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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1. 22:03

후라칸 커피 Huracan Coffee 2024 riga_vilnius2024. 10. 11. 22:03




후라칸 커피도 이 동네 체인이다. 여기는 약간 별다방 리저브 매장 느낌이 좀 나는데 카페인보다는 좀더 있어보이고 분위기도 좋다. 하니 앤 손즈 피라미드 티백을 주고 아삼과 얼그레이 중 고를 수 있다. 전에는 영원한 휴가님과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는 후라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려서 멀리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400미터 거리의 제일 가까운 후라칸에 갔다. 얼그레이와 블랙포레스트 주문. 차는 나쁘지 않았다. 대로변으로 난 통창에 붙어 있는 높은 테이블에 앉아 스케치도 하고 비오는 거리와 사람 구경도 좀 했다. 카페 사진 몇장 아래. (다른 구석들도 좀 찍고팠는데 비와서 그런지 점점 손님들이 늘어나서 못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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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1. 21:22

비오는 날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11. 21:22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지난주에 빌니우스 도착했던 날 같다.



오전에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후라칸 커피에 가서 그린 스케치. 얼그레이와 블랙포레스트 케익. 방에 돌아오니 온몸에 커피 향이 뱄다.



이 카페엔 온갖 복잡한 소품이 많은고로 다 생략하고 차랑 케익, 조명 세 개만 그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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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역시 올해 초에 마친 90년대 단편 <4월의 로켓> 중에서 발췌. 후반부의 이야기이다. 마냐는 미샤를 자기 방에 데려와 따뜻한 허브차를 끓여준 후 배가 고파서 빵에 마가린을 발라서 먹는다. 바똔은 러시아식 흰빵, 바게트랑 조금 비슷한데 그만큼 맛있지는 않다. 더 크고 두툼하다. 흘롑은 흑빵. 그러다가 마냐는 미샤에게도 빵을 한 조각 주면서 어떤 부체르브로드 샌드위치를 좋아하는지 궁금해 한다. 
 
 
제냐, 겐카는 모두 이 90년대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게냐(본명 예브게니)의 애칭. 리디야는 게냐의 옛 여자친구. 애칭은 리다. 전에 ‘구름 속의 뼈’ 중편 발췌문에 몇 번 등장했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가 다시 기침을 조금 했어요. 나는 그에게 라마를 바른 바똔을 한 조각 건네주면서 말했어요.
 
 
“ 뭘 좀 먹으면 나을 거예요. ”
 
 
그는 빵을 받아서 먹었어요. 잼은 올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라마를 발라준 빵을 먹고 내가 끓여준 차를 마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미샤는 빵을 손으로 잘라서 차랑 번갈아 가며 한 입씩 먹었어요. 툴라 비스킷은 먹는 척만 했었는데 마가린 바른 빵은 곧잘 먹네요. 예의를 차리는 건지 정말 입에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신사적인 건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 아니겠어요?
 
 
“ 그래요, 맛있네요. 이건 당신 말대로 흘롑보다는 바똔에 더 어울리겠어요. 더 부드러우니까요. 바똔도 정말 오랜만에 먹어요. ”
 
“ 그럼 아침엔 뭘 먹어요? ”
 
“ 그냥 부체르브로드랑 차 한 잔 정도. ”
 
“ 부체르브로드에는 뭘 얹어 먹나요? 난 항상 그런 게 궁금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빵에 뭘 얹어서 먹는지. 수프는 뭘 좋아하는지. 커피에는 크림을 넣는지 안 넣는지. 홍차에는 설탕을 몇 숟가락 넣는지. 잼은 딸기랑 사과랑 나무열매 중에 뭐가 좋은지. 나는 정통파예요, 부체르브로드는 역시 햄이랑 오이가 제일 맛있거든요. 그리고 흘롑보다는 바똔이 더 좋아요. 어릴 때부터 흘롑의 그 시큼한 맛이 싫었거든요. 엄마한테 맨날 혼났어요. 입만 고급이라고, 흰 빵 타령한다고. ”
 
“ 난 흘롑이 더 좋던데. 하긴 어릴 때부터 세뇌돼서 그런 건지도 몰라요. 선생님이 바똔이랑 버터는 먹지 말라고, 홍차에 설탕도 넣지 말라고 했거든요. 무용수는 살이 찌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곧이곧대로 맨 흑빵에 치즈만 얹고 버터랑 잼은 안 바르고 차에도 아무것도 안 넣어 마셨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 친구들이랑 동료 무용수들은 버터에 설탕에 케이크까지 먹을 건 전부 다 먹고 있더라고요. 근데 난 습관이 돼서 지금도 아침엔 흑빵에 치즈랑 사과만 얹어서 대충 먹어요. 누가 해주거나 사 먹을 땐 연어 올린 게 좋지만. 난 게으르거든요, 늦게 일어나니까 아침은 잘 안 먹을 때도 많고. ”
 
