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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로메리아 꽃잎의 발그레한 색채를 보니 예전에 한참 색조화장품에 빠져 있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바쁘게 일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색조화장품들을 샀는데 이 꽃잎 색깔은 당시 샀던 블러셔 하나의 색이랑 비슷하다. 프라하의 세포라에서 샀던 거였는데 이름도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그 블러셔는 몇년 전 이사하면서 화장대를 싹 들어엎었을 때 버린 것 같다. 수많은 립스틱과 블러셔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지금도 블러셔 몇개는 남겨두었지만 내 피부톤에 블러셔는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하이라이터는 가끔씩 한다만 그것도 요즘은 잘 안 한다), 그리고 블러셔를 예쁘게 바르려면 아이섀도나 립스틱보다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나는 게으르고 손재주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일년에 한번 바르면 많이 바르는 것이 되어버림. 그런데 요즘 인스타 알고리즘에 자꾸만 샤넬의 예쁜 블러셔가 뜬다. 그것도 저 꽃잎 색이랑 좀 비슷하다. 그 블러셔 광고가 뜨면 예뻐서 자꾸만 보게 되고 '아 좀 탐나는데' 하는 맘이 든다. 그러나! 분명 모델이 예뻐서일 거야!!! 
 
 
연휴가 끝났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고 노동해야 한다. 
 
 
회사와 관련된 꿈을 꿨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동생을 업고 회사의 어느 시설까지 걸어가야 하는 꿈도 뒤섞였다. 도합 8~9시간 가까이 잤지만 얕은 수면과 꿈 때문에 오늘도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아점 챙겨먹으려고 밥 차리다가 반찬통 하나를 떨어뜨려서 깨뜨리고 말았다. 엄마가 싸준 도토리묵이 들어 있는 유리 밀폐용기였는데 남은 묵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통째로 놓고 먹을까 하다가 그냥 조금 남겨놓고 접시에 덜었는데, 그 용기를 놓쳐서 바닥에 제대로 떨어뜨렸다. 유리 재질이 좋지 않았는지 그야말로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났다 ㅠㅠ 바닥이 엉망이 되었고 여기저기 유리 파편과 가루가 난리난리였다. 목장갑을 끼고 파편들을 1차로 줍고, 물걸레 청소포로 두번 닦아내고 진공청소기를 꼼꼼하게 돌렸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다행이다. 흑흑... 난 실내에서 웬만하면 수면양말 + 슬리퍼를 착용하는지라 발바닥을 벨 것 같진 않다만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 유리가루들이 남아 있을 것만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냥 통째로 놓고 다 먹을 걸... 그릇이든 컵이든 접시든 뭐든 일년에 하나 정도는 이렇게 깨먹는 편인데(ㅜㅜ) 기분이 좀 찝찝해짐. 

 
 

연휴 때 뭐든 글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 구상도 못 했다. 전에 쓰다 말았던 가브릴로프 본편을 열어서 마지막 중단되었던 파트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또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들어내고 새 파트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조금만 마음을 더 비워봐야겠다. 
 
 
아아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한다. 이제 뒤늦게 월요병 용솟음치는 중. 흑흑... 이번주는 금요일에 피곤한 프리젠테이션까지 해야 한다. 기운을 내자. 그러고보니 아까 엄마랑 통화하던 중 엄마가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되네. 화이팅!' 하고 말씀하셨음. 우리 엄마는 정말 웬만하면 이런 말 안하시는 타입이라 뭔가 좀 우스웠지만 어쩐지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
 
 

블러셔 색깔의 꽃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마무리. 
 



... 자기 전에 추가



침실로 와서 무심코 화장대를 뒤적이며 남아 있는 블러셔를 확인해봤는데 그 프라하에서 샀던 녀석이 그대로 있었다. 안 버렸구나... 별로 안 써서 여전히 새것 같다. 그런데 기억과는 달리 색이 좀더 쿨한 핑크톤이고 반짝이도 들어 있다. 저 꽃잎과는 다른 색인데 왜 그렇게 각인됐나 모르겠다. 손등에 문질러보니 발색은 좀 더 웜하다. 그래서 그랬나... 하여튼 블러셔가 남아 있어서 뭔가 기분이 좋다. 여전히 거의 안 바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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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나는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공항이나 비행기에 설레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러 이유로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이런 비행이 즐거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는 편인데, 이 사진들은 문득 저 당시의 좋았던 여행이 떠올라서 올려본다. 이 경로로 날아가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2017년 12월 말이었다. 나는 혼자 날아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도 가고 그냥 놀러 가기도 하고 이렇게 새해맞이를 하기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번이나 갔었다. 원체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20년 초였다.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톡 가는 길이 막혔다 ㅠㅠ 비행기도 심지어 세 종류를 타봤다. 대한항공, 티웨이, 그리고 이 아브로라 항공(영어식으로는 오로라 항공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아브로라라고 읽는다) 당시 한참 여행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톡이 나와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질 무렵이었고 비행 후기도 많았는데 이구동성 '으악 오로라 항공 너무 후졌어요! 러시아 비행기 최악이에요!' 였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 비행기를 타보니 별로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비행기 자체는 예전에 아에로플롯을 워낙 여러번 타본 탓에 '뭐 비슷하구만' 하는 느낌이었고, 최악의 기내식이라고 난리였던 소박한 칠면조 샌드위치조차도 '어 의외로 맛있어'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은 3시간이 걸리지만 아브로라는 2시간 좀 넘으면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이게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을 통과해 지름길로 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거 타고 가니 정말 빨리 도착해서 좋았고 '아 지금 북한 통과하나?' 하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하여튼 그래서 나의 오로라 항공, 아브로라 탑승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기류는 무지막지했는데 이건 대한항공이든 티웨이든 아브로라든 다 똑같았다)
 
