많다. 도처에서 노어를 듣는다. 그래선지 도시 자체가 아주 매력적이진 않은데 어쩐지 친숙하다.



계속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하다. 시차는 얼추 적응했는데 새벽에 깨는 버릇이 반복되는 듯하다. 오늘은 잘 잤으면 좋겠다. 일단 오늘 메모는 이 정도. 사진은 거의 못찍었다. 추워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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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구시가지 골목 사진 한 컷. 제일 화려하고 예쁘게 나와서 이걸로 골랐다.



어제 수다떨다가 자정 넘어 잤고 시차 적응이 아직 안돼서 네시에 깨버렸다. 약을 반알 더 먹고 조금 더 자서 여섯시 반쯤 깼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9시쯤 씻고 내가 챙겨온 햇반, 볶음김치, 간짬뽕, 진라면 소컵으로 여행자의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바깥 날씨가 흐려서 방에서 게으름피우며 놀다가 정오쯤 나갔다.



나오니 날씨가 좋아졌다. 그래서 엄청 돌아다녔고 리가의 관광명소들은 아르누보 거리 빼곤 거의 다 클리어했다. 성 피터성당, 브레멘의 음악대동상, 검은머리전당, 수탉 풍향계, 고양이집, 슬픔의 성모 성당, 그리스도 탄생 성당(정교), 자유의 여신상 등. 성당에선 들어가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중간에 다우가바 강변에 앉아 부모님께 전화를 했고 쉬기도 했다. 그늘은 싸늘했지만 해가 찬란하고 날씨가 매우 좋았다.



중간에 예쁜 카페를 발견, 배고파서 그 맞은편의 ‘히말라야’라는 네팔인도 음식점에 그냥 들어갔는데 외국 중국식당처럼 1-100번까지 메뉴가 있고 온갖 아시아 음식이 다 있어 의심하며 시켰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빈달루와 바스마티(긴쌀밥), 만추리안 치킨을 먹었는데 좋았다.



그 이후 그 예쁜 카페(파루나심 카페테카)에서 너무 맛있는 백차와 촉촉한 레드벨벳 조각케익으로 아주 아늑한 티타임과 이야기를 즐겼다.


구시가지를 걷고 중간중간 공원에 앉아 쉬고 돌아다녔다. 총 10,763보. 6.2킬로. 리가는 거의 평지라서 걷는게 별로 힘들지 않았다.




돌아와서는 근처 슈퍼에서 사온 멜론과 바베큐맛 감자칩, 수박시트러스향 사이더 (영원한 휴가님은 근처 티샵에서 산 랍상소총)로 불량하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이제 소화시키는 중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모두 맛있었고 기분좋은 하루였다. 아마 일을 안해서 그런 것 같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하루였다.



메모를 자세히 길게 쓰기 피곤해서 사진 여러 장으로 마무리.






검은머리전당.







슬픔의 성모 성당. 초를 켰다.







강변. 좋았다. 햇볕이 따끈했다.







맛있었던 밥.












카페. 여기도 너무 좋았음.







운하.






분수.







그리스도 탄생 성당. 마침 사제가 예배 중이었음.








내가 좋아하는 대천사 미하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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