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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에 해당되는 글 48

  1. 2024.03.31 까만 차, 파란 차, 행운의 별과 붉은 별
  2. 2024.03.31 3.31 일요일 밤 : 부활절, 새 묵주팔찌, 월요일을 준비하며
  3. 2024.03.31 부활절 오후
  4. 2024.03.30 3.30 토요일 밤 : 쥬인의 선물, 부모님 보고 옴, 피곤하지만 그래도 좋은 하루
  5. 2024.03.29 3.29 금요일 밤 : 피곤하고 바쁘고, 내일은
  6. 2024.03.28 3.28 목요일 밤 : 수면 부족, 힘들었던 출퇴근, 여행은 취소해야겠다
  7. 2024.03.27 3.27 수요일 밤 : 이야기와 위안, 걱정들
  8. 2024.03.26 3.26 화요일 밤 : 목련, 고마운 쥬인, 불면, 너무 바빴음, 친구 6
  9. 2024.03.25 3.25 월요일 밤 : 힘든 마음, 묵주팔찌 +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2
  10. 2024.03.24 3.24 일요일 밤 : 어려운 하루, 부모님 오셨다 감, 힘든 마음
  11. 2024.03.24 일요일 오후
  12. 2024.03.23 3.23 토요일 밤 : 멀리서 온 허브 티, 주말에도 일하고, 꼬박꼬박 먹어야 되는데, S가 되고 싶다
  13. 2024.03.23 일하고 와서, 토요일 오후, 스타티스
  14. 2024.03.22 3.22 금요일 밤 : 내일도 일해야 하니 주말이 아니다, 울지 말고 기운을 내야지 4
  15. 2024.03.21 3.21 목요일 밤 : 추가 4
  16. 2024.03.21 3.21 목요일 밤 : 분명 전생에, 아 힘들어
  17. 2024.03.20 3.20 수요일 밤 : 작지만 큰 감동, 빡빡하고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4
  18. 2024.03.19 3.19 화요일 밤 : 이렇게 바쁘고 힘들어도 되나ㅠㅠ
  19. 2024.03.18 3.18 월요일 밤 : 너무 버겁다ㅠㅠ
  20. 2024.03.17 (날아갔을지도 모르는) 갈매기, 고양이 2
  21. 2024.03.17 3.17 일요일 밤 : 월요병, 무지 오래 다녔지만 여전히 토끼의 심장
  22. 2024.03.17 일요일 오후
  23. 2024.03.16 3.16 토요일 밤 : 친구의 선물, 쉬어서 좀 나아짐, 제발 와주렴
  24. 2024.03.16 새들과 고양이와 아폴로의 여름 정원
  25. 2024.03.16 토요일 오후

 
 
 


아래 발췌한 이야기는 21년 겨울에 마무리했던 단편 <눈의 여왕>의 도입부 몇 페이지이다. 나는 21년부터 22년까지 90년대 후반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나의 오랜 주인공인 미샤가 등장하는 세 편의 소설을 썼다. 아주 짧은 단편 <판탄카의 루키얀>, <눈의 여왕>, 그리고 세 편 중에서는 가장 길고 심리적으로 복잡한 중편 <구름 속의 뼈>였다. <판탄카의 루키얀>은 97년 10월의 어느 비가 많이 오는 날, 후자의 두 편은 그로부터 한 달 뒤, 역시 비와 눈이 오는 날의 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후 나는 작년 가을부터 올 초까지 이 97년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 <4월의 로켓>을 하나 더 썼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단편은 앞의 세 편보다 몇 달 전인 4월에 일어난 이야기를 다뤘다. 
 


 
이 90년대 시리즈에서 미샤는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신 새로운 심리적 화자들 뒤로 빠져 있고 좀 다른 식으로 존재했다. 소설들은 소련 시절의 키로프-90년대 현재의 마린스키 극장 마사지사인 루키얀, 미샤의 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그와 미묘한 관계를 맺고 있는 청년 게냐(덜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제냐라고 불린다), 그리고 게냐가 사는 허름한 아파트의 이웃이자 창녀인 마냐의 시점에서 전개되었다. 중간의 <눈의 여왕>과 <구름 속의 뼈>는 쌍둥이 같은 소설이고 아주 긴밀하게 뒤얽혀 있으며 시간 차도 이틀 밖에 나지 않는다(후자가 더 먼저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른 단편들도 느슨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인물과 이야기들도 서로 다른 식으로 조응한다. 
 
 


<눈의 여왕>과 <구름 속의 뼈>를 이끌고 가는 실질적 주인공은 20대 초반의 남자 무용수 게냐 카르사비예프이다. 그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몇년 춤추다가 고전발레와 그 조직 내의 한계에 부딪치고 새롭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찾아서 미샤의 발레단으로 이적했다. 이 90년대는 이미 페레스트로이카와 소련 붕괴가 일어난 이후이며 7~80년대에 무수한 억압과 고통을 겪었던 미샤는 이제 자신의 발레단을 꾸렸고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상태이다. 이 소설들은 미샤의 성공이나 고군분투나 실질적인 극장과 예술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는 관계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었고 아직은 미숙하고 그만큼 열렬하면서도 조금은 결벽적이고 또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게냐의 고민을 다뤘다. 앞의 3편에서 드러나지 않던 미샤의 속내에 대해서는 마냐의 시선으로 전개된 <4월의 로켓>에서 조금씩 언급되었다. 
 


 
발췌한 에피소드는 <눈의 여왕>을 시작하는 이야기였다. 이 글은 내게 많은 의미가 있었지만 시작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게냐를 차에 태워서 공항으로 이어지는 모스크바 대로로 보냈다. 그리고 좋은 차, 괜찮은 차, 너무나도 소련다운 낡은 차, 아주 근사한 차에 대한 이야기들로 소설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미샤 정도로 잘 나가는 예술가이자 셀레브리티라면 당시 자본주의가 범람하던 혼란스러운 페테르부르크에서 반드시 몰아야 할 것처럼 보이는 허세 넘치는 메르세데스로 시작해서 그때만 해도 상당히 괜찮은 차로 평가받았던 도요타, 미샤의 친구이자 화가인 키라가 몰고 다니는 낡은 소련 시절 자동차 지굴리, 그리고 미샤보다도 훨씬 선배 예술가가 몰았던 빈티지 포르셰. 하지만 중요한 건 물론 차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고 게냐도 차들을 빗대어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진 속 차는 바로 지굴리 :) 구글링해서 찾았는데 너무나도 내 기억 속의 옛 지굴리와 비슷한 느낌이라 올려봄. 주변 풍경마저도 찰떡. 이 지굴리는 미샤의 본편을 패러디한 외전 서무의 슬픔 시리즈(동명의 별도 폴더 참고)에서 주인공 단추청년 베르닌이 굴리는 낡은 차종이기도 하다(그나마도 후반부 에피소드에선 눈보라에 미끄러져 나무 들이받고 박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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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대로로 나왔을 때 게냐는 속도를 더 올렸다. 그는 이 차를 끌고 나오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지나이다를 데리러 공항에 가겠다고 하자 미샤가 불쑥 그럼 내 차 가져가라고 말한데다 그날따라 다른 차를 구할 수도 없었다. 업무용 차량은 무대 디자이너를 비롯해 이미 세 명이나 줄을 서 있었고 그가 가장 마음 편하게 빌리곤 했던 키라의 지굴리는 정비소에 들어가 있었다. 미샤에게는 차가 두 대 있었으니 그중 하나를 써야 한다면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검소한 도요타 SUV 쪽이 나았지만, 봉기 광장과 아니치코프 다리 쪽에서 화보 촬영이 있다면서 미샤가 그 차를 타고 가 버렸다. 게냐는 어떻게든 차를 바꿔보려고 미샤에게 보그 촬영이잖아요. 그럼 있어 보이는 차를 몰고 가요. 도요타는 내가 가져갈 테니까라고 말해 보았다. 미샤는 다 찌그러지고 유리창이 두 개쯤 깨진 지굴리 정도는 돼야 그런 촬영장에 갈 때 있어 보이는거라고 대꾸했고 보그 따위보다는 여왕님이 훨씬 중요하니 잔말 말고 큰 차를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는 어차피 난 운전도 안 하잖아라는 말과 함께 회오리처럼 아래층으로 사라져버렸다.

 

 

 

 적어도 마지막 말만큼은 맞았다. 미샤는 운전대를 잡는 일이 드물었다. 언젠가 안나는 그가 감독님이고 높으신 분이기 때문에 기사가 운전해주는 고급 차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라고 비아냥거렸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미샤는 운전 솜씨가 형편없었다. 교통 신호를 부지기수로 위반했고 차선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과속에 대한 감각도 아예 없었다. 세상에는 절대로 운전대를 맡길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 있는 법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발레단 스태프들과 무용수들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누구든 자원해서 운전을 해줬고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미샤를 뒷좌석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미샤가 직접 차를 끌고 나갔던 것은 몇 주 전에 길에서 주워서 잠시 돌봤던 고양이를 키라에게 데려다주러 갔을 때였다. 다른 경우였다면 게냐가 대신 갔을 테지만 그 망할 놈의 고양이는 그를 너무 싫어해서 보기만 하면 하악질을 하며 위협을 해댔다. 게냐도 고양이라면 질색이었던데다 그 녀석이 덤벼들어서 두 번이나 피를 봤기 때문에 집이든 차 안이든 같은 공간에 있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미샤가 고양이와 인간 양측의 평화를 위해나선 것이었다. 미샤는 어찌어찌 키라가 사는 동네까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역시나 주차를 하다가 사이드미러를 날려 먹었다. 키라에게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듣자 그래도 면허증은 있는데. 당과 국가가 발급해준 거니까 어쨌든 자격은 있는 거 아냐라고 투덜거렸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미샤가 이렇게 불평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보통은 자신의 운전 실력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오히려 게냐가 보기에는 하기 싫은 운전을 남이 해주니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샤는 차 자체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기 차 종류도 제대로 외지 못해서 보통은 까만 거’, ‘파란 거라고 불렀고 그나마 좀 더 세심할 때는 큰 차일본 차로 구분했다. 게냐는 최상위 기종의 메르세데스 벤츠를 까맣고 큰 차라고 부르는 건 미샤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미샤는 그 차를 자기가 고른 것도 아니었다. 절친한 사업가인 안톤 트리포노프가 이제 이놈은 지겨워졌고 애초부터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작년에 미샤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겨우 석 달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니 새 차나 다름없었고 유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벼락부자 비즈니스맨의 취향대로 오디오부터 시트까지 최고급으로 내장되어 있었다. 벼락부자 비즈니스맨이라는 건 미샤가 트리포노프를 부르는 별명이었는데, 상대방은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듣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부자라는 걸 알아줘서 고맙지 뭐야라고 대꾸하며 싱글거리곤 했다.