“ 난 발레리나들만 다이어트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제냐도 그렇게 먹어요? 그 키에 그렇게만 먹고 어떻게 버틴담, 젊은 남자애가. ”
 
“ 우리 때나 그랬지 요즘 애들은 안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무용수들도 보니까 이것저것 다 먹어요. 겐카는 시리얼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아마 걔는 라마도 좋아할 거예요. ”
 
 
나는 미샤와 제냐가 함께 장을 보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제냐는 라마와 시리얼, 우유랑 초콜릿, 스메타나와 콜라, 햄과 다진고기, 달걀과 잼, 감자, 양파, 당근, 절인 오이, 깡통 연유 뭐 그런 걸 사겠지요, 나처럼. 그 옆에서 미샤가 흘롑과 사과랑 치즈를 담고 훈제연어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이 사람이 헐어빠지고 접은 자국이 가득한 슈퍼마켓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거든요. 제냐는 그런 봉지에 우유랑 시리얼 같은 걸 담아서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몇 번 봐서 괜찮은데. 하긴 제냐는 스물도 안 됐을 무렵부터 봤고 이 사람처럼 우아하고 부티 나는 타입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냐는 내가 주는 담배를 받아서 피운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차는 리디야가 왔을 때랑 미샤가 왔을 때 두 번 끓여다 줬지만 예의상 조금 마셨지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라마 바른 바똔은 먹겠지요, 하지만 내가 발라주는 건 받아먹지 않을 거예요. 그럴 일이 아예 없을 테니까요.
 
 
미샤는 빵을 아주 천천히 먹었어요. 그 한 조각을 꼭 빵 한 덩어리를 먹듯이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었지요. 하지만 보기 싫게 깨작거리는 건 아니었어요. 그건 꼭 아까 그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말보로 한 갑 전체처럼 피운 거랑 비슷했어요. 그러자 나는 다시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어요. 말보로는 다 피웠지만 사르바르가 잊고 간 터키산 담배가 침대 귀퉁이에 놓여 있었어요. 담배를 한 개비 꺼내자 미샤가 다시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어요. 역시 한 방에 불꽃이 확 일었어요.

 
 
 
 
.......
 
 
 
 


마냐가 발라주는 ‘라마’는 저 당시 엄청나게 인기 많았던 마가린. 너도나도 저것을 빵에 발라 먹었다. 나랑 쥬인도 매일매일 바똔에 저 라마를 발라 잼을 척척 얹어서 먹으며 좋아했다 :) 이 발췌문 앞에 저 라마에 대한 대화가 따로 나온다. 그래서 이 단편을 마치고 제목을 정할 때 ‘라마’를 제목에 넣을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말보로, 허브차, 라마’ 뭐 이런 식으로. 이 단편에서 중요한 소재 세 가지라서. 근데 이런 명사 열거는 블로그 메모나 잡문 제목으로는 좋지만 이 단편 제목으론 딱히 마음에 안 들어서 4월의 로켓으로 정했다. (이 제목도 100% 맘에 드는 건 아니어서 나중에 고칠지도 모른다)
 
 
부체르브로드는 흔히 말하는 오픈 샌드위치인데 소련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러시아에서 많이 먹는다. 마냐의 말대로 가장 기본은 햄이나 칼바사와 오이 조합이고 미샤가 먹고 싶어하는 연어 올린 건 조금 고급 조합. 사과랑 치즈는 자주 먹는 조합은 아니다만 무용수 출신인 미샤가 좋아한다. 예전에 썼던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 미샤의 코믹 버전인 왕재수가 이걸 먹곤 함. 흑빵에 올린 게 제일 클래식이다만 버터에 연어알 듬뿍 올려주는 건 바똔에 올리는 게 더 어울린다. 이것도 좀 호화스러운 버전. 극장에 가면 카페에서 샴페인과 이 연어알 부체르브로드를 판다. 뭐 요즘이야 원체 먹을 게 풍요로우니 이런 게 호화스럽고 그렇지도 않다만. (물론 제일 호화스러운 건 캐비어 얹은 것)
 
 

 

 
 
이게 햄 오이 부체르브로드.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 단추 베르닌이 좋아했다. 좋아한 나머지 모스크바 에피소드에서는 KGB 비밀요원 일류샤가 만들어준 햄 오이 샌드위치도 아무 의심없이 덥석 받아먹는다. 
 