 
이미 6년도 전의 기억이다만, 이때 여행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은 살이 엘 정도로 추웠고 호텔도 까마득한 언덕에 있어서 무지 힘들었지만 여행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나중에 새해맞이하러 또 갔었다. 다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12월 29일.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아브로라. 사진 여러 장. 
 

 
 

 
 
 
 

 
 
 
 

 
 
 
이 샌드위치와 비행기에 대한 메모도 스케치로 그려놓았던 적이 있다. 아래에. 그림을 보니 저때는 머리가 뽀골뽀골이었나보다. 그리고 저때 옷차림을 보니 지금처럼 둥실둥실해지기 전이다 ㅠㅠ (못입게 된 파란색 금패딩 코트 착용...) 
 
 
moonage daydream ::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tistory.com)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 위의 두 스케치는 비행기 안에서 그렸음 ​ 저녁 6시에 도착했고 먹은것도 별로 없어서 근처 레스토랑에나 갈까 했지만 춥고 언덕 오르막이라 포기.. 근데 벌써 배가 꺼졌어ㅠㅠ 빨리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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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의 바다는 얼어붙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이 오로라 항공, 즉 아브로라가 살아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원체 변화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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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2. 16:54

월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2. 16:54

 
 
 

 

연휴 마지막 날의 오후 티타임. 이번 연휴는 너무 짧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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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1. 21:44

말보로 2, 텔레빅 대신 보그 + about writing2024. 2. 11. 21:44

 
 
 
지난번에 발췌했던 말보로 파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조금 더 올려본다. 단편의 퇴고는 지난주까지 다 마쳤고 지금은 새 글을 쓰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중이다. 마냐는 옥상에서 미샤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불쑥 질문을 한다. 
 
 
이 이야기는 1997년 4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샤는 이제 자기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외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게냐는 마린스키에서 몇년 춤추다 미샤의 발레단으로 이적해서 주역 무용수를 맡고 있다. 나는 게냐를 주인공으로 이 97년을 다룬 단편과 중편을 썼다. 이 90년대 이야기는 그전까지 70~80년대의 미샤를 다뤘던 것과는 쓰는 방식이나 감각이 상당히 달랐다. 
 
 

이 에피소드는 지난번 발췌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얘기라 중간 문단을 겹쳐두었다. 앞부분은 아래 링크에. 제냐(게냐), 리디야, 바냐가 누구인지도 앞부분에 적어두었다. 

 
 
 
moonage daydream :: 마지막 말보로, 제목 + (tistory.com)

마지막 말보로, 제목 +

2주 전에 마친 글을 퇴고 중인데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많이 손을 보고 있지는 않다. 발췌한 파트는 글의 중반부. 새벽에 옥상에서 마주친 마냐가 미샤와 함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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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그가 제냐의 방에 있었을 거라고, 창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어오면 제냐가 깰까 봐 신경이 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냐와 내 방은 거의 완전히 똑같거든요.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원룸 끝에 아주 좁은 베란다로 나가는 창문이 달려있어서 창을 열면 그대로 바람이 들어와요. 우리 층이랑 걔네 층은 주인이 같으니까요. 방 다섯 개짜리 코무날카 두 개를 조각조각 쪼개서 세를 놨는데 당연히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딸린 쪽이 더 비싸죠. 나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샤워부스가 딸린 방에 살고 있어요. 차를 권하러 들렀을 때 보니 제냐네 방도 나랑 똑같았어요. 훨씬 더 썰렁하긴 했지만요. 아무래도 사내애가 사는 곳이고 제냐는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침대도 내 것보다 작았어요. 제냐는 그렇게도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데. 그 방에는 소파도 없었어요. 의자 몇 개랑 식탁만 있었죠. 아마 제냐는 그 좁은 침대에서 그 금발머리 리디야를 꼭 끌어안고 자곤 했겠죠. 어쩌면 이 사람도. 하지만 성인 남자 둘이 그 좁은 침대에서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마 제냐 몸 위에 반쯤은 올라탄 채 자야 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 둘이 바냐 말대로 정말 그런 사이라면. 그러자 나는 정말로 궁금했던 질문을 불쑥 내뱉고 말았어요.