 

 

 

 트리포노프는 이따금 미샤나 지나이다와 식사를 하곤 했는데 한번은 게냐도 초대를 받아서 그의 호화스러운 별장에 간 적이 있었다. 미샤와 트리포노프는 벼락부자니 마피아니 하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게냐가 샴페인을 두어 잔 마셨을 때 지나이다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저런 농담은 저 바보만 할 수 있는 거야. 넌 엄두도 내지 마. 저 사람하고 눈도 마주치지 마라고 심각하게 경고했다. 이후 게냐는 트리포노프가 진짜마피아이며 예전에 도심의 어느 고급 호텔에서 일어났던 총격전의 배후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트리포노프가 마피아라는 사실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어차피 모든 노브이 루스키는 마피아였으니까. 지나가 그를 어린애 취급한다는 것에 조금 기분이 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미샤에게는 어쩐지 화가 났다. 아마 그래서 이 메르세데스를 끌고 나오는 데에 더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몰랐다.

 

 

 

 게냐는 트리포노프가 미샤에게 이 차를 얼마에 넘겨준 것인지 전혀 몰랐다. 아마 공짜로 줬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혹은 기부 따위의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거의 상징적인 금액만, 그것도 서류상으로만 주고받았을지도 모른다. 트리포노프는 발레단에도 공식적으로 후원을 여러 번 했다. 자기는 혁신적이고 세련된 젊은 기업가니까 마린스키나 볼쇼이를 후원하는 것은 촌스럽고 미샤의 발레단 쪽이 훨씬 쿨하다고 했다. 트리포노프는 실험영화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현대 미술 갤러리를 두 개나 운영했으니 그 모든 행동에는 충분히 일관성이 있었다. 그가 미샤를 숭배한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옛날부터 팬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게냐는 트리포노프의 일관성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고 그가 미샤를 쳐다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트리포노프의 눈빛에는 아주 기분 나쁜 뭔가가 있었다. 그 불쾌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그는 마침내 미샤에게 차를 인수한 데 들어간 비용이나 절차에 대해 조목조목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그 트리포노프 말인데하고 입을 열었을 때는 그 궁금증이 너무나 유치하게 느껴졌고 자기도 모르게 차에 대한 질문 대신 팔라스 호텔, 그 사람 짓이라면서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미샤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아니. 그건 다른 놈들이지. 트리포노프는 나쁜 놈이지만 도살자는 아니야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치 게냐의 마음속 깊은 곳을 꿰뚫기라도 한 듯 불쑥 덧붙였다. ‘사람을 재수 없게 쳐다보기는 하지. 모든 것에 값을 매기니까

 

 

 

 게냐는 미샤와 오랜 시간 대화를 주고받는 적이 거의 없었고 논쟁을 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었다. 그는 이따금 미샤의 유머 감각에 적응이 되지 않았고 때로는 은근히 화가 치밀 때도 있었지만 대놓고 받아치거나 곧이곧대로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기 어렵군요라든지 내 생각은 다른데요라고 말한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미샤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게냐는 누구와 이야기를 하든 마음속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성적으로는 토론과 말싸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두 가지 모두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별다를 게 없었고 차라리 침묵하는 쪽이 편했다. 예외란 춤에 대한 주제뿐이었다. 지나이다는 그가 미샤와 신작 리허설 도중 자신의 솔로 파트에 대해 언쟁을 벌이는 것을 보고 족히 10분 동안 웃고 또 웃었다. 짜증이 난 미샤가 넌 왜 웃는데!’ 하고 소리치자 지나는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서. 아사예프가 너 때문에 리허설 집어치웠던 거 생각 안 나? 그 착한 스탄카에게도 바락바락 우기고. 옛날에 못되게 군 거 이제 벌 받는 거야. 아주 잘하고 있어, 겐카하고 웃어댔다. 게냐는 키로프에서도 전설로 남아버린 미샤의 건방지고 무례한 태도를 자신의 조심스러운 반발과 동일시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가 너무 즐거워했고 미샤조차도 그런가? 할 말이 없네라고 대답한 후 그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줬기 때문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춤에 대한 얘기였고 이 경우와는 완전히 달랐다. 노브이 루스키와 갱, 고급 차.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침묵을 깰 가치도 없었다. 그저 하잘것없는 생각들일 뿐이었다. 그래서 게냐는 자신이 미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값을 매기며 쳐다보는 장사꾼과 도살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라고 대꾸했을 때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미샤가 별로 없지. 자기 손에 피를 묻히느냐 남이 해주기를 기다리느냐의 차이 정도. 그런데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인간들은 언제나 있었어. 옛날에도. 지금도. 그러니까 트리포노프가 특별히 나쁜 놈은 아니야. 대놓고 값을 매기는 게 차라리 솔직하지. 당의 이름으로 순결한 척하면서 위선 떠는 것보다는이라고 대답했을 때는 더 놀랐다. 그 내용 때문도 아니었고 미샤가 그의 공격적인 질문에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아주 진지하게 답변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미샤가 평소와는 달리 천천히 대답했고 중간중간에는 생각에 잠겨 말을 끊었으며 두 눈에 고통스럽고 격렬한 불꽃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게냐는 자리를 피하고 싶어졌고 어떻게 해야 이 대화를 중단할 수 있을지 마음이 산란해졌다. 다행히 그날은 목요일이었고 미샤에게 마사지를 해주러 온 루키얀이 도착했기 때문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끝났다.

 

 

 

 차라리 미샤가 새 차를 샀으면 좋았을 것이다. 미샤는 트리포노프가 차를 넘겨주기 전부터 큰 차를 한 대 사야겠다고 말하곤 했다. 발레단 스튜디오와 사무실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으니 업무용 밴으로는 모자란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였다. 이전에도 미샤에게는 도요타 외에도 차가 한 대 더 있었다. 그것도 아주 멋진 빈티지 포르셰였다. 운전도 못 하면서 왜 그런 스포츠카를 샀느냐고 묻자 자선 행사라서 어쩔 수 없었어라고 대꾸했다. 아주 존경하는 프랑스 안무가 세자르 모렐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에이즈 기금 마련 자선 경매가 열렸을 때 옛정과 일종의 상징적 제스처로 그 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모렐은 오래전 미샤를 뮤즈로 삼아 지금까지도 그의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을 세 개나 안무해줬고 미샤가 조국과 당에 대한 반역죄명으로 수감되었을 때 구명을 위해 모스크바까지 날아왔던 인물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상징은 상징일 뿐이어서 미샤는 결국 도요타와 포르셰 모두 발레단 스태프와 무용수들, 지인들이 자기 차처럼 끌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었고 본인은 키라의 지굴리를 얻어타고 다녔다. 포르셰에 대해서는 모두가 근사하다며 부러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 차를 타고 다닌 적도 거의 없었고 예쁘기만 하지 짐도 별로 안 들어가고 사람도 많이 못 태우고 아무 짝에 쓸모가 없으니 빨리 처분하고 큰 차로 바꿔야겠다라고 투덜거리곤 했다. 그래도 모렐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는지 항상 세자르도 용서해 줄 거야란 말을 덧붙였다.

 

 

 

 그 포르셰는 게냐도 종종 잘 끌고 다녔었다. 사기꾼이자 장사치인 안톤 트리포노프와는 달리 세자르 모렐은 진짜 거장이었고 게냐 역시 그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샤는 트리포노프로부터 큰 차를 인수하면서 마에스트로 세자르를 배신하고 그 포르셰를 정말로 처분해버렸다. 그것도 팔아치운 게 아니라 파리의 모렐 재단에서 운영하는 극장 박물관에 기증했다. 게냐는 미샤의 재정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애초부터 경제 개념도 탁월한 편은 아니었지만, 빈티지 포르셰를 샀다가 기증할 정도라면 굳이 트리포노프 같은 인간이 쓰던 차를 건네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새 메르세데스를 살만한 능력이 있을 거란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한때 뉴욕에서 미샤의 에이전트로 활동했다가 지금은 발레단 운영국장으로 아예 페테르부르크에 자리를 잡아버린 폴 갈런드는 미샤가 가만히 있어도 금은보화가 들어오는 행운의 별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미샤는 행운의 별이 아니고 붉은 별이겠지하고 특유의 담담하고 명확한 어조로 대꾸했지만 미국인인 갈런드에겐 통하지 않을 농담이었다. 곁에 있던 다른 스태프들만 배를 부여잡고 웃어댔을 뿐이었다.

 

 

 

 하긴 주변 사람들도 마에스트로가 남긴 포르셰를 모는 것을 즐기면서도 제각각의 논리로 미샤에게 제대로 된 좋은 차를 타야 한다고 강권하긴 했다. 갈런드는 감독님 체면도 있고 전략적으로 볼 때 더 나으니까’, 발레단 마사지스트는 몸을 챙겨야죠. 의사도 그러라고 했고’, 지나는 좋은 차를 사면 거기서라도 좀 자겠지’, 그리고 키라는 큰 차를 사서 날 좀 태워주는 게 어때. 내 지굴리 폐차시키고 싶은데 너 때문에 계속 굴려야 하잖아라고 마지막 못을 박았다. 그런데 트리포노프가 넘겨준 진짜 좋은 차로 바꾼 후에도 미샤는 걸핏하면 키라의 지굴리에 올라탔고 자기 차 두 대도 여전히 발레단 사람들에게 내줬으므로 변한 건 거의 없었다. 게냐는 이럴 거라면 장식용으로나마 포르셰를 그냥 놔두는 게 나았으리라고 생각했다. 결국 트리포노프보다는 모렐이 그의 마음을 덜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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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별은, 소련과 공산당, 혁명 뭐 이런 것들의 상징이라... 소련 시절엔 여기저기서 장식으로도 많이 쓰였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야 전부 미샤 농담에 웃지만 미국인인 갈런드야 당연히 ??? 할 수밖에.



 
모스크바 대로는 모스크바에 있는 게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에 있다. 이 대로를 타고 쭉 올라가면 모스크바 방향이므로 그렇게 불린다.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역 이름은 '모스콥스키 역'이다. 반대로 모스크바에는 '레닌그라드스키 역'이 있다) 모스크바 대로를 타고 가다가 꺾으면 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공항이 나온다. 
 