 

 
 
이게 연어 얹은 부체르브로드. 근데 좀 촌스럽고 소련이나 90년대 러시아 느낌 나는 부체르브로드 사진 찾아서 올리려 했는데 구글링하니까 요즘 나오는 이쁘고 맛있는 이미지들이 판을 치네 ㅎㅎㅎ 그나마 햄 오이 부체르브로드는 좀 촌스러운 걸 찾아서 올린 건데. 맨 위 사진은 오늘 조식에서 내가 먹은 것. 흰빵, 흑빵. 미니 사과. 치즈, 잼, 스메타나 다 가져와서 찍었는데 이 글에서 마냐랑 미샤가 보통 먹는 거랑은 역시 안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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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오늘 가봤던 문구점 Raštinė 안에 있는 카페. 빌니우스는 서점 안쪽 창가에 테이블 몇 개와 커피 카운터로 소박하게 자리잡은 카페들이 왕왕 있는데, 여기는 일본 문구를 주로 파는 아기자기한 문구점이다. 그리 넓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에 카운터와 창가 테이블 일부는 하얀 욕실 타일로 되어 있다.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셔서 오늘은 여기 가보기로 하고 나왔는데, 가긴 갔지만 제일 처음 갔던 곳은 여기가 아니었으니...
 
 
엄청 피곤하게 잤다. 8시 좀 안 되어 깼는데 7시간 가량 잔 것 같다.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긴 하다. 머리도 아프고 졸리고... 몸도 무겁고. 침대에 누워 잠깐 업무메일과 부서 단톡을 확인하고 급한 사안에 대해 답신을 보내준 후 ‘아아 밥 먹으려면 일어나야 해’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났다. 따뜻한 물에 잠깐 몸을 담근 후 조식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고 올라왔는데 너무너무 졸리고 다시 눕고만 싶었다. 그러나 오늘까지만 기온이 19~20도고 내일은 비 오고 그 후부턴 다시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으니 ‘안돼, 따뜻한 날씨 아까워’ 하면서 꾸역꾸역 기어나갔다.
 
 
아앗 그런데 이럴 수가! 분명히 일기예보에는 19~20도라고 되어 있었는데... 바람이 불고 음습해서 으슬으슬한 거였다! 해가 나지 않고 흐렸던 것이다. 11시 좀 넘어서 나왔는데 원래는 저 문구점 카페 Raštinė에 갔다가 근처 거리들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식당을 발굴하려고 했었다. 저 카페 아니면 토토리우 거리의 Kiras 카페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Raštinė도 문제의 네버엔딩 필리모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가야 했고... 이 거리가 어제도 생각했다만 날씨 안 좋을 땐 좀 춥고 우중충하다. 게디미나스 대로로 나왔을 때부터 ‘어 왜케 추워’로 시작, Jogailos 거리로 꺾어서 필리모 거리 가는 길에 금세 으슬으슬 추워지고 바람이 불어대서 ‘아아 나 지금 따뜻한 데 들어가야 한다. 문구점 못 간다’ 상태가 됨.
 
 
반팔 티셔츠에 후드 달린 롱 카디건 걸치고 나왔는데 스카프를 여미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그래그래 매일 가면 어때’ 하며 급하게 제일 가까운 엘스카로 뛰어 들어감. 흑흑, 며칠만에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엘스카. 생각해보니 숙소랑 가깝고 아늑하고 빛도 잘 들어오고 그림도 그리고, 옛날의 카페 에벨이랑 여러 모로 비슷하다. 에벨만큼 빈티지풍의 안락함은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에벨은 디저트도 맛있긴 했다 ㅎㅎ)
 
