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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간만에 다시 등장한 미샤랑 지나 아들내미. 엄마아빠보다 미샤 삼촌이 더 좋은지 세상 떠나가라 울고 떼쓰다가도 미샤 삼촌이 번쩍 안아서 둥기둥기해주면 신나서 빵끗빵끗 웃는 꼬맹이 아가.

 

 

 

지나 : 이게 뭐야, 내 새낀데 왜 내가 안아주면 울고 저넘이 안아주면 헤벌레 빵끗빵끗이야 ㅠㅠ

 

미샤 : 지나야~ 아기들도 아는 거야, 우주최강꽃미남의 절대미모를~~

 

지나 : 잘됐구만, 애 좀 보고 있어~ 나 좀 자게... 육아 넘 힘들어 엉엉... 저기 분유도 데워서 좀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재워주고 그래라.

 

미샤 : 나는 그냥 안아주기만 하면 되는 건데... 삼촌은 원래 그런 건데 ㅠㅠ

 

 

.. 그래서 지나는 쉬는 날이 되면 아기를 안고 미샤네 집으로... 가운 입고 소파에 앉아 한가롭게 놀고 계시던 미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육아요정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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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화정 집에서 쉬면서 차 우려 마셨다.

 

 

 

 

 

월초 뻬쩨르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건져온 찻잔 하나 더. 원래는 네바 강 그려진 찻잔과 새로 나온 빨간색 홀리데이 찻잔만 골랐는데 그때 세일 행사를 해서 2+1이라 하나 더 고르라 해서 이것을 골랐다. 예쁜 드레스 차려입고 있는 귀족 아가씨 찻잔.

 

 

 

작년인가부터 이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주제는 18~19세기의 러시아 귀족 패션이다. 물론 여인들 복식이 더 예쁘지만 나는 푸쉬킨을 사랑하므로 저 연노랑색 남성 복식 찻잔을 먼저 샀었다. 왜냐하면 저 남자가 너무나도 푸쉬킨을 똑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득템해 온 연파랑 찻잔. 이거 말고 연분홍 찻잔도 있었는데 거기 그려진 여인은 나탈리야 곤차로바를 닮았었다. 그거 고를까 하다가 분홍색보다는 푸른색을 더 좋아하는 터라 이걸 골랐다. 곤차로바는 그리고 원망스럽단 말이야 흑흑... (뭐 곤차로바가 아니었다 해도 푸쉬킨은 어쩐지 요절했을 것 같긴 하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시리즈 찻잔 두 개를 모았다. 나란히 찍어봄. 받침접시에 그려진 모자가 깨알같다.

 

 

 

 

 

 

 

 

 

찻잔 양면에 서로 다른 의상의 여인이 그려져 있음. 한쪽엔 푸른 드레스, 한쪽엔 오렌지 드레스.

 

 

 

 

 

이것은 무엇이냐면... 초콜릿이 아니고.... 이번에 갔을 때 부끄보예드 서점에서 새로 나온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의 명소들을 종이공작으로 만드는 시리즈였는데 이삭 성당을 비롯해 이것저것 많았다. 나는 물론 마린스키 극장을 골랐다. 마린스키 극장이 제일 비쌌다. 그 이유는...

 

 

다 접으면 이 사진처럼 진짜 극장 모양의 입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삭 성당이나 다른 건물들은 앞면 위주로 접으면 되지만 마린스키는 무대 때문에 반원형 건물인터라 더 그렇다. 다 조립된 샘플을 봤는데 은근히 그럴싸했다.

 

 

하여튼 호기있게 사왔는데... 그리고 오늘 오후에 한번 잘 접어볼까 하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스티커 씰을 떼고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두둥!!!!

 

으악 뭐가 이렇게 많아!!!!!

 

 

 

내가 몇장 안 꺼내놔서 쉬워보이는 것임... 45개 피스로 되어 있는데 이게 극장 설계도를 원형으로 만든 거라서 엄청 복잡하다!!!! 그냥 직선 평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위랑 풀은 필요없고 저 번호 순서대로 각각 떼어내서 조립을 하면 되는데 설명서도 엄청 길고.... 게다가 생각해보니 나는 앞발... 어릴때부터 프라모델이고 무슨 조립식 장난감이고 뭐고 진짜 못했음... 앜... 마린스키에 눈이 멀어서 너무 호기있게 사온 것 같음...

 

 

뚜껑을 보면 7살부터 조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으앙, 나는 앞발이라서 7살 능력도 안될지도 몰라 아아아아...

 

 

설명서를 뚫어지게 보고... 45개 피스를 모두 하나하나 뜯어보고... 오후에 진득하게 한번 조립해볼까 하다가 급 피로감이 몰려와서 도로 박스 안에 넣어두었음. 이것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때 집중해서 해야겠다 흐흑...

