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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활짝 피었다.








간밤에 아버지가 너무 목소리도 안 좋고 아무것도 못 드시고 누워만 계시고 병원에 가고 싶어하셔서 너무 걱정되고 마음이 무겁고 괴로웠다. 거기에 소중한 친구의 부고 소식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비 맞고 밤늦게 퇴근한 쥬인이 전화를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간신히 맘을 가라앉히고 잠자리에 들었다. 쥬인이 일희일비하지 말고 마음을 길게 먹어야 한다고 해주었다. 묵주팔찌 끊어졌다고 하니 원래 오래되면 잘 끊어진다고, 새거 주러 다시 봐야겠다고 해준 쥬인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쥬인과 통화 후 좀 안정되어 밤에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새벽 4시 반쯤 깨버린 후 더 못 자고 뒤척이다 언제나처럼 5시 반에 일어나 출근했다. 잠이 많이 모자란다.



오늘은 정말 너무너무 바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무 일정이 많았다. 내 몸은 하나인데... 그래서 점심 식후 약도 못 챙겨 먹었다. 너무 바빴고 시간에 쫓기며 이리저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생제를 띄엄띄엄 하루 두번밖에 못먹는데 염증이 나을지 모르겠다. 항생제 처방받으면 꼬박꼬박 다 먹어야 된댔는데ㅠㅠ 생리가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열흘이 다 되도록 부정출혈이 있어 이것 탓인가 싶고 우려가 된다. 그나마 오늘 출근하니 건강검진 공지가 이제야 되어 있어 급히 접수를 했는데 제일 빠른 날도 2주나 기다려야 한다. 작년에 아무리 바빴어도 받았어야 하는 건데ㅠㅠ




마음이 짓눌리는 듯 힘들고 너무 우울했지만 일이 너무 많고 바빴다. 한편으로는 일이라도 하면 괴로울 틈이 별로 없어 다행이고(집에 돌아와 밤이 되거나 휴일이면 이런 우울감과 불안이 더 심해지니까), 한편으로는 이토록 힘든데 일에 파묻혀 있을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다. 엄마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 생각하니 더 그랬다.



바쁜 와중 틈틈이 엄마와 전화를 했다. 보험 서류 때문에 챙겨야 할 것도 있었고 아버지와 오늘 입원하러 가시겠다고 한 것 때문에 걱정이 돼서. 다행히 아버지는 오늘 식사를 좀 하고 어제보단 기력을 차리셔서 입원하러 가진 않으셨고 담당교수를 볼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금요일에 보시기로 했다. 좀전에 통화를 했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좀 나아져 있어서 걱정이 좀 누그러들었다. 잘 다독여드렸다.



의료파업 때문에 너무 걱정이 된다. 아버지는 몸이 좀 나아지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냈으니 치료가 밀리고 최악의 경우 지금 담당교수를 못 보게 될까봐 너무 불안하다. 제발 어떻게든 빨리 해결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




오늘 종일 다샤님에 대해 기억하고 생각했다. 나에게 많이 특별한 친구였다. 우리는 읽는 사람이었고 쓰는 사람이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문학을 사랑했다. 작가들에 대해, 글에 대해, 쓰는 일에 대해, 그저 우리의 삶과 일상에 대해, 고양이에 대해, 화장품에 대해, 그러니까 그런 소소한 것들부터 시작해 마음 속 고민과 가치에 대해, 아주 작고도 큰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좋은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블로그로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불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만 나에게 다샤님은 동생이나 어린 후배가 아니라 그냥 좋은 친구였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직접 얼굴을 보며 만났던 건 20년 여름이었다. 그 이후 다샤님은 병원을 자주 오갔고 중환자실에도 여러번 들어가셨다. 코로나 시기였고 그 이후에도 가족 외엔 면회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와 톡으로 보내는 메시지, 대화, 가끔은 통화였다. 다샤님은 몸이 좀 나아지면 꼭 얼굴 보자고 했고 실제로 재활치료 오는 날 병원 로비에서 만나기로도 했지만 그날도 몸상태가 악화되어 못 봤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매일 밤 자기 전 나의 기도 마지막은 이 친구를 위한 것이었고, 가능한한 매일 안부인사를 짧게나마 보내곤 했다. 병원은 내가 일하는 곳과 가까웠다. 출근할때마다 마음을 보내곤 했다. 본인이 그토록 힘들고 아픈데도 내가 일이나 여러가지 문제로 힘들어할때면 위로를 해주고 기도를 해주던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친구였다.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기에 안식을 맞이하였기를, 이제 모든 것이 다 괜찮고 평안하기를, 정말로 그렇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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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