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티타임. 예전에 노르딕 도자기 사이트에서 할인행사할 때 '이런 스타일은 없으니까 저렴한 맛에 한번...' 이라고 생각하며 샀던 KPM 빈티지 찻잔. 그런데 역시나 내 스타일은 아니라서 한두번 쓴 후 처박아두었고 심지어 찻잔과 받침접시도 서로 다른 찬장에 들어가버려서(몇년 전 이사올 때 포장이사 아주머니가 그렇게 맘대로...) 이따금 저 찻잔이 눈에 띌 때도 '접시는 깨져서 버렸나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그릇 꺼내다가 접시를 발견해서 오랜만에 차를 따라 마셨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한데 찻잔 모양이 별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서(사실 커피잔에 더 가까움) 한동안은 또 안 꺼낼 것만 같음. 그래도 간만에 등장하니 고풍스럽고 귀엽다.
딱 유럽 어느 동네에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벼룩시장 나가서 건질 법한 (할머니) 스타일 :)
무척 바쁘고 힘들고 피곤했다. 새벽 출근해서 힘든 나머지 좀 졸았다. 두통이 너무 심해서 진통제로 버텼다. 회의, 업무 등등 시간에 쫓기며 일했다.
토요일 미용실 예약이 꽉 차서 오후 반반차를 냈다. 새치집중구역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였다.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졸았다. 미용실에 앉아 있는 것도 너무 피곤했다. 하여튼 염색과 커트 미션 클리어. 아 피곤해. 주말엔 뻗어서 쉬어야겠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피곤할 뿐이다. 아빠 걱정. 피곤함. 두 가지 뿐이다ㅠㅠ
2014년 3월의 페테르부르크 사진들인데 화질이나 색감 등 뭔가 평소 이 도시 사진들과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때 새로 산 카메라를 시험하면서 이것저것 잘못 만지작거렸기 때문이다. 당시 필름카메라 느낌이 난다는 조그만 후지 카메라를 사서 들고 갔는데 여기에는 첨 보는 모드들이 있었다(요즘 폰의 앱에 많은 무슨무슨 필터 모드들인듯) 그래서 암것도 모르고 눌러보다가 어떤 것은 미니어처 모드 어떤 것은 비네팅 모드 등으로 찍혔다. 그래서 그런 스위치를 건드려서 찍은 사진들은 다들 우중충하고 어둡게 나왔는데 그 결과에 깜짝 놀란 나머지 이 카메라를 잘 쓰지 않고 손에 익은 니콘 DSLR을 다시 쓰게 되었음. (이 후지카메라는 그냥 똑딱이 디카였음)
근데 엄청 오랜만에 다시 들춰보니 뭔가 폰카 느낌이 나서 그런지 또 색다른 기분의 사진들이라 주루룩 올려본다. 겨울운하, 에르미타주, 그리보예도프 운하, 근처 거리, 호텔 방까지 이것저것. 그런데 이미 10년 전 ㅠㅠ
여기는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했던 카페이다. 레테조바 거리에 있던 카페 에벨. 13년에 이 근처 아파트에 두어달 머무르면서 자주 드나들었고 그 이후에도 프라하에 갈 때면 언제나 여러번 들렀다. 나에게는 특별한 카페였다. 안타깝게도 이 지점은 코로나 시기에 문을 닫았고 카프로바 거리의 조그만 본점만 남았다. 창가 자리는 저 두 여자분이 앉아 있는 딱 저 테이블 하나였기 때문에 어쩌다 저 자리가 비어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사진 하단에 나와 있는 벽 쪽 테이블도 참 좋았다. 등을 기대고 글을 쓰기도 좋았고 작고 아늑한 카페에 들어온 손님들 구경하기도 좋았다. 그리운 곳이다. 이제 마음과 사진 속에만 남아 있는 곳.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다. 그래서 아침에는 버터를 바른 빵을 먹었다. 