 

 

으아앙 우렁집사가 나타나서 이거 조립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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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엄밀히 말하면 이 당시엔(소련 시절이라) 셀카 개념 같은 건 없던 터라 발레단 친구가 찍어준 투샷 클로즈업이지만 :) 하여튼 둘이 바짝 붙어서 빵끗 웃으며 찰칵~ 미샤 왜 그런지 기분 업되어 윙크에 브이에 미소까지 3종 세트 풀장착~ 지나는 미샤 밀어내고 자기가 카메라 앞으로 나서서 얼굴 들이대고 있음(얘네들은 '뒤로 물러나 얼굴 작게 보이기~' 뭐 그런 스킬 생각 없음 ㅋㅋ 요즘이라 해도 얘들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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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8. 22:59

겨울운하, 그리고 약간 about writing2019. 11. 28. 22:59





겨울 운하. 짐냐야 까나브까(Зимняя канавка)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에르미타주 겨울궁전 사이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로컬들도 사랑하는 장소이다. 아주 작은 운하이지만 매력이 넘친다. 겨울궁전 아치 너머로 네바 강이 보인다.



이 도시의 운하는 나에게 각별하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전에 쓴 글에 이런 대화를 넣었었다. (예전에 이 폴더에 저 대화를 포함한 파트를 좀 길게 발췌한 적이 있긴 하다. 글쓰기 메모와 함께)




...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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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8. 22:15

알리사 오랜만에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8. 22:15

 

 

오늘의 퀵 스케치는 오랜만에 등장한 알리사. 오늘 내가 힘들었던 하루라 이것이 반영되어 알리사의 메이크업이 찐해지고 색깔도 다크해졌음. 이 사람도 노동노예(..이자 심지어 외노자 ㅋ)라서 이런 기분을 반영하기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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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발레학교 병아리 시절 눈땡글 미샤랑 지나. 똑같은 포즈로 턱 괴고 똑같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눈땡글 입술 삐쭉하고 있음. 표정을 보면 레닌의 청년시절이라든지, 훌륭한 공산당 소년단원이 되는 길 뭐 이런 수업을 듣느라 지루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함. 근데 사실 미샤는 어릴때부터 그런 수업시간이 되면 땡땡이를 쳤으므로 이렇게 나란히 뚜떼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지가 않고... 아니면 소련 프로파간다 영화를 억지로 관람 중일지도 ㅋㅋ

 

 

둘이 동갑내기이지만 역시나 지나가 생일도 빠르고 또 여자애들이 좀더 빠르므로... 지나가 확연히 누님 포쓰~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나가 철없는 말썽쟁이 미샤를 챙기며 누님+엄마 노릇 ㅠㅠ)

 

 

 

 

 

 

요즘 너무 뾰로통하거나 진지하거나, 아니면 눈 감고 있는 미샤만 그려서... 이건 어제 기분전환하려고 그렸던 빵끗빵끗 웃는 꽃핑크 스웨터 차림의 꼬맹이 미샤. 무용수라는 놈이 기럭지가 왜 이렇게 짧은가 하신다면, 아직 병아리라서 그렇습니다 :) 눈땡글 빵끗~ 남자는 역시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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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끼는 책을 오랜만에 꺼내서 읽고 있다. 옛날에 러시아에 처음 연수가서 발레를 보기 시작하던 무렵 마린스키 샵에서 발견해 고민하다 아주 큰맘 먹고 샀던(당시 물가로 상당히 비쌌음) 책인데 누레예프가 망명하기 직전, 키로프 극장에서 보낸 3년에 대한 동료들과 친구들의 회상록 모음집이다. 누레예프가 세상을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1995년에 러시아에서 출간되었고 영어번역본과 러시아어본이 같이 나왔었다. 친구들이 소장하고 있었던 레닌그라드 시절 사진들도 실려 있다. 당시엔 아직 러시아어보다 영어가 편해서 영어 번역본을 샀는데 나중에 엄청 후회했음. 그런데 오늘 다시 뒤적이며 읽다 보니... 흐흑, 지금은 또 영어 읽기가 더 수월한 것인가 싶기도 엉엉...

 

 

이 책은 오랫동안 간직해왔고 닳도록 읽었다. 이후 누레예프에 대한 여러 전기나 소설들도 출간되어 이것저것 구해 읽었지만 나는 이 책을 가장 아낀다. 그리고 글을 쓸때도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맨 앞에는 누레예프가 자신이 파리 공항에서 망명하던 순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짧은 에세이가 담겨 있다. 읽을 때마다 좀 울컥하고 감정이 북받치는 뭔가가 있다.

   

  이번 뻬쩨르 여행 때 아에로플롯을 탔더니 기내영화에 화이트 크로우가 있어서 좋아하며 봤었다. 영문명 The white crow 인데 레이프 파인즈가 감독을 맡았고 카잔 출신 발레 무용수 올레그 이벤코가 누레예프 역을 맡았다. 메인 사건은 바로 1961년 6월 파리 공항에서 누레예프가 망명하는 이야기이고 거기에 그의 어린 시절과 키로프 시절이 절반쯤 다큐, 절반쯤 픽션으로 섞여 있다. 굉장히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국내엔 들어올 기미가 안 보여서 나중에 아마존이나 뭐 그런걸로 dvd 주문할까 했는데 기내영화로 있어서 영어자막 틀어놓고 봤다. 영어와 러시아어가 혼재되어 있는데 주로 러시아어로 진행된다.  

