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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로켓 빈 로스터리’라는 라트비아의 체인 카페. 사실 호텔 앞 카페인에 가고 싶었지만 그건 리투아니아 체인이라 빌니우스에도 많아서 라트비아 체인에 가보았다. 카페인이 별다방이라면 여기는 스타일 면에서 커피빈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그렇다고 더 좋은 건 아님.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



간밤 자정쯤 잠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약을 안먹고도 잠들었으나 역시나 네시 좀 안돼 깨어나 한시간 넘게 뒤척이다 뒤늦게 약을 먹고 다시 자서 8시 20분쯤 깼다. 잠이 계속 모자람. 빌니우스로 가면 좀더 많이 잘 수 있기를...



열두시 넘어서까지 방에서 게으름피웠다. 브런치 카페를 몇개 찾았으나 게으름이 승리하여 영원한 휴가님이랑 둘이 햇반과 튀김우동 작은 컵라면, 볶음김치와 캔참치로 아점을 먹어서 리가 타파스 계속 :) 그래서 내가 싸온 컵라면 몇개와 영원한 휴가님께 드린 컵라면 2개는 모두 리가의 이 방에서 먹어치웠다. 짐의 부피가 좀 줄었음. 엄마 모시고 온 때 제외하면 여행와서 이렇게 방에서 밥이랑 컵라면 많이 먹은게 첨이다. 나가서도 라트비아 음식을 따로 찾아먹지 않음(근데 블랙발잠과 절인 청어 외엔 특별한 라트비아 음식이 따로 없고 거의 러시아나 리투아니아와 겹치는 듯해서 더 그랬다) 영원한 휴가님은 빌니우스에서 사는지라 오히려 이럴때나 같이 컵라면, 매운거, 아시아음식을 먹게 되고 심지어 카페는 더욱 그렇다고 하셔서 아 그렇구나 하게 되었음.



어제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기에 나는 급기야 ‘설마 입을까?’ 했던 코트를 꺼냈다. 니트 바지도 입었다. 그랬더니 따뜻했다. 일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질렀던 걸 ‘가벼운 울 후드코트를 사온 보람이 있다’고 정당화하게 되었다. 흑, 역시 옛날 러시아의 10월 날씨였어... 내일 이 코트를 입고 가면 짐의 무게와 부피도 줄겠다고 좋아했지만 코트가 길어서 불편할 것 같아 좀전에 가방을 꾸리면서 보다 가볍고 허리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유니클로 다운패딩으로 바꿈. 결국 숏패딩, 코트 다 입고 가니 그래도 짐을 잘 꾸려왔다고 자화자찬해야 하나 싶다만, 여기 올때 여름 롱 원피스에 후드짚업 입고 왔고 청바지도 여름용 얇은 바지 ㅠㅠ



오늘은 영원한 휴가님이 오후에 빌니우스행 버스를 타고 가시는 날이었다. 항상 이별은 아쉽고 슬프지만 이번엔 내일 나도 빌니우스로 가므로 괜찮았다. 원래는 커피가 맛있다는 kalve 커피라는 카페에 가려고 했으나(영원한 휴가님은 도착했던 날 이 카페 지점2에 갔었고 요번엔 3지점에 가보려 했다), 게으름피우고 귀찮다는 이유로 그저께 갔던 파루나심 카페테카에 다시 가기로 했다. 흑흑, 아늑한 카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마음써주신 거란 생각이 든다.






여행서에 꼭 나오는 스웨덴 문을 지나서... (이 뒤엔 대포가 있다)






리가에서 가장 로맨틱한 카페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구를 써놓은 흑판이 걸린 카페인데 그런 말이 오글거리지 않을만큼 아늑하고 예쁘고 약간은 카페 에벨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그리고 여기 케익이 리가 와서 먹은 곳들 중 제일 맛있었다.








오늘은 사람이 엄청 많아서 2층 창가로 갔다. 첫날의 1층 안쪽 창가보단 덜 아늑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삼 티와 코코넛 케익을 먹으며 이야기 삼매경...



이후 2시 반쯤 카페를 나와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서 좀 쉬다가 영원한 휴가님은 볼트 택시를 불러 버스터미널로 가셨다. 같이 돌아다니다 처음으로 리가에서 혼자가 되어 아쉬웠다.