 
그런데 참 신기하게 엘스카에 들어가자 오늘은 해가 들지도 않았는데 따뜻해서 카디건도 벗고 나중엔 스카프도 벗었다. 라디에이터는 아직 안 튼 것 같은데. 춥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아무래도 조식 먹을 때 차를 너무 조금 마셔서 카페인 부족인가 싶고 또 디저트가 별로 없는 곳이니 다시 플랫 화이트를 시킴. 여기 와서 1일 1커피 중. 나중에 한국 돌아가서도 커피 마시는 거 아니야? 하지만 사실 차가 더 좋긴 하다. 여기서 차를 맛있게 우려주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오랜만에 현금 결제를 하려 했는데 잔돈이 부족하다고 하여 카드 결제를 했다. 확실히 어디나 요즘은 현금보다는 카드인가보다. 그때 내 동전지갑을 보고 점원이 ‘동전지갑 넘 귀엽다’고 했다. 쥬인이 옛날에 일본에 갔다가 선물로 사다준 지갑인데 뿌듯했음 :) 오늘은 플랫 화이트에 설탕을 넣었다. 설탕 넣은 플랫 화이트를 마시자 귀신같이 두통이 사라짐. 정말 카페인과 당분 부족이었나봐 ㅠㅠ 잠깐 몸만 녹이고 나가려 했으나 스케치를 한 장 그리느라 한시 다 되어 카페에서 나왔다. 화정 우리 집 앞에 엘스카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차리고 싶은 스타일 카페인데, 엘스카랑 카페 에벨...
 
 
몸을 녹인 후 엘스카에서 나오니 해가 좀 나왔고 아까보다 따뜻해서 ‘와 정말 그래도 20도인가봐’ 하며 필리모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 근데 바람이 불었다 안 불었다, 따뜻했다 안 따뜻했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절대적 기온 자체는 낮지 않았는데 구름이 많이 끼어서 해가 찔끔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기를 반복했고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여튼 쭉 걸어올라가자 문구점 카페가 나왔고 거기 들어갔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내부는 아니었고 메뉴도 적어서 구경만 하고 나갈까 했는데 창가 테이블이 비어 있는 걸 보니 또 앉고 싶어졌다. 디저트는 거의 없고 차도 별로 기대되진 않아서, 그리고 커피 마시고 나왔더니 목이 말라서 유리병에 든 생강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생강향이 강해서 맛있었다. 여기도 엘스카처럼 교차로에 있었다. 필리모 거리와 트라쿠 거리였던 것 같다. 통창 너머로 트롤리버스 구경,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도 엄청 대충 크로키를 두 장 그리고(그게 오늘 첨 올렸던 토끼 옷차림 2탄 스케치) 나왔다.
 
 
점심을 먹긴 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방심 상태가 되었다. 트라쿠 거리를 지나 올라가면 필리에스 거리가 나온다고 해서 그쪽으로 꺾어 쭉 올라가면서 주변 구경, 음식점 구경을 했다. 그러다 점점 배고파지고 또 추워져서(바람이 또 씽씽),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에 가서 블린을 먹기로 했다. 여기는 재작년 빌니우스에 왔을 때 제일 먼저 갔던 음식점이다. 그때 버섯블린과 딸기잼 블린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극도로 배고플 때였음. 근데 그때처럼 식사용 1개, 단 것 1개를 시켰어야 했는데 오늘 넘 배고프고 또 닭고기 든 게 궁금해서 닭고기 든 블린, 버섯시금치 블린을 시키는 바람에 용량 과다... 그리고 닭고기 든 블린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러시아에서 먹었던 스메타나와 채썬 양배추 등이 들었던 상큼하고 맛있는 블린을 상상했으나 자잘한 닭고기와 당근 필링은 치킨수프 맛이 너무 강해서 뭔가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힝... 그러고 보니 피나비야의 치킨 키비나이도 좀 그랬음. 여기서는 닭고기 소가 들어있는 블린이나 피나비야는 안 시키는 걸로... 버섯은 실패하지 않음. 결국 두 장은 너무 많아서 좀 남긴 채 죄책감을 느끼며 나왔다. 흑흑, 왜 내 위장을 과다평가한 거야.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가 옷을 좀 갈아입고 근처 카페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대성당 광장을 지나 게디미나스 대로로 갔다. 여전히 더웠다 추웠다 했음. 바람 불고 그늘 쪽이면 춥고, 해 나면 따뜻하고 반복. 이 와중 결국 대로변의 베네통 매장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입어보다가 지난주에 찍어뒀던 롱 스커트를 지름. 그때도 추운 날이었는데 이후 따뜻해져서 ‘역시 추워서 공연히 그랬나보다’ 라 생각하며 잊고 있었던 것이 오늘 되살아났음. 그래도 40% 할인 중이라 수지맞은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함. 근데 따뜻한 재질이었고 편한 스타일이라 여기 뿐만 아니라 귀국해서도 잘 껴입고 다닐 것 같아서 잘 산 것 같다.
 