 

영화는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완성도가 불균질했고 누레예프의 전기적 특성과 망명 당시의 순간들에 대해 너무 문자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다 보니 어딘가 삐걱거렸다. 무엇보다도, 지난 세기 가장 위대한 무용수 중 한명, 남성 무용수로서는 전무후무했던 사람을 다루는데 춤이 너무 적었다. 그러면 한 인간으로서의 누레예프를 심도깊게 해석했는가, 그것도 조금 부족해서 양쪽으로 좀 아쉬웠다.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와 바가노바, 키로프(마린스키) 극장에 대한 이야기도 좀 부실한 편이라 그것도 좀 아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저 책을 많이 참고했구나'(저 책에 등장하는 소련 시절 누레예프의 친구들도 영화에 나온다) + '어쨌든 서방 리버럴의 시선으로 가급적 충실히 사실을 재현하면서 픽션을 섞어보려 했구나' 였다. 그리고 '올레그 이벤코는 화보로 볼 때보다 영상으로 보니 누레예프를 외모적으로 좀 더 닮았네' 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둘다 타타르 혈통이라 그런 것 같다.

   

 

결론은, 음, 국내에 디뷔디 출시되면 그래도 누레예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주문할 것 같긴 하고... 이 영화가 좀 아쉬워서 세레브렌니코프가 연출해서 지금 볼쇼이의 고정 레퍼토리로 일년에 두어번 올라오고 있는 발레 누레예프를 보러 가고 싶다. 가급적이면 블라디슬라프 란트라토프보다는 아르춈 옵차렌코 주역으로. (둘중 옵차렌코를 택하고 싶은 것은 순전히 이쪽이 내가 좋아하는 외모 취향에 더 가까워서. 옵차렌코는 이 발레 이전에 누레예프에 대한 다큐 재연 필름에서 그 역을 맡기도 했었음. 근데 사실 옵차렌코는 누레예프 외모와는 그리 닮은 편은 아니고 체형도 너무 늘씬하고 길다)

  

 

 

 

 

 

 

이게 누레예프의 회상 마지막 부분. 일부만 찍어봤음.

 

 

 

 

 

영화 화이트 크로우에서 누레예프 역을 맡있던 무용수 올레그 이벤코. 사진은 최근 이 사람이 자기 인스타에 올린 것.

 

 

 

 

마지막 이미지는 당연히, 유일무이하고 위대한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 사진. 1962년이니까 망명 1년 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 너무 좋아한다. 아름다움과 깊이, 젊음,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모두 공존하고 있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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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7. 21:40

수요일 오후의 차 한 잔 + 장미 tasty and happy2019. 11. 27. 21:40

 

 

 

평일이라 원래 이렇게 집에서 오후의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아닌데, 오늘은 건강검진 때문에 공가를 냈고 새벽에 가서 검진을 마친 후 기차를 타고 화정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이런 귀한 시간이 생김.

 

 

수면 내시경을 했기 때문에 차는 좀 연하게 우려서 마셨다.

 

 

 

 

 

 

지난주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봉오리 상태의 연분홍 장미 세 송이를 샀었지만 그 사이에 아주 활짝 펴버렸다. 근데 꽃송이가 원체 커다랗게 벌어지는 스타일이라 오래 못 갈 것 같다... 주말까지 제대로 버틸지 잘 모르겠음.

 


그래도 활짝 핀 모습이 또 그림처럼 예쁘다. 세 송이 각각 한컷씩 찍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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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그렸던 크로키 중 하나. 파란 비니 뒤집어쓰고 파랑빨강 스웨터 입은 채 팔짱 끼고 어딘가 심기 불편한 표정 짓고 계신 말썽쟁이 미샤. 



근데 내가 똥손이라서 그렇지만... 스케치하고 색칠할 땐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다 그리고 보니 팔짱 낀 포즈를 제대로 못 그려서 그런가, 넉넉한 스웨터에 심지어 두꺼운 스트라이프까지 집어넣어서 그런가 이게 스웨터가 아니라 쫌 구속복 입혀놓은 느낌이 ㅠㅠ 흑흑 미샤야 미안해... 이넘이 이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게 묶이거나 못 움직이는 건데 ㅠㅠ 그래서 표정이 뚜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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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5. 21:47

세가지 색, 특히 붉은색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5. 21:47




선명한 색채들을 좋아한다. 특히 이 세가지 색을 좋아한다. 실제로 옷도 이 세가지 색깔이 많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가라앉을 때면 빨간색을 많이 쓴다. 옷차림이든 포인트든 화장이든.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연중 내내 빨간 립스틱을 주로 바르고 다녔다. 핑크나 연한 색은 거의 바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올해 떠맡은 책임과 업무, 각종 외부 회의들 때문에 좀더 선명하고 강한 인상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기분 탓도 있었고. 올해 가장 많이 바른 빨간색은 맥 루비우와 디어달리아 시덕션이었다. 전자는 차갑고 선명한 색이고 후자는 좀더 밝은 색이다. 이 두가지 색깔이 나의 올해를 여러가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루비우를 발라도 나는 별로 강해보이지 않고... 그냥 빨간 립스틱 바른 눈땡글 토끼 ㅠㅠ)