다이어트 운운하더니만 아주 야무지게 버터랑 잼까지 발라서 조식으로 빵 드심. 흑흑. 게으른 나로서는 재택근무할 때에나 사과를 깎아먹을 수 있음. (평소 그냥 껍질만 벗겨먹거나 씻어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 위주로 먹음) 저 사과도 설날에 엄마가 챙겨주신 것이다. 여러 알 가져가라 하시는 것을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냥 한 알만 가져왔음. 반쪽만 깎아서 먹었다. 아 그러고보니 남겨둔 반쪽을 내일 깎아서 먹어야 하는구나 아아 나는 게으른데 과연 그것을 잘 깎아서 먹을 수 있을까 ㅜㅜ
재택근무라 지하철 출퇴근 안하고 아침에 좀더 잔 것이 좋은 점이었다. 그외에는 역시 바쁘게 일했다. 집에서 일한다고 노동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줌회의도 하고 이것저것 업무를 챙기고 등등. 지금 원체 결원이 많아서 일이 제대로 안 돌아간다. 실무자들이 내 마음같지 않은 거야 당연하다만 하여튼 지금 우리 부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태임. 나도 몽땅 다 위임해버리고 큰 방향만 잡아주고 싶은데 인력구조가 도저히 받쳐주지 않는다.
주말 동안 쉬었지만 좀처럼 피곤함과 두통이 가시지 않았다. 늦지 않게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이 되도록 뒤척였고 일찍 깨어나서 얕은 잠을 억지로 자다깨다 반복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상당 부분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겠지만 내내 마음이 산란하고 불안한 채 편하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계신다. 내일 아침 일찍 피검사 등 몇가지 검사를 하고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받으실 예정이다. 조직검사 결과는 며칠 더 기다려야 나온다. 아버지도 걱정이 많이 되는 듯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 새 글에 대한 구상도 당연히 하지 못했다. 주말이 다 지나갔고 내일부터 다시 새벽 출근해서 노동폭풍에 휩싸여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
심란해서 조금이라도 기분 전환을 하려고 어제는 두부조림을 만들었고 오늘은 김치볶음을 만들고 된장찌개를 한 냄비 가득 끓였다. 그런데 사실은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하니 이런 것들을 만들 것이 아니라 토마토, 두부, 닭가슴살, 삶은 달걀, 풀떼기 따위를 먹어야 하는데. 금요일 아침에 달걀을 주문하려고 보니 왜 이렇게 가격이 올랐는지 당혹스러웠다. 과연 나는 이번주에 식이요법과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지. 내일 귀가하면서 빵 대신 무가당 아몬드유를 사는 것으로 시작을...
아직도 저 기념품 가게가 남아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던 가게였는데 저기서 브로치를 샀던 것 같지만 긴가민가하다. 근처에 기념품 가게가 여럿 있어서 페테르부르크에 갈 때면 그런 곳 어딘가에서는 목각 천사를 샀고 어디에서는 브로치, 어디에서는 마트료슈카를 사곤 했다. 사진은 2015년 7월.
네바 강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은 매우 추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하늘이 파랬고 차가운 햇살이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렸다. 사진첩 넘기다가 이 사진 색채가 마음에 들어서 올려본다. 아주 고요한 풍경이다.