‘러시아인들이 많으니 여기는 러시아 음식이맛있을거 같아’ 하는 맘에 검색해 저장해놓았던 러시아 식당에 우하를 먹으러 갔다. 졸졸 따라다니며 길도 안 찾고 좋아하다가 혼자 구글맵 보며 찾아가니 역시 안 좋았다 ㅎㅎ






번역하면 바냐 아저씨란 레스토랑. 여기는 가격이 싸진 않았지만 음식이 꽤나 맛있었다. 버섯소스를 곁들인 감자 올라두슈키(감자전이랑 유사함. 체코에선 브람보락이라 한다) 세가지 생선과 당근, 감자, 딜이 들어간 우하, 크랜베리 모르스를 주문. 사실 메뉴판에 ‘버섯과 양송이 소스를 곁들인 감자 블린칙’이라 되어 있어 나는 이게 감자필링을 넣고 말아준 블린이라 착각하고 시킨거였는데 올라두슈키가 나와서 당황... 우하 하나만 시키기엔 모자라고 애매해서 먹기 가벼운걸 시킨 건데 기름에 지진 감자전... 그러나 이게 엄청 맛있었다! 농후하고 부드러운 버섯소스에 잘 지져낸 감자전!  






맛있었음!






우하는 ‘최고!’까진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고 기름기 없이 제대로 맑은 우하였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우하 먹어서 좋았다. 양이 많아(감자전 때문) 생선 다 건져먹고 국물은 남김.






다 먹고 나와선 맨 위에 쓴대로 호텔 앞 카페인 대신 라트비아만의 체인에 가보고자 로켓 빈에 갔다. 자유 기념비(여신상) 맞은편에 있는 곳이 제일 가까웠다. 근데 내부가 별로 넓지 않았고 그냥저냥이었다. 어텀 진저 라는 걸 시켰는데 생강차에 레몬 띄워주는 걸 상상했으나 오렌지를 갈아낸 뜨거운 음료에 생강과 계피가 첨가되어 배부른 음료라 반도 못 마심. 오렌지를 굳이 갈아서 뜨겁게 했어야 할까 흑흑... 하여튼 이거 마시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라트비아 사람들을 구경하다 호텔로 돌아옴. 리가에선 주변에서 라트비아 말보다 노어를 더 많이 들었다.






목욕 후 지난한 짐꾸리기ㅠㅠ 아아아... 내일 에어발틱은 가방 무게를 잘 맞춰야 해서 신경써가며 꾸림. 너무 가방 꾸리기 싫어서 잠깐 소파에 기댄 채 쿠야가 짐 좀 싸줬으면 하며 하염없이 바라보다 찍은 사진 1장. 가방 싸는데 두어시간 넘게 걸린 듯 ㅠㅠ 영원한 휴가님께 건네준 것도 있고 우리가 ‘리가 타파스’를 하며 먹어치운 것도 있고 올때보다 옷을 두껍게 입게 되었으니 무게는 얼추 맞춰진 거 같은데 내일 세면도구, 파우치, 잠옷 따위를 챙겨야 해서 간이저울은 안 재봄. 일단 낼 9시 알람을 맞췄으니 아침에 두어시간쯤은 있다. 11시 전후 나갈까 싶다.



이번 리가 여행은 4박5일로 짧고 앞뒤는 경유와 이동으로 잘라먹어서 본격 사흘쯤 다녔는데 날씨 좋았던 월욜에 대부분의 관광지를 클리어해서 어제와 오늘은 슬슬 다녔다. (근데 어제 젤 많이 다님) 사실 방에서 젤 많이 있었음. 리가는 옛날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막상 와보니 독일 느낌이 강하다. ‘재미있는 동네’란 느낌은 덜하다고 해야 하나. 도시 자체의 매력보다는 나에겐 ‘바리쉬니코프의 고향’, 러시아 사람들이 많아서 어쩐지 친숙한 곳, 호텔 방, 맘에 들었던 예쁜 카페, 그리고 친구와 종일 같이 보낸 시간과 일명 우리의 ‘리가 타파스’로 남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면 여행으로선 충분하고 즐거웠다.



아참, 오전에 업무 톡이 와서(슈퍼갑 감사요구자료를 실무자들이 작성한 것들에 대해 나보고 일일이 확인해 보완해달라는 친구 본부장의 요구 ㅠㅠ) 결국 노트북 켜고 일함. 엉엉... 낼이 빨간 날이라 그나마 다행이야...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빌니우스로 잘 건너가길. 아, 오늘 메모는 정말 길다...



오늘은 4.1킬로, 6,287보.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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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