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금요일 밤 : 내일도 일해야 하니 주말이 아니다, 울지 말고 기운을 내야지 fragments2024. 3. 22. 19:54
어젯밤 아버지의 진단 결과를 들은 후 많이 충격을 받았고 너무 놀라고 두려운 나머지 온몸이 떨렸었다. 동생과 전화를 한 후에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일하고 있는 쥬인에게 전화를 해서 울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쥬인이 많이 위로를 해주었고 용기도 심어주었다. 많이 고마웠다.
밤에는 잠을 거의 못 잤다. 아마 충격과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졸린데도 잠이 들지 않았고 심장이 너무 두근거렸다. 일찍 출근을 해야 하니 원치 않았지만 약도 조금 더 먹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새벽 늦게까지 못 자고 뒤척거렸고 간신히 아주 얕은 잠을 두어 시간 자고 출근했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제일 친한 동료가 회의를 앞두고 잠깐 사무실에 들렀을 때 아버지 얘기를 하며 심란한 마음을 토로했더니 친구도 걱정과 위로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일에 파묻혔다. 오후에는 외근을 가야 했다. 그래도 외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저녁의 줌회의까지 시간이 좀 생겼다. 급하게 동네로 돌아와 병원에 갔다. 지난주에 검진받은 결과 염증 소견이 있으니 치료를 받으러 와야 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건강검진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서 걱정되는 쪽만 먼저 받았던 거였다. 그 검사결과도 월요일에 왔는데 너무 바쁘니 병원에 갈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었다. 그나마 오늘 중간에 어찌어찌 여유가 생겨서 급하게 병원에 갔던 거였다. 한참 대기했다가 의사를 보러 들어갔다. 지난주에 검사를 받을 때는 너무 긴장을 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좀 나았다. 재검진을 받았고 안좋은 쪽으로 변하는 염증은 아니고 약을 먹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약을 처방받아 돌아왔다.
저녁에는 해외 파트너들과 줌회의를 했다. 가면 갈수록 영어가 하나도 안된다 ㅜㅜ 정말 너무한 것 같다. 이렇게 내가 영어를 못했었나 자괴감이 든다 엉엉...
피가 마르는 마음으로 엄마와 통화를 했다. 마음이 초조했던 엄마는 진료가 다음주 금요일로 잡혀 있었지만 병원에 전화를 하고는 담당 교수가 당일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해서 오늘 오후에 이버지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맨처음 담당이었던 소화기내과 쪽 교수와 면담을 했는데 전이는 임파선까지만 되었고 다른 장기로는 퍼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그 얘기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항암치료는 6개월 정도 걸리겠지만 아버지가 지금 몸이 많이 약해서 치료를 당장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연세도 있고, 또 최근 수술을 연달아 세번이나 받으셨다. 담석수술, 대장용종 내시경 제거수술(내시경이지만 5시간 넘게 걸렸다), 그리고는 종양제거와 장 절제수술. 살도 많이 빠졌고 잘 드시지 못한다. 그러니 몸이 좀 회복되어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다음주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느니 오늘 교수를 만나 정확하게 상태 설명을 듣고 나니 아버지도 그렇고 가족 모두 마음이 좀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잘 드시면서 몸을 만드셔야 하는데 아버지가 너무 아기처럼 맛없는 건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고집을 부리시니 그게 정말 걱정이다. 부모님이 일요일에 집에 들르시겠다고 한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뭐하러 오시느냐 힘든데 쉬시라고 했는데 어차피 내 앞으로 건강보험도 돌려야 해서 서류도 주실 겸 오신다고 한다. 아마 아버지가 마음이 산란하니 나를 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원래 다음주에 교수를 만나는 줄 알고 그때 내가 휴가를 내고 가려던 차였다. 제발 의료파업이 빨리 해결이 되기를, 아버지의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를,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을만큼 몸이 회복되기를, 그만큼 좀 기운을 내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어제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온몸이 떨리고 눈물만 나왔는데 오늘 새벽 출근을 하면서 '걱정한다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어. 괜찮아. 최선을 다해야지' 라고 소리내어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가 제일 충격이고 힘드실텐데 내가 울고 있으면 안될 것 같다. 엄마도 사실 많이 힘들텐데. 기운을 내야지.
방금 아버지와도 통화를 했다. 그래도 의사를 보고 설명을 들어선지 좀 마음이 나아지신 것 같다. 기운을 북돋워드리며 세가지 약속을 했다. 1. 물을 조금씩이라도 드실 것(물을 정말 안 드신다), 2. 싱겁고 맛없어 먹기 싫더라도 먹을 것. 그래야 몸이 회복되어 치료를 받으니까. 3.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몸을 청결히 하실 것. 다 아버지가 못하는 것들이다. 약속 안 지키면 내가 너무 속상할거 같다, 잔소리할 거다. 꼭 세가지를 지켜달라고 하자 아버지가 그러겠다고 하시는데 정말 이렇게 다 해주셔야 하는데...
내일도 새벽 출근을 해야 한다. 오전에는 최고임원을 모시고 좀 어수선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어렵지는 않지만 신경쓰이는 행사이다. 나도 진행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ㅜㅜ 사회생활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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