네바 강변으로 나가기 전에 이렇게 해군성을 따라서 걸었다. 이 공원은 오랜 옛날 러시아에 처음으로 갔을 때 주말을 맞아 제일 처음으로 '시내 구경' 나왔을 때 왔던 곳이다. 지리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이삭 성당 간다고 꾸역꾸역 버스 타고 나왔었다. (이삭 성당은 바로 맞은편에 있다)
이런저런 꿈을 꾸며 피곤하게 잤다. 일찍 깨어나서 더 자려고 계속 누워 있었지만 좀처럼 제대로 잠들지 못해 뒤척거리다 오전의 세스코 점검 때문에 늦지 않게 일어났다. 점검이 끝난 후 도로 침대로 들어갈까 하다 그냥 청소와 목욕을 하고 평소의 토요일에 비해 이른 아점을 먹고 차도 빨리 마셨다. 그외에는 책을 읽고 쉬었다. 부모님과 아침과 저녁에 두번 통화를 했다. 아버지 때문에 계속 걱정이 된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사했다는 짧은 단신을 러시아 잡지 트윗에서 먼저 읽었다. 찾아보니 우리 나라 (번역본) 기사가 더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서구 뉴스와 러시아 현지 뉴스가 다를 수밖에 없을 듯... 그 동네는 그렇고, 이 동네는 연구예산 삭감 얘기했다가 입막히고 들려나가고. 전에는 국회의원도 들려나가고. 좋은 뉴스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제 정말 그놈의 K 붙이는 건 지긋지긋하다.
피곤하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무것도 쓰지 못했고 구상도 전혀 하지 못했다. 마음에 걱정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아빠도. 그리고 상태가 위중한 친구도. 기도를 많이 하고 자야겠다.
토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오전에 세스코 점검이 있어서 늦잠과 게으름 대신 비교적 일찍 아점을 챙겨먹었고 한시가 되기 전에 차를 우려 마셨다.
처음에는 다른 찻잔을 꺼냈는데, 이 찻잔에는 예쁜 새들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어제 새벽에 꾼 악몽이 떠올라서 괜시리 찝찝해서 맨 위 사진의 찻잔으로 바꾸어 마셨다.
지난주의 알스트로메리아는 아직 풍성하게 남아 있긴 하지만 몇 송이씩 이제 시들기 시작했다. 떨어지려는 꽃잎들을 간수해 찻잔에 띄워두었다. 이 찻잔은 사놓고 몇번 못 썼는데 어째선지 잔 한쪽에 가느다란 금이 가버려서 이렇게 꽃송이 띄워두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다행히 물이 새지는 않는다) 노리다케 찻잔 중 그래도 이 녀석이 내 스타일이라 샀던 건데 흐흑... 나는 얇고 투명한 도자기를 좋아하긴 한다만 노리다케는 너무 약한 것 같다. 똑같이 얇아도 로모노소프는 튼튼한 편인데 ㅠㅠ
걱정을 많이 하다 잠들어 그런지 악몽을 꾸고 새벽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방 안에 새가 두마리 들어와서 그중 털이 갈색으로 북슬북슬하고 큰 놈이 다른 새를 물어죽이고 잡아먹으려는 꿈이었다 ㅠㅠ 쥐 비슷한 동물이 나타나 옆에서 한입 거들려고 하고 있었다. 너무 끔찍했는지 정말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다 그 소리에 내가 놀라 깸. 흑흑. 집에 우환이 있다는 사실이 무의식에 반영된 상투적인 꿈임. 간신히 진정한 후 도로 잠들었지만 한두시간마다 계속 깨느라 결국 잠을 매우 설쳤고 프리젠테이션이 걱정되어 평소보다도 더욱 일찍 새벽에 집을 나섰다. 그래서 일곱시도 안되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렇게 일찍 출근했지만 심지어 늦게 퇴근했다. 종일 바빴고 미팅에 들어가야 했고 오후 늦게 잡혀 있었던 프리젠테이션은 앞 순서가 지연되면서 결국 거의 한시간 가까이 늦게 시작했다. 그러니 그만큼 피말리는 대기와 준비 시간 ㅠㅠ 그래도 어찌어찌 마쳤다. 생각한만큼, 혹은 준비한만큼 잘 되지는 않았다. 줌으로 접속을 하면 마이크 등 생각지 않은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 신경쓸 일이 추가되어 기력이 더 소모된다. 기력이 쭉 빠졌다.
