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토요일 밤 02 : 맛있었던 컵라면, 이 동네에 뚱카롱이, 백차가 왜 그런 거니, 일 생각 안해야 되는데 2024 riga_vilnius2024. 10. 6. 03:40
숙소에 돌아오니 3시 즈음이었다. 청소가 되어 있어 좋았고 해가 나서 방 안에 햇살이 가득한 것도 좋았다. 물론 눈 때문에 홑겹 커튼과 암막커튼 약간을 쳐야 했지만.
너무너무 배고파서 컵라면이랑 키비나이를 세팅해서 정신없이 먹음. 가벼운 조식 먹은 후 콩알만한 슈 하나가 전부에 이미 3시라 너무 배고팠다. 오 근데 저 컵라면이 의외로 맛있었다! 국물도 진하고 건더기도 엄청 많고 라면도 우리나라 컵라면보다 더 많이 들어있고. 전혀 맵지는 않았지만 국물이 진하고 우리나라 컵라면보다 조미료인가 향신료인가 하여튼 그런 맛이 더 강했다. 떨고 들어와선지 맛있게 먹었다. 키비나이는 좀 아쉬웠다. 닭고기만 들어있어서. 버섯 든 거 살걸... 닭이랑 버섯 같이 넣어주면 더 맛있었을텐데. 하지만 컵라면 국물이랑 잘 어울렸음.
첨엔 어제처럼 좀 쉬었다가 근처 카페에 가서 책 읽을까 했었지만 네시간 남짓 동안 8킬로 넘게 걷고 들어온 터라 다시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들어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조그만 Lo Cafe 라는 마카롱 카페에서 마카롱 두개를 테이크아웃해왔었다. 나는 마카롱을 별로 즐기지는 않는데 카페가 귀여워서 궁금했고 마카롱은 작으니까 부담이 없어서.
오늘 나의 실패는 리미 슈퍼에서 사온 차였다. 그냥 티백 사려 했는데 슈퍼에도 다즐링은 없었다.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나온 종이포장 잎차가 있었는데 리가의 파루나심 카페에서 마셨던 차에 적혀 있던 단어를 떠올려보면 분명 '백차'로 추정되는 차가 있어 그걸 샀으나 방에 와서 뜯어보니 각종 빨간 열매와 꽃잎이 섞여서 엄청 가향 티였다 ㅠㅠ 그래서 방에 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우려야 해서 좀 아쉬웠음. 하여튼 방에서 다시 조그만 티타임 +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책을 읽으며 좀 쉬었다.
어제 슈퍼에서 라즈베리 사온 걸 깜박 잊고 있었다. 라즈베리는 달지 않고 좀 시었다 ㅠㅠ 그래서 50프로 할인을 했나. 하여튼 방에 있는 티백과 찻잔 활용. 마카롱은 라즈베리 플롬비르와 시트러스 두 개였는데 이게 우리나라처럼 뚱카롱이라 신기했다. 마카롱이 커서 플롬비르만 먹고 시트러스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리나라 뚱카롱이랑 똑같음. 신기신기.
쿠야에게 마카롱과 라즈베리 대접. 빈대 나올까봐 쫄고 켐핀스키보다 좀 소박해진 방에 뚜떼해졌던 쿠야는 이제 좀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임. 그건 그렇고 간밤엔 불 끄고 잤는데 물린 데가 없었다. 빈대는 없는 것 같고 아무래도 물이 건조해서 그런것 같다. 오늘 피곤해서 바디로션을 못 샀는데 내일 드로가스에 가서 보습 잘되는 로션을 사야겠다.
차 마신 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말린 후 침대에 들어가 좀 쉬었다. 간신히 잠들지는 않았다. 일찍 들어왔으니 오늘의 메모도 빨리 쓰고 스케치도 하고 책도 읽으려 했는데 어째선지 금세 또 밤 열시가 다 되어가네... 아, 이 메모들 쓰기 전에 업무메일을 확인했다. 회사에 온갖 피곤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ㅠㅠ 나와 있어서 좋긴 한데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다. 상황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겠네.
오늘 날씨는 좋았으나 내일은 낮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은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셨던 카페 리스트들 중 한두곳에 가보는 걸로... 비오면 볼트를 불러 타고 가야지. 이렇게 기나긴 오늘 메모 끝. 2부는 순전 방에서 뭐 먹은 얘기만 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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