 

 

바냐가 그랬어요, 당신이 제냐 애인이라고. 정말이에요? ”

 

바냐가 누구예요? ”

 

제냐 동생. 본 적 없어요? ”

 

동생이 있는 건 알아요. ”

 

 

 

그는 화를 낼 수도 있었고 모른 척할 수도 있었어요. 사실 화를 내는 쪽이 더 그럴싸하죠. 스트레이트라면 꼭지가 돌 거고 진짜로 그런취향이라면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화를 낼 테니까. 바냐는 그런 게 유행이라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건 그저 영화나 방송, 잡지랑 신문에서나 뻔뻔하게 떠드는 거죠. 아니면 내가 호객하러 가는 거리 한켠에 있는 그쪽 구역애들이나 가능한 거죠. 이렇게 번듯한 남자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아요.

 

 

미샤는 여전히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는 담배를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가 도로 내려놓으면서 말을 이었어요.

 

 

글쎄요. 애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좋아하죠. ”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했어요.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처럼, 1 더하기 12라고 아주 명백한 사실을 읽어주는 것처럼. 반쯤은 짐작했고 믿고 있었으면서도 가슴 한가운데를 바늘 같은 걸로 콱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나랑 절대 안 자 줄 거야라는 생각에 아주 잠깐 울고 싶었어요. 아니, 아니에요. 나는 자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내가 그랬잖아요, 직업이 그렇다고 해서 그걸 정말로 밝히는 여자는 아니라고. 그런 건 아닌데 좀 울고 싶어진 건 맞아요. 솔직히 말하면요, 이 남자가 그런 쪽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와 잘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이 짓거리로 십 년 동안 밥벌이를 해왔다면 그런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실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요. 맞아요, 난 실망하거나 속상한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가슴이 뜨끔거리며 철렁한 느낌은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또 궁금해서 물었어요.

 

 

나는이죠? 제냐는 당신을 안 좋아해요? ”

 

,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난 옛날부터 사람들 마음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

 

그럼 물어보면 되잖아요. ”

 

그런가. ”

 

 

 

미샤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어요. 이번에는 상당히 길게 빨아들였고 연기도 멋지게 뿜어냈어요. 마치 그 사람이 몸 전체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았어요. 연기를 뿜어내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볍게 떠는 느낌이었지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눈으로 웃었는데 그 한 모금으로 말보로 한 갑을 다 피운 것처럼 행복해 보였어요. 1초도 안 돼서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지만요. 이번 기침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어요. 나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다시 빼앗아서 바닥과 벽 사이에 비벼서 껐어요. 그리고는 그 사람이 또 아까워하는 눈으로 쳐다볼까 봐 선수를 쳤어요.

 

 

이제 됐어요. 말보로는 당신한테 안 맞는 거예요. ”

 

안 맞는 것치곤 너무 좋은데. ”

 

마지막으로 담배 피운 게 언제예요? ”

 

“ 3년쯤 됐나? , 아니다. 작년 가을. 그건 별로였어요. ”

 

왜요? 그때도 감기에 걸렸나요? ”

 

사진 찍으려고 피운 거라서. 그런 사진을 찍을 때는 멋있는 척하라고 하거든요. ”

 

 

 

그래요, 생각났어요. 바냐가 잡지들이랑 영화에 대해서도 말해줬네요. 나는 이 사람이 조명 아래에서 값비싼 명품 옷을 걸치고 외제 담배를 피우며 멋있는 사진들을 찍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텔레빅이나 리자 같은 촌스러운 잡지 말고, 코스모폴리탄이나 보그 뭐 그런, 뉴라가 훔쳐 와서 같이 돌려봤던 그 번쩍번쩍 광이 나는 잡지 말이에요. 우리는 그 잡지에서 떠드는 소리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하여튼 거기 나오는 옷들이랑 화장품은 전부 다 참 근사했어요. 사진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싸서 그저 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요. 그 비싼 것들을 걸친 화보 속의 여자들은 쭉쭉빵빵했고 남자들은 섹시했죠. 그런 남자가 이 옥상에 올라와 말보로를 제대로 피우지도 못하고 기침을 하고 있다니 우스웠어요.

 

 

 

 

 

 
 
 
 
 
...
 