 
중간에 언급되는 고양이는 첫 단편 <판탄카의 루키얀>에서 미샤가 웅덩이에서 건져온 새끼고양이 슬론이다. 노브이 루스키(신흥 러시아인)와 마피아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소련 붕괴로부터 2000년대 초까지 러시아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라 들어본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노브이 루스키는 소련과 공산주의 붕괴 후 몰려들어온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속에서 범죄와 결탁해 급격하게 부를 축적한 비즈니스맨들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물론 러시아식 마피아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팔라스 호텔의 모델은 네프스키 팔라스 호텔이다. 이 호텔은 지금도 있긴 한데, 예전에는 고급호텔이었고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90년대 중후반에 실제로 마피아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저 호텔 앞을 지나갈때면 몸을 움츠리곤 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게냐는 여러 모로 미샤와는 많이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결벽적이고 훨씬 폐쇄적이며 자기 고뇌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아주 오래전, 미샤보다 이 인물을 먼저 구상했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글을 시작했을 때 나의 주인공은 미샤가 되었고 게냐를 되살려내는 데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 90년대 시리즈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가보세요. 먼저 이 에피소드가 포함된 <눈의 여왕> 전편은 아래. 비번이 있는데 궁금하신 분은 더 아래 링크의 <구름 속의 뼈> 마지막 파트인 pt 5로 가시면 비번을 보실 수 있습니다. 

moonage daydream :: 눈의 여왕 Снежная Королева (01) (tistory.com)

눈의 여왕 Снежная Королева (01)

tveye.tistory.com

 
 


 
<눈의 여왕>과 쌍둥이처럼 연결되어 있는 소설 <구름 속의 뼈>는 여기. 파트1~2는 공개, 파트 2 끝부분에 나머지 파트 비번이 들어 있다. 
moonage daydream :: 구름 속의 뼈 (Part 1) (tistory.com)

구름 속의 뼈 (Part 1)

이 글은 작년 한 해 동안 조금씩, 꾸준히 썼다. 약 100페이지 가량이고 호흡도 조금은 더 긴 편이라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중편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목은 '구름 속의 뼈'.

tveye.tistory.com

 
 
 
판탄카의 루키얀 링크는 아래. 비번은 fontanka
 
moonage daydream :: 판탄카의 루키얀 (tistory.com)

판탄카의 루키얀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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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부활절이었다. 잊고 있다가 어제에야 알았다. 어제 쥬인이 건네준 새 묵주팔찌와 쥬인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천사가 새겨진 성물함. 나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태신앙이라 개신교에 속한다만 성당에도 가고 정교 사원에도 간다. 오히려 교회는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밤 자기 전 서재 한켠에 마련해 둔 작은 구석에서 기도를 드린다. 사실 믿음이 굳건하고 그런 것도 아니어서 이것이 정말 신앙인지 아니면 소망과 기대고자 하는 마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저 그 순간이면 정말 진실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이야기하고 기도할 뿐이다.
 

 
몇년 전 너무 힘들때 쥬인이 나에게 줬던 검정색 묵주팔찌를 한동안 차고 다니며 기도를 하기도 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다. 이후엔 이 작은 성소에 놓아뒀는데 며칠 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것을 다시 차고 잤다가 낡은 줄이 다 끊어졌다. 아빠 때문에 걱정이 너무 많이 되기도 했고 그 팔찌가 끊어진 날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물론 줄이 너무 낡아서 끊어진 거라 이성적으로는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고 속상하고 또 불안해서 하소연하자 쥬인이 '새 묵주팔찌 주러 너 만나라고 그랬나봐' 라고 했고 어제 정말로 새 팔찌를 건네주었다. 쉽게 끊어지지 않도록 금속팔찌로 가져왔다면서. 쥬인, 고마워. 

 
 


 

 
 

 
'토끼야, 역시 빨간색이 잘 어울리네' 라고 쥬인이 웃으며 채워주었다. 고마운 쥬인. 묵주인데 예쁘고 잘 어울리는 걸 생각하면 안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았다. 


 
 
 

 
 

 
 

간밤에는 일찍 누웠지만 자정이 다 되어 잠들었다. 역시나 새벽 6시에 깨어나서 괴로웠지만 그래도 다시 잠드는 데 성공해서 정말 오랜만에 도합 8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그런데도 오후에 너무 졸려서 고생했다. 
 


 
오늘은 책을 읽고 쉬고 자전거를 좀 타고 그냥 그렇게 보냈다. 아버지는 오늘도 식사를 잘 하셨다고 한다. 많이 기도하고 응원해드려야겠다. 종일 마음이 산란하고 안정되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의 불안함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원래 우울할 때는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이 좀 힘들다. 여전히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있다. 일주일 후 검진을 받으니 그때 모든 게 괜찮기를 기도하고 있다.
 


 
내일부터 4월이다. 이번주에는 아주 중요한 행사를 치러야 한다. 일도 많다. 기운을 내야지. 그리고 항공과 숙소들을 취소해야겠다. 그런데 다른 건 취소하기가 쉬운데 현지에서 오가려고 끊었던 항공권들이 도대체 취소 버튼을 찾을 수가 없다. 분명 환불가능한 걸로 끊었는데 ㅠㅠ 에어발틱, 에어세르비아 흑흑... 뭐 차근차근 뒤져봐야지. 


 
 
새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 제대로 구상된 것이 전혀 없다. 마음이 산란해서 아마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라도 쓰고 있으면 마음의 의지가 되기도 하는데. 아쉽다. 하여튼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 병아리 눈물만큼의 운동과 식이조절로 살은 조금 빠졌다. 그러나 원체 둥실둥실해진 터라 티도 안 남 ㅠㅠ 모양새보다는 건강을 위해 감량을 해야 한다. 몇년 전 서울 근무를 시작한 이래 체중도 많이 늘고 여러가지로 안좋아졌다. 나이를 먹는 영향도 있고 아무래도 과로와 스트레스 문제가 크다. 자기관리도 안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데 참 어렵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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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31. 16:20

부활절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31. 16:20

 

 

 

부활절 오후 티타임. 부활절 달걀이 그려진 찻잔에 카페인 없는 민들레차를 타서 마셨다. 

 

 

 

 

 

알이 큰 블루베리라고 해서 '커봤자' 하면서 샀는데 알맹이가 작은 포도만큼 커서 깜짝 놀랐다. 달고 맛있긴 한데 너무 커서 양이 적다. 이렇게 알이 크고 조금 들어 있는 줄 알았다면 안 샀을텐데... 비쌌는데 ㅜㅜ

 

 

 

 

 

 

 

 

 

이번주의 꽃은 알스트로메리아. 언제나 기본은 해주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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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쥬인이 선물해준 귀여운 리락쿠마 미니 키링. 아주 조그만 녀석이라 쥬인이 내 화장품 파우치 지퍼에 달아주었다. 인증샷을 이렇게 찍자 쥬인이 사진 이쁘게 나왔다고 좋아했다 :) 
 
 
오늘도 새벽 5시가 좀 안되어 깨버렸고 다시 잠들지 못했다. 이러니 일찍 잠들어도 별로 소용이 없다. 오늘은 8시까지는 자고 싶었는데. 그래서 토요일이지만 수면 부족이 해소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새벽에 온 꽃을 다듬고 식료품을 정리한 후 삶은 달걀 1개와 민들레차로 간단한 아침을 먹고 택시를 불러서 부천의 부모님 댁에 갔다. 도착하니 아홉시 반이 좀 넘어 있었다. 아버지는 많이 야위어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좀 나아져 있었다. 어제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좀 심기일전하신 것 같았다. 식사도 꼬박꼬박 드시고 있어 조금 마음을 놓았다. 병원 영양사가 준 식단 목록을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엄마가 잘 챙겨주고 계셨다. 엄마도 많이 피곤해 보여서 속상했다. 그래도 내가 들러서 아버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두어 시간 정도 부모님과 함께 있다가 엄마랑 같이 은행 업무를 좀 보고(ATM기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발산역 근처로 갔다. 
 
 
작년 12월 말 즈음에 보고 근 석달 만에 쥬인을 다시 만났다. 쥬인도 지난주에 고향에 다녀오는 등 하루도 쉬지 못했는데 바쁘고 피곤하면서도 나를 보려고 휴일에 나와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 우리가 항상 가는 코스대로 쥬인 동네의 맛있는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와 닭볶음탕으로 점심을 먹은 후 별다방에 갔다. 이 별다방은 볕이 잘 들고 또 널찍해서 별로 시끄럽지 않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나는 쥬인에게 알룐카 초콜릿을 가져다주었고 쥬인은 맛있는 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해양심층수를 가져왔다. 그리고 맛있는 초콜릿 바도 건네주었다. 뭔가 계속 바리바리 꺼냈다. 저 리락쿠마 키링도 줬고 예쁜 파우치에 새 묵주팔찌와 천사 케이스도 가져다줬다. 내가 쥬인이 준 묵주팔찌 끊어졌다고 하자 새로 가져다준 것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팔찌를 손목에 채워줄때 코가 찡했다. 
 
 
쥬인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치유와 즐거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쥬인의 화장품 파우치가 참 편하고 귀여워보여서 부러워하다가(내 파우치는 매우 연한 분홍색인데 이제 때가 타서 새것을 구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거 다이소에서 샀는데 구경가자' 라는 쥬인의 말에 지하철역 근처 다이소에 구경을 갔다. 파우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결국 쥬인 거랑 똑같은 파우치를 골랐다. 그리고 마침 사려고 했던 검정 양말도 묶음으로 팔고 있어 그것도 샀다. 
 
 
이후 쥬인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돌아와서는 실내자전거를 20분 정도 타고(피곤해서 더 타지는 못함. 강도도 약하게 타는데 이렇게 조금씩 타면 운동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뭐 안 움직이는 것보다야 낫겠지), 샤워를 하고 쥬인이 먹어보라고 준 다시마국수를 따뜻한 소고기무국에 말아서 먹었다.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점심과 저녁도 잘 챙겨드셨다고 해서 다행이다. 
 
 
소화가 되면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부디 오늘은 중간에 깨지 않고 푹, 많이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잠이 부족해서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오늘 부모님도 보고 쥬인도 봐서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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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이번주 내내 알람 울리기 한두시간 전 새벽에 깨어나 다시 못 자고 뒤척이다 출근하고 있어 잠이 많이 모자라고 피곤하다. 피곤하니 오히려 잠자리엔 평소보다 더 빨리 들게 되는데. 아버지 일을 비롯해 여러 걱정과 고민 때문인 것 같다. 친구의 부고도 내내 마음에 남아 있다.



