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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스티클리우 거리 입구에 걸려 있는 천사. 이 거리는 언제나 뭔가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걸어두는데 재작년에 내가 갔을 때는 마그리트 식의 모자, 이후 색유리 모양 장식이었다. 이 천사는 사진에서 보고 '아 나는 천사를 좋아하는데... 쟤는 내가 갈때까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아직 바뀌지 않아서 반가웠다.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 말씀대로 천사가 맨발이라 바람 불고 비오면 추울 것 같다 ㅜ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오늘은 하늘이 파랬고 해가 좀 났다. 빌니우스 와서 처음으로 보는 파란 하늘! 
 
 
어제 자정 즈음 너무 피곤하게 잠들었고 역시나 새벽에 깼지만 30분, 한시간씩 도로 자고 또 자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조식 먹으려고 9시 좀 안되어 일어났다. 주말엔 8시부터 11시까지가 조식 타임이라 조금 더 게으름 피울 수 있긴 했다. 
 
 
밥을 먹고 11시 쯤 방을 나섰다. 간밤에 목이 부어서 은교산을 먹고 잤었고 피로가 쌓여 있어서 해가 나는 동안 공원과 개울가에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이 돌아다녀서 오늘 도합 12,611보, 8.4킬로나 걸었다. 공원이 넓어서 이리저리 헤맸고 대성당 광장에서 게디미나스 대로로 곧장 오는 대신 카페 들르려고 보키에치우 거리와 빌니아우스 거리로 다시 트라이앵글 횡단을 한데다 옷가게들도 구경하고 이키와 리미 슈퍼를 왔다갔다 하느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날씨는 어제보단 훨씬 따뜻했지만 중간중간 썰렁하고 춥기도 했다. 
 
 
대로를 지나 대성당 광장으로 가서 공원으로 갔다. 베르나르딘 공원을 지나 우주피스 근처의 빌넬레 강(...개울에 가까움)을 구경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광장 바로 옆 공원을 걷다가 아마도 옛 조선소였던 듯한 아르세날로와 네리스 강변이 나왔다. 빌니우스에서는 강변에 가본 적이 없어서 길을 건너가보았는데 네리스 강은 작았고 좀 황량해서 아쉬웠다. 리가의 다우가바 강보다 좁았는데 이 강도 다른 곳에서는 넓어지려나 궁금했다. 하여튼 강변은 추웠으므로 도로 공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광장을 끼고 돌아서 베르나르딘 공원을 산책했다. 이 공원도 전에 우주피스 갈때 가로질러갔는데 오늘 구석구석 다녀보니 꽤 넓었다. 공원에서 분수 구경, 유모차 끌고 나온 사람들 구경, 강아지들 구경하며 산책하다 빌넬레 시내까지 갔다.
 
 
잠시 우주피스에 가볼까 했지만 언덕 등반이 싫어서 옆의 골목으로 빠져서 성 안나 성당에 들렀다. 아마도 빌니우스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 중 하나일 듯하다. 붉은 벽돌의 고딕 성당인데 뾰족뾰족 첨탑이 초를 꽂아둔 케익처럼 의외로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나는 벽돌도 고딕 양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바로크, 로코코가 더 좋다) '이 성당 넘 좋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잠깐 기도를 하고 나왔다. 이때쯤 배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추워지고 다리 아프고 엄청 힘들었다. 제일 가까운 카페는 우주피스 쪽에 있는 coffee1이나 그 근방 카페들이었지만 어제 가려다 지나쳐간 이딸랄라 카페에 가기로 결정하고 길을 건너 필리에스 거리, 디조이 거리를 지나 보키에치우 거리로 갔다. 그러니까 어제 처음 나왔던 루트를 거슬러 갔음.
 
 
중간에 디조이 거리에서 새끼치고 있는 조그만 스티클리우 거리도 잠깐 들렀다. 그때 너무 피곤해서 '아 그냥 아우구스타스&바르보라 카페에라도 갈까‘ 했지만 '아 거기 케익 비싸고 맛없었다' 라는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냥 천사 구경, 골목과 관광객 구경만 하고 도로 나와서 언제나 지치고 힘든 드넓은 디조이 거리를 거슬러올라가 보키에치우 거리의 이딸랄라 카페에 갔다. 이 카페에 대해선 앞에 별도로 적었으니 생략. 
 
 
카페에서 나와 보키에치우 거리를 지나 빌니아우스 거리로 다시 들어섰다. 콩알만한 슈크림 한개만 먹었던터라 배가 고팠는데 식당 하나를 골라 들어갈까 하다가 춥고 국물 먹고파서 슈퍼에서 일본 컵라면을 사기로 결정하고는(빌니우스에선 한국 컵라면은 안 판다) 피나비야 카페에 가서 키비나이를 한개 테이크아웃했다. 키비나이는 엠파나다와 삐로슈까 비슷한, 안에 속이 든 파이인데 여기 피나비야의 파이들이 맛있어서 재작년에 세번이나 갔었다. 버섯 키비나이와 치즈서양배 패스트리를 너무 먹고팠지만 '국물이랑 먹는 밥 대용!'이라 생각해서 치킨 든 걸 샀다. 그리고는 게디미나스 대로로 나왔는데 이 와중에 춥다는 이유로 망고와 H&M에 들러 구경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맘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었음. 어제 베네통엔 있었는데. 거기가 더 비싸서 그런가 흑흑... 
 
 
숙소 맞은편의 iki 슈퍼에 갔는데 국물 있는 컵라면이 없어서 슬퍼하며 도로 거슬러올라가 rimi 슈퍼까지 갔다. rimi에 재밌고 좋은 것들이 많다. 리들, 리미, 이키, 막시마 등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리미가 제일 좋음. 기념품 가게보다 더 재미있는 리미 슈퍼 구경. 이런 슈퍼에 오면 항상 쥬인 생각이 난다. 박물관 미술관보다 슈퍼가 더 좋다고 했던 쥬인. 그런데 나도 이해가 돼... 난 심지어 미술 쪽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ㅎㅎㅎ 
 
 
그리하여 리미에서 닛신 컵라면을 사서 간신히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메모가 너무 기니까 일단 여기서 1부 끝. 사진들 여럿.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사진 많이 찍음. 카메라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데... 하지만 카메라 무거우니까 어차피 안 찍었겠지. 
 
 

 
 
파란 하늘 아래 게디미나스 언덕과 성곽. 푸니쿨라 리프트도 있지만 아마 이번에도 안 올라갈 거 같음. 고소공포증 때문에 전망에 대한 큰 기대가 없음. 그래서 아래에서 구경.
 
 

 
 
 
꼬마 열차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녀석이 내가 가는 루트로만 오는 걸 보니 아마 내 루트가 전형적인 광장과 공원 산책루트였나보다. 
 
 

 
 
 
이게 길 잘못들어서 발견한 네리스 강변. 추워서 금방 돌아나옴. 
 
 
 

 
 
 
베르나르딘 공원의 분수. 공원에서 사진 여럿 찍었는데 막상 여기 올린 건 한장 뿐이네. 
 



 
 
이 건물이 성 안나 성당. 
 
 
 

 
 
 
성당 내부. 
 
 
그리고 디조이 거리와 스티클리우에 들렀다 카페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두 장. 
 

 
 

 
 
 
 

 
 
 
 
디조이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어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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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