 
 
 

 
 
 
 

'텔레빅'은 당시 페테르부르크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일정표와 연예 소식을 수록하고 있던 주간지였다. 나와 쥬인은 매주마다 슈퍼나 가판대에서 이 텔레빅(표기법 대신 진짜 발음대로 하자면 쩰레빅)을 사서 줄을 쳐가며 주중의 영화와 재밌는 방송을 체크했다. 소련 붕괴 후 몇년 되지 않았던 시기였고 온갖 외설적인 방송들이 둑이 터진듯 흘러나오던 시기였다. 그 당시엔 인터넷도 거의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으니 텔레비전과 온갖 이상한 방송이야말로 우리의 노어 실력을 함양하는데 크게 한몫 하는 놈들이었다(...라고 쓰지만 그저 우리는 재미있고 말초적인 뭔가를 보며 빈둥거리고 싶었을 뿐) 이 텔레빅에는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사진과 가십도 자주 실렸다. 싸구려 잡지였고 지질은 아주아주 안 좋았다.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몇개 안 뜬다. 위의 이미지는 그나마 하나 건진 것. '리자'는 엘르나 엘르걸, 보그 등을 따라서 만든 러시아 여성잡지인데 역시나 촌스러웠다. 리자는 사본 적이 없다만. 하여튼 텔레빅과 리자는 나에게 저 90년대 후반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말보로에 대해서라면. 난 흡연을 하지 않는다만 하여튼 이 글에는 몇가지 소재가 나오는데 말보로도 그 중 하나라 여러번 반복해 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 담배 좀 피울 줄 알면 좋았겠군'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ㅎㅎ (실지로는 미샤처럼 담배 못 피우는 인간) 저 당시에는 러시아 경제가 워낙 안 좋았고 자본주의의 폭풍과 범죄와 폭등하는 물가로 다들 난리였던 시기였다. 러시아에 연수나 유학을 갈 때면 선배들에게서 알음알음 노하우를 듣곤 했는데 각박한 이 동네에서 인간관계의 기름칠을 위해서라면 뇌물이 필수라는 것, 그 뇌물이란 굳이 현금일 필요도 없으며 3개를 명심하라는 것이었다. 그 3개는 담배, 초콜릿, 스타킹이었다. 나는 스타킹을 몇 팩 챙겨갔지만 숫기가 없어서 그것을 활용해보지는 못했고(결국 내가 줄창 신었다. 추워서 내복 대용으로), 초콜릿은 기숙사 수위 아주머니에게 써봤다(무시무시하던 아주머니가 천사처럼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가장 잘 통하는 건 담배, 특히 말보로였다. 그래서 무역회사 다니는 남자 선배들이나 아저씨들은 면세에서 말보로나 양담배를 사가곤 했다. 그러니 말보로를 턱 건네준 마냐는 정말 미샤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 정작 미샤는 사실 체질적으로도 그렇고, 수용소 이후에는 더욱 담배를 못 피우게 되었다만, 하여튼 그래도 호시탐탐 담배 피우고 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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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피곤하게 잤다. 금요일 밤에 부모님 댁에서 자느라 잠을 매우 설쳤기 때문에 어제는 정말 머리가 무겁고 졸렸는데 새벽에 깨버렸고 아침에도 일찍 깨서 30분 주기로 자다깨다 반복해서 얕은 잠을 잤다. 꿈에도 시달렸다. 마지막 꿈에서는 쥬인이랑 동생과 프라하에 갔다.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 둘과 각각 프라하에 가본 적이 있지만 꿈에서는 내가 이들을 처음 데리고 간 거였다. 나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야 했는데 골랐던 식당이 심히 별로였고 요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브라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나와 마르게리타 피자라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쪽으로 가면 카페 에벨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카프로바 거리로 가는 쪽이었을 것이다. 꿈속에서도 나는 그 방향에 카프로바 거리가 있는 것이 맞는지, 에벨이 있을지, 그리고 그 에벨은 너무 좁아서 우리가 앉을 자리가 있기나 할지 의문하고 있었다. 그러다 깼다. 이것과 아주 비슷한 패턴의 꿈을 전에도 몇번 꿨다. 이런 꿈을 자주 꾸는 것을 보면 나는 인생에서 뭔가 잘 안풀리고 있다고, 혹은 스스로의 리더십이나 자신을 꾸려가는 힘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뒷머리가 무겁고 띵했다. 다 합쳐보면 여덟시간을 훨씬 넘게 자긴 했는데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새 글을 쓰고 싶었지만 아직 아무런 구상도 하지 못했다. 실은 가브릴로프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120여 페이지 가량 써두었지만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중간에 막혔고 그 사이에 패러디 코미디인 서무 시리즈와 또다른 패러디 추리소설을 썼다. 코즐로프가 등장하는 본편 파생 단편도 하나 썼다. 그러나 정작 가브릴로프 본편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후 나는 다른 단편들을 썼고 90년대의 이야기들도 썼다. 하지만 정작 이 81년의 가브릴로프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기분전환을 위해 좀 밝은 이야기나 아예 드라이한 하드보일드 소품을 쓰고 싶기도 한데 글을 하나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이제는 예전만큼 가볍고 쉽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런 재미삼아 쓰는 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중단되어 있는 가브릴로프 본편을 다시 뒤적여볼까 싶은데 이것도 정말 너무 여러번 뒤적여봐서 '그런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과 약간의 절망감이 든다. 아마 어려운 파트에서 딱 멈춰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파트를 버리고 다시 쓰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연휴가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아서 너무 아쉽다. 그래도 월요병이 하루 유예된 것을 낙으로 삼으며...
 