빨간 스카프 두른 미샤 크로키 그려놓고는 생각이 딴데로 갔다. 하여튼 미샤에게도 이 세가지 색을 가장 많이 쓰긴 한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집어드는 색깔이 거의 항상 이 세가지이기 때문인 것 같음. 그리고 빨간색을 칠하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효과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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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크로키는 절친 지나한테 딱 붙어 앉아 볼 뽀뽀하고 있는 미샤. 뺨 마주대면서 귓속말로 뭐라뭐라 속닥거리고 있는 중임. (분명 어리광이나 쓸데없는 농담으로 추정됨) 너그럽게 그걸 또 다 들어주고 있는 아량 넓은 지나 누님.

 

 

 

미샤 : 토끼 이상해. 왜 자꾸 지나 누님이래. 우리 동갑내기인데. 발레학교랑 극장이랑 둘다 동기인데... 그리고 내가 얼마나 진지한 남자인데 어리광이나 쓸데없는 농담이라니... 지나 귀에 대고 뭔가 아주 중요한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

 

지나 : 야! 내가 너보다 몇달이나 빨리 태어났고! 정신연령도 너보다 훨씬 높고! 누님 맞잖아! 뭘 꿍얼꿍얼이야!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거 좋아하네! 연습 끝나고 무슨 아이스크림 사먹을지 의논하는 거잖아!

 

미샤 : 힝... 지나야, 아이스크림은 정말정말 중요하고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주제란 말이야.... 플롬비르 콘이냐 에스키모 하드냐는 정말 일생일대의 난제라고 흑흑...

 

... 그래서 일생일대의 난제이자 매우 정치적이고 문학적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 누님이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플롬비르도 한개 에스키모도 한개 사서 둘다 반띵해서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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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발췌한 짧은 대화는 몇년 전 쓴 소설의 전반부이다. 열심히 쓰려 했지만 너무 업무도 과중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을 겪느라 결국은 100여페이지밖에 못 쓰고 중단한 상태이다. 언젠가는 다시 쓰게 될 테지만 그때가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항상 다시 쓰고 싶다. 그런데 써보려고 해도 도저히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물리적인 에너지도 모자라고 또 그외의 여러 이유가 있다.

 

 

발췌한 대화는 예전에 이 about writing 폴더에 좀더 긴 버전으로 올려본 적이 있다. 시골이나 다름없는 지방 소도시 가브릴로프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미샤가 그 지역의 문예지 편집장이자 노멘클라투라 가문의 유명한 미인 렐랴와 나누는 대화이다. 렐랴는 신임감독 인터뷰를 하러 가서 이것저것 묻는다. 그러다 미샤가 부임 후 백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관객석에서 꾸준히 공연을 보는 이유에 대해서도 묻는다. 미샤가 거기 대답한다. 아래 대화는 거기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나는 미샤를 등장시킨 소설들과 에피소드를 꽤 여럿 썼지만 거기서 그가 자기 입으로 예술과 공연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드러내게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아주 친한 사이인 트로이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때, 그리고 춤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던 무렵 외국 신문과 가졌던 인터뷰,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여기 렐랴의 인터뷰.

 

 

별 얘기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또 당연하고 혹은 교과서 같은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샤는 이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며(어디까지가 그의 진실일지는 물론 확언할 수 없다. 그는 저 멀리 있는 사람이고 소설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샤가 이야기하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이쪽 일을 해오면서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 내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관 일부와도 상통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나에게도 여러가지 방향과 생각들이 있고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미샤가 하는 이야기는 나에게도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종종 이 대사들을 입 안으로 되뇔 때가 있다.

 

 

(사진은 이번에 갔을 때 마린스키 극장 2야루스(4층) 관객석 한가운데에서 찍은 것이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제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것 같군요. 전 극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대를 봐야 한다고 말했죠. 그건 관객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요. ”

 

 “ 어떤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보러 오는지? ”

 

 “ 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공연을 보는지. 극장이라는 공간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보고 느끼는지. 그 모든 것이 중요해요. 관객과 소통하지 않는 무대는 절반만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극장은 예술가의 자기만족과 독백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니까요. ”

 

 “ 좀 의외네요. 전 당신이 엘리트주의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술가들 대부분이 그렇죠. 관객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은 보통 하지 않잖아요. 관객들이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슬퍼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

 

 “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이성의 영역이죠. 이해하지 못하고도 사랑할 수 있고 슬퍼할 수도 있어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할 수도 있고요. 그들로 하여금 뭔가를 느끼게 만들 수 없다면 그건 실패한 공연이에요. ”

 

 “ 백조의 호수나 지젤이라면 모르지만 관객들이 호두까기 인형을 보면서 어떤 감정적 고양을 느끼지는 않잖아요. ”

 

