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일요일 밤 : 부활절, 새 묵주팔찌, 월요일을 준비하며 fragments2024. 3. 31. 21:12
오늘은 부활절이었다. 잊고 있다가 어제에야 알았다. 어제 쥬인이 건네준 새 묵주팔찌와 쥬인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천사가 새겨진 성물함. 나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태신앙이라 개신교에 속한다만 성당에도 가고 정교 사원에도 간다. 오히려 교회는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밤 자기 전 서재 한켠에 마련해 둔 작은 구석에서 기도를 드린다. 사실 믿음이 굳건하고 그런 것도 아니어서 이것이 정말 신앙인지 아니면 소망과 기대고자 하는 마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저 그 순간이면 정말 진실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이야기하고 기도할 뿐이다.
몇년 전 너무 힘들때 쥬인이 나에게 줬던 검정색 묵주팔찌를 한동안 차고 다니며 기도를 하기도 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다. 이후엔 이 작은 성소에 놓아뒀는데 며칠 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것을 다시 차고 잤다가 낡은 줄이 다 끊어졌다. 아빠 때문에 걱정이 너무 많이 되기도 했고 그 팔찌가 끊어진 날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물론 줄이 너무 낡아서 끊어진 거라 이성적으로는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고 속상하고 또 불안해서 하소연하자 쥬인이 '새 묵주팔찌 주러 너 만나라고 그랬나봐' 라고 했고 어제 정말로 새 팔찌를 건네주었다. 쉽게 끊어지지 않도록 금속팔찌로 가져왔다면서. 쥬인, 고마워.
'토끼야, 역시 빨간색이 잘 어울리네' 라고 쥬인이 웃으며 채워주었다. 고마운 쥬인. 묵주인데 예쁘고 잘 어울리는 걸 생각하면 안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았다.
간밤에는 일찍 누웠지만 자정이 다 되어 잠들었다. 역시나 새벽 6시에 깨어나서 괴로웠지만 그래도 다시 잠드는 데 성공해서 정말 오랜만에 도합 8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그런데도 오후에 너무 졸려서 고생했다.
오늘은 책을 읽고 쉬고 자전거를 좀 타고 그냥 그렇게 보냈다. 아버지는 오늘도 식사를 잘 하셨다고 한다. 많이 기도하고 응원해드려야겠다. 종일 마음이 산란하고 안정되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의 불안함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원래 우울할 때는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이 좀 힘들다. 여전히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있다. 일주일 후 검진을 받으니 그때 모든 게 괜찮기를 기도하고 있다.
내일부터 4월이다. 이번주에는 아주 중요한 행사를 치러야 한다. 일도 많다. 기운을 내야지. 그리고 항공과 숙소들을 취소해야겠다. 그런데 다른 건 취소하기가 쉬운데 현지에서 오가려고 끊었던 항공권들이 도대체 취소 버튼을 찾을 수가 없다. 분명 환불가능한 걸로 끊었는데 ㅠㅠ 에어발틱, 에어세르비아 흑흑... 뭐 차근차근 뒤져봐야지.
새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 제대로 구상된 것이 전혀 없다. 마음이 산란해서 아마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라도 쓰고 있으면 마음의 의지가 되기도 하는데. 아쉽다. 하여튼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 병아리 눈물만큼의 운동과 식이조절로 살은 조금 빠졌다. 그러나 원체 둥실둥실해진 터라 티도 안 남 ㅠㅠ 모양새보다는 건강을 위해 감량을 해야 한다. 몇년 전 서울 근무를 시작한 이래 체중도 많이 늘고 여러가지로 안좋아졌다. 나이를 먹는 영향도 있고 아무래도 과로와 스트레스 문제가 크다. 자기관리도 안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데 참 어렵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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