 
엄청 커다란 장미 두 송이 사진 세 장. 이것은 지난번에 왔던 랜덤 믹스에 섞여 있었던 장미인데 와인색이 강하게 돈다. 나는 와인색 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차라리 새빨간 색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다른 장미들은 다 시들었는데 이 녀석 두 송이는 아직 살아남아서 줄기를 바짝 잘라 작은 로모노소프 화병과 찻잔에 각각 띄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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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1. 16:45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1. 16:45

 

 

 

 

이번 명절 연휴는 짧아서 아쉽다. 그래도 내일 하루 더 쉬니까 월요병이 없어 다행이다.

 

 

일요일 오후 티타임과 꽃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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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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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스케치.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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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0. 22:32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2017-19 petersburg2024. 2. 10. 22:32

 

 

 

 

2017년 10월.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사진은 아이폰 6S. 이 거리는 보통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 갈 때 걷곤 했다. 사진은 이미 근 6~7년 전 모습이라 지금은 저 가게나 호텔, 바 등이 그대로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막상 여기 사진엔 안 나왔지만 이즈다니야 서점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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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0. 22:00

2.10 토요일 밤 : 설, 엄마표 보따리들 fragments2024. 2. 10. 22:00




 

설날. 부모님 댁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종일 머리가 무겁고 피곤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부모님과 동생네와 모여서 엄마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았다. 점심 먹은 후 아버지가 집까지 태워다 주셨다. 각종 전, 게으른 나를 위해 엄마가 프라이팬에 일일이 구워주신 LA갈비, 삼치조림, 직접 쑨 도토리묵 무침, 맛있는 배추김치와 알타리 김치, 체리와 사과, 레드향까지 바리바리 두 보따리나 싸왔음. 명절 연휴 끝나면 다이어트를 시작하려 했는데 이 음식들을 다 먹으려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걸릴 것 같음... 

 

 

뭐든 새로 쓰고 싶다. 아직 아무런 구상도 하지 못했다만 하여튼 그렇다. 일단 지금은 잠이 모자라니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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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0. 21:54

설날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0. 21:54

 

 

 

부모님 댁에서 명절 점심까지 보내고 집에 돌아와 조금 늦게 차를 우려 마셨다.

 

 

진한 분홍색이 도는 알스트로메리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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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9. 22:20

2.9 금요일 밤 : 설 전날 fragments2024. 2. 9. 22:20





너무 피곤해서 많이 잤다. 깨어나서도 한동안 침대에 달라붙어 있다가 늦게 일어났다.



청소, 목욕, 아점과 차 한 잔 후 택시를 타고 부모님 댁으로 왔다. 내일은 온 가족이 다 모일 것이다. 곧 자러 가려고 한다.



꽃 사진 몇 장과 함께 까치 설날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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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9. 16:00

이른 오후 티타임 tasty and happy2024. 2. 9. 16:00






부모님 댁 건너오기 전에 이른 오후 티타임. 초콜릿 웨하스는 지난번 바르샤바 여행 때 폴란드항공 라운지에서 가져온 것.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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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생일이다.



생일 축하해요, 발로쟈! 오래오래 멋지게 춤추길!



아아아, 언제 이 사람 무대를 다시 보러 갈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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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들었던 하루를 간신히 마무리하고 이제 명절 연휴. 온천에 들어가 있는 저 녀석들이 부럽다. 나도 내일 욕조에 몸을 담가야지. 마음 같아선 뻗어서 나흘 내내 내리 자고 싶지만 내일 부모님 댁에 가서 하루 자고 설을 보내고 올 것이다. 이번엔 연휴가 짧다ㅠㅠ



오늘 아주 바쁘고 피곤했다. 오후 늦게는 진료도 받으러 가야 해서 끝에서 끝까지 트라이앵글 횡단.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졸았다. 지금의 유일한 기쁨은 내일은 좀 늦게까지 누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내일 부모님 댁 가는 택시가 잡혀야 하는데... 명절 연휴 땐 좀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그렇다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려면 빙빙 돌아가서 멀미가 나니 견디기가 힘들다. 순간이동 능력 매우 필요. 흑흑, 우렁이도 필요하고 순간이동 능력도 필요하고 밥 차려주는 식탁보랑 금화 낳는 당나귀도 필요한데 있는 거라곤 부실한 내 몸뚱이 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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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우 바쁘고 지치는 하루였다.