 “ 하지만 즐거워하죠. 아기자기한 무대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고 발레리나들의 화려한 의상과 움직임을 모방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감정적 고양이란 꼭 거창하고 드라마틱한 것만은 아니에요. 예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가끔 빠져드는 함정이 있죠. 장엄하고 영웅적인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추구하지 않으면 예술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거라고 믿어버리는 것. 그건 일종의 도그마예요. 기본적으로 예술이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거기에는 진정성이 필요해요. ”

 

 “ 호두까기를 보면서 웃는 어린아이들과 잠자는 미녀를 보면서 그 구조적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발레 애호가들이 원칙적으로는 동일하고 평등한 관객이라는 것인가요? ”

 

 “ 네. ”

 

 “ 그건 가브릴로프 극장 예술감독으로서의 가치관인가요, 아니면 무용수이자 창작자인 미하일 야스민의 믿음인가요? ”

 

 “ 감독으로서의 저와 예술가로서의 저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겠죠. 하지만 관객에 대한 제 태도는 전자든 후자든 변함없을 거예요. ”

 

 “ 그것이 당신이 무대에서 그 수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밀인가요? 그들 모두를 이해하고 동등하게 대하려고 했다는 것? ”

 

 “ 조금은요. ”


 

 

..

 

 

아래 링크로 가면 앞뒤 이야기가 좀더 붙어 있는 발췌본을 읽을 수 있다.

그 링크는 여기 : https://tveye.tistory.com/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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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1. 23. 23:35

눈 감고 뭔가 읊고 계심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3. 23:35

 

 

오늘은 눈 감은 채 턱 괴고 뭔가 중얼중얼 읊고 있는 미샤 크로키. 푸쉬킨이거나 브로드스키의 시, 아니면 브이소츠키 노래 가사일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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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1. 23. 23:10

복면토끼와 료샤 2017-19 petersburg2019. 11. 23. 23:10


 

이번 뻬쩨르 여행 때.

 

 

밤에 료샤가 들렀는데 그때 나는 막 목욕을 하고 나와서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인 상태였다. 하필 그런 타이밍에 찾아온 이넘은 그야말로 까무라칠듯 놀라 진심 공포에 질린 '으악!'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이노미... 그래도 그렇지 친구의 얼굴을 보고 그런 비명을 지르다니!

 

 

 

 

 

그래서 이 녀석한테 내가 챙겨갔던 마스크팩 다 뺏김...

 

 

나도 마스크팩 자주 하지는 않는데 여행가면 비행기도 오래 타고 또 이래저래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우니 그럴땐 꼭 챙겨가서 하루나 이틀에 한번 정도 붙인다 ㅋㅋ

 

 

2집 클렌징오일이랑 이것저것 떨어져서 오늘 그 브랜드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하면서 저 마스크팩도 20개들이 다시 주문했음. 그러다가 이 일이 생각나서 그려보았다 ㅋㅋ

 

그건 그렇고 애플펜슬 심을 갈아야 할 것 같긴 하다. 다시 펜촉이 까끌까끌해져서 선이 저렇게 나온다 -_- 그리다 중간에 끊기기도 하고. 리필용 촉이 하나 있는데 갈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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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에서 오후 티타임.

 

 

 

 

이번 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선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았지만(워낙 자주 가서), 그래도 언제나처럼 로모노소프 샵에 들러 찻잔을 몇개 샀다. 그 중 가장 맘에 드는 찻잔.

 

 

페테르부르크 전경이 그려진 예쁜 찻잔이다. 예전에는 이거 말고 좀 색이 어둡고 덜 예쁜 버전이 있었다. 그래서 살까말까 하다 더 화려한 모스크바 찻잔을 샀었는데 그때 옆에 있었던 료샤가 너 어떻게 뻬쩨르를 배신하고 모스크바 찻잔을 사느냐고 투덜댔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페테르부르크 찻잔 2탄이 나와 있었고 네바 강 위주로 나와 있어 훨씬 이뻤기 때문에 드디어 사랑하는 뻬쩨르 찻잔을 장만하게 되었다 :) 

 

 

 

 

 

전에 샀던 모스크바 찻잔과 나란히~ 왼편이 페테르부르크, 오른편이 모스크바. 확실히 모스크바가 더 화려하다. 모스크바의 색깔은 붉은색이고 페테르부르크의 색깔은 푸른색이다. (꼭 그래서라고 하긴 어렵지만 볼쇼이 극장은 빨간색, 마린스키 극장은 파란색임~)

 

 

페테르부르크 찻잔에는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스몰니 사원,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국립대학교, 쿤스트카메라 등등이 그려져 있고 모스크바 찻잔에는 역시 성 바실리 사원과 크레믈린, 붉은광장이 그려져 있다.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면 디테일도 살아 있고 참 예쁘다. 실제 풍경 떠올리면서 뜯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름.

 

 

 

나란히 한 컷 더. 다른 측면들로. 두 도시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문장도 서로 다름. 받침접시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러시아어와 영어로 도시 이름이 적혀 있다.

 

 

 

페테르부르크 찻잔, 차 따르고 나서. 이쪽 방향 찻잔에는 네바 강과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그냥 우니베르시쩻이라 부른다), 쿤스트카메라, 해군성,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이 보인다. 받침접시도 잘 뜯어보면 네바 강을 유영하는 기선도 있고 스몰니 사원도 보인다.