오늘도 새벽 출근했고 바쁘게 일했다. 매우 많은 일을 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너무 피곤해서 오후 두시쯤부터는 정신없이 졸았다. 그러다 정신차리려고 지난번 부서 직원이 준 비타민을 먹었다. 7개들이인데 오늘이 겨우 2개째ㅠㅠ 거의 1주일에 한개 먹는 꼴... 하지만 어제까지 항생제를 먹었기 때문에 속이 쓰릴 것 같아서 비타민을 먹기가 좀 꺼려진 것도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오늘 담당교수를 만나고 오셨다. 무조건 잘 먹어야 하며 단백질이 많은 고기를 먹으라 했다고 한다. 잘 먹어야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지 지금 몸 상태로는 아직 안된다고. 아버지가 너무 맵고 짠 걸 좋아해서 싱거운 음식을 먹기 싫어한다고 하자 그렇게 자극적인 건 삼가더라도 약간 간간한 거라도 좋으니 안먹는 것보단 낫다며 잘 먹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래도 수요일부터는 다시 식사를 하고 계셔서 다행이다.



내일 아침엔 부천에 가서 부모님을 보고, 낮엔 쥬인을 만나기로 했다. 지난주 일요일에 아버지가 우리 집에 다녀가신 것이 운전 때문에 무리가 되어 너무 힘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가책이 많이 되었다. 이제 매주 주말에 잠시라도 부모님께 가야겠다.



오늘은 부디 푹 잘 수 있기를 바라며 늦지 않게 침실로 가야겠다.



평일엔 매일 실내자전거 20분~25분 정도를 타고 있다. 오늘 아침은 삶은 달걀과 마시는 요거트(그런데 너무 달달했다. 편의점에는 무가당을 팔지 않음), 점심엔 퇴사 직원 환송회라 파스타와 피자, 소고기 스테이크 약간으로 탄수화물 보충...(간도 좀 셌다ㅠㅠ) 저녁은 순두부달걀탕과 닭가슴살 50g, 하루견과, 방울토마토. 근데 막판에 저 하루견과를 안 먹었어야 했다. 배가 너무 부르다ㅠㅠ 소화시키고 자야 되는데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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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비오고 추웠다.









늦지 않게 잠들었지만 세시 반쯤 깼고 너무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다녀왔더니 잠이 달아나 한참 뒤척이다 약간 더 자고 다섯시 반에 일어나 새벽 출근했다. 서울 버스 파업 때문에 걱정하면서. 워낙 새벽에 나와서 출근길엔 앉아서 왔지만, 막상 퇴근길엔 오후에 버스파업이 철회되었음에도 지하철이 늦게 오고 사람들로 터져나가서 고생을 했다.



오늘도 너무너무 바빴다. 직원들이 일을 엉망으로 해서 무척 화가 났다ㅠㅠ 정신없이 일하다가 퇴근했다.



아빠는 오늘 소변줄을 떼고 약을 처방받아 오셨다. 내일 소화기내과 담당교수 외래진료를 가신다. 그래도 다시 식사를 하시고 화장실도 가시고 목소리도 한결 나아져서 다행이다. 부디 이렇게 몸이 나아지셔서 항암치료도 속히 잘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걱정으로 마음이 무겁다.



아마 5월 여행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가봤자 내 성격에 여행지에서도 마음이 무거울 거고 걱정과 불안, 공연한 자책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아깝거나 그런 마음은 들지 않는데 항공 예약도 숙박도 여럿이라 일일이 취소하려니 기력이 나지 않는다. 아직 취소 가능한 기간은 남아 있으니 주말에 기운이 나면 취소해야겠다.



틈틈이 다샤님의 기억이 떠오르고 마음이 아려온다. 기도해야겠다...



잠이 모자라서 많이 피곤하다. 오늘로 드디어 항생제를 다 먹었다. 5일치였는데 바빠서 점심 약을 놓친 적이 많아 일주일만에야 다 먹었다ㅠㅠ 부디 염증이 다 나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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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7. 19:12

3.27 수요일 밤 : 이야기와 위안, 걱정들 fragments2024. 3. 27. 19:12





 

오늘도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깼고 뒤척이다 일어나 출근했다. 여전히 일이 아주 많았고 바빴다. 엄마가 부탁한 보험 관련 서류와 은행 업무를 점심 때 급하게 보고 오느라 더욱 정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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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반차를 내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아버지 때문에 걱정되고 불안하고 심약해져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앞당겨서 간 것이다.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기도 했다. 우리 부서 직원 하나도 암투병을 하고 있어 연초부터는 아예 출근을 못하고 있고, 다른 직원은 아버지가 말기암으로 연명치료 중이라 이따금 무너져서 정말 슬피 울곤 한다. 이 모든 일들 때문에 심란하던 가운데 우리 아버지가 수술 받은 후 괜찮을줄 알았는데 3기라고 하고 또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데 아직 치료받을 몸 상태도 아니라는 사실, 의료파업까지 겹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많이 들었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위로와 안심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3기 정도면 얼마든지 항암치료로 나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뭔가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실 수 있도록 북돋워드리라고 했다. 의사가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정말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차라리 지금 바쁘게 일을 하는 편이 더 마음이 나을 거라고도 하셨다. 조금 울고 마음 속 이야기들, 불안한 마음들을 털어놓고 났더니 무겁게 짓누르던 괴로움이 조금 가셨다. 나는 위로와 안심을 얻고 싶었던 거니까.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한 걱정도 털어놓았는데 검진 받으면 되지, 그리고 재작년 말에 받았다면 별로 걱정하지 말고 받으면 된다고, 혹시나 안 좋은 곳이 있다면 치료받으면 된다고 안심시켜주셨다. 나는 이성의 영역과 마음의 영역이 다르기에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가 떠나서, 너무나 젊은 나이에 떠나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도 이야기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업무 통화를 하고 나중에는 너무 피곤하게 졸았다. 귀가해서는 힘들어서 소파에 좀 늘어져 있다가 실내자전거를 20분 좀 넘게 탔다. 더 이상은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하루 세번 항생제를 다 먹는데 성공했다.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오늘도 식사를 좀 하시고 집 앞도 조금 산책하셨다고 해서 마음이 좀 놓였다. 부디 아버지가 천천히라도 좋으니 몸이 나아지길, 많이 힘들지라도 항암치료를 빨리 잘 받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제발 의료파업이 빨리 해결되기를... 뭔가 대화의 기미가 보일듯 말듯 한데도 자꾸만 저 망할 2000명 증원이 마치 세상 최강의 진리라도 되는양 고집부리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괴롭다. 아버지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마저 떠나면 어떻게 하나, 안 그래도 지금 몸 상태가 적절하지 않아 항암치료는 시작도 못했는데 계속 밀리고 밀리는 게 아닌가 정말 걱정이 된다. 제발 이 문제가 빨리 잘 해결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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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활짝 피었다.








간밤에 아버지가 너무 목소리도 안 좋고 아무것도 못 드시고 누워만 계시고 병원에 가고 싶어하셔서 너무 걱정되고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다. 거기에 소중한 친구의 부고 소식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비 맞고 밤늦게 퇴근한 쥬인이 전화를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간신히 맘을 가라앉히고 잠자리에 들었다. 쥬인이 일희일비하지 말고 마음을 길게 먹어야 한다고 해주었다. 묵주팔찌 끊어졌다고 하니 원래 오래되면 잘 끊어진다고, 새거 주러 다시 봐야겠다고 해준 쥬인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쥬인과 통화 후 좀 안정되어 밤에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새벽 4시 반쯤 깨버린 후 더 못 자고 뒤척이다 언제나처럼 5시 반에 일어나 출근했다. 잠이 많이 모자란다.



오늘은 정말 너무너무 바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무 일정이 많았다. 내 몸은 하나인데... 그래서 점심 식후 약도 못 챙겨 먹었다. 너무 바빴고 시간에 쫓기며 이리저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생제를 띄엄띄엄 하루 두번밖에 못먹는데 염증이 나을지 모르겠다. 항생제 처방받으면 꼬박꼬박 다 먹어야 된댔는데ㅠㅠ 생리가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열흘이 다 되도록 부정출혈이 있어 이것 탓인가 싶고 우려가 된다. 그나마 오늘 출근하니 건강검진 공지가 이제야 되어 있어 급히 접수를 했는데 제일 빠른 날도 2주나 기다려야 한다. 작년에 아무리 바빴어도 받았어야 하는 건데ㅠㅠ




마음이 짓눌리는 듯 힘들고 너무 우울했지만 일이 너무 많고 바빴다. 한편으로는 일이라도 하면 괴로울 틈이 별로 없어 다행이고(집에 돌아와 밤이 되거나 휴일이면 이런 우울감과 불안이 더 심해지니까), 한편으로는 이토록 힘든데 일에 파묻혀 있을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다. 엄마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 생각하니 더 그랬다.



바쁜 와중 틈틈이 엄마와 전화를 했다. 보험 서류 때문에 챙겨야 할 것도 있었고 아버지와 오늘 입원하러 가시겠다고 한 것 때문에 걱정이 돼서. 다행히 아버지는 오늘 식사를 좀 하고 어제보단 기력을 차리셔서 입원하러 가진 않으셨고 담당교수를 볼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금요일에 보시기로 했다. 좀전에 통화를 했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좀 나아져 있어서 걱정이 좀 누그러들었다. 잘 다독여드렸다.



의료파업 때문에 너무 걱정이 된다. 아버지는 몸이 좀 나아지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냈으니 치료가 밀리고 최악의 경우 지금 담당교수를 못 보게 될까봐 너무 불안하다. 제발 어떻게든 빨리 해결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




오늘 종일 다샤님에 대해 기억하고 생각했다. 나에게 많이 특별한 친구였다. 우리는 읽는 사람이었고 쓰는 사람이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문학을 사랑했다. 작가들에 대해, 글에 대해, 쓰는 일에 대해, 그저 우리의 삶과 일상에 대해, 고양이에 대해, 화장품에 대해, 그러니까 그런 소소한 것들부터 시작해 마음 속 고민과 가치에 대해, 아주 작고도 큰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좋은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블로그로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불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만 나에게 다샤님은 동생이나 어린 후배가 아니라 그냥 좋은 친구였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직접 얼굴을 보며 만났던 건 20년 여름이었다. 그 이후 다샤님은 병원을 자주 오갔고 중환자실에도 여러번 들어가셨다. 코로나 시기였고 그 이후에도 가족 외엔 면회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와 톡으로 보내는 메시지, 대화, 가끔은 통화였다. 다샤님은 몸이 좀 나아지면 꼭 얼굴 보자고 했고 실제로 재활치료 오는 날 병원 로비에서 만나기로도 했지만 그날도 몸상태가 악화되어 못 봤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매일 밤 자기 전 나의 기도 마지막은 이 친구를 위한 것이었고, 가능한한 매일 안부인사를 짧게나마 보내곤 했다. 병원은 내가 일하는 곳과 가까웠다. 출근할때마다 마음을 보내곤 했다. 본인이 그토록 힘들고 아픈데도 내가 일이나 여러가지 문제로 힘들어할때면 위로를 해주고 기도를 해주던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친구였다.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기에 안식을 맞이하였기를, 이제 모든 것이 다 괜찮고 평안하기를, 정말로 그렇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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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길어져서 일곱시 전에 출근했는데 하늘이 이미 이렇게 밝았다. 하지만 오후부터는 비가 내렸다.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 매우 바쁘게 일했다. 피곤해서 목이 다 잠겼다.



