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일요일 밤 : 볼트로 발품과 시간 절약, 카페랑 밥으로 하루 끝, 다시 쓰고 싶은데 2024 riga_vilnius2024. 10. 7. 02:36
사진은 오늘 늦은 점심 먹은 후 두번째 카페 가는 길에 발견한 꽃집 장식. 참으로 무심하고 무성하다. 빌니우스 건물들에는 조화 꽃장식이 많은데 하나같이 엄청 무성하고 스타일 과잉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이녀석은 그런 꽃들은 아니지만 그 무성함과 막 모아두는 느낌은 비슷함. 문 앞에도 호박과 갈대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아마 가을/핼로윈 느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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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많이 걸어서 너무 피곤했는지 9시까지 자고 또 잤다. 7시쯤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했는데 여행 와서 제일 많이 잤다. 더 자고 싶었는데 조식 먹으러 내려가야 해서 9시에 억지로 일어났음. 조식 신청을 해놓으면 끼니 챙기기가 수월해서 좋긴 한데 아침에 맘껏 게으름피울 수가 없다. 이러다 어떤 날은 안내려갈지도...
오늘은 다시 흐려지고 싸늘했다. 기온 자체가 아주 낮지는 않았으나 음습하고 흐린 날씨였다. 빌니우스 와서 이틀 연달아 많이 걸었으므로 오늘은 움직임을 최소화하기로 하고 재작년에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신 카페 중 안 가봤던 ‘테이스트 맵’ 에 가보기로 했다.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로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구시가지 쪽은 아니어서 길찾기가 좀 까다로웠고 많이 걸어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에이 볼트 불러~’ 하며 택시를 타고 갔다. 볼트로는 5분밖에 안 걸렸다.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를 따라가다가 꺾어서 공원 곁을 지나 쭉 올라가니 나왔는데 오르막이라 걸어서 갔으면 고생했을 듯(돌아올 땐 내리막이니까 걸어왔는데 추웠다)
카페 얘기는 따로 올리기로 하고... 카페에 앉아 책을 좀 읽고 있으니 영원한 휴가님께서 잠깐 들르셨다. 자택에서 그렇게까지 멀진 않아서 킥보드를 타고 오셨다고 함. 빌니우스에서 다시 보니 또 반가웠다.
카페에서 나와 근처의 정교 성당(성 콘스탄틴과 미하일 성당이라고 했다)에도 들어가 보았다. 성당은 정교 성당치고는 외관이 덜 화려했고(크기는 했지만), 내부에는 의자도 있고 조명이 밝아서 약간 카톨릭 성당이랑 섞인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새벽의 문 근처 정교 성당도 좀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었던 우크라이나 음식점이 근처라 거기까지 안내해주신 후 귀가하셨다. 일요일이라 가족들 챙겨야 하는데 얼굴 보러 나와주셔서 고마웠다.
음식점 이름은 ‘보르쉬’였다. 당연히 보르쉬를 먹어야지~ 그런데 여기는 식당이 작지도 않은데 카운터 점원이 하나 뿐이었고 그나마 자리에도 잘 없어서 들어간 후 주문받을 때까지 15분 이상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메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수프 외에는 펠메니, 치킨 키예프, 치킨 타바카, 거위구이, 달달한 블린, 그리고 올리비에 등 샐러드 정도였다. 그래서 보르쉬 작은 거랑 새우랑 연어 든 올리비에를 시켰다. 보르쉬는 맛이 깊고 맛있었는데 상당히 기름졌다. 나는 기름기가 덜하고 야채가 더 많고 비트 색이 더 빨간 걸 선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맛있었다. 그러나 보르쉬를 다 먹고 나서도 한참 기다려서야 올리비에가 나와서 그사이 배가 찼고 수프 없이 올리비에만 먹기엔 좀 추웠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이 한번에 다 나오면 참 좋겠는데 ㅎㅎ 그래서 올리비에는 좀 남겼다.
샐러드를 먹고 나서 나왔더니 다시 추웠다. 거슬러 올라가다 필리모 거리를 쭉 따라 내려가면 두 번째로 가려던 엘스카 커피, 그리고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가 나오는 루트였는데 구글맵을 찍었더니 지름길을 알려줘서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게 되었다. 근데 이 길이 상당히 추워서 괴로웠음. 기억을 더듬어보니 재작년에도 이 필리모 거리는 넓고 바람불고 좀 힘들었다. 이웃 거리도 좀 그랬는데 아마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이라 그런가보다. 응달 쪽은 이미 나뭇잎이 노랗게 변해 있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공원을 지나자 엘스카 커피가 나왔다. 나는 이 엘스카 커피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또 갈 것 같다.
엘스카에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을 4분의 3쯤 읽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드로가스에 들러 바디로션과 립밤을 샀다. 수면양말도 사려고 했으나 한 켤레에 5.99유로나 해서 ‘우왁 넘해’ 하며 안 삼. 바디로션은 종류가 별로 없어서 무난한 뉴트로지나를 샀는데 세가지 종류가 있었다. 내가 산 이것보다 좀더 보습 잘되는 ‘아주 건조한 피부용’ 시카 바디로션이 있어 고민하다가 그런 건 흡수가 빨리 안돼서 이걸 샀는데 막상 목욕하고 발라보니 그냥 그거 살걸 그랬다. 내 피부가 그렇게 건조하진 않은데... 물 자체가 석회질이 있어 그럴지도.
목욕을 하고 좀 쉬다가 누룽지 따위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이제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오늘은 볼트를 타고 갔던데다 카페 두 곳, 식당 한 곳이 전부라 다리가 안 아프고 좋다. 발품 파는 건 다리 아프고 힘든데 역시 자본의 힘이란...
간밤에 예전에 쓴 글들을 좀 뒤적여보았다. 올해는 글을 쓰지 못해서 불만족스러운 나날이다. 연초부터 아빠가 아프시고 회사 업무도 너무 힘들어서 작년에 시작한 글을 1월에 마친 이래 새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여기 와서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메모는 이렇게 줄인다. 사진들 아래 몇 장. 사실 오늘은 거의가 카페 사진들이라 나머지 사진은 별로 없음. 걸어내려오는 길은 좀 황량하고 썰렁했고 추워서 사진 찍기 어려웠음.
오늘은 3.3킬로, 5,370보. 확실히 볼트 덕분.
이게 성 콘스탄틴과 미하일 정교 성당.
지름길 공원.
보르쉬. 뽐뿌슈까 빵을 준대서 ‘오 좋아 제대로야’ 하고 좋아했지만 마늘버터로 구운 브리오슈가 아니라 모닝빵 타입이었고 마늘기름을 따로 줌.
새우와 연어 든 올리비에. 좀 짰다. 난 기본 올리비에로 저렴하게 내주는게 좋은데 레스토랑들은 항상 거기에 소고기니 새우니 추가해 비싸져서 아쉽다.
드로가스 득템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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