일을 마치고 늦게 퇴근. 지하철이 터져 나갔다. 그래도 중간쯤 자리가 나서 간신히 앉았다. 늦게 저녁 먹고 엄마와 통화. 아침엔 아버지와도 통화했었다. 아버지는 마취 기운이 풀려서 목소리는 괜찮았다. 미열이 있어 오늘 항생제를 맞으셨다. 다음주까지는 입원해 계셔야 할 것 같다. 조직 검사 결과가 부디 괜찮아야 할텐데. 마음이 많이 산란하고 걱정이 된다. 엄마는 나보다 더 걱정이 되겠지. 혹여 악성이더라도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엄마와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기도를 많이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가 갔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일에 파묻혔다. 내일 중요한 평가 때문에 줌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오늘 시간이 없어 그 준비를 못했다 ㅠㅠ 시간 제한도 있어서 노트를 미리 준비해 연습을 해야 하는데... 내일 아침 일찍 빡세게 준비해야겠다. 원래 오늘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바빴다. 난 7시면 사무실에 도착해 일하는데 그래도 1분도 여유가 없고 정말 하려던 일도 못하다니 이건 정말 너무하다.
인력 누수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내가 온갖 실무까지 챙기고 지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1월부터 직원 2인이 건강 문제 등으로 업무수행이 올스톱되었다ㅠㅠ 충원은 없고... 그러니 그 부분들을 챙기느라 더욱 정신이 없고 힘이 든다.
오늘 아버지가 대장 용종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 수면내시경 시술이라 했지만 용종이 너무 크고 모양도 복잡해서 세시간이나 걸렸다. 일하면서 틈틈이 엄마와 연락을 하고 퇴근길에 통화를 했다. 의사가 엄마에게 수술 전이랑 마친 후에 안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단단한 부분이 있어 의심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너무 심란해하셔서 위로해드리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자, 안 좋으면 치료받으면 된다고 달래드렸다. 당연히 나도 많이 심란하고 걱정이 된다. 온갖 상상이 다 되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고 있다. 고령이고 얼마전 전신마취 수술도 했었는데 오늘 또 한참 용종제거를 받으셔서 힘드실텐데 내일 몸이 나아지시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부디 잘 회복되시기를, 그리고 검사 결과가 좋기를 기도하며 자야겠다. 심란하고 어려운 와중에 내일 오전 업무 미팅과 오후 늦게 프리젠테이션 평가까지 있어 착잡하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에르미타주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나온다. 네바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바실리섬의 스뜨렐까 부근. 건너편은 에르미타주. 그러고보니 이 사진이 벌써 10년 전이네. 저 여인처럼 밝은 오후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
맛있는 엄마표 명절 음식을 연휴 내내 먹은 후 오늘은 점심 때 버거로 타락. 여기는 양파 빼달라 하면 이렇게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준다. 익은 양파를 넣어주면 잘 먹을텐데. (익은 양파는 좋아하고 생양파는 싫어함)
그런데 간만에 먹으니 맛있었음.
연휴 마치고 출근하니 당연히 피곤하고 힘들었다. 잠도 많이 모자라고. 정신없이 꿈꾸다 알람에 깨서 나왔다. 그래도 연휴 다음날치고는 생각만큼 엄청 바쁘진 않았지만 몇가지 문제들이 있어 해결책을 강구하다 하루가 다 갔다. 이번주는 뒤로 갈수록 더 빡세고 바빠질 것이다. 기운을 내야지.
제목은 러시아 헌책방의 고양이라고 붙였지만 막상 이 사진에는 러시아어로 된 책이 안 나와 있고(엑셀 2007이 깨알같음) 또 여기는 러시아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시장 근처에 있는 헌책방으로 러시아어 서적이 많았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나에게 구경시켜주시려고 데려가셨음.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었다. 이 녀석은 그 중 치즈냥이. 냥이들이 손님들을 자연스럽게 툭툭 들이받으며 지나다녔다. 이것저것 구경은 많이 했는데 정작 한권도 안 사고 나와서 가게 주인에게 쫌 미안했었다.