 

 

어제 들어오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케익 가게에서 사온 딸기 밀푀유. 근데 내 입맛엔 좀 달았다.

 

 

 

장미는 역시 이쁘다.

 

 

 

 

맘에 드는 찻잔이니까 구석구석 찍어줌.

 

 

 

 

 

 

페트로파블로스프스 요새와 사원 그림 그려진 쪽. 되게 잘 그렸다~ 사원 첨탑의 천사상까지 깨알같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었지만 섬세한 그림을 보면 돈 아깝지 않음. 그리고 이때 로모노소프에서 할인 행사를 해서 두개 사면 하나를 끼워주어 뭔가 수지맞은 기분으로 찻잔 하나를 더 득템했었음~

 



 

 

 

 

사진만 보면 색감 때문에 참 이쁘지만 너무 달았던 딸기 밀푀유. 근데 생각해보면 나는 사실 밀푀유를 별로 안 좋아함. 이쁘게 먹기도 어렵고 다 뭉개지고... 곱게 먹기 귀찮고 또 달고... 페이스트리는 가루 떨어지고... 근데 나 어제 이거 왜 골랐지...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파제르 초콜릿. 러시아 초코가 아니라 핀란드 초콜릿이다. (핀란드에서 유일하게 맛있는 것은 파제르 초콜릿이었음 ㅋㅋ) 아주 옛날 러시아에 첨 가서 공부하던 시절 쥬인이랑 같이 큰맘먹고 한번씩 주머니를 털어 파제르 초콜릿을 사먹곤 했다. 추억도 남아 있고 또 초코도 맛있어서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에 요즘도 뻬쩨르 가서 수퍼에서 파제르가 보이면 조그만 초코바나 게이샤 캔디(분홍색 초코 캔디인데 이게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유명할듯)를 사먹곤 한다.

 

 

돌아오기 이틀 전에 료샤가 갑자기 출장이 잡혀 모스크바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 밤 레냐랑 같이 내 호텔 방에 들렀다. 코트 주머니에서 이것을 꺼내주었다. 지나가다보니 크리스마스/새해 시즌 신상으로 나왔던데 딱 내가 좋아할 것 같은 맛의 조합이라 샀다고 함. 어머나 료슈카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세심하니... 왕감동받음. 그러자 레냐가 옆에서 '아니야! 내가 먼저 발견했어! 내가 아빠한테 쥬쥬가 좋아하는 파제르다! 하고 말한 거야!!!!' 하고 끼어들었다 ㅋㅋ

 

 

귤과 생강맛 초코 캔디임. 내 입맛 맞네 ㅋㅋ 그리고 포장도 이쁘다~

 

 

 

딸기 밀푀유가 너무 달아서 절반밖에 못 먹고 파제르 박스를 가져와 열어보았다.

 

 



 

우왕 크리스마스랑 연말 분위기~

 

 

한알 까먹어보았다. 차에 곁들여 먹으니 맛있었다 :) 시트러스와 생강향이 어우러져서 딱 좋았음~ 료슈카, 고마워. 레냐야 너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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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3. 00:05

11월, 천사들 2017-19 petersburg2019. 11. 23. 00:05






이삭 성당의 천사 조각상들. 일주일 전, 페테르부르크. 돌아가기 전날이었고 네바 강변을 따라 잠깐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폰으로 찍었다. 11월. 눈 대신 비가 왔고 나뭇가지들은 검고 앙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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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2. 23:15

혼자 짠~ 하고 있는 지나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2. 23:15

 

 

오늘 퀵 스케치는 간만에 혼자 포즈 잡고 계신 지나~ 머리도 양갈래로 높이 묶고~ 금장단추 달린 검정 터틀넥은 절친이자 외제 물건들 입수에 도가 튼 말썽쟁이 미샤가 조공하심. 독사진도 미샤가 찍어줌. (그렇습니다, 말썽쟁이는 지나의 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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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1. 23:19

꿋꿋하게 모자 없이~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1. 23:19




어제에 이어, 모자 안 쓰고 찬바람 맞으며 쏘다니고 있는 말썽쟁이 미샤 퀵 스케치 한 컷 더. 오늘 스카프는 파란색. (스카프가 매우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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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1. 22:50

레냐의 팩폭 2017-19 petersburg2019. 11. 21. 22:50





이번에 갔을 때 레냐가 농담기 없이 진지하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ㅠㅠ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흐아앙.... 



사정없이 진실만을 말하는 레냐... (료샤랑 똑 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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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0. 23:07

모자는 어쨌니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1. 20. 23:07




바람 불고 눈오는 차디찬 뻬쩨르의 겨울날씨에 모자 안 쓰고 거리를 걷고 있으면 할머니들이 지나가면서 꼭 이런 말을 했었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좀 덜하지만, 십여년 전만 해도 내가 모자 안 쓰고 지나가면 십중팔구 꼭 그 말을 들었다. (그렇게 걱정어린 말을 해주는 건 거의가 할머니들이었음) 아마 소련 시절엔 더 했을 것 같음. 워낙 습하고 칼바람이 부는 동네라 모자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가 엄청나다. 



