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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3. 04:24

비둘기도 추워 보인다 2017-19 petersburg2019. 11. 13. 04:24




어제 스몰니 사원 잔디밭에서 마주친 비둘기. 추워서 파랗게 질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ㅠㅠ






이런 날씨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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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1. 13. 02:36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 2017-19 petersburg2019. 11. 13. 02:36





전에도 두어번 소개한 적 있는 서점. 리쩨이느이 대로에 있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서점이다. 재밌는 책도 많고 깨알같은 인테리어도 귀엽고 창가의 아주 작은 카페에서 내주는 미니 에클레어도 맛있다. 복층 난간 앞 좁은 바 테이블이나 창가의 서너개 뿐인 테이블에 앉아 차 마시며 책장들과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는 몇년 전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이 화보집을 냈을때 그거 사러 첨 와봤었다. 한정판이라 여기서만 팔았다(거금 주고 구입함! 그치만 화보도 멋지고 그 무거운 화보집 들고 이듬해 블라디보스톡 가서 이분 기자간담회 갔다가 첨으로 얼굴보고 책에 사인받고 얘기도 나눴음!!)



하여튼 그 화보집 사러 왔던 때는 16년 백야 시즌이었다. 나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심신이 다 아팠다. 병가를 냈고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와서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서점은 당시 묵었던 호텔에서 가까웠다. 긴가민가 하며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화보집을 구한 것도 기뻤지만 서점 자체도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너무 괴롭던 시기라 이렇게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고맙다.



매년 뻬쩨르 올때마다 이 서점에 들른다. 지난 여름엔 회원 카드도 만들어서 5% 할인도 받는다. 여름에 여기서 브로드스키의 시가 적힌 멋진 검정 에코백을 사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오늘 들렀을때도 이쁜 에코백 있음 사려 했는데.. 있긴 있었지만 도블라토프 에코백은 너무 얇아서 비실용적이었고 형광스카이블루의 멋진 해골 그림 에코백은 사이즈가 너무 커서 나에겐 버거워 포기함... 힝...







그러니까... 셉카벨이나 노바야 골란지야 같은 현대미술 야외 복합공간보단 이런 아늑한 서점이 더 좋다. (나 심지어 몇년간 현대미술 관련 업무도 했는데 다 소용없다 ㅋ 하긴 현대미술 자체를 싫어하진 않지만 나는 이른바 공공미술 스타일과는 코드가 안 맞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함)







엽서나 배지 등 이쁜 기념품들도 있으니 뻬쩨르 가는 분들, 러시아어 모르더라도 아늑한 서점 좋아하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난 커피 안 마셔서 차를 마셨지만 커피가 또 괜찮은 모양인지 다들 커피를 주문한다. 창가에 십여분만 앉아 있어도 온몸에 커피향이 배는데 매일 신선한 원두를 갈아서 쓴다고 적혀 있고 그래선지 냄새가 싫지 않다. 그러니 여러분, 여기 잠깐 들러 커피 한잔쯤 마셔봐도 좋을듯!!! 그리고 여기 에클레어가 엄청 소박한데 맛있음!!!







이 문을 열고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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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새벽에 깬 후에도 도로 자는 걸 반복해서 간신히 8시간 넘게 수면을 취했지만 내내 졸리고 멍했다. 피로도 누적되고 춥고 햇볕도 안 나서 그런 것 같다. 조식 먹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너무 졸려서 오늘은 그냥 종일 호텔에 처박혀 쉴까 했다.


근데 일기예보엔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 비오고 오늘만 잠시 해가 난다고 했다. 그래봤자 춥겠지 하며 낑낑대고 있는데 갑님에게서 업무문자가 오는 바람에 결국 일어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거 체크하고 갑님과 메시지 나누느라 잠이 좀 달아나서 밖으로 기어나왔다.



여름에 왔을때 가려다 못간 셉카벨 항구에 가보기로 하고 트롤리버스를 탔다. 바실리예프스키 섬 한쪽 바닷가 항구인데 최근 공원+현대예술+레스토랑/카페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해 올해 뻬쩨르에서 아주 힙한 곳이 된 곳이다. (여기가 사실 예전에 내가 지냈던 기숙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인데 힙한 구석은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하여튼 궁금해서 한번 가봤는데 역시나 지금은 바닷가 가기에 최악인 날씨였다. 가뜩이나 황량한 스타일인데 칼바람.... 잿빛 바다... 흑... 얼어죽는 줄 알았다. 현대미술과 콘크리트 등 노바야 골란지야랑 많이 비슷했지만 여기가 더 춥고 아직 덜 꾸며져서 날것이라 더 휑하다 ㅠㅠ 하긴 난 노바야 골란지야도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힙스터가 되기엔 너무 게으르고 또 아늑한 걸 좋아한다 ㅠㅠ



사진만 세장 올려봄. 맨위랑 이 아래는 건물 벽화. 올 봄쯤 아티스트들이 벽화 프로젝트를 했었다. 두번째는 황량하고 추운 바다 풍경.







셉카벨이 너무 추운데다 별로 맘에 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식당과 카페는 괜찮아보이는 곳이 이것저것 있었지만 끌리진 않았다) 결국 나는 여기서 나와 도로 전차를 타고 네바 강과 궁전 교각을 건너 네프스키 중간에 내려 리쩨이니 대로에 있는 서점에 갔다. 흐흑 마음의 안식처.. 거기서 미니 에클레어 두개와 홍차를 해치우고 좀 회생.



서점에서 책 구경하다 나와서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한국식당에 갔다. 넘 피곤하고 지쳐서 밥이랑 국물이 먹고파서. 뻬쩨르에서 한국식당 간 거 십년도 넘었는데. 여기는 요즘 인기가 좋은 곳이라 해서 갔다. 해물탕 중간 맵기로 시키고 밥 추가했는데 의외로 정말 먹을만했다.



뜨거운 국물 먹고 조금 땀도 남. 그래서 숙소 돌아오는 길에 다샤 아이스크림 사 먹음(뭐야 이게 ㅋ)



방에 돌아와 늘어져 있는데 료샤가 일을 마치고 들렀다. 셉카벨 갔다가 망한 얘길 해주니까 나보고 겨울에 왜 거길 가냐고 바보라고 비웃었다 ㅠㅠ 흑흑 나도 알아 엉엉 옛날에도 그 동네는 추웠어. 그치만 궁금했단 말이야 엉엉..



웃긴 일 하나. 료샤가 왔을 때 나는 씻으려고 욕조에 입욕제를 풀고 뜨거운 물을 받고 있었다. 근데 바깥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계속 들렸다. 소음에 민감한지라 좀 짜증이 났다.



나 : 어휴 여기는 좋은 호텔인데 왜 방음이 잘 안되는 거지... 창문도 닫고 커튼도 쳐놨는데.. 역시 이삭 광장 쪽이라 그런가....


료샤 : (욕실에 들어가봄) 야, 욕조에 물 받는 소리자나!!!



그랬다... 욕조 바닥에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였다 ㅠㅠ



료샤는 나에게 '바보 바보' 라고 하였다. 추운데 셉카벨 갔다오고, 욕조에 물 받는 소리를 바깥 소음으로 착각해 애꿎은 호텔을 탓하고. 나는 더블로 바보임 ㅠㅠ




... 이제 수목금 사흘만 지나면 토욜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흑 벌써부터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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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