어제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불안했다. 어찌어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들었지만 오늘도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오전에 엄마와 서류 때문에 통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어제 저녁, 오늘 아침도 안 드시고 힘들어하다 동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계신다고 했다. 뭐라도 드시고 움직이며 몸을 좀 회복해야 항암치료도 준비할수 있을텐데 너무 걱정이다. 아버지의 마음과 불안감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힘들다. 엄마도 곁에서 너무 지치고 힘드신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



직장 건강검진이 늦어지고 있어 담당부서에 물어보니 무슨 접수 시스템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번주 중엔 공지한다는데 좀 너무하다.



마음이 힘들어서 다음주에 잡힌 진료를 수요일로 당겼다. 내일은 나도 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무 바쁜데다 진료 가능 시간도 없다고 한다. 이건 그저 내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힘드니까 진료를 당긴 것이다.



간밤에 쥬인이 오래전 줬던 묵주팔찌를 꺼내 손목에 차고 잤는데 팔찌가 오래된데다 내가 자다가 뒤척였는지 새벽에 깨니 줄이 끊어져서 알이 흩어져 있었다. 잘 모아서 케이스에 담아두었는데 수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실에라도 꿰어놓을까 싶다. 몇년 전 회사와 여러가지 일로 너무 힘들때 쥬인이 준 거였는데. 성당에 다니지는 않지만 그 묵주팔찌를 거의 일년 가까이 손목에 차고 다녔다. 그 이후엔 서재의 красный угол(기도하는 곳)에 놓아두었는데 끊어져버려서 속상하고 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줄이 낡았으니 끊어질만하긴 했지만 아버지가 아프시니 공연히 마음이 더 안 좋았다. 다시 연결해둬야지...



부디 아버지가 기운을 좀 차리시고 마음을 굳게 먹고 치료를 시작할만큼 몸이 나아지시기를, 좋은 방향으로만 나아가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데 내 마음도 이렇게 나약하고 어려우니 정말 괴롭다. 회사 일들도 너무 많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상황이고. 의지할 곳이 좀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출근을 했으므로 아침 점심 약은 챙겨 먹었다. 그나마 점심 약도 일과 회의에 파묻혀 늦게 먹음 ㅠㅠ 저녁 약은 자기 전에 챙겨 먹어야겠다. 오늘은 자전거를 20분만 탔다.



...




자기 전에 추가



아빠는 저녁도 못 드시고 힘들어하셨고 내일 병원에 입원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수술받고 항암받아야 하는 병원은 대학병원이라 이런 파업상태에서 입원시켜줄지 솔직히 모르겠다. 안되면 처음 진료받았던 병원에 잠시 가 계시기로 했다. 처음엔 그러면 어떻게 하나, 어떻게든 몸을 추스르고 조금이라도 드시며 항암 받을수 있도록 회복해야 되는데 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액에 의존하면 더더욱 몸 회복이 요원한게 아닌가 심장이 내려앉고 우울했는데 쥬인과 통화도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빠도 지금 너무 마음이 불안하고 충격 상태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병원에 잠시 계시는게 안정이 된다면 그게 나을거 같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와 엄마의 급한 마음이 오히려 아빠를 다그치는 게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마음이 편하신대로 하시라고 했다.



쥬인이 고된 일을 마치고 비까지 맞고 귀가해서 늦은 밤에 날 위해 통화를 해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




블로그에서 인연을 맺게 되어 2018년 초 처음으로 실제로 만나본 이래 깊은 우정을 나누어온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이웃님인 다샤님이 지병으로 오늘 새벽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조금전에 가족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소중했던 분, 너무나도 좋은 분이었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젊었다. 오래 고통을 받으셨기에 이제 더이상 그 고통이 없기를, 자유롭고 평안한 영혼으로 안식을 얻으셨기를, 그리고 그 가족분들의 마음에 위로와 평화가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 오늘은 정말 많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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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금요일 밤에는 너무 수면이 부족하고 피곤한 나머지 어찌어찌 잘 수 있었는데 간밤엔 출근하고 일하고 오느라 피곤해서 일찍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한참 뒤척였고 간신히 잠이 들라치면 불안한 마음이 스멀거려서 깨버리곤 했다. 아침에도 일찍 깼고 다시 잠드는 데는 실패했다. 
 
 
아점을 챙겨 먹은 후 간단히 차를 마셨다. 부모님이 세 시 즈음 집에 오셨다. 아버지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어제는 점심과 저녁을 그래도 잘 챙겨드셨지만 오늘은 입맛이 없어 점심을 제대로 드시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통화해보니 저녁도 안 드시고 그냥 주무신다고 한다ㅜㅜ) 잘 다독여드리고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몸을 잘 만들고, 힘들겠지만 눈 딱 감고 버텨보자고 말씀드렸다. 엄마에게도 너무 잔소리 많이 하지 마시라고 따로 말씀드렸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좀 북돋워드렸는데 이것이 아버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 자기최면을 거는 건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치료를 받겠다는 의욕을 보이셔서 그게 다행인데 그만큼 거기 수반되는 식사나 노력을 잘 하셔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렇다고 너무 잔소리를 하면 그것도 스트레스를 받으실테니.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린애처럼 안 해버리는 성격이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아버지가 원하는대로 해석하고 싶어하시는 편이다. 연세가 드시면서 더 심해지셨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실내자전거를 30분 가량 탔고 연어 한 토막과 스트링치즈 1개로 저녁을 먹었다. 염증 때문에 항생제를 먹고 있어서 그런지 오늘 내내 배가 아파 고생을 했다. 날씨가 무척 따스했는데, 아침에 뒤척일 때는 몸에 한기가 들어서 힘들었다. 파란 원피스 지퍼는 지난주보다는 조금 더 잘 올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둥실둥실 매우 둥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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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에 엄마와도 통화를 하고 동생과도 따로 통화를 했다. 동생과의 통화 이후 다시금 불안감이 치밀어올라서 좀 공황 상태가 되었다가 간신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정리하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동생은 의사가 안심시키려고 좋게 얘기한 것일수도 있고 더 안 좋을 수도 있으니 그런 가능성도 생각하자고 한다. 나는 이미 작년부터 아버지가 아플 때 계속 걱정을 했었고 1기라고 했던 것과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을 믿었다가 며칠 전 3기라는 소식에 너무나도 놀랐던 터라 임파선으로 조금만 전이됐다는 의사의 말에 그나마도 조금 안도한 것도 사실인데... 동생이 그렇게 얘기를 하니 다시금 심장이 두근거리고 너무 무서워서 울고 싶었다. 금요일 담당교수에게는 엄마와 아버지만 들어갔지 동생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으니 이 녀석도 만반의 준비를 위해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왔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도 있고 거기서 비롯되기도 했겠지만 작년에 건강검진을 놓친데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너무 지친 터라 나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계속 걱정이 되고 불안해졌다. 간밤에도 실은 그런 불안감도 한몫 해서 더 잘 못잔 것 같다. 동생과 통화를 마친 후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내 몸도 지금 안 좋은 거라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해서 너무 힘이 들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질적인 불안감과 함께 마음이 힘들 때 이따금 엄습하는 공황 상태가 좀 찾아온 듯하다. 오늘 밤 마음을 잘 다독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마음이 이렇게 계속 불안하고 힘들면 주중에 의사를 다시 찾아가볼까 한다. 이번주도 너무 바쁘고 빡센 일정들로 꽉 차 있는데... 견디기 어려우면 업무일정을 좀 미루고라도 화요일이나 수요일에라도 가봐야겠다. 이번주에도 회사 건강검진 공지가 나지 않으면 따로 받아보는 것이 덜 불안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아 나는 왜 이렇게 간이 콩알만할까 ㅠㅠ 토끼라서 그런가봐. 영영 담대하고 무심하고 건조하고 현실적인 인간은 되지 못하겠지. 나름대로의 장점이야 있겠지만 하여튼 토끼의 마음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게 쉽지 않다. 좋은 말, 희망적인 말, 위안을 받으면 기운이 나는데 계속 그런 쪽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봐야겠다. 아마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어떻게든 혼자서 잘 버텨오며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미약하고 작은 존재라 쓸쓸하고 불안하다. 이건 나의 오래된 무의식의 불안감이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그 무엇이고, 이렇게 힘든 시기에 확 터지곤 하는 것 같다. 

 

 

 
 
 
원래 5월에 근속휴가를 쓰고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취소를 하거나 일정을 하반기까지 미루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항공과 숙소 예약내역들을 다시 들춰보고 건드릴 기운이 나지 않아 일단 놔두고 있다. 취소 기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내일 새벽출근을 해야 하니 곧 잠자리에 들러 가야 한다. 부디 마음을 잘 달래고 모자란 잠을 잘 자고 내일을 잘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안감이 가시고 마음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기를 기도하고 자야겠다. 



... 자기 전 추가



쥬인과 잠시 통화를 해서 마음이 좀 안정되었다. 내 마음의 지주, 베프 쥬인. 고마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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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4. 16:53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24. 16:53

 
 
 
일요일 오후의 차는 좀 서둘러 한시간 정도만 마셨다. 오후에 부모님이 오셔서 그 전에 마셨기 때문이다. 오늘도 잠을 좀 설쳐서 많이 피곤하다. 그런데 내일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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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브 티는 아마도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주셨던 것 같다. 새벽에 사무실 출근해서 카페인 없는 티를 찾다가 카모마일과 라벤더가 블렌딩된 이 티백이 눈에 들어와서 우려 마셨다. 차는 의외로 달달한 맛이었다. 포장이 예뻐서 찍어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 껍데기 버리지 말 걸, 책갈피로 썼으면 좋았을걸 아쉬워진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열시가 되기 전에 그대로 뻗어서 잤다. 새벽에 두어번 깼다가 다시 자고... 다섯시 반이 되기 전에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 출근했다. 평일보다도 더 일찍, 일곱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별다방에라도 들러 아침이라도 먹을까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당연히 카페는 문을 열지 않았고 검색을 해보니 토요일이라 여덟시에 연다고 되어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래서 저 티백을 찾아내 허브 티를 우려서 언제나처럼 삶은 달걀이랑 같이 아침을 먹었다.
 