나도 그 동네에서 겨울을 보낸 기억 때문에 겨울이 되면 꼭 모자를 쓴다. 비니를 쓰면 앞머리가 찰싹 달라붙기 때문에 후드 달린 코트나 패딩을 더 선호함. 너무 추우면 후드를 이중으로 겹쳐쓰거나, 스카프로 머리를 한번 싸고 그 위에 후드를 뒤집어쓴다. 머리를 감싸면 확실히, 정말로 더 따뜻해진다. 



간만에 퀵 스케치 한 장. 목도리는 꽁꽁 잘 동여맸지만 모자는 나몰라라 하고 찬 바람과 눈 맞으며 걸어가고 있는 말썽쟁이 미샤. 모자는 어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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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0. 22:46

토끼에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sketch fragments 2019. 11. 20. 22:46




으아아아앙 정말 해도 너무해... 나 인간 아니라고 토끼라고 앞발 달렸다고... 으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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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카페 부셰의 복층 창가. 나는 천정이 낮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은 복층을 기피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2층 창가는 좋아한다. 운좋게 창가 자리에 앉게 되면 카잔 성당과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건물의 아치형 구조와 창문 너머로 카잔 성당의 열주들과 운하 난간, 포석들이 기하학적으로 늘어서고 중첩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 빵과 오믈렛과 샐러드 등 먹거리들이 전부 맛있다. 



내가 자주 가는 부셰는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여기 그리보예도프 운하 지점 두 군데인데 후자가 더 바글거리고 관광객들도 몰려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2층 때문에 요즘은 이쪽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도 부셰가 있으면 참 좋겠다. 스타벅스보다 백배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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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케치는 지난주 뻬쩨르에서 그린 거였다. 계속 비오고 습하고 으슬으슬한 날씨라 슬퍼서 11월의 그 우울한 날씨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꼬맹이 지나랑 말썽쟁이 미샤를 그렸다.



그런데 돌아오니 우리나라에서 그 날씨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 으앙 ㅠㅠ 다시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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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마린스키에서 본 백조의 호수 커튼 콜 사진 몇장. 오데트/오딜은 알리나 소모바, 지그프리드 왕자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맨 앞줄에 앉긴 했지만 백조는 흰 의상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플래쉬를 켜지 않으면 번져버려서 건진 사진은 별로 없다. 화질도 좋지 않다만 그래도 아쉬우니 몇장 올려본다.

 

 

이건 1막 끝나고 인사 중. 지그프리드는 2~3막의 올 화이트 의상보다는 1막 의상이 더 예쁘다. 빛이 번져서 잘생긴 얼굴은 제대로 안 나왔지만, 우리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의 우아한 자태는 살아 있음~

 

 

 

 

자태가 아름다우시니 한컷 더.

 

(내가 찍은 모든 사진의 초점은 지그프리드에게 가 있음 ㅋㅋ)

 

 

 

 

이건 2막 끝나고 인사할 때. 소모바는 확실히 오딜이 더 잘 어울렸다. 라 바야데르에서도 1~2막 니키아가 더 잘 어울렸듯이. 그런데 이날 컨디션이 별로였는지 32회 푸에떼도 불안했고 좀 아쉬웠다 ㅠㅠ

 

 

오딜한테 홀라당 넘어가서 간 빼주고 쓸개 다 빼줄 표정으로 해해 웃다가 파국적 반전에 깜놀해 울부짖던 발로쟈 지그프리드. 커튼 콜 땐 다시 방실방실~ (귀여워 흑흑)

 

 

 

 

3막 끝나고 커튼 콜. 이날은 관객들 분위기가 좀 냉담했다. 겨울이 될수록 관광객들이 적어지기 때문에 '진짜' 뻬쩨르 관객들의 비중이 훨씬 많아지고 그럴수록 박수나 브라보가 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뻬쩨르 관객들이 의외로 좀 냉정해서 맘에 안 들거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반응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슈클랴로프도 해외투어들보다 고향인 마린스키 극장 무대가 제일 긴장된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이날은 내가 봐도 예전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공연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약간씩 삐걱거렸다. 슈클랴로프의 지그프리드와 예르마코프의 로트바르트는 좋았지만 일단 이날 소모바의 백조/흑조가 기대치보다 별로였고 공연의 전반적 느낌도 좀 덜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공연 자체도 그렇지만 이날 관객운이 좀 안좋은 날이었음. 그런 날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나와서 인사하는 스페셜 커튼 콜도 한번밖에 없었다. 젊은이와 죽음도 서너번 나왔고, 원래 백조나 라 바야데르 등 인기 많은 클래식은 열성관객들이 남아 계속 소리지르면 계속해서 다시 나와주는데 이날은 딱 한번이라 나는 매우 아쉬웠음 ㅠㅠ 그래서 사진도 몇장 없다 흑흑...

