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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네링가 호텔. 재작년에 머물렀을 때는 호텔 건물 사진 찍어둔 게 한 장도 없어서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찍었다. 그런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뭔가 키에슬롭스키나 그런쪽 유럽 영화의 음울한 느낌이... 
 
 
 





 
에어발틱을 처음 타보았는데 폴란드항공 못지 않다. 원래 예전에 끊어둔 표는 오늘 저녁 7시 즈음이었으나 몇주 전 갑자기 '그 시간대가 취소되었으니 다른 시간대로 옮기거나 다음날 타라' 는 메일이 왔다. 그래서 별수 없이 밤 11시 대신 오후 1시 50분 비행기로 바꾸었다. (가뜩이나 며칠 잡지 않았던 리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 줄어드니까 짜증이 났었음) 하여튼 공항에 와서 탑승구까지 왔는데 결국 지연이 되어 2시 반쯤 이륙했다. 게다가 원래 앞자리 5a를 예약했는데 보딩할 때 큐알을 찍자 삐비빅 하며 빨간 불이 뜨고... 뭐지 하고 놀랐는데 내 좌석이 바뀌었다면서 12a가 찍힌 프린트 항공권을 준다. 내 표는 에어발틱 중에서도 무료취소 가능, 좌석지정 가능한 조금더 비싼 표였는데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라 짜증난 채 탑승했다. (나중에 보니 5열은 좌석에 문제가 있는지 비상구석이어선지(비즈니스석 바로 뒤였음) 모두 비워둔 채여서 뭔가 이유가 있었나 하고 혼자 납득함)
 
 
하여튼 연착과 좌석 바뀐 것 때문에 짜증났었는데 내 기내캐리어를 올려준 승무원 청년이 너무 이쁜 미남이어서 갑자기 기분이 나아졌다. 뭐야 이게... 역시 예쁜 것에 약하다. 엄청난 금발 곱슬머리에 모델처럼 키가 크고 무용수처럼 늘씬하고 양쪽 귀에 은색 링 귀걸이를 두개씩 달고 에디 레드메인을 좀 닮은 앳된 청년 승무원을 보니 이게 비행기인지 런웨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래서 비행 내내 저 승무원 또 안 오나 하며 힐끗거렸는데 리가에서 빌니우스까진 40분밖에 안 걸렸고 이게 저가항공이다 보니 승무원의 서비스도 거의 없어서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웠음. 뭐지, 에어발틱 헐뜯는 걸로 시작해 미남 승무원으로 모든게 용서된 이야기인가... 하여튼 뭐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 그랬잖아. 
 
 
기류가 거의 없어 평온한 비행이었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단편 '스페니쉬 블러드'를 읽으며 왔다. 3시 10분에 착륙. 빌니우스 공항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ㅜㅜ 영원한 휴가님은 '웰컴 레인'이라고 하셨다만... 엉엉 비 싫어... 정말이지 '10월이라면 딱 연상되는 그 날씨'였다. 
 
 





내리기 기다리면서 비행기 창 밖으로 찍은 빌니우스 공항. 그 위의 라이언에어 나와 있는 사진도 마찬가지. 그러고보면 리가에선 돌아다닐 때 비 많이 온 날은 없었는데 흑흑... 하긴 여행 직전 기도하면서 '리가에서는 날씨 좋게 해주세요' 라고 했었으니 빌니우스에서 비와도 할 말 없나보다. 
 
 
가방은 금방 나왔는데 볼트 택시 타느라 고생했다. 재작년에 왔을 때에도 볼트를 불렀더니 주차장 저 멀리로 와서 뺑뺑 돌아야 했다. 이번엔 검색을 해본 후 볼트가 선다는 p2에 가 있었는데 이번 볼트는 또 공항 건물 바로 앞쪽으로 와서 나는 결국 다시 비를 맞으며 짐을 끌고 가야 했다. 빌니우스 공항은 아주 작고 좀 구식이라-좀 옛날 김포공항 같은데 더 작음- 조금만 나오면 비를 쫄딱 맞으며 짐을 끌고 가야 한다. (그래도 옆쪽에 신청사 공사를 하고 있었다) 비가 상당히 많이 왔다. 방수 숏패딩을 입어 다행이었다. 우산을 쓰고서는 큰 트렁크와 기내캐리어를 동시에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녹초가 되어 볼트 탑승. 볼트와 일반 택시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리가 공항에서는 짐이 더 많아서 그냥 택시를 탔더니만 25유로나 나왔었다(오늘 아침 호텔에서 공항 오는 볼트는 10유로였다!) 그러니 볼트를 탈 수밖에 없음. 9유로, 숙소까진 20분 정도 걸렸다. 재작년보단 차가 많고 길이 밀렸다. 비가 와서 그런 것 같았다. 막 10분~15분 이내로 갔었는데. 하여튼 리가도 빌니우스도 공항이 가까운 건 좋다. 
 