 
어제 병원에서 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처방받아 왔기 때문에 식후 그것을 먹었는데 역시 항생제는 독하기 때문에 배가 좀 아팠다. 이런 항생제는 꼬박꼬박 하루 세번 처방받은 양을 다 먹어야 되는데 나는 항상 바쁘다보면 중간에 약 먹는 걸 놓치는 편이라 문제다. 오늘도 아침엔 잘 챙겨먹었지만 오후에 귀가해 점심 먹은 후엔 약 먹는 걸 잊어버렸고 차 마신 후에야 먹었다 ㅠㅠ 근데 애매한 시간에 먹어버려서 저녁 먹은 후 이 약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절대 금주하라고도 했는데 뭐 술은 안 마시니까 그건 잘 지킬 수 있다만... 
 
 
오늘은 작지만 중요한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아침부터 실무자들과 현장 체크를 했고 이들이 놓치고 있는 디테일들과 동선을 챙겨주었다. 최고임원을 모셔왔고 행사 진행을 했다. 그렇게 어렵거나 부담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와글바글하고 손이 많이 가고 현장 대처력이 많이 필요한 행사였는데 최고임원께서 예기치 않은 행동들을 하셔서 좀 당황했지만 하여튼 그간의 경력 덕인지(ㅜㅜ) 순발력을 발휘해 전부 잘 대응해서 끝냈다. 최고임원께서 '토끼는 사회를 참 잘 보네, 진행을 잘 하네' 라고 하고 가셨다고 한다. 아니, 이런 식으로 각인되는 거 별로 좋지 않아... 왜냐하면 난 정말정말 이런 걸 싫어한단 말이야 ㅜㅜ 억지로 노력해서 하는 거란 말이야... 
 
 
행사를 마친 후 일을 좀 하다가 정오가 좀 지나서 퇴근했다.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너무 피곤하게 졸았다. 집에 돌아오는데 너무 머리가 아팠다. 수면 부족인가, 어제 잔 걸로는 모자라나, 아니, 스트레스와 걱정 때문이겠지 하며 귀가해 씻고서 대충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심지어 조각케익까지 한 조각 먹고 나니 두통이 가셨다. 허기와 카페인 부족 때문이었나보다 ㅜㅜ 
 
 
아마 아버지 걱정 때문이겠지만 책도 손에 잡히지 않고 정신이 좀 산란하다. 차라리 새벽 출근해 일을 하고 있으니 걱정할 시간이 없어서 나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의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사실 내 몸 상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 빨리 직장 건강검진 공지가 나와야 할텐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게 좀 많이 피곤하다. 그냥 S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맘먹으면 T처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정말 아무리 해도 S는 안된단 말이지... 기운을 내자. 너무 생각이나 상상을 많이 하지 말자. 
 
 
주말 중 토요일이 이렇게 날아갔다. 내일은 부모님이 오신다고 한다. 아버지가 제발 빨리 항암치료를 받을만큼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셔야 할텐데... 따뜻한 위로를 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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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좀 늦게 우려 마신 토요일 오후의 티. 오늘은 이른 새벽 출근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오후에 귀가했다. 주말인데 주말 아닌 날. 

 

 

오늘 도착한 꽃은 스타티스인데 이런 짙은 보라색이 올 줄은 몰랐다. 아래 사진들보다는 이 사진 색감이 제일 정확하다. 아래 사진들은 빛이 들어오면서 색이 옅게 나왔음. 이런 색깔 꽃은 포인트로 몇 송이 정도 있는 편이 더 예쁜데 이렇게 우르르 모여 있으니 조금 부담스럽다. 그리고 아무리 스타티스라 해도 그렇지, 이미 꽃이 거의 다 마른 상태로 와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간만에 주문했던 건데. 연보라색인 줄 알고 ㅜㅜ

 

 

 

 

 

 

 

 

 

 

 

 

 

 

 

 

 

 

 

 

 

 

빛 때문에 색이 조금 날아간 사진. 이 정도 색감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아쉽다. 

 

 

너무 졸리고 피곤하다. 하지만 자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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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버지의 진단 결과를 들은 후 많이 충격을 받았고 너무 놀라고 두려운 나머지 온몸이 떨렸었다. 동생과 전화를 한 후에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일하고 있는 쥬인에게 전화를 해서 울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쥬인이 많이 위로를 해주었고 용기도 심어주었다. 많이 고마웠다. 
 
 
밤에는 잠을 거의 못 잤다. 아마 충격과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졸린데도 잠이 들지 않았고 심장이 너무 두근거렸다. 일찍 출근을 해야 하니 원치 않았지만 약도 조금 더 먹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새벽 늦게까지 못 자고 뒤척거렸고 간신히 아주 얕은 잠을 두어 시간 자고 출근했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제일 친한 동료가 회의를 앞두고 잠깐 사무실에 들렀을 때 아버지 얘기를 하며 심란한 마음을 토로했더니 친구도 걱정과 위로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일에 파묻혔다. 오후에는 외근을 가야 했다. 그래도 외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저녁의 줌회의까지 시간이 좀 생겼다. 급하게 동네로 돌아와 병원에 갔다. 지난주에 검진받은 결과 염증 소견이 있으니 치료를 받으러 와야 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건강검진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서 걱정되는 쪽만 먼저 받았던 거였다. 그 검사결과도 월요일에 왔는데 너무 바쁘니 병원에 갈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었다. 그나마 오늘 중간에 어찌어찌 여유가 생겨서 급하게 병원에 갔던 거였다. 한참 대기했다가 의사를 보러 들어갔다. 지난주에 검사를 받을 때는 너무 긴장을 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좀 나았다. 재검진을 받았고 안좋은 쪽으로 변하는 염증은 아니고 약을 먹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약을 처방받아 돌아왔다. 
 
 
저녁에는 해외 파트너들과 줌회의를 했다. 가면 갈수록 영어가 하나도 안된다 ㅜㅜ 정말 너무한 것 같다. 이렇게 내가 영어를 못했었나 자괴감이 든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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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마르는 마음으로 엄마와 통화를 했다. 마음이 초조했던 엄마는 진료가 다음주 금요일로 잡혀 있었지만 병원에 전화를 하고는 담당 교수가 당일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해서 오늘 오후에 이버지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맨처음 담당이었던 소화기내과 쪽 교수와 면담을 했는데 전이는 임파선까지만 되었고 다른 장기로는 퍼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그 얘기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항암치료는 6개월 정도 걸리겠지만 아버지가 지금 몸이 많이 약해서 치료를 당장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연세도 있고, 또 최근 수술을 연달아 세번이나 받으셨다. 담석수술, 대장용종 내시경 제거수술(내시경이지만 5시간 넘게 걸렸다), 그리고는 종양제거와 장 절제수술. 살도 많이 빠졌고 잘 드시지 못한다. 그러니 몸이 좀 회복되어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다음주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느니 오늘 교수를 만나 정확하게 상태 설명을 듣고 나니 아버지도 그렇고 가족 모두 마음이 좀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잘 드시면서 몸을 만드셔야 하는데 아버지가 너무 아기처럼 맛없는 건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고집을 부리시니 그게 정말 걱정이다. 부모님이 일요일에 집에 들르시겠다고 한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뭐하러 오시느냐 힘든데 쉬시라고 했는데 어차피 내 앞으로 건강보험도 돌려야 해서 서류도 주실 겸 오신다고 한다. 아마 아버지가 마음이 산란하니 나를 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원래 다음주에 교수를 만나는 줄 알고 그때 내가 휴가를 내고 가려던 차였다. 제발 의료파업이 빨리 해결이 되기를, 아버지의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를,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을만큼 몸이 회복되기를, 그만큼 좀 기운을 내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어제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온몸이 떨리고 눈물만 나왔는데 오늘 새벽 출근을 하면서 '걱정한다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어. 괜찮아. 최선을 다해야지' 라고 소리내어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가 제일 충격이고 힘드실텐데 내가 울고 있으면 안될 것 같다. 엄마도 사실 많이 힘들텐데. 기운을 내야지. 
 



방금 아버지와도 통화를 했다. 그래도 의사를 보고 설명을 들어선지 좀 마음이 나아지신 것 같다. 기운을 북돋워드리며 세가지 약속을 했다. 1. 물을 조금씩이라도 드실 것(물을 정말 안 드신다), 2. 싱겁고 맛없어 먹기 싫더라도 먹을 것. 그래야 몸이 회복되어 치료를 받으니까. 3.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몸을 청결히 하실 것. 다 아버지가 못하는 것들이다. 약속 안 지키면 내가 너무 속상할거 같다, 잔소리할 거다. 꼭 세가지를 지켜달라고 하자 아버지가 그러겠다고 하시는데 정말 이렇게 다 해주셔야 하는데...




 
내일도 새벽 출근을 해야 한다. 오전에는 최고임원을 모시고 좀 어수선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어렵지는 않지만 신경쓰이는 행사이다. 나도 진행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ㅜㅜ 사회생활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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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21. 20:26

3.21 목요일 밤 : 추가 fragments2024. 3. 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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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에 엄마와 통화를 하고 많이 충격을 받아서 마음이 산란하다. 아버지가 지난주 퇴원 후 처음으로 어제 담당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가셨는데,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보니 임파선으로 전이가 되어 3기라 항암치료를 해야 하며 소화기내과로 다시 전원해 맨처음 봐주셨던 교수를 만나야 한다고 한다. 일정이 나지 않아 다음주 금요일 오후에 진료가 잡혔다. 어제 내가 전화드렸을 땐 두분 다 내가 놀랄까봐 말씀을 안하셨고 동생에게만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에게서 얘기를 듣고 너무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눈물이 계속 나왔다. 그래도 1기라 다행이고 수술이 빨리 잡혀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수술 마치고 나온 의사가 수술 잘됐다고 해서 마음놓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많이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 너무 걱정이다. 아버지는 충격이 겹쳐 원래 안좋았던 전립선 쪽 문제가 재발해 오늘 소변을 못보셔서 응급실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엄마와 전화를 끊은 후 너무 놀라고 산란해서 떨다가 동생과 통화를 했다.  동생이 나를 많이 다독여 주었다.