어제 블라디보스톡과 아브로라 항공 얘기를 썼더니 그리워져서.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 2번, 그외 여행을 3번 갔는데 통틀어 가장 날씨가 좋고 즐거웠던 여행은 18년 5월의 여행이었다. 이때 아마 연휴가 끼어 있었던 것 같다. 서울 사무실에 트렁크를 끌고 가서 저녁 근무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탔다. 날씨가 좋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공연 보러 간 건 7~8월이라 너무 더웠고 새해맞이는 춥디 추운 12월이라 나름대로의 정취는 있었지만 역시 5월이 제일 좋았다.
당시 갔던 카페 사진들 몇 장. 화질 좋은 건 DSLR, 화질이 좀 어둡고 상대적으로 번지는 건 아이폰6S.
카페는 판탄카, 카페마, 말라꼬 이 묘드, 토르토니야. 이 중 겉으로만 그럴싸하고 값비싸지만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던(추웠고 아늑한 기분이 안 들었음) 말라꼬 이 묘드 빼고는 모두 마음에 들어서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번 갔다. 이 카페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할텐데. 네 카페 모두 중심지와 숙소 근처여서 가기도 편했다. 카페마는 지점이 두세군데 있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한 곳은 사진 속의 스베틀란스카야 지점. 알록달록 테이블이 너무 이뻤다. 디저트는 그냥저냥이었지만 커피가 매우 부드럽고 맛있었다(안 마시는 커피 마시게 한 곳) 카페마에서는 나중에 홍차도 한 봉지 사왔다.
알스트로메리아 꽃잎의 발그레한 색채를 보니 예전에 한참 색조화장품에 빠져 있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바쁘게 일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색조화장품들을 샀는데 이 꽃잎 색깔은 당시 샀던 블러셔 하나의 색이랑 비슷하다. 프라하의 세포라에서 샀던 거였는데 이름도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그 블러셔는 몇년 전 이사하면서 화장대를 싹 들어엎었을 때 버린 것 같다. 수많은 립스틱과 블러셔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지금도 블러셔 몇개는 남겨두었지만 내 피부톤에 블러셔는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하이라이터는 가끔씩 한다만 그것도 요즘은 잘 안 한다), 그리고 블러셔를 예쁘게 바르려면 아이섀도나 립스틱보다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나는 게으르고 손재주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일년에 한번 바르면 많이 바르는 것이 되어버림. 그런데 요즘 인스타 알고리즘에 자꾸만 샤넬의 예쁜 블러셔가 뜬다. 그것도 저 꽃잎 색이랑 좀 비슷하다. 그 블러셔 광고가 뜨면 예뻐서 자꾸만 보게 되고 '아 좀 탐나는데' 하는 맘이 든다. 그러나! 분명 모델이 예뻐서일 거야!!!
연휴가 끝났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고 노동해야 한다.
회사와 관련된 꿈을 꿨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동생을 업고 회사의 어느 시설까지 걸어가야 하는 꿈도 뒤섞였다. 도합 8~9시간 가까이 잤지만 얕은 수면과 꿈 때문에 오늘도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아점 챙겨먹으려고 밥 차리다가 반찬통 하나를 떨어뜨려서 깨뜨리고 말았다. 엄마가 싸준 도토리묵이 들어 있는 유리 밀폐용기였는데 남은 묵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통째로 놓고 먹을까 하다가 그냥 조금 남겨놓고 접시에 덜었는데, 그 용기를 놓쳐서 바닥에 제대로 떨어뜨렸다. 유리 재질이 좋지 않았는지 그야말로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났다 ㅠㅠ 바닥이 엉망이 되었고 여기저기 유리 파편과 가루가 난리난리였다. 목장갑을 끼고 파편들을 1차로 줍고, 물걸레 청소포로 두번 닦아내고 진공청소기를 꼼꼼하게 돌렸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다행이다. 흑흑... 난 실내에서 웬만하면 수면양말 + 슬리퍼를 착용하는지라 발바닥을 벨 것 같진 않다만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 유리가루들이 남아 있을 것만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냥 통째로 놓고 다 먹을 걸... 그릇이든 컵이든 접시든 뭐든 일년에 하나 정도는 이렇게 깨먹는 편인데(ㅜㅜ) 기분이 좀 찝찝해짐.