안그래도 바쁘고 너무너무 일에 치어 있는데 정말 말 섞거나 업무로 얽히고 싶지 않은 부류의 다른 부서장이 아주 문제 발생 소지가 많은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다. 이 사람은 항상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저지르면서 그것이 추진력이라 착각하는 한편, 본인만 항상 죽어라 일한다고 믿으며 자기가 잘 안되는 일들은 모두 남탓으로 돌리고 항상 남 욕을 하며 심지어 감정조절 장애도 있는 사람이다. 목소리도 엄청 크고 얘기할때 옆사람을 탁탁 때리는 버릇까지 있어 같이 얘기하기 싫은 사람이다. 정치질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내가 너무 피곤하게 여기는 타입이라 정말 얽히기 싫은데 업무가 연관이 좀 있어서(나중에 이 사람이 저지른 일들을 우리 쪽에서 수습해야 하는 상황) 피할 수도 없다. 오늘의 요구는 너무 말도 안되는 얘기라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해결할지 고민 중이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명절 연휴인데 그 내일이 너무 고될 것 같다. 그래도 기운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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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7. 09:02

반짝이는 네바 강 russia2024. 2. 7. 09:02

 

 

 

햇살로 반짝거리는 네바 강과 그만큼 예쁜 사람들. 옛날 사진첩에서 발견해 올려본다. 2014년 7월. 백야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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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피곤하고 바쁜 하루 계속. 회사를 둘러싼 어려운 정황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일희일비해봤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문제는 아니다만 하여튼 일하는 걸 힘들게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지 않은 시기에 상처입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가며 잘 살아내는 능력이 필요한데...




어제는 너무 피곤했지만 늦게 잠들었다. 알람에 깼을 때 너무 힘들어서 정말로 휴가를 내고 싶었다. 2분 가량 누워서 고민하다 오늘 해야 할 일들과 실무자가 요청한 회의 생각에 억지로 일어나 출근했다. 5월에 여행을 가려면 휴가도 모아야 한다. 하긴 휴가가 모자랄 일은 없다만 눈치보이긴 해서. 아직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숙박과 항공도 모두 환불 가능한 걸로 예약하다 보니 돈만 더 들고 ㅠㅠ 하여튼 오늘 휴가냈으면 큰일날뻔... 일이 너무 많았다. 피곤하니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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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6. 08:18

빌니우스 구시가지 산책 2022 vilnius2024. 2. 6. 08:18

 

 

 

2022년 6월, 빌니우스 구시가지 산책 사진 몇 장. 내내 날씨가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하늘이 흐렸던 날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여행 후반부에는 저녁에 억수같은 소나기가 쏟아진 날도 이틀 쯤 있었다. 

 

 

빌니우스는 작고 소박하고 예뻐서 산책하기 좋은 도시였다. 그런데 며칠이나 머물렀으면서도 거의 구시가지만 돌아다녔던 게으른 여행자이므로... 파우피스도 안 가보고 강 건너도 안 가보고... 심지어 중앙역 쪽도 안 가봤다. 트라카이에도 가야지 가야지 하고는 안 가고 랜드마크인 게디미나스 언덕에도 안 올라감! 그러니까 다시 가야 되는데... 아무래도 다시 가도 또 트라카이랑 언덕에는 안 갈 것만 같은 게으른 자. 5월 여행이 현실화된다면 리가에 가볼 생각이라, 사실 맘만 먹으면 빌니우스에 다시 하루쯤 가볼 수도 있는데 이때 비행기를 여러번 타야 하는고로 아마 버거울 것 같긴 하다. 원래 한번 여행 가면 한곳에 며칠씩 진득하게 머무르는 타입이라 근교 도시에도 잘 안 감. 게으름! 그런데 하여튼 빌니우스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바르샤바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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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항상 바쁘고 피곤하다. 잠도 많이 모자랐다. 오전 내내 빡센 간부회의... 마치고는 최고임원과 식사.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ㅠㅠ 아마 우리 부서원들도 정도의 차는 조금 있을지 몰라도 어쨌든 나랑 밥 먹을때 그런 기분이 들겠지ㅠㅠ