아직도 온몸이 떨리고 정신이 산란하다. 의료파업까지 겹쳐 있는데... 부디 항암치료를 무사히 받고 아버지가 나아지실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다. 충격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 쓸쓸하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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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다. 아침밥은 회사에서 먹는 것과 같이 홍차 한 잔과 달걀 1, 단감 1알. 그런데 오늘은 노무 과로해서 그런지 아니면 장시간 출근하며 몸을 움직여주지 않은 상태로 먹어서 그런지 오전 내내 배가 아파서 고생함 ㅠㅠ




재택근무였지만 물론 오늘도 엄청 바빴다. 빡센 줌회의도 두개나 했다. 그저께와 어제 보고와 평가 인터뷰, 면접 등으로 밀려버린 일들을 처리하고 임원보고 후속조치 방안도 정리해야 했는데 결국 다 못하고 내일 아침으로 미뤘다. 모든 일들이 다 나에게 ㅠㅠ 난 정말 전생에 엄청 게으르고 노동을 등한시하고 사람들을 착취해먹었던 대지주나 귀족이었을거야 엉엉 그래서 지금 벌받는 걸 거야...
 


과중한 업무 탓에 내내 컨디션이 나쁘다. 붉은 군대도 이제 며칠째라 사그라들 시기인데 계속 아프다. 엉엉 근데 내일은 금요일이지만 저녁 늦게 외국사람들과 줌회의가 잡혀 있고(이제 시러 엉엉), 토욜도 출근해서 피곤한 행사를 진행하고 최고임원을 모셔야 한다. 어디론가 사라져 놀고 먹고 자고 쉬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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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얘들처럼 노닐고픔 ㅠㅠ







역시 아주 일찍 출근해 빡세게 일하고 있는데 지난주에 일을 제대로 못해서 야단맞고 눈물을 보였던 직원이(마음씨가 착하고 소심해서 자기가 제대로 못한다고 자책하는 타입 ㅠ) 슬며시 이렇게 비타민과 쪽지를 건네주고 감. 내가 이번주 내내 너무 바쁘고 빡세게 일하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자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깜짝 놀랐다. 너무 고마웠다ㅠㅠ 지친 나날 중 감동. 고마워 엉엉... (그런데 막상 오늘도 저것을 까먹을 시간이 안나서 개봉을 못하고 그냥 옴, 엉엉. 저 녀석이 매일 잊지 말고 먹으라 했는데ㅠㅠ)



오늘이 이번주의 고비였다. 오후에 작년 실적에 대한 평가 인터뷰 심사를 받아야 했다. 일찍 출근해 계속 답변을 준비했고 점심은 자리에 앉아 죽으로 때웠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지나갔고 예기치 않은 질의들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대처해 넘겼다. 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우리 부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이 산을 넘자 긴장한 마음이 좀 풀렸다. 하지만 쉴틈 없이 이번엔 면접심사를 하러 갔고 좀 자세히 면접을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너무 배가 고프고 힘들었다. 점심에 인스턴트 죽을 먹은데다 너무 신경쓰며 과로해서 기력이 없었다. 저녁에는 탄수화물과 나트륨을 안먹으려 하는데 오늘은 힘들어서 그만 라면 끓여먹고 자폭하고 말았다. 엉엉, 내일부터 다시...



많이 피곤하다. 이상한 지하철을 타서 공중에서 강을 지나 급강하하는 모노레일 같은 노선으로 내려가다가 멈추는 꿈을 꿨고 알람에 깨서 정신없이 출근했었다. 오늘은 부디 꿈 꾸지 않고 많이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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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아아아 나도 얘처럼 공원에서 그네 타며 노닐고 싶다ㅠㅠ



일분일초도 숨돌릴 새 없이 정말 너무너무 바쁘게 일했다. 일찍 출근해 최고임원 보고자료를 마저 이것저것 만든 후 용기를 쥐어짜내 보고를 하러 갔다. 한시간 가량이나 일대일 보고를 했는데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과제가 부여되었다 ㅠㅠ



원래대로라면 보고를 마친 후 이분의 지시사항을 정리해 보고서를 수정하고 직원들과 공유도 하고 기안도 올려야 했지만 오늘은 정말 최악으로 바쁜 날이었다. 새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어 점심도 같이 먹고 업무에 대해 설명도 해줘야 하고(실무자들이 별도로 상세설명은 해주지만 회사와 조직 전반에 대해선 내가 전체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5시까지 내일 평가 심사 답변자료를 왕창 작성해서 내야 했다. 그런데 각 담당자들이 작성해온 초안은 역시나 많이 허술했다. 특히 히스테리 금쪽이의 자료가 엉망진창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고치고 추가자료를 작성하느라 눈이 빠질 것 같았다. 결국 시간도 넘겨서 냈다.



아, 정말 난 스마트하고 손이 빠른 직원이 필요한데ㅠㅠ 오늘 최고임원께 보고를 하고 이것저것 지시를 받으면서도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도 그 방향대로 하고픈데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내가 세포분열, 분신술을 해서 두세명이 더 생겨야 가능할 거 같아요ㅠㅠ 정말 물리적인 한계인데 어떻게 해요 엉엉....




너무너무 힘든 채 좀 야근하고 퇴근. 난 매일 한시간쯤 일찍 출근하므로 저녁이 되면 이미 녹초가 되는데 오늘은 너무 머리를 많이 쓰고 과로해서 정말 기가 다 빠져나갔다. 그런데 내일 그 망할놈의 평가 인터뷰 심사를 받아야 하고(오늘 작성해서 낸 서면답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부실해서 걱정이다), 그걸 마치면 이번엔 또 면접심사를 하러 들어가야 한다. 하루종일 심사를 받고 또 심사를 하고... 내일이 이번주의 고비라 생각하며 기운을 내야 한다. 이번주는 토요일까지 출근해 행사를 진행해야 하고...



너무 힘들고 지쳐서 어디선가 동아줄이 내려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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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18. 19:44

3.18 월요일 밤 : 너무 버겁다ㅠㅠ fragments2024. 3. 18. 19:44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진이 다 빠졌다. 일이 너무 많았다. 내일 아침 일찍 최고임원께 보고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자료 일부는 다 못 만들었다. 문제의 히스테리 금쪽이가 담당하는 사업이다. 어차피 난 일곱시면 사무실에 도착하니까 그때 마저 만들면 아홉시 반 보고에 맞출 수 있겠지.



수요일에 평가 인터뷰 심사도 받아야 하는데 그거 준비는 하나도 못했다. 다른 일들이 너무 많아서. 나 혼자 감당하기 너무 버겁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지난주에 받았던 검진결과가 문자로 왔는데 세포 이상은 없지만 무슨 염증이 있으니 치료받으러 병원에 다시 오라고 한다. 난 이번주는 토요일까지 출근해야 하는데ㅠㅠ 병원은 6시면 닫으니까 갈 시간이 정말 하나도 안 나는데...  이번주는 반차나 반반차도 낼 틈이 없는데. 이렇게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니 염증인지 뭔지가 생겼겠지. 아 오늘은 정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늦은 오후쯤에는 막 엉엉 울고 싶었다. 너무 버겁고 힘들다.



일단 내일 아침의 최고임원 보고를 잘 마치는 걸 목표로 하고 늦지 않게 자야겠다. 계속해서 일이 쌓이고 또 쌓이는데 손발이 없다. 자꾸 생각하면 울고 싶으니까 생각하지 말아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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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레트니 사드의 새들과 고양이 사진 올리고 나니 문득 떠올라서 일년여 전 썼던 중편의 후반부에서 발췌해보는 짧은 에피소드. 갈매기, 고양이, 판탄카 강변의 집, 그리고 미샤와 게냐가 나온다. 계속 미샤의 집에 머무르다가 한 달만에 자신의 원룸에 돌아온 게냐가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예전 기억을 떠올린다. 이 중편은 게냐가 바실리예프스키 섬 바닷가에 있는 어느 호텔 카페에서 옛 여자친구인 리다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바닷가에 있는 그녀의 친정 아파트, 바실리예프스키 섬 중심가에 있는 미샤의 발레단 스튜디오, 네바 강변, 그리고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공장지대에 있는 옛 코무날카 아파트에 있는 그의 원룸을 시간적 순서대로 가로질러 간다. 이 허름한 아파트는 가장 최근 썼던 단편인 마냐와 미샤의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아파트 옥상과 마냐의 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맨 위 사진은 판탄카 강변 풍경. 판탄카는 상당히 길게 뻗어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가면 레트니 사드가 나오고 다른 쪽으로 가면 트로이츠키 사원이 나온다. 미샤의 집은 트로이츠키 사원과 가까운 쪽 강변에 있다. 

 


 
 

 
 

 
 
발췌문은 아래 접어둔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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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반쯤 남은 차를 싱크대에 버렸다. 젖은 운동화를 대충 헝겊으로 물기만 닦아내고 라디에이터에 올려놓고 있는데 뭔가가 바깥에서 창문을 철썩철썩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꼭 거대한 새가 젖은 날개를 부딪치는 소리 같았다. 우리 집은 운하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 일이 없었지만 미샤의 집은 판탄카 강변에 있어서 종종 새들이 창문 유리를 쪼아대곤 했다. 미샤가 테라스나 창턱에 나가 빵조각을 던져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 짓은 청소부 아주머니들만 힘들게 하는 거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어느 날은 그런 가사도우미 중 하나인 카챠가 침실 창문을 너무 깨끗하게 닦아놓은 나머지 멍청한 갈매기 한 마리가 전속력으로 유리를 들이받아서 날개가 부러졌다. 미샤는 갈매기의 날개에 부목을 대고 테이핑을 해주었고 우하 수프에서 연어 두어 조각을 건져내 먹인 후 수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죽지는 않겠지만 뼈가 부서져서 다시는 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접골도 깁스도 소용없다고 했다. 미샤는 몹시 침울해했다. 함께 갔던 키라가 새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돌봐주겠다고 했다. 며칠 후 들러보니 상처는 아물어 있었다. 날개가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키라가 전화를 걸어서 갈매기가 운하를 가로질러 날아갔다고 알려주었다. 미샤는 뛸 듯이 좋아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새에게 소용없는 먹이를 주고 웅덩이에 빠진 새끼고양이를 건져왔다.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돌봐주기에는 너무나 바빠서 집에 붙어 있지도 못하면서,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결국 고양이를 데려간 것도 키라였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건 나 때문이었지만. 내가 고양이를 견뎌내지 못했으니까.