연휴 때 뭐든 글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 구상도 못 했다. 전에 쓰다 말았던 가브릴로프 본편을 열어서 마지막 중단되었던 파트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또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들어내고 새 파트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조금만 마음을 더 비워봐야겠다.
아아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한다. 이제 뒤늦게 월요병 용솟음치는 중. 흑흑... 이번주는 금요일에 피곤한 프리젠테이션까지 해야 한다. 기운을 내자. 그러고보니 아까 엄마랑 통화하던 중 엄마가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되네. 화이팅!' 하고 말씀하셨음. 우리 엄마는 정말 웬만하면 이런 말 안하시는 타입이라 뭔가 좀 우스웠지만 어쩐지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
블러셔 색깔의 꽃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마무리.
... 자기 전에 추가
침실로 와서 무심코 화장대를 뒤적이며 남아 있는 블러셔를 확인해봤는데 그 프라하에서 샀던 녀석이 그대로 있었다. 안 버렸구나... 별로 안 써서 여전히 새것 같다. 그런데 기억과는 달리 색이 좀더 쿨한 핑크톤이고 반짝이도 들어 있다. 저 꽃잎과는 다른 색인데 왜 그렇게 각인됐나 모르겠다. 손등에 문질러보니 발색은 좀 더 웜하다. 그래서 그랬나... 하여튼 블러셔가 남아 있어서 뭔가 기분이 좋다. 여전히 거의 안 바르겠지만.
나는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공항이나 비행기에 설레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러 이유로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이런 비행이 즐거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는 편인데, 이 사진들은 문득 저 당시의 좋았던 여행이 떠올라서 올려본다. 이 경로로 날아가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2017년 12월 말이었다. 나는 혼자 날아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도 가고 그냥 놀러 가기도 하고 이렇게 새해맞이를 하기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번이나 갔었다. 원체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20년 초였다.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톡 가는 길이 막혔다 ㅠㅠ 비행기도 심지어 세 종류를 타봤다. 대한항공, 티웨이, 그리고 이 아브로라 항공(영어식으로는 오로라 항공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아브로라라고 읽는다) 당시 한참 여행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톡이 나와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질 무렵이었고 비행 후기도 많았는데 이구동성 '으악 오로라 항공 너무 후졌어요! 러시아 비행기 최악이에요!' 였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 비행기를 타보니 별로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비행기 자체는 예전에 아에로플롯을 워낙 여러번 타본 탓에 '뭐 비슷하구만' 하는 느낌이었고, 최악의 기내식이라고 난리였던 소박한 칠면조 샌드위치조차도 '어 의외로 맛있어'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은 3시간이 걸리지만 아브로라는 2시간 좀 넘으면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이게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을 통과해 지름길로 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거 타고 가니 정말 빨리 도착해서 좋았고 '아 지금 북한 통과하나?' 하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하여튼 그래서 나의 오로라 항공, 아브로라 탑승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기류는 무지막지했는데 이건 대한항공이든 티웨이든 아브로라든 다 똑같았다)
이미 6년도 전의 기억이다만, 이때 여행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은 살이 엘 정도로 추웠고 호텔도 까마득한 언덕에 있어서 무지 힘들었지만 여행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나중에 새해맞이하러 또 갔었다. 다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12월 29일.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아브로라. 사진 여러 장.
이 샌드위치와 비행기에 대한 메모도 스케치로 그려놓았던 적이 있다. 아래에. 그림을 보니 저때는 머리가 뽀골뽀골이었나보다. 그리고 저때 옷차림을 보니 지금처럼 둥실둥실해지기 전이다 ㅠㅠ (못입게 된 파란색 금패딩 코트 착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