매우 지치는 하루였다. 퇴근길에 만원 지하철을 탔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가 나에게 너무 피곤해보인다며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깜짝 놀랐는데 그분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으므로 ‘뭐야 어차피 내릴 거면서 생색이었나보다’ 하다 정신없이 잤다. 그런데 내릴 때 보니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심히 피곤해보이긴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눈 밖에 안 보였는데 원래 눈도 큰데다 지쳐서인지 오늘따라 엄청 퀭해보였다. 눈만 나와 있으니 그렇게 보였을수도 있겠다 싶다. 아저씨 고마워요, 생색냈다고 의심한 거 미안합니다ㅠㅠ




늦지 않게 자야겠다. 밤새 눈이 얼지 않아야 할텐데. 아 피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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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깼다가 새잠이 들었는데 너무 산란한 꿈을 꿔서 머리가 아프고 피곤했다. 요즘 회사가 마주하고 있는 큰 시련과 압박이 그대로 꿈에 반영되었고 안 좋은 일들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너무 생생하게 이어져서 차라리 잠을 덜 자는 게 나았던 게 아닌가 싶었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그래도 금요일까지 목이 많이 아파서 약을 먹으며 좀 걱정했는데 쉬었더니 목의 통증이 가셨다. 아마 공기가 너무 안 좋았던데다 과로가 겹쳐서 그랬나보다. 
 
 
새 글을 쓰고 싶어 이것저것 생각을 해봤는데 아직 손에 잡히는 건 없다. 가브릴로프 이야기들 중 하나를 써볼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글은 애초에 장편으로 구상한 거라서 토막내기가 아깝다. 그런데 지금은 장편을 쓸만한 집중력과 에너지가 없어서 아쉽다. 확실히 나이를 먹어서인지 일과 책임에 시달리면서 장편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는 단편 한두 개가 한계인가보다 ㅜㅜ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쉽고 재밌고 소모적인 이야기라면 길게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만. 이제는 그렇게 도락을 위한 글을 쓰려니 시간이 아깝다. 
 
 
이번주에도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부서의 인력 상황이 너무 나빠서 밀려드는 일들을 실제로 처리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해나갈 사람이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네덜란드 호떡집은 여전히 성황 중 ㅠㅠ 목요일까지 버티면 설 연휴니까 잘 견뎌보자 싶다. 그런데 연휴가 지나면 아버지가 미뤄뒀던 수술을 받으셔야 하니 이것도 사실 마음 속으로는 걱정이 많이 된다. 기도를 더하며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 소중하고 절친한 친구가 어려운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는 기도는 항상 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오늘도 친구를 위해 기도드리며 자야겠다. 그 가족들을 위해서도. 

 
 
 
 

 
 
 
꽃 사진들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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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4. 17:52

고스찌 russia2024. 2. 4. 17:52

 

 

 

페테르부르크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겸 카페 고스찌. 내가 무척 좋아했던 곳이다. 페테르부르크에 갈 때마다 꼭 들렀다. 아직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음식도, 디저트도, 차도 모두 맛있는 곳이었다. 여기 메인 셰프가 세르비아 사람이었다. 그래서 세르비아 사과랑 과일을 디저트에 쓴다고 친절했던 남자 점원이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나는 세르비아에 대해 '음식이 맛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ㅎㅎ)

 

 

이 사진은 2012년 9월에 찍은 것이다. 벌써 아주 오래 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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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4. 17:00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4. 17:00

 

 

 

일요일 오후 티타임. 

 

 

 

 

 

 

 

 

 

 

 

 

 

 

체리가 너무 예쁜 하트 모양이라 찍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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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3. 21:59

여름의 판탄카 2017-19 petersburg2024. 2. 3. 21:59

 

 

 

 

단편의 퇴고를 마치고 나니 좀 허전해서 페테르부르크 사진첩을 뒤적여보았다. 

 

 

 

페테르부르크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19년 11월이었다. 그해 연말에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2020년 새해를 맞았다. 그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러시아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이 재개된 후 빌니우스와 프라하, 바르샤바에 다녀왔다. 아마도 나는 계속해서 어디든 저 동네와 가깝거나 저곳을 연상시키는 동네에 가고 싶은 것 같다. 가능하다면 5월에 베오그라드에 다녀오려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너무나도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저 운하와 강을 따라 걷고 싶다. 

 

 

사진은 2019년 7월. 여름, 백야 시즌의 판탄카. 이때는 성수기라 아스토리야나 에브로파는 너무 비싸서 판탄카 쪽에 있는 로시 호텔에 묵었다. 바가노바 학교와 면해 있는 호텔이었다. 그래서 이때는 저녁마다 판탄카를 따라 산책할 수 있었다. 에브로파에 묵을 때는 그리보예도프 운하, 아스토리야일 때는 모이카를 따라 산책하게 된다. 판탄카는 그리보예도프나 모이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아주 길게 이어진다. 나의 70년대 레닌그라드 이야기들에서 이 판탄카는 알리사와 트로이의 운하였다. 그리고 90년대 이야기로 접어들면 미샤가 이 판탄카 운하 어딘가에, 트로이츠키 사원이 잘 보이는 쪽에 있는 집에 살고 있다. 