 

 

 내가 키라에게 그 갈매기가 진짜 날아갔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망설였다. 그런 구부러진 날개로는 결코 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그 갈매기는 죽었을 것이다. 운하 옆길의 딱딱한 포석 위로 추락했거나, 아니면 키라가 키우는 고양이들에게 물려 죽었을 것이다. 키라는 갈매기가 정말로 날아갔다고, 나에게 세상에는 이성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고 대꾸했다. 하지만 진짜 대답은 그녀의 망설임 속에 들어 있었다. 아마 미샤도 알았을 것이다. 해부학에 대해서, 뼈와 근육에 대해서라면 잘 알았으니까, 따로 강의도 듣고 공부도 했으니까. 그러면서 믿는 척했을 것이다. 믿고 싶었을 테니까.

 

 

 나는 미샤가 아니었고 새들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는 버릇도 없었다. 다친 새나 고양이를 주워오지도 않았다. 새가 부딪혀 떨어졌다면 그걸 치울 일이 골치 아플 뿐이었다. 모른 척하고 놔두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철썩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났기 때문에 별수 없이 창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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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페테르고프 바닷가에서 찍었던 갈매기. 
 
 

 

 
 


 

판탄카 사진 한 장 더. 백야 시즌이었는데 빛이 번져서 흐릿하게 나왔다. 판탄카는 네바 강과도 이어져 있고 네바 강은 바다와도 연결되어 있어 갈매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키라는 미샤의 동년배 친구로 화가이다. 미샤가 80년대초 가브릴로프에 유배되었을 때 우정을 쌓아서 나중에는 아예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로 거주지까지 옮겼다. 발췌문에서 키라가 데려갔다는 고양이는 이 90년대 이야기의 첫 단편인 <판탄카의 루키얀>에 등장하는 새끼고양이 슬론이다. 비에 흠뻑 젖어 죽어가는 놈을 미샤가 건져와서 살려주었는데 고양이를 싫어하는 게냐 때문에 키라가 데려가 키우게 되었다. 
 



 
<판탄카의 루키얀>은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이야기의 배경은 1997년 10월이다. 위에 발췌한 이야기보다 한달쯤 전. 화자는 마린스키 극장 마사지사 루키얀. 다른 글보다 짧고 가볍다. 비번은 fontanka 
 
moonage daydream :: 판탄카의 루키얀 (tistory.com)

판탄카의 루키얀

tveye.tistory.com

 
 

 

 
 

 
 


 
판탄카 강변 사진 한 장 더. 이건 늦은 오후에 찍었던 것. 
 


 
위 발췌문이 포함된 중편 <구름 속의 뼈>는 전문을 모두 올려놓았다. 파트 1~2는 공개, 3~5에는 비번을 걸어두었다. 비번은 파트 2 끝에 적혀 있음. 발췌문은 마지막 파트에서 가져왔다. 이 중편 링크는 여기. 
 
moonage daydream :: 구름 속의 뼈 (Part 1) (tistory.com)

구름 속의 뼈 (Part 1)

이 글은 작년 한 해 동안 조금씩, 꾸준히 썼다. 약 100페이지 가량이고 호흡도 조금은 더 긴 편이라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중편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목은 '구름 속의 뼈'.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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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주말이 다 지나갔다. 아파서 금요일에 휴가를 냈으니 본의아니게 사흘을 내리 쉰 셈이다. 몸이 계속 안 좋더니 오늘 붉은 군대가 도래했다. 차라리 이래버리는 게 나음. 하지만 내일 많이 아프고 고생을 하겠지 ㅠㅠ 
 
 
별로 한 일이 없이 쉬었다. 저녁이 되자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이번주에 기다리고 있는 일들 때문이다. 수요일에는 작년 성과와 관련해 빡센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받아야 해서 내일과 모레는 그것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금요일 휴가를 내는 바람에 놓쳐버린 최고임원 보고도 화요일에는 해내야 한다.
 
 
사실 이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보고가 많이 늦어졌는데 그 사이 과제가 쌓이고 또 쌓여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해낼 사람들도 없고... 너무 버겁다. 그리고 이 최고임원을 내가 어려워해서 그런 것도 있다. 예전 임원은 별로 안 그랬는데 작년에 오신 이분은 상당히 다혈질인데다 요구도 많이 하시고 우리쪽 분야에 관심이 엄청 많다. 여러가지로 힘들다. 아아 담대해지고 싶다 ㅜㅜ 나와 절친한 동료는 '임원보고 같은 거야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지금까지 짬밥이 얼만데 그런 걸로 쫄거나 하는 시기는 애저녁에 지났잖아' 라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도 쪼는 걸까 흑흑... 내가 너무 소심한 토끼 따위라서 그런거야 엉엉. 



 
이번주는 토요일에도 행사를 진행해야 해서 출근한다. 즉 아주 빡센 일주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아 기운을 내자. 압! 이제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잘 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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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17. 16:52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17. 16:52

 

 

 

일요일 오후 티타임. 이제 휴일은 모두 지나가고 내일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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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며칠 전 점심 시간에 날 보러 회사 앞까지 와줬던 친구가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나는 그저 커피 한 잔밖에 안 보냈었는데 ㅜㅜ 이 친구가 몇년 전 뒤늦은 박사 논문을 쓸 때 내가 많이 도와줬는데-우리는 전공이 같다- 이 녀석이 그걸 아직도 저렇게도 고마워하면서 항상 뭔가를 가져다주려고 안달이다. 그때 이 친구는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주 어렵게 논문에 통과했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나는 석사도 아니고 학사인데... 졸업한지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고 가방끈이라면 비교가 안되게 이 친구가 긴데 어떻게 내가 그 논문 쓰는 걸 도와줬는지, 도와주면서도 많이 웃었다. 물론 뭔가를 써주거나 그런 건 당연히! 아니고 정보를 찾거나 친구의 생각을 들어주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점들을 지적해주며 토론을 많이 해주었다. 친구가 당시 심적으로 내게 많이 의지했었다).
 
 
그런데 굳이 이런 도움에 대한 보답이 아니더라도 이 친구는 항상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 너그럽고 착하다. 대학 동기 중엔 이 친구와 나, 지금은 제주도에 가 있는 친구, 이렇게 셋이 가장 친했고 지금까지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데, 셋 다 투쟁적이지 못하고 순해빠졌고 험한 세상을 계산적으로 살아갈 줄을 몰라서 항상 허덕인다. 목요일에 점심 먹으면서 그런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바보같이 순해빠졌으니까 우리 셋이 친했나보다 하고 :) 하여튼 선물이 고맙고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라서 더 고마웠다. 
 
 
어제 몸이 많이 안 좋았었다. 몸살기가 너무 심했고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고 머리가 종을 치듯 멍멍하게 울려댔다. 밤에는 목까지 부었다. 오전엔 이부프로펜, 밤에는 은교산을 먹고 잤다. 다행히 오늘은 두통과 인후통은 좀 가셨다. 몸살기도 좀 나아졌다. 역시 수면부족, 휴식부족 때문이었나 싶다. 중간에 여러번 깼지만 어쨌든 자다깨다 하며 8시간 정도는 잤다. 
 
 
늦게 일어나서 목욕을 했고 단백질 섭취를 하려고 표고버섯과 양파를 잔뜩 넣어 불고기를 만들어서 새로 지은 밥과 먹었다. 그런데 이걸 아점으로만 먹었어야 하는데 저녁에도 먹었음. 저녁엔 원래 삶은 달걀과 견과나 채소 정도만 먹어야 되는데 엉엉. 그래서 오늘 30분 탄 실내자전거가 뭔가 무효가 된 것 같지만... 그거라도 탔으니 다행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 
 
 
책을 읽고 쉬었다. 새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1월말에 글을 마친 후 아버지의 수술부터 회사의 어려운 일들까지 여러가지로 마음이 산란해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이러다 때가 되면 뭔가가 와주겠지. 지난번 마냐와 미샤의 이야기도 사실은 새벽 출근 지하철에서 갑자기 생각나서 쓰게 된 거니까. 물론 그 글이야 그 전 글에서 이미 약간은 암시가 있긴 했지만. 

 
 
오늘도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그런데 오후의 차를 진하게 우려 마신 게 좀 신경쓰이네. 
 
 
친구가 준 선물 기념사진 몇 장과 함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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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는 페테르부르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울창하고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 갈매기가 노닌다. 대리석 조각상들이 즐비하고 한가운데에는 유명한 러시아 우화 작가 크르일로프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들어서면 선선하기 그지없다. 분수와 아폴로를 보면서 크르일로프 동상 근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사진은 2018년 9월에 찍은 것. 
 
 
레트니 사드에는 옛날에 쥬인이랑 처음 갔었다. 이후에도 자주 갔지만 그래도 항상 이곳 사진들을 보면 쥬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이것이 크르일로프 동상. 
 
 
 

 
 
 
 

 
 
 
오른편이 내가 좋아하는 아폴로.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조각상이다. 료샤는 내가 저 아폴로를 좋아하는 걸 보고 민망하다면서 '하긴 넌 타이츠 입은 발레 무용수를 좋아하니까. 어휴 민망해' 라고 디스하곤 했다. 야, 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라고 하려다 또 생각해보면 비슷한가 싶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인정해버렸다. 
 
 
 

 
 
 
 

 
 
 
이 날은 빛이 좋아서 연못이 새파랗게 나왔다.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많이 찾는다. 백조도 한 쌍 있다. 사진엔 안 나왔지만 참새랑 비둘기, 까마귀도 많다. 
 
 
 

 
 
 
마지막으로 백조 사진도 한 장. 
 
 
사진 보니 정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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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3. 16. 17:29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3. 16. 17:29

 

 

 

토요일 오후 티타임. 

 

 

 

 

 

 

마트리카리아는 거의 다 시들었다. 아마 오늘까지 보면 끝날 것 같다. 

 

 

 

 

 

 

 

 

 

 

 

 

 

 

 

 

 

 

 

 

 

 

 

 

 

 

블루베리가 엄청나게 시었다 ㅜㅜ 할인한다고 좋아하며 샀는데. 건강에 좋으니까... 

 

 

 

 

 

 

 

 

 

 

오늘의 꽃은 프리지아. 할인하기에 사봤다. 역시 프리지아 향은 강력하다. 거실이 온통 프리지아 향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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