 
 





 

4시쯤 체크인. 2년만에 다시 투숙하게 된 네링가 호텔. 그땐 3층이었는데 이번엔 5층을 주었다. 그건 좋은데 엘리베이터가 온통 유리문이라 올라가는 내내 바깥이 보여서 무섭다 흑흑. 그런데 확실히 인간이란 상대적인 것이, 재작년엔 빌니우스에서 네링가에 먼저 묵었다가 켐핀스키로 옮겼기에 '네링가 의외로 넓고 좋고 편했어' 란 느낌을 간직한 채였는데 이번엔 리가 켐핀스키에 먼저 묵었다가 네링가로 오니까 방도 작아지고 여러가지로 확실히 하향되었기 때문에 '나쁘진 않은데 켐핀스키가 좋았구나' 란 생각이 들게 되었음. 인간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이 방은 노트북을 쓰기도 편하고 매우 뉴트럴해서 머무를만한 것 같다. 

 
 
 





 
짐을 모두 풀어놓고 지치고 배고픈채 나왔다. 비가 계속 주룩주룩 와서 멀리 가기도 어려웠기에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맥도날드에 갔다. 디럭스 치킨버거란 걸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 치즈가 들어 있고 소스가 빅맥과 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그리고는 근처 드로가스에서 핸드크림을 한개 사고, iki 라는 슈퍼에 물을 사러 가서 아이스크림도 한개 사먹었다. 오늘은 이것으로 마무리. 
 
 






뚜떼해진 쿠야. 아무래도 기내 캐리어에서 너무 고생시킨 듯. 
 
 
 

 
 
 
널찍하던 켐핀스키에서 왜 방이 이렇게 바뀐 건지 해명받고 싶은 듯한 표정의 쿠야. 
 
 

... 이 메모를 쓰는 중 왼쪽 발목이 가려워서 보니 자잘한 연붉은 자국들이 생겨서 이게 혹시 빈대가 아닌가 의심 중이다. 다른 곳은 자국이 없다만. 심하게 가렵거나 일자로 생긴 건 아니지만 핏줄 쪽에 모여있는게 좀 불안하다. 비누로 씻어주니 좀 가라앉긴 했는데... 오후 늦게 투숙해서 여태 저 천 씌운 긴 의자 외엔 맨발이나 맨발목으로 올라간 곳이 없는데... 의자 아래 두었던 가방들도 카펫과 천이 없는 쪽으로 옮겨놓고 책도 옮기고, 쿠야도 옮기고, 침대와 매트리스 아래, 저 긴의자 주변 등을 폰의 손전등으로 살폈는데 빈대의 특징이라는 검은 자국들이나 부산물은 없다만 불안하기 그지없음. 리뷰들에도 그런 얘긴 없다만... 긴 파자마를 추가로 입었다. 네링가 설마 이러기야?
 
 
근데 밤도 늦었고 빈대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짐을 다 풀어두어서 이걸 도로 다 주워담을 생각을 하니 그것도 피곤하고... 빈대는 밤중에 나온다니까 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물린 자국이 더 생겼으면 맞겠지. 근데 또 아닌 것 같기도 함. 이따금 피부에 자잘한 게 올라올 때가 있으니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자보려고 한다. 불을 켜놓고 안대를 쓰고 자면 나으려나 생각 중. 내일 아침에 리셉션에 가서 방을 바꿔달라고 해야 하나. 짐 어떻게 다시 꾸리지 흑흑. 제발 빈대가 아니게 해주세요... 예전에 묵었을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ㅜㅜ 근데 피곤해서 이제 자야 할 것 같다. 으앙, 몰라. 내일 아침에 확인하자. 내 몸으로 실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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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