 
옷을 샀더니 가방이 무거워졌다. 숙소로 들어가 잠깐 폰을 충전하면서 읽을 책까지 챙겨서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숙소에서 가까운 체인 카페인 Caif 카페라는 곳에 가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옷을 입고 스카프까지 매서 막 나가려는 순간 급피곤해졌고 레모네이드와 블린의 여파로 배가 불러서 카페에 가도 아무것도 못 마실 것 같았다. 그래서 다 포기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고는 침대로 기어 들어가 한동안 쉬었다. 그리고는 배가 꺼진 후에야 햇반으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4시 반에 들어온 거니까 엄청 여유있다고 생각했으나 어째선지 오늘도 이 시간에 메모를 적고 있네... 하긴 업무 필수교육을 이수하라고 해서 그걸 챙겨봤구나... 엘스카 스케치도 그리다 만 부분 조금 마무리하고.
 
 
벌써 빌니우스에 온지 일주일도 더 지났다. 지난주 목요일에 왔으니까. 아아아,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10월 10일이야 엉엉. 아마 한 달밖에 못 쉬는 데다 돌아가면 엄청 빡세게 일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자꾸만 매일 이렇게 기어나가려고 애쓰는 것 같음. 원래는 집토끼라 방에만 있어도 만족하는데. 갑자기 슬퍼하며 오늘 메모 마무리.
 


오늘은 3.8킬로, 6.163보. 날씨 여파.

 


추가) 아참, 필리에스 거리로 걸어가다가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속보를 듣고 깜짝 놀랐고 또 기뻤다. 축하합니다!!!


 
 

 
 
엘스카. 저기 앉아있는 분이 어딘가 아주 약간 바리쉬니코프를 닮으셔서(코 때문인가 분위기 때문인가) 두어번 힐끗 보게 되었다. 
 
 
 

 
 
공간 감각 없는 자에게 너무 큰 도전이었던 창가 테이블 스케치 ㅎㅎ 오늘은 내가 원래 앉던 무지개 테이블(2개짜리)이 차 있어서 그 앞의 1개짜리 테이블에 앉았다. 이 자리도 좋았는데 콘센트가 없는 것만 아쉬웠다. 
 
 
 

 
 
나왔더니 볕이 좀 들어서 이렇게 야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 있었다(들어갈 땐 추워서 야외 텅 비어 있었음) 근데 여기가 따뜻해도 믿으면 안됨. 필리모 거리로 들어가면 또 응달이...
 
 
 

 
 
여기가 문구점 내부. 내 취향보단 너무 차갑고 미니멀리즘 스타일이긴 했지만 의외로 창가 자리가 앉아 있기 편했다. 
 
 
 

 
 
문구점 카페 창 너머로 바깥 구경. 길 건너는 사람들. 
 
 

 
 
교차로와 트롤리버스도 구경. 빨간 옷 입은 사람이랑 빨간 버스 지나갈 때 잽싸게 한 장 찍음. 
 
 
 

 
 
트라쿠 거리에서 필리에스 거리까지 가는 길. 도미니코누 거리를 지나게 되어 예전에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재건축 안된 옛 건물을 다시 보게 됨. 
 
 

 
 
다시 찾은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위장에 대한 과다평가로 두 장이나 시킨 블린(흑흑...) 아래가 버섯시금치, 위가 치킨. 소스는 뭐 줄까 해서 스메타나 추가.
 
 

 
 

방에 돌아와서. 4일에 한번씩 시트를 갈아준다. 오늘은 시트를 갈아줬고 락스 냄새도 좀 나서 만족... 하려다가 책상 아래에 어제 봤던 먼지가 그대로 있는 걸 발견 ㅠㅠ 진공청소기를 구석구석 안 돌려주나보다. 어제도 발목에 뭔가 조그맣게 자국인지 두드러기인지 약간 돋아서 간질거렸기 때문에 좀 걱정하다 긴 양말 신고 잤는데 -_- 벌레가 아니기를 바라며. 그 이후 더 생긴 건 없다만. 하여튼 책상 아래 먼지는 내가 물티슈로 닦아냈음.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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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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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운 건 아니었는데 바람 불고 으슬으슬해서 나오자마자 목적지를 버리고 제일 가까운 엘스카로 피신. 몸 녹이면서 내 자리에서 보이는 구석 모습 스케치. 역시 똥손에게는 그리기 고난이도 카페야... 특히 벽이 모두 하얀 회칠벽이기 때문에 스케치에는 흰색으로 놔둘수 없어 애매한 아주 연한 청회색을 칠하게 되니 더 그렇다. 사실은 저 창가 바 테이블 아래(의자 세개 안쪽)에 검정색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그거까지 그리기 너무 힘들어서 생략함. 저번 스케치에선 테이블 생략, 여기선 라디에이터 생략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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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