 

 

사진을 찍었던 건 아마 밤이었던 것 같다. 늦은 밤은 아니고 아마 9시 무렵 쯤 됐을 것 같다. 역광이라 컴컴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것보다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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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믹스를 주문했더니 장미가 여럿 섞여 있었다. 그것까진 좋은데 색깔이 너무 알록달록하게 섞여 있어 아쉬웠다. 

 


 
 

 
 

 

무척 피곤하게 잤다. 꿈에도 시달렸다. 그리 늦게 일어나진 않았지만 피곤해서 침대에 오래 누워 있었고 아점도 오후의 티타임도 모두 느지막하게 가졌다. 청소, 목욕 등 주말의 일과를 보냈다. 

 

 

오후 늦게 단편의 후반부를 퇴고했다. 아마 오늘 밤까지 퇴고를 마칠 것 같다. 이 글은 수차례의 퇴고를 거치지는 않을 듯하다. 새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 무엇을 쓸지는 잘 모르겠다. 십년 가까이 멈춰둔 글을 다시 되살리고 싶은데 이것이 그리 쉽지 않다. 상당한 장편이기도 하고, 그 글을 구상했던 때와 지금 사이에 어느새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 장편의 시간대에 포함되는 작은 단편을 쓸 수도 있다. 마치 최근 2~3년 동안 90년대의 이야기들을 장편 대신 몇 개의 단편으로 썼던 것처럼. 


 

 

요즘은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오랫동안 해왔던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나쁜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어서, 세상이 역행하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이 메모를 마친 후 퇴고를 끝까지 해야겠다. 

 


 

 

 
 

 

 

수국도 한 송이 들어 있었다. 나는 하늘색 수국을 더 좋아하지만 연분홍 수국도 예쁘다. 수국을 보면 항상 쥬인이 생각난다. 쥬인이 결혼식 부케로 수국을 들었기 때문이다. 

 


 
 

 


 
 

꽃의 양이 많아서 여기저기 꽂아두었다. 빨간 장미는 예쁘긴 한데 도저히 색깔을 맞출 수가 없어 따로 꽂았다. 조그만 인디언핑크 카네이션들은 지난주에 와서 아직 살아남아 있는 것들이다. 이것은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수 컵에 담아서 서재 방에 가져다 두었다. 꽃 사진들 아래 여러 장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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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3. 17:30

여름의 탈린 closed gates/tallinn2024. 2. 3. 17:30

 

 

 

탈린에는 페리를 타고 갔었다. 헬싱키의 항구에서 커다란 페리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날씨가 좋았고 햇살이 뜨거웠다. 그러나 역시 그늘은 싸늘했고 반바지를 입고 갔던 나는 쥬인의 스카프를 빌려서 둘러야 했다. 단 하루였지만 이 날의 여행이 아주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그게 이미 2011년 7월의 일이다.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른지. 나는 탈린이라는 도시에 딱히 매료되지는 않았다. 이때 여행 계획을 짤때 당초 헬싱키 4일, 탈린 3일 정도 머물러 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헬싱키에만 머무르고 탈린은 배 타고 다녀오자 하고 맘먹었는데, 헬싱키도 그리 매력적인 도시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탈린에서 돌아오는 길에 '탈린은 하루 일정으로 짜서 다행이야. 여기서 머물렀으면 재미없었을 거 같아' 라고 생각했었다. 아마 별다른 지식 없이 갔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때는 쥬인이랑 같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우리가 구시가지에만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페리 터미널에서 구시가지까지 들어가는 길이 도보로 가기에는 은근히 시간이 걸렸고 또 그 길이 우중충해서 그랬을지도. 

 

 

그래도 탈린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헬싱키의 맛없는 음식과 커피(쥬인), 홍차(나), 비싼 물가에 지쳐 있던 터라 이곳의 음식과 케익과 커피와 차가 참 맛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쥬인은 헬싱키의 맛없는 맥주에 질려 있었는데 여기서 이 맥주를 먹고 엄청 좋아했었다. 

 

 

 

 

 

 

 

 

 

 

 

이 당시에는 뭔가 이런 구도의 사진이 좀 유행했었던 것 같다 :) 쥬인과 여행가면 항상 이렇게 신발 사진을 찍었다. 저 빨간 컨버스화는 너무너무 내 취향이라 샀던 건데 역시 컨버스 특유의 묵직함 때문에 많이 신고 다니지는 못했다. 그런데 다시 봐도 예쁘긴 하다. 저 신발 언제 어떻게 처분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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