 

 

공연 전반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슈클랴로프님 팬의 입장으로선 좋았다. 실수도 없었고(딱 한번 1막에서 피루엣 돌다 약간 삐끗할뻔 했지만 잘 대처했다) 소모바의 잔실수(혹은 위태위태함)도 잘 커버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시 클래식 프린스의 진수였다. 이런 클래식을 출 때면 이 사람이 정통 바가노바 트레이닝을 받았고 '페테르부르크 스타일'을 굉장히 아름답게 보여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야 이 사람이 처절한 알브레히트나 드라마틱한 솔로르, 사랑으로 몸부림치는 로미오, 격정적이고 절망적인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무대를 더 좋아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역시 '프린시펄 중의 프린시펄. 왕자님 중의 왕자님'이라는 인상을 강렬하게 남겨주는 것이 지그프리드임.

 

 

그리고 파이널에서 로트바르트와 대적하고 분연하게 날개 뜯고 아드레날린을 내뿜는 모습은 역시 최고였음. 흑흑... 오딜한테 해해 웃으며 홀라당 넘어갔던 거 다 용서해주마. (그런데 소모바는 오딜일 때가 백배 예쁘고 매력적이어서 사실 내가 지그프리드라면 오딜이랑 살 것 같음... 나 원래 오딜보다 오데트 파인데...) 

 

 

 

 

 

마지막 사진은 옆모습이고 또 번졌지만 자태가 아름답고 또 퇴장하는 백조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도 맘에 들어서 남겨봄. 1막 인사 끝나고 들어가기 직전.  

 

 

..

 

 

이날 공연 끝나고 기다렸다가 발로쟈와 마샤랑 인사도 하고 얘기도 약간 나누고 사인도 받고 돌아왔음. 그 후기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짧게나마 올려보겠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사람 앞에만 가면 노어가 백지가 되는 것일까 흐흑...

 

 

발로쟈가 와줘서 고맙다고, 또 와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러면 또 엄청 열심히 일해야겠네요' 라고 웃었다 ㅋㅋ 으앙 팩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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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7. 21:19

잘 다녀옴, 11월, 운하와 술병 2017-19 petersburg2019. 11. 17. 21:19

 

 

11월에 뻬쩨르에 오다니 대체 왜!!! 료샤도 레냐도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너무 좋고 반갑다가 아니라 저 반응이 먼저였음. 당연한 것이 날씨고 뭐고 가장 나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11월 뻬쩨르는 기록적으로 기온이 높은 편이어서 첫날 빼곤 눈도 안 오고 내내 비가 주룩주룩 왔다. (기온이 높다고 해서 따뜻하다는 것은 아닌 게 이 동네는 원체 강바람 바닷바람이 강하고 축축하고 습한 냉기가 심해서 오히려 아예 추운 게 낫지 비 오면 돌아다니기 무지 피곤하다)

 

뭐 11월에 다녀온 이유가 몇개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었던 무대도 다시 봐서 좋았다. 발로쟈와 마샤를 잠깐이나마 봐서 그것도 좋았다. 그리고 료샤랑 레냐를 보는 건 언제나 좋으니까. 둘이 각각 키우는 개들도 다시 보고... 네바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 활동량이 현저히 줄었지만 나를 보면 여전히 무척 반가워하고.. 레냐의 뜨보록은 아직도 날 보면 첨엔 막 짖다가 30초쯤 지나서야 '아 맞아 나 쟤 알아~' 하고는 꼬리치고 달려든다(료샤는 '역시 저넘은 똥개야 똥개~' 라고 투덜대고 레냐가 '아빠 뜨보록 욕하지 마!' 하고 버럭버럭 한다 ㅋㅋ)

 

 

 이번엔 사진도 거의 안 찍었다. 날씨도 안 좋았고 해도 안 났고. 카메라는 극장 갈때만 가져갔고 커튼콜 때 몇장 찍은 것 외엔 안 썼다. 바깥 풍경은 폰으로 조금 찍은 게 전부.

 

 

폰 사진 두 장 올려본다. 이번 여행은 내내 이런 날씨 이런 분위기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줌 :) 둘다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거닐다 찍은 사진이다.

 

 

맨 위 사진은 내가 뻬쩨르와 운하를 생각하면 거의 항상 자동으로 연상하는 이미지 중 하나라 찍어둠. 운하의 돌과 금속 난간에 기대어 사원 쿠폴이 비치는 검은 수면을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때로는 여자). 두셋이 있을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자신과 하느님만이 아는 모습으로 뭔가 생각에 잠겨 술을 홀짝홀짝 마신다. 어깨는 좀 구부정하고, 스카프를 매고 있을 때가 많다(왜냐하면 이 동네는 스카프랑 모자 없이는 뼈에 바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글을 쓸때 트로이라는 사람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운하 난간이나 계단에 놓여 있는 술병을 보면 거의 항상 트로이를 아주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된다. 근데 저 술은 그러기엔너무 달콤한 종류인 듯 ㅎㅎ

 

 

 

 

이건 저녁 풍경. 사진으로 보면 분위기가 괜찮은데... 그치만 산책하